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479
2부 2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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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공은 보병으로 시작했다. 공성기구가 아직 다 준비되지 않아서, 부산진을 공격할 때처럼 병사들이 사다리를 들고서 돌진했다. 그 뒤에서는 철포대와 궁수대가 방패 뒤에 몸을 숨기고 성벽 위를 향해 엄호사격을 퍼부었다.
조선군은 곧바로 응사하지 않았다. 일본군이 다가가자마자 대뜸 사격을 시작한 부산진과는 달랐다. 너무 조용해서, 항복을 권고할 때 성문 위에서 성주가 외치던 호기는 어디로 갔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고요함은 얼마 가지 않았다. 일본군이 반 정(약 55m) 거리까지 돌격하자 북소리가 울리더니, 조용히 몸을 숨기고 있던 조선군 병사들이 일제히 성벽에서 몸을 내밀었다. 화포가 불을 뿜고 화살과 탄환이 허공을 가르며 퍼부어졌다.
이쪽에서도 계속 쏘아대긴 했다. 하지만 고작해야 활과 조총, 오오쓰쓰로는 조선군 화포에 대적하기 어려웠다. 조선군 화포는 한 번 불을 뿜을 때마다 탄환을 1백 개, 2백 개씩 토했다. 날아드는 탄환은 쇠구슬이나 작은 조약돌이었다. 그런 걸 폭풍처럼 쏟아붓는다.
그보다 작은 철포나 활이라고 해서 위력이 약하지도 않았다. 높은 성벽 위에서 아래를 향해 쏘니 화살도 힘이 더해졌다. 일반 병사들이 쓴 좀 허술한 가죽제 진가사(陣笠, 삿갓형 투구)나 갑옷은 물론이고, 무사들이 입는 공들여 만든 갑옷도 제대로 맞기만 하면 여지없이 뚫렸다.
쏟아지는 탄환과 화살을 무릅쓰고 성벽 밑까지 돌격한 병사들도 제대로 성으로 돌입하지는 못했다. 호 안에는 마름쇠가 뿌려져 있었고, 거기 찔려 발을 다친 병사들이 사다리를 제대로 걸치기도 전에 진천뢰가 잇달아 떨어졌다. 그리고 연이어 터지며 불길을 쏟아냈다.
어제 절영도와 부산진을 공격하던 때도 양상은 비슷했다. 하지만 어제 싸웠던 두 곳은 적군 규모가 적어서 이쪽에서 대군을 들이밀어 병력으로 적 화력을 압도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동래부는 지금 병력으로 단숨에 공략하기는 너무 컸다.
결국, 1차 공격은 시체와 부상자 수백 명을 남기고 실패했다. 조선군은 물러나는 일본군을 향해 사격을 가하지는 않았다. 아마 화살과 화약을 아낄 심산이리라.
낮에는 잠시 전투를 멈추고 휴식을 취했다. 2차 공격은 이쪽에서도 포를 동원하기로 했다. 포는 아무래도 설치하고 철거하는 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강습으로 성을 점령할 수 있다면 굳이 투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오전에는 투입하지 않았었다.
“쏘아라!”
노부나가의 명령이 떨어졌다. 통역을 통해 지시를 전달받은 화포대장 격인 남만인은 자기네 말로 호령했다. 남만인 포수들이 화포에 불을 댕기자 구름 같은 연기가 연달아 치솟았고 포가 덜컹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묵직한 쇳덩이가 날아가 성벽을 노렸다.
다른 부대들은 남만인에게 포 쏘는 법을 배운 일본인들이 포를 다루지만, 노부나가를 직접 따르는 화포대에서는 마카오에서 고용한 남만인들이 직접 포를 조작한다. 여기서는 일본인은 그저 조수 노릇만 맡고 있다.
