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338
2부 1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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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납을 절반으로 줄인 결과 백성들이 지는 부담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 대신 다른 세금이 늘어난 건 아니므로 조정으로 들어오는 세금 수입은 격감했다. 대명무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수익이 제법 나온 덕분에 충격을 일부 완화할 수 있었다.
“흠, 중국에서는 금이 값이 싸구나.”
이키 섬을 통해 들어온 일본 시장 현황자료와 오씨가 가져다준 중국 시장 현황자료를 보니 중개무역의 가능성도 보였다. 중국인들은 은을 귀하게 쳐서 다른 나라보다 금이 싸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금을 좋아해서 금 가격이 중국보다 훨씬 비싸다.
중국산 비단과 명주실도 일본 시장에서 인기가 좋다. 다만 이건 포르투갈 상인들과 해금령 해제로 직접 배를 띄운 중국 상인들이 이미 시장을 꽉 잡고 있어서 우리가 끼어들 틈이 없다. 다른 상품들도 마찬가지라, 환차익을 노리는 돈놀이 외에는 할 게 없다는 결론이 곧 나왔다.
“내년에는 인삼 대금 중 일부는 금으로 받도록 하라. 그 금을 왜인들에게 넘기고 대신 은을 받으면 직접 은으로 받는 것보다 더 많은 은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예, 전하.”
호조판서를 비롯한 경제 관련 신료들은 내 지시를 바로 이해했다. 약간 수고를 들여서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다면 사양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남만선과 거래를 할 때도 가능하면 우리 물건값으로 현물 대신에 은을 받도록 하자. 쟤들, 어차피 신대륙에서 은 가지고 와서 중국 물건 사갈 거잖아. 우리 상품을 팔아서 그 은을 우리 쪽으로 유입시키면 이놈의 쌀본위제를 끝내고 금화, 은화를 쓸 수 있다.
필요한 건 은뿐이다. 금은 우리가 캐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 그동안 경험 있는 금점꾼들을 대거 투입해서 연해주 일대에서 사금광을 찾았고, 한동안 허탕을 쳤지만 결국 금맥을 파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생산이 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연해주 일대에서 얻은 사금만 해도 200근(120kg)에 달한다. 주된 노동력은 전가사변에 처해진 죄수들과 해서부 포로들인데, 더 많은 노동력을 투입하고 작업구역을 확대한다면 채취량은 더 늘어날 수 있을 거다. 톤 단위 생산도 가능할 듯하다.
생각 같아서야 귀찮은 논의 없이 내 마음대로 돈을 쓸 수 있게 금광도 전부 내수사 관할로 넣고 싶다. 하지만 이게 후대에 어떤 임금이 나타날지 모르니, 호조로 넣는 게 안전하겠지? 잠깐, 그러고 보니 같은 고민을 연산군 때도 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준비금을 쌓을 수 있게 되긴 했지만 당분간 금화나 금태환 지폐를 발행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무엇보다 잔돈 노릇을 할 은이 아직 부족하다. 게다가 금태환 지폐가 나오면 분명 위조지폐가 미친 듯이 쏟아질 거다. 그걸 가려내고 단속하는 것도 엄청난 비용이라서….
쌀태환 지폐를 쓰는 지금도 어쩌다 위폐가 나온다. 하지만 처벌이 엄한 데다가 ? 주동자는 사형, 일가는 전가사변 ? 원료인 종이 자체가 비싸니까 위폐를 만들어도 이문이 박해서 자주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쌀태환이 아닌 금태환 지폐라면…말할 필요가 없을 거다.
당분간은 연해주를 비롯한 여러 광산에서 캔 금은 호조에서 파견한 감독관이 철저히 수거해오게 해서 호조 금고에 쌓아둬야 할듯하다. 사금 상태 그대로나 혹은 금괴로 만들어서 무역 결제나 유럽인 용병, 기술자들에게 주는 보수로나 사용해야겠지.
“전하, 소용 이씨가 관상감에 산학을 교습하는 일로 뵙고자 하옵니다.”
