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466
2부 24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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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나가와 계약을 맺은 남만선 여섯 척은 돛을 내린 채 하염없이 기다렸다. 하지만 약속한 날이 지나도 산 페드로 호는 돌아오지 않았다. 선장 여섯 명이 본래 해적선이면서 함대 기함 역할까지 하는 가장 큰 갈레온, 호 선장실에 모였다.
“놈이 돌아오지 않으면 벽란도의 방비 태세에 대해 알 수 없는데….”
“뭐, 동양인들 항구라는 게 다 그렇고 그런 수준 아닐까? 중국이나 일본이랑 비슷하겠지.”
조선인들은 묘하게 경계심이 강해서, 근래에 조선으로 짐을 운송한 배는 고메즈가 모는 산 페드로 호 단 한 척뿐이었다. 그나마 교역량이 늘어나면서 카라벨이던 산 안드레아에서 바뀐 거지만, 그 산 안드레아도 고메즈가 몰던 배다. 결국, 고메즈가 조선 항로를 독점한 셈이다.
덕분에 이들 여섯 명은 한 번도 벽란도를 방문한 적이 없었다. 선원 중에는 산 안드레아나 산 페드로 호에서 일하다가 옮겨온 자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조선이 보이는 이런 태도가 익숙한 상대만 교류 상대로 원해서인지, 자국으로 오는 항로를 가능한 외국인들에게 숨기고 싶어서인지는 알 수 없다. 전자라면 나름 이해할 만하지만, 만약 후자라면 멍청하다고밖에는 할 말이 없다. 정보란 결국 새기 마련인 것을.
평소라면 장사 기회 하나를 독점하는 고메즈 녀석을 부러워하며 욕이나 하고 말 일이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노부나가의 주문대로 벽란도를 공격하자면 그 항구가 어떤 상태인지를 대략적으로라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산 페드로의 고메스가 분명히 말하기를, 지난번 항해까지 벽란도에 포대 따위는 없었다고 했소. 항구를 직접 지키는 함대도 없었다고 했고.”
노부나가는 이들에게 조선의 조세 운송과 벽란도로 들어가는 외국과의 교역을 차단하라고 했다. 후자의 의미는 중국 명나라에서 조선으로 가는 교역로를 차단하라는 의미가 분명했다. 유럽 상선은 사실상 조선에 오는 항로를 독차지한 산 페드로 호밖에 오지 않으니까 말이다.
명나라 상선들은 조선에 쌀과 구리, 은을 가지고 온다고 했다. 은이야 말할 것도 없고, 쌀도 구리도 모두 가치 있는 약탈품이다. 일본이나 필리핀에서 좋은 값에 팔 수 있다. 여차하면 다 명나라에서 팔아도 된다. 싸고 좋은 물건이면 뭐든 사들이는 장사치들은 어디에든 있으니까.
“그동안 뭔가 변화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조선은 전쟁 중이니까.”
“전쟁은 동남쪽, 일본과 하고 있지 않소. 일본 배는 여기까지 오지도 못하는데 한참 북쪽인 수도 일대를 지키는 함대가 중무장 상태로 대기하고 있진 않을 거요. 적당히 늘어져 있겠지.”
몇 마디가 더 오간 끝에 합의안이 나왔다.
‘산 페드로가 어떻게 되었건, 상관없이 벽란도를 공격한다. 조선이 만들었다고 하는 조선소, 항구 시설을 포격으로 파괴한 뒤에 다시 외해로 나온다. 이후 벽란도로 오는 중국 상선들과 조선 쌀 수송선을 약탈하는 작업을 식량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하다가 나가사키로 귀항한다.’
결론이 나와 회의를 끝나고 각자 자기 배로 돌아갈 참인데 선장 한 사람이 걱정을 표했다.
“혹시 산 페드로가 우릴 배신하고, 조선 관리들에게 우리하고 합의한 내용을 털어놓았으면 어쩌지? 조선 해군이 벽란도 앞바다에 출동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겠나?”
