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334
2부 1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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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밑 경무대. 내 전용 승마장과 사격장이 있는 곳이다. 현대에 청와대가 있는 바로 그 자리다. 부지 전체에 3미터 높이로 담장을 둘러쳤고, 모퉁이에는 망루를 두어 내가 올 때면 그 위에 내금위 군사들을 올려 지키게 했다.
“옛날이랑은 많이 달라졌네?”
“이번에는 좀 조심해서 살려고.”
연산군 시절에는 사격이나 승마를 하고 싶으면 그냥 내금위 훈련장에 가서 했다. 상희랑 말 타고 데이트하던 풀밭도 그런 훈련장 중 하나였다. 얼마전에 가보니 그새 누가 거기다 밭을 갈았던데, 잡아다가 치도곤을 안길까 하다가 꾹 참고 넘겼다. 나 참 많이 유해졌구나.
“그때 경호 허술하게 하고 궐밖에 나다니다가 사이비 교주놈이 보낸 자객한테 화살 맞을 뻔 했고, 결국 대마도 왜놈한테 칼 맞고 죽었잖아. 이번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두 번째 생을 시작하고는 확실히 그전보다 경호에 민감해졌다. 예전처럼 혼자 하는 외출은 절대 안 한다. 어쩌다 한번 나가야겠다고 결심하면 내금위에서 3명 정도는 꼭 데리고 나간다.
보호장구로는 솜을 둔 누비조끼를 먼저 입는다. 그 위에 쇄자갑을 입고 다시 질긴 비단을 씌운 가죽조끼를 입는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일상복을 입는다. 내가 원체 몸이 호리호리한 편이라 이렇게 껴입어도 딱히 이상해 보이지는 않았다.
“전부터 묻고 싶었는데, 그렇게 껴입어도 안 더워? 무겁지 않아?”
“덥고 무겁지. 그래서 지금은 안 입었잖아.”
지금은 상희와 함께 패라리를 타고 연습장을 도는 중이다. 예전처럼 궐 밖에서 드라이브를 즐길 수는 없으니, 이 정도로 만족할밖에.
다리를 곱게 모은 상희를 안장 앞에 앉히고 유유히 마장을 여섯 바퀴쯤 돌았다. 내관이나 상궁들은 저만치 떨어져 있고, 말발굽 소리가 목소리를 덮어주니까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기 좋은 기회다.
“두 달 동안 애기 옆에만 붙어 있다가 밖에 나온 기분이 어때?”
“그걸 말로 해야 알아?”
상희가 귀엽게 눈을 흘겼다. 하긴, 육아는 확실히 힘든 일이다. 많은 궁녀와 내관들이 옆에 붙어서 도와주지만, 애를 키운다는 게 쉽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잠자코 있자 상희가 앞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다.
“그래도 엄마가 되었다는 실감은 확실히 나. 80년 전, 아니 8년 전에 낳았던 그 아기는 내 손으로 안아보지도 못했잖아. 그래서 내가 정말로 그 애를 낳았는지, 안 낳았는지도 이제는 혼란스러워. 지금 알아볼 수는 없겠지?”
“80년 전 일이라…정 도사 아저씨도 죽은 지 오래니까. 딸들 다 시집가서 집에 남은 자식도 없었으니 물어볼 사람도 없고.”
상희는 내가 설마 내 자식이기도 한 자기 아이 일로 거짓말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거짓말을 하는 게 좀 미안하지만, 얘가 충격 받을 거 생각하면 그냥 덮는 게 맞겠지. 또 정일한을 막상 찾아서 데려와보면 우리는 하나도 안 닮고 정호찬 빼다 박았을지도 모르잖아.
“참, 나 권총 쏘는 거 한 번 볼래?”
화제를 돌릴 겸 말에서 뛰어내려 말안장에 꽂아둔 새 권총을 뽑아들었다. 내 거동을 살피던 내금위 무사들이 얼른 공터 한편에 기둥을 세웠다. 기둥 위에는 내 팔뚝만한 호리병 한 개가 매달려 있었다.
거리는 대략 10m. 강선이 없는 활강식 권총이지만 잘 조준하면 저 정도 크기 표적은 맞힐 수 있다. 두 손으로 손잡이를 감싸쥐고, 한 눈을 감고 가늠자와 가늠쇠를 겹쳐보면서 표적을 겨냥했다. 천천히 방아쇠를 당기자 격침이 튀면서 부싯돌이 철판을 때리고 불꽃이 일었다.
“명중이옵니다!”
옆에 비켜서 있던 내금위가 크게 함성을 올렸다. 패라리 위에 타고 구경하던 상희도 활짝 웃으며 박수를 쳤다. 나는 은근슬쩍 폼을 잡으면서 총구에서 나오는 연기를 훅 불었다.
