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320
2부 09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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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석탈왜를 불러오라.”
개똥도 땅에 구르는 재주는 있다더니 확실히 그런 모양이다. 술 먹고 놀아나는 일만 잘하던 하성군이 이렇게 의식 없이 스파이 노릇을 잘할 줄은 몰랐다. 어떻게 노부나가 주변의 정세를 이렇게 잘 전달하는 걸까. 정말 노부나가랑 친해져서 그런가.
아무리 친해졌다고 해도 그렇지, 노부나가가 자기 대전략까지 하성군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다니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다. 이거 정말 둘이서 뭔가 영혼이라도 통한 거 아닌지 모르겠다. 설마 노부나가가 친구 하성군을 왕으로 즉위시켜주겠다고 쳐들어오는 건 아니겠지?
아직 알 수 없는 미래는 가정의 영역으로 남겨둔다고 치고, 노부나가가 왜 뜬금없이 이런 계획을 세웠는지 정말 모르겠다. 실제 역사에서 노부나가는 에조치에는 1g도 관심이 없었을 텐데, 갑자기 거길 왜 친다는 거야?
《신장이 말하기를, 전하께서 나를 자신에게 보내신 데 대해 찬탄을 금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번에 에조치 경략이 가능할지 탐색해 보기로 했다 하는구나.》
하성군이 이런 말투로 편지를 쓰는 이유는 일단은 아들인 광해군과 주고받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놓고 나한테 보내면 너무 티가 나니까. 물론 광해군은 부친에게서 편지가 오면 그 즉시 궁궐로 가져와서 나한테 직접 바친다. 답장도 내 지시에 따라 쓴다.
두 번 정도는 상희와 함께 있는데 편지를 들고 와서 상희와 함께 만난 적도 있다. 본래는 내외하는 게 정상이겠지만 광해군은 아직 열한 살짜리 어린애고, 상희랑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해서 그냥 불러들였다. 그런데 상희를 보고 광해군이 얼굴을 붉히더라?
설마 자기 치료해줄 때 반했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뭐 상희도 여기선 아직 열여덟 살이니 초등학생이 여고생 누나를 보고 동경하는 그런 심정이라면 이해 못 할 바는 아니긴 하다만.
어쨌든 하성군의 이번 편지는 실로 놀라웠다. 에조치 원정이라. 노부나가가 이 건에서 품은 진짜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설마 하성군이 전한 목적 그대로인가?
《신장은 저 북방을 통해 명나라까지 갈 수 있을지 탐색해 보고자 한다 했다. 이 아비는 그 성공 여부를 알 수 없기에, 그저 잘 되기를 바란다며 덕담만 건넸다.》
내가 보기에 노부나가가 명나라와 접촉할 북방 루트를 찾고 있는 이유는 조선과 충돌하지 않고 대륙을 침략할 계획에서일 거다. 조카딸을 통해서 혼인동맹도 맺었으니 가급적이면 서로 부딪히지 않는 편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겠지.
하지만 정말로 북해도, 사할린, 흑룡강 루트를 타고 중원까지 쳐들어간다면 그건 미친 거다. 만약 내가 노부나가라면, 차라리 조선을 침공하고 말지 절대 그 길로 명나라를 치지 않겠다. 아무리 추위에 강한 동북지방 병사들을 동원한다고 해도 절대 불가능한 진공로다.
아마 노부나가는 실제 지리를 모르니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 거다. 그래도 지금 당장 실행하려는 게 아니고 에조치 지리부터 우선 파악하겠다는 걸 보면, 역시 노부나가는 바보는 아니다. 가능성을 탐색한 후 취소하면 그만인 일이니까.
그나마 이번 편지에서 안도할 구석이 없지는 않다. 우리 조선이 수십 년 전 무종 시절부터 에조치와 교류하고 있음은 하성군도 알고 있다. 모를 수가 없다. 그런데도 노부나가에게 우리 세력이 에조치에 미치고 있다고 언급하지 않았다. 하성군도 머리가 있다는 증거다.
만약 이 사실을 노부나가가 파악한다면, 지금 꽤 좋아진 조일관계가 바로 악화될 수 있다. 노부나가 입장에서는 자기네 뒷마당이나 마찬가지인 에조치에서 조선이 손을 떼라고 공개적인 요구를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 조정은 압도적으로 그 주장에 동조하겠지.
