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465
2부 2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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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좌수영에서 급전입니다! 대마도에 적세가 침입했습니다! 적선이 8백 척이라 합니다!”
“드디어 오는구나!”
대마도에 주둔한 군사는 경상좌수영 예하 수군 3백 명, 좌병영 예하 육군 2천 명이다. 수군 전원은 조선인이지만 육군은 1천 5백 명이 속오군을 포함한 대마도 출신 왜인이다.
이순신이 듣기로, 대마도 왜인들은 비록 왜인이지만 임금을 주군으로 섬김에서는 사대부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충절이 있다 하였다. 기근이 들 때 식량을 내려 주고 수시로 관리를 보내 애로를 살피며 다독이고, 또한 향교를 두어 예를 전하였으니 그 은혜를 안다고 말이다.
이에 반해 일기도로 간 종씨는 매년 한 차례 섬에 들러 자기 조상의 제사를 지낼 뿐, 자기 옛 신민들과 그다지 깊은 관계를 갖지 않는다. 종씨 쪽에서야 어찌 생각하건 대마도 백성들은 임금에 대한 충성을 훨씬 중히 여긴다. 저들이 조선 백성이 된 지도 이러구러 80년이 아닌가.
“적은 역시 부산진으로 올 공산이 큽니다. 당장 전군을 몰아 부산진에 대기하면 어떨지요?”
성격이 단순한 편인 거제현령 안위는 지금 당장 적을 맞으러 나가자고 했다. 왜적이 목표로 삼을 곳은 빤하니, 먼저 가서 기다리고만 있으면 적이 찾아오리라는 논리였다.
“적세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모르고, 우리에게는 육군이 없으니 우리 힘만으로 대마도를 구출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니 부산진에서 대기하다가 왜선들이 건너오려 하면 하나씩 순차적으로 박살을 낸 뒤, 적이 더 이상 건너올 힘을 상실하면 그때 탈환함이 어떻겠습니까?”
대마도에는 거의 왜인이라고는 해도 5천 명에 달하는 백성이 있다. 그래도 진즉에 산속에 양식을 비축하고 목책을 세워 적이 올 때를 대비하게 했으니, 왜군이 닥쳐도 산으로 피하기만 하면 대부분 별일 없이 무사할 것이다.
다른 장수 중에도 이 의견을 지지하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 이미 전쟁이 터진 만큼 조정에 허락을 구하지 않아도, 부산진을 관할하는 경상좌수영으로부터 구원 요청이 없어도 이순신이 병력을 부산포로 옮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라고 제수받은 통제사가 아닌가.
하지만 이순신은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스스로 판단하기에 지금 부산진으로 경상우수군을 옮기는 건 위험했다.
“적은 이미 아군이 절영도에 포대를 설치함을 보았고, 또한 대마도에 망루를 설치함을 보지 않았는가? 그 탓으로 적들이 영남을 피해 호남을 쳤는데, 우리 수군이 부산진에 있음을 보면 당연히 부산진을 피해 다른 곳으로 배를 댈 것이다. 그리되면 더 난감하다.”
이미 왜적들은 흥양에서 관측이 곤란한 새벽을 기해 발포진을 급습한 전례가 있다. 외해로 멀리 우회하면서도 그런 짓을 했는데, 가까운 대마도를 점령한 뒤라면 더 쉬울 게 아닌가.
부산진에 전선만 70척이나 되는 대함대를 배치한다면 적이 못 볼 수가 없다. 동래 왜관이야 개전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이미 폐쇄되고 왜인들도 모두 도성으로 압송됐지만, 대마도를 얻은 적이 탐망선을 내보내지 않을 리 없으니 말이다. 그러면 당연히 아군을 피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이번에 들어오는 왜적들은 예전처럼 소규모 왜구가 아니다. 수백 척, 수만 명으로 쳐들어오는 대군이다. 예전처럼 포구에서 적당히 기다리다 나가 쫓으면 되는 수준이 아니다.
