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444
2부 222화
– 1 –
“정찰선의 보고입니다. 바깥 바다에 조선 수군은 보이지 않습니다. 새벽부터 고기잡이하러 나온 어선이 몇 척 있을 뿐입니다.”
“좋아. 역시 상륙 시점과 시기를 잘 택했군.”
조선 원정에 나선 일본군 제1군 지휘관, 고니시 유키나가가 한숨을 쉬었다.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전쟁이건만, 어쩌다 보니 맨 앞에서 시작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히데요시가 그를 선봉에 세운 이유는 간단했다. 조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장수라는 것. 소 요시토시를 제외하면 누구도 고니시만큼 조선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요시토시 역시 지금 고니시 밑에 배속되어 있었다.
“노부나가 님께서 최종 계획을 결정하셨다.”
히데요시가 피로에 전 얼굴로 돌아와 선언했다.
“제1군은 고니시, 제2군은 가토가 지휘한다. 내가 제3군을 이끌고 따라가서 선발대 본진을 세운다. 노부나가 님께서는 6군을 거느리고 가실 거다.”
“노부나가 님께서…직접 가신다고요?”
깜짝 놀란 고니시가 더듬거렸다. 출병 계획을 다듬던 다른 부하들도 놀란 표정을 짓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노부나가 님이 굳이 직접 가실 필요가 있습니까? 일본을 비워 두고….”
천하에서 전쟁이 끝난 지 이제 겨우 3년이다. 그것도 노부나가가 금지하면서 억지로 싸움을 그친 거다. 하지만 기회만 오면 세력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도 누구나 가지고 있다.
지금 각 다이묘가 품은 욕심을 막아주고 있는 건 오직 노부나가의 존재 하나뿐이다. 그가 일본을 떠나 조선으로 간다면 누가 반란을 일으킬지 알 수 없다.
“대비책은 마련해 놓으셨다. 마에다 님, 도쿠가와 님 두 분은 출진하지 않고 일본에 머물러 계시면서 어떤 자도 감히 반기를 들지 못하도록 하실 거다. 그만하면 충분하다는 게 노부나가 님의 생각이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노부나가의 동맹자이자 친구다. 마에다 토시이에는 노부나가와 같은 오와리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노부나가 직속부대에서 근무했던 충신이다.
마에다는 본래 소호족 출신이라, 세력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워낙 세운 전공이 많았고, 얼마 전 병사한 시바타 카츠이에 휘하 무장으로 십여 년 동안 활약하면서 대폭적으로 영지가 늘었다. 더구나 시바타 사후에는 노부나가가 그 세력을 거의 마에다에게 넘겼다.
이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오다 가를 수호한다면 노부나가가 바다 바깥으로 원정을 나가고 없다 해도 쉽게 반기를 들 사람은 없을 터였다. 더구나 관서 영주 대부분은 곧바로 조선으로 나가고, 관동 영주들도 대부분 예비전력으로 대기하게 되어 있다고 알고 있다.
군대를 동원한 다른 영주들도 서로 경계하고 있는 데다 가장 강력한 대영주 두 사람이 아예 출병하지 않고 지키고 있으니, 반란이 일어날 염려는 웬만해서는 없다고 봐도 좋으리라.
“노부나가 님이 결정하셨으니, 그 문제는 너희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진격로 선정 및 각 군 구성도 다 끝났으니까, 각자 싸울 준비만 해라. 이 사실이 조선에 새어나가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만 잊지 말도록.”
기밀 준수는 실로 철저했다. 포르투갈인들에게 화약을 주문하면서도 용처는 밝히지 않았고, 조선인들에게 수입하는 가죽과 면포 수량을 늘리면서도 마찬가지로 쓸 곳을 알려주지 않았다.
조선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구리와 유황 매입량을 늘렸지만 어디에 쓰려는지, 그 용처에 대해서는 거짓으로 답했다. 유황은 약용으로 필요하고, 구리는 벌레가 나무를 파먹지 못하게 배 바닥에 붙일 거라나?
어차피 구리를 팔기로 한 이상 저들이 어디에 쓴다고 하든 상관은 없었다. 중요한 건 전쟁 직전까지 교역을 계속함으로써 조선인들이 품은 경계심을 되도록 낮추는 데 있었으니까. 이쪽 진영에서 필요한 물품을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는 것 역시 그 하나다.
그리고 그 정책은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 막 해가 뜨는 참이라지만, 정찰선 하나도 띄우지 않을 만큼 저들이 방심하고 있지 않은가. 고토 출신 왜구들을 기용한 덕분에 정확하게 여기를 찾아오기도 했다. 중간에 있는 손죽도 같은 잡다한 섬들은 죄다 그냥 지나쳤다.
