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348
2부 1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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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초원에는 풀이 자라난다. 하지만 그 풀을 뜯는 말과 소들이 바로 살찌진 않는다. 겨우내 빠진 살은 여름은 되어야 웬만큼 회복이 되고, 그러면 비로소 우마시(牛馬市)에 나가서 팔릴 정도가 된다.
초원에서 살찐 말과 소는 교역로를 거쳐 동쪽으로 넘어온다. 해서부 여진들은 차와 소금을 주고 이 가축을 매입하고, 다시 몇 단계를 거쳐 부여주로 데려와서 조선인들에게 판다. 값은 역시 차와 소금, 면포로 받는다.
해서부는 본래 명나라와 야인여진 사이에 오가는 물품들을 중개하면서 큰 부를 축적했다. 하지만 조선이 야인여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그 수입이 줄어들었다. 대신 부여주에서 필요로 하는 가축을 제공하는 거래가 해서여진의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요즘 해서부는 사정이 좋지 않다. 2년 전 원정에서 2만 명 가까운 전사를 잃었다. 그 뒤에 만만하게 보고 쳐들어오는 건주위 때문에 잃은 인력도 수천에 달한다.
아이를 아무리 낳더라도 겨우 2년 사이에 회복할 수는 없는 피해다. 그나마 조선이 부여주 야인들에 대한 억압을 강화하면서 거기서 탈출하는 이들이 약간 들어왔지만, 이들도 대부분은 건주위 쪽으로 갔다. 일손이 부족한만큼 교역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졌다.
때문에 부여주 변경에서 열리는 우마시에서는 늘 치열한 가격 흥정이 벌어지곤 했다. 이곳 장터에서 마주하는 주된 고객은 군에서 쓸 전마를 사러 나오는 군관들, 그리고 사민촌(徙民村)에 지급할 소를 사러 나오는 감목관들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여진인들이 말을 팔러 오는 것도 앞뒤가 안 맞는 일이었다. 조선군에서는 여진인들에게 사들인 말을 타고 여진 부족들을 토벌하러 다니니 말이다. 그것도 준마를 골라 타고 말이다. 하지만 당장 생존이 걸려 있으니, 각 부락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도 전마를 사러 나온 군관들은 후한 고객이었다. 어느 나라건 무사라면 자기가 사용할 좋은 말에는 돈을 아끼지 않게 마련이다. 게다가 마음에 드는 말이 없으면 그냥 자리를 뜨고 말지 공연히 트집을 잡거나 하지는 않았다.
감목관들은 달랐다. 이들은 자기가 쓰기 위해서 소를 사는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까 일부 감목관들은 심각한 병이 있거나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만 아니라면 어떤 소든 다 사들였다. 대신 값은 무작스럽게 깎았다. 도저히 참기 힘들 만큼 값을 후려치기가 예사였다.
몇몇 감목관들이 왜 그리 소값을 후려치는지, 해서부 야인들도 그 이유를 알았다. 감영에는 비싼 소를 산 것처럼 해서 소값을 부풀리고, 야인들에게는 박한 대가를 줘서 차액을 자기들이 횡령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가장 큰 피해는 좋지 않은 소를 받았는데도 나중에 좋은 소값을 갚아야 하는 조선 농민들이 입는다. 약한 소를 받아서 소가 폐사하면 소도 없이 어찌 농사를 짓느냐며 한 마리 또 떠안기는데, 이 두 번째 소까지도 형편없는 놈으로 주기 일쑤다.
하지만 야인들이라고 이 거래에서 이득을 보는 건 아니었다. 소라고 꼴만 갖추고 있으면 다 사주는 건 좋지만, 값을 후려쳐도 너무 후려쳤기 때문이다.
“나리, 그렇게는 안 됩니다. 저희도 사 오는 값이 있습니다.”
“너희 울라 놈들은 을유년 난리 때 선두에서 설쳤지? 그 죄를 물어서 소고 말이고 모조리 몰수해 줄까?”
