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289
2부 06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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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라!”
언덕 위에 매복하고 있던 기병 2개 중대, 3백기가 일시에 비탈을 내리달렸다. 조선군이 이 통로에 매복하고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노략질한 사람과 재물을 가지고 귀로에 올라 있던 여진 전사들이 크게 당황했다.
“덤비는 놈들은 모조리 찔러 떨어트려라! 도망치는 자는 우리 몫이 아니니 쫓지 말고, 우리 백성들을 되찾는 데 힘써라!”
선임 중대장인 이억기가 소리 높여 외쳤다. 이억기는 내금위 출신으로, 강무관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실전에서 군사를 이끌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 이번에 처음 출전한 다른 생도들과 달리 중대 지휘를 맡은 것이다. 다른 생도들은 대개 소대장이었다.
눈앞에 있는 해서부 군사들은 기병이 약 5백 기, 보병이 1천 정도였다. 놈들에게 끌려가는 백성들 숫자는 2천 명 정도 되어 보였다.
수적으로는 저쪽이 확실한 우세다. 허나 이쪽이 질 리는 없었다. 이억기는 아직 젊었지만, 지금 자기가 이길 싸움을 하는지 질 싸움을 하는지 정도는 분간할 수 있었다.
“거창!”
기병들이 함성을 지르며 기창(騎槍)을 들어 앞으로 겨누었다. 이억기가 거느린 휘하 기병은 경군에서도 골라 뽑아온 철기들이었다. 신립에게 맹훈련을 받고, 두꺼운 갑옷과 장창을 들고 안장에는 편곤을 꽂은 최정예들이다.
잠시 당황하는 듯하던 여진족 진영에서도 기병 5백기가 두 갈래로 갈라져 몰려나왔다. 양쪽 날개로 나뉜 병력으로 이억기의 군사들을 둘러싸 포위하려는 심산인 듯했다. 이억기는 곧바로 적의 일익을 박살내기로 결심했다.
“전군, 나를 따르라!”
기병돌격에 있어서는 선두에 선 지휘관의 움직임이 가장 확실한 지시가 된다. 이억기는 그대로 말머리를 살짝 오른쪽으로 틀었다. 이제 아군을 감싸려고 들던 적 좌익부대와 정면으로 충돌하게 되었다.
“들이쳐라!”
철기 3백기는 그대로 한 덩어리가 되어 적진으로 돌입했다. 저들도 갑옷을 충분히 입었고 조선군과 격돌할 태세도 갖추었지만, 조선군은 높은 위치에서 치고 내려간다는 이점을 점하고 있었다. 게다가 적은 군사를 둘로 나누는 바람에 수도 이쪽보다 적어졌다.
심지어 이쪽은 창기병이지만 저쪽은 궁기병이다. 창을 든 조선 기병들이 정면으로 후려치자 적 전열이 그대로 붕괴했다. 이억기 역시 손에 들고 있던 창날을 적의 가슴에 꽂아 낙마시킨 다음, 편곤을 안장에서 뽑아들어 그대로 자기 눈앞에 나타난 두 번째 적을 후려쳤다.
“찔러라! 때려라! 놈들을 짓밟고 그대로 나가라!”
아무리 훈련이 잘 되어 있더라도 전장에서는 혼란이 일어나기 쉽다. 대장이 제대로 방향을 보여주지 않으면 군사들은 어떤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일지 모른다.
이억기는 그대로 적들을 짓밟으면서 앞으로 달렸다. 군사들도 그대로 중대장을 뒤따르면서 창과 편곤을 휘둘렀다. 활로 무장한 적은 제대로 맞서 싸우지 못하고 급히 말머리를 돌렸다.
“나리! 적 우익이 우리 후방을 공격합니다!”
예상했던 일이다. 자기네 좌익이 당하고 있으니 구원하러 나서는 게 당연하리라. 아마 후미 군사들은 뒷덜미에 화살 세례를 받고 있을 것이다.
“나를 따라 빠져나간다!”
적 좌익은 이미 완전히 짓밟았다. 이억기는 오른쪽으로 호를 그리며 말을 달렸다. 동료들이 박살나서 분노한 적이 계속 쫓아왔다. 아군보다 약간 적었지만, 뒷덜미를 잡았으니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나리, 반전하시지요! 맞아 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야! 내가 지시할 때까지 그대로 달려라!”
이억기보다 스무 살쯤 많은 듯한 부장은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직책은 모든 것에 우선하는 법, 어린 중대장이 내리는 명령이라 해도 군령은 군령이었다.
“그래, 조금만 더 따라와라.”
따라오는 적 우익에는 좌익의 패잔병이 합세하여 그 수가 이제 3백기를 넘고 있었다. 후미 군사들을 향해 쏟아지는 화살에 맞아 낙마한 자들이 이미 십여 명에 달했다.
그 너머로 보이는 적 본진은 급히 서쪽으로 움직여 골짜기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감시하는 적 보병들에게 채찍과 몽둥이로 맞으며 끌려가는 백성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신호가 올랐습니다!”