돈 문제로 호조 관리들과 끙끙거리는데 갑자기 상희가 왔다는 전갈이 들어왔다. 마침 오늘 논할 부분도 대충 끝났기에 회의를 이만 끝내기로 했다.
“알겠다. 향원정에서 기다리라 전해라.”
“소첩이 전하를 뵈옵니다.”
“어서 오시오. 강의는 잘 진행하였소?”
상희가 산관들에게 산학을 가르치게 하겠다고 발표하자 조정이 발칵 뒤집혔던 기억이 난다. 예상했던 반응이라서 딱히 놀라지는 않았다. 나는 신하들하고 싸우는 대신 산관들과 상희가 마주 앉아서 수학문제 풀기 배틀을 벌이도록 했다. 당연히 산관들의 완패였다.
상희의 수학 실력에 대해 할 말이 없어진 조정 신하들은 상희가 여자라는 점을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이 반대도 논리적으로 뚫을 수 있었다. 산관은 의관과 마찬가지로 잡과에 속한다. 그런데 여자는 의과에 응시할 수 있다. 그럼 산관이라고 해서 못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참, 상희는 본래 종4품 숙원이었지만 아들을 낳고서 정3품 소용으로 급이 올랐다. 생각 같아서야 정1품 빈으로 올리고 싶지만, 남들 눈치가 좀 보여서 참았다. 다른 후궁들도 다 여러 단계를 거쳐서 올라갔는데 얘만 갑자기 올리는 것도 좀 그래서 말이지.
다행히 상희는 자기 품계 같은 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내가 거느리는 다른 후궁들은 품계가 높건 말건 자기한테 경쟁상대조차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물론 중전 눈 밖에 나면 안 되니까 자기보다 품계가 높은 후궁들에게 꼬박꼬박 예의는 지킨다.
상희도 중전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알았다. 자기가 직접 옆에서 보고 느낀 바도 있고, 내가 해준 이야기도 있다. 특히 넷째 공주를 낳았을 때 당했던 임신공격 이야기에는 상희도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과연 다지 손녀답다고 했다.
어쩌다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저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수학 수업이 시작된 지 이제 두 달이다. 본래 약속대로라면 아직 ‘출산휴가’ 중이어야겠지만 내가 서둘러달라고 부탁했다. 수학 발전 문제도 상당히 서둘러야 할 분야라서. 대신 수업은 5일에 한번이다.
수업을 준비하면서 마주한 첫 번째 문제는 조선에서는 계산기는커녕 주판도 안 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동안 웬만한 계산을 다 암산으로 해치우거나 신하들에게 계산해 오라고 시켰던 나는 전혀 몰랐고, 상희도 필요가 없어서 알 일이 없었다. 세상에, 나뭇가지로 계산을 하다니.
더 놀랐던 건 그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산목(算木)이라는 나뭇가지 계산법으로 별의별 계산을 다 해내는 점이었다. 난 도무지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안 가는데, 상희는 그걸 듣고서 계산법을 이해하는 듯해서 더 무서웠다.
“주판은 도저히 쓰려고 안 해. 쓰기 싫대.”
“익숙한 걸로 계속 쓰라고 해. 별수 없지.”
인사는 정자 입구에서 했지만, 대화는 정자 안쪽에서 이어졌다. 듣는 귀가 멀어지니 자연히 이야기를 주고받기가 편해졌다.
“산관들 계산실력은 진짜 우수하더라. 4차 방정식도 그 산목으로 막 풀어. 그래서 기본적인 부분은 다 뛰어넘고 곧바로 고등학교 수학 기준으로 하는 중이야. 삼각함수부터 하고 로그랑 미적분 순으로 해야지.”
“삼각함수표랑 로그표도 없이…?”
“웬만큼은 내가 기억해. 내가 기억 못 하는 나머지는 산관들한테 계산법 가르치고 계산하게 시키면 되잖아? 수학이 직업이면 그 정도는 해야지.”
“너, 갑질 익숙해졌다?”