“그렇더라도 상관없네. 기껏해야 우리랑 내통했다고 그놈들 목이나 날아가겠지. 승리수당을 유산으로 우리한테 남기고 말일세. 그리고 조선 함대? 직접 본 적이야 없지만, 기껏해야 중국 해군이랑 비슷하지 않겠나? 그 쪽배 타고 다니는 양반들 말이네.”
집주인 격인 선장 안토니우 다 실바가 비웃듯이 말했다. 다른 선장들도 각자 배로 돌아가면서 가엾은 산 페드로를, 허약한 조선 해군을 실컷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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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변사 탁자 위에는 목판 위에 그린 커다란 조선 지도가 놓였다. 그리고 그 위에는 확인된 온갖 정보를 적은 종이들이 핀으로 꽂혀 있다. 현대라면 상황판에 하다못해 비닐이라도 씌워 썼다 지웠다 하는 게 가능하게 만들겠지만, 여기는 그런 재료가 없으니까.
처음에는 혼란스럽기만 했다. 마치 프랑스 전선에서 날뛰는 패튼 같았던 일본군의 맹진격이 드디어 멈추며 전선이 어느 정도 안정된 덕에, 적의 규모와 위치가 겨우 집계되기 시작했다. 다만 내게 전해지는 일선 정보는 사흘 정도 시차를 두고 들어온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거다,
현재까지 확인된 일본 침략군 규모는 대략 9만 명이다. 다만 여기서 진짜 전투병력은 절반 이하, 4만 명 내외다. 원래 세상에서도 어렴풋이 알았고 여기서 사나다 애들 만나면서 확인한 거지만, 일본군은 편제 인원 중에서 절반 이상이 짐꾼, 뱃사람, 노무자 등등 비전투원이다.
물론 비전투원이라고 해서 전투력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지금 맡은 임무가 비전투원일 뿐이지, 기본적으로 전국시대 농민이다. 비전투원도 칼 한 자루 정도는 다 차고 있고, 훈련을 제대로 안 받은 조선 속오군에 비하면 월등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 일단 깡이 다르다.
당연히 비전투원이라고 밥만 축내는 것도 아니다. 물자 운반하고, 성 쌓고, 공성장비 만들고 운반하고 하는 게 다 비전투원 역할이다. 공성전에서 해자 메우는 것도 모두 비전투원들이다. 여차하면 잡병이라고 그냥 싸움에 밀어 넣기도 한다.
이런 비전투원을 포함한 9만 명 중에 흥양에 남은 게 1만이다. 흥양읍성과 각 진포에 6천, 육지와 이어지는 길목인 낙안에 4천 명이 있다. 한때 수가 천 척도 넘었다던 왜선은 대부분 일본으로 돌아가고 이제는 42척만 남았다. 그나마 남은 것도 수군이 계속 부수고 있다.
일본군 좌익 병력은 회령포에 4천, 강진에 5천, 나주에 1만, 광주 5천, 담양 1만 6천이다. 이놈들은 담양 금성산성에 막혀서 남원에 있는 우익과 합류를 못 하고 있다.
우익은 순천에 5천, 구례에 2천, 남원에 3만 3천을 몰아놓고 있다. 남원을 함락하고 나면 곧바로 전주로 밀어닥치겠다는 의도가 빤히 보여서 가장 신경이 쓰인다.
전주성에 있는 이원익은 소수 군사로는 구출이 어렵다는 이일의 제언 때문에 남원성 구원에 바로 나서는 대신 전주성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보고했다. 왜군이 먼저 순천성을 포위만 하고 지나쳤듯이, 남원도 저항이 거세면 그냥 놓아두고 전주로 올 것이라나. 그때 역으로 치겠단다.
이일대로(以逸待勞, 피로에 지친 적을 쉬다가 친다), 그럴듯한 계획이기는 하다. 현지에서 어련히 알아서 판단했으랴 싶어 별 지적은 내리지 않았는데, 딱 한 가지가 걱정되었다. 과연 전주에서부터 반격을 가해 왜적을 몰아내는 그 날까지, 남원성이 버틸 수 있을까?