아쉽게도 첫 포탄은 빗나갔다. 거리를 잘못 쟀는지, 굉음을 울리며 날아간 포탄이 성벽 앞 맨땅에 떨어져 먼지를 피워올렸다. 하지만 포탄이 어디 떨어졌는지 잘 살핀다면 다음 포탄을 맞히기는 쉽다. 곧 두 번째, 세 번째 포탄이 날아가 동래부 성벽을 연달아 때렸다.
조선군도 그대로 맞고 있지는 않았다. 성벽 위에 설치된 화포가 이쪽을 향해 불을 뿜었다. 이번에는 저들도 아까처럼 자잘한 탄환을 흩뿌리지 않고 커다란 쇳덩어리 포탄을 발사했다. 아름드리나무가 빗나간 포탄 한 발에 그대로 부러지는 모습을 보니, 실로 상당한 위력이었다.
“조선 화포를 좀 손에 넣었어야 했는데.”
양측이 쏘아대는 치열한 포성이 천지를 진동시키는 와중에서 노부나가가 아쉬움을 표했다. 보아하니 동래부성에는 절영도 포대보다 많은 화포가 있는 듯했다. 하지만 절영도에는 여기에 없는 거포가 있었다. 배를 상대해야 하는 해안포대 쪽 대포가 더 큰 건 당연하리라.
고니시가 제안하고 후루타가 올린 진언에 따라, 노부나가 역시 해안에 포대를 깔아서 조선 수군의 접근을 막을 생각이었다. 그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려면 절영도 포대를 고스란히 손에 넣어야 했다. 절영도 포대에는 텟코센도 일격에 뚫는 거포가 2문이나 있었으니 말이다.
그 포를 얻었다면, 적 수군을 견제하고 공성전을 벌일 때 정말 유용하게 쓸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포대에 있던 조선군이 포구에다 온갖 허섭스레기와 화약을 섞어 넣고 터트려서 화포를 못 쓰게 만들었다. 포대에 있던 화포 대부분이 그 꼴이 났다.
“그놈들도 참. 포를 고스란히 가지고 투항했으면 무사 신분을 주고 영지도 내려줬을 것을.”
노부나가가 동래부성 성벽을 바라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원래 바로 항복하지 않고 저항하다 투항하는 자들은 죽이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조선 화포는 그런 관습을 무시하고 싶을 만큼 탐이 났다. 동래성에 있는 자들도 뒤늦게라도 항복만 하면 받아들이고 싶을 만큼 말이다.
조선 화포를 얻지 못한 덕분에, 노부나가군은 여전히 남만포에 크게 의지하고 있었다. 지금 성벽 위에 올라온 조선군 화포와 치열한 사격전을 벌이는 주력도 남만포였다. 일부 병사들이 오오쓰쓰를 들고 나가서 쏘고 있지만, 가장 작은 남만포도 가장 큰 오오쓰쓰보다 강하다.
지금 노부나가군에는 백 문 남짓한 남만포가 있다. 개중에는 절영도의 거포와 필적할 만큼 커다란 놈들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돈을 주고 사람과 함께 고용한 것이지, 사들인 것이 아니다 보니 가끔 문제가 나타나곤 했다. 이렇게 말이다.
“우리는 뒤로 물러나야겠습니다. 위험을 더 감당할 수 없습니다.”
남만인 포수 우두머리가 노부나가 앞에 서서 항의했다.
“적이 쏘는 포화 때문에 우리 포와 포수들이 피해가 큽니다. 철수시켜야겠습니다.”
피해가 크다고 하지만, 조선군 포탄이 근처에 떨어져서 부상자가 십여 명 발생한 정도였다. 만약 휘하 무장들이 별 성과도 못 낸 주제에 이런 소리를 지껄였다면 당장 영지를 몰수하고 내쫓았으리라. 하지만 지금 보여주는 태도는 달랐다.
“알겠다. 첫날이기도 하니, 이쯤 하고 물러서도록 하자.”
