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512
2부 29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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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대군을 모았는데도 교룡산성 남쪽 들판에 진을 쳤을 뿐 산성을 직접 공격하지 않았다. 성을 공격하는 중에 도감군과 고경명군 양 부대가 배후를 공격할까 봐 두렵고, 남원성 안에 주력을 두자니 혹시 입구가 막히면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될까 봐서 그것도 두려운 모양이다.
만약 저들이 싸움을 포기하고 저들이 온 구례 방향으로 도망치려고 해도 무사할 수는 없다. 장마 때문에 땅이 많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도감군 기병이 추격에 나설 수 있고, 교룡산성에 있는 남원 군사들도 적을 붙드는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조헌은 가려 뽑은 4천 군사를 데리고 당장이라도 산을 내려가 적을 칠 준비를 마쳐두었다. 미리 내려가 있으면 적에게 선제공격을 당해 무너질 수도 있겠지만, 도감군이 싸움을 시작한 뒤라면 얼마든지 적에게 덤벼도 괜찮으리라.
“벌써 이틀째 비가 오는구나. 이 정도 비라면 도감군도 움직이지 못할 테지.”
요 며칠 왜군의 행태가 무척 특이했다. 밥 짓는 연기가 무척이나 많이 올라오는 것이, 실컷 먹어 배를 두둑하게 채운 다음 일전을 결하려는 태도인 듯했다.
“적은 전주에서 물러날 때 무척이나 굶주렸다고 했습니다. 그 원을 풀고자 군사들을 넉넉히 먹이는 게 아닐지요.”
남원성을 버리고 나올 때, 은밀하게 나오느라 성에 있는 양곡을 그대로 놓아두고 나온 일은 지금도 조헌의 가슴 한구석에 찜찜한 짐으로 남아 있었다. 불태우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무슨 수를 써서든 불태울 수 있었을 텐데, 탈출에만 집중하다가 그만 놓고 와버렸다.
적에게 식량을 내준 죄를 갚기 위해서라도 적이 도망치지 못하게 하고 모조리 잡아 죽여야 했다. 그리고 전라병사의 지시를 받고 구례로 내려가 필시 순천에 있을 적을 쳐야 하리라.
“그럴 수도 있겠지. 어쨌든 비가 그쳐야 풀린 활이나마 쏠 수 있을 텐데, 실로 걱정이 크다. 물론 지금처럼 비가 온다고 하면 왜적들도 움직이지 않을 테니 그나마 낫지만….”
총포를 많이 쓰는 도감군은 이런 날씨에는 아예 싸우지 못한다. 조헌이 탐보인을 내려보내 살피니, 왜병들은 장창병이 약 1만이고 조총병이 2천, 궁병이 1천 정도 되고 나머지는 모두 도검병이었다. 도감군의 두 배 되는 병력이 모두 창검병인 것이다.
두 배가 넘는 적이 빗속에서 창칼을 들고 달려든다면 도감군 조총수들이 모두 총창을 꽂고 싸운다 해도 이기기 어려우리라. 같은 숫자라면 혹 모르겠지만, 갑옷을 거의 입지 않아 몸이 가벼운 왜군 도검병들이 도감군 후방으로 돈다면 상황이 어렵게 된다.
조헌은 병학을 따로 공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싸움에서 수가 많은 쪽이 유리하다는 거야 딱히 공부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 아닌가. 비가 내리는 날은 총이나 활을 싸움에 쓸 수 없다는 사실도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일이다.
“사또, 사또! 큰일입니다!”
“무슨 일이냐?”
휘하에 있는 인근 고을 수령들과 함께 점심을 나누는 중인데 성벽을 돌던 군관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 몸에 걸친 유삼(油衫, 기름 먹인 비옷)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왜적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동쪽으로 물러나고 있습니다!”
“뭐라고? 비가 이렇게 오는데?”
깜짝 놀란 조헌이 숟가락을 떨어트렸다. 아까 성벽에 올라 살폈을 때만 해도 왜군은 움직일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지금 군영을 옮기려면 아침부터 장막도 뜯고 목책도 걷어야 할 게 아닌가!
“예! 진영도 모두 내버리고, 수레 몇 대에 각자 등짐만 메고 동쪽으로 걷고 있습니다.”
“이럴 수가! 저놈들이 궁지에 몰린 줄은 알았지만, 이 빗속에서 달아날 줄이야!”
밥그릇이고 뭐고 전부 팽개친 조헌이 급히 성벽으로 달려갔다. 마주 앉아 있던 수령들도 그 뒤를 따랐다.
“정말 놈들이 물러가는구나…!”
조헌이 이를 갈았다. 급히 기패관을 돌아보았지만, 절망적인 표정이 돌아왔을 뿐이었다.
