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368
2부 146화
– 41 –
“야인들에게 도순변사의 위명이 실로 높구나. 앞으로도 가끔 활용해야겠다.”
자기 이름을 내세워 적을 쫓았다고 신립이 화를 낼 것 같지는 않다. 그만큼 적들이 신립을 두려워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이순신이 알고 있는 신립의 성격이라면 화를 내기보다는 매우 만족스러워하면서 이런저런 주문을 하리라. 갑옷은 어떤 색으로 입으라느니 하면서.
“모두 장군께서 현명히 생각하시어 명하신 덕분입니다. 다만 소관이 너무 흥분하여 갑옷을 버렸으니 좀 아깝습니다.”
온몸에 피칠갑을 한 거한이 호탕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임꺽정이 입은 붉은 두정갑은 피가 너무 많이 엉겨 붙어 입기 힘들 지경이었다. 면포에 배어든 피가 추운 날씨 탓에 그대로 얼어버려서, 깔끔하게 소제하기가 어려울 듯했다.
“진짜 호랑이 병마사인 도순변사는 주로 활로써 적을 죽이므로 갑옷을 더럽힐 일이 없지만, 그대는 검을 쓰니 어쩔 수가 없지. 걱정하지 말게. 갑옷 한 벌 정도가 대수인가?”
싣고 온 물자에 그 정도 여분은 있다. 임꺽정이 체구가 좀 큰 편이지만 그 정도야 얼마든지 맞춰서 수선할 수 있다. 두정갑은 기본적으로 포제(布製)고, 철편을 내부에 붙여서 만드니까 입는 사람의 몸 크기에 맞춰 조정하기가 어렵지 않다.
“갑옷은 되었고, 그대가 쓰는 서반아 검은 상태가 어떠한가?”
“소관이 베어 넘긴 적이 족히 마흔은 되는 듯하나, 피를 닦아내고 보니 이 빠진 곳 하나가 없습니다. 단단하고 예리하기가 마치 북변을 휩쓰는 삭풍과 같습니다.”
한겨울에 북방에서 몰아치는 찬바람은 노출된 얼굴을 도려낼 듯이 후려친다. 칼이 예리함을 그에 비유할 정도라면, 얼마나 좋은 칼인지 알 만했다.
“톨레도에서 만든 강철검은 유럽에서도 유명합니다. 사람의 팔다리를 토막 치는 정도로는 그 날에 흠집 하나 생기지 않지요.”
로드리고 대위가 옆에서 웃음을 지었다. 추위 때문에 얼굴은 시퍼렇게 되어 있었지만, 직접 가르친 ‘제자들’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았으니 그래도 기쁜 모양이었다.
“펠리페 2세 폐하께서 보내신 장인들이 군기시에서 이 칼을 만들고 있으니, 이제 조선군도 훨씬 좋은 칼로 무장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들렀을 때 말하기를, 황해도에서 가져온 철이 질이 좋아서 좋은 칼과 갑옷을 만들 수 있겠다고 하더군요.”
도감군 보병들은 장차 전원이 서반아식 판금 갑옷을 받게 될 예정이었다. 다만 군기시에서 소집한 대장장이들을 총동원했어도 아직 4개 위 전체에 지급할 물량을 만들지 못했다. 지금도 한양에서는 장인들이 뚱땅거리며 갑주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만든 뒤에는 또 운반할 일이 큰일이겠지만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작정하면 방법이야 뭐 얼마든지 있지 않겠는가.
“임 부사직에게 새 갑옷이 필요하시다면, 저희 갑옷을 하나 써 보시겠습니까? 마침 체구가 비슷한 대원이 있으니, 그 갑옷을 잠시 빌려드리겠습니다. 피가 배지 않아 나중에 손질하기도 좋을 겁니다. ”
“본인만 좋다고 한다면야 안 될 이유가 없겠지.”
잠시 생각하던 이순신이 고개를 끄덕여 수락했다. 그 자신도 호기심에 한 번 입어보았지만, 서반아인들이 입는 갑옷은 강철판을 통으로 쳐서 만든 것 치고는 별로 무겁지 않았다. 게다가 방호 성능도 뛰어나서 화살 정도는 미끄러지듯 튕겨버렸다.
“다만 그 번쩍이는 갑옷을 입으면 도순변사 시늉은 못 하겠군. ‘강철 백정’ 같은 새 별호가 필요하겠는걸.”
조선에서 누구도 입은 적이 없는 철갑옷이다. 어린갑이나 경번갑과도 형상이 전혀 다르니, 이 갑옷을 보고 신립을 연상할 야인은 없을 것이다.
