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388
2부 166화
– 1 –
세상 반대편에서도 사람들은 멀쩡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비록 풍속은 다르고 지껄이는 말도 다르지만, 저들도 엄연히 사람임은 분명했다. 얼굴에 칠공이 자리를 잡고 있고 팔다리도 다 똑같은 부위에 붙어 있다. 그러니 어찌 같은 사람이 아니겠는가.
“구경하러 나가는 것은 좋으나, 길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라. 꼭 무리를 지어서 다니고, 절대 혼자 움직여서는 안 된다.”
서장관 이덕형은 시종들에게 외출 허가를 내주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 낯선 나라에서 아무 불상사 없이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
“조심하겠습니다, 나리!”
허가가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던 말단 수행원들과 시종들이 환호하면서 문밖으로 나갔다. 수십이나 되는 사람이 우르르 몰려나가니 객관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허어, 사고나 생기지 말아야 할 텐데.”
당연한 일이겠지만 서반아 왕도 마드리드를 저들끼리만 구경하러 나가는 건 아니다. 서반아 왕실에서 붙여준 접반사들이 시내를 구경시켜 주겠다며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위가 높은 이들은 이미 두 번이나 나갔다 왔다. 오늘은 그동안 눈치만 보던 하급자들이 큰맘 먹고 이덕형에게 자기들도 함께 나가도록 허락해 달라고 청한 것이다.
지금 객사에 남은 사람은 정사 정곤수와 부사 이수광, 서장관인 자신까지 딱 셋뿐이었다. 이들은 서반아 국왕 펠리페 2세와 벌일 회견을 준비하고 있었다. 회견이 끝나기까지는 주의를 다른 데 돌리고 싶지 않았다.
직접 문을 닫고 정곤수와 이수광이 있는 객실로 돌아가려니 갑자기 처음 서반아에 도착하던 날 생각이 났다. 눈부시게 비치는 햇빛 아래서 환하게 빛나던 그 항구의 모습이.
“여기가 세비야입니다.”
뱃전에 선 조선인들을 향해 서반아인 선장이 설명했다. 당연히 서반아어였지만 이제 조선인 일행은 그 정도는 다들 알아들었다. 꼬박 한 해를 채우고도 몇 달을 더 배를 타는 동안 배운 서반아어 덕분이다.
“에스파냐 국왕 폐하의 배들이 여기서 전 세계로 나갑니다.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그 모든 땅을 지배하시는 폐하께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부유한 군주이십니다. 폐하 앞에서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자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아시아 전체를 지배한다는 말을 깊이 파고들면 명나라나 조선까지도 펠리페 2세가 지배하는 땅이라는 소리가 된다. 하지만 조선인들에게는 아직 그 ‘아시아’라는 개념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상당수는 마카오를 가리키는 별칭인가보다 하고 말았다.
사실 선장이 하는 설명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은 데는 항구의 풍광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조선에서는 본 적도 없는, 아니 상상할 수도 없었던 돌로 만든 거대한 도시가 있었다. 중간에 들렀던 유구나 마카오에서 본 것보다 훨씬 큰 항구가 있고 엄청난 규모의 선대가 있었다.
“저, 저 거대한 배들은 어디에서 오는 거요?”
“대서양 건너 아메리카에서 옵니다. 그곳에서는 매년 막대한 금과 은이 산출되어 폐하께 이 세상 제일가는 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항구를 채운 거대한 배들과 그 배들이 내려놓는 화물에서도 이 항구가 얼마나 부유한지 알 수 있었다. 사신 일행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찬탄하느라, 할 말을 잊었다.
“접안합니다!”
서반아까지 타고 온 거대한 범선에는 딱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돛 외에는 다른 추진력이 없으니 항구에 댈 때는 육지에 바짝 붙일 수가 없다. 조금 떨어진 바다에서 배를 멈추고 작은 거룻배를 띄워 육지를 오가면서 사람이 타고 내리거나 연락을 주고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귀한 손님이 탄 만큼 서반아 당국이 특별한 배려를 했다. 노를 젓는 작은 배들이 밧줄로 배를 견인하게 해서 배가 부두에 바짝 붙도록 한 것이다. 덕분에 사신 일행은 줄사다리를 타고 위태롭게 배에서 내리는 처지를 피할 수 있었다.