그런 대적을 확실하게 부수려면 이쪽에서 예상한 길, 준비된 싸움터로 오게 만들어야 한다. 적이 가장 짧은 길인 부산으로 들어오면 그때 치면 된다. 설사 적이 부산진에 상륙하더라도, 저들은 배를 잃게 될 것이다. 그 뒤는 육군이 맡으면 된다.
“경상우수군은 적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서 부산진에 가까운 영등포로 옮기고, 좌수사에게는 명을 내려 부산진을 비우고 모든 전선을 두모포진에 집결시키게 하라. 전선을 지나치게 흩어 놓았다가는 발포진의 전철을 따를 뿐이다. 고작 전선 서너 척으로 무엇을 하겠느냐?”
지금 경상좌수영 전선은 모두 합쳐 23척에다 거북선도 없다. 적선 수백 척이 나타난다면 이 정도 숫자로도 물러날 수밖에는 없겠지만, 적어도 함대가 한데 모여 싸우든 이탈하든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각 포구에 흩어진 대로 두면 발포진 전선들처럼 각자 자침하는 수밖에 없다.
“아예 통영으로 내려와 합류하라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생각 같아서야 우수영에 합류하라고 명하고 싶으나, 그러면 경상좌도로 올라가는 바닷길을 적에게 그대로 열어주게 된다. 그러니 좌수영 전선들을 아예 뺄 수는 없다.”
두모포는 기장현(機張縣)에 속한 진포다. 부산진에서의 거리는 북동쪽으로 거의 하루를 배를 타고 가야 할 정도. 적이 부산진에 상륙한다면 대응하기 조금 어렵지만, 적이 해안을 따라서 올라가지 못하게 하자면 적절한 위치다. 부산진으로 온 적은 이순신이 쳐부수면 되니까.
“경상좌수군은 적이 동해안을 따라서 올라가지 못하도록 막아만 줘도 된다. 나머지 적선은 우리가 부수면 되니까.”
장수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조선 수군 최강의 함대, 경상우수군이었다. 왜선이 천 척쯤 몰려온다고 해도 망설임 없이 버티고 싸울 수 있었다.
– 63 –
농성전을 벌인지도 어언 엿새째. 적에게 수만 명이나 되는 원군이 오면서 남원성을 둘러싼 포위망은 더 두터워졌다. 많은 군사가 죽고 다쳤지만, 그래도 도끼를 치켜들고 군사들을 힘껏 독려하는 조헌의 목소리는 조금도 쇠하지 않았다.
“사또, 왜적이 사다리를 걸치고 올라오려고 합니다!”
“돌을 던지고 열탕을 부어라!”
가마솥을 기울여 끓여둔 물을 붓자 성벽 아래쪽에서 끔찍한 비명이 들렸다. 아무리 갑옷을 입었어도 갑옷 틈을 적시면서 배어드는 열탕을 당해낼 재주가 있을 리 없다. 더구나 왜병들이 입은 갑옷은 물이 새어들기 좋으라고 그런지 틈새도 참 많지 않은가.
적이 이토록 접근한 건 화약이 떨어진 탓이었다. 적은 나흘 동안은 곧바로 성벽에 달려들지 않고 조총으로 사격전만 벌였다. 토산을 쌓고, 방패로 시석을 막으며 공격하는 적에게 아군도 총포와 활로 응사하여 다수를 쓰러트렸다. 허나 나흘째가 되자 화약이 거의 떨어지고 말았다.
조정에서는 가장 먼저 적을 맞아 싸울 수군, 그리고 적이 쳐들어오리라고 예상한 경상도 쪽 전방 고을부터 화약을 공급했다. 수군 예하 고을도 아닌 데다가 후방으로 취급된 남원은 화약 지급 순위가 낮았다.
주변 고을 군사들을 긁어모을 때 화약도 가져오게 했다. 하지만 그 고을들 역시 마찬가지 형편이었다. 게다가 적이 동원한 방패, 귀갑차 같은 공성구를 부수느라 총통을 많이 쏜 탓에 예상보다 화약이 더 빨리 떨어졌다. 총통은 조총에 비하면 몇십 배나 되는 화약이 들었다.