“남의 이름을 내세우기 조금은 꺼림칙했는데 잘 되었습니다! 이참에 야인 놈들이 이 꺽정이의 이름을 두고두고 기억하게 해줍지요.”
임꺽정이 씩 웃었다. 이순신도 마주 웃었다.
“내, 이번에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그대를 보군위에서 빼내어 마군위로 옮긴 일이로구나. 이번 싸움에서 세운 공은 내 꼭 전하께 아뢰어 그대가 충분한 상을 받게 하리라. 가서 서반아 갑옷을 한번 걸쳐보도록 하라.”
“하해와 같은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싸움이 끝난 뒤 이순신이 만난 사람이 임꺽정뿐일 수는 없다. 예하에 거느린 장수 중에서 가장 선임자인 2파총 선거이가 대표 격으로 보고했다. 꼬박 하루가 걸린 전장정리 결과였다.
“송구하오나 적도 중 상당수가 도주하였습니다. 아군에 기병이 많지 않은 탓도 있어 모조리 붙잡지는 못하였습니다.”
임꺽정이 ‘내가 신립이다’라고 외치며 종횡무진으로 적진을 휩쓸자 해서부 야인들은 그대로 무너졌다. 두려움에 휩싸인 야인들은 싸움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파리 떼처럼 흩어져버렸다. 후방에서 기병들이 산산이 흩어지자 앞쪽에 나가 있던 야인 보병들은 제풀에 흐트러졌다.
이순신은 놈들이 도망치기 전에 추격하여 붙잡으라고 명령했다. 보병들이 목책을 밀어내고 진격하기 전에 함경도 기병들이 먼저 함성을 지르면서 맹렬하게 추격에 나섰다. 때마침 적을 유인하는 임무를 마친 오도리 기병들이 돌아와 합세했다.
야인 기병들은 태세를 정비해 맞설 엄두 따위는 내지도 못하고 계속 도망치기에만 바빴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자리만 지키고 있던 보병들은 우왕좌왕하다가 모두 무릎을 꿇었다. 대열 뒤편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헤매던 부녀자와 짐수레들도 전부 이쪽 손에 들어왔다.
“포로로 잡은 야인들이 진술하기를, 자기네 우두머리는 울라 부 부장 만타이라 하였습니다. 이번 난리가 해서 4부 부장들이 직접 모의한 대규모 침략임을 확인한 셈입니다.”
이제까지 저들의 침략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많이 부족했다. 북평을 위협하던 적괴가 하다 부 부장 후르한이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삼성부를 공격하는 놈과 부여주 내부로 파고든 놈이 각각 누군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겨우 한두 개 부가 나서서 이런 대규모 난리를 저지를 수는 없으니만큼 저들이 힘을 합쳤을 공산은 다분했다. 하지만 확증을 잡지 못하다가 후르한에 이어 만타이까지 확인한 것이다.
“그럼 붙잡은 포로들은 다 울라 야인인가?”
“그것이 그렇지가 않습니다. 대부분이 우리 부여주 야인들입니다.”
만타이는 이순신과의 전투 선봉에다 투항한 부여주 야인들을 내세웠다. 부녀자들과 짐수레, 포로를 지키던 보병들도 대부분 부여주 야인들이었다. 뒷전에 빠져 있던 울라 놈들은 싸움이 불리해지자 죄다 흩어져 도망쳐버렸다.
“저들이 말하기를, 해서 야인들이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 와 투항하든가 아니면 마을과 함께 불타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하라 강요했다 합니다. 부녀자들 대부분이 그렇게 납치된 야인들의 일가이고, 이미 처자가 해서로 끌려간 자들도 숫자가 제법 많습니다.”
선거이는 포로들의 출신을 정리한 문서를 제출했다. 사내가 대략 3만, 여자와 아이도 3만에 달했다. 사내 중에는 누가 봐도 포로가 분명한, 밧줄에 묶여 있는 자들도 수천이나 되었다.
“반항하는 부락에서 잡은 이들, 그리고 아예 여진이 아닌 다른 야인이라 저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 자들까지 닥치는 대로 잡았습니다. 이들은 노예로 삼아서, 아주 부여주에서 야인들을 씨를 말리려고 했던 듯합니다.”
“저들이야 늘 사람을 원하지 않는가. 이번에는 규모가 엄청나게 크긴 했지만.”
몇 안 되는 울라 포로를 심문해 보았더니, 자기들이 이제까지 잡아간 부여주 야인이 적어도 십만 명은 넘을 거라는 진술이 있었다. 그러면 이로써 해서부가 늘린 병력만 3~4만은 충분히 된다는 이야기다.