각성 직후에 확인했던 바지만, 에조치 무역은 계속 적자를 보고 있다. 왕복하는 비용에다가 왜인들과 긴장상태를 유지하다 보니 들어가는 안전보장비가 크고, 정치적 목적으로 지속하는 교역이라는 점 때문에 원주민들에게 사들이는 교역품 매입가를 후려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들여오는 물목 대부분이 부여주, 연해주에서 나는 물건들과 겹친다는 점도 문제다. 사들일 때는 일본인 상인들과 경쟁하느라 비싸게 사고, 팔 때는 북방산과 경쟁하다 보니 파는 가격은 낮아진다. 당연히 수지를 맞출 수가 없다.
이런 판이니 노부나가가 정식으로 ‘에조치는 우리 땅이니 들어오지 말라’고 항의를 넣으면 조정대신들은 쌍수를 들고 찬성할 게 분명하다. 지금도 교역에서 나는 적자를 호조에 넘기지 않고 내수사 재정으로 메우고 있으니까 가만히 있을 뿐이다.
어쨌든 대책을 세우려면 상황을 알아야 하는 법. 석탈왜 이놈은 왜 이리 오는 게 늦어?
“지금 에조치에서는 상황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석탈왜의 이야기도 반가운 소식은 아니었다.
“신의 가친이 지난 선편으로 보낸 서한을 보니, 근래에 들어서 왜인들이 행하는 바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멀리 있는 조선과 가깝게 지내지 말고 자신들과 가깝게 지내자’며, 교역을 할 때 속임수를 쓰지 않고 대가를 후하게 줍니다. 무력 침탈도 멎었습니다.”
아니, 역시 왜놈들도 머리가 있구나. 계속 무력으로 누르는 건 곤란하다 싶었나 보지.
“내심 아이누를 무시하고 하대함은 여전하나, 적어도 겉으로는 호혜관계를 칭하며 사이좋게 지내자 제안하니 넘어가는 자들이 많습니다. 가까스로 이루어져 가던 연맹이 또다시 깨지고, 각 부족이 친조(親朝)와 친왜(親倭)를 놓고 창칼을 들어 반목하는 상황입니다.”
저절로 머리가 감싸 쥐어졌다. 여진족 침공이다, 가뭄이다, 국혼이다 해서 내가 주의를 쏟지 못하고 있는 동안 북해도 쪽 상황은 그렇게 되고 있었단 말인가. 이것도 조정 대신들에게는 실로 희소식이겠구먼. 귀찮은 일에서 손을 뗄 구실을 제공해 주는 셈이니까.
“전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전하께서 아이누에 군사를 보내시어 일을 바로잡아 주실 수는 없겠나이까? 조선에서 온 대군을 보면 갈라져 싸우던 각 부족들도 분명 땅에 엎드려 전하의 위용을 찬양할 것입니다. 부디 결단하여 주소서.”
야, 네 입장에서야 그렇게 말하기 쉽겠지. 하지만 지금은 북해도에 보낼 만한 군대가 없다. 가뭄 때문에 재정을 간신히 유지하는 판에 북해도를 정복할 만한 군대를 파병하라니, 도저히 실현이 불가능한 요구다.
에조치 정복에 필요한 병력이 얼마나 될까? 아이누들을 위압하면서, 현지에 파견된 모가미 요시아키 휘하 군사를 격파하려면 적어도 5천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한 병력과 그에 수반되는 물자를 과연 마련할 수 있을까? 하긴 준비해도 나를 배도 없다.
더구나 출병이 불러올 정치적 파문도 감안해야 한다. 조정에서 이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은 0%다. 또한 대일외교가 파탄 날 것도 각오해야 한다. 지금까지야 모가미가 에조치에서 우리랑 좀 옥신각신해도 자기 선에서 처리했지만, 이제까지의 상례를 벗어난 대군에 직면한다면?
분명히 노부나가에게 지원을 청하겠지. 이를 접한 노부나가는 당연히 사신을 보내 에조치 철수를 우리에게 요구할 거다. 그러면 또 조정에서는 적극 찬성하겠지. 젠장, 반복이군.
“조정에서 논의해 보겠다.”
아무래도 이 문제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겠다. 생각 같아서야 ‘아이누는 우리 동맹이니 에조치에서 손 떼라’고 내가 먼저 노부나가한테 호통을 치고 싶지만, 이놈의 가뭄 때문에 뭘 제대로 할 수가 있어야 말이지.
그러고 보니 갑자기 한 가지 걱정이 생긴다. 광해군이 하성군과 편지를 주고받듯, 차차도 자기 엄마와 수시로 안부 편지를 주고받는다. 예전에 금위사를 통해 파악한 바로는 대략 두어 달에 한 통 정도. 선편으로 동래 왜관에 도착하면 우리 파발이 가지고 도성으로 온다.