노부나가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 단단한 성채는 도저히 오늘 하루에 함락시킬 만한 곳이 아니었다. 느긋하게 움직여 보도록 하자.
“아, 야스히데.”
“예, 주군.”
“백기를 든 사자를 보내서 동래성주에게 교섭을 청하라. 저쪽 성벽 앞에 쓰러져 있는 우리 부상자와 전사자를 데려오고 싶으니 양해해 달라고 말이다.”
“예? 도망할 수 있는 자들은 아까 철수할 때 다 돌아왔고, 남은 병사 중 숨이 붙은 자들이 있다고 해도 포격전 와중에 거의 다 죽었을 겁니다만….”
야스히데 뿐 아니라 다른 신하들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노부나가가 간단히 설명했다.
“중요한 건 지금 퍼부어댄 포격이 낸 효과를 살피는 거다. 성채 가까이 가서 성벽이 얼마나 부서졌는지 보고 오라고 해라.”
“아…알겠습니다.”
아까 전령으로 갔던 이키 무사가 또 백기를 꽂고 달려나갔다. 포화는 어느새 멈춰 있었다.
– 35 –
“좋다. 갑옷을 벗고, 무기를 놓고 맨몸으로 와서 데려간다면 와도 좋다. 혹시 수상한 짓을 하는 놈이 있으면 바로 사살하리라.”
송상현은 적의 요청을 선뜻 수락했다. 휘하 군관들이 놀라 물었다.
“사또, 어찌 적을 살려 보내십니까? 다친 자를 돌보는 행동은 덕을 베푸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왜적은 이 땅을 침노한 원수들입니다. 우리가 잡아서라도 모두 죽이고 수급을 베어야 할 터인데, 적이 성문 앞까지 와서 다친 동패를 거둬가게 하신다니요?”
동래성에서는 오늘 온종일 싸운 끝에 전사자와 부상자 백여 명이 발생했다. 어제 부산진이 무너지는 모습을 본 데다, 오늘 친우와 가족을 잃은 동래성 병사들은 왜적에 대한 적개심이 끓어 넘치고 있었다. 성벽 밖에 쓰러진 왜적들은 당장이라도 거둬와야 할 수급일 뿐이었다.
“적이 우리 포격을 버티지 못하고 포를 뒤로 뺐으니, 우리 쪽에서 당장 성문을 열고 나가서 생사를 불문하고 적의 목을 베어야 합니다. 혹시 사또께서 적을 불러들이심은 더 많은 왜적을 베어 수급을 거두고자 계교를 쓰신 것인지요?”
“아니다.”
송상현은 그대로 고개를 저었다. 남문 앞에 모인 장졸들은 당장이라도 적의 수급을 거두러 가겠다고 문을 열고 뛰쳐나갈 기세였다. 바로 진정시켜야 했다.
“싸움에 이기자면 수급 한둘을 놓고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적에게 손해를 크게 주어 싸움에 역량을 쏟지 못하게 하는 일이니라.”
송상현은 본래 문관이므로 강무관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동남부 고을에 새로 보내진 수령들이 상감께 인사를 올릴 때, 주상께서는 추후 적과 싸울 때 수급 개수에 집착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적에게 더 수고를 끼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라고 하셨다.
송상현도 전쟁이란 매우 힘든 사업이라는 정도는 알았다. 그런 만큼 적을 더 힘겹게 만들면 만들수록 이쪽에서 해나가기는 수월해지는 법이다.
“적이 상병(傷兵)을 실어가면 치료하고 돌보아야 할 것이 아니냐? 시신을 가져가면 묻거나 태워야 할 게 아니냐? 그러자면 무기를 들고 우리에게 달려들 인원이 그만큼 줄어드니, 어찌 수급 하나보다 더 가치 있는 조치가 아니냐? 단순히 덕을 베풀고자 함이 아니로다.”
