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439
2부 217화
– 19 –
전쟁준비에 들어간다지만, 평소에 진행하던 일 중에도 빼먹을 수 없는 사업은 있는 법이다. 장래에 내가 그 과실을 직접 따먹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쓸모가 있는 사업이다.
“나무는 베는 만큼 심어야 한다. 각 고을에 명하여 베어내는 재목 숫자보다 세 배는 되는 묘목을 심게 하라. 식목을 게을리하는 자도 역시 전가사변에 처할지어다.”
심은 대로 쑥쑥 자라는 나무는 없다. 자라다 죽기도 하고, 잘 자라다 간벌할 때 솎아내지는 나무도 있다. 나무를 크게 키우자면 간벌을 안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려면 적어도 벤 숫자의 3배수를 심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더 많이 심으면 당연히 더 좋고.
더구나 재목으로서 쓸모는 많지만, 한반도 숲에서 주종이 아닌 참나무류는 더욱 적극적으로 식림을 해야 한다. 그래야 수십 년 뒤에 베어서 쓸 수 있으니 말이지. 무엇보다도 조선재로는 참나무가 최강 아닌가 말이다. 연산군 때 그 많은 참나무를 안 심었으면 지금 어쩔 뻔했나?
“공조판서, 해삼위에 있는 조선소에서는 지금 작업이 얼마나 진척되었는가?”
펠리페 2세가 보내준 기술자들은 대부분 북한산성 안에 살고 있다. 군기시가 북한산성 안에 있으니까. 유일한 예외가 조선공들이다. 목재 및 철재 조달에 유리한 곳을 찾다 보니 머나먼 해삼위에 가 있게 되었다.
고향 플랑드르에서 멀리 떨어진 객지에 와서, 그것도 겨울이면 뭣 같이 추운 해삼위에 보내 놓으니 나도 좀 미안했다. 다른 기술자들은 산속에 살더라도 번화한 서울 거리에 종종 외출도 나오고, 밤거리도 즐기고 하는데 말이지.
물론 해삼위도 허허벌판에 조선소만 하나 덜렁 있는 그런 곳은 아니다. 이미 한참 예전부터 모피와 고래를 실어내는 항구가 있었고, 새롭게 건설한 광산과 가마에서 일하는 수천 일꾼이 모여들어 북적대는 도시다. 당연히 색주가도 들어서 있다.
다만 그렇다고는 해도 벽지는 벽지인지라, 춥고 고달프다는 단점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해삼위에 있는 조선공들은 군기시에 간 기술자들보다 급료를 두 배로 받고 있다.
“서양인 선장(船匠)들이 우리 목수들을 가르쳐서 만든 첫 번째 양선(洋船)이 이제 완성되어 물에 띄웠다 하옵니다. 다만 아직은 선체만 만들었기에 돛대를 세우고 삭구를 다는 등 의장을 모두 마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보고였사옵니다.”
이야, 참 오래 걸렸다. 스페인 사절단이 도착한 지 2년 반이라니. 일단 플랑드르, 그러니까 네덜란드 출신 조선공들한테 조선말을 가르치는 데 걸린 시간을 베이스에 깔긴 해야 하지만 국산 초도함이 나오는데 2년 반이라니.
하긴 조선 배목수들한테 서양식 건조술을 제대로 전수하느라 대형선이 아닌 소형 보트부터 만들기 시작했다고 했으니, 이 정도 시간은 각오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만든 배는 대선(大船)인가, 중선(中船)인가?”
“대선입니다.”
조선공들은 해삼위로 떠나기 전에 자신들이 만들 수 있는 배 리스트를 제출했다. 갈레온은 당연히 있고, 플류트라고 하는 중형선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현대에서 나도 모르던 배였다. 나야 전열함 시대 이전 배라면 갤리, 갈레아스. 카라벨, 갈레온 뭐 이런 것밖에 몰랐으니까.
이 플류트라는 배는 상선으로 특화된 선종이다. 용적이 커서 짐을 많이 실을 수 있고 배를 움직이는 선원도 적어서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대신 전투력은 빈약했다. 전함이라면 대포를 실을 자리에 화물을 싣고, 전투원이 될 수 있는 선원도 적으니 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본래 목적대로 물품 수송에만 사용한다면 이만한 배도 없을 듯하다. 싸움에 투입할 배가 필요하면 전함을 만들어야지 상선을 전함으로 쓸 궁리나 하면 어떡하겠는가.
