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344
2부 1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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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으로 실어 보낼 답례품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호피 열 장과 살아있는 호랑이 한 마리 외에 질 좋은 초피 2000장, 산호 단추를 단 담비가죽 겉옷 열 벌, 명나라에 조공품으로 바치는 최고급 한지와 부채, 화문석에다가 도자기, 나전칠기, 유기 등등.
덤으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선물로 최고급 홍삼 2백 근을 준비했다. 듣자니 펠리페 2세는 격무에 시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당뇨병 증세까지 있다고 했다. 홍삼이 당뇨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적어도 피로 해소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 반은 교황도 주고.
그냥 홍삼만 잘 포장해서 넣은 게 아니다. 꿀에 푹 담가서 정과(正果)로 만든 것도 넣었다. 물론 포장한 용기는 사옹원에서 만든 제품 중 가장 질 좋은 백자 항아리다. 이것들을 포함한 모든 도자기, 그리고 유기는 속에도 찻잎을 채우고 상자에도 채웠다. 상하지 않도록 말이다.
사실 잘 모르는데 찻잎을 포장재로 사용한 건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어릴 때 읽은 책에서, 인도양에서 발굴된 17세기 네덜란드 침몰선 이야기가 있었다. 그 배에서 보존상태가 완벽한 중국 도자기가 잔뜩 나왔는데, 그 이유가 바로 홍차 속에 묻혀 있었던 덕이라고 했다.
모피, 인삼, 공예품, 차…사실상 이번에 준비하는 답례품은 유럽에 보내는 내 샘플 상품들인 셈이다. 이 중에 어떤 상품이 가장 반향이 좋을까? 사실 가장 무난한 상품이야 모피일 거다. 모피 유행은 인류사 이래 사라진 적이 없었으니까. 러시아도 모피 팔아서 나라를 키웠었지.
잠깐 새는 이야기지만, 서유럽에 비해 산업수준도 문화도 뒤떨어지는 러시아가 수출할만한 유일한 자원이 모피였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특히 담비 모피가 최고였고, 모피자원을 찾아 동쪽으로 나온 끝에 시베리아를 러시아가 차지하게 되었다.
어쨌든 선물 마련은 쉬웠다. 그보다 골치 아픈 문제는 사신단 인선이었다.
“여러 곳에서 추천이 나왔으나, 워낙 국사가 다망하니 예조판서 유성룡은 내보내지 않겠다. 조정에 머무르도록 하라.”
꼿꼿하게 서 있던 유성룡이 갑자기 휘청거리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지만, 바로 허리를 곧게 편 자세가 되었다. 음, 내가 잘못 본 모양이다. 설마 그 유성룡이 유럽 출장 안 나가도 된다는 소리를 듣고 내 앞에서 긴장이 풀려 다리 힘이 빠지고 그러진 않겠지.
“조정 내외에서 추천한 이들 중 첨지중추부사 서천군 정곤수가 적당한 듯하다. 정사로 임명하니, 서반아인들과 함께 가서 서반아 국왕과 로마 교황을 찾아가 답서를 전달하도록 하라.”
만약 이번 사신을 내가 먼저 보내자고 했다면, 조정 안은 고사하고 조선 전체를 통틀어서도 사신 파견에 찬성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을 거다. 하지만 저쪽에서 먼저 사절단을 보낸 덕분에 이쪽에서도 유럽에 사신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저들은 만 리 바깥 먼 땅에 살면서도 우리에게 귀중한 종자와 가축, 장인들을 보내주었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에 회답하는 사신 한 명 보내지 않는다면, 어찌 이 조선이 예의를 지키는 나라, 사대부와 선비의 나라라고 자부할 수가 있겠느냐?”