예허, 울라, 하다, 호이파의 해서 4부 중 울라는 목단강을 사이에 두고서 부여주와 맞닿은 부족이다. 부여주에 가장 가깝다 보니 을유년 난리 때도 가장 많은 병력을 내놓았고, 당연히 피해도 가장 크게 입었다. 그만큼 교역에서 얻는 이득에 목을 매고 있다.
“정 네놈이 요구하는 값을 받아야겠다면 덤으로 네 에미에다 여편네, 누이, 딸년까지 내놔 봐라. 그러면 소값은 네가 달라는 대로 주마. 계집년들은 한 해 뒤에 돌려주고.”
감목관 일당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소를 팔러 왔다가 굴욕을 당한 여진족 사내와 그 일행인 형제 세 사람은 완전히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지금껏 여러 번 소를 팔러 왔지만, 감목관들이 이 정도까지 모욕을 준 적은 없었다.
“나리, 그러지 마시고….”
이 소들을 몰고 마을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원체 상태가 좋지 않은 소가 많았고, 먼 길을 걸어오느라 소들이 모두 지쳐 있다. 지금 다시 발길을 돌려 돌아가면 가는 길에 죄다 쓰러져 죽을 것이다.
이미 다른 감목관들은 이들이 가진 소를 보고 다들 고개를 가로젓고 가버렸다. 마지막으로 나타난 이 일당 말고는 이들에게서 소를 사줄 사람이 없었다.
“말했잖으냐? 네 소는 다들 상태가 너무 안 좋다고 말이다. 그러니 아직도 못 팔았지. 나도 네가 부른 값에서 절반, 딱 그 정도밖에 줄 수 없다. 정 네가 원하는 대로 값을 받고 싶으면 네 에미와 여편네와 딸과 누이를 내놓으라니까?”
여진족 사내가 이를 악물었다. 참자, 참아야 한다. 가족의 목숨이 이 소떼에 걸려 있다.
“보시다시피 먼 길이라 사내들만 와서…나리께서 소를 사 주시기만 하면 다음에 꼭….”
이 자리만 넘기면 된다. 일단 넘어가면 여자 노예라도 데려다 안길 수 있다. 언제나 장터에 전을 펴고 있는 유녀(遊女)들을 데려와도 된다. 하지만 상대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어, 그래? 내놓겠단 말이지? 그럼 약속을 지키겠다는 보증으로 소를 맡기고 가라. 네놈이 약속대로 일가에 속한 계집들을 몽땅 데리고 오면 그때 소값을 주마.”
그제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감목관은 값을 내고 소를 살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이다. 상황이 절박한 야인을 곯리고, 혹시 상대가 넘어오면 소를 공짜로 빼앗을 생각이었을 뿐이다. 차 한 덩이도 치르지 않고 서른 마리나 되는 소를 공짜로 얻겠다는 심보였다.
“내 말을 못 믿느냐? 네놈 에미의 거웃에 걸고 맹세하마.”
이쪽은 굴욕감에 치민 분노가 터지기 직전인데 저들은 재담을 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앞에 나선 감목관이 던지는 모욕에 뒤에 선 두 명이 폭소를 터트리는 모습을 보자 조선말을 익힌 게 후회되었다. 차라리 못 알아들었으면 좋았을 것을.
“알아들었으면 어서 소떼를 놓고 물…커헉?”
거만하게 겁박을 계속하던 감목관은 갑자기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목에 꽂힌 화살을 보고 깜짝 놀란 동료 감목관들이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를 팔러 온 야인 형제 중 하나가 활을 팽개치며 잽싸게 말에 오르고 있었다.
“거기 서라! 이놈!”
감목관들도 급히 시복에서 화살을 뽑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정신을 차린 다른 형제들이 잽싸게 화살을 날려 감목관 일행을 모조리 쓰러트렸다. 주변에서 말릴 틈도 없이 벌어진 이 참극에 우마시는 난장판이 되었고, 일을 저지른 여진족 형제들은 급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 19 –
“도대체 어쩌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인가!”