남원에서는 조헌이 안시성을 찍으면서 혈전을 벌이고 있다. 과연 결말이 어떨지 모르겠다. 이일이 주장했다는 내용대로 왜군 우익이 남원 공략을 포기하고 주력부대를 전주성에 보내면 남원은 아마 살아남을 거다. 하지만 놈들이 남원부터 확실히 함락하자고 덤비면…?
“순천에 남은 적은 그리 많지 않으니, 경상우병사로 하여금 급히 움직여 순천을 치게 하고 이로써 적을 아래로 끌어내서 남원을 구원하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다시 한번 지도 위로 눈길을 돌렸다. 지도 위에 핀으로 꽂힌 많은 쪽지 중 왜군을 표시하는 쪽지에는 붉은색, 조선군을 표시하는 쪽지에는 파란색 표시가 있다. 고경명이나 김천일 휘하 군대처럼 관군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속오군, 즉 의병부대는 그냥 백지다.
가장 강력한 아군은 상주에 있는 신립의 오위군 5만 3천이다. 경상도 군사는 진주에 우병사 이빈 휘하의 1만 4천, 울산에 좌병사 서득운 휘하의 1만 5천이 각기 집결해 있다. 우병영은 본래 창원에 있으나, 왜적이 호남으로 들어온 탓에 서쪽 길을 막고자 진주로 군사를 옮겼다.
“순천을 치는 것은 좋으나 호응할 군사가 부족하다. 게다가 경상도가 비게 된다.”
전라도 군사들은 미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선제공격을 당하는 바람에 우병영은 박살이 났고, 좌병영 군사 1만 명만 이일 지휘하에 전주성을 지키고 있다. 우병영 군사들은 제대로 집결하지도 못하고 각개격파를 당한 바람에, 각지의 산성에 들어가서 겨우 버티는 중이다.
금강산성에 들어가 우수영을 지키고 있는 우병사 최원 역시 병영군과 속오군이 뒤섞인 병력 2천만 거느리고 있다. 이런 형편이니, 우병영 군사는 왜군을 몰아낸 뒤에 완전히 재편성하기 전에는 전력으로 계산하기 난감하게 되었다. 순천 공격에 호응하기도 어렵고.
지도 북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쓰게 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만약을 위해 소집한 다른 도 군사들이 있다. 충청도 병영군은 청주에, 강원도군은 원주에, 경기도군은 광주에, 황해도군은 해주에 집결해서 후방 예비대 노릇을 하고 있다. 규모는 네 병영 모두 1만 명 내외다.
원주, 광주, 해주는 모두 본래 병영이 없었던 곳이다. 이 세 도에는 병마절도사도 따로 없고 관찰사가 겸임했는데, 이번 전쟁을 준비하면서 병마절도사를 설치했다. 차마 수군절도사까지 둘 수는 없어서 평안도, 황해도처럼 병마절도사가 수군까지 관장하게 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보다 북쪽으로 가면 평안도, 함경도, 부여주, 연해주, 속말주를 합쳐서 정규 관군만 6만이 있다. 덤으로 왜인여진에서 전사 2만, 오도리가 1만을 내놓을 수 있다. 아니, 오도리는 도감군 기병으로 이미 4천을 내보내고 있으니 남은 병사는 6천 밖에 없군.
여기에 마지막으로 도감군 4만을 보태면 지금 우리가 가진 정규군 병력만 26만에 달한다. 일본군처럼 비전투원을 포함하지 않고, 순전히 전투원만 따져서 말이다. 비전투원인 노무자는 보인이 맡는다. 왜인여진과 오도리는 본질을 따지자면 속오군에 가깝지만 일단 여기 넣자.
문제는 지방군 중 가장 우수한 병력 9만이 전장과 가장 멀리 떨어진 북변에 있다는 것이고, 그 빈자리를 잡다한 다른 병력으로 메워야 한다는 거다. 경상, 전라 양도에서 소집할 수 있는 속오군 약 40만, 지금 대구에 있는 왜별기 3천 등.
