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485
2부 2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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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에 맞붙은 채 타버린 망루가 두 개, 접근하는 도중에 부서져 쓰러진 망루가 세 개였다. 성벽을 부수려고 동원한 귀갑차 세 대도 모두 성벽 밑에서 장작으로 화해 있었다. 그 옆에는 죽거나 다쳐 쓰러진 일본군 병사들도 숱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새벽이 다가오면서 밤새 치워지지 않은 이 참상들이 드러났다. 노부나가는 야간에는 전투를 멈추도록 했다. 어둠 속에서 혼란이 빚어지면 대군인 일본군 쪽이 더 곤란했던 탓이다. 또한, 조선군이 겁먹고 지치기를 바라는 의도도 있었다.
“성문을 집중사격하시지요. 조선 성곽은 일본 성과 달라서, 문만 부수면 그 안에는 더 이상 우리 군사들을 막아설 장애가 없습니다.”
여기에다가 항복 권고도 한 차례 또 했다. 다만 이번에 동래성주에게 항복 권고를 하겠다고 나온 장본인은 노부나가 자신이 아니라 사위 임해군이었다. 지금 모든 화포를 성문에 쏘라고 제안하는 사람 말이다.
“저놈들은 제가 보낸 백기 든 사자를 향해서도 포를 쏘았습니다. 어떤 자비도 베풀 필요가 없습니다.”
임해군은 그동안 싸움터에는 코빼기도 내밀지 않았다. 일본에서 데려온 시녀를 끼고 자기 천막에만 틀어박혀 있더니, 이제 동래성이 함락될 기미가 보이는 듯하니까 숟가락을 얹으러 나온 모양이었다.
“의도적으로 무시하려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냥 보이자마자 쏜 것 아닌가.”
“아닙니다! 이건 저를 능멸한 행동입니다!”
임해군은 금실로 용을 수놓은 붉은 철릭을 입고서, 자신이 이미 임금이 된 것처럼 굴었다. 노부나가는 임해군이 실컷 떠들도록 아무 말 없이 내버려 두었다.
“죄를 지었으니 중벌을 내려야 합니다. 어서 화포로 성문을 부수고 군사들을 들여보내소서. 조선 성은 성문만 부수면 일사천리입니다. 왜 아직도 성문을 뚫지 않으셨습니까?”
일본에서는 성을 지을 때 지형을 이용하거나 단을 높이고 벽을 쌓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성 내부에서도 구역을 나눈다. 기껏 성벽을 뚫더라도 성내에서 한 구획을 차지했을 뿐이고, 다음 구획으로 넘어가려면 또 전투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조선 성에서는 방어역량이 성벽에 집중되어 있다. 성벽이든 성문이든, 어디 한 곳만 뚫리면 그대로 적이 내부로 밀려들고 성내 전체가 싸움터가 된다. 노부나가도 그 점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며칠 동안 싸우면서 동래성에서 동문이 가장 취약함도 파악했다.
“이제 뚫을 거다.”
임해군 따위와 전술을 논할 필요는 없다. 노부나가는 간단하게 손짓으로 전투를 시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포성이 울리고, 담장과 방패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군사들이 성벽 위를 향해 총탄과 화살을 퍼부었다. 공세의 중심은 역시 동문이었다.
어제 부서지지 않은 이동식 망루도 동문을 향해 움직였다. 하지만 바짝 다가붙지는 않았다. D불리 성벽을 넘으려 시도하기보다 성벽 위에 있는 조선군을 노려 쏘는 쪽이 훨씬 큰 피해를 주었던 까닭이다. 조선군은 화포로 응수해서 망루를 부쉈다.
해가 머리 위에 뜨도록 전투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지친 병사들은 후방으로 빼고 기운이 왕성한 부대 병사들로 계속 교대하면서 적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주군! 타치바나군에서 급한 전갈입니다!”
“뭐냐?”
타치바나 무네시게의 문장인 두 개의 두루마리와 은행잎을 그린 깃발을 등에 멘 전령무사가 무릎을 꿇고 보고했다.
“울산에서 조선 원군이 왔습니다! 숫자는 1만 5천!”
“싸움을 시작했나?”
“예!”
“좋아. 결과가 나오면 알리도록.”
노부나가는 고개를 끄덕여 전령을 돌려보냈다. 무네시게군이 거느린 병사는 5천, 조선군이 1만 5천이라면 좀 많긴 하지만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이에야스의 가신인 동쪽의 혼다 타다카츠(本多忠勝)와 더불어, 괜히 서국무쌍(西?無?)이라고 불리는 장수가 아니란 말이다.
