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454
2부 232화
– 30 –
“어서들 피하시오! 왜적이 오고 있소!”
“무안으로 갑시다! 어서 배를 구해요!”
사람들은 허겁지겁 남부여대로 피난길에 올랐다. 강진병영을 무너뜨린 왜병들이 그 기세로 영암군을 함락시키고 이제는 나주를 향해 밀려오고 있었다.
을묘년 왜변 때는 영암성이 적을 물리쳐 그 이북 땅이 평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패했다. 적에게 속은 군수가 모든 군사를 끌고 나갔다가 패하는 바람에, 지킬 사람이 없어 성과 그 안에 있던 물자를 고스란히 빼앗기고 말았다.
“말도 마시오. 싸움이 얼마나 지독했는지 몰라요.”
“수급이나 하나 얻어서 노비 신세 벗어나나 보다 했는데, 노비 신세가 아니라 사람 신세를 벗어날 뻔했소.”
영암에서 도망쳐 왔다는 속오군 십여 명이 나루에 앉아 소식을 전했다. 이들은 대열 말미에 있었던 덕분에 간신히 살아나왔다고 했다.
“왜병이 몇 명인지 세지도 못할 지경이오. 창이 숲을 이루고 조총에 붙은 불빛이 밤하늘에 별만큼 많은데, 양식이 아깝지도 않은지 집이고 창고고 보는 대로 다 태워버리더라니까.”
“아이고, 세상에!”
올해는 비가 제법 순조롭게 내렸다. 그렇다 해도 추수는 가을, 창고가 타버린다면 굶주림을 피할 수 없다. 관청에서 내주는 환곡에 의지해서 춘궁기를 넘기는 백성이 한둘이 아니다.
“으음, 그렇다고 나라의 중요한 창고를 방치할 수는 없다.”
이곳 영산창은 수로가 험하다고 해서 인종 때 폐쇄됐었다. 대동법 시행으로 수송할 세곡이 늘어나자 다시 설치됐고, 인근에 있는 조운선을 써서 최대한 곡식을 반출하려는 참인 지금도 20만 석은 되는 곡식이 남아있다. 게다가 이 곡식은 모두 나라에 바쳐야 할 세곡이다.
영산창을 지키던 나주목 아전과 군사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왜적에게 나라 쌀을 내주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상관인 나주목사로부터도 엄명이 떨어져 있었다.
“나리, 창고를 지키나 마나예요. 놈들이 오면 눈도 깜짝하지 않고 태워 버릴 테니까. 어차피 타버릴 거라면 이까짓 창고는 당장 버리고 도망가는 게 나을 겁니다요.”
“그럴 수는 없다니까! 군관 나리께서 목사께 사람을 보내 조치를 청하긴 하겠다만, 최대한 실어내고 그게 안 되면 우리 손으로 확실히 불태워야 하니까….”
나주성은 북쪽과 서쪽에는 산, 동쪽과 남쪽은 영산강으로 막혀 있는 요지다. 하지만 조창은 배를 대야 하므로 성 밖에 둘 수밖에 없었다.
여기를 지키는 군사들은 적이 왔을 때 남은 창고에 불을 지르라는 명령을 받고 있었다. 단, 적이 가까이 오지도 않았는데 지레 겁을 먹고 창고를 태웠다간 문책을 받을지도 모른다. 때를 정확히 맞추려다가는 또 자칫 성으로 도망가지도 못하고 적에게 붙잡힐 수도 있었다.
영암에서 도주해 온 군사들은 나주 군사들이 품고 있는 이러한 두려움을 대놓고 자극했다. 뒤늦게 나타난 군관은 주변에 있던 백성들이 난리가 나고 휘하 병사들이 술렁거리는 이유를 깨닫자 환도를 뽑아 들고 호령했다.
“이놈들! 감히 어디서 망언을 퍼뜨려 군중에 혼란을 부추기느냐? 네놈들은 우리 군사들을 동요시켜 나주 고을을 손쉽게 차지하려고 왜적이 보낸 간자가 분명하렷다!”
상관이 나타나 일갈하자 나주 군사들이 허겁지겁 창을 겨누었다. 전장에서 피해 왔던 영암 속오군 십여 명은 창과 칼을 던지고 그 자리에 바로 엎드려 울면서 목숨을 빌었다.
“저희는 오직 살고자 했고, 보고 들은 바를 전했을 뿐입니다. 부디 살려주소서!”
“저희가 노비라 하나, 어찌 나라가 망하기를 바라겠나이까. 이미 한번 죽을 뻔한 목숨이니, 나리께서 용서만 해주신다면 여기서 함께 싸우겠나이다.”
