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351
2부 129화
– 24 –
“하다 부에서 곡식을 보내왔습니다.”
“잘 보관해 두었다가 각 부락에 나눠주도록 해라.”
“예, 부장.”
지시를 받은 부하가 밖으로 나갔다. 그 뒷모습을 마땅찮은 표정으로 쳐다보던 부잔타이가 형 만타이를 향해 불만을 표했다.
“부장께서는 지금 하는 방법이 옳다고 보십니까?”
“다른 방법이 있단 말인가?”
부잔타이에게는 만타이 못지않은 세력이 있었다. 지금 울라가 동원할 수 있는 병사 중 ⅓은 부잔타이가 가진 병사다. 아예 둘로 나누어진 예허 부처럼 두 형제가 각자 버일러, 즉 추장을 칭하지는 않았지만 무시할 수는 없는 존재였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조선 관리를 살해한 자들을 보호하는 건 위험한 일입니다. 그놈들을 조선 관헌에게 넘기고,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했어야 했습니다. 거사하는 날까지 말이죠.”
부잔타이는 이 사건이 터진 직후부터 범인들을 조선에 넘기자고 주장했다. 공연히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전혀 없다는 거였다.
“바로 놈들을 붙잡아 넘겼으면 엎드려서 사죄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냥 이런 일이 생겨서 미안하다, 주의하겠다고 한 마디 했으면 바로 끝났을 일이에요. 지금은 너무 늦어서 그래봐야 소용없겠지만 말입니다.”
“네 수하가 아니라고 쉽게 말하지 마라.”
사고를 저지른 4형제는 모두 만타이 밑에 속한 부족민들이었다. 그들을 조선에 넘겨준다면 모든 원성이 만타이에게 집중된다.
“난 대추장이고, 속민들을 보살필 의무가 있다. 내가 내 의무를 게을리하면서도 살아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더구나 그런 모욕을 당하고도?”
“우리 울라는 해서 4부의 종주나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강력하기도 했고요. 그랬던 우리가 지금 하다 따위에게 식량을 원조받다니! 무역이 끊어지지만 않았어도 이런 곤란에는 처하지 않았을 겁니다.”
만타이는 분개하는 동생을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야심을 가진 혈육이라면 언제든 등을 찌를 수 있다. 설사 친형제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네가 하자는대로 하다가 내가 부민들에게 살해당하면 네가 내 자리를 차지하겠지. 원하는 결과가 그거냐?”
“어찌 그런 무서운 말씀을 하십니까. 저는 형님을 추장으로서 모시는 수하일 뿐입니다.”
부잔타이가 고개를 숙여보였지만 만타이는 표정을 풀지 않았다. 혈육간에 지배권을 사이에 두고 싸우는 일은 너무 흔해서 새삼스럽게 경계할 건덕지도 되지 못했다.
당장 지금 부중에 손님으로 와 있는 멍거불루만 해도 그렇다. 하다 부 지배권을 놓고 형인 후르한과 다투다가 패해서 울라로 피신하지 않았는가. 바로 이 멍거불루의 존재가 울라가 이 전쟁에 뛰어들게 만든 배경 중 하나다.
“제가 범인들을 넘기자고 한 건, 그래야 조선인들을 안심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자기들을 두려워해서 순순히 따른다고 생각하면 어찌 저들이 경계를 엄중히 하겠습니까? 적을 안심시켜놓고 기습함이 어찌 현명하지 않겠습니까?”
만타이는 바로 이 점이 가장 싫었다. 부잔타이는 자기가 조선인이라도 되는 듯이 어설프게 머리를 굴리려 들었다. 분명히 부친이 조선인들과 친하게 만들겠다고 북평에 보냈던 탓이다. 거기서 조선인들이 세운 학교에 몇 년 다니더니 이상한 것만 배워왔다.
“적들을 안심시키려다 전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우리 안에서 먼저 싸움이 일어난다. 사고를 친 놈들이 속한 씨족은 순순히 사람을 내놓을 것 같으냐?”
“그럼 반 년이나 교역도 못하고, 전쟁도 못 하는 이 상황은 견디기 쉽습니까. 지금은 누가 불평하는 이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이건 정말 생각할 수 있는 최악입니다. 아니, 전쟁에서 지지는 않았으니 아직 진짜 최악은 아니군요.”
