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483
2부 26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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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속력을 내어 적진으로 뛰어든 거북선 세 척은 어느새 상선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폭음과 연기, 불꽃이 치솟는 자리를 보고 그 위치를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나 군관이 참으로 배짱이 두둑합니다.”
“어찌 나 군관만이 그렇겠느냐? 명이라고는 하나 서슴없이 뛰어드는 군사와 격군들도 실로 훌륭하다. 내일 귀영한 후에 귀선 군사들에게는 술을 더 주도록 하라.”
“예, 통상.”
전투에 승리한 뒤에 장수가 베풀어주는 주연(酒宴)만큼 술맛이 달콤한 자리도 없다. 그저께 싸움에서 이긴 후에도 영등포에서는 우수영에서 실어온 술과 고기로 잔치가 벌어졌었다. 이번 출동을 마치고 돌아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적이 근접하고 있다. 방포 후 회전하라!”
대형 총통은 재장전에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아무리 최대사거리가 8백 보, 9백 보라 해도 그 거리에서 명중탄을 내기는 어렵다. 배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 수군은 2백 보(240m) 거리에서 방포를 개시하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예외라 할 만한 배는 거북선뿐이다. 거북선 전면에 탑재한 대장군포 1호는 8백 보 거리에서부터 적을 향해 쏘지만, 대신 그만큼 화약을 많이 소모하고 재장전 속도도 느리다. 제작비도 비싸다.
천자총통을 쏘고 난 전선들은 일제히 배를 돌려 우변 함포를 쏘았다. 천자총통과 우측면에 있는 지자총통이 재장전하는 사이 이번에는 좌변 함포가 불을 뿜었다.
“적에게 후면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적이 우리 후방으로 붙지 못하도록 유의하라.”
조라포에서도 신경을 썼던 부분이지만 판옥선은 후방 방어가 약하다. 만약 왜군과의 전투가 섬 사이를 잇는 좁은 뱃길이나 포구에서 주로 벌어졌다면 신경 쓸 필요가 없겠지만, 이번에도 넓은 바다에서 싸우게 되니 적이 뒤로 돌지 못하게 신경을 써야만 했다.
그래서 싸움이 시작되기 전부터 약간씩 진을 후퇴시켜 서평포 쪽 육지를 등졌다. 적은 조선 수군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순신으로서는 취약한 등에 방패를 덧씌운 셈이었다. 더구나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으니, 해를 등지는 셈이기도 하다.
동래부를 구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만 아니었다면 부족한 전력으로 이렇게 불리한 싸움터에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좀 더 적세를 명확하게 살핀 뒤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나섰으리라.
“적 철갑대선은 작은 포환은 튕겨내는구나. 좀 더 가까이 끌어들인 후 쏘아야 할 듯하다.”
이순신은 일단 철갑을 두르지 않은 적선에 먼저 포를 쏘라고 지시했다. 적이 코앞에 닥치면 그때 철갑선을 쏘아도 충분하다.
“왜선은 저리도 많은데 전선과 화약이 부족함이 한이로다.”
경상우수영 군기고에는 화약 4만 근이 쌓여 있다. 하지만 각 전선이 싸움에 나서면서 싣고 나올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었다. 더구나 지금 이순신이 지휘하는 전선은 불과 50척이다. 이래서야 최대한 몸을 조심하면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왜선은 아직도 잔뜩 남아 있었다. 전라도에서 분멸한 적선이 350여 척, 그저께 직접 불태운 적선이 170여 척이니 전쟁이 시작되고 한 달 동안 쳐부순 적선만 5백 척이 넘었다. 그런데 오늘 또 3백 척이 쏟아져 나온다. 이래서야 동래부 구원은 요원했다.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부수고 또 부수다 보면 적선도 끝이 나지 않겠사옵니까.”
송희립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순신이 조용히 답했다.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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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란환을 쏘아라!”
안위가 호령하자 거제 1선 갑판 위에 있던 지자총통들이 차례로 불을 뿜었다. 30척, 40척씩 무리를 지은 왜선들은 좌우로 퍼지면서 조선 수군을 포위하려 하고 있었다.
조금 전 상선에서는 진형을 방진으로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다. 정면으로 쏠 만큼 쏘았으니 측면으로 돌아오는 적을 막을 준비를 하라는 뜻이 분명했다. 거제 1선은 방진에서 오른쪽 앞, 제일 구석진 모서리 자리에 있었다. 안위가 아래쪽을 보고 소리쳤다.
“임 파총! 오늘은 적이 워낙 대군이니 우리 배를 지키는 데 열중하고, 함부로 적선을 치러 나가지 않도록 해 주시오!”