실제로 실천하느냐의 여부와 별개로, 공부 꽤나 했다는 사람이면 누구나 ‘예의’와 ‘도리’를 입에 달고 사는 나라가 조선이다. 그러니만큼 저쪽에서 인사하러 왔는데 이쪽에서 답을 하러 가지 않는다면 비례(非禮)라는 내 주장을 부정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사실 조선에서는 중국이나 일본 외에 유구나 태국, 안남에서 온 사신들도 맞았었다. 하지만 답례하는 사신이 간 적은 거의 없었는데, 귀찮기도 했지만 해적 때문에 위험했던 탓도 있다.
이번에는 다르다. 스페인 왕실에서 소유한 정규 군선을 타고 가는 거다. 선원도 최정예에, 병사도 잔뜩 타고 있다. 난파라면 몰라도 해적 따위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다만 왕복하는 데 4년은 잡아야 할 뿐이다.
그 커다란 배와 막강한 화포를 보고 난 뒤라서인지, 조정 내에서도 안전 문제를 들어 사절 파견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4년 뒤에나 돌아올 거라는 이야기에 옆 사람 눈치를 보며 다들 자기 몸을 뒤로 뺐을 뿐이다.
“전하, 신에게는 아프신 노모가 있어서….”
“신은 배만 타면 토사곽란을 일으키는지라….”
“전하, 용서하소서. 신은 5대 독자라 자칫하면 가문의 대가….”
“에잇, 다들 닥쳐라! 본인이 가기 싫으면 자원은 하지 않아도 좋다. 대신 사신으로 보내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이를 천거하라.”
만 리 너머 이양인들의 나라에 가는 건 다들 무서웠던 모양이다. 머뭇거리던 신하들이 살짝 눈치를 보더니 자기말고 다른 이를 하나씩 천거하기 시작했다. 추천을 받은 후보들은 기겁을 하면서 또 자기 외에 다른 자들을 추천했다. 도승지 이원익은 열심히 받아적기에 바빴다.
다른 주제는 다 젖혀두고 한나절 가까이 이 문제를 놓고 왈가왈부 설전이 오갔다. 간신히 후보군이 좁혀진 뒤에, 내가 선택한 후보가 정곤수였다.
“전하, 서천군은 명나라 사행길 한 번을 따라가 본 적이 없사옵니다. 그런데 어찌 이역만리 먼 땅에서 사신 노릇을 제대로 하겠습니까? 다른 이로 고르소서.”
태클 걸 거면 자기가 가든가. 그런데 정곤수가 외교 경험이 없는 건 사실이다. 주로 지방을 돌면서 행정관을 많이 맡았다. 하지만 학식도 깊고 생각에 조리가 있다. 유성룡이나 이산해를 지금 내놓을 수 없다면, 이 정도 사람을 보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소수파 의견 중에는 윤두수를 사면해서 내보내면 어떻겠냐는 사람도 있었다. 인품이나 재주가 딱 좋다는 것인데, 그건 내가 받아들일 수 없었다. 허울뿐이라고는 하나 역적이라고 해서 북으로 보낸지 1년도 안 됐다. 그런데 무슨 사면에 사신 임무까지 준단 말인가.
“이번에 사신이 가면 답서를 전할 뿐 아니라 서양에서 나라를 운영하는 제도를 보고 우리가 배울만한 점을 익혀서 돌아와야 한다. 그러자면 능숙한 행정관을 보내는 편이 더 합당하다고 사료된다. 사신으로 간 경험이 없다 하나, 진실하게 사람을 대하면 어디든 통하지 않겠느냐.”
지금 우리와 스페인 사이에 이해관계가 딱히 명확하지 않으니 할 수 있는 소리이기도 하다. 설사 정곤수가 유럽에 가서 실수를 좀 한다 해도 딱히 뭐라고 나무랄 건 없다. 어차피 유럽식 외교관례에 무지한 건 누가 가든 마찬가지 아닌가?