만타이의 눈길이 매서워졌다. 부잔타이는 즉시 무릎을 꿇었지만 하던 말은 멈추지 않았다.
“부장께서는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번 원정은 조선에 대한 복수이자 해서부 패권을 다시 우리 손에 넣고자 하는 계획이 아니었습니까? 멍거불루에게 세력을 붙여주어 하다를 되찾게 하고, 하다를 지렛대로 삼아 호이파를 몰아붙인 다음 예허를 제압하기로 했었지요.”
잠시 멈칫했던 부잔타이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부민들은 몇 달만 다독이면 됩니다. 그 가족에게는 소와 노예를 주어 위로하고, 언젠가는 이 복수를 반드시 할 거라고 씨족원들에게 약속했다면 그들이 그렇게 거칠게 반발했겠습니까? 얼마든지 다스려서 조용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네 말대로 이미 늦었다. 다음 달에 군사를 일으킬 준비나 해라. 조선군은 이미 북평 일대에 집결하고 있다.”
부여주에 있는 조선 관군이 지난달부터 거의 드러내놓고 북평으로 집결하고 있다. 모여드는 병력은 적어도 2만 명 이상. 저 대군이 먼저 밀고 들어온다면 울라로서는 큰 피해를 각오할 수밖에 없다. 만사는 북경에 간 조선 사신이 얼마나 빨리 돌아오느냐에 달려 있었다.
“알겠습니다, 부장.”
– 25 –
춥다. 정말 춥다. 하루 중 가장 추운 새벽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9월이라는데 뭐가 이렇게 추운지 알 수가 없었다. 두툼하게 솜을 넣은 조선옷을 받아 입고 있는데도 추웠다.
“역시 북도…정말 북도로군.”
포근한 규슈의 날씨가 그리웠다. 하지만 그곳은 이제 돌아갈 수 없는 땅이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거기, 술 좀 다오.”
“예, 에치고노카미 님.”
옆에서 지시를 기다리던 부하가 허리춤에 달고 있던 술병을 공손하게 내밀었다. 아소미야 에치고노카미 요시유키는 술병을 받아 독한 조선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지독하게 강한 술이 들어가자 그만 절로 기침이 났다.
“쿨럭! 젠장, 소주가 뭐 이렇게 독해? 이렇게 춥지만 않았어도 안 마셨어.”
이 지역에는 쌀이 없었다. 이 소주도 쌀이나 다른 곡식이 아니라 토란 뿌리 비슷하게 생긴 작물로 만든 거였다. 정말 엄청나게 독하면서 냄새도 고약했다. 하지만 이 새벽 추위 속에서 몸을 덥히려면 다른 수가 없었다. 여기 망루 위는 땅바닥보다 한결 더 춥다.
“북방인들이 정말 쳐들어오긴 올까요?”
“나도 몰라. 지키라니까 지키는 거지.”
아소미야, 본명 스즈키 요시유키는 예전에 철포집단인 사이카슈의 일원이었다. 사이카슈는 일향종을 편들어 노부나가와 싸우다가 이제 투항하자는 파와 끝까지 싸우자는 파로 나뉘었다.
전자는 노부나가 군에 들어갔고, 후자로 끝까지 싸우기를 원하는 이들은 노부나가가 차지한 혼슈 대신 규슈에서 머무를 자리를 찾았다. 요시유키도 아소 씨의 가신이 되었다. 노부나가가 오기도 전에 시마즈 군이 먼저 밀려오면서 아소 씨가 망하는 바람에 어그러졌지만 말이다.
이제 일본 안에 노부나가에게 맞서는 세력은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 살려면 노부나가 밑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지만, 요시유키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참에 잠시 주군으로 모시던 아소 고레미쓰가 조선으로 건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랐다.
“이리 추운 곳으로 오게 될 줄 알았다면 안 왔을지도 모르겠다만.”
“고레미쓰 님이 거제도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 저희도 거기 머무르게 될 줄 알고 건너오지 않았습니까. 저희 말고 다른 놈들도 그렇고요.”
요시유키가 거느린 부하, 옛 사이카슈 잔당 40명도 함께 건너왔다. 이들은 바다를 건너면서 다양한 출신의 도망자들과 어울려 한패가 되었다. 주군을 쫓아가는 아소 가 가신들 외에 규슈 전체가 히데요시에 의해 재편성되면서 영지를 잃은 많은 무사들이 바다를 건너고 있었다.
