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440
2부 2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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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은 9월 1일부로 전라좌수사에서 인접 수군영인 경상우수영 수군절도사로 전보되었다. 반년 전 이 자리에 취임할 때 주상이 건넨 언질대로라면 전라우수영을 거쳐야 했으나, 어떻게바로 경상도로 왔다. 그에게는 별 상관 없는 문제였지만, 품계도 다시 종2품으로 올랐다.
주변에서는 아들이 부마가 되었으니 왕실의 사돈으로서 당연히 하는 출세라고 수군거리는 분위기였다.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드러내지는 않았다. 상감께서 정한 혼사라면 마땅히 받아들이면 될 뿐, 그 결과에 대해서 신하 된 몸으로 왈가왈부할 것이 없었다.
“이번 겨울 동안 본영을 두룡포로 옮기고, 이전이 완료되면 내년 봄에는 수영에 속한 모든 전선과 수졸을 동원한 수조를 실시할 터이다. 우수영 예하에 있는 각 진포는 전선을 정비하고 수졸을 소집하여 점고에 대비하도록 하라.”
이순신은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신임 우수사를 바라보던 우수영 소속 장수와 아전들 앞에서 부임 후 한 달 만에 폭탄을 터뜨렸다. 날벼락을 맞은 관원들은 부들거리며 떨었다. 이미 전라좌수영에서 퍼진 악명이 헛되지 않은 인간이었다.
“수사또 나리, 지금 본영이 있는 오아포도 좋은 포구입니다. 멀지도 않은 두룡포로 본영을 굳이 옮기셔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보통 일이 아닐 것인데….”
이사, 그것도 수군영쯤 되는 큰 관청이 이사하려면 그 고충이 보통이 아니다. 건물을 새로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고 보유하고 있는 문서와 물자, 병기·화약·군량 등만 해도 엄청난 양을 날라야 한다. 살림과 처자식을 옮겨야 하는 관원과 이속(吏屬)들의 고생은 말할 것도 없다.
당연히 새로 부임하자마자 본영을 옮기겠다고 선언한 우수사에 대한 원성이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쪽 같은 신임 우수사는 부하들의 불만 같은 것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꼭 필요한 나랏일에 어디 맞서느냐는 태도였다.
“남도를 수호하는 수군이 지켜야 할 본분은 외적을 막는 것이며, 그 외적이란 곧 왜적이다. 왜적은 근래 들어 그 준동이 줄어들었다 하나 언제 다시 그 횡포한 본성을 드러내어 침범할지 알 수 없다. 이를 대비하자면 적소를 찾아 본영을 둠이 가하다.”
이순신은 부임하자마자 관내 포구를 모두 돌면서 그 위치에 따른 장단점을 파악했다. 그런 연후에 본영을 옮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두룡포는 내지에 있는 듯하지만, 남쪽으로는 대양으로 통해 있고 북쪽으로는 육지와 붙어 있노라. 서쪽으로는 굴량을 제어할 수 있고 동쪽으로는 견내량에 임해 있으므로, 호남과 부산 사이에 있는 관방(關防)의 요해처로서는 이보다 나은 곳이 없다.”
왜적이 쳐들어올 때 가장 덮치기 쉬운 곳은 부산 및 거제도 일대다. 가깝고, 부산 일대에 다수 있는 무인도나 왜관을 거점으로 하여 왜구들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소규모 침입에 대응하자면 지금 체제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주상께서 분부하시기를 장차 왜적이 대규모로 쳐들어올 것이니, 그에 대비해야 한다고 은밀히 명하셨다. 필요한 모든 권한을 부여하겠으니,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는 허락도 있었다.
“오아포는 다소 구석진 위치에 있는 탓에 적이 대규모로 닥쳤을 때 바로 대응하기 어렵다. 또한, 동서 양편에서 닥치는 적을 모두 막을 수 있으니, 실로 요지라 할 만하다. 어서 준비를 마치고 실행하도록 하라.”
겨울에는 왜적이 오지 않는다. 그러니 겨울 동안 본영 이전을 마치고, 내년 봄에는 대규모 수조를 통해서 수영의 방어태세를 다져놓아야 했다. 경상우수영은 소속 판옥선만 1백 척이나 되는 대규모 수영이니만큼, 훈련 없이는 절대 실전에서 원활하게 움직일 수 없으니 말이다.
“저거, 아들이 부마가 됐다면서?”
“그러니 저렇게 설치는 거겠지.”
수영 이전이라는 엄청난 과업을 부여받은 우수영 아전들 사이에서는 불평이 만연했다. 허나 전라좌수영에서 일을 게을리했던 아전들이 어떤 벌을 받았는지 이미 알려져 있다 보니, 차마 드러내놓고 투덜거리지는 못했다.