– 53 –
왜병들은 나무로 짠 뼈대에 사람 몸통만 한 대나무 다발을 여러 개 묶은 방패를 앞세웠다. 이쪽에서 쏘는 화살도, 조총 탄환도 단단한 대나무 다발을 뚫지 못했다. 황자총통에서 발사한 철환 정도 되면 그 방패를 부술 수 있었지만, 총통 숫자가 너무 적었다.
수영강 서쪽, 옥봉산 밑에 자리를 잡은 왜병들은 강변을 따라 그런 방패 몇십 개를 줄줄이 세워놓았다. 그리고 그 뒤에 몸을 숨긴 채 총과 활을 쏘아댔다. 엄폐물 없이 다가가던 조선군 병사들이 연달아 쓰러졌다. 왜병들은 총통을 다루는 포수들부터 쏘고 다른 병사들을 쏘았다.
전투경험이 없는 경상좌병영 군사들은 당황했다. 이쪽이 쏘는 탄환은 적을 거의 쓰러트리지 못하는데 왜병들이 쏘는 활과 총은 우리 군사들을, 자기 바로 옆에 서 있는 친지와 친척들을 쉽게도 쏘아 꿰뚫고 있었다. 사상자가 늘어날수록 사기는 급격히 떨어졌다.
서득운은 조급해졌다. 동래부까지 10리도 안 남았다. 동래성에서 울리는 포성이 여기까지 들리는데, 지금 구원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동래부를 구원하러 가려면 여기서 버티고 있는 왜병 2천 명을 정면으로 뚫어야 했다. 우회할 길도 없다.
“안 되겠다. 돌격하라! 그냥 뛰어서 강을 건너라!”
정면에서 날아드는 조총 사격을 무릅쓰고 전군 5천 명이 일제히 달려갔다.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든 선두대열이 강물에 뛰어들었다. 갈수기라 강물이 비교적 얕아 걸어서 건널 수 있었다. 하지만 움직임이 어느 정도 느려지고, 그만큼 총에 맞기 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삽시간에 강물이 피로 물들었다. 하지만 아군이 훨씬 많으니 어떻게든 돌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참에 북쪽 산기슭에서 갑자기 함성이 울렸다. 깜짝 놀란 장수와 군사들이 바라보자 수풀 속에서 번쩍이는 창날과 갑옷이 줄줄이 일어섰다. 기척을 숨기고 있던 왜병들이었다.
산에서 나타난 왜병들은 지금 막 수영강을 건너가고 있던 전군의 측면을 곧바로 타격했다. 정면에서 날아드는 총탄과 화살에만 주의를 쏟던 전군은 측면을 공격받자 그대로 무너졌다. 순식간에 5천 군사가 그대로 와해되고 말았다.
경상좌병영군 본대가 당황하는 사이 왜적은 대형을 재편성했다. 높이 치켜든 창날이 광채를 발하고, 기묘한 일본말 함성이 전장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3천 명 정도 되는 왜병들이 희게 빛나는 장창을 겨누며 다가왔다.
왜군 장창병들은 이쪽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자 더욱 기세를 올리며 다가왔다. 수영강 너머 진지에 있던 조총대도 미리 준비한 나무다리를 수영강에 놓고 건너왔다. 이쪽에서 쏘는 탄환 대부분을 막아냈던 대나무 방패 역시 밀고 왔다.
“벼, 병사 영감! 어찌 하시겠사옵니까?”
조선 군사들은 물론 장수들도 겁에 질렸다. 이미 좌병영군 군사 ⅓이 사라졌다. 모두 죽은 건 아니지만 다시 모을 때까지 군영으로서의 위세는 없어졌다.
중군과 후군은 아직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대열을 유지하고 적에게 총과 활을 쏘고 있다. 하지만 군사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고, 손이 떨려 총탄과 화살은 빗나갔다. 간혹 제대로 맞혀 왜적을 하나 쓰러트린다 해도, 그 옆에 선 왜병은 손도 떨지 않고 진격해왔다. 마치 인형처럼.
“영감, 후퇴합시다! 이 싸움은 이미 졌습니다. 물러나서 재정비해야 합니다!”
병마우후 배설이 서득운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서득운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불과 2천 군사를 거느린 동래부사가 원군을 기다리며 며칠을 고군분투했는데! 겨우 절반도 안 되는 왜적들 때문에 포기하고 물러나란 말인가! 그럴 순 없네!”
바닷길로 올라간 왜적들의 동향을 파악하느라 소모한 며칠 동안, 서득운이 마음고생이 무척 심했음은 배설도 알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어쩔 수 없었다. 동래부 군사 2천 명의 목숨이 소중한 만큼 병영군 1만 명의 목숨도 소중했다.