둘이 마주 보고 피식거리며 웃는데 내관 하나가 급히 달려왔다. 무슨 일인가 하고 표정을 가다듬은 뒤 그쪽을 보니 내관이 급히 보고했다.
“전하, 스스로를 일본국 살마주 도진가 영주의 아우 ‘도진세구’라 하는 한 왜인이 일기도주 종의지가 쓴 소개장을 들고 동래부에 도착하였다 합니다. 귀순을 청한다 하는데, 동래부사가 어찌 조치할지를 여쭙고 있습니다.”
살마주? 그거 사쓰마잖아. 도진은 시마즈(島津)고. 도진세구? 영주의 동생? 그게 누구더라?
머릿속 인명록이 휙휙거리며 넘어갔다. 요즘 일본 정세에 신경을 쓰느라 웬만한 유명인사들 한자명이랑 일본식 발음은 다 공부했다. 도진세구, 시마즈…도시히사다! 시마즈가 당주 4형제 중 셋째! 그런 놈이 왜 혈혈단신으로 조선에 귀순을 해? 혹시 히데요시 규슈 정벌 때 찍혔나?
“장계는 승정원에 있으렷다? 승정원으로 가겠다!”
상희에게 양해를 구하고 얼른 발길을 옮기려는데 또 다른 내관이 왔다.
“전하, 광해군이 입궐하였사옵니다. 하성군이 보낸 편지를 가져왔다 하옵니다.”
아이고, 몇 달만이긴 해도 편지가 온 걸 보니 죽지는 않은 모양이다. 혹시 그 안에 시마즈 도시히사 귀순에 대해 그 연유를 파악할 뭐가 있을지도 모르니, 같이 개봉해 보면 되겠다.
“광해군에게 승정원으로 들라 하라!”
“예, 전하.”
상희가 내민 뺨에 살짝 입을 맞춰 주고 서둘러 승정원을 향해 걸었다. 도시히사 귀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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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즈 가 셋째가 망명할 정도라면 규슈에서 보통 일이 일어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 편 사람이 보낸 이야기부터 읽고 배경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먼저 하성군의 서한부터 읽어보라.”
편지 서두는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전장을 돌아다니다가 몸이 상해 한동안 운신하기 힘들었는데, 그 사실을 곧이곧대로 이야기하면 아들 광해군이 걱정할까 봐 편지를 쉬었다고 했다.
‘걱정은 개뿔.’
이 편지의 진짜 수신인은 광해군이 아니라 나다. 편지를 쓰는 하성군 자신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 이런 소리를 하는 건 자기 게으름에 대한 면피일까? 하지만 영 이상하다. 이제까지 하성군이 이렇게 보고서를 빼먹은 적이 없었단 말이다.
어쨌든 그 뒤에는 히데요시의 규슈 정벌 과정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히데요시가 얼마나 군사를 과감하게 움직이는지, 규슈에 있는 여러 호족들이 그 위세에 감히 대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는지가 말이다. 제대로 된 싸움은 아예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다만 시마즈 군 복병들이 길목을 막고 기습을 감행한 적이 한 번 있었는데, 하성군에게도 화살이 날아들었으나 마침 수행하던 원균이 몸으로 화살을 막았다고 했다.
『그러하오니, 청컨대 신을 위해 몸을 던진 현신교위 원균에게 적절한 상급을 내려주소서.』
원균이 하성군에게 날아드는 화살을 몸으로 막았다고? 설마. 화살이 날아오니까 허둥대다가 그만 자기가 맞고 자빠진 거겠지. 어쨌든 만사는 결과가 말하는 거니, 종5품상 현신교위에서 정5품상 과의교위 정도로는 올려주마.
헌데 안타깝다. 어깨에 맞아 살짝 다치고 말았다니 말이다. 기왕 대신 맞는 거, 좀 제대로 맞아서 아예 골로 갔으면 종3품상 보공장군 정도는 내려줬을 텐데. 벼슬도 병조좌랑 정도는 추증해주고.