기동예비대인 병영군 외에 각 고을과 산성 방어는 거의 속오군이 맡아야 한다. 아직 적이 경상도에 들어오지 않아서 다 소집한 상태는 아니지만 말이다. 적이 상륙하면 속오군도 전부 소집해서 성벽에서 돌이라도 던지게 해야겠지? 전 인민의 무장화…인 셈인가.
그중에서도 경상도 방면 최후저지선이라고 생각하고 세운 대구성 ? 실질적인 진짜 최후의 방어선은 죽령, 조령, 추풍령이겠지만 – 에는 왜별기 3천과 더불어 대구부 및 인근 고을에서 모아들인 속오군 5천이 모여 있다. 대구 속오군은 좀 철저히 굴려서, 화포군도 상당수다.
대구성에는 백여 문에 달하는 화포와 1천 정에 달하는 조총을 쌓아두었다. 성을 지키자면 분명히 화포가 중요하다. 하지만 일선에서 왜적과 싸워야 할 병영소속 화포군을 뒤로 빼돌려 대구성에 두기는 조금 난감했다.
대신 대구부에 속한 속오군 중에 재주 있는 자들을 골라 화포군으로 교육했다. 군기시에서 파견한 교관단이 이들을 가르쳐서 훈련도감군 만큼은 안 되더라도, 오위군 비슷한 수준까지는 끌어올려 놓았다. 대신 훈련을 받느라 이들 모두 반년쯤 생업에서 손을 놔야 했지만 말이다.
“적이 대구에 오더라도 성을 무너뜨리기는 힘들 것입니다. 왜별기가 강화한 대구 본성뿐만 아니라, 주변을 둘러싼 산성까지 공략해야 하니 말입니다.”
직접 그 성들을 살피고 온 이항복이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공언했다. 다만 조정 대신 중에서 그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당연히 있었다.
“병조참판, 어찌 적이 경상도를 범하여 대구에 온다고 단정해서 말하는 거요? 전라좌수영 구역에서 적을 막지 못했다고 그러는 모양인데, 경상도에 있는 두 수영은 적을 쳐부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소! 왜적은 경상도에 발도 들이지 못할 거요!”
“의기만으로 적을 잡을 수 있다면 소관도 무척이나 좋겠습니다만.”
우찬성 윤근수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이항복이 신랄하게 답했다.
“경상좌수영에는 전선이 23척밖에 없습니다. 왜적이 흥양에서처럼 7백 척, 8백 척씩 배를 들이민다면 그중에 백 척을 불태운다고 해도 남은 6백 척이 군사를 내려놓을 겁니다. 그리고 백 척을 불태울 수 있기나 할지 모르겠습니다.”
“경상우수영도 있지 않소!”
“경상우수영에는 70척이 있습니다. 거북선도 세 척이나 있으니 그만하면 한 번 싸움에 2백 척은 불태울 수 있겠지요. 두 수영이 각각 왜선 7백 척을 맞아 싸워 3백 척을 쳐부수더라도, 나머지 천백 척은 우리 땅에 군사를 내릴 겁니다.”
왜선이 정어리 떼가 되는 셈인가. 옛날에 다큐멘터리에서 봤다. 정어리는 작고 약하다 보니 포식자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무리를 짓는다. 워낙 무리가 크니까 달려든 포식자들이 실컷 먹고 나가떨어져도 남은 정어리 떼는 유유히 목적지를 향해 헤엄쳐 간다.
음, 왜선들이 정어리라면 이순신은 돌고래고 다른 수사들은 물개 정도 되려나. 전선 숫자나 지휘능력 같은 걸 보면 그 정도 차이가 나니까.
아아, 여유만 있었으면 다른 수사들도 돌고래처럼 활동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전선을 주었을 텐데. 하지만 전선은 만들고 싶다고 후딱후딱 찍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목재는 차라리 쉽게 구할 수 있다. 문제는 운용할 인원, 그리고 탑재할 화포다.