“사또, 소인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알겠지만 힘듭니다. 비 때문에 봉화를 올릴 수도 없고 연을 날리기도 어렵습니다. 깃발을 흔들어도 아마 안 보일 겁니다. 방법은 하나, 파발이 직접 뛰어가서 알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파발을 띄워라!”
기패관이 급히 성벽을 내려갔다. 조헌은 이를 악물면서 교룡산성과 남원성 앞을 모두 지나 동쪽 방향을 향하는 왜군 대열을 노려보았다. 도감군이 지금 채비를 차려서 나온다 해도 20리 길을 빗속을 걸어 내려오려면 두 시진은 걸리리라.
두 시진이라면 적군 2만 명이 모조리 구례로 가는 길로 접어들고도 남는다. 지금처럼 비가 오지만 않았으면 좀 더 가까이 있었겠지만, 적이 빗줄기 속에서 기습할 우려 때문에 도감군도 거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사또, 적이 구례로 가지 않습니다! 함양으로 갑니다!”
“뭐라고?”
한참을 멍해 있던 조헌이 급히 천리경을 들고 동쪽을 바라보았다. 과연 왜적은 저들이 원래 건너왔던 요천(蓼川)을 건너 구례로 가는 길로 들어가는 대신에, 요천을 따라서 그대로 동쪽을 향해 가고 있었다. 정말로 경상도 함양 땅으로 가는 것이다.
“안 된다! 결단코 막아야 한다!”
조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구례는 이미 적에게 점령당했으니 적이 구례로 돌아간다 해도 상황이 더 나빠질 건 없다. 적을 놓치는 일이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함양은 아직 적의 손에 들어가지 않은 고을이다. 함양 백성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될 게 분명했다.
“사또, 함양에도 군사는 있지 않습니까? 분명히 어느 정도는 막아낼 수….”
“함양 군사만 가지고 어찌 저 많은 왜적을 막겠는가!”
전란이 터지면 경상우도 군사들은 창원에 모이게 되어있다. 전란 초기에는 순천에 왜적들이 대규모로 들어왔고, 지금 경상도에도 왜군이 들어와 아군이 대패했다 했으니, 경상우병사는 지금 진주나 창원 저 어디쯤 있으리라. 적어도 함양에 주력을 두지 않은 건 분명하다.
함양 군사들도 처음엔 창원에 갔다. 그러다가 남원에 적이 들어오고서야 다시 돌아왔다.
“적이 궁지에 몰렸으니, 마땅히 이 자리에서 죽기로 싸우거나 한패가 점령하고 있는 구례로 물러날 줄 알았다. 함양으로 방향을 잡을 줄이야! 어허, 이 일을 어쩐단 말이냐!”
조헌 주위에 있던 군사들이 웅성거렸다. 이제껏 잡아놓았던 적이, 이제 곧 모조리 죽여서 응징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적이 몸을 빼서 도망간다는 데 다들 분노하고 있었다. 더구나 적이 향하는 방향은 아직 전란으로 피해를 보지 않은 백성들이 사는 고장이 아닌가.
“사또! 당장 나가서 적을 치시지요! 도감군이 올 때까지, 우리 손으로라도 왜적을 붙들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대로 왜적들을 고이 보낼 수는 없습니다!”
주변에 선 장수들도, 군사들도 입을 모아 출성을 외쳤다. 장수인 수령들은 대개 문관이었고 군사들도 속오군이었지만 그 기세는 높았다. 조헌도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 말이 맞도다. 당장 출성한다! 도감군이 당도할 때까지 우리 혼자서라도 적을 붙든다. 너희는 왜적 한 명이라도 더 붙잡아 적이 경상도로 가지 못하게 하라!”
“예, 사또!”
조헌은 왜적과 싸우다가 죽을 각오를 했다. 하지만 그래도 간다. 사내대장부로 태어났다면 죽을 길임을 알더라도 그 길을 걸어야만 할 때가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군자가 가야 할 길이다.
– 33 –
“조선군이 산성에서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래? 마침 잘 되었다. 비로소 노부타네 공의 원수를 갚게 되었구나.”
히데요시는 함양으로 가면서 가토 기요마사에게 후위를 맡겼다. 전주나 곡성 방향에서 오던 조선군이 배후를 공격하려고 하거나, 그럴 것 같지는 않으나 교룡산성에 있는 적군이 산에서 내려와 철수를 방해하거든 저지하라고 했다.
“창 앞으로!”
지금 가토는 장창병으로만 2천을 거느리고 있었다. 철포나 활은 이 빗속에서는 아무래도 큰 쓸모가 없고, 일꾼들은 곡식 자루 하나라도 더 날라야 했다. 그래서 모두 본대와 함께 철수를 명하고 창병만 남겨두었다. 조선군과 맞붙어 싸울 거라면 창병만 있어도 충분했다.