“성벽에서 1리 떨어진 위치에 상륙한다. 바로 공격하라.”
고니시는 손을 들어 휘하 함대에 전진 명령을 내렸다. 포구를 지키는 작은 성을 함락하는데 별로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는 않았다.
– 2 –
“만호 나리! 적입니다! 왜적이 쳐들어왔습니다! 적선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몇 척이나 되기에 그러느냐?”
“수백 척이 넘습니다!”
“뭐, 뭐라고!”
발포 만호 박홍섭은 얼굴이 백지장같이 하얘졌다. 조만간 왜적이 조선으로 쳐들어오리라는 이야기가 돈 지는 제법 되었지만, 설마 이쪽으로 쳐들어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왜적이 온다면 당연히 부산진으로 먼저 들어오리라고 누구든 생각했다.
조정에서도 아무런 암시가 없었다. 성벽을 보수하고 전선을 확충하라는 지시야 작년 초부터 있었지만, 왜적이 좌수영 구역으로 쳐들어오리라는 직접적인 경고는 전혀 없었다. 조정에서도 파악을 못 한 건지, 일부러 알리지 않았는지야 알 재주가 없다.
지금 박홍섭에게는 경고가 없었던 연유를 따질 여유가 없었다. 당장 내습한 적에게 맞서서 책무를 다하기에만도 급했다.
“군사! 지금 군사가 몇이나 있느냐?”
“군관과 아전까지 모두 합쳐서 127명뿐입니다!”
겨우 127명을 가지고는 지금 발포진이 보유하고 있는 전선 세 척조차 빼낼 수 없다. 전선 한 척만 해도 격군이 1백 명은 있어야 제대로 움직일 수 있으니, 40명씩 타고 느릿느릿 포구 밖으로 나섰다가는 그대로 왜적에게 붙잡힐 뿐이다.
딱 한 척이라면 움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곧 자신을 비롯한 전원이 발포진을 버리고 도망친다는 의미가 된다. 나라의 장수가 된 몸으로서 그럴 수는 없었다.
“만호 나리! 어서 결정을 내려 주소서!”
전선 한 척이라도 건져서 훗날의 싸움에 써야 한다는 생각과 적을 두고 도망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갈팡질팡하던 박홍섭이 결단을 내렸다.
“당장 파발을 보내 흥양현령께 적습을 알려라! 또한, 작고 빠른 배를 띄워 사도진과 녹도진 양쪽에 급보를 전하라! 우리는 여기 발포진성을 지키며 최대한 적을 막는다!”
박홍섭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포구에 있는 전선 세 척에 모두 불을 질러라!”
단 한 척이라도 전선을 적에게 넘길 수는 없었다. 빼낼 수 없다면 태워버리는 수밖에 없다.
“만호 나리, 적은 수백 척이나 됩니다. 백 명 남짓한 우리 군사로는 도저히 상대가 안 되니, 차라리 전선을 타고 빠져나가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공포에 질린 수하들이 결정을 바꿔 달라고 애걸했다. 바다를 빽빽하게 메운 적선들이 여기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있었다. 당장 전선 한 척에 올라타고 빠져나가면 도망칠 수 있다.
“우리가 도망치면, 이곳 백성들은 어쩌란 말이냐! 그리고 우리가 적을 붙들고 있지 않으면, 적은 일말의 지체도 없이 흥양현으로, 그리고 사도진과 녹도진으로 밀어닥칠 것이다!”
박홍섭은 확실히 마음을 굳혔다. 두려움에 떨던 부하 군관들도 말없이 이를 악물었다.
– 3 –
“항복을 권해 보라.”
“예, 주군.”
고니시는 휘하 군대 1만 8천 명 중에서 3천 병력으로 발포진성을 포위했다. 나머지 병력은 포구 일대에 진영을 구축하면서 싣고 온 물자를 내렸으며, 일부는 먼저 내륙으로 움직였다.
처음에는 포구 바깥에 배를 대려고 했지만, 조선 수군이 전혀 맞싸울 기세가 보이지 않기에 고니시가 지시를 변경했다. 역시 포구로 바로 배를 집어넣는데도 저항이 없었다. 포구에서는 조선 수군의 배 여섯 척이 불타고 있을 뿐이었다.
“저들이 배를 불태운 걸 보면 저항해 봤자 성공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아서겠지. 자, 보자.”
조선말에 능숙한 소 요시토시가 앞으로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병사도 별로 없는 손톱만 한 작은 성, 거창하게 항복 권고를 할 것도 없다. 소리쳐 고하면 족하다.