탄환이 정확히 어느 부분을 맞혔는지는 모르겠다. 호리병은 그냥 박살이 나서 떨어졌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10m 거리에서 이 정도 정확성이면 실전용으로는 충분한 셈이다.
“잘 맞는데? 이 권총도 강선 넣은 거야?”
“아니, 여기는 강선 안 넣었어. 격발기 만드는 비용이 너무 비싸서 강선 파는 비용이라도 아낀다고 안 팠대.”
옛날 후장조총이나 귀차를 만들던 시절의 김지라면 분명히 이 권총에도 강선을 팠을 거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자기가 만드는 발명품마다 비용 문제로 태클이 걸리니까 의기소침했는지, 아니면 현실과 타협했는지 몰라도 이 권총에는 강선을 파지 않았다. 탄환은 미니에탄이지만.
내가 쏠 때는 제법 명중률이 나오는데, 그거야 순전히 내가 두 손으로 총을 잡는 현대적인 권총 사격법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덕이다. 게다가 두 발로 단단히 땅을 딛고 있지 않은가. 만약 역사에서 그랬듯이 달리는 말 위에서 한 손으로 쏜다면? 과연 맞을까?
이 권총은 화승총을 쓸 수 없는 기병용으로 개발한 거다. 말 위에서 쏘는 단발 권총이라면 솔직히 강선을 파더라도 거의 안 맞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이 권총을 강선 없는 채로 양산하도록 승인했다.
“그렇게 안 맞으면 어떻게 써? 총이잖아?”
“적하고 격돌하기 직전에 한 방 쏴서 적진 대열을 무너뜨리는 용도로 쓰는 거지. 이래봬도 총은 총이니까 일단 맞으면 갑옷도 뚫거든. 멀리서 활 쏘다가 가까이 가면 총알 한 방 쏘고, 그리고 바로 집어넣고 칼이나 편곤 들고 돌입하는 거야. 아니면 이걸로 그냥 후려치든지.”
창을 들고 돌입하는 중기병과 권총을 쏘고 돌입하는 경기병. 양자는 분명 특성이 다르지만 상황에 따라 적절히 투입하면 좋은 성과를 이루리라 믿는다. 중기병은 정면결전에 강하지만, 경기병은 패주하는 적을 추격해 섬멸하거나 정찰을 하는데도 효용이 좋으니 말이다.
어차피 세상에 무적의 단일병과 같은 건 없다. 중세의 기사들도, 2차대전 독일군 전차대도 그들을 지원해주는 다른 병과 없이는 전장을 지배하지 못했다. 미 공군이라고 해도 비행기만 가지고 세상을 제패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런 큰 변화를 일궈낸 공으로, 김지는 무묘에 배향되었다. 이장곤 이후에 추가된 첫 무묘 배향자다.
대장장이가 무슨 무공을 세웠냐고 조정에서 다소 반발도 있었지만, 무공을 세울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한 이에게도 무공을 세운 이 못지않은 공이 있다는 내 주장이 결국 받아들여졌다. 덤으로 벼슬도 내렸다. 우의정에 추증해서 그 공을 깊이 기리기로 했다.
“듣기는 좋지만…그렇게 무기 계속 바꾸다간 중간에 하나 떨어트릴 것 같은데. 실제 전쟁은 게임처럼 버튼 한 번 누르면 휙휙 무기가 바뀌는 게 아니잖아.”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실수를 범하지 말자고 하는 게 훈련 아닌가. 반복해서 숙달하면 다들 잘 다루게 될 거다. 내 자신만만한 대답을 들은 상희는 주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살짝 한숨을 쉬었다.
“그래, 확실히 몸에 배면 다르긴 하지. 수학 문제풀이처럼.”
아, 수학. 그러고 보니 이달부터 상희가 주관하는 수학, 아니 산학 수업이 시작될 예정이지. 관상감에 있는 산관(算官)들을 상대로 하는 수학 수업은 원래 내가 기초부터 좀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동안 국사가 다망했던 관계로…험, 커험, 엣헴.
“나름 준비는 하고 있는데 걱정이 좀 되네. 기호나 용어는 정말 우리가 배운대로 써도 되는 거야? 그리고 산관들이 내 말을 잘 들을까? 후궁이 내외도 안 하고 건방지게 군다는 소리나 듣는 거 아냐?”
“내가 네 뒷배경인데 누가 감히 말을 안 들어? 그리고 넌 원래 의녀 출신이라서 내외 같은 거 신경 안 쓴다고 넘기지 뭐.”
상희가 예전보다 좀 소극적이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예전 남장하고 살던 시절보다, 아니 의녀로 살던 시절보다 더. 역시 엄마가 되고 지킬 게 생겨서일까? 중전이 그렇듯이.