“젠장. 상감께서 뒷배를 봐주신다고 저렇게 날뛰는데, 얼마나 가나 보자고.”
“길어야 내년 여름이겠지. ?! 그나저나 이사할 집은 어찌 구하나.”
대부분 아전들은 임금의 사돈이자 총신이라는 이유로 벼락출세한 이순신을 폄하했다. 운이 좋아 적장이 얻어걸리고, 임금이 그토록 크게 지원해주는데 어떤 장수가 공을 세워 출세하지 못하겠는가. 없던 공도 생길 판이다.
“올 한 해만 참자고. 그러면 저 대단한 분이 또 더 높은 벼슬로 올라가실 테니. 그럼 다시 옛날처럼 돌아갈 수 있겠지.”
“그러세나. 이 고난 또한 어찌 지나가지 않겠는가.”
– 23 –
오사카성 낙성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 도중에 재목을 쌓아둔 적치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공사 진척이 좀 늦어졌지만, 그 문제도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재목에다가 불을 지른 범인들이 잡힌 것이다.
“무도한 놈들이니, 놈들이 저지른 일에 걸맞은 처벌을 내리면 된다.”
노부나가는 붙잡힌 방화범 여섯 명에게 모두 화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노부나가가 말끔하게 태워버린 바 있는 히에이산 엔랴쿠지(延?寺) 세력의 잔당들이었다. 용케 그때 목숨을 건지고 떠돌아다니다가, 노부나가가 새 성을 짓는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복수한 것이다.
“완성된 성보다는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 공사장 쪽이 경계가 허술하리라는 판단은 제법 정확했다. 하지만 잡혔으면 뒷감당을 해야겠지.”
화형식은 낙성식 맨 마지막을 장식했다. 저주와 분노를 토하며 타죽어 가는 사람 여섯 명이 지르는 비명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등골이 싸늘해졌지만, 노부나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게 도전하겠다는 자는 막지 않는다. 결과만 스스로 감당하면 되는 거다.”
그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이제까지 일본 66주 천하에서 노부나가에게 맞선, 끝내 투항하지 않은 자들이 맞은 운명은 모두 같았다. 불바다 속에서 절규하며 최후를 맞는 것이다.
“자, 이제 조선 국왕이 어떤 최후를 맞게 될지 결정해 보도록 할까.”
일본 전역에서 모인 다이묘들이 노부나가 앞에 줄줄이 늘어앉았다. 커다란 접견실에는 그들 모두를 앉히고도 남을 공간이 있었다.
노부나가와 가장 가까운 양 옆자리에는 이에야스와 히데요시가 앉았다. 임석한 다이묘들은 이 두 사람이 차지한 자리에는 놀라지 않았으나, 이에야스 옆에 앉은 임해군과 히데요시 옆에 앉은 프로이스를 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임해군 님은 아마 노부나가 님의 사위라서 여기 있는 것이겠지?”
“프로이스는 화약을 들여오는 문제 때문에 와 있지 싶은데….”
이제 일본 전역에는 어디에도 전쟁이 없다. 벌써 2년 가까이 혼슈, 시코쿠, 규슈 어디서도 함성이 울리지 않았다. 물론 촌락 간 분쟁 같은 거야 있지만 그건 전쟁이 아니니까.
전쟁은 없다. 더 이상 노부나가에게 맞서는 적도 없고, 반기를 드는 반역자도 없다. 다이묘 간에 영토와 백성을 놓고 벌이는 분쟁은 금지되었다. 전공을 세워 신분을 올리고 땅을 빼앗아 세력을 넓히는 기회가 사라졌다. 당연히 불만을 품은 자들이 사방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불만을 품은 자들도 노부나가가 찬 칼이 무서워 침묵했다. 노부나가를 쓰러트릴 수 있을 만큼 세력을 모은다는 것도 불가능했고, 만약 누군가 혼자서 반기를 든다면 즉시 기회를 노리던 다른 자들에게 집중공격을 받아 먹이가 되리라는 두려움도 더해졌다.
그러던 참에 갑자기 전쟁준비를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군수물자를 비축하고 동원 가능한 병사 수를 점검하라고 했다. 심지어 각 다이묘가 건조해야 하는 전선 숫자까지 할당되었다.
어디로 가는 걸까? 그동안 공식적으로 전투가 있었던 곳은 에조치 하나뿐이다. 노부나가의 명을 받고 나간 모가미 요시아키의 3천 병력이 에조 땅 절반을 휩쓸었고, 2백 명을 잃으면서 반항적인 에조 3천 명을 죽이고 그 목을 베었다.
그 보고를 받은 노부나가는 에조치를 끝까지 제압하지 못한 점을 나무랐다. 하지만 에조치 땅이 얼마나 넓은지 생각하면, 겨우 한 해 여름 동안에 평정을 완수하기는 무리였다. 다행히 모가미가 올린 해명을 받아들인 노부나가는 수고했다는 평가를 내려주었다.