“서양에 가서 주의할 사항이나 부족한 지식은 가는 길에 서반아국왕사에게 배우도록 하면 될 일이다. 가는 길만 해도 1년에서 1년 반이라 하니, 배울 시간은 충분하고도 남는다.”
어차피 저들도 국제 외교가에 사실상 처음 고개를 내미는 우리가 자기들 외교관습에 맞춰서 행동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을 거다. 가는 길에 배 안에서 할 일도 없을 텐데, 유럽이 어떤 동네인지나 배우면서 가라. 갔다 돌아오면 유럽 전문가 여러 명 나오겠네.
“전하, 형조좌랑 이항복이 그새 나전어를 배워 능통하게 되었다 들었습니다. 이항복으로 하여금 통변을 겸하여 정사를 수행하게 하소서.”
“이항복은 금위사를 책임져야 할뿐더러, 내가 긴히 시킬 일이 있으니 보낼 수 없다. 통변은 통사에게 시키면 되지 않는가.”
전쟁이 언제 날지 모른다고 유성룡도 붙들어 놨는데 이항복을 보낼 수 있을 리가 있겠는가. 이항복은 실제 임진왜란 때 병조판서를 역임하면서 전쟁지도를 이끌었던 사람이다. 그 역시도 국내에 남아있어야 한다. 김명원은 그때쯤 되면 다른 자리로 옮겨서 다른 일 시켜야지.
“그동안 사역원에서 양성한 서반아어 통사들 중 실력이 우수한 이들을 선발하라. 나전어는 세스페데스가 이번 배편으로 로마에 간다 하니, 그에게 부탁하라. 가는 도중에 우리 통변들을 가르치게 하면 나전어 통사도 생기지 않느냐.”
1년 동안 가르치면 라틴어를 그럭저럭 구사하는 사람 여럿 나오지 않을까. 게다가 스페인인 선원과 병사들이 가득한 배를 3년 동안 타야 한다. 미리 타고 가는 통사들 외에도 스페인어를 배워오는 녀석들이 잔뜩 나올 거다.
“전하, 신이 서장관으로 가고자 하오니 윤허하여 주소서.”
난데없이 나선 사람은 회의가 시작된 뒤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묵묵히 있던 이덕형이었다. 나도 깜짝 놀라서 반문했다.
“그대를 추천한 이는 아직 아무도 없다. 진실로 자원하는 것인가?”
“그러하옵니다. 먼 길이라 하나, 천 리를 한걸음같이 간다면 어이 도착하지 않겠습니까? 저 서양인들이 온 길이라면 우리도 갈 수 있으니, 다녀올 만하다고 생각되옵니다.”
이야, 이덕형이 이런 깡이 있었구나. 좋다. 정곤수는 잘 모르지만, 이덕형은 외교적 수완이 있는 줄 내가 익히 안다. 서장관으로 보내자.
“사절단에 종친이 한 사람쯤 들어가는 편이 내 좋을 듯하다. 적절한 이를 추천해 보라.”
만약 임해군이 정말로 정신을 차렸다면 임해군을 사절단에 한 자리 끼워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임해군이 요즘 얌전한 건 차차가 붙들고 있기 때문인 게 빤히 보였다.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지는 금위사에서도 아직 못 알아냈지만, 차차가 임해군을 쥐고 흔드는 건 분명했다.
임해군은 그저 낮에는 말 타고 활 쏘고 칼 휘두르는 생활을 만 2년째 하고 있다. 종학에는 아예 발을 끊고 무술 수련만 하는데, 도대체 어쩌려고 저러나 싶어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자식이 아직 없는 걸 보면 밤일은 제대로 하는 건지 모르겠다. 지쳐서 잠만 자나?
차차한테 이혼당하고 내 칼에 죽을까 봐 얌전히 지내는 놈을 유럽에 보낸다면…사슬을 풀고 놓여난 야수가 무슨 난리를 쳐서 내 뒤통수를 잡게 만들지 짐작도 안 간다. 그냥 집에서 자기 마누라한테 잡혀 있게 내버려 두자.
