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281
2부 0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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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눈을 떴다. 자명종 소리는 이미 스위치를 눌러서 껐다. 수십 년 만에 알람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깨니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창 밖에서 울리는 새소리를 들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아마 저 시계는 프랑스제겠지? 아직 스위스에서 시계산업이 발달하지 못했을 테니.”
스위스에서 시계 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루이14세 시대 이후다. 낭트 칙령을 폐기한 다음 위그노들을 박해해서, 이들이 프랑스를 탈출한 뒤 스위스로 이주한 게 스위스 시계산업 시초다. 욕심 같아서야 그중에 일부라도 조선으로 오도록 지금부터 밑밥을 깔고 싶지만….
“안 될 일이지, 안 될 일이야.”
프랑스 위그노는 칼뱅파다. 칼뱅파는 신교도 중에서도 가장 전투적이고 독선적이다. 한국에 들어와서 세칭 ‘개독’ 소리를 듣는 개신교들이 죄다 칼뱅파의 후예들이다. 그런 패거리를 잘못 데려오면 사회적으로 대폭풍이 몰아칠지도 모른다.
“데려오더라도 루터파 북유럽이나, 세속주의가 퍼진 뒤에 데려와야지 지금은 곤란해.”
“힘없는 자가 아무리 법도와 도리를 따져도 힘 있는 자가 무시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옛날 서양에서…아니, 네가 만약 지금 왜국 왕이라고 생각해 보아라. 네가 중원을 정복하려 한다면, 어느 길을 택해 중원을 치겠느냐?”
매일 아침, 세자 성이와 주고받는 문답 시간이다. 나는 이 시간이면 공맹의 도리가 어쩌고 하는 소리는 아예 하지 않았다. 역사 속의 실례에서 따온 사례들을 보여주며 현실적인 해결책 제시를 해보라고 요구했다. 오늘은 아주 현실적인 주제를 제시했다.
“가정 연간에 중국 연안을 침탈한 왜구들은 구주 해안에서 곧바로 강남을 덮쳤습니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굳이 중간에 다른 나라를 거칠 것 없을 듯합니다만….”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로구나. 그때 왜적들은 도적질을 하려 했지 중원을 정복하려 한 게 아니었느니라. 도적질이라면 지속적으로 치중을 준비할 필요도, 대군을 준비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중원을 정복하자면 군사와 치중을 나를 배가 수천 척은 필요하다.”
수천 척이나 되는 함대가 사고 없이 대양을 횡단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 항해가 몽골 남로군처럼 일회적인 것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왕복해야 하는 거라면 말이다. 내 설명을 들은 성이도 바로 이해했다.
“그러하다면, 유구를 거쳐 강남을 공격하면 훨씬 용이하지 않을는지요? 유구는 군사가 적고 약하니 저들을 막아서지 못할 것이고, 줄지어 늘어선 섬들은 훌륭한 디딤돌로 사용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은 생각이다. 하지만 그 경우 우리 조선이 명나라 편에 서서 왜군을 측면에서 공격할 우려가 있다. 그 정도로 그치지 않고 아예 왜국을 직접 공격할 가능성도 있으니, 왜왕이 이런 위험을 감안한다면 대국을 치기 전에 우리 조선을 칠 수밖에 없다.”
노부나가가 머리에 총을 맞더라도 자기가 명나라를 칠 때 조선이 구경만 하리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지는 않을 거다. 노부나가 조카를 받아들이는 정도로 우리가 일본 편에 설까? 노부나가 친딸을 바쳐도 안 넘어갈 판에?
만약 왜구 수준을 넘어서서 임진왜란 수준의 본격 침공이 유구 루트로 진행될 경우, 우리는 군대를 동원해서 일본을 공격해야만 한다. 이건 우리가 명나라 따까리라서 하는 일이 아니다. 일본군이 대륙으로 출병한 사이 빈집털이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왜 버린단 말인가…?
당연히 노부나가가 그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할 리 없다. 그런 고로 일본군은 조선부터 먼저 침공할 게 뻔하다. 어쩌면 우리와 동맹을 맺으려는 시도가 추가될 수도 있다. 깔끔하게 외부 진출을 포기하고 열도 안에서 평화롭게 나라를 발전시킨다는 선택지는 아마 없을 거다.
