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361
2부 1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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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적을 무찌른 일로 아뢰옵니다. 어제인 무자년 1월 병오일, 북평을 하루거리로 눈앞에 두었는데 적이 나타나 도발을 시도했사옵니다.
신이 쌓은 그간의 경험으로 보건대, 불과 기병 1천 기로 우리 대군에 싸움을 거는 양태를 보아하니 함정을 파 아군을 끌어들일 의도가 명백했습니다. 부여주 일대에서 신이 그 지리를 파악하지 못한 곳이 없기에, 이를 역으로 이용코자 결심하였습니다.
각 위장에게 지시를 내린 후 적을 추격하니, 역시 인근 골짜기로 아군을 유인하였사옵니다. 이에 짐짓 매복이 두려운 척 기병을 남기고 보병으로만 쫓도록 하자, 적은 아군이 나뉘었음을 알고 갈라진 일익을 섬멸할 호기라 여겨 일거에 복병이 일어나 보병을 강습하였습니다.
허나 매복이라 함은 모르고 당했을 때 피해가 큰 것이지, 이미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다면야 기습이라 할 것도 없는 법입니다. 우리 군사들이 훨씬 강한 이상, 저 도적들의 얄팍한 술수는 힘으로 짓부수면 그만인 것이 아니겠습니까.
신은 즉시 군사들을 지휘하여 대형을 갖추고 적을 막게 하였습니다. 비탈을 내리닫는 못된 도적들에게 총과 활을 쏘아 연달아 거꾸러트렸고, 탄환과 화살을 피해 눈앞까지 달려든 몇몇 도적은 그대로 창으로 찔러 꿰었습니다.
중과부적이리라 생각하고 무턱대고 달려들다가 크게 피해를 본 도적들은 급히 물러나 활을 들어 쏘려고 하였습니다. 허나 이때 신이 사전에 지시한 대로 뒤쪽으로 우회한 기병 1만 기가 뒤를 들이치니 적은 그대로 패멸하였사옵니다. 눈이 쌓여 말발굽 소리를 가리니, 적은 낌새를 전혀 알아채지 못하였습니다.
우리 군사들은 흩어져 도망치는 적을 맹렬히 추격하여 수급 1만 1천 782급을 참획하였으며 포로 2천 792명을 붙잡았습니다. 그 외에도 전마 79필과 수많은 병장기를 노획하였사오니, 이 큰 공이 모두 전하께 용맹을 돋보이고자 하는 충정에서 나왔다 할 것입니다.
마땅히 거두어들인 수급과 포로를 끌고 전하께 가서 어전에 무릎을 꿇은 뒤 전과를 아룀이 도리겠으나, 북평을 구원하라는 지엄한 어명을 받았기에 이 장계로 보고를 대신하오니, 부디 넓으신 아량으로 용서하시기를 깊이 바라나이다.》
무자년, 즉 올해는 1588년이고 1월 병오일은 22일이다. 엿새 전이구나. 내가 고춧가루 팍팍 친 개장국으로 추위를 쫓는 동안 신립은 신나게 여진족 놈들 모가지를 거두고 있었단 말이지.
어쨌든, 장계를 보니 신립이 닥치고 돌격만 하는 장수는 아니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해서부 놈들이 짠 함정이 상당히 허술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일단 복병이 있는데 그 배후를 쳐서 도리어 적을 덫에 밀어 넣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머리를 제법 써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신립이 스스로 밝혔듯이 그 자신이 부여주 지리에 빠삭하고, 적인 야인들의 사고방식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을 거다. 만약에 신립이 잘 모르는 장소에서 싸워본 적이 없는 상대와 맞붙는다면 그때도 무적은 아니겠지. 우리 역사에서도 그랬으니.
“그래서 도순변사는 북평으로 진격하였느냐? 포로는 어찌하였느냐?”
장계를 가지고 온 군관은 꿇어엎드린 채 내 물음에 열심히 답했다.
“군사 1천은 포로를 감시하도록 남기고, 나머지는 북평을 구원하러 움직였습니다. 지금쯤은 이미 성에 들어갔을 것이옵니다.”
다 좋은데 한 가지는 의혹이 든다. 포로를 죽이지 말라는 건 3년 전부터 강력하게 강조한 방침이니까, 신립도 포로를 잡기는 잡았겠지. 하지만 과연 저게 붙잡은 포로 전부였을까, 잡을 수 있는데도 포로로 잡지 않고 죽인 자들이 잔뜩 있는 건 아닐까?