차차는 과연 편지에다 무슨 이야기를 쓸까? 인성 문제로 상희한테 깨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 계집애가 딱히 똑똑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정말 똑똑한 여자 같으면 내가 물색해 주겠다는 좋은 신랑을 마다하고 임해군을 택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기껏해야 임해군을 욕하면서 신랑 잘못 골랐다고 친정엄마한테 하소연하는 이야기나 적었겠지 싶지만, 하성군이 그러듯이 자기 일상을 줄줄이 적는 게 실은 저쪽에서 정보가 되고 있을 공산도 배제할 수는 없으니까.
이제부터라도 금위사에 명해서 차차의 편지가 동래로 가는 도중에 뜯어서 내용을 살펴보라 명해야겠다. 티 안 나게 봉을 뜯으면 별 탈은 없겠지.
– 7 –
금부도사가 자기를 찾아왔을 때 기꺼이 맞이할 사람은 없다. 그것도 의금부에 속하는 보통 금부도사가 아니라 금위사에 속한 금부도사라면 더더욱. 양자는 복장이 같지만 금위사 소속 도사는 위(衛)자를 새긴 옥패를 허리춤에 달고 있어서 이로써 구분이 된다.
“어서 오시게. 무슨 일인가?”
이조판서 이산해는 집무실로 찾아온 금부도사를 마땅치 않은 인상으로 노려보았다. 금위사 관원은 역적을 찾아내는 게 주된 임무다. 이들에게 방문을 받을만한 일은 한 적이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이판 대감. 소관은 금위사 도사 정여립이라 합니다. 전에 한 차례 만나 뵌 적이 있습니다.”
이산해는 자타가 공인하는 동인들의 수장 격이다. 성균관과 집현전 출신인 동인들은 명종이 왕위에 있던 때까지만 해도 권좌에 있었지만, 금상이 집권한 뒤로는 재야사림 출신인 서인에 밀려 고위직을 얻지 못했다.
요 몇 년 사이는 임금이 생각을 바꾸고 동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미 조정 핵심을 차지한 서인들은 굳건하게 세력을 과시했다. 삼정승 전원이 서인이고, 육판서 중에도 이산해 자신과 예조판서 유성룡을 제외한 네 사람은 모두 서인 출신이다.
조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싹 쓸어내고 새 사람을 임명하면 된다. 하지만 금상은 가능하면 조정 공론을 형성한 뒤에야 움직이려고 애를 썼다. 임금의 명을 잘 따르지 않으면서 수시로 이의를 내놓는 중신들도, 확실하게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잘 내쫓지 않았다.
지금 나타난 정여립은 본래 이이 문하에서 배운 서인이다. 하지만 이이가 죽은 뒤, 갑자기 이이를 비난하며 동인과 같은 입장을 취했다. 덕분에 서인들에게 크게 미움을 받고 있었다.
각급 관원의 인사를 이조가 담당하니, 따지자면 이산해는 정여립을 금위사에 들어가게 만든 장본인이다. 하지만 딱히 그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성품이나 행동이 금부도사 자리에 딱 맞는다는 세평을 듣고 평정 후 배치했을 뿐이다.
“얼굴은 기억이 나네. 무슨 일인가?”
“며칠 전, 우찬성 댁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여쭙고자 찾아뵈었습니다. 솔직히 말씀하시려면 좌우를 물리심이 한층 편하리라 사료되옵니다.”
정여립은 분명 입과 수염을 흔들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이산해는 뭔가 있음을 깨닫고 손짓으로 주변에 있던 관원들을 모두 내보냈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정*여립이 탁 터놓고 질문했다.
“그날 우찬성 댁에서 오간 이야기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만.”
순간 이산해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날 있었던 이야기는 머릿속에서 지울 생각이었다. 감히 임금을 두고 불경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을 하다니, 용납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허나 악의 없이 들으면 그냥 넘겨들을 수도 있는 한탄일 뿐이었다. 윤승구도 임금을 대놓고 저주하거나 탓하는 말들을 쏟아내지는 않았다. 단지 조정 안에 있는 신하들이 임금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다고 힐난했을 뿐이다.
“별로 할 말이 없네만.”
“소관도 들어서 아는 바가 있기에 대감께 여쭙는 것입니다. 아무리 신분이 높은 이라 한들, 감히 상감마마께 불경죄를 저질러서는 아니 되지요. 대감께서도 동의하시리라 믿습니다.”