“저들이 다친 동료를 구하고자 해서 저리 교섭하는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성벽에 가까이 와서 우리 허실을 살피고자 하는 의도라면 어쩌시겠습니까? 그렇다면 데려간 부상자는 돌보지 않고 팽개칠 것이고 시신은 적당히 쌓아놓고 말지도 모릅니다.”
우려 섞인 반론에 송상현은 웃음으로 답했다.
“성벽을 살피는 게 저들의 진짜 목적이라고 한들, 별로 문제 될 건 없다. 너희도 보다시피 성벽이 무너지기라도 했느냐? 몇 군데 패이고, 여장 두어 곳이 부서졌을 뿐이다. 적에게 성벽 안을 살필 재주는 없으니, 가까이 오더라도 우리 성이 얼마나 견고한지만 확인하게 되리라.”
듣고 보니 어깨가 으쓱해지는 이야기였다. 군관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자 송상현이 조금 더 부연설명을 했다.
“그리고 저들이 죽거나 다친 자를 기껏 데려가 놓고 돌보지 않는다면, 아예 데려가지 않는 것보다 못할 것이다. 자기 상전을 위해 싸운 군사들을 함부로 다루는 모습을 보고 누가 계속 군주에게 충성을 바치겠느냐?”
조선에서는 전장에 나가 다치면 군의가 성의껏 치료해준다. 전쟁이 끝나 귀향할 때는 여비 지급도 있고, 전공에 따라 포상도 지급한다. 그 모든 조치는 임금의 은혜를 보여줌과 동시에 백성들이 계속 충성하게 만들려는 장치임을 송상현은 잘 알았다.
왜국에서라고 그런 이치를 모를 리 없다. 다친 자들을 기껏 데려가서 버려두지는 않으리라. 아직 다치지 않은 군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구호는 할 것이다.
다만 부하들은 품고 있던 걱정을 아직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그럼 그자들이 다시 일어나 무기를 들고 우리 백성들을 해칠 게 아닙니까?”
“어차피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적병도 거의 없을 것이고, 자기 발로 움직일 수 있는 자들은 이미 본진으로 빠져나갔으리라. 여태 저기 자빠져 있는 놈들은 기껏 치료하더라도 병신이 될 테니, 다시 무기를 들지 못할 게다. 시신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진중에 병이 돌 것이고.”
“알겠…습니다.”
겨우 반대가 수그러지자 송상현은 천천히 문루 위로 올라가 성벽 아래를 살폈다. 약속대로 무기 없이, 갑옷도 걸치지 않은 왜인 3백여 명이 수레까지 끌고 와서는 성벽 인근에 널브러진 왜병들을 모아 수레에 싣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살아있는 자는 별로 없었다.
적이 오늘처럼만 나온다면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으리라. 이제 경상좌병사가 원군을 데리고 오기만 기다리면 된다. 양자가 협력하면 왜병 2만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부녀자를 비롯한 동래부 백성들은 이번에 새로 쌓은 금정산성에 피난시켜 두어서 다행이다. 혹시 일이 잘못되더라도 백성들이 적의 참학에 그대로 드러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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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부를 우회해서 진격할 수는 없겠지?”
“안 됩니다. 동래부를 지나지 않으면 밀양으로 갈 수 없습니다. 빠르게 도성으로 나가자면 꼭 동래부를 함락해야만 합니다.”
첫날 공격이 실패한 후, 군의 자리에서의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했다. 임해군은 자기 수하를 시켜 정리한 지리자료를 가지고 한껏 열변을 토했다.
“우리 군은 최대한 빠르게 기동해서 도성에 도달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야 지금 보위에 앉아 있는 무능한 작자를 몰아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자면 영남대로를 타야 하는데, 첫 관문이 여기 동래성입니다. 꼭 함락시켜야 합니다.”