“우리 애들은 덜하지만, 다른 패 중에는 조선으로 건너온 걸 후회하는 멍청이들이 상당히 됩니다. 아무래도 너무 춥고 힘드니까요.”
“어쩔 수 없지.”
지금 왜별기에서 세력이라고 부를만 한 집단은 겨우 세 개다. 사나다 대 2백 명, 시마즈 대 1백 명, 사이카슈 대 40명. 나머지는 다 열 명 이하인 잡다한 패거리들이다.
앞에 있는 두 집단이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요시유키가 가장 큰 무리를 이끈 셈이다. 지금은 모두 조선군 방식에 따라 편제를 마쳤다. 소대, 중대, 대대.
“소대장, 중대장이라는 직위는 참 직설적이면서도 낯설단 말이다. 우리는 2개 소대인가.”
왜별기장 사나다 마사유키는 사이카슈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이 가진 장기가 대형 조총을 성벽 위에 거치하고 하는 저격이라는 것도 알았고, 이들이 총까지 가져온 것을 알고 크게 기뻐하면서 1개 반씩 망루 위에 배치했다. 망루는 성벽과 달리 흙을 바르지 않았다.
“북방인들이 근접해서 불화살이라도 쏘면 우린 그대로 구운 고기가 되겠습니다.”
“그렇게 안 되게 할 거야.”
술기운이 올라 몸이 좀 후끈해지자 기운이 났다. 몸을 펴고 사또가 준 천리경을 들어 서편 땅을 보았다. 강물, 풀밭, 숲 속…야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만약 적이 쳐들어오면 망루 위에서 총을 쏘아 공격하는 동시에 신호를 울리게 되어 있다.
“한양에 들러서 에치고노카미 님께서 조선왕에게 이름을 하사받으실 때만 해도 한양에 계속 머무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나도 그럴 줄 알았다. 우리가 사나다 공에 대해 들은 것처럼 말이지.”
요시유키가 대표로 조선 임금에게 이름을 받은 건 거느린 무리가 가장 많았던 덕분이었다. 헌데 요시유키가 자기 출신을 소개하자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듣던 조선 임금이 중도에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역관이 당황해서 요시유키에게 물어볼 정도였다.
“그대의 본명이 스즈키 요시유키고, 철포집단인 사이카슈 출신이라 했는가?”
“그렇습니다만….”
무슨 영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대답을 했다. 그랬더니 임금이 옆에 있는 중신들과 한참 뭐라고 뭐라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난데없이 이름을 하사하는 게 아닌가.
“그대에게 ‘김충선’이라는 이름을 내린다. 앞으로는 왜 땅에서 쓰던 이름 대신에 이 이름을 쓰도록 하라.”
사나다 마사유키나 시마즈 도시히사에게는 원래 이름과 비슷한 이름을 내렸으면서 자기에겐 왜 생판 다른 이름을 주었는지 알 수 없었다. 물어볼 사람도 없고 말이다.
“새 이름까지 받았으니 앞으로는 김충선으로 살아야겠지. 인정받으려면 공도 세워야겠고. 과연 이 추운 북쪽 땅에서 공을 세울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김충선은 천리경을 내려놓고 두 팔로 망루 난간을 짚었다. 끝없이 펼쳐진 숲과 거대한 강, 과연 그 너머에 어떤 적수들이 살고 있기에 조선인들이 이토록 두려워하는지 궁금했다. 이번 겨울을 지나고 나면 알 수 있을까?
– 26 –
“전하, 전하!”
“으, 음?”
어떻게 임진왜란도 안 터졌는데 아무래도 김충선인 듯한 사람이 건너오게 된 건지 참으로 궁금했다. 역시 내가 90년 전부터 역사를 바꾼 탓인 모양이다. 조선에, 일본에 영향을 미친 탓에 이런 변화도 생긴 거겠지. 하긴 바뀐 게 이미 한두 개냐.
“무슨 일이기에 과인을 깨웠는고?”
벌써 10월, 낮잠을 자기에 좋은 계절은 아니지만 김충선 생각을 하다가 그만 깜박 낮잠이 들어 버렸다. 상선이 자고 있는 나를 깨울 정도라면 뭔가 급한 일이 있는 건가.
“병조정랑 입시이옵니다. 전하께 아뢸 말이 있다 하옵니다.”