“알겠소!”
임꺽정은 자기보다 나이도 어리고 직급도 낮은 안위의 당부를 순순히 따라주었다. 품계는 자기가 더 높을지 몰라도, 이 배를 지휘할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안위였다. 어디까지나 손님인 자신으로서는 안위를 존중하고 그 지시를 따라야 했다.
“다들 들었느냐? 오늘은 적선을 빼앗기보다, 뛰어드는 오다군을 막는 데 집중하라!”
“예잇!”
휘하 등선군 스무 명 모두 우렁차게 답했다. 그저께 벌어진 첫 전투에서 많은 성과를 내고, 손실도 별로 크지 않았던 덕분에 사기가 크게 올라 있었다. 더구나 오다군은 이들에게 구적(舊敵)이기까지 하다.
등선군 군사들은 대부분 아소 씨를 포함한 잡다한 구주 세력 출신 도왜병이다. 물론 이제는 조선군에 들어와 임금이 주는 녹을 받고 있으니, 예전에 왜국에서 어떤 가문에 속해 있었는가 따위는 별 의미가 없다. 그렇지만 여기 오기 전에 쌓인 옛 원한까지 사라질 수는 없었다.
잠시 한 손으로 철퇴를 빙빙 돌리던 임꺽정이 이 배에 탄 등선군 중 유일한 조선인 군사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저께 싸움에서 전사한 도왜병 자리에 대신 들어온 중년 사내다.
“왜놈들 사이에 떨어져서 힘들지? 좀 있으면 금방 익숙해질 거야. 왜놈이라고 다 못된 놈은 아니니까. 이놈들도 친해지면 괜찮은 놈들이야.”
“예, 파총 나리.”
이 거제 군사는 본래 병영군에 속한 팽배수였다고 했다. 주상께서 통상의 청에 따라 수군에 속한 군현에서는 모든 군사를 수군에 복무케 하라고 얼마 전에 명하시면서 소속이 바뀌었다. 이 군사는 ‘팽배수 출신이니 단병접전에 능하겠다’ 하여 등선군이 되었다고 했다.
“저 도왜병들이나 저희 일가나 모두 전하의 은혜로 살아가는 건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저 왜병들도 전하를 위해 싸우는데 어찌 이 나라의 진짜 백성으로서 힘써 싸우지 않겠습니까.”
팽배수 출신 군사는 표정이 굳어있기는 했지만 애써 웃으려고 하는 듯했다. 하긴 지금처럼 총포가 울리고 화살이 오가는 전장에서, 전투경험도 없는 이가 자연스럽게 싸움에 임할 수는 없을 터였다. 경상도 군사들은 무자년 난리 때도 걷기만 했으니 말이다.
“포를 쏘아라!”
장대 위에 선 안위가 호령하자 갑판 위가 또 한 번 초연으로 가득 찼다. 이제 적이 조금만 더 다가오면 조총과 화살을 쏘아 적을 쓰러트릴 차례다. 이제 곧 등선군도 적과 맞서서 칼과 철퇴를 휘두를 참인데, 임꺽정이 슬쩍 귀엣말을 건넸다.
“이제 싸움이 벌어지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혹시 그 전에 뭐 남기고픈 말 없나? 육군에 잘 있던 자네가 갑자기 수군으로 바뀐 데 대한 원망이라거나?”
수군은 복무가 힘들면서 평시에도 동원되는 기간이 길다. 그래서 같은 군역이지만 백성들은 수군에 지정되기를 싫어했다. 더구나 통제사가 부임한 뒤로는 예전보다 훈련이 더 힘들어졌기 때문에 수군의 인기는 더 나빠진 상태였다.
물론 수군 내에서는 첫 전투에 이기면서 사기가 크게 올랐다. 하지만 그거야 며칠 되지도 않은 일이고, 육군에서 넘어온 지 얼마 안 된 이 군사가 자기 일처럼 받아들일 리는 없었다.
“왜적이 쳐들어왔는데 어디서든 싸워야지 무슨 불평이 있겠나이까? 남도 백성 모두가 그런 생각에는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팽배수 출신 군사가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두 눈은 다가오는 적선에 고정하고, 손에 잡은 왜도가 부르르 떨었다. 임꺽정이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힘내게. 자네나 나나, 전하의 신민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해야지.”
“예, 나리!”
사내가 힘 있게 외치는 순간 왜 대선 한 척이 요란하게 조총을 쏘아대며 돌입해왔다. 우측 뱃전에 있던 지자총통이 불을 뿜자 왜선에 올린 다락에 연달아 구멍이 뚫렸지만, 그에 굴하지 않은 적선이 그대로 부딪혀왔다.