사실 그 화살이 빗나가지 않고 제대로 하성군에게 맞았다면, 그건 그거대로 괜찮다. 내게는 정치적으로 엄청난 호재가 되었을 뻔했으니까 말이다. 실질적으로는 인질이라도 형식상으로는 분명 우호의 상징으로 주재하던 사절이다. 그런 하성군이 저격당한다?
노부나가가 일부러 죽인 건 아니라 해도, 제대로 보호하지 않은 책임은 분명 있다. 그러면 나는 이를 빌미로 해서 노부나가에게 온갖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 하성군의 원수를 갚겠다며 일본을 침공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이권이나 영토를 뜯어낼 수는 있었다. 여러모로 아쉽다.
“헌데 이 자는 왜 귀순했다고 하느냐? 거느리고 온 부하는 얼마나 되고?”
차마 아들이 듣는 앞에서 하성군이 죽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여 화제를 도시히사 쪽으로 돌렸다. 정말 왜 넘어온 거지, 시마즈 가문 항전파 수장이라도 되나?
“노부나가, 히데요시 두 사람을 적대했기에 왜국에 머무를 수 없다고만 말했다 합니다. 또 데려온 수하는 시종 세 명뿐입니다.”
“일단 도성으로 올려보내게 하라. 내 직접 만나보고 처분을 결정하겠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주 요시히사의 친동생이다. 필시 뭔가 사정이 있어서 넘어왔으리라. 한번 만나나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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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상감께서 또 이 귀한 것을 보내주셨구나.”
나이든 모친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상자 속에는 갈색과 노란색으로 곱게 구운 밀떡, 아니 설고가 들어 있었다. 선친의 묘를 지키다 급히 전갈을 받고 내려온 두 형제도 깜짝 놀랐다.
“재작년에 처음 상을 당했을 때 한 번을 보내주시고, 작년 기일에 또 한 번 보내주시더니 올해도 또 보내주실 줄은 몰랐구나.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하겠느냐.”
장남인 이희신이 아무 말 없이 동생을 돌아보았다. 자신은 관직도 없이 고향에서 보통 시골 사대부로 살아가고 있는 처지니, 임금이 신경을 쓴다고 하면 동생 때문임이 분명했다. 동생은 비록 무관이지만 큰 전공을 세워 종3품 보공장군이라는 높은 품계에 있다.
동생과 함께 근무하던 이들은 지난번 부여주에서 또 난리가 났을 때 다들 출진해서 상급을 잔뜩 받았다. 동생도 상중만 아니었다면 필시 대공을 세워서 또 벼슬이 오르고 상급도 많이 받았으리라.
“네가 전하께 편지를 드리는 게 좋겠다.”
희신이 옆에 선 동생에게 일렀다. 바로 아래 동생이지만 열 살이나 차이가 난다. 7년 전에 둘째가 요절한 탓이다.
“상을 치르느라 벼슬을 물리고 여기 내려와 있어도 녹봉을 내려주시고, 이렇게 귀한 식물(食物)까지 내려주시니 마땅히 감사를 드려야 하지 않겠느냐.”
“예, 형님.”
이순신도 상자 가득 든 설고를 보며 감격하는 중이었다. 도성에서도 남만사에 가서나 맛볼 수 있다는 이 귀물을 몇 번이나 내려주다니! 정말 보통 은혜가 아니다. 이 설고는 워낙 달고 부드러워서 노모가 드시기에는 정말 좋았다.
이 은혜는 편지 정도로 보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직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지만, 이제 삼년상이 거의 끝났으니 담제(?祭)를 지내는 대로 출사하여 변방에서 최선을 다해 오랑캐를 막아내며 공을 세워야 하리라. 상감께서 베푸신 은혜를 갚는 길은 오직 그뿐이었다.
물론 이건 상복을 완전히 벗은 뒤의 일이다. 지금 당장은 형님의 권유대로 감사 편지부터 써야 하겠다. 예조판서로 있는 친우 서애에게 보내서 상감께 올려달라고 부탁하면 충분하겠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