이쪽에 화약이 떨어졌음을 알고, 마침 원병도 도착하자 적은 어제부터 본격적으로 공성전에 돌입했다. 수천 명이 달라붙자 네 개뿐이던 토산은 여덟 개로 늘었고, 그 위에서는 조총탄이 쉴 새 없이 날아들었다. 그 밑에서 또 수천 명이 해자에다 흙과 돌, 나뭇가지를 처넣었다.
왜군은 대군이 갖는 이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치고 다친 병사를 뒤로 빼내 쉬게 하고, 튼튼한 병사를 계속 투입하여 공사를 밤새 진행했다. 결국, 오늘 아침이 밝았을 때 해자에는 적이 돌입할 수 있는 둑길이 다섯 개나 만들어져 있었다.
“사다리에서 얼굴을 내미는 적은 창으로 찔러라! 이쪽으로 총을 쏘는 자는 활로 쏘아라!”
둑길을 통해 돌입한 적이 끝도 없이 기어올랐다. 뿌려둔 마름쇠에는 적이 판자를 덮었다.
“진천뢰가 더 있었으면!”
몇 개 안 되던 진천뢰는 아침나절에 다 써버렸다. 조헌이 자기 주변을 스치는 적탄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군사들을 독려하고 있는데, 갑자기 여장 틈으로 끝에 갈고리를 단 대나무 사다리 하나가 불쑥 올라와 성벽에 단단히 걸렸다. 하필 아무도 지키지 않는 틈새였다.
주변에서 군사들이 달려올 틈도 없이 왜적 투구가 불쑥 올라왔다. 졸개들이 쓰는 삿갓 같은 투구가 아니라, 왜장 급이 쓰는 뿔 달린 거창한 투구였다. 아직 젊어 보이는 왜장이 뭐라고 고함을 지르며 칼을 휘두르려고 했다. 옆에 있던 군사들이 급히 나섰지만 한 발 모자랐다.
“이놈, 어딜!”
조헌이 뛰듯이 달려들어 두 손으로 잡은 도끼를 있는 힘껏 내리쳤다. 여장 위로 막 상체를 내밀던 왜장은 칼을 들어서 막으려 했으나, 조헌이 도끼를 두 팔로 높이 들어 내리치는 힘이 아직 사다리를 잡은 왜장이 한쪽 팔만 가지고 버티는 힘보다 훨씬 강했다.
“끄아악!”
묵직한 도끼가 그대로 왜검을 밀어내면서 왜장의 투구를 내리찍었다. 왜장은 사람 같지도 않은 끔찍한 비명과 함께 사다리를 잡은 손을 놓고 뒤로 떨어졌다. 주변에서 탄성이 터졌으나 유감스럽게도 조헌의 도끼는 왜장과 같이 성벽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사또, 아까 낮에는 정말 대단하셨습니다. 어찌 그리 용감히 왜장을 내리치셨습니까?”
“부끄럽구먼. 적을 보니 몸이 절로 움직였을 뿐이네.”
비장에게 칭찬을 받은 조헌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멋쩍게 웃었다. 활쏘기는 사대부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이라 그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지만, 도끼를 써서 적과 싸우는 법은 배우지도 익히지도 않았다. 정말 감정적으로 내리쳤을 뿐인데 운이 좋았다.
“그래도 사또께서 놈을 치신 덕분에 적이 물러가지 않았습니까.”
조헌이 쳐죽인 왜장은 제법 지위가 높은 모양이었다. 왜병들이 아우성을 치며 몰려와서는 그 시체를 떠메고 도망갔다. 그 뒷덜미를 향해 화살이 빗발쳤지만 결국 가지고 돌아갔다. 그 뒤로는 적이 더 이상 공격을 하지 않았다. 하긴 해 질 녘이니 물러날 때가 되긴 했다.