바닥에 엎드려 손이 닳도록 빌어 대니 군관도 차마 인정상 이들을 베지 못했다. 칼을 도로 칼집에 꽂으며 이리 일갈했을 뿐이었다.
“너희는 전장에서 멋대로 도주했으니, 그것만 해도 큰 죄로다. 내 목사 어른께 너희를 어찌 처결하실지 여쭐 것이니, 명이 내려올 때까지는 일단 여기서 내 명을 따르라. 알겠느냐? 다만 헛된 선동으로 우리 군사들을 어지럽게 하면 당장 베어버리겠다.”
싸움에 패해 도망친 자, 그것도 다른 고을 군사라면 일개 군관이 그 거취를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상황인 데다, 자기가 거느린 군사 수도 부족하다 보니 상황을 적당하게 무마한 것이다.
“예, 군관 나리.”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요, 이 서방 나리.”
“아무 말 마라. 해야 하니까 하는 거다.”
하성군의 청지기 이 서방은 작은 소리로 속삭이면서 자꾸만 주변을 둘러보았다. 행여 나주 군사들이 이 근처 어디에서 엿듣고 있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저희는 성문만 한번 열어드리면 되는 줄 알았는데….”
“고작 성문 한 번 열어젖히는 정도로 공신이 될 줄 알았느냐?”
“큰 어르신께 허락도 받지 않고 계속 이런 짓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노비들은 하성군이 가지고 있는 농토를 경작하여 세공을 바치고 있었다. 하성군은 팔도 곳곳에 땅을 가지고 있었고, 모두 여기처럼 외거노비를 두어 농사를 짓게 했다.
하성군은 평소 이 노비들에게 후하게 대우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이 서방이 하성군이 평소 베풀던 은혜를 언급하면서 장차 임해군이 쥐여줄 부귀영화를 제시하자 평소 우직하게 농사만 짓던 노비들이 홀딱 넘어간 것이다.
“어르신께서도 이미 양해하신 일이라고 이미 말하지 않았느냐? 어르신께서 금하신 일이라면 어찌 도련님께서 이런 큰일을 도모하실 수 있겠느냐?”
청지기가 자꾸만 주저하는 외거노비들을 속으로 비웃었다. 역모에 발길을 들여놓은 이상은 빠져나갈 구석이 없다는 점 정도는 스스로 깨달아야 할 게 아닌가. 강진병영에서 몰래 성문을 열었을 때 이미 저들은 외줄기 길로 들어선 셈이다.
그 역시 처음 임해군 편에 처음 섰을 때는 두렵고 떨렸다. 하지만 후쿠시마의 강요 때문에 단순한 길 안내 이상을 하게 되면서 점점 마음이 굳어졌다. 기왕 시작한 일은 되돌릴 수 없는 법이고, 가담했다면 최대한 공을 세워야 했다.
“잊지 마라. 이 영산창이 불타지 않고 무사히 복도 나리께 넘어가야 하느니라.”
‘복도’는 후쿠시마 마사노리의 성 ‘福島’를 조선식으로 읽은 이름이다. 그를 비롯해 임해군 밑에 있던 자들은 일본어에 익숙해 일본 장수들의 이름도 일본식으로 불렀지만, 조선에 와서 새로 끌어들인 부역자들에게는 조선식으로 알려주었다.
“자, 어서 모여라. 그리고 잘 들어라.”
청지기 이 서방은 부하인 노비들에게 각자 해야 할 바를 일러주었다. 여기 오기 전 구로다 나리께서 상세하게 일러주신 그대로였다.
– 31 –
“여기 고토 왜구들이 바친 지도를 보니 대부분 맞습니다만, 지금은 없어진 진포도 몇 군데 있습니다. 근래에 조선에 왜구가 나타나지 않았으니 반영이 안 되었음이 당연하겠지요.”
원균은 붓을 들어 확실히 없어진 진포 위치에 점을 찍었다. 주로 경상도 수역이다.
“그렇군. 그럼 조선 수군이 지금쯤이면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이 정도 전력을 보냈을 거란 말이지.”
“예, 대군 나리.”
원균은 과거 방답첨사와 거제현령을 역임했다. 따라서 전라좌수영과 경상우수영에 속한 각 진포 위치를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 경상좌수영 진포들도 대략적인 위치는 알았다. 물론 여러 진포가 법제상 보유해야 하는 전력도 안다.
“원숭이 놈이 상륙하는 데까지는 상황이 별로 바뀌지 않았겠군. 조선 수군도 아직은 병력을 다 움직이지 못했을 테니.”