바짝 붙은 다락 옆이 열리더니 판자가 방패판 위에 걸쳐졌다. 그 안에서 뛰어나온 왜병들이 함성을 지르며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
“포수와 궁수들은 뒤로 물러나라!”
장대 위에서 안위가 고함을 질렀다. 임꺽정은 물러나는 포수들 틈을 헤치며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팽배수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
“자, 자네도 한번 힘껏 싸워보게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선두에 선 왜병이 왜도를 내리쳤다. 임꺽정은 일말의 동요도 없이 팔을 들어 칼을 막았다. 팔이 잘리는 대신 챙그랑 하는 쇳소리가 울리자 왜병이 움찔하며 놀랐다. 임꺽정이 씩 웃었다. 그가 입은 남만갑은 팔까지 모두 철판으로 덮고 있었다.
“혹시 무거워서 움직이기 힘들까 봐 저번에는 안 입었지. 그런데 입어도 되겠더라고.”
임꺽정은 누구에게랄 것 없이 웃는 얼굴로 중얼거리면서 철퇴를 휘둘렀다. 임꺽정을 노리고 칼을 내리쳤던 왜병이 그대로 머리가 으스러지면서 나자빠졌다. 등선군 군사들이 환호했다.
“자, 다들 쳐라! 오다군의 피로 너희 칼을 적셔라!”
“주상전하 천세~!”
등선군 군사들이 일제히 달려들며 칼을 휘둘렀다. 거제 1선 갑판에서 곧 비명과 피보라가 넘쳐흘렀다. 인접한 다른 전선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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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이건 생각했던 바와 너무 양상이 다른데.”
어립선에 앉아 함대를 지휘하던 구키 요시타카가 인상을 찌푸렸다. 자기는 와키자카 따위와 다르다고 노부나가 앞에서 그리 호언장담을 했건만, 막상 이순신이라는 자를 상대로 싸워보니 조선 수군은 보통 상대가 아니었다.
“저 메구라부네는 우리가 가진 총포로는 전혀 상처를 입지 않습니다. 오오쓰쓰는 물론이고 소구경 남만포도 튕겨냈습니다.”
불화살도 소용없었다. 지붕을 덮은 거적은 예상대로 젖어 있었고, 선체 측면을 겨눈 화살은 박히지 않고 바다에 떨어졌다. 아무래도 저들도 선체 측면에 철판을 붙인 모양이었다.
그에 반해 메구라부네 전면에 싣고 쏘는 화포는 일격에 니혼마루나 텟코센을 대파시킬 수가 있었다. 적선 측면에 장치한 포는 그보다 좀 약했지만, 이것도 철포 사정거리 밖에서 선체에 구멍을 뚫고 인명을 살상할 수가 있었다.
그 뒤에 있는 전선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쪽 전선들도 강력한 화포를 가지고 있어서, 이쪽이 동원한 남만포 몇 문 정도로는 상대도 되지 않았다. 고바야 같은 건 돌격하다 말고 포에 맞아 박살이 나기 일쑤고, 기껏 접현에 성공한 세키부네가 갑자기 폭발을 일으키기도 했다.
조선군이 가진 괴이한 무기는 화포 말고도 또 있었다. 불꽃을 뿜는 불화살이 갑자기 수십 발씩 허공으로 솟아올랐다가 일본 선단의 머리 위로 쏟아지곤 했다. 그러면 떨어진 자리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언뜻 보기에도 이미 격침, 또는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대파된 배만 세어도 50여 척은 충분히 되었다. 하지만 조선 전선은 단 한 척도, 정말 단 한 척도 부수거나 빼앗지 못했다.
먼저 달려든 메구라부네는 반월진 내를 좌충우돌하며 돌아다니다가 제각기 엉뚱한 방향으로 빠져나갔다. 놈들이 마음껏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불타는 함선과 물 위를 떠다니는 시체만 남았다. 다행히 놈들이 빠져나간 위치는 구키가 탄 어립선과는 멀찍이 떨어진 자리였다.
뒤쪽에 있는 조선 전선들도 마찬가지였다. 고바야나 세키부네는 적선이 물 위에 솟은 성과 같아 쉽게 기어오를 수 없었고, 덩치 면에서 비등한 아다케부네는 큰 덩치 때문에 접근하면서 화포 세례를 실컷 뒤집어썼다. 그리고 백병전에서도 딱히 우세하지 못했다.