“전주에서는 날아다니는 괴물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물러날 때는 식량이 부족해서 싸우고 싶은 만큼 싸우지도 못했다. 남원에 와서는 적이 싸우려 하지 않아서 싸우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병사들이 굶주리지도 않고, 적은 죽여달라고 용을 쓰고 있으니 좋은 기회다.”
가토는 매서운 눈으로 적진을 노려보았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죽여라! 철저히 쳐부수고 나서 본대를 뒤따라간다. 놈들이, 이 남원이 가토 기요마사의 이름을 멸망할 때까지 기억하도록 만들어라.”
비가 오니 불을 질러 봐야 제대로 타지도 않을 거라고, 어설프게 타다 남으면 조선인들이 비웃기만 하리라고 남원성도 태우지 않고 가기로 한 판이다. 덤벼드는 조선군이라도 쓸어내고 가야 속이 후련할 것 같았다.
“주군, 조선군 장수 중에 도끼를 휘두르는 자가 하나 있습니다.”
과연 말에 탄 조선 장수 하나가 도끼를 휘두르며 군사들을 독려하는 모습이 보였다. 가토가 그 모습을 확인하고 이를 악물었다. 보통 조선군은 도끼를 무기로 쓰지 않는다. 저놈이 분명 하라다 노부타네를 죽인 자이리라.
“저놈은 내가 죽여야겠다. 우마마와리를 준비시켜라!”
“예, 주군.”
가토 휘하에는 정찰과 전령, 호위를 겸하는 우마마와리(馬廻) 기병 50기가 있었다. 이 정도 규모 기병은 양측 군대가 정면으로 싸울 때는 별 의미가 없지만, 적진이 잠시 흐트러졌을 때 기습적으로 파고들어 적 핵심을 타격하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함성과 함께 양군 병사들이 남원성을 앞에 두고 부딪쳐 창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가토가 매의 눈으로 적진을 노려보았다. 적 대열에 틈이 생기는 순간에 파고들어서 도끼를 든 적장을 잡고, 그대로 목을 쳐서 날려버릴 생각이었다.
– 34 –
경상감영 소재지인 상주에는 이제까지의 전황에 대해 좀 더 상세한 보고가 모여 있었다. 각 전선에서 올라온 정보 보고를 읽는 권율 앞에서 경상감영 관리들이 쩔쩔맸다.
“도순찰사께서 이해하소서. 곧 올릴 참이었습니다. 전하께서 계시는 곳에 소식을 보내려면 아무래도 전달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사옵니다.”
“그야 당연한 일이 아니겠소. 당연한 일을 가지고 죄스러워할 필요가 없소.”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감영 관리들 앞에서 권율은 계속 서류를 넘겼다. 역시 본대에 앞서서 오니 더 빨리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일단 가장 중요한 대구. 도체찰사 유성룡이 여러 장수의 보좌를 받아서 지키는 대구는 지금 왜추 신장이 직접 이끄는 6만이 넘는 대군에게 공격을 받고 있었다. 다만 성을 워낙 견고하게 쌓아놓은 데다가, 화포도 엄청나게 배치해 놓아 방어는 쉬웠다. 완전히 포위되지도 않았다.
화포 때문에 아예 성벽에 범접하지를 못하게 되자 적은 호를 파서 접근했는데, 적이 웬만큼 호를 파자 대구성에서는 신천의 둑을 터서 대응했다. 신천이 그렇게까지 큰 강은 아니다 보니 적진을 쓸어낼 정도는 아니었지만, 적이 파놓은 호를 전부 물구덩이로 만들 정도는 되었다.
경주 쪽은 병마우후 배설이 여전히 잘 막아내고 있었다. 제법 오래 싸웠는데도 적은 여태껏 경주부 경계를 넘지 못했다. 경상좌수군은 싸움 한번 치르지 않고 수졸 반을 잃었지만, 남은 군사와 전선은 부호군 이운룡이 수습하여 잘 보존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태만한 자들이 있나!”
좌수사가 지휘를 못 할 상황이면 당연히 바로 다음 서열의 장수들이 권한을 이어야 한다. 우후도 있고 중군도 있는데, 고작 종4품 부호군이 수영을 지휘한다고?
이건 경상좌수군이 적과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수졸들이 대량으로 도망친 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고 상급자들이 하급자에게 지휘 책임을 떠넘겼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았다. 장수로 지칭할 자격도 없는 자들이다.
“전하께 말씀드려 꼭 경상좌수영을 통째로 갈아엎어야겠군.”
어쨌든 경상좌도에서는 적이 더 이상 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군을 투입하고서도 길이 막혀 움직이지 못하니, 필시 신장이 대구를 포위한 군사 중 일부를 별군으로 떼어 따로 움직이도록 할 공산이 있다. 전하께서 경계하신 일이 실제로 나타나는 것이다.