고니시의 1군이 도착하고 이틀 만에 가토, 후쿠시마의 2군이 도착했다. 그 정도 간격으로 진공군이 도착하면 조선군이 때맞춰 원군을 보내는 건 거의 의미가 없다. 실제 들어온 보고를 봐도 조선군은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히데요시가 맡은 3군은 1군을 수송하고 돌아온 배 중에 일부를 활용해야 했기 때문에 출발이 닷새 더 늦었다. 지금쯤은 도착했을 것이다.
“이 정도 시간이 지났다면 조선 수군이 반격에 나서고 있을 겁니다. 먼저 도착한 1군 수군 혼자서 싸워서는 감당이 힘들지 싶습니다만….”
비록 자신이 임해군 편에 서기로 했지만 차마 왜 수군을 ‘우리 수군’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원균은 하는 수 없이 각 군을 순서에 따라 호칭했다. 노부나가는 눈치를 챘는지 못 챘는지, 평온하게 대답했다.
“이제 3군이 건너갔으니 충분하지 않나?”
원균이 일본에 온 지도 벌써 몇 년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 조선 수군에 있는 전선 숫자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무장을 강화했는지 같은 최근 정보는 몰랐다. 그래도 왜선보다 훨씬 세다는 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닙니다. 대군께서 직접 싸워보신 적이 없어서 모르시겠지만, 왜선으로 조선 전선과 싸워 이기기는 지극히 어렵습니다.”
동생 원전의 수급을 마주했던 날, 하루 내내 원균은 마치 혼백이 빠진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러다가 밤에 숙소로 돌아오고서야 비로소 눈물을 흘렸다.
임해군 편에 서겠다고 결심했을 때 설마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저 자신이 역적으로 선포되더라도 두 동생은 연좌를 피해서 무사하리라는 생각만 했을 뿐이다. 그랬는데 수년 만에 수급, 그것도 왜군이 거둔 첫 수급이 된 동생과 해후할 줄이야.
정말 몰랐다. 다른 자리도 아니고, 하필 첫 공격 목표인 흥양현령 자리에 동생 원전이 있을 거라고 그가 어찌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자신이 협력한 바로 인해 죽은 아우를 본 일로 밤새 울고 나니 임금에 대한 새로운 원한이 솟았다.
노부나가가 전쟁을 결심한 이유는 그도 알았다. 명나라 원정을 위해 조선과 동맹을 맺고자 했는데 금상이 이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원전이 죽은 건 그 탓이었다.
금상은 왜 그 제안을 거절했단 말인가? 수락해도 상관없었다. 명나라를 같이 칠 것처럼 이 왜놈들을 속이고, 명나라에 알려서 대비만 충분히 시키면 되지 않는가. 그리고 노부나가가 그 약속을 믿고 강남으로 진공하면 비어 있는 왜국 땅을 공격해서 쓸어버리면 되었다.
그런 쉬운 길을 마다하고 왜국이 대군으로 조선을 침공하게 만든 임금은 쫓겨나 마땅했다. 그 자리를 대체할 인간이 하필 임해군 따위인 게 유감이지만, 그거야 조선이라는 나라가 가진 운이 그게 다라서 그렇다.
“소장이 생각하기로는, 이제라도 남만선과 남만포를 3군에게 보내 조선 수군과 당장 싸움에 쓰게 하심이 좋다고 봅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라도 보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부디 생각을 바꾸시기를 권합니다.”
남만선은 마카오에서 포르투갈인들에게 용선해온 갈레온을, 남만포는 역시 포수까지 붙여서 마카오에서 사거나 빌려온 서양식 화포를 가리킨다. 빌린 갈레온이 싣고 있는 포와는 별개로 들어온 물량으로, 크고 작은 것을 합쳐 백여 문 가까이 되었다.
“남만선 여섯 척 중에 두 척, 남만포 백여 문 중에 삼십여 문만 할애하셔도 정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부디 생각을 바꾸시지요.”
“안돼.”
노부나가는 단 한 순간도 대답을 지체하지 않았다. 냉혹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남만포는 내 직할군이 써야 한다. 그리고 남만선은 별도로 맡길 임무가 있으니, 3군에서는 알아서 능력껏 잘 싸우도록 놔둘 것이다.”
“알겠습니다.”
– 32 –
“출정하라!”
임시로 편입한 녹도 전선 2척을 포함해서, 총 46척에 달하는 전라우수군 전선들이 일제히 깃발을 올렸다. 목표는 발포진, 왜적의 손에 들어간 가장 중요한 진포다.