“전하. 전하께서 여러 종친들에게 관직을 내려 출사를 허락하셨으나, 종친들이 받은 관직은 죄다 무반이며 직급도 낮습니다. 수행무관이라면 모르겠으나 만리 바깥 서양에 보낼 부사로서 무반을, 게다가 직급도 낮은 이를 보냄은 적당하지 않다 사료되옵니다.”
젠장, 이건 내가 내 발목을 잡은 셈이로군. 종친들을 전부 군대 강제복무를 시켰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중에 그래도 좀 괜찮다 싶은 양반을 하나 골라서 임시로 고위직을 내리면 어떨까?
“전하, 부사라고 하면 젊은이도 괜찮지 않겠사옵니까? 전 병조판서 이희검의 아들 동부승지 이수광이 어떨까 하옵니다. 태종대왕의 6세손으로 종친부가 관리하는 종친은 아니나, 왕실의 후손임은 분명하니 서양인들 앞에서 종실이라 지칭하기에는 충분하리라 사료되옵니다.”
“오! 이조판서의 말이 옳다. 먼 여정을 견디려면 확실히 젊은이가 더 적합할 것이다. 게다가 종실 후손이기까지 하니, 이조판서의 말대로 이수광이 좋겠구나.”
지봉 이수광!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인 지봉유설을 쓴 사람 아닌가. 역시 이산해다. 머릿속에 조정 관리 전원 신상명세가 다 들어있는 것 같다. 이수광의 부친인 이희검은 경성군 시절에 병조판서를 맡았던 사람이라, 어떤 사람인지 내가 모르는 게 유감이다.
“정사, 부사에 서장관까지 골랐으니 가장 중요한 자리는 다 정한 셈이다. 다른 직책을 맡을 이들은 조금 천천히 뽑도록 하자.”
수행무관도 고르고, 왕복하는 길에 서양 전함 운용하는 법을 배워올 수군 장수들도 보내야 한다. 전부 천천히 선정하도록 하자.
– 11 –
고요해야 할 청사 안에서 아침부터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나가던 군사들이 찔끔했다.
“그깟 남만놈들, 왜놈들이 뭐라고 거지새끼들이랑 붙여서 정예를 운운해!”
도총관 신립은 오늘도 울화를 터트렸다. 밑에 있는 수하들로서는 그저 죽을 맛이었다.
“지나간 싸움에서 가장 큰 전공을 세운 게 누구였던가! 그게 다 우리 오위 군사들 아닌가 말이야!”
신립이 생각하기에 그동안 부여주를 평정할 수 있었던 건 함경도 군사들 덕분이었고, 2년 전에 해서부 침입을 격파한 건 적시에 출동한 오위군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 군사들은 모두 신립 자신이 전권을 가지고 지휘했었다.
“급료병은 번상병과 다르게 바로 전장으로 투입할 수 있다고? 허! 그래서 지난번 난리 때 우리가 늦게 도착해서 적을 놓쳤었나? 아니잖은가! 충분히 시간에 대지 않았는가!”
신립으로서는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조선에서 가장 강한 무사는 내금위 소속일지 몰라도 가장 강한 군영은 오위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만들었다. 전장에서 피로 싸워 증명했다.
그런데도 상감께서는 새 군영을 만들기 시작하셨다. 아니, 강병을 만들려면 오위부터 먼저 강화하는 게 순리가 아닌가? 오위는 그대로 둔 채 뭐하러 새 군영을 만든단 말인가?
“대감, 고정하소서. 요 근래에 가뭄이 너무 오래 계속되지 않았습니까? 소장이 들은 풍문에 따르면, 가뭄 탓에 살기 힘든 백성들이 많이 늘어나자 전하께서 그들을 구휼할 셈으로 군영을 새로 만드신 거라고 합니다. 그리 분개하실 일은 아니라고 보이옵니다.”