“아바마마께서 하시는 말씀이 옳습니다. 저들은 애초에 야만적인 도적놈들이니 말입니다.”
“과거에는 저들도 평화롭게 살던 시기가 있었다. 다만 오랜 내전으로 거칠어졌을 뿐이다. 강력한 중앙정부가 나타나 국내를 통제한다면 국내에서 평화를 추구할 수도 있으리라.”
임진왜란 이후 집권한 에도 막부처럼 말이지. 어쩌면 이쪽 세계에서도 노부나가가 전쟁을 걸었다가 망한 다음 이에야스가 ‘저는 참전 안 했어요’라고 하면서 평화조약을 맺자고 제안해 올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게 되면 적절한 선에서 강화를 맺는 편이 좋을 지도 모르지.
“내전이 끝나면 저들은 바로 군사를 정비해 우리를 치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계속 군기를 확충하고 군사를 정비하여 저들이 부당한 야욕을 품지 못하도록 경계해야 한다. 우리 군사와 군선이 정예함을 알면 어찌 저들이 헛된 꿈을 품겠느냐.”
그러고 보니 비변사 회의에 세자를 들게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자도 벌써 나이가 13세, 슬슬 군무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이해를 쌓아야 할 때가 아닐까.
“오늘은 오전에 경서 공부를 할 필요 없다. 나와 함께 강무관이나 한번 들리도록 하자.”
“예…아바마마.”
세자는 다소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생각하지 못한 지시에 놀란 모양이었다. 흠, 그러고 보니 그동안 신경을 못 썼는데 성이는 꼭 중전처럼 몸이 영 가늘군. 체력단련을 시켜야겠다. 매일 승마 한 시간, 활 열 순(50발) 정도씩 쏘게 하면 충분하려나?
강무관에서 학습하는 생도들도 매일 이 정도는 한다. 말을 타고 달리는 것도 직접 뛰는 것 못지않게 힘든 운동이고, 활도 제대로 쏘려면 팔힘이 엄청나게 필요하다. 한번 시켜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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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무관 생도들이 훈련하는 모습은 성이에게 깊은 인상을 주지는 못한 듯했다. 우리가 찾은 시간이 하필이면 실내에서 전훈을 학습하는 수업이었던 탓이다. 강의실인 백호당 안을 살짝 보니 교수 이일이 자신이 북변에서 겪었던 보급상의 난점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전하께서 일부러 찾아오셨는데 고작 이런 모습만 보여드리게 되어 신이 무안하옵니다.”
“아니다. 어찌 문관들만 전례를 학습하겠느냐? 옛 싸움이야말로 무관들이 학습해야 할 전례이니, 충실히 배우라. 칼과 활 쓰는 재주만 익혀서야 그저 무부일 뿐, 어찌 장수가 되겠느냐.”
내가 괜찮다는데도 강무관 동지관사(同知館事) 김명원이 연신 허리를 굽히며 사죄를 했다. 김명원은 지난 우을지의 난 때 함경도 관찰사로 있으면서 병력 동원이나 물자 보급에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고, 그 점을 높이 산 내가 강무관 동지관사, 사실상 부이사장으로 발탁했다.
강무관 편제는 가능한 성균관과 비슷하게 맞추려고 했었다. 하지만 성균관에서는 교장 격인 대사성이 정3품인데, 이사장 격이라고 할 수 있을 지관사는 정2품이나 된다. 하지만 지관사는 전임관이 아니고 홍문관 대제학을 겸하고 있다.
문무는 균형이 맞아야 하는 법이니, 강무관에도 비슷한 급으로 직책을 만들도록 했다. 일단 신립을 다시 정2품으로 올려 지금 맡고 있는 오위 부총관과 강무관 지사를 겸하게 했다. 또한 김명원을 동지사 자리에 앉히되, 겸직하지 않고 전임으로 강무관만 담당하게 했다.
이렇게 해서 실질적으로는 강무관을 맡은 관원이 성균관보다 더 고위직인 셈이 되었다. 뭐 겸직자보다는 전임자가 내부에서건 외부에서건 그 기관을 위해 더 힘이 있지 않겠는가.
“하오나, 모처럼 전하께서 세자마마까지 데리고 강무관에 오셨는데 우리 생도들이 그동안 닦아온 무재(武才)를 선보여 드리지 못함은 매우 아쉬운 일입니다.”