에휴, 그건 굳이 지적하지 말자. 이 날씨를 감안하면, 웬만한 중상자는 도저히 끌고 갈 수가 없으니까. 우리 군수물자를 싣고 갈 수레도 빠듯한 판에 쌀을 내리고 여진족 부상자를 실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신립이 정말 저항할 수 없는 적 부상자를 죽였다 해도 문책하지 말자.
“그런데 어찌 장계에 우리 군사들이 입은 손실에 대해서는 적지 않았느냐?”
임진왜란 때 이순신이 보낸 장계를 보면 누가 무슨 공을 세웠는지 철저하게 기록했다. 한데 지금 신립의 장계는 자기가 어떻게 군을 지휘해서 적을 쳐 부쉈는지만 적혀 있고 다른 장수나 군사들이 세운 공은 적지 않았다. 아군의 손실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었다.
세부적인 전공이 빠진 거야 얼마든지 해석할 여지가 있다. 하루라도 빨리 북평에 도달해서 남은 적을 쫓아내고 수비대를 구원해야 하는데, 팔자 좋게 보고서나 쓰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애초에 신립은 보고서 작성 같은 행정업무를 좋아하지도 않고.
하지만 손실보고가 없는 건 문제가 크다. 전쟁을 하려면 전과를 정확하게 집계해야 하지만, 아군이 입은 손해도 정확해야 한다. 그래야 추후 작전을 설계할 때 참고할 수 있다.
“송구하옵니다, 전하. 소관이 알기로 기병은 전사 16명, 부상 34명을 내었고 보병은 전사 85명, 부상 233명이옵니다. 도적들이 산비탈에서 돌과 나무를 떨어트렸을 때 죽고 다친 이가 의외로 많았사옵니다.”
아무리 그런 상황에 대비해서 훈련을 받았고, 기습이 있을 거라고 예측해서 쳐부수기까지 했어도 역시 피해가 없을 수는 없었구나. 그래도 2만 병력에서 전사가 1백여 명이라면 0.5%밖에 안 된다. 부상자는 267명이니까 1.3%. 이 정도면 문제없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전투에서 사상자가 10% 정도 발생하면 그 부대는 전투력을 잃었다고 판단하고 후방으로 빼서 휴식과 재편성을 한다. 하지만 2% 정도라면 별로 큰 손실은 아니다. 어차피 북평에 들어가면 휴식도 재편성도 모두 실시할 테니까.
“알겠다. 그럼 그대는 얼른 돌아가서 도순변사로 하여금 본래 지시대로 북평을 확보한 다음 내 도착을 기다리게 하라. 공연히 공을 탐내어서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전하라.”
내가 세운 기본 전략은 북평에 일단 주력을 위치시킨 다음, 삼성부를 구출하면서 두 도시 사이에 뚫린 회랑을 차단하는 거였다. 그러면 노예를 약탈하러 들어온 습격대를 모조리 포켓 속에 집어넣고 섬멸할 수 있다. 남쪽은 정착촌들이 요새선을 형성하고 있어 퇴로가 없다.
하지만 놈들이라고 바보가 아닌 이상, 내가 이끄는 대군이 북평으로 올라간다고 하면 그냥 부여주 안에 머무르고 있을 리가 없다. 필시 도망치려 할 테고, 그 움직임을 파악해야 기존에 수립한 전략을 어떻게 변경할지 판단할 수 있다.
지금은 1단계 목표를 달성했을 뿐이다. 북평에 먼저 도착한 신립은 부여주에 들어온 적세가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 파악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내가 도착할 때쯤이면 신립도 충분히 정보를 모아두었으리라. 그 정보에 따라서 적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면 회랑을 닫아 주머니 끈을 조르고, 애매하면 직접 쫓아 쳐부수고, 이미 전부 빠져나갔다면 목단강을 넘어 적진으로 쳐들어간다.
“예, 전하. 도순변사에게 꼭 그리 전하겠습니다.”
좀 일찍 돌아온 동지사 편으로 월경 칙허는 이미 받았다. 요동군이 당장 출동할 수 없다는 소식은 안타까웠지만, 건주위를 움직이겠다 하니 후방 교란은 될 듯하다. 게다가 자금과 군량, 두 가지 중요한 지원도 들어올 예정이니 그만하면 충분하다.
사실 처음에는 누르하치 그놈이 해서부 쪽에 붙을까 봐 좀 불안했다. 한데 그 망나니 놈이 해서 부락들 빈집털이를 하고 있다지 뭔가? 평안감사에게 들어온 보고를 받고서는 그게 무슨 미친 소린가 했는데, 칙서를 보니 확실히 놈이 이편에 붙었다. 일단 한시름 돌렸다.