급보가 전해지자 조정은 벌집 쑤신 듯 아수라장이 되었다. 야인이 우리 변장(邊將)을 대놓고 둘이나 살해하다니! 그것도 싸움이 벌어졌을 때도 아니고 평시에? 이런 일은 유례가 없었다.
감목관도 엄연한 종6품 관리다. 본래 남쪽에서는 국영 목장을 관리하면서 나라에서 필요한 말을 사육하는 직책으로, 대개 수령이 겸임한다.
부여주에서는 그 일이 다소 다르다. 부여주에서는 소나 말을 직접 번식시키기보다 우마시에 가서 사오는 게 훨씬 쉽고 빠르다. 그래서 감목관의 임무도 목장 관리 대신에 가축 구입 및 분배로 바뀌었다. 전가사변에 처한 농민들에게 지급할 소를 사들이는 게 주임무다.
여진족들에게 소를 사는 우마시에서 그동안 깨나 분쟁이 벌어진 건 알고 있다. 말다툼 정도 소요는 보고도 안 올릴 정도고, 가끔은 주먹다짐 직전까지도 간다고 말이다. 하지만 일반인도 아니고 내가 임명한 관리들을 집단으로 살해하다니, 이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도대체 싸움이 일어난 연유가 무엇이냐?”
이런 일은 조정에서 전체회의를 열기 전에 일단 비변사를 열어야 한다. 늘 내 뒤를 따르는 도승지 이원익이 비변사 회의실 안에서 상황을 보고했다.
“부여주 관찰사가 올린 장계에 따르면, 소값 문제로 분쟁이 있었다 합니다. 감목관들 중에 홀로 부상을 입고 살아남은 자가 말하길, 야인들이 가져온 소가 워낙 형편없어 소값을 쳐줄 수 없다고 하니 저들이 마구 분개하다가 활을 쏘았다 하였습니다.”
의심스럽다. 우마시에서 파는 이와 사는 이 사이에 값을 놓고 분쟁이 벌어진 게 한두 번도 아닌데, 무기까지 든 분쟁은 처음이다. 임금이 보낸 관리를 해쳤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저놈들이라고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정녕 그뿐인가? 다른 연유는 없는가?”
“장계를 보면 다른 이유는 적혀 있지 않사옵니다.”
가능성은 둘이다. 하나는 이쪽이 먼저 시비를 걸었기 때문에 질책이 두려워 함구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놈들이 의도적으로 우리 관헌을 손본 거다.
“북변에서 우리 관리들이 다소 고압적으로 야인을 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쌓인 원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니, 곧바로 군사를 내어 대응하기보다는 일단 일이 터진 연유를 좀 더 상세히 확인하심이 어떻겠사옵니까.”
예조판서 유성룡은 먼저 상황을 파악하자는 의견을 냈다. 나도 일단 이쪽으로 기울어지려는 참인데 판중추부사 신립이 나서서 아주 강경한 반대론을 펼쳤다.
“그 연유가 어찌 되었든, 전하께서 보내신 관리가 야인에게 살해되었나이다. 어떻게 군사를 내어 징벌하지 않고 그대로 넘어갈 일이겠나이까?”
중추부는 본래 조선 초기에는 군무를 담당하는 관청이었다. 지금은 권한을 다 다른 관청에 내주어 중추부 직책은 그저 명예직이 된 허수아비 기구지만, 그래도 고위직임은 틀림이 없다. 요즘 신립은 중추부 판사가 되자 아주 으쓱해서 조정에서 목소리도 커졌다.
“야인들이 방자하게 굴도록 놔두었다가는 훗날 더 큰 환란이 돌아오게 되옵니다. 청컨대, 신에게 철기 5천을 끌고 출전하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저들이 지은 죄를 피로써 속죄하도록 하겠나이다.”