싸움이 멈추자 군사들을 쉬게 하면서 장수들은 상황을 살폈다. 보니 그동안 싸우다 죽거나 다친 군사들만 1천여 명이고, 화약도 떨어졌다. 모두 이 상태로 적과 계속 싸우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내린 결정이 밤을 타서 포위를 뚫고 교룡산성으로 들어가자는 거였다.
“성을 버리기는 싫었으나 할 수 없는 일이지.”
조헌은 최후까지 남원성을 지키다 죽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장수들은 교룡산성 역시 엄연한 남원의 일부고, 그 안에 남원 백성 1만여 명이 피신해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곳 본성이 무너지면 적은 분명 교룡으로 창끝을 돌릴 테고, 이를 막자면 군사가 필요할 터였다.
교룡산성에도 화약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곳은 지형이 워낙 험난하기에, 군사만 부족하지 않다면 화약 정도는 없어도 지킬 수 있었다.
결국, 북문 방향을 막고 있는 적을 야습으로 부수고 그대로 교룡산성까지 달리기로 되었다. 교룡산성 역시 적에게 포위되어 있긴 하지만, 적이 본성에 공격을 집중하는 데다 지형이 험한 탓도 있어서 포위망은 약했다. 뒤에서 친다면 바로 뚫을 수 있으리라.
“사또, 더 앞으로 가심이….”
“아니다.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니라.”
조헌은 가장 정예한 병사를 골라 선두에 세우고 도저히 걷지 못할 부상병들은 남은 우마에 태웠다. 자기 말조차 내주었다. 그리고 자신은 끝까지 뒤에서 왜적을 막을 후군에 합류했다.
“전하께서 맡기신 내 군사가 모두 사지를 벗어날 때까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볼 것이다. 본래 장수가 선두에 서는 이유가 적과 가장 먼저 맞서기 위해서인 바, 본관은 이번 싸움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적과 마주하겠노라!”
주변에 있던 군사들은 모두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적진을 돌파하기 위해서 북문 앞에 늘어섰다. 성내에 있는 가옥과 남은 군량을 적에게 남겨주고 가는 일이 못내 분했지만, 몰래 성을 빠져나가려면 불태울 수가 없었다. 마침내 북문이 조심스럽게, 소리 없이 열렸다.
– 64 –
“남은 조선군은 모두 도망쳤습니다. 산으로 들어간 모양입니다.”
“영리한 놈들이군.”
이케다 쓰네오키는 별 표정 없이 부하의 보고를 받았다. 출발 전 노부나가가 내린 지시대로 딱 하루 만에 쓰시마에서 가장 중요한 항구인 이즈하라 일대를 전부 장악했다. 마을도 포대도 모두 점령했다. 하루 치 성과로 이만하면 충분했다.
“전과와 손실은?”
“이즈하라 성에서 버티던 조선군 중에 2백 명은 목을 베었고, 나머지는 도망쳤습니다. 우리 병사는 39명을 잃었습니다. 배를 탄 채 화포에 맞은 전사자 8명 포함입니다.”
상륙 전에 이쪽 선단을 향해 포를 쏘아대던 포대는 해상에서는 제압되지 않았다. 움직임이 날랜 고바야들이 포격을 피해 항구 바깥 해안에 병력을 내려놓았고, 이 병사들이 육지에 올라 포대를 배후에서 공격했다.
포대를 지키는 조선군은 대부분 활과 창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일본군이 저항하는 병사들을 베면서 육박하자 적은 포에 화약을 가득 넣어 터뜨려버린 다음 산으로 도망쳤다. 덕분에 조선 화포를 노획하는 일은 실패했다.
“이즈하라 주민들도 거의 산으로 도망쳤습니다. 이키에서 들은 바로는 이즈하라에만 주민 약 1천 명이 있다고 했습니다만, 붙잡은 숫자는 겨우 2백 명 정도입니다.”
주민들은 일본군이 나타난 것을 보자마자 산으로 줄달음질을 쳤다. 이케다가 이끈 군사들은 이즈하라뿐만 아니라 일대에 있는 마을마다 모조리 들어가서 뒤졌지만, 사람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도 없었다.