왜군은 발포진을 주 기항지로 삼으면서 녹도진에는 소선 일부만 두어 회령포를 탐색하기만 했다. 회령포만호 역시 휘하에 있는 사후선과 방선을 동원해서 적세를 살피는 한편으로 적과 수시로 교전을 벌였다. 그 결과 녹도진에 있는 적은 무시해도 좋음을 알았다.
“영감! 좌수사께서는 지금 경상우수영에서 보내준 전선까지 합쳐 총 48척을 거느리고 적을 쳐서 크게 깨트릴 준비를 마치셨습니다. 영감께서 호응하신다면 왜적에게 크게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수백 척이나 되는 왜선 ? 우수영에서 보낸 탐망군관은 아직 발포진에 있는 왜선 수를 대략 2백 척으로 어림했다 ? 사이를 뚫고 도착한 좌수영 군관 이언량은 좌수사 정걸이 이억기와 함께 적을 치고자 고대하고 있음을 알렸다. 이쪽에서도 실로 반가운 소식이었다.
“영감께서 이미 회령포에 와계심을 아신다면, 저희 수사께서는 너무도 기뻐 눈물을 흘리실 것이옵니다. 영감, 혹시 내일 출정이 가능하시겠사옵니까?”
“가능하다마다! 내 정오를 기해 발포진으로 나가 적을 치겠네. 좌수사께서는 사도진에 있는 적을 공격하시면 적의 두 무리가 서로 돕지 못하고 각기 괴멸할 것이니, 이 어찌 통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알겠습니다. 당장 돌아가 좌수사 영감께 전하겠습니다.”
이언랑이 나타나 협격을 제안하지 않았더라도 공격에는 나설 생각이었다. 주상께서 평소에 베푸신 은혜가 바로 이럴 때를 위함이 아니었는가. 무인이 된 몸으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적선들이 마주 싸우러 나옵니다! 대선 3척, 중선 10척, 소선 30척입니다!”
천리경을 들고 돛대 위에 올라간 선두무상이 소리쳤다. 발포진에 남은 왜선은 대개 전선이 아니라 수송선임을 이미 확인했지만, 이들을 지키기 위한 전선이 일부 섞여 있었다. 이억기가 고개를 끄덕이고 명령했다.
“일자진을 펼쳐라!”
각 23척으로 구성된 전열과 후열이 옆으로 길게 늘어섰다. 아군이 화력을 크게 발휘하면서, 적이 전열을 뚫고 들어온다고 해도 후열에 있는 아군에게 곧바로 붙잡히게 만들어서 아군을 포위하지 못하게 만드는 진형이다.
곧 왜 소선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왜선이 조총탄이 닿는 거리까지 다가오기 전에 이쪽이 먼저 총통으로 포화를 퍼부었다. 각 전선이 전면에 2문씩 싣고 있는 천자총통이 불을 뿜으니 커다란 철환과 조란환이 적선을 연타했다.
포격을 피해 접근한 배들은 화살과 총탄을 뒤집어썼다. 왜선에서도 이쪽으로 총탄과 화살이 날아왔지만, 높이 차이가 있다 보니 소선에 탄 왜적들이 훨씬 큰 피해를 보았다.
뒤이어 싸움에 나선 중선,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이쪽은 배가 커서 높이도 더 높고, 소선과 달리 방패판이 있어 총탄이나 화살 정도는 막을 수 있었다. 왜군 조총수들은 이 방패판 뒤에 숨어서 이쪽으로 총탄을 날렸다.
하지만 왜선이 둘러친 허약한 방패판은 총통에서 쏘는 장군전이나 철환에 맞으면 여지없이 박살이 났다. 그러니 왜군이 끌고 나온 중선이나 대선은 소선보다 훨씬 환영할만한 존재였다. 덩치가 커서 총통으로 쏘아 맞히기가 소선보다 쉬우니까 말이다.
전라우수군에 맞선 왜선단은 제대로 접현 한번 하지 못하고 차근차근 털려 나갔다. 동쪽에 있는 사도진 방면에서도 포성이 들리는 양태를 보니 싸움이 치열한 모양이었다.
왜적들은 수송선단을 지켜야 하다 보니 제대로 우회하지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난타당했다. 적을 지죽도 옆으로 몰아붙이는데, 갑자기 후열에 있는 전선으로부터 급보가 들어왔다.
“남쪽에서 왜적이 나타났습니다! 수백 척입니다!”
이억기가 급히 장대 위에서 몸을 돌렸다. 천리경을 들어 직접 보니 바다 위를 메울 듯한, 수백 척은 되어 보이는 대규모 왜선단이 연기가 솟는 손죽도를 지나 몰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