조정에서는 갈레온과 플류트 두 가지 선종에 집중해서 건조하기로 낙착을 보았다. 갈레온은 대선, 플류트는 중선으로 지칭하고 일단 갈레온부터 건조하기로 했다. 그때에는 아직 전쟁이 코앞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대내외에 선보일 과시용으로 한 척 만들 필요가 있었다.
“마침 마닐라에 주문한 두 번째 대선도 벽란도에 도착한 참이니, 두 척 모두 선인들이 직접 경험을 쌓게 할 겸 해삼위에 가서 배를 받도록 하라. 이후 동해에서 연습을 벌여 배를 다루는 솜씨를 익혀야 하리라.”
“예, 전하.”
그동안 갈레온 1호 ? 아직 ‘~호’라는 이름은 없다 ? 는 초보적인 실습함으로 경기도 인근 바다에서만 주로 돌아다녔다. 선원들도 아주 기본적으로 배를 다루는 기술만 배웠지, 육지가 보이지 않는 난바다에서 방향을 잡고 항해하는 능력 같은 건 없다.
그런 면에서 동해는 참 좋은 훈련장인 듯싶다. 포항쯤에서 출발해서 울릉도 찍고 해삼위에 도착하는 코스가 훈련용으로 딱 좋지 않은가? 내가 배 다루는데 문외한이긴 하지만, 육지에서 떨어져서 움직이는 항해술 훈련에는 꽤 좋은 바다라고 생각한다. 물론 겨울에는 빼고.
아무튼, 실습선으로 두 척을 운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앞으로 양성할 수 있는 선원 수도 두 배로 늘었다. 본격적인 대양해군(?) 양성이 시작될 참이다. 교관인 제노바 항해사들한테도 이제 특근수당을 더 줘야겠구나.
아참, 해삼위에 설치할 해안포대에 놓을 대포도 그놈들 가는 김에 실어가라고 해야겠군.
– 20 –
“올해 성절사로는 하성군을 보내도록 하겠다.”
“하성군 말씀이십니까?”
종친이 명나라에 가는 정사(正使)로 뽑히는 일은 거의 없다. 단종 때 수양대군, 즉 세조가 명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온 게 아마도 마지막 사례다.
왕권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종친들을 압박하는 건 내가 연산군으로 각성한 이래 후대 왕들도 꾸준히 해오던 일이다. 심지어 경성군조차 개인적으로는 종친들에게 호의를 베풀어도 정치적 기회를 주지는 않았다. 내가 만든 종친 규제법안들을 없애지도 않았고.
내가 고안한 여러 규제법안 중에 양자 금지법은 워낙 반발이 심했던 탓에 흐지부지 시행이 중단되었다. 하지만 종친으로서의 대우가 사라지는 5대가 되면 왕실에서 받은 저택이나 토지, 어장, 염전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박탈되는 법은 철저히 유지되고 있다. 공신전과 같다.
종친부 직책 외에는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도 제대로 된 벼슬을 얻을 수 없는 종친에게 정사 자리라니, 조정 중신들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성군을 보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일전에 황제께 급히 서한을 올려 왜적들이 대국을 노린다고 알리기는 하였다. 허나 확증이 없지 않았느냐. 확증을 보이려면 왜국에서 신장 옆에 머물며 그 실상을 눈으로 본 하성군만 한 이가 없으니, 이를 사신으로 보내어 명나라 조정에 위급함을 알려야 한다.”
노부나가가 바보가 아니라면 조선을 완전히 처리하기 전에 명나라를 치러 가지 않을 거다. 옆구리를 적에게 드러낸 채로 진격하는 천치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물론 노부나가가 염두에 두고 있을 그 ‘처리’가 정복일지 동맹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내가 완곡하게 동맹을 거절하기는 했지만, 노부나가 쪽에서 혹시 미련이 있을 공산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니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더 여유가 생기는 셈이지.’
나를 써먹을, 동맹군으로 활용할 의사가 있다면 아무래도 공격하는 기세도 무뎌질 테니까. 어느 만화에서도 악의 세력은 몇 차례나 싸웠으면서도 주인공을 죽일 수가 없었다. 살려두고 제물로 써먹어야 했거든.
조선을 초토화하고 조선군을 박살 내 버리면 명나라 원정에 동원할 동맹을 확보하기는커녕 재건할 부담만 떠안게 된다. 그러니 노부나가가 그리 생각하고 나를 동맹으로 끌어들인다는 헛된 꿈을 아직도 가지고 있어 주면 좋겠다.
“전하, 혹시 대국에 왜적 막는 일을 도와달라고 청병(請兵)하실 생각이시옵니까?”