“항구를 둘러보고 싶으시겠지만, 일단은 여독부터 풀도록 하시지요. 시장의 저택에 숙소를 마련하게 해두었습니다.”
여기 도착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른 기항지가 카나리아 군도였다. 선장이 모로 해적선에서 붙잡은 포로들을 내려놓기 위해 이 섬에 닻을 내리자, 올리베이라 백작은 쾌속선을 수배해서 본국에 편지를 보냈다. 조선 사절단이 거의 도착했으니 영접 준비를 해달라는 서한이었다.
카나리아에서 가벼운 수리를 하며 이틀을 쉬고 다시 출발한 결과 오늘 세비야에 도착했다. 서반아 측에서도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해 놓고 기다리고 있어서 만사는 순조로웠다.
“마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했다. 길거리를 가득 메운 희고 검은 사람들도, 형태가 다른 수많은 수레도, 어떻게 저런 걸 만들었을까 싶은 커다란 석조건물도.
지나가는 사람들도 조선인 일행을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저들도 이쪽을 보고 놀라워하고 있음을 그 시선에서 알 수 있었다. 갖가지 색깔을 한 서반아인들의 눈을 보면서, 바다 건너 이국에 왔다는 실감이 확실하게 들었다.
“음? 다 나간 게 아니었나?”
세비야에 도착했을 때 기억을 떠올리면서 복도를 걷고 있는데 달가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이런 소리가 나나 했더니 허균이 머무는 방이었다.
“구경을 그렇게 좋아하는 친구가 밖에 나가지 않고 방에 머무르다니, 별일이군.”
허균은 항해 중에도 선원들을 붙잡고 온갖 질문을 퍼부어댔다. 배가 항구에 닻을 내릴 때면 꼭 상륙해서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돌아다녔다. 세비야에서도, 이곳 마드리드에 도착한 뒤에도 보고 듣고 맛보며 이 나라를 체험하기를 즐겼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일까.
“자네, 혹시 몸이라도 좋지 않은가?”
사람이 평소 안 하던 짓을 하면 수상해 보이게 마련이다. 이덕형은 혹시 이 호기심 왕성한 젊은이가 드디어 객지 생활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게 아닌가 싶어 방문을 두드려 보았다.
“아, 아닙니다. 좀 정리할 게 있어서요.”
조금 당황한 듯했지만, 목소리는 멀쩡해 보였다. 다행히 아프지는 않은 모양이다.
“알겠네. 용무 끝나거든 객실로 오게.”
“예, 나리.”
이덕형은 걱정을 접고 객실로 돌아갔다. 세상을 반 바퀴나 돌아서 만나러 온 귀인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말 한마디라도 실수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했다.
– 2 –
『조선조 광종 때 한 재상이 있었으니, 성은 홍 씨요 이름은 아무개였다. 여러 대를 이어온 명문거족의 후예로서 어린 나이에 급제해서 벼슬이 이조판서에까지 이르렀다. 물망이 조야에 으뜸인 데다 충효까지 갖추어 그 이름을 온 나라에 떨쳤다.
다만 자식 복이 없어 딸 하나밖에 두지 못하였는데, 어떻게든 가문을 이으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였으나 끝내 아들을 얻지 못하였다. 홍 판서가 탄식하여 양자를 들이면서 말하기를, ‘내가 필시 하늘에 죄를 지었음이라, 가문의 영달을 내 핏줄로 잇지 못하게 되었구나’ 하였다.
홍 판서의 외동딸은 이름이 춘섬이라 하였다. 그 자색이 얼마나 곱고 뛰어난지 어쩌다 낯을 본 사내들이 한 달 동안 가슴을 두근거리며 잊지 못할 정도였고, 또한 영특함은 여느 선비가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라 유학과 서학에 모조리 통달하였다.
어느 날 춘섬이 시비를 거느리고 종로에 서책을 사러 나갔다가 어떤 사내를 만났다. 궐자는 훈련도감에서 창술 교습을 담당하는 서반아 출신 군관이었는데, 피부가 희고 콧대는 높으며 모발은 노란데 색이 파란 두 눈은 움푹 들어간 것이 도깨비처럼 괴이하였다.
그래도 사내는 사내인지라, 방년 열여섯인 춘섬의 미색을 보자 탐심이 일어나 상대가 알지 못할 서반아 말로 천한 농지거리를 하였다. 헌데 춘섬이 똑같은 서반아 말로 ‘반가의 규슈를 희롱함은 대죄이니 멈추시오’라 하자 크게 놀라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였다.