옆을 달리던 군사가 고함을 질렀다. 고개를 드니 언덕 위에서 붉은 기가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곧 신기전 한 발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쪽이 아니고 서쪽, 적이 한참 빠져나가고 있는 골짜기 출구 쪽이었다.
다음 순간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함성과 함께 말발굽 소리가 울렸다. 어서 목단강 방면으로 빠져나가려고 경계고 뭐고 팽개치고 포로와 가축만 끌고 내달리던 적 본진 양편으로, 매복해 있던 궁기병 1천기가 일시에 내리쳤다. 빗발치는 화살이 적들을 잇달아 쓰러트렸다.
“놈들이 멈춥니다!”
여진 철기들이 급히 말고삐를 당기는 광경이 보였다. 저들도 본진이 당하고 있는데 점점 더 멀어지는 방향으로 가는 조선군을 쫓고 있을 여유가 없으리라. 당장 본진을 지원하러 달려갈 생각이겠지. 하지만 그게 바로 이쪽이 짠 수에 걸리는 길이었다.
“푸른 기가 올랐습니다!”
붉은 기가 휘날렸던 언덕 위에서 푸른 기가 휘날렸다. 다음 순간 폭풍 같은 총격이 골짜기 양쪽 언덕에서 쏟아졌다. 콩 볶듯이 울리는 총성이 귀를 어지럽혔다. 여진족 전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벌집이 되어 말과 함께 나뒹굴었다.
“이 때다, 반전하라!”
복병이 총탄을 퍼부어 적을 제압한 사이 이억기는 전군을 회전시켰다. 그리고 선두에 서서 적진을 향해 돌격해 들어갔다.
“모조리 쳐 죽여라! 저 도적놈들을 하나도 살려 두지 마라!”
“이겼군.”
천리경을 들고 전황을 살피던 우군장 유극량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유극량은 신립에게 군사 3천을 나눠받아 부여주 내를 돌아다니는 적의 무리를 하나하나 쳐부수는 임무를 맡았다.
이미 세 번째, 매번 양상이 조금씩은 달랐지만, 전투는 대체로 무난하게 전개되었다. 그동안 제대로 저항을 받아보지 않은 적은 방심하고 있었다. 그만큼 쳐부수기도 간단했다.
쉬운 전투였다고 해도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장수들은 있었다. 첫 출전한 강무관 생도들 중에도, 이미 직급이 높은 무장들 중에도 말이다. 그야말로 군대밥을 입으로 제대로 먹지 못하고 뒷구멍으로 먹은 자들이다.
“오늘은 이억기, 정무수. 저 두 친구들이 참 쓸 만 하구만. 김응서도 괜찮았고.”
이억기는 창기병대를 이끌고 미끼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정무수는 경기병 소대장을 맡아서 선두에서 돌격하며 적을 숱하게 쏘아 넘겼다. 김응서는 정찰을 맡아 도적들이 동쪽 길에서 다가오고 있음을 탐지하고, 매복 작전을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크게 쓸 장재들이야. 좀 더 경험을 쌓아 갈고 닦으면 훌륭한 인재가 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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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군장에게서 파발이 왔습니다. 또 싸움을 벌여 적 1천여를 베고 5백여를 사로잡았으며, 사로잡혀 가던 우리 백성 2천을 구해냈다고 하옵니다.”
“잘 했다. 계속 움직여 적 잔당을 소탕하라 이르라.”
신립은 지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대답을 마쳤다. 보고를 마친 군관은 군례를 올린 뒤 군막 밖으로 나갔다.
“경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약탈에 빠져 있던 놈들이 당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크게 놀랄 일도 아닐세.”
“알겠습니다, 대감.”
참모장 이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종 때부터 기반을 만들기 시작한 참모제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건 최근이다. 그동안 다른 임금들은 이 일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으나, 2년 전부터 임금이 갑자기 참모제도 구성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강무관에서 연구하는 과제 중에는 참모부 구성에 대한 연구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 출병에 처음 적용된 안이 이?호?예?병?형?공의 6부제 참모부 편제다.
이관(吏官)은 진영 내 인사와 대민관리를 맡고, 호관(戶官)은 치중 관리, 예관(禮官)은 정찰 및 필요시 적과 교섭을 맡는다. 병관(兵官)은 군사작전, 형관(刑官)은 감찰 및 군내 기강 관리, 공관(工官)은 진지구축 및 교량이나 도로 건설을 담당한다. 이들을 총괄하는 자가 참모장이다.
“허나 작금은 우리도 적과 조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니 일단 주의하셔야 합니다. 이제는 정녕 적이 장악한 지역으로 들어가는지라….”
“알고 있다. 여기부터 앞에 펼쳐진 봉수대는 아직 적이 둘러싸고 있다면서.”