다만 이번 전쟁으로 해서가 망하고 나면 이 영리한 놈이 어부지리로 여진을 제패하게 될 게 빤한데 걱정이다. 저놈이 역사대로 후금을 세우고 나랑 패권을 다투게 되는 건 아닐까?
그렇다고 지금 당장 저놈을 해치울 수는 없으니 일단은 해서부 공격에 앞세워서 되는대로 써먹어 보자. 놈이 해서랑 싸우다 죽으면 최고지만, 혹시 살아남아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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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주 전역을 휩쓸면서 사람을 긁어모으던 해서연합군 중군은 전력을 다해서 북으로, 서로 달리고 있었다. 여기저기 흩어진 무리가 모여들면서 점점 집단이 커졌다.
“빨리 걸어! 걷지 못할까!”
재촉하는 고함과 울부짖는 아녀자들의 비명이 사방에서 울렸다. 부여주 전체, 심지어 멀리 연해주 접경까지 가서 데려온 이들을 해서까지 끌고 가기 위한 안간힘이었다.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어서 걷지 못해!”
개중에는 여진 말이 통하지 않는 자들도 상당수였다. 부여주를 그물처럼 휩쓸면서 사람이란 사람은 모조리 훑어낸 것이다. 이런 이들에게는 당연히 해서로 이주하라는 설득 따위도 하지 않았다. 닥치는 대로 마을을 습격해서 사람을 붙잡아 끌고 온 것이다.
“너무 많이 잡은 거 아닙니까? 다 데리고 가지도 못할 것 같은데….”
부잔타이가 마상에서 대열을 훑어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지금이라도 반쯤 버리고 가시죠. 이러다가 붙잡히면 몽땅 빼앗길 겁니다.”
후르한이 패하고 도망쳤다는 소식은 이미 받았다. 이들이 지금 서행길을 서두르려는 이유가 바로 그거였다. 느긋하게 굴다가는 탈출로가 막힌다.
“아니면 적어도 이 10만이나 되는 집단을 열 개 정도로 나누십시오. 조선군에게 걸려서 한 번 싸움에 몽땅 잡히는 것보다, 두세 무리가 잡히더라도 나머지는 빠져나가는 편이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진심에서 우러나온 걱정이었지만 만타이는 듣지 않았다. 이미 10만에 달하는 야인들을 잡아 울라로 보냈으면서도, 지금 이 무리에서도 한 명도 놓치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느냐! 우리는 10만이다. 즉, 눈앞에 나타난 조선군 1, 2만 정도쯤은 그냥 뭉개버리고 지나갈 수 있단 말이다. 그러니 큰 무리를 유지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만타이도 그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무리를 흩으면 통제가 힘들어진다. 지금 거느린 무리 중에서 정말 믿을 수 있는 자들은 해서에서 온 전사 3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죄다 부여주 각지에서 반강제로, 가끔은 동의하에 끌어낸 자들이다.
이런 자들은 감시하는 손길이 소홀해지면 곧바로 도망칠 게 뻔하다. 특히 일가가 전부 함께 끌려가는 5만이 더 그렇다. 그나마 남은 전사 2만은 처자를 이미 울라로 보낸 자들이라 쉽게 탈주하지 못한다.
함께 움직이는 한은 이들 모두 이탈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쪽은 전사만 6만! 혹시 호랑이 병마사 신립이 나타난다고 해도 1, 2만 정도 병력을 가지고는 쉽게 덤빌 수 없다.
“그리고 우리가 데려가는 건 전부 여진인이다. 조선인은 하나도 없어! 그러니, 저들도 굳이 싸워가면서 우리 길을 막지는 않을 거다. 괜찮을 거야.”
이건 부잔타이를 설득한다기보다는 만타이가 자신을 스스로 설득하려는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부잔타이는 만타이 휘하 전사 중 일부가 조선인 부락을 공격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 그 이야기를 해보아야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정 걱정되면, 확실하게 퇴로를 열기 위해 네 병력을 거느리고 삼성부로 가라. 그리고 좌군 병력과 합류해서 삼성을 함락해라. 그러면 네가 걱정하듯이, 남쪽에서 조선군이 올라오더라도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다.”
잠시 망설이던 부잔타이가 물었다.
“제안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울라 부장으로서 명령하시는 겁니까?”
“명령이다.”
“알겠습니다.”