임해군도 수하들이 설명해 주면 이해할 정도의 머리는 가지고 있다. 이 정도도 해내지 못할 만큼 멍청했다면, 그동안 의금부나 금위사에 한 번도 확증을 잡히지 않고 도성에서 왈패짓을 하며 돌아다니지도 못했을 것이다. 여기에 다른 무장들의 보고가 이어졌다.
“아까 동래부 성벽을 살피고 온 자들의 말로는, 화포에 맞고도 성벽 본체에는 손상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오늘처럼 공격해서는 아무 소용도 없겠습니다.”
“성벽 밑에서 데려온 자들은 거의 죽었습니다. 무기와 갑옷을 회수하고, 부상자는 부산진에 보내 귀환하는 선편으로 쓰시마로 실어가고 시체는 태우도록 했습니다.”
노부나가는 아무 대답 없이 보고를 들었다. 상륙 초반에 쉽지 않은 상대를 만났다. 앞으로 취할 수단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공성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군량공세 아니겠습니까? 동래성을 완전히 포위하고, 저들이 굶주려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어떨지요.”
“그건 바보 같은 소리요. 이곳은 바다 건너 적국, 이제 겨우 제대로 된 첫 번째 성을 치는 참인데 그렇게 낭비할 시간이 어디 있소? 적 원군이 당장이라도 들이닥칠 텐데!”
가까운 울산에 경상도 군대 중 절반이 주둔하고 있다고 했다. 6군 병력과 필적하는 그 적이 동래성을 구하러 달려온다면 싸움이 어려워질 수 있다.
“차라리 일부 병력을 남겨 동래성을 포위하게 하고, 울산부터 치면 어떻겠습니까?”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하지만 울산까지 가는 거리가 문제다. 동래성을 확실히 포위할 만한 병력을 남겨두고 이동하는 중에 적이 기습한다면, 대처할 병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 더구나 낙동강 서편, 김해 방면에서 건너오는 조선군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일단은 규슈에서 오는 후속부대를 기다리면서 현 위치를 지키도록 하자. 그동안 근처 산에 올라 나무를 베고, 조선 민가를 헐어서 마련한 목재로 공성기구를 만들어라. 모두 보았듯이, 그저 사다리만 가지고 돌격해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
성에서 쏟아지는 총포의 탄환, 불화살, 돌, 끓는 물 등 모든 무기에 맞서서 버티면서 돌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충분한 준비가 필요했다. 물론 그 준비가 완료되기까지 놀고 있을 필요는 없다. 토산을 쌓고 도랑을 파며 성병(城兵)들을 계속 압박해야 한다.
“주군! 7군으로부터 보고입니다!”
“마침 좋은 때 왔군. 뭔가?”
가토 요시아키 군의 깃발을 등에 꽂은 전령무사가 급히 군의장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깜짝 놀랄 보고를 했다.
“7군은 거제도로 가는 길에 조선 수군을 만나 교전하다가 거제도에는 발을 들이지 못했고, 대신 낙동강에 접한 다대포를 점령했습니다.”
“뭐? 와키자카가 그 이순신에게 패했단 말이냐? 적이 몇 척이나 되었기에?”
이순신이라는 이름에 임해군이 움찔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미처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적은 100여 척이었습니다. 하지만 매우 크고도 강력한 전선이 여러 척이라….”
“변명은 필요 없다!”
노부나가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전령은 급히 고개를 숙였다. 얼굴에 진땀이 흐르는 모습이 보였다.
“거제도에 발도 못 들이밀 정도로 패했다면, 아군의 손실은? 적선은 몇 척이나 부쉈는가?”
“다대포로 들어간 배는 280여 척입니다. 총대장 와키자카 야스하루 님은 휘하 함대 전체와 함께 연락이 끊겼습니다. 부순 적선은 10여 척쯤 됩니다.”
기가 막힌 보고 내용에 군의 자리에 있던 전원이 할 말을 잃었다. 500척이 100척과 싸워서 그중 10척을 잡고 이쪽은 220척을 잃었다고? 아니, 이게 말이 되는 결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