김명원이 쩔쩔매는 이유도 이해는 갔다. 무관을 뽑는 무과도, 내금위 취재도 모두 응시자가 갖춘 무예 솜씨를 기본으로 본다. 물론 무과에서는 경서 시험도 보지만 기본은 무재다. 그런 현실이니 강무관 동지사조차 높은 분이 오면 무예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사실 나는 현대에 살 때도 그런 광경이 참 이해가 안 갔다. 무슨 행사 때면 꼭 특전사 같은 군인들이 나와서 뛰어넘기나 공중제비를 하고, 기왓장이나 벽돌 같은 거 부수면서 고함지르는 쇼 말이다. 그게 군인이 할 짓인가? 차력사가 하는 공연이지?
그런 짓 안 하려고 만든 게 이 강무관이다. 여기서는 무예만 능숙한 전사를 키우지 않는다. 장수를, 지휘관을 양성하려고 만든 게 이 강무관이다.
“그야 다음에 보면 된다. 내가 연무(演武)를 보고 싶으면 미리 기별을 넣어 준비를 하라고 이를 터이니, 서두르지 말지어다. 그보다, 지사 신립은 이제 들어왔느냐?”
“방금 전에 도착했다 하옵니다.”
“알겠다. 그럼 청룡당으로 가자.”
“예, 전하.”
강무관에는 주요 건물 4동이 있다. 청룡당에는 숙직실과 회의실이 있다. 백호당은 생도들이 강의를 듣는 교실, 주작당은 도서관이다. 현무당은 무기고로서 단도에서 총통에 이르기까지, 조선군에서 쓰는 갖가지 병기가 모두 보관되어 있다. 그리고 잡다한 건물이 십여 채쯤 있다.
청룡당에 있는 이곳 회의실은 단지 강무관 교무회의나 여는 곳이 아니다. 내가 정식 비변사 회의와는 별도로, 오늘처럼 가끔 고위 무관들을 소집해서 전략 논의를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올해는 가뭄 때문에 여유가 없어서 이루지 못했으나, 내년에는 지방에 성을 몇 개 지으려 한다. 그대들 생각은 어떠한가.”
“가뭄이 든다 해도 축성은 하는 편이 좋다고 보이옵니다. 옛날처럼 굶주린 백성들을 억지로 끌어내 일을 시킨다면 민폐이므로 하지 말아야 하겠으나, 오늘날은 노역한 백성들에게 품삯과 끼니를 제공함이 법도가 아니옵니까? 부역은 곧 구휼이니, 개의치 말고 축성을 하시옵소서.”
훈련원 지사 최승칠이었다. 학식은 좀 없는데, 무재가 뛰어나고 전공을 많이 세워 출세한 사람이다. 생각은 단순하지만 요점을 파악하는 능력은 좋았다. 지금도 내가 내심 성을 쌓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꿰뚫어본 듯하다.
“선대의 일을 보아도…흉년이 들어도 쌓을 성은 쌓으셨사옵니다. 과거 80여 년 동안 완전히 새롭게 쌓은 성은 없사오나, 가벼운 보수는 흉년일 때도 수시로 있었습니다. 꼬박꼬박 보수를 지급하니 역을 살러 나오는 백성들도 큰 불만이 없었습니다.”
아는 이야기지만 들을수록 기분이 좋다. 내가 오래 전에 확립한 제도가 아직 변질되지 않고 백성들이 조금 더 낫게 살게 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니 말이다. 그리고 내가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는 기반도 되어 주고 있으니,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있겠는가.
“헌데 전하, 성을 새로이 쌓으려 하시는 곳이 어디시옵니까?”
병조판서 박홍선이 물었다. 수리가 필요한 성벽은 작년 농한기에 모두 수리를 끝마친 만큼, 올해 겨울에 축성을 시작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성을 쌓겠다는 소리니까 말이다.
“혹시 목단강을 따라 강동을 지키는 성을 쌓으려 하십니까? 신도 필요하다고 생각은 하나, 최근 부여주로 사민한 백성들은 대부분 제대로 자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자기 집도 아직 짓지 못한 이들에게 성을 쌓으러 나오라 함은 무리한 처사이옵니다.”
“나도 알고 있다. 부여주에는 지금 축성을 할 형편이 아니다.”