신립은 천리경을 눈에 댔다. 연기가 오르는 다음 봉수대까지는 아직도 30리 정도는 남았다, 다른 장수들은 오늘까지 하루만 말을 쉬게 하고 내일 구하러 가자고 했지만 신립은 그 소리를 듣고도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겨우 30리를 앞두고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우리 군사는 기병 1만! 이만하면 곧바로 올라가면서 적을 끊어내기에는 충분하다. 이대로 올라가면서 놈들을 치고 봉수대를 구출한다. 쉬더라도 봉수대를 하나라도 탈환하고 쉬어라.”
신립은 도성에서 출정할 때 임금에게 기병 3천과 보병 5천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구성으로 그대로 전투에 돌입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전열을 이루어 대전할 때라면 모를까, 한시가 급한 이 상황에 어디 느려 터진 보병 따위를 끌고 올라간단 말인가.
“역시 북방 최정예 기병은 왜인여진이지.”
“과찬이십니다. 다만 소인들은 대감과 같은 용장 밑에서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이 영광스러울 뿐입니다.”
무종 때 끌려온 왜인들의 후손! 이들은 조상들이 구사하던 검술을 잊지 않았고, 새로 배운 기마술도 능숙하다. 무거운 갑옷은 싫어해서 입지 않지만 그만큼 말을 더 빠르게 몰 수 있다. 심지어 조총도 쏘고, 마상에서 화살까지 날린다. 또한 오직 임금 외에는 충성하지 않는다.
왜인여진들은 사는 곳은 부여주이지만 군에서는 함경도 북병사 밑에 있었다. 아직 부여주 행정이 확립되기 전인 무종 때 임시로 결정한 조치가 계속 이어진 것이다. 그 뒤를 이은 여러 임금들이 부여주 관찰사가 너무 큰 힘을 가지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방치한 탓이었다.
이들이 내놓을 수 있는 정병은 2만에 달한다. 그중 2천은 이미 각 봉수대에 배치되어 있다. 신립은 임금에게 받은 병력 중 보병들은 알아서 따라오게 하고, 자기는 기병 3천만 거느리고 질풍처럼 달려 왜인여진들을 찾아왔다. 그리고 이들 중에 1만 3천을 소집했다.
전체 병력이 1만 6천기가 되자 신립은 좌군장과 우군장에게 각기 3천기씩 병력을 분배하고 부여주 각지에 흩어져 있는 적 약탈부대들을 토벌하게 했다. 지난번 싸움 때 유극량이 거느린 보병들도 도성에서 온 군대가 아니라 말에서 내린 왜인여진들이었다.
두 부하장수에게 먼저 싸움을 시킨 신립 자신은 곧바로 목단강을 따라 북상했다. 가능한 한 빨리 북평으로 가서 정만기에게 군권을 인수할 생각이었다. 정만기가 군사적으로 얼마나 무능한지는 신립 스스로가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대감께서 하시는 바를 보면 적을 일부러 모으시려 하는 듯한데 맞는지요.”
이일이 연신 굽실댔다. 이일은 그동안 품계가 없는 상태로 강무관 교수로 재직했다. 사실상 백의종군을 도성에서 한 셈이었다.
하지만 해서부 야인들이 쳐들어오면서 상황이 갑자기 바뀌었다. 임금은 도성에 있는 군사건 장수건 최정예로 뽑아서 모두 북으로 보내라고 호령했다. 이일은 당연히 자타가 인정하는 첫 순위 인재로 뽑혔다. 임금도 이일을 불러 격려했다.
“그대가 공을 세우면 마땅히 관작을 올려주고 포상하리라! 도순변사를 성심껏 보필하라.”
이일은 자기가 복권하기 위해서라도 꼭 신립을 성공시켜야 했다. 헌데 신립의 태도는 언뜻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좀 있었다.
“대감, 적은 흩어져 있을 때 각개격파를 해야 하는 법입니다. 지금 좌, 우군장 두 사람 모두 그와 같은 수법으로 적을 쉽게 부수고 있습니다. 대감께서도 계속 북상하기보다 일단 가까운 적을 토멸하며 남쪽에서부터 적을 몰아냄이 옳지 않겠습니까?”
이일은 걱정이 컸다. 좌우군이 격파한 적이 매번 전멸했을 리는 없다. 분명 도망친 놈들이 있을 것이고, 그놈들은 싸움 양상을 자기네 윗전에다 보고했을 것이다. 그러면 적들도 당연히 집결하지 않겠는가. 적이 대군으로 싸우려 들면 좌우군뿐만 아니라 이곳 본진도 위험하다.
“대감, 자칫 적세에 밀릴지도 모르니 적이 집결하기 전에….”
“아니, 집결하게 둬야지 그걸 왜 귀찮게 잡으러 다닌단 말인가?”
신립이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이일이 주춤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신립이 자기 의도를 들려주었다.
“놈들이 뭉치게 두는 거다. 수가 얼마건, 흩어지지 말고 한 덩어리로 뭉치게 만든다. 그리고 놈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단 한 번에 때려잡아 섬멸하는 거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북평으로 달리고 있는 거다.”
확실히 부여주 군사를 손에 넣는다면 해서부 야인들 정도는 숫자로 밀어버릴 수 있다. 지금 신립이 세운 계획이 잘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