“적이 전면에 당도했습니다!”
사격으로 적 장창병을 저지하려던 계획은 완전히 실패했다. 이제 조총수와 궁수들이 코앞에 다가온 적의 창날에 찔려 죽을 판이었다. 서득운은 급히 이들을 대열 뒤로 빼고, 이쪽에서도 장창병을 내세우라고 명령했다.
“맞서 싸우라! 우리는 아직 적보다 세 배다! 밀어내라!”
경상좌병영 장창병들도 대열을 지키며 싸우는 훈련 정도는 받았다. 하지만 그 손에 든 창은 왜병이 겨눈 창의 절반 길이였고, 미동도 하지 않는 적의 창과 달리 와들와들 떨리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서로 맞부딪친다면 승패는 빤했다.
배설이 이를 악물었다. 이제 늦었다. 최대한 뒷수습할 수단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 54 –
진천뢰가 떨어졌다. 총통에 넣고 쏠 철환과 대전(大箭)까지 다 써버렸다. 밧줄과 사다리를 타고 성벽을 기어오르는 적을 밀어낼 군사들도 없어서 이제는 성벽 위도 왜병으로 가득했다. 몇 안 남은 군사들은 이곳저곳 구석으로 밀렸다.
성벽 아래는 불바다였다. 성벽 위에 올라온 적이 불화살을 마구 쏘는 바람에 동래부 성내에 있는 모든 건물이 타오르고 있었다. 싸우다 죽어 임시로 눕혀둔 군사들, 상처를 입고 치료를 받고 있던 군사들이 그 불길 속에서 한 줌 재가 되고 있었다.
“이젠 끝이로구나.”
끝내 원군은 오지 않았다. 동쪽, 북쪽, 남쪽 어디서도 없었다. 아예 출발하지도 않았는지, 오는 도중에 왜적을 만나 패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 후자이리라.
이제는 원군이 온다 해도 늦었다. 남은 군사는 성벽 위 여기저기에 고립된 채 버티고 있는 백여 명뿐이었다. 송상현이 있는 남문 문루 위에 남은 군사도 스무 명 정도밖에 없었다.
“총통을 터뜨릴 수 있겠느냐?”
“화약이 없습니다, 사또.”
“그럼 성벽 밑으로 던져버리기라도 하라.”
총통이 불길 속에서 잘 구워지고 나면 왜적이 손에 넣더라도 쏠 수 없으리라. 만약 쏘려고 한다면 좋은 일이다. 옆에 있던 왜적 서너 명 정도는 저승으로 보낼 수 있을 테니까.
“문루에 조복을 미리 가져다 둘 것을 그랬구나.”
마지막 순간을 맞아 북쪽으로 네 번 절을 하여 송상현이 중얼거렸다. 상감께 예를 올리는데 조복이 아니라 갑옷을 입은 채 행하다니, 이는 분명한 비례(非禮)였다. 하지만 도리가 없다. 자신의 집을 비롯한 성내 전체가 불바다가 되었는데, 누굴 보내 조복을 가져온단 말인가.
네 번째 절을 마치고 일어선 송상현은 시 한 수를 읊었다.
孤城月暈 외로운 성을 둘러싼 적은 달무리 같은데
列鎭高枕 여러 진은 베개를 높이 하고 누웠구나.
君臣義重 임금과 신하의 의리는 무거우나,
父子恩輕 부모와 자식의 은혜는 가볍도다.
곧 왜병들이 칼을 휘두르며 문루로 들이닥쳤다. 송상현이 보니 성벽 위에서 끝까지 싸우던 다른 군사들은 이제 모두 죽거나 사로잡혔고, 아직 남은 곳은 이곳 남문 문루뿐이었다.
성벽에서 문루로 올라오는 입구를 막고 있던 군사들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그들이 선혈을 흘리며 쓰러지자 계단을 올라온 왜병들 20여 명이 양쪽에서 송상현을 비롯한 마지막 동래성 수비군을 둘러쌌다. 남은 인원은 11명이었다.
“그대가 동래성주요?”
왜적은 그들을 포위하긴 했지만 바로 덮치지는 않았다. 대신 왜인 무사 하나가 송상현에게 조선말로 말을 걸었다. 상당히 능숙한 것이, 일기도 출신인 모양이었다.
“그러하다. 내가 동래부사 송상현이다.”
“노부나가 공께서 그대의 용맹에 크게 감탄하셨다는 말을 먼저 전하리다.”
이제 죽으려는 참인데 왜추(倭酋) 따위에게 칭찬을 듣다니, 참으로 묘한 일이었다. 송상현이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피식 웃자 왜병이 인상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렸다.