“상세한 보고를 준비해서 북평에 계신 전하께 장계를 올려야겠네. 저들이 진술한 대로라면 놈들은 달자들과도 연합하지 않았나? 전하께서는 이런 사정을 까맣게 모르고 계실 테니 급히 장계를 올려야 하네.”
“예, 장군.”
절도 있게 군례를 올린 선거이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포로 말입니다만…어쩌면 좋겠습니까?”
뒷말이 없었지만 무슨 의미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순신이 물었다.
“우리 군량으로 저들을 부양할 수는 없다. 저들이 가진 식량은 얼마나 되는가?”
“울라에 도착할 때까지 먹을 분량만 지참했던 듯합니다. 지금 남은 이들이 보름 정도 먹을 수 있는 양뿐입니다.”
“음.”
보름치 식량으로는 북평까지는 턱도 없지만, 삼성이라면 빠듯하게 갈 수 있다. 그런데 잠시 고심하던 이순신이 뜻밖의 명령을 내렸다.
“다른 방법이 없다. 삼성으로 데리고 간다고 해도 삼성에 충분한 양식이 있을지 장담할 수 없으니, 저들에게 북평으로 가라고 하라. 장계를 올리는 길에 저들에 대해서도 보고를 하고, 전하께서 성은을 내려 봄까지 돌보아주십사 청하겠다. 봄에 귀향하게 하면 되겠지.”
“저들이 북평에서 난동을 피우면 어찌하겠습니까? 또, 약속대로 북평으로 가는 대신에 강을 건너 만타이 놈과 합류하면 어쩌지요?”
선거이가 하는 걱정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포로로 잡힌 야인 사내 중 다수는 가족이 이미 해서에 가 있다. 그리고 일가가 함께 이동하던 자들 역시 북평에 가면 반역죄로 처벌을 받으리라고 생각하고 도망치려 할 수도 있다.
“저들이 강서로 간다면, 봄이 온 뒤에 쳐서 베면 될 따름이다. 또한, 저들 중에 가족과 함께 이동하던 자들은 모두 전하께 충성을 다짐하고 있지 않으냐. 만타이가 이끄는 울라 군사들이 몰아세우지도 않는데, 저들이 순순히 강을 건너갈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장군, 저들의 선의를 과하게 신뢰하시는 듯하옵니다. 야인들은 무지한 듯하면서도 때로 간교하기 짝이 없는데, 어찌 약속을 지키리라 믿을 수 있겠습니까?”
선거이가 우려를 풀지 못하자 이순신이 너털웃음을 웃었다. 그는 선거이와 생각이 달랐다. 만타이가 자기를 뒤따라서 뒤늦게 강을 건넌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에 싸움을 치르면서 확실히 알게 된 바지만, 적괴 만타이는 매우 교활한 자로다. 그런 자가 한참을 자기 눈앞을 떠났던 수만 명이 갑자기 나타나 ‘우리는 여전히 그대와 동패로다’리고 하면 그 말을 믿겠는가?”
더구나 만타이는 도망치면서 뒤에 처진 보병들, 그리고 그 가족들이 조선군에게 항복하는 광경도 똑똑하게 보았을 터였다. 적에게 항복한 자들, 반역자라 해서 마땅히 처벌받았을 자들 수만 명이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 아직 우리는 같은 편이라고 하면 만타이가 할 예상은?
“우리가 울라 부 내에서 분란을 일으킬 의도로 저들을 들여보내고, 성공하면 만타이를 따라 반기를 든 죄를 사면함은 물론 넉넉한 은상을 내리겠다고 약속했다 의심하겠지요.”
“바로 맞췄네.”
이순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이 스스로 강을 건너간다 해도 만타이는 저들을 자기 부락에다 받아들이지 않을 걸세. 그렇다고 양식을 주어 돌려보낼 리도 없고, 설원으로 내몰아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게 하겠지. 아니면 모두 처형할지도 모르고.”
“아…장군께서 저들을 그대로 북평으로 보내시려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저들도 만타이가 그런 자라는 사실은 알고 있을 걸세. 그리고 이 종사관이 가져온 보고를 보니 저들 중 절반 이상이 만타이가 억지로 납치한 자들인데, 그런 이들이 순순히 강을 건너갈 리 없지 않은가? 믿어도 될 걸세.”
“알겠습니다. 얼른 정리를 마치고, 장군께서 명하신 대로 내일 아침에는 삼성부로 출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선거이가 고개를 숙였다. 이순신도 편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위 별군에서 흩어진 군사 중 저희와 직접 만나거나 신호차 피운 연기를 보고 찾아와서 구원을 청한 자로서 상처가 없는 자는 3,212명입니다. 수습한 부상자가 3,435명이고 거두어서 염한 시신은 6,445구입니다. 죽은 이들 중에는 동사한 자들이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승군장 처영이 조용히 두 손을 모으며 나무아미타불을 외었다.