고니시가 보고 있으려니 요시토시가 성벽을 향해 소리를 쳤다. 그러자 갑옷을 입은 조선군 몇 명이 성벽 위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역시 소리쳐 답하는 모습이 보였다. 적의 대답을 들은 요시토시가 고니시 앞으로 돌아왔다.
“뭐라고 하던가?”
고니시는 되도록 조선인들을 죽이지 않고 진군하고 싶었다. 이번 원정은 조선인들을 모조리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고 조선을 명나라 원정에 동참시키는 거다. 그러자면 가능한 한 민심을 얻어야 한다. 적이 항복만 한다면 기꺼이 모두 살려줄 생각이었다.
“무기를 버리고 길을 내주기만 한다면, 모두 무사히 떠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만….”
“그런데?”
고니시는 사위인 요시토시를 다그쳤다. 하지만 요시토시는 난처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항복을 거부했습니다. 당장 물러가지 않으면 쏘아죽이겠다는 답이 돌아왔을 뿐입니다.”
고니시가 한숨을 쉬었다. 가능한 유혈을 피하고 싶었지만 이젠 어쩔 수 없다.
“공격하라! 첫 전투이니 가능한 완벽한 승리를 거둬야 한다. 다만 적이 항복하면 살려주고, 포로를 죽이지 마라.”
일본에서라면 처음 건넨 항복 권고를 거부하고 계속 저항한 수성군은 나중에 항복하더라도 살려주지 않는다. 허나 조선에서는 그런 일본적 사고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니시는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이번 전쟁은 조선을 한편으로 만들기 위해 하는 게 아닌가.
“전투와 별개로, 주변 마을을 약탈하는 자들은 엄벌한다! 우리는 조선 땅을 약탈하러 온 게 아니다. 우리는 도적이 아니니 그 점을 잊지 마라!”
“예, 고니시 님.”
목재와 대나무로 만든 방패를 앞세운 일본군이 천천히 성벽으로 다가섰다. 뒤쪽에서는 활과 조총을 겨눈 병사들이 지원사격을 준비했다.
“발사!”
일제사격의 총성이 울리자 성벽 위에 있던 조선군 몇 명이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조선군 쪽에서도 조총과 활, 화포를 써서 응사를 시작했다. 화포가 쏜 쇳덩이에 맞은 대나무 방패가 박살이 나서 흩어지고, 그 뒤에 있던 병사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땅바닥을 굴렀다.
“우리 병사들이 잘하고 있군.”
조선군의 화포 때문에 일부 사상자가 발생하기는 했다. 하지만 화살이나 총탄은 병사들이 든 방패를 거의 뚫지 못했다. 게다가 일본군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조선군이 아무리 총과 활을 쏘고 화포를 쏘더라도 성벽에 달라붙지 못하게 할 수는 없었다.
조선군도 나름대로 마지막 수단이라고 생각했는지, 성벽 밑에 마름쇠를 뿌려놓았다. 하지만 그것도 별다른 장애는 되지 않았다. 위에 널빤지를 얹기만 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가.
널빤지 사이사이로 일본에서 미리 준비해 온 사다리를 세웠다. 곳곳에서 병사들이 성벽을 기어올랐다. 다들 이 싸움의 일번창, 일번검이 되어 명예를 드높이고 포상을 받겠다는 욕망에 가득 차 있었다.
성벽 위에 있는 조선군은 창으로 내리 찌르고 돌을 던졌다. 하지만 조선군 병력이 애초에 열세고, 성벽에 걸쳐진 사다리 개수만큼도 병사를 배치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열심히 나서서 싸우던 조선 병사들은 잇달아 총탄과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
마침내 사다리를 올라간 일본군 병사들이 성벽 위를 장악했다. 피에 젖은 칼과 창을 치켜든 병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 4 –
“한 시진도 버티지 못할 줄이야.”
병력이 너무 적었다. 조금만 더 대비할 시간이 있었다면 발포진에 속한 주변 백성들을 성에 받아들이고 개중에 남자들에게 무기를 들려 싸움에 동원할 수 있었겠지만, 박홍섭에게는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 스스로 찾아온 속오군 소속 사내가 겨우 60여 명, 이게 원병 전부였다.
그나마 박홍섭과 군사들이 맞설 준비를 하는 사이에 주변 백성들은 대부분 흥양현 방면으로 피난했다. 박홍섭으로서는 단 반 시진이라도 적을 붙들어 놓았다는데, 그리고 백성들이 몸을 빼낼 여유를 만든 데 의의를 둘 수밖에 없었다.