먼 땅에서 온 만인(蠻人)이 어찌 예를 알겠느냐며 춘섬이 너그럽게 용서하자 서반아인은 그 자비로움을 칭송한 뒤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고향에서도 그대처럼 내 마음을 흔든 여인을 본 바 없고 이 땅에 와서는 그대와 같이 말이 통하는 여인을 만난 바 없소. 그대가 허락한다면 그대를 배필로 맞이하여 천년만년 함께 해로하고 싶소.”
그러니 춘섬이 답하였다.
“이런 노상에서 구혼하다니 오랑캐의 습속이란 실로 야만스럽기가 그지없군요. 귀하가 정녕 내 배필이 되고 싶다면 내 아버지께 정식으로 중신을 넣어서 혼인을 허락해 달라고 청하시오. 계동에 와서 홍 판서 댁을 찾으면 다 아오.”
서반아인의 이름은 알바레스라 하였다. 알바레스는 훈련도감에 있는 윗사람들에게 조선에서 청혼하는 법을 묻고, 자신에게는 혼사를 도와줄 일가족이 없으므로 훈련대장에게 부친 노릇을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알바레스를 어여삐 여긴 훈련대장이 중신아비를 세워 계동 홍 판서 댁을 찾아가게 하자 홍 판서 댁에서는 난리가 났다. 홍 판서는 당장에 춘섬을 불러 호통을 쳤다.
“네가 행실을 어찌하고 다녔기에 이국인이 너를 보고 혼사를 청하였단 말이냐?”
“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소녀에게 무턱대고 구애하기에, 노상에서 봉변을 당함은 피하고자 하여 원하거든 아버님께 정식으로 청혼하라 하였습니다. 그 자리를 모면하고자 한 행동일 뿐, 진실로 이리될 줄은 몰랐사옵니다.”
홍 판서는 딸의 품행을 믿었기에 더 추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졸지에 생겨난 고민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오직 딸을 곱게 키워 훌륭한 사위를 얻고자 하는 낙으로 살던 홍 판서에게 이번 일은 실로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제안이 들어온 혼사가 열둘인데, 진즉에 그중에 하나를 골라 시집을 보낼 것을 내가 재고 고르다가 이런 일을 맞이하였구나. 저자가 훈련도감의 군관이니, 훈련대장을 통해 장차 주상을 통해서도 압력을 넣을 것이라. 실로 큰 우환이 되었도다.”
서반아 군관들이 어떤 자들인지는 홍 판서도 잘 알았다. 저들은 보수로 황금을 받기로 하고 5년을 기한으로 조정에 고용된 오랑캐들이다. 홍 판서는 오랑캐에게 딸을 주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길어야 5년 뒤에 떠나갈 사내를 남편으로 맞은 딸은 무엇이 되는가.
서반아인이 딸을 데려가도 큰일이고 버리고 가도 큰일이었다. 데려가면 평생 만날 수 없게 되고, 버리고 가면 소박맞은 여자가 되어 평생 고개를 들고 살 수 없어진다. 실로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었다. 탄식하던 홍 판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데려와 보라. 우리 말이 능숙하다 하니, 한번 만나나 보도록 하자….”』
“흠, 이 대목 다음은 어떻게 진행할까. 그래, 홍 판서가 선뜻 혼인을 허락해주지 않으니까 몸이 달아오른 알바레스가 담을 넘어 춘섬의 방에 숨어들고….”
혼자 중얼거리던 허균이 손에 든 석묵필을 빙글빙글 돌렸다. 금위사 말단 관원으로 반년쯤 재직할 때 배운 습관이다. 그리고 생각나는 대로 문장을 적어나갔다.
지난 1년 동안 대략적인 줄거리를 잡았다. 그리고 배에 동승했던 서반아 관리들에게 서반아 사회의 여러 특징을 물어 배우고, 그 내용을 반영해서 이야기를 수정했다. 충분히 재미있는 이야기책이 될 수 있을 듯했다. 이만하면 중국에서 만든 이야기보다 재미있지 않은가?
– 3 –
“국왕에게 예를 표함은 어찌함이 좋을지요?”