“소승이 듣기로, 오위 별군에는 소승과 승도들이 모은 이들보다 2천 명 정도 많은 군사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방 조방장 나리도 못 찾은 이들 중에 들어있으니, 저들을 마저 찾으려면 며칠은 더 주위를 수색해야 할 듯합니다.”
“그럴 시간이 없으니, 안타깝지만 출발해야겠다.”
임꺽정이나 선거이를 상대할 때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딱딱한 말투였다. 처영은 이런 대우에 익숙해서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직 본영을 찾아오지 못한 군사들은 거의 죽었을 겁니다. 하지만 시신을 찾아 염불이라도 드려주어야 그 혼이 극락으로 가지 않겠사옵니까.”
“불공이야 시신이 없어도 드릴 수 있지 않으냐.”
날씨가 온난한 계절이었다면 이순신도 좀 더 망설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추운 계절에 입은 옷만 가지고 눈밭을 이틀이나 헤맸을 이들이 어찌 되었을지는 너무도 빤했다.
“이번에 해를 당한 군사들은 실로 슬픈 일을 당했다. 게다가 시신을 찾지 못해 제사를 받을 수도 없게 되었으니 어찌 괴롭지 않겠느냐? 허나 나라의 큰일이 눈앞에 있음에, 시신을 찾는 일을 산 생명을 구하는 일에 우선할 수 없다. 삼성부 구원이 먼저로다.”
이순신이 고민하는 상태라면 권해 보겠지만 이미 결심을 마쳤다면 따르는 도리밖에 없다. 이 조선에서 승려는 천민이고, 비록 벼슬이 있다 하나 승군장 역시 천민이었다. 신분에서든 직책에서든 더 반대할 여지가 없었다.
“명을 받들겠나이다.”
처영이 고개를 숙이자 이순신이 추가로 지시를 내렸다. 다행히 승군에게도 빨리 움직이라고 명하지는 않았다.
“그대와 승군은 별군 부상자들을 날라야 하니 다소 천천히 따라와도 좋다. 몸이 성한 별군 군사들로 하여금 다시 무기를 잡고 그대들을 엄호하게 할 터이니, 혹시 적이 나타나 습격한다 해도 걱정할 바는 없을 것이다.”
직접 대하는 태도는 딱딱할지 몰라도 이순신이 승군에 대해 충분히 배려하고 있음은 이로써 알 수 있었다. 처영도 이를 이해했기에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감사합니다, 장군. 최선을 다해 부상자들을 돌보겠사옵니다.”
“잘해주길 바란다.”
처영이 물러나자 이순신은 탁자 위에 놓인 지도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았다. 아직 삼성부에 도착하려면 보름 정도는 더 가야 한다. 군사들도 점점 지쳐가는 중이다.
다만 이번 싸움을 치러 승리한 덕에 싸움을 치르지 않은 것보다 득을 보았다. 사기가 오른 만큼 지친 몸으로도 더 힘을 내어 걸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단 며칠이라도.
“삼성부에서 일이 어찌 돌아가고 있는지만 알아도 좋겠는데.”
기껏 도착했는데 이미 삼성이 함락되고, 군사도 백성도 모두 죽거나 끌려간 뒤인 데다 성은 불타 폐허만 남았다면 좌별영은 끝장이다. 북평으로 돌아갈 양식도 없는 채로 폐허 속에 갇혀 얼어붙는 길밖에 없었다. 지금 이순신이 품은 걱정은 오직 이 한 가지였다.
“장군! 장군! 급보입니다!”
눈투성이가 된 이억기가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하는데 급한 보고가 이어졌다.
“순찰을 나갔던 군사들이 홀로 떠도는 야인을 발견하여 붙잡았는데, 잡고 보니 이게 야인이 아니라 삼성부사가 보낸 파발이었습니다! 삼성부는 아직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 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순신이 품고 있던 마지막 우려가 사라져 버렸다. 삼성부가 무너지지 않고 아직 버티고 있다면야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 당장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당장 그 사자를 데려오시오!”
“예, 장군! 여봐라, 그 삼성부 군사를 어서 데려오라!”
막사 바깥이 좀 웅성거리더니 야인의 옷을 입어 마치 야인 같아 보이는 사내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리고 곧바로 이순신 앞에 꿇어 엎드려 절하면서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처음 뵙겠사옵니다, 장군! 소인은 삼성도호부에 속한 부사정 이순원이라 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