지도에 있는 각 수영 위치에는 해당 수영이 보유한 전선과 수졸 숫자도 핀으로 꽂혀 있다. 전선 한 척에는 격군, 포수. 사수 등등 125명이 필요하다. 전선 100척을 늘리려면 소요되는 인원은 12,500명이다. 그리고 이걸 최소한 2교대로 돌린다고 해도 2만 5천 명이 더 필요하다.
인원을 조달하는 문제가 발목을 걸면 화포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덜미를 잡는다. 전선에 탑재하는 화포 제작비는 전선 한 척을 마련하는 비용의 8할에 달한다. 화포 없는 전선은 그저 수송선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돈이 아깝다고 빈 배만 만들 수도 없다.
지금 팔도에 있는 전선은 282척이다. 일차적으로 설정한 목표였던 300척을 94% 달성했다. 실은 95%였지만 발포진에서 3척이 자침해버려서….
다만 건조를 완료한 거북선 11척과 신형 판옥선 4척 ? 대옥선(大屋船)이라고 부르면 너무 유치하려나? – 까지 합치면 300척을 채우긴 채웠다. 이 정도만 확보해도 일본 수군은 충분히 물리칠 수 있다. 갈레온은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말이다.
“통제사 이순신이 제게 은밀히 말하기를, 적이 흥양에서처럼 한다면 상륙은 막을 수 없다며 일단 적이 부산진에 상륙하게 한 다음 쳐서 뱃길을 끊고 저들을 굶주리게 하겠다 하였습니다. 우찬성 대감께서도 생각해 보시면 옳은 말임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수군을 이끈 장수로써 마땅히 적을 바다에서 막아야지, 우리 땅에 내릴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잠깐 내가 내 생각에 몰두하는 사이, 윤근수와 이항복은 이순신의 방어전략을 놓고 아직도 싸우고 있었던 모양이다. 현실주의와 원리주의 사이의 싸움이군. 그것도 실행력이라고는 없는 말뿐인 원리주의. 누구 손을 들어줄지는 고려할 필요도 없다.
“군사를 움직이는 일은 전선에 있는 장수가 알아서 할 일이다! 머나먼 도성에 있고, 군무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는 이가 함부로 말하지 말라!”
저런 말싸움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대마도를 차지한 적이 어디로 밀고 들어올지 파악해야 할 때다. 자, 이놈들이 과연 어디로 올까? 임해군 그 XXX는 노부나가한테 어디에 상륙하라고 추천했을까? 원균도 그쪽에 붙었을까? 그놈은 수군 경력이 있는데, 어디를 상륙지로 고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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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시마를 장악한 쓰네오키가 보낸 보고서가 노부나가 면전에 올라왔다. 명령받은 대로 하루 만에 이즈하라를 점령했으며, 사흘째까지는 봉화대를 파괴하고 해안에 있는 모든 마을을 장악했다는 보고였다.
“그동안 목을 벤 조선군은 3백 명 조금 안 됩니다. 목을 검사하니 대개 쓰시마 토민병이고, 조선 병사는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죽을 게 뻔한 섬에 저들이라고 대군을 두겠느냐?”
노부나가는 태연하게 반문했다. 쓰시마는 크고 지키기 힘든 섬이다. 원군이라도 빨리 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야 함락당할 수밖에 없다. 항복하기 싫다면 산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고.
“슬슬 우리도 일어날 때가 됐군.”
말로만 하는 소리가 아니고, 정말로 노부나가가 앉아 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릎을 꿇고 있던 신하들이 당황해서 따라 일어섰다.
“내일 아침 출정한다. 6군, 7군, 8군이 모두 일시에 출격해야 하니 준비에 만전을 기하라!”
계획은 모두 수립했다. 동원하는 함선은 총 2천여 척. 이중 부산진으로 들어갈 6군 병력을 수송할 배가 9백 척이다. 좌군을 맡은 7군이 5백 척, 우군인 8군이 6백 척이다.
이 막대한 함대가 일시에 나가는 것도 실로 큰일이다. 노부나가는 이들에게 먼저 쓰시마에 건너간 뒤 하루를 쉬고 일제히 각 부대가 담당한 구역으로 가라고 명해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