“아니다,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우의정 이산해가 하는 질문을 받자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충분한 전력만 있다면 내 땅, 내 나라에 외국군 따위는 들일 필요가 없다. 되놈들 군수지원하느라 허리가 부러지기도 싫고, 작전권 때문에 아옹다옹하기도 싫다.
“그럼 아니 보내셔도 될 듯합니다.”
호조판서 윤두수다. 연락을 아예 하지 말라고? 왜?
“전하, 지난번 서신 전달 때도 대국에서는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사옵니다. 정말로 왜적들이 들이닥친 뒤라면 모를까, 아직 적이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데 계속 사신을 보내면 대국에서도 경고를 흘려들을뿐더러 우리 조선을 말만 앞서는 허풍쟁이로 여기지 않겠습니까?”
으음,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충분한 근거를 두고 일본이 쳐들어오리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는가? 내가 반문하자 윤두수는 적이 올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는 점이 자기가 우려하는 바라고 했다.
“전하, 그러니 경고는 지난번 한 번으로 그치고 왜적이 나타날 때까지는 이대로 기다리는 게 좋지 않을까 하옵니다. 명나라에 자꾸 사신을 보내면 저들이 우리가 전비 지원을 뜯어내려고 존재하지도 않는 왜적의 위협을 꾸며낸다고 생각할 수도 있사옵니다.”
아픈 부분을 찌르네. 솔직히 전쟁비용을 지원받고 싶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작년에 치른 북방전쟁에서 명나라 돈으로 전비를 메우고 엄청난 액수를 남겼듯이, 이번 왜란에서도 되도록 돈을 많이 뜯어낼 생각이었다. 여러 대신들도 눈치는 채고 있었으리라.
“대국을 치겠다며 침노한 적을 우리가 막아주는 셈이니, 대국에서 그 도움이 가상하다 하여 지난해의 전례처럼 곡식과 은을 내린다면 기꺼이 받아도 비례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우리 쪽에서 먼저 연락함이 지나치면, 대국에서 받아들이기를 ‘조선이 이익을 원하는 탓에 허위로 적침을 알리고 이를 기화로 전량을 청하는도다’하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굳이 반복해서 알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옵니다. 한 번 알렸으니 도리는 했사옵니다.”
좌의정 유성룡도 신중론을 펼쳤다. ‘상국’인 명나라에 경고하자는 의견을 이 양반이 탐탁지 않게 여기다니, 이럴 수가 있나 하는데 이조판서 이원익이 사신 파견을 지지하고 나섰다.
“사람이든, 나라든 대할 때는 내가 진심으로 대해야 합니다. 지금 전하께서 대국에 왜적의 침입을 알리고자 하시는 마음이 전량을 받아 이익을 얻으려는 마음에서 비롯되셨습니까?”
“아니, 물론 아니다.”
“그러시다면 그대로 하성군을 보내서 고하시옵소서. 전하께서 오직 위급함을 알려야겠다는 마음만 굳게 품고 계신다면, 대국에서 의심을 하건 말건 그게 무슨 상관이겠사옵니까? 저들이 믿지 않더라도 왜적들은 쳐들어올 것이고, 그리되면 의심은 자연히 사그라질 것입니다.”
“옳은 말이로다.”
반대와 찬성이 2:1이다. 자, 이제 찬성 쪽에 한 사람만 더 붙으면 되겠는데….
“전하, 하성군을 보내시옵소서. 정사를 누구로 하건 어차피 성절사는 보낼 것이 아니옵니까. 기왕 보낼 사신을 하성군으로 하고, 가는 김에 말 몇 마디 더 한다 해도 우리가 들일 노력은 저화 한 되도 안 되옵니다. 적침은 확실하니 거짓말쟁이 목동이 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좋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솝 우화에 비유를 하냐, 알아듣는 사람은 나 하나뿐인데. 저기 다른 신하들이 어리둥절 해하는 표정 안 보여? 내가 손으로 이마를 짚고 한숨을 쉬는 사이에 ‘거짓말쟁이 목동’이라는 표현이 뜻하는 바를 설명하는 이항복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 그러면 하성군을 대국에 사신으로 파견하는 일은 원래 안대로 시행하게 하겠다. 이는 욕심에서가 아니라 임박한 위험을 천자께 알려 대비케 하고자 하는 충심에서 나온 결정이니, 그대들은 헛된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그래, 유성룡이나 윤두수가 걱정하는 것처럼 명나라가 우리를 안보팔이 장사꾼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가 명나라를 등치려고 일본의 위협을 조작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진실함은 뒤에 결국 밝혀지리라.
– 21 –
“조선 국왕이 쓰시마에 병력을 보내고, 성곽을 보수하고 있다고.”