양군이 모두 움직이지 못한다면 지키는 쪽에서는 곧 성공이다. 하지만 공격에 나선 자들은 계속 움직여야만 한다. 멈추면 곧 실패한 것이고 지는 것이다. 그러니 왜적이 다른 길을 찾아 파고들 공산은 충분했다.
하지만 경상우도에서는 적이 계속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수군이 낙동강을 확실히 틀어막은 데다 의령, 창녕, 합천 등지를 지키는 향군장들이 유격전을 펼친 덕분에 강은 분명히 막았다. 그래도 대군의 이동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적은 지금 고성까지 도달했다. 그 탓으로 경상우수영은 한동안 왜적 손에 들어간 부산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경상우도 해안 지대에 거주하는 백성들을 섬으로 피난시키는 데 집중해야 했다.
지금은 피난도 모두 마쳤고, 전라수군도 집결했으며 경기수영에서 내려온 원군도 받았다고 했다. 이제 적을 치러 나갈 일만 남았다는 서한이 막 도착해 있었다.
걱정되는 건 진주에 있는 경상우병영이었다. 본래 창원에 있던 경상우병영은 호남에 들어온 적이 하동으로 들어와 전선을 교란하고 통영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진주로 이동한 상태였는데, 적이 이미 동래를 통해 경상도로 들어와 버렸으니 상황이 심히 난감해지고 말았다.
역시 오늘 도착한 경상우병사 이빈의 서한을 보니, ‘경상좌병영이 생각보다 빨리 무너지고 오위까지 패하여 고립무원이 된 상황에서 동서로 포위당할 우려까지 생겼으니, 어찌 대처하면 좋겠는가’고 묻고 있었다. 자신이 며칠 빨리 내려온 게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병관은 즉시 우병사에게 서한을 써라. 진주는 진주목사 김시민에게 맡겨두고 남은 주력은 의령으로 일시 피하게 하라고 말이다. 적이 진주를 치면 외부에서 그 배후를 치라.”
“대감, 진주에 두는 군사가 너무 적지 않습니까? 진주에 모일 적은 고성으로 들어오는 2만여 명 외에 호남에 있는 7만여 명도 있사온데, 고작 수천 군사를 남겨두면 어찌 성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휘하 참모들의 질문을 받은 권율이 웃으며 대답했다.
“진주성은 대구성만큼은 아니라도 견고하게 보수한 상태라 알고 있다. 군사가 좀 적다 해도 성책이 견고하면 수성은 어렵지 않고, 진주목사는 과거에 나와 함께 삼성부를 지켜본 경험이 있다. 왜적이 싸우는 법은 야인과 다르다 하나, 성을 공격함에서는 딱히 다를 게 없으리라.”
사용하는 무기나 전법에서는 분명 차이가 있으리라. 하지만 공성전은 어디서든 근본적으로 같은 목적을 갖는다. 성벽을 넘는 것이다.
“진주목사는 스무 배나 서른 배쯤 되는 적도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다. 또한, 의령은 지금 향군장 곽재우가 잘 지켜내고 있다니 적이 행여 진주를 치는 대신 우병사를 뒤쫓아 의령으로 들어온다면 톡톡히 쓴맛을 보게 되리라.”
경상우병사가 이끄는 주력군을 미끼로 쓰고 속오군으로 적을 타격한다. 배설이 성공적으로 쓰고 있는 전법이다. 경상우도에서도 충분히 쓸 수 있다.
“알겠습니다. 그럼 도순찰사께서는 어찌 움직이실 생각이신지요?”
“대구 주변에 있는 산성에도 군사가 있어 적이 산길에 범접할 수 없다 하니, 대구에서 막힌 적이 대구를 우회한다면 금호강을 건너 산중을 지나는 영남대로를 따르기보다는, 영천을 통해 군위, 의성으로 움직일 공산이 크다.”
권율이 잠시 지도를 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내가 거느린 본군이 모두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적이 멋대로 활개를 치게 계속 놓아둘 수는 없으니, 일단 내가 거느리고 온 7천 군사와 함께 군위로 움직이며 적세를 살펴야겠다. 군위현에 사자를 보내서 현감으로 하여금 적의 움직임을 세밀히 살피게 하라.”
“예, 대감.”
지시를 마친 권율이 지도를 다시 유심히 살폈다. 자, 적은 지금 대구에 묶였다. 신장은 이제 어떻게 움직일까? 폼페이우스를 상대하는 체사르의 심정으로 생각해 보았다. 체사르가 겪었듯 적은 아직 아군보다 많고 질도 아군과 비등하다. 하지만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기도 하다.
아군도 아직 다 모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모이고 있고, 적에게 없는 우수한 기병과 화포가 있다. 이 두 가지 장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하리라.
* 조헌은 칼을 찬 일본군 짐꾼을 비전투원이 아니라 도검병으로 생각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