이산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금위사 도사는 이미 그날 있었던 일을 거의 파악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찾아온 의도가 대충 짐작이 갔다.
“대감, 소관은 이미 고변을 받았습니다. 하려고만 하면 당장 전하께 고하고, 어명을 받아서 죄인들을 추포할 수도 있습니다. 문초가 시작되면 죄인들은 죄상을 자백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게 되지요. 하지만 확인이 부족한 상태에서 억울한 이를 잡을까 염려가 좀 됩니다.”
“본관이 어떻게 대답하기를 바라는 거요?”
“그날 있었던 일을, 대감께서 보신 그대로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소관이 탐보한 내용과 대감께서 말해주신 바를 대조하여 진실로 심문해야 할 이를 가려내겠습니다. 어찌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소관은 대감께서는 절대 그런 일에 가담하지 않으셨다고 믿으니까요.”
금위사 도사라고 하면 평소에는 큰 힘이 없지만, 역모가 관련되면 무소불위의 힘을 갖는다. 아직 어명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밀스럽게 찾아왔다고는 하나 이산해가 망설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과연 그날 오간 대화를 어떻게 이 철새 같은 자에게 들려줄 것인가?
“대감! 금위사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주상께서 도사 정여립을 찾으신답니다!”
고민은 타의에 의해 끝났다. 급히 들어온 낭관의 전언을 듣고서 자리에서 일어난 정여립이 싱긋 웃으며 이산해에게 부드럽게 경고를 날렸다.
“전하께서 소관을 부르셨군요. 상세한 연유는 모르겠으나 대략 짐작이 갑니다. 유감이지만 오늘 얘기는 이만 끝내지요. 대감께는 다음에 다시 찾아뵈어야겠습니다. 대감, 기억해 주소서. 소관이 비록 성균관에서 수학하지는 못했으나, 생각과 행동은 엄연히 동인이 아닙니까.”
웃으며 일어난 정여립이 밖으로 나갔다. 이산해는 이를 악물면서 고민 섞인 한숨을 토했다. 지금 이 순간은 과연 위기인가, 기회인가?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았다.
– 8 –
정여립, 우리 역사에서는 정여립의 난을 일으킨 주역으로 기억되는 사람.
각성한 뒤에 바로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그리 오래는 지나지 않았을 때 정여립이 생각났다. 그래서 조회해 보았다. 과연 이 양반이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하고.
이미 난을 일으켰다가 죽었을까? 역사가 바뀌어서 증발했을까?
결과는 의외였다. 뜻밖에도 정여립은 금부도사, 그것도 금위사 소속이었다! 게다가 경성군이 금위사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바람에 사실상 일개 정5품 금부도사인 정여립이 금위사 총수나 마찬가지였다.
저쪽 세상에서는 대역죄인으로 일가가 몰살된 사람이 이쪽 세상에서는 비밀경찰 총수라니?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상황이 워낙 재미있어서 정여립의 보직을 바꿔주지 않고 금부도사 자리에 계속 유임시켰다. 과연 이 양반을 이 자리에 두면 무슨 짓을 해낼까 싶어서 말이지.
과연 정여립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배짱을 보여줬다. 금위사 재정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왕에게 직접 호소해서 해결하려 들다니,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하는 게 하도 기특해서 내수사에서 내탕금을 듬뿍 내려주었다.
다만 차차와 임해군이 혼인했을 때는 사전에 조짐을 깨닫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뭐 그거야 경성군이 축소한 조직이 아직 회복되지를 않아서 탐지역량이 부족했던 탓이니 할 수 없겠지. 지방관이나 고관들 감시도 벅차서 임해군처럼 찌질한 놈까지 커버할 능력이 없었으니까.
어쨌든 1년이 지난 지금은 첩보조직인 대동계 ? 이거 원래는 정여립이 만든 민병대 비슷한 사조직이었을 텐데 ? 조직도 인원을 확충해서 웬만한 고관, 종친들 집에는 다 들어가 있다. 다만 실패의 근원인 차차의 내당에는 왜인뿐이라 도저히 우리 사람을 심을 수 없었지만.
하지만 편지를 중간에 가로채는 건 쉬운 일이다. 그렇다 해도 남을 통해 내릴 만한 지시는 아니기에, 정여립을 직접 호출해서 구두로 밀명을 내렸다. 내 지시를 접수한 정여립이 성공을 다짐하더니 조심스럽게 한 마디를 꺼냈다.
“전하. 아직 확증을 잡지는 못하였으나, 전하께 고해야 할 일이 하나 있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