마음 같아서야 목단강을 따라 천리장성이라도 쌓고 싶지. 그 정도 장벽이 있으면 여진족도 명나라도 쉽게 넘어오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현실적 사정이란 게 있으니 말이다.
“내가 지금 생각하는 축성 장소는 경상도 일대다. 부산진, 다대포, 동래부 등 각 성을 보다 튼튼하게 정비하고, 대구부에 보다 강력한 성채를 세울까 한다. 왜적을 막기 위함이다.”
분명히 기존 성벽은 정비했다. 하지만 예전 성벽은 냉병기 시대 전쟁에 맞춰서 기본형태가 만들어진 구조물이다. 총화기가 주가 되는 새로운 시대의 전쟁에 맞춘 성벽이 필요하다.
옛날에는 성벽이 높고 견고하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총과 대포가 나타난 이상 성벽 높이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아무리 성벽을 높이 쌓아도 총탄보다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도리어 포화에 무너지기는 쉽고, 성벽 아래에 바짝 붙은 적도 쏠 수 없다.
유럽에서도 지금쯤 대포 시대에 적응한 새로운 스타일의 요새가 줄줄이 세워지고 있으리라. 비록 내 손으로 그걸 구현할 능력은 없지만, 적어도 우리 조선이 그 트렌드를 따라가도록 할 힘은 있다.
“앞으로는 수성전에서도 총포를 가진 적과 거리를 두고 벌이는 싸움이 주가 되리라. 성벽도 그저 높게 쌓기보다 포에 맞아도 무너지지 않도록 낮고 넓게 만들고, 해자도 깊기보다는 넓게 파라. 또한 돌로 쌓은 벽에 흙을 덮으면 포탄이 주는 충격을 줄여 벽이 덜 상하게 된다.”
예전에 재미삼아 읽던 전쟁사 책들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사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은 대포를 쓰지 않았으니 굳이 성벽 구조까지 바꿀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살아있는 세상 아닌가. 노부나가라면 대포를 끌고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일본에는 대포가 없다고? 아니다. 있었다. 유럽인들에게 사들인 대포 몇 문 정도는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싸울 때는 굳이 대포까지 필요하지 않았고, 조선에 올 때는 그런 게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뿐이다. 대포 없이도 조선 육군은 박살났으니 실제 없어도 됐고.
“전하, 일전에 전하께서는 적이 쳐들어오면 수군으로 바다에서 격멸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설사 왜적이 쳐들어온다 한들 굳이 축성까지 필요하겠습니까? 왜적들이 쳐들어온다면 일기도, 대마도를 모두 지나야 합니다. 수군이 미리 통보를 받고 대비할 시간이 충분합니다.”
“분명히 과인이 그리 말한 바가 있다.”
예전에 이키 섬을 정복한 이유가 그거였다. 일본이 침공하면 조기경보망으로 써먹을 생각에 점령한 섬이다. 대마도만으로는 부족할 듯해서 말이다. 하지만 요 근래에 생각이 바뀌었다.
“왜적들이 어떤 간교한 속임수를 써서 우리 시선을 벗어날지 모른다. 바닷길 누비는 재주가 뛰어나니 두 섬을 모두 우회해서 바로 경상도로 들이닥칠 수도 있지 않으냐?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자칫 우리 수군은 출진하지도 못하고 포구에서 불탈지도 모른다.”
기우일수도 있겠다만, 최악의 경우에 대비할 방도는 생각해둬야 하지 않겠는가? 평시에는 각 진포에 전선 서너 척이 있을 뿐이다. 아직 함대가 집결하지 않고, 전투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기습을 당한다면 싸워보지도 못하고 당할 수도 있다.
“장차 침범할 적이 단순한 왜구가 아니라 이 땅을 탐내 쳐들어온 적이라면, 경상도 안 깊이 쳐들어올 것이다. 만약 기습을 당해 진포가 무너지면 적이 곧바로 내륙으로 밀려들 것이니, 내륙에서도 대구부 정도는 성벽을 새롭게 바꾸어야 할 것이다.”
잠자코 듣고 있던 신립이 씩 웃었다. 기뻐 보이는 미소였다.
“적이 대구로 온다면 신에게 기회를 주소서. 일거에 격멸하겠나이다.”
신립이 용장인 줄은 안다. 하지만 일본군 상대로는…어째 좀 불안한걸. 선입견 때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