중전은 내가 세자를 폐하려고 하면 날 먼저 폐하겠다고 나서고도 남을 거다. 어쩌면 상희도 그럴지도 모르지. 어째 메인 히로인 둘이 다 한 성격 하는구만. 이럴 때는 내 앞에서 제대로 기도 펴지 못하는 다른 후궁들이 대하기 편하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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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ia est omnis divisa in partes tres, quarum unam incolunt Belgae, aliam Aquitani, tertiam qui ipsorum lingua Celtae, nostra Galli appellantur. Hi omnes lingua, institutis, legibus inter se differunt. Gallos ab Aquitanis Garumna flumen, a Belgis Matrona et Sequana dividit.”
“유창하십니다, 정말 능숙해지셨군요.”
세스페데스가 진심으로 칭찬했다. 이 젊은이는 라틴어를 정말 빠르게 익혔다. 2년이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 배웠을 뿐인데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를 유창하게 읽을 정도라니!
“이야기가 재미있고, 교사가 좋았던 덕분이오.”
형조정랑 이항복이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든 양서(洋書)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두 사람이 담소를 나누는 이 방은 남만사 안에 있는 서재였다.
“라틴어는 유럽인들도 배우기 힘들어하는 어려운 말입니다. 조선이나 중국 언어와는 형태가 전혀 다르지요. 그럼에도 나리께서는 이리 빨리 익히시니, 실로 천재이십니다.”
이항복은 나이도 젊고 품계도 정5품에 불과했지만 세스페데스는 극존칭을 써서 상대했다. 조정에서 꾸준히 성당을 찾는 유일한 사람이고, 장래 입교할 가능성이 가장 높 ? 다고 자신은 생각했다 ? 은 귀족이다. 게다가 국왕의 총애도 두텁다.
이런 귀한 사람이 꾸준히 드나들기만 해도 성당은 조선인들에게 영향력 있는 곳으로 비칠 수 있었다. 세스페데스는 이항복이 하루빨리 입교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신앙을 전달하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서라면 찾아올 때마다 대접하는 포도주와 카스텔라 정도는 아깝지 않았다.
“그대가 보기에는 내 라틴어 솜씨가 괜찮은 편이오?”
“괜찮은 정도가 아닙니다. 성서를 읽고, 갈리아 전기를 읽을 정도이지지 않습니까? 어설픈 사제들보다 훨씬 뛰어난 솜씨입니다.”
상대를 잔뜩 추켜세운 뒤 세스페데스는 준비해두었던 선물을 내놓았다. 검은색 가죽표지로 장정한 성서와 갈색 가죽표지로 멋지게 장정한 갈리아 전기였다. 둘 다 표지에서 광택이 나는 새것이었다.
“나리께서는 이미 라틴어를 능숙하게 읽으시니, 이 책들을 선물하고자 합니다. 부디 기쁘게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고맙소. 성의를 생각해서 감사히 받겠소.”
책을 받아든 이항복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세스페데스가 급히 따라 일어섰다.
“등청할 시간이 다 되어 오늘은 좀 일찍 가야겠소이다. 다음에 또 봅시다.”
“안타깝군요. 조심해 가십시오.”
이항복이 탄 가마가 노고산을 내려와 도성을 향했다. 서대문까지 절반쯤 왔을 때 이항복이 가마꾼들에게 멈추라고 지시했다. 가마를 땅에 내려놓게 하고 가마꾼들을 멀찍이 떨어지게 한 뒤 잠시 기다리자 그가 아는 얼굴 하나가 덤불 사이에서 나타났다.
“이리 가까이 오너라.”
이항복은 새로 나타난 방문객을 손짓으로 자기 가마 옆으로 불렀다. 사실 이자는 남만사에 머물면서 세스페데스를 받드는 요한이라는 조선인 하인이었다.
요한이 가마 옆에 바짝 다가서자 이항복이 나지막하게 지시했다.
“이제부터는 남만승이 동래로 보내는 편지를 파발에게 맡기기 전에 금위사로 가져오너라. 물론 기존에 수행하던 동향 파악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벽란도로 남만선이 바로 들어오게 되었지만 세스페데스는 여전히 동래를 통해 일본 경유로 마카오에 보내는 보고서를 발송하고 있다. 프로이스를 일단 거쳐야 할뿐더러, 벽란도로 오는 배는 많아야 1년에 3번 정도 들어올 예정이지만 일본으로 가는 배는 훨씬 많기 때문이다.
애초에는 보고서의 한문본을 따로 제출해서 검열받게 했었다. 하지만 라틴어 원본은 어차피 해독이 불가능했고, 상감은 무의미한 검열제를 폐지해 버렸다. 그 뒤로는 자유롭게 보고서가 바다를 건너가고 있다.