신립 바로 다음 서열에 해당하는 부총관 김준성이 위로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신립에게는 별 소용이 없었다.
“구휼이 목적이라면 부역이나 시키면 될 일이다! 성채를 수축한다거나, 보를 새로이 쌓거나, 그 외에도 일을 시키고 삯을 주어 백성들을 구휼할 명목은 얼마든지 있다. 헌데 굳이 군영을 새로 세워서 수천에 달하는 군병을 모은단 말이냐? 강선조총까지 지급하면서?”
오위 군사 5만 명 중에서 강선조총을 받은 병력은 1만 명이 되지 않는다. 기병들이야 물론 애초에 조총을 쓸 수가 없고, 나머지 보병들도 궁수나 창병들이 많았다.
하지만 새로 편성하는 훈련도감군은 3천 명으로 편성된 1개 위에서 800명이나 강선조총을 지급받았다. 오위군보다 ⅓ 가까이 더 많은 총을 지급받는 셈이다. 그게 벌써 4개 위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서 도감군은 기병까지도 총을 받았다. 군기시에서 새로 제작한 단총 두 자루를 안장 양편에 꽂고, 적진에 돌입할 때 창을 휘두르는 대신 총을 쏜다고 했다. 신립 입장에서는 정말 기가 찬 일이었다.
“그리고 그 남만놈들은 뭔가! 왜놈들이야 자기 발로 귀순해 왔으니 살 곳을 마련해주느라 왜별기를 만들고 먹여주었다고 하세. 하지만 그 머리 노란 놈들은 일부러 비싼 녹봉을 주어서 불러다 앉히고 싸움 재주를 배우고 있지 않은가? 이게 무슨 꼴인가?”
신립은 훈련도감에 있는 남만별기 소속 스페인 병사들에 대해서 풍문 이상은 듣지 않았다. 아니, 듣고 싶지도 않았다.
“우리 오위 소속 철기들이 밀고 나가면 그대로 짓밟혀버릴 천한 것들이…이게 다 벼슬자리 욕심을 내는 탐욕스러운 간신배들 때문에 생긴 일이네! 그런 놈들이 상감마마의 눈을 가리고, 성총을 흐리게 하고 있어!”
군영이 늘어난다는 말은 장수들에게 주어질 자리가 생긴다는 뜻이다. 신립은 벼슬을 탐하는 몇몇 무관들이 임금을 부추긴 결과가 훈련도감 창설이라고 진심으로 믿었다.
“조만간 그 허울뿐인 군영은 아주 단단히 박살이 날게야. 그때가 되면 우리 오위만이 진짜 실력을 갖춘 군영임을 모두가 알게 될 걸세.”
“조만간이요? 지금 변경은 평화롭지 않습니까?”
“자네는 변경 경험이 없는가?”
신립이 혀를 찼다. 김준성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겨우내 목단강을 건너온 해서부 놈들이 이곳저곳 헤집고 다녔다지 않나! 그게 다 취약한 곳을 찾아 점을 찍는 탐보란 말일세! 지난 2년 동안 큰일 없이 얌전히 지냈으니, 놈들도 이제 다시 날뛸 때가 된 게지. 분명 가을에 놈들이 쳐들어올 것이야.”
“그러시다면 어찌 대비를…?”
김준성이 조심스럽게 묻자 신립이 씩 웃었다. 그 미소에서 광폭함이 비쳤다.
“마땅히 모든 군사들을 한층 더 강하게 조련해야지. 남만인들이 보건 말건, 가뭄이건 말건 상관없으니, 도성 일대에 거주하는 모든 군사들에게 소집령을 내리게! 조선에서 가장 강력한 군영이 어디인지 두 눈에 깊게 새겨질만큼 보여줄 테니.”
신립이 크게 웃었다. 웃음소리 속에서 자신감과 결의가 퍼져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