“그동안 계속 고민해 보았지만, 역시 엎드려 절을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저들의 풍속이 우리와 다르다 하나, 우리는 우리가 아는 예를 지켜야 할 것일세.”
정사 정곤수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조선에서 상감을 알현하는 예에 따라 서반아 국왕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려 절을 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일국의 국왕을 대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는 게 당연하다는 견해였다.
“하지만 주상께서는 저들이 보낸 사신에게 저들 풍속에 따라서 한쪽 무릎만 꿇고 절을 해도 좋다고 허락하셨습니다. 저들이 한쪽 무릎만 꿇었는데 어찌 우리가 두 무릎을 꿇겠습니까?”
부사 이수광은 올리베이라 백작이 주상을 알현할 때마다 오른쪽 무릎 하나만 꿇었던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온 조정이 이건 비례(非禮)라고 난리가 났지만, 임금은 ‘원래 풍속은 나라마다 다른 법’이라며 허용하고 문제 삼지 않았다.
“본관도 그 일은 선명히 기억하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전하께서 ‘저들 풍속에 따라’ 절을 올려도 좋다고 허락하셨다는 것이지. 그러니 우리도 ‘우리 풍속에 따라’ 마땅히 바닥에 엎드려 예를 표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정곤수가 정사이긴 하지만 만사를 그의 뜻대로 할 수는 없었다. 일단 그에게는 외교 경험이 전혀 없었고, 종친인 이수광에 비하면 신분에서 밀렸다. 서장관 이덕형은 나이는 젊지만 누가 봐도 그 능력이 출중한 데다, 임금의 총애까지 받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반아 국왕에게 어떤 방식으로 절을 올리느냐 하는 이런 문제까지도 모두 세 사람이 논의한 뒤에야 결정할 수 있었다. 다른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사께서 하시는 말씀도 옳고, 부사께서 하시는 말씀도 옳습니다. 하지만 소관은 정사께서 한 가지 놓치고 계신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본관이 어떤 사안을 놓쳤단 말인가?”
정곤수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덕형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평온한 목소리로 답했다.
“소관이 그동안 여기저기서 들어 보니, 서반아에서는 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는 자들은 주인 앞에 나온 노예들뿐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엄연히 양반이며 주상전하를 대신하여 서반아 왕 앞에 서는 사신인데, 어찌 이 나라 노예가 하는 절을 올리겠습니까?”
정곤수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이덕형은 정곤수가 화를 내거나 말거나 자기가 할 말을 끊지 않고 이어갔다.
“저들이 저들의 예를 지킨다면 우리도 우리 예를 지킴이 가할 것입니다. 허나 우리의 예가 이 땅에서는 노예나 하는 비천한 절이라 하니, 어찌 우리가 이 먼 이국까지 와서 오해를 받고 비웃음을 살 일을 자청해야 하겠습니까?”
“그럼 그대는 어찌함이 좋다고 생각하는가?”
“서반아 식으로 한쪽 무릎만 꿇는 절은 우리가 익숙하지 않고, 또한 저들의 풍속을 우리가 그대로 따름이니 적절하지 않습니다. 소관이 생각건대, 그대로 허리만 숙여 절함이 어떨까 합니다. 그만하면 충분히 예를 표한다 할 것입니다.”
이덕형이 자기 의견을 설명하자 정곤수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임금에게 허리만 숙여 절하다니, 그건 실외에서 하는 간단한 절이 아닌가. 아무리 여기가 서반아라고 하나, 엄연히 타국 어전인데 어찌 그런 간단한 절로 인사를 끝내겠는가.”
“조선에서도 간단히 할 때는 전하께 허리만 숙여 절을 올리지 않습니까. 딱히 비례라고 할 것도 없는 일입니다. 저들이 뭐라 하면 우리 풍속이라 하지요. 어차피 이곳은 건물 안에서도 신을 벗지 않으니 궁궐이라 한들 예를 따지기에는 들판과 다를 게 없습니다.”
결국, 펠리페 2세에게 하는 인사는 서서 허리만 깊이 숙이는 것으로 결정했다. 정곤수는 영 마땅치 않은 표정이었으나, 부사와 서장관이 모두 반대하니 자기 의견을 고집할 수가 없었다.
이덕형은 창가에 서서 유유히 마드리드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한양과는 다른, 정말 너무도 다른 도시였다. 과연 사절단은, 견서사(見西使)는 여기서 어떤 성과를 거두고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