다만 선교사가 일본에 보내는 편지를 뜯어보는 데는 한 가지 장애가 있었다. 잠시 망설이던 요한이 그 점을 지적했다.
“나리께서 라틴어로 된 편지를 읽을 수 있게 되셨음은 저도 압니다. 하지만 파드레(신부)가 보내는 모든 편지는 밀랍으로 봉합니다. 봉인을 상하지 않고는 뜯을 수가 없습니다.”
“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너는 편지를 가져오기만 하면 된다.”
“예, 나리.”
요한이 다시 덤불 속으로 사라졌다. 이항복은 가마꾼들을 불러 다시 가마를 출발시켰다.
봉인? 그게 뭐가 중요한가. 빨간 밀랍과 인장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세스페데스가 쓰는 것과 똑같은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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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당주 시마즈 요시히사가 무릎을 꿇었다. 히데요시 군이 서쪽에서 사쓰마에 침입하려 하는 바로 그 순간까지 요시히사가 이끄는 시마즈 군 주력부대는 본국으로 귀환하지 못했다. 오토모 군을 비롯한 별동대 5만이 치열하게 붙들었기 때문이다.
8만을 넘는 히데요시 군을 막을 병력은 요시히로가 지휘하는 1만 밖에 없었다. 각지에 있는 여러 성에 들어가 있는 병사들이 있긴 하지만, 8만 대군에게는 그 성들을 모두 포위하고서도 남은 병력으로 시마즈 가문 본성인 가고시마 성을 공격할 힘이 충분했다.
“이렇게 되리라고 예상하셨소?”
“물론이지요.”
하성군이 경탄하는 모습을 보며 히데요시는 점잔을 뺐다. 이번에 거둔 승리는 손실도 거의 없었기에 하성군에게 위용을 뽐내기에도 적절했다.
“옛 병서에서 이르기를, 대군으로 적을 위압하여 싸우지 않고 항복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상책이라 하였소. 이번 싸움은 그 말이 실로 정확히 실현되었다 하겠소이다.”
통역을 맡은 고니시는 히데요시가 건네는 짤막한 말을 가능한 길게, 교양있어 보이는 말로 바꾸어서 하성군에게 전했다. 히데요시는 고니시가 뭐라고 말하는지 정확하게는 몰랐지만 그 대략적인 방향은 알았다. 그래서 거드름을 피우며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신나게 지껄였다.
“이제 이 앞 벌판에서 시마즈가 노부나가 님께 무릎을 꿇었다고 인정하는 항복식을 거행할 거요. 그러면 일본 66주, 천하통일이 정말로 이루어지는 거요!”
흥분한 히데요시는 말에 탄 채 신나게 떠들었다. 일본 통일이, 비록 노부나가를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히데요시 자신의 손에 의해 완수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히데요시는 아케치를 잡았고 모리를 항복시켰으며 이제 시마즈를 무릎 꿇린 참이다. 태생이 어쨌건, 그 공훈에서는 누구도 히데요시를 이길 수 없었다. 주군인 노부나가에게 둘도 없는 친우이자 동맹자, 이에야스도 히데요시만한 공은 세우지 못했다.
항복식 참관 제의를 수락한 하성군은 가마를 타고 히데요시와 함께 식장으로 가는 중이다. 격식을 차린 자리에 참석하느라 옷도 새 관복으로 차려입어 확연히 눈에 띄었다. 전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해 갑옷을 벗지 않은 히데요시가 그 수행무관으로 보일 정도였다.
“자, 저기 기치가 펼쳐진 곳이 항복식장이오!”
시마즈 가문은 마지막 자존심인지 항복식장을 자기들이 손수 꾸미겠다고 우겼다. 어려울 것 없는 청이므로 히데요시도 받아들였다. 유쾌한 기분으로 다가가니, 마중할 생각인지 시마즈 쪽 장수 한 사람이 말을 타고 다가왔다. 활을 들고 있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히데요시를 둘러싸고 있던 기마무사 한 사람이 앞으로 나가 물었지만 상대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히데요시가 그 거만한 태도에 인상을 찌푸리는 순간 뒤를 따르던 오타니 요시츠구가 갑자기 말을 몰아 그 앞을 막았다.
“주군, 아무래도 저 자가 수상합니다!”
히데요시가 왜 그러느냐고 물을 틈도 없었다. 길을 막은 시마즈 군 무장이 번개같이 빠르게 활에 화살을 매기더니 곧바로 시위를 놓았다. 창공을 가른 화살은 분명히 이쪽으로 날아왔다. 히데요시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으, 으앗!”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눈을 뜬 히데요시는 적이 쏜 화살이 자신이 아니라 하성군을 노렸음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