“성벽이 모두 적에게 넘어갔습니다!”
“화약고로 후퇴하라!”
박홍섭은 처음에 남문 문루 위에서 방어를 지휘했다. 하지만 왜군이 쏘아대는 총탄 세례를 견디지 못하고 남은 군사들과 함께 문루 아래로 내려왔다. 적에게 몰린 병사들이 여기저기서 그와 마찬가지로 성벽 밑으로 몰리고 있었다.
당연히 적도 도망치는 아군 병사들을 뒤쫓았다. 성벽 위를 차지한 적병들이 이쪽을 보면서 손가락질을 하고, 고함을 지르는 모습이 보였다.
“만호 나리! 적이 우리를 쫓고 있습니다!”
“일단 화약고로 가라! 그러면 적이 총을 쏘지 못할 거다!”
성을 빠져나가기에는 이미 늦었다. 처음부터 살기는 포기했지만, 막상 마지막 순간이 되니 조금이라도 더 살려는 노력을 저절로 하게 되었다.
박홍섭과 군사들은 최선을 다해 뛰었다. 왜군들이 도망치는 이들을 쫓아왔고, 결국 몇몇은 적에게 따라잡혀 화약고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문을 닫아라!”
안에서 문에 빗장을 건 군사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박홍섭이 화약고 안을 둘러보니 남은 군사는 8명 밖에 없었다.
발포진에 속한 군사 5백 명을 모두 소집했다면, 무기를 꺼내 성벽에 올릴 시간만 있었다면 한나절은 충분히 버틸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럴 수 있었던 기회는 예전에 지나갔다. 이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바깥이 조용해졌습니다, 나리.”
뛰어다니던 발소리, 싸우면서 나는 고함과 비명, 무기 부딪는 소리가 다 사라졌다. 발포진성 내에서는 이제 싸움이 끝난 것이다.
“누가 문을 두드립니다!”
화약고 안이 조용해졌다. 누군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야 했으니 말이다.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제1군 대장 고니시 유키나가 님께서 약속하시기를, 너희가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기만 하면 목숨을 보장하겠다고 하셨다!”
유창한 조선말이었지만 어딘가 왜인들이 조선말을 하는 억양이 섞여 있었다. 병사들이 잠시 동요하는 듯하여 보이자 박홍섭이 급히 군사들을 다잡았다.
“너희는 전하의 백성으로서 지켜야 할 본분을 잊었느냐? 왜적에게 투항하다니,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먼저 죽은 군사들을 생각하여라! 반역자로 누대에 남고 싶으냐?”
군사들을 설득하는 사이 밖에서는 발소리와 창칼이 부딪는 소리,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곧 아까 그 목소리가 다시 다그쳤다.
“어서 투항하지 않으면 문을 부수고 들어가겠다! 그러면 너희는 모두 죽을 것이다!”
이제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박홍섭이 밖에서 듣지 못하도록 낮은 목소리로 뇌까렸다.
“화약에 불을 붙인다! 부싯돌을 가진 자가 있으면 내놓아라!”
어차피 살아서 달아날 수 없고, 반역자도 될 수 없다면 답은 하나뿐이다. 마침 전선에 실을 화약을 하나도 못 실은 덕분에 화약고는 가득 들어차 있었다. 군사들도 어두운 표정을 짓기는 했으나 곧 박홍섭의 뜻을 받아들였다. 부싯돌을 가진 군사 하나가 나섰다.
“하긴, 왜놈들이 약속을 지킬 턱이 없지요. 불은 쇤네가 붙이겠습니다.”
이때 밖에서 고함이 나더니 마침내 왜적들이 문을 두드려 부수기 시작했다. 부싯돌을 가진 군사가 급히 불 피울 준비를 하고 부싯돌을 튀겼다. 나머지 여덟 사람은 조용히 부싯깃 위에 튀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곧 바닥에 쏟은 화약 옆에서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모두 고맙다. 저승에서 만나자!”
박홍섭이 외치는 참에 왜병들이 화약고 문을 부수고 쳐들어 왔다. 다음 순간 불꽃과 폭음이 모두를 휩쓸었다.
“성을 함락시키는 동안 입은 손실이 서른 명이고, 적이 화약고를 자폭시키는 바람에 입은 손실이 삼백 명이라고?”
고니시가 혀를 찼다. 빠르게 성을 함락시키기는 했지만, 첫 싸움에 좋지 않은 결과를 얻고 말았다. 왠지 이 전쟁이 앞으로도 제대로 될 것 같지 않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