부잔타이는 형에게 고개를 숙여 명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전하고 자기 병력 1만을 대열에서 따로 빼냈다. 형이 지휘하는 본대에 앞서서 삼성부로 가기 위해서였다.
만타이가 동생을 괴롭히려고 의도적으로 내린 지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삼성부를 함락하거나 아니면 굳건하게 포위라도 하고 있어야 철수가 쉽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덤으로 거기서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전리품도 분명 유혹이다.
다만 걱정되는 건 포위망이 유지되고 있을까 하는 문제였다. 삼성부를 포위하고 있는 좌군 쪽에서 보낸 마지막 연락에는,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포위를 계속해야 하는 괴로움이 절절히 드러나 있었다. 혹시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 버리지나 않았을지 걱정이 되었다.
– 25 –
사다리를 든 여진인과 몽골인들이 두 방향에서 물밀듯이 밀려왔다. 미끄러지지도 않고 얼음 위를 달려가는 모습에 김시민이 혀를 내둘렀다.
“빌어먹을 놈의 북풍 같으니!”
사흘 전부터 심한 폭풍이 불었다. 눈이 새로 내리진 않았지만, 바닥에 쌓여 있다가 날리는 눈만 해도 시야를 가리고 병사들을 괴롭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부사 권율은 적이 눈발 사이에 몸을 숨기고 접근할까 걱정하여 경계를 강화하게 했지만, 그 우려는 다행히도 빗나갔다. 하지만 바람이 그치자 적이 전력을 기울인 진짜 공세가 드러났다.
“강물 위로 놈들이 공격해올 줄이야.”
적은 이제까지 남문 방면으로 세 번, 동문 방면으로 한 번씩 공격을 시도했다. 많아야 2백 명 정도 동원하는 가벼운 공격 시도를 본 성내에서는 비웃기만 할 뿐이었다. 게다가 놈들은 매번 남문 쪽으로 접근하다가 왜별기들이 외보에서 쏘아대는 조총 사격에 쫓겨나기 일쑤였다.
딱 한 번 동문 쪽으로 접근했을 때도 자모포로 쏘아대는 조란환과 화살 세례를 받고 시체만 수십 구씩 남긴 채로 돌아갔다. 당연히 장수와 병사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적을 가볍게 보고 비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음이 풀어진 사이 폭풍이 불었다. 그리고 북쪽에서 불어온 거센 바람이 얼어붙은 강물 위에 쌓였던 눈을 거의 불어 날려버렸다. 사람이 별 지장을 받지 않고서도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만 남기고 말이다. 그리고 적은 이 얼음판 위를 달려와 성벽에 달라붙었다.
지금 삼성부를 둘러싼 세모꼴 성벽 전체가 함성과 비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적어도 수만 명은 될 적이 동쪽과 남쪽의 두 외보, 남쪽, 동쪽, 서쪽의 세 성벽에 달라붙었다. 지금도 동쪽 산에서 새로 사다리를 메고 내려오는 놈들이 보일 지경이었다.
가능만 하다면 포를 쏘아 얼음을 몽땅 깨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자모포로 발사하는 조란환 따위로는 두꺼운 얼음을 깰 수 없었다. 적이 수만 명이나 밀려드는데 곡괭이나 돌덩이를 들고 나서서 얼음판을 두드리고 있을 여유도 없다.
“어서 쏘아라! 기어오르는 놈은 창으로 내리 찔러라!”
그러고 보면 삼성부 본성 상황을 걱정하는 것도 사치였다. 이 외보에도 지금 천 명은 족히 되는 적이 달라붙어 벽을 기어오르려고 난리를 치고 있었다. 활과 총, 창과 도끼를 미친 듯이 휘두르며 간신히 버티고 있다. 조금 가지고 있던 진천뢰는 벌써 다 써버렸다.
“뭔가, 뭔가 엄청난 게 필요한데….”
김시민 자신도 활시위를 당기며 싸우는 참이었다. 이편 군사를 향해 화살을 겨누는 놈들만 골라 쏘면서 어떻게든 아군을 지키고 적을 하나라도 더 쓰러트리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나리, 놈들이 너무…으아악!”
중과부적 상태를 호소하던 부하 군사 하나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엎어져 두 팔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하지만 김시민 역시 굉음과 진동에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기에 그 모습을 눈여겨보지는 못했다. 대신 급하게 고개를 뒤로 돌렸고, 믿기 힘든 광경을 보았다.
십여 개가 넘는 물기둥이 성벽을 둘러싸고 치솟아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얼음 조각과 사람 몸뚱어리가 그 속에 섞여서 함께 얼음 바닥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