어쩌면 에조치를 마저 쓸어버리려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조치 원정 따위에 일본 66주 전체에 동원을 대비하라는 명을 내릴 리가 없다. 모가미 혼자서도, 기껏해야 다테나 사타케 정도만 더 보내면 에조치 평정 따위는 일도 아니다. 그런데 왜 시마즈나 모리까지 나설까?
비밀을 알고 있을 노부나가의 측근들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사전에 전선을 건조할 준비를 미리 한 걸 보면 히데요시도 뭔가 알고 있었음이 분명하지만 그도 입을 다물었다. 그 의문이 오늘에야 드디어 풀리는 것이다. 모두가 노부나가의 입을 주목했다.
“명나라 원정을 한다. 그리고 그 첫 단계로 조선 국왕을 바꾼다.”
회의실 안은 충격에 휩싸였다. 명나라, 그 넓은 나라를 정복한다고? 일본에서는 바다 건너 큰 나라, 중국을 예로부터 당(唐)이라고 칭해 왔다. 일본 전체보다 몇 배나 큰지 모르는 당을 치겠다는 그 선언에 임석자 대부분이 숨을 멈췄다. 더구나 조선 국왕을 바꾼다니.
“조선 국왕은 내 큰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명나라에 붙었다. 썩어서 다 자빠져 가는 명나라 편을 들다니, 지나가던 까마귀가 웃을 일이다. 이에 나는 명나라 원정에 앞서서, 먼저 조선을 쳐서 현 국왕을 몰아내고 여기 내 사위인 임해군에게 그 땅을 내리기로 했다.”
영주들이 찬탄과 부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임해군을 바라보았다. 조선 전체라면 노부나가를 제외한 최강의 다이묘, 이에야스가 가진 영지를 몇 배나 능가할 게 분명하다. 그런 땅을 손에 넣는다면 임해군은 단숨에 노부나가 밑에서 서열 1위가 된다. 게다가 그 사위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땅을 임해군이 갖게 해 주기 위해서 다른 영주들은 자기 병력을 희생해야 한다. 조선 국왕이 스스로 자기 자리를 내줄 턱은 없지 않은가. 과연 그 노고에 대한 보상은 있을 것인가? ‘노부나가의 사위’를 위해서 일방적인 희생만 바쳐야 하는가?
“물론 이 원정에서 공을 세운 자들은 조선과 명나라에 영지를 추가로 내려 포상할 것이다. 그대들 덕분으로 왕이 되었는데, 임해군이 어찌 그 고마움을 모르고서 혼자서 조선 땅 전체를 차지하려고 들겠는가? 전쟁이 끝난 뒤에 공을 따져 상을 줄 것이니 힘써 싸우기 바란다.”
그렇다. 일본 안에서는 이제 더 이상 분배할 영지가 없다. 하지만 조선이라면, 명나라라면 엄청난 땅이 아직도 남아 있다. 바다 바깥으로 원정을 나간다는 두려움과 새로운 땅에 대한 탐욕, 양면적인 두 가지 감정이 이들을 휩쓸었다.
“원정은 내년 4월이다! 병사와 물자를 준비하고 전선을 건조하는 일을 그때까지 마쳐라!”
– 24 –
“기존에 사용하던 봇짐 대신 새로 만든 배낭으로 군장을 꾸리게 하니, 역시 군사들이 치중 없이 움직이기가 더 편해졌습니다.”
훈련도감에서 올라오는 보고를 받으려니 나도 모르게 옛날 훈련소 시절이 생각났다. 행군을 위해 싸던 그 군장, 얼마나 무거웠던가. 다른 거 말고, 화생방보호의가 없는 거 하나만 해도 얘들은 과거의, 아니 미래의? 하여간 나보다 행복하다.
“길어야 사흘 정도이긴 합니다만, 모든 치중이 끊긴 상태에서도 총을 쏘며 전투를 벌일 수 있으니 그 쓸모가 무척 좋습니다.”
별로 대단한 걸 넣지는 않았다. 조총을 60회 쏠 분량의 화약과 탄환, 화승 한 뭉치, 부싯돌, 사흘 치 식량, 자루가 짧은 단삽 하나, 모포 한 장, 가죽신 한 켤레, 놋쇠 반합 하나, 붕대 한 뭉치, 갈아입을 옷 한 벌이 전부다. 여기서 더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하나씩 추가해야지.
도감군은 총 10개 보군위 중에 7개 위가 북변에 있고 신편 3개 위는 도성에 있다. 북방에 갔던 베테랑 병사 4개 위는 그대로 두지 않고 새로 초모한 병사들과 섞어서 재편성했다. 피를 흘려본 고참들은 초급장교 또는 부사관급으로, 신참들은 사병급으로 배치한 셈이다.