“부산포 일대에서도 성곽을 수리하는 정황이 보인다 합니다. 포구에서 보이는 전선 숫자도 부쩍 늘었습니다.”
이키를 출발하는 교역선이 부지런히 부산포를 오가고 있다. 지금 동래 왜관에서는 일꾼들이 매일같이 쌓이는 일감에 진땀을 쏟고 있을 것이다.
교역선에는 고니시가 선발한 첩자들이 수부로 위장하고 타고 있었다. 이들은 조선에 갈 수 있는 합법적인 신분으로 동래를 오가면서 중도에 보이는 모든 조선군 방어시설을 살폈다.
조선인들 역시 첩자를 보낸다. 동래를 오가는 교역선은 독점권을 가진 이키섬 배뿐이지만, 조선인들도 관의 허가를 얻어 승객으로서 타고 올 수는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키까지 와서 일본 상인들과 직접 만나 거래를 한다. 이키 중개인을 통하기는 하지만.
헌데 예전에는 어쩌다 가끔 찾아오던 조선 상인들이, 요즘은 배가 오갈 때마다 서너 명씩 온다. 여기서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멍청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교역을 중단하라고 명해야 합니다! 이키의 배만 불리고, 그놈들이 조선과 내통할 기회만 주는 일입니다. 주군께서는 며칠마다 조선에서 온 자들이 요시토시를 만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못 들으셨습니까?”
가토 기요마사는 이제 곧 싸울 상대인 조선과의 교역이 계속되고, 요시토시와 조선 사이의 연결도 확실히 끊어지지 않는 데 불만이 많았다. 더구나 거래하는 상품 종류에 대해서도 강한 분노를 터뜨렸다.
“곧 조선과 싸우게 될 줄 뻔히 알면서도 요시토시는 총포를 만드는 구리와 화약을 만드는 유황을 조선에 팔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우리가 사들이는 건 면포와 쇠가죽이 고작이니, 이 교역은 조선군을 강화하는 반역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고니시는 자신이 한참 보고하는데 끼어들어 소리를 질러대는 가토를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저 무식한 놈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다행히 고니시가 나서기 전에 이시다 미츠나리가 그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가토를 나무랐다.
“교역선 왕래를 중단시키면 쓰시마와 부산의 방어상태는 어떻게 살핍니까?”
“그 정도는 정찰대를 보내 살피게 할 수 있소!”
“과연 그 정찰대가 백주대낮에 조선 수군 코앞을 지나 부산진 성벽을 살필 수 있을지 심히 의문입니다. 그리고 가죽과 면포 수입을 매우 안 좋게 보시는데, 기요마사 공께서는 갑옷을 다 준비하셨습니까?”
“당연히 다 준비했소!”
“병사들 몫도 준비하셨습니까?”
“준비하는 중이오.”
“거기 들어가는 쇠가죽이 다 어디서 온다고 생각하십니까?”
가토는 입이 콱 막혔다. 반박하지 못하는 가토를 보면서, 미츠나리는 얼음장 같은 표정으로 자기가 할 말을 계속했다.
“면포 역시 우리가 필요해서 들여오는 겁니다. 더구나 우리가 유황과 구리를 팔지 않는다고 해서 조선이 이런 물자를 구하지 못하게 되지도 않습니다. 저들은 명나라와도 교역하니 그쪽 경로로 들여오면 그만입니다. 교역을 중단하면 우리만 필요한 걸 얻지 못하게 됩니다.”
고니시는 미츠나리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자기가 가토와 충돌하면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내며 감정적으로 대응해서 싸움이 터지는데, 미츠나리는 언제나 냉정했다. 감정을 내세우지 않으니 싸움도 안 난다. 언제나 사실과 논리에서 밀린 가토가 입을 닥치는 결과로 끝났다.
고니시로서는 주군인 히데요시 앞에서 또 추한 꼴을 보일 뻔했는데 미츠나리가 구원해 준 셈이니,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미츠나리는 그 눈인사를 보았으면서도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늘 그런 성격이니 고니시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교역 중단 문제는 쉽게 정할 수 없는 일이다. 어차피 곧 겨울이 오면 중단될 테니 그렇게 싸우지 말도록. 내년 봄 교역 재개 여부에 대해서는 내가 오사카에 가서 노부나가 님께 직접 건의해 보고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
상황을 봉합한 건 히데요시였다. 곧 10월, 오사카성 완공 축하연이 열릴 때가 다가왔다. 그 실상은 그동안 준비만 해온 원정 목표가 조선이라고 공식 선언하는 자리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