“아무래도 놈들은 산속에 숨어서 조선 국왕이 구원군이라도 보내주기를 기다릴 모양입니다. 주군, 산에 불을 질러서 통째로 태워버릴까요?”
“왜? 무엇 때문에?”
이케다가 반문하자 부장이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쓰시마는 꽤 큰 섬입니다. 그러면서 토지 태반이 산과 숲입니다. 저들을 찾겠다고 그 속을 누비고 다니기에는 너무 넓습니다. 차라리 쉽게 태워버리고 속 편히 주둔하심이 어떠할지….”
“목재가 모자라 미칠 지경인데 저 아까운 나무를 몽땅 불태우란 말인가.”
노부나가가 전국에 선박 건조령을 내린 이래 가장 귀한 보물이 목재가 되어버렸다. 나무가 자라는 산에 고의든 실수든 불을 낸 자는 물에 던져 죽여 버리고, 목재 소비를 절약하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건축이 중단되었다. 심지어 사람보다 큰 나무는 땔감으로도 사용할 수 없었다.
졸지에 일본 전역에서 영주가 고용한 감시원들이 산과 숲을 지키면서 백성들이 나무를 베지 못하게 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그런 판국에 숲이 가득한 쓰시마를 태워버리자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놈들이 산에 숨어 있겠다면 얼마든지 그러라고 해. 우리가 필요한 건 쓰시마에서 배를 댈 수 있는 항구지 산이 아니다. 정박지와 정박지를 방어하는데 필요한 요지만 확보하면 된다. 덤으로 목재도 좀 얻고.”
쓰네오키도 전국시대를 살아남은 무장이다. 쓰시마를 지키던 조선군이 해안에서 더 버티지 않고 비교적 쉽게 물러난 의도가 뭔지, 빤히 파악할 수 있었다.
“놈들은 산에 숨어서 노부시처럼 우리 진영을 습격할 생각이다. 일단 나무를 베어다 목책을 세우고, 방어를 철저히 하라. 재목은 규슈에서 인력이 오면 항구에 가까운 산에서부터 모조리 베어낸다. 또한, 수군 전선들을 시켜 쓰시마를 포위하고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라.”
산속에 숨은 조선군은 필시 쓰시마에 들어온 일본군 정보를 조선에 전하려 할 게 분명하다. 자칫하면 지금 쓰시마를 친 제5군뿐 아니라 장차 이곳을 거쳐서 조선으로 향할 본대 정보까지 새나간다. 정보가 빠져나갈 수 있는 모든 경로를 차단해야 했다.
“히데마사 부대에 일러라. 이틀 줄 테니, 북쪽 끝에 거점을 마련하고 온타케 산에서 연기를 피우고 있는 조선 봉화를 제압하라고 말이다.”
온타케야마(御嶽山)는 북부 쓰시마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그 꼭대기에서는 지금도 연기가 세 줄기 피어오르고 있었다. 쓰시마에 화산이 없는 이상, 저 연기는 조선군이 본토로 보내는 연락일 수밖에 없었다.
“예, 주군. 허나 쓰시마에는 산이 많습니다. 저 산을 제압해도 다른 산에서 또 봉화가 오를 수도 있습니다.”
“상관없다. 다른 산에서 연기를 피워도 조선에서 보면 저 산에서 한 만큼 눈에 띄지 않아. 그리고 놈들이 새 봉화대를 만들 때쯤이면 이미 우리 병사들이 조선 땅에 가 있을 거다.”
쓰네오키는 봉화보다는 작은 배를 타고 빠져나갈 놈들이 훨씬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봉화는 아무리 기를 써도 적이 ‘왔다’는 사실밖엔 알릴 수 없으니까. 일본군의 상세한 규모 및 전력을 본국에 전하고 싶다면, 조선 정탐꾼들은 배를 타고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쓰시마 포위를 맡은 와키자카 군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해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 와키자카 야스하루 본인이야 수군 출신이 아니지만, 그 휘하 부하들은 확실한 해적 출신이니 말이다. 크긴 해도 섬 하나 정도야 포위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