“예의를 갖춰 들으시오! 이만큼 싸웠으면 조선 임금에 대한 도리는 충분히 지키지 않았소? 노부나가 공께서는 그대에게 마지막으로 마음을 돌릴 기회를 한 번 더 주고자 하시오. 이번이 정말로 마지막이니, 잘 생각하시오.”
저 쓸데없는 미련을 왜 버리지 못하는지, 기가 차서 웃음이 났다. 그런데 왜인은 그 웃음이 뜻하는 바를 잘못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렇소. 그대가 이긴 거요. 그대가 귀순한다면, 노부나가 공께서는 투항한 조선인 병사들을 지휘할 권한을 전적으로 그대에게 주실 거요. 또한, 십만 석에 해당하는 영지를 내려 그대를 다이묘로 삼겠다고 약속하셨소. 그만큼 그대의 용기를 높이 사고 계시오.”
“왜국에서는 무장이 주군을 바꾸는 일이 지극히 흔하다고 듣기는 했소.”
송상현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저들이 정중하게 제안한 이상, 형식상으로는 예의를 갖추어서 정중하게 답을 해주는 게 도리 아니겠는가. 그 내용이야 저쪽 의사와 어긋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조선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오. 귀측 대군에게 단단히 일러주시오. 어떤 장수도 그런 대우를 약속받고 충성할 대상을 바꾸지는 않을 거라고 말이오.”
단호한 거절에 왜인이 당황했다. 송상현은 그 틈을 노려 마지막 군사들과 함께 칼을 쳐들고 함성을 지르며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사방을 창과 칼이 메우고 비명이 귓가를 덮었다. 불꽃 튀는 싸움 끝에 왜병 하나의 다리를 베어 주저앉힌 다음 팔을 베어 쓰러트렸다.
다음 순간 왜병이 내지른 창 한 자루가 정면에서 가슴을 찔렀다. 창날이 갑옷 안쪽에 붙은 갑찰 틈을 비집고 파고들어 가슴에 박혔다. 가슴에 피가 고이고, 숨을 쉬려고 하자 울컥 하며 새빨간 선혈이 입에서 쏟아졌다.
“저…전하, 신이 무능하여 동래성을 지키지 못하였음을 용서하소서….”
송상현이 창에 꿰인 채 눈을 감고 축 늘어졌다. 이제 동래성 안에 저항하는 조선군은 단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다.
“포로는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나! 모조리 베어버려라!”
동래성에서 1백 명 가까운 포로를 잡았다는 보고에 임해군이 펄펄 뛰었다. 중신들은 조용히 노부나가를 향해 시선을 보냈다. 노부나가가 잠시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명했다.
“분명 우리는 저들에게 항복할 기회를 네 번이나 주었다. 그런데도 저들은 항복을 거부하고 맞싸웠으니, 마땅히 처형함이 옳다.”
“알겠습니다.”
하루가 아까운 판에, 성 하나 때문에 닷새 동안을 지체했다. 싸움에서는 깨나 애를 먹었고, 병력 손실도 천 오백여 명에 가까웠다. 그 정도 고생을 끼쳤으면 저들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
탐나는 인재였던 동래성주라도 항복했으면 모르겠지만 그자는 싸우다 죽었다. 나머지 포로, 잡다한 병졸들 따위에게는 기회를 줄 필요가 없다.
“주군, 지금 붙잡은 조선 포로 중 하나가 자백한 바로는 저 금정산이라는 산 위에 1만 명에 달하는 동래부 백성들이 피난해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임해군의 눈빛이 변했다. 그자들은 내 백성이라며, 당장이라도 끌어내려 자신에게 충성하라 명해야 한다며 펄펄 뛰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래성 공략에 시간을 너무 많이 썼다. 그놈들이 산성 안에 처박혀 있고 싶으면 자기들이 내려오고 싶어질 때까지 실컷 처박혀 있으라고 해. 보아하니 지형도 제법 험한 듯한데, 지금 저따위 언덕배기를 오르는데 쓸 여유가 없다.”
동래성을 한 이틀 만에 공략했다면 저 산성을 점령하면서 여유를 부려도 됐으리라. 하지만 시간을 이미 너무 많이 들였다. 더구나 빨리 움직여 적 수군도 제압해야 한다. 군사도 그다지 없고, 피난민만 잔뜩 머무르고 있는 산성 따위 건드릴 틈이 없었다.
어쨌든 길은 열었다. 이제 한양으로 가는 대로로 선견대를 보내 정세를 살피고, 거제도에서 울산에 이르는 경상도 전 해안을 장악하는 계획도 실행에 옮겨야 했다. 어서 10군이 도착해야 그 작업도 원활하게 할 수 있겠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