내 눈에 예전 부여주 병마사로 있을 시절의 신립이 보였다. 젠장, 벼슬을 올려줬더니 이놈 완전히 기가 살았구나. 지금 신립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준다면, 분명히 목단강에 물 대신 피가 흐를 거다.
“전하, 외람되오나 신이 한 말씀 아뢰겠나이다. 목단강 너머는 명나라 요동도사가 관장하는 영역이옵니다. 정탐꾼을 건너보내는 정도라면 모를까, 대군을 몰아가려면 명나라 측에 알려서 양해를 구해야 하옵니다.”
병조판서 김명원이 끼어들었다. 그래, 맞는 말이다. 내가 연산군 때도 그랬지만, 정찰이라면 몰라도 대군을 동원한 토벌작전을 나가면서 명나라에 양해를 구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옳은 말이다. 지금 부여주에서는 어찌하고 있느냐?”
“좌병사가 군사 3천을 거느리고 국경에 대기하고 있다 합니다. 속오군을 소집해야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각 고을에 경계하라는 지시만 내렸다 하였습니다.”
이원익의 답을 들으니 한숨이 났다. 부여주 속오군…최대 15만 명은 동원할 수 있다. 다만 그중에서 제대로 된 정군은 3만 명 정도밖에 안 된다. 정말로 15만 명을 채우려면 팔다리가 붙은 남자라는 생물은 다 끌어내야 하는 수준이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지금도 부여주에 배치한 정규군 3만 명 중에서 2만은 함경도, 5천은 평안도 병사들이다. 원체 부여주 인구가 적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많이 전가사변을 시켰는데도 부여주 조선인 인구가 이제 겨우 40만이다.
“혹시 울라에서 범인을 송환하며 사죄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느냐.”
“아직 연락이 없는지라 알 수가 없사옵니다.”
에휴, 교통 사정이 빤하니 할 수 없지. 파발이 아무리 말을 갈아가며 달려도 북평까지 열흘 이상 걸리니까.
“관찰사에게 명하여 해서부에 범인을 인도케 하라. 저들이 순순히 범인을 넘겨 중히 처벌할 수 있게 하고 추장이 직접 사죄한다면, 너그럽게 넘어가겠다.”
솔직히 지금 여진족과 전쟁을 하고 싶지 않다. 4년째 가뭄인데 지금 북방에서 전쟁을 하면 그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나. 지금 5백만 석이 간당간당한 비축미도 대량으로 소모하게 될텐데 내년에 또 가뭄이 들면 거기 대처할 비용도 빠듯해질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주상전하! 야인들에게는 틈을 보여서는 아니 되옵니다!”
…신립의 이 소리도 틀린 게 아니라는 거지. 연산군 때부터 익히 체험한 바지만, 야인들은 이쪽이 틈을 보이면 귀신같이 파고든다. 만약 이번 사태가 우발적인 충돌이 아니라 의도적인 도발이라면, 약하게 나가는 건 엄청난 자충수가 될 수 있다.
“판중추부사의 말도 맞다. 이 흉사는 그저 못된 도적놈 하나가 벌인 망동일 수도 있으나, 저들이 우리 땅을 넘보려고 의도적으로 벌인 탐색일 수도 있다.”
지난번 누르하치의 편지를 받은 뒤 부여주에 명령해서 요동부에 연락을 하고, 그 김에 주변 정세도 살피게 했었다. 그게 5월이었는데 회신이 아직 오지 않아서 유감이다. 회신이 왔으면 그걸 가지고 결정을 내릴텐데 아직 안 왔으니, 지금 가진 자료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해서부 전체 인구는 40만 가량. 병력은 최대 8만까지 동원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을유년 때 이일은 해서부 전사 숫자가 총 6만 명 정도라고 했는데, 나중에 다시 조사해 보니 그보다 조금 더 많았다. 이일이 최신정보 수집을 좀 게을리했던 모양이다.