속말주에 있는 7개 위는 훈련 외에는 치안 유지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쪽 방위는 지방군영을 창설해서 맡겨야 한다. 도감군은 중앙군이자 내 친위군으로 창설한 군영인데 이들을 지방에만 박아둔다면 기껏 만들어놓은 의미가 없다.
지방군 주축은 다른 도에서처럼 속오군이 될 수밖에 없다. 전가사변으로 옮겨간 남도 출신 백성들과 북도 출신 원주민, 한 마디로 야인들을 어떻게 조화시켜 함께 싸우게 하느냐가 이쪽 지방에 속오군 제도를 정착시키는 기반이 되리라.
“무게에 관한 불평은 없는가?”
“다소 있기는 하오나, 무시해도 좋을 듯합니다. 신이 살피건대, 뭔가 물목을 더 넣으면 더 넣었지, 빼낼 물목은 없사옵니다.”
당연한 말이다. 저 군장에서 빼낼 물건이 뭐가 있나. 아, 묘사를 빼먹은 물건이 하나 있긴 있구나. 대나무통으로 만든 한 되, 즉 1.8리터들이 수통이다. 이건 배낭에 안 들어가는, 굳이 구분하자면 단독군장에 해당하는 물건이라 군장 묘사에 빠졌다.
여기에 죽관 12개, 화약통과 꽂을대, 소켓식 총검, 짧은 환도가 도감군 조총수들이 갖추는 기본 군장이다. 장창병, 그리고 일부 있는 도검병들은 장창과 장검, 방패를 장비하므로 조총과 탄약이 단독군장에서 빠진다.
백병전을 담당하는 이들은 군장에 탄약도 넣지 않는다. 조총수들에게 추가로 보급하기 위해 이들에게도 탄약을 휴대시킬까 했지만, 생각해보고 취소했다. 이들은 총 대신 갑옷을 걸친다. 갑옷만 해도 무거운데 군장 좀 빈다고 해서 남의 탄약을 운반해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럼 계속 훈련을 진행하라. 식량이나 탄약을 얼마나 더 넣어도 괜찮을지 살피라.”
“예, 전하.”
도성에 남은 3개 위라고 해서 좋을 일은 없다. 이들이 맡은 건 각종 전술훈련 및 신규 장비 제작 및 채용에 동원되는 실험부대니까 말이다.
군장을 얼마나 더 무겁게 해도 괜찮을까 고민하다 보니 군?揚?무겁다고 늘 욕하던 과거가 떠오르면서 죄의식이 좀 들었다. 하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군장이 무거워야 보급선이 끊겨도 하루라도 더 버티지.
“동짓달 말에는 일전에 고한 대로, 전 군영에서 일제히 사냥에 나설 것이다. 병조에 명하여 함경도에서 제주도까지, 모든 군영에서 날을 정해 사흘씩 사냥에 나서게 하였으니 훈련도감도 빠지지 말고 도성 인근에서 사냥을 하라. 특별히 내가 친견하겠다.”
다들 아는 일이지만 조선에서 사냥은 곧 군사훈련이다. 대형을 짜서 적(짐승)을 몰고, 적이 도망치지 못하게 포위망을 짜고, 최종적으로 섬멸한다. 유목민족들이 전쟁 전에 사냥하는 풍속과 같은 맥락이다.
더불어 물질적인 이득도 있다. 사냥을 통해 모피와 가죽을 얻을 수 있고, 인축(人畜)에 해를 끼치는 호랑이나 표범, 늑대 같은 해수를 퇴치할 수 있다. 어차피 지금 조선 산하에는 며칠쯤 사냥에 나선다고 멸종할 만큼 포식동물 개체수가 적지도 않으니까 말이다.
“예, 전하.”
지금 내가 사냥터 좀 간다고 잔소리할 사람은 없다. 비변사에 나오는 고관들은 모두 전쟁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올해 가뭄이 들긴 했어도 모아둔 물을 써서 그럭저럭 평년작은 거뒀기에 재정 문제가 나올 일도 없다. 대간들도 옛날 연산군 때처럼 떠들지는 않는다.
수군은 이순신, 이억기가 잘하고 있고 육군도 병기 및 훈련에 대한 점검이 김명원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대구성은 사나다 부자가 참여한 강화작업이 진행 중이고, 같이 하려고 별렀던 전주성은 전주부에서 자체적으로 보수하고 있다. 아쉽지만 할 수 없지.
이런 외부적인 사안들 말고, 내부적으로 할 조치도 얼른 해치워야겠다. 왕실 내에서도 미리 준비할 사안들이 있으니 말이다. 일단 차차를 처리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