“들라 이르라.”
다른 신하들도 할 말이 있다고 하면 맞아야겠지만, 병조정랑은 언제 어느 때라도 면회 신청 ok다. 왜냐하면 금위사장 이항복이기 때문이다.
“전하께 아뢸 말씀이 있어 들었사옵니다.”
“무슨 일인가?”
옛날에 정호찬은 의금부, 형조에서 직을 마감했다. 그 뒤로도 금위사를 맡은 이들은 대체로 법무 계통에 있는 이들이었다. 사실 그게 맞는 배치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은 평시가 아니다. 남이건 북이건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일부러 이항복에게 금위사장을 겸임하면서 병조 업무도 맡아보도록 했다. 금위사에서 수집한 군사정보를 바로 활용하도록 말이다. 사실 뭐 조선에서는 이런 겸직이 드문 것도 아니다.
장래에는 군사정보 수집기관을 아예 별도로 창설해야겠지. 아니면 금위사를 의금부에서도 독립한 별도 정보기구로 만들고 그 안에 담당부서를 따로 놓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자칫하면 말 그대로 동창이 될지도 모르지만, 경찰권 없이 말 그대로 정보만 수집하면 괜찮지 않을까.
“울라를 뺀 해서 3위가 아무래도 수상하옵니다.”
“수상하다니?”
걔네들, 울라가 잘못한 거 맞으니까 이번 일에서 중립을 지키겠다고 했잖아. 혹시나 싶어서 사자 한 번씩 더 보내서 각 부장들 명의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받았는데.
“목단강 너머에서 들어오는 보고에 따르면, 해서여진에 속한 모든 부락이 갑옷을 꿰고 창과 칼을 갈며 화살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들이 울라와 함께 싸울 생각이 아니라면, 어찌 싸움에 나설 준비를 하겠습니까?”
도대체 언제 만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이항복은 주셔리 부 야인들 사이에도 정보원 라인을 만들어놓았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서 목단강 서쪽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
“저들은 이번 일에 개입하지 않겠다 하였다. 천지신명께 걸고 서약하였는데 어기겠느냐?”
“전하, 수상한 점은 그 하나만이 아닙니다. 울라와 우리 사이에서 중재 시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걸립니다. 울라를 설득해서 죄인을 내놓게 하지도, 우리에게 빌어서 마음을 누그러뜨리려 하지도 않습니다.”
어, 그러고 보니 그렇네. 하지만 그거야 우리가 빡친 거 보고 쫄아서 그런 걸 수도 있잖아. 그리고 그동안 울라한테 맺힌 게 있어서 이번 기회에 엿되봐라 하는 걸수도 있지.
내가 이런 소리를 하자 이항복의 표정이 곧바로 바뀌었다.
“신이 잘못 판단하였사옵니다. 저들은 그저 십만 군사를 동원하여 대규모 사냥을 벌이려는 것인데, 신이 저들이 감히 전하께 덤비려고 한다고 속단하였사옵니다. 부디 신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소서.”
아니, 그렇다고 네가 이렇게 나오면 어쩌냐?!
“아, 아니다. 그대가 한 말도 일리가 있다. 허나 내 보기에, 저들이 무장을 갖춘다 함은 그 목적이 울라를 도우려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우리 군사들이 울라를 쳐부수면 분명 그에 속한 백성과 가축 다수가 도망할 터인데, 이를 붙잡으려는 준비일 수 있지 않으냐?”
울라가 박살나는 와중에 주변지역이 평화로울 수는 없다. 피난하는 자들과 이들을 노리는 소소한 도둑떼들이 들끓을 게 뻔하다. 그러면 호이파나 하다에서도 만약을 위해서 경계 조치 정도는 필요해진다. 그게 피난민들을 자기 세력으로 끌어들이기에도 유리하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허나 신이 보기에는 저들이 울라에 합세할 가능성도 크옵니다. 마침 아직 우리 군사가 출발하지 않았으니, 충분한 대비를 명하심이 좋을 듯합니다.”
“알겠다. 고려해 보겠다.”
너무 많은 병력을 보내면 운용이 힘든데 어째야 하나. 누르하치가 경고한 몽골도 실제로는 별 거 없는 듯하고, 3부가 설마 명분도 없이 울라를 구하겠다고 덤빌까 싶다. 준비한 병력이 7만인데,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