이에 반해 건주위는 지금 인구가 10만까지 늘었다. 병사는 1만. 해서부는 유사시 동원할 수 있는 최대치가 8만인 거지만 누르하치는 상비군이 1만이다. 이 병력으로 방어가 취약한 해서 쪽 부락들을 신나게 털어대고 있다.
물론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해서가 훨씬 많다. 게다가 보유한 병력 중에서 두꺼운 갑옷을 착용하는 철기만 해도 수천은 된다고 한 것 같다. 뭐 그 갑옷이 두꺼워 봐야 총으로 못 뚫을 정도는 아니겠지만.
다만 그동안 해서는 을유년 일 때문에 이성량은 물론 우리에게도 엄중한 감시를 받아왔다. 그래서 쉽게 병력을 동원해서 누르하치와 싸우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물론 지금은 이성량이 사라져버렸으니 놈들에게도 제약이 풀린 셈이다.
“판중추부사는 저들이 쳐들어오리라고 확신하는가?”
“그러합니다. 지난겨울에 저들이 부여주에 들어와 슬슬 돌아다니기만 했다 하던데, 그것도 가을에 노략질할 대상을 미리 물색한 행동임이 분명합니다. 지난 을유년에 사변이 일어나기 전에도 저들이 정탐꾼을 보내 우리 영토를 샅샅이 뒤졌음을 상기하소서.”
확실히…그랬었지. 그 점을 생각하면 미리 대비해서 손해 볼 건 없다. 그래, 만약을 위해서 준비는 갖추도록 하자. 혹시 우발적인 개인의 범죄로 판명되면 그때 취소해도 되니까.
“판중추부사는 오위 전 군사로 하여금 점고에 응하게 하고, 군기를 확인하라. 법에 규정한 군기를 갖추지 못한 자는 무고(武庫)에 있는 병기를 꺼내어 지급하고, 명령이 있으면 번개같이 소집에 응하여 출정할 수 있도록 하라.”
“예, 전하.”
신립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래, 전쟁이 날 것 같다고 하니 정말 사는 거 같겠구나.
“도감군은 지금까지 편성이 완료된 4개 위로 하여금 출동 준비를 갖추게 하라. 아직 병기와 훈련이 부족한 바가 있으니, 하루빨리 준비를 마쳐야 할 것이다. 만약 필요하다면 추가편성을 유보하고, 기존 4개 위에 장비를 먼저 주라. 또한 총통위 편성도 서두르라.”
위가 연대 개념이니까, 총통위는 현대식으로 표현하면 교도군단 포병연대쯤 되겠다. 포병만 있는 게 아니고 장갑부대도 들어있긴 하다만. 귀차를 여기에 몇 대 넣을 생각이다. 훈련대장 유극량이 내 명을 복창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거. 혹시 모를 일이니까, 삼성부사를 교체해야겠다. 아직 북평처럼 성을 쌓아 요새화하지도 못한 삼성부가 전장이 되기라도 하면 곤란하지 않은가. 지금 부사를 맡고 있는 권징은 순 문관이다. 빼내고, 유사시 방어전을 치를 수 있는 사람을 넣어야겠다.
“삼성부사 권징을 다시 승차하여 함경도 관찰사로 명한다. 그리고 부여주에서 군수 벼슬에 있는 권율을 도호부사로 올려 삼성부사로 명하며 좌방어사를 겸임케 하니 즉시 이동케 하라. 또한 그 이웃 고을 군수로 있는 정일한을 정4품 호군으로 올려 삼성부에 같이 두도록 하라.”
권율이라면 문관 출신이지만 삼성부 방어 정도는 할 것도 없이 해치우겠지. 정일한도 본래 무장이니까 잘 하리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 모두 이번에 공을 세운다면 잠시 경직(京職)으로 불러올려도 좋을 듯하다. 어디, 실력 한 번 보자. 내 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