이 모든 게 겨우 반 시진 동안 벌인 싸움의 결과였다. 무난한 승리를 자신했던 구키로서는 숨이 콱 막힐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도 해적이었다. 무모하다고 확신하는 승부에는 절대 목숨을 걸지 않았다. 이길 수 없다는 게 확실해지면, 빠져나가서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하는 법이었다. 그런 방식으로 오십을 바라보는 지금 나이까지 살아남았다.
“아무래도…지금 전투를 중단하고 물러나야겠다. 아군이 너무 불리하다. 지금까지처럼 계속 덤벼 봐야, 전멸할 뿐이다.”
“노부나가 공께서 과연 분노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보는 눈이 너무 많아서, 전과를 확대해서 보고할 수도 없습니다.”
측근 무사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아직 2백 척 이상이 남았으니 싸우려면 싸워도 될 상황인데 물러나자는 말이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으리라. 분명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 싸우겠다고 결심하는 자도 있겠지만, 구키 자신은 그런 부류가 아니었다.
“조선 전선을 몇 척이라도 쳐부수면서 50척을 잃었다면 나도 더 싸우라고 해보겠다. 하지만 이건 마치 벽에다 계란을 던지는 격이 아니냐? 난 와키자카 같은 멍청이가 아니야!”
조선 수군 장수나 병사들은 좀 해치운 것 같지만 배는 한 척도 잡지 못했다. 아무리 저들이 진짜 구키 수군이 아니고 임시로 지휘하에 들어온 다른 영주들이라고는 해도, 이런 일방적인 피해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주군, 물러나더라도 물러날 만한 명분이….”
중신 한 사람이 머리를 조아리며 걱정을 표하는 순간 어립선 뒤쪽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주군! 쓰시마에서 건너오는 함대가 보입니다! 9군을 싣고 오는 수송함대입니다!”
구키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흘렀다. 본래 오늘 도착하기로 되어있던 함대지만, 정말 좋은 시점에 나타나 주었다. 곧바로 호령이 떨어졌다.
“전 함대에 철수 명령을 내려라! 쓰시마에서 건너오는 수송선단을 지켜야 한다!”
“적이 추격하면 어쩌시겠습니까?”
“큰 배들을 우선 철수시키고, 작은 배들로 하여금 달라붙어 시간을 끌게 하라. 그러는 동안 절영도 포대를 따라 물러난다.”
절영도 포대에는 부산진에서 노획한 조선 화포 몇 문이 배치되어 있었다. 1군이 흥양에서 그랬듯, 육지에 설치한 포대는 조선 수군을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겁만 주어도 충분하다.
“다음 기회를 노리도록 하자. 살아서 병력을 보존하면 기회는 또 온다.”
깃발 신호가 휘날리자 전선들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구키 요시타카는 이를 악물고 이순신이 이끈다는 조선 함대를 바라보았다. 그중 유독 큰 전선 장대에,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장수가 올라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자가 이순신일까?
“추격하지 마라. 남은 적선을 불태우고 이대로 천천히 서쪽으로 물러난다.”
생각 같아서야 이대로 추격하고 싶지만, 적선이 너무 많았다. 먼저 싸운 함대만 해도 아직 2백 척 이상 남았는데 대마도 방면에서 6~7백 척은 족히 되는 배들이 건너오고 있었다.
게다가 격군들도 아침부터 종일 노를 저어 지쳐 있으니 적과 계속 싸우기에 적절치 않았다. 막판에 도망치려다 잡힌 녀석들까지, 총 64척을 불태운 것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아깝습니다, 통상.”
“오늘 싸움에서는 우리 군사들도 피해가 꽤 났으니 어쩔 수 없다. 벌써 날이 저물고 있기도 하니, 천천히 물러나 쥐섬에서 경야하고 내일 우수영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쥐섬은 다대포 앞에 있는 작은 섬이다. 편하게 배를 댈 만한 섬은 아니지만, 잠시 쉬어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이순신의 지시에 따라 조선 수군도 천천히 뱃머리를 돌렸다.
일본군이 먼저 물러나고 그에 따라 조선군도 물러나면서 절영도 앞바다에서 벌어진 해전은 끝을 맺었다. 한 척도 잃지 않은 조선군에 비해 일본군은 60척이 넘는 배를 잃었고, 그중에는 회심의 역작인 니혼마루와 텟코센 여러 척도 포함되는 큰 타격이었다.
다만 조선군도 본래 목적대로 동래부에 있는 아군을 구출하거나 일본에서 건너오는 일본군 후속부대를 차단하지는 못했다. 양측 모두 자신이 얻지 못한 바를 아쉬워하면서, 다음 싸움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