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531
2부 309화
– 19 –
대구성을 둘러싼 병력은 계속 증강되었다. 참호도 계속 뻗어 나갔다. 아직 성벽까지 닿자면 5정(약 545m) 정도 남았고, 그사이에 적이 판 해자도 있으나 확실히 진전은 있다.
아군 병력이 계속 증강되면서 적의 야습에 대한 대비도 철저해졌다. 적이 숨어들지 못하게 진영 외곽에 보초를 빽빽하게 세우고 불을 환히 밝혀 놓았다. 효과는 확실했다.
그랬더니 적은 이제 진영 안쪽으로 침입하는 대신 어둠 속에서 팔매로 작은 폭탄을 던지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이는 아군을 놀라게 하긴 해도 피해는 크지 않았다. 밤중에 잠깐 울리는 작은 폭음 정도야 익숙해지면 별거 아니었다.
“중요한 건 낮에 터지는 진천뢰지.”
노부나가가 인상을 구겼다.
“아무래도 참호 위에 덮을 지붕이 필요하다. 판자와 기둥을 가져다 지붕을 만들어 씌워라. 조선군의 진천뢰가 참호를 직격할 때마다 피해가 너무 크다.”
흙벽 때문에 참호 속에 있는 일꾼들에게 보통 화포가 통하지 않자, 조선군은 진천뢰라 하는 폭탄을 쏘기 시작했다. 진천뢰는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뚝 떨어지는 무기라, 참호 앞에 둑을 쌓는 정도로는 막을 수가 없었다.
“나무 지붕은 금방 불타버리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그 진천뢰라는 놈은 묵직한 쇠공이라서 판자 지붕 따위는 그대로 뚫어버릴 겁니다.”
“그래, 공이지. 그러니 적당히 경사를 주면 옆으로 굴러갈 거다. 지붕을 제대로 만들면 돼.”
병력이 충분히 모일 때까지는 참호를 계속 판다. 지난번 달성 공격 때 당한 경험으로, 적을 확실히 압도할 만한 대군을 투입하지 않는다면 어떤 방법으로 공세를 시도해도 실패할 뿐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참호는 병력을 안전하게 성벽 앞까지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금으로서는 참호가 유일한 공격 수단이다. 이거라도 하면서 조선군이 화약을 소모하도록 하고 공격의 발판을 마련한다.”
“알겠습니다, 주군.”
고바야카와군이 다 도착하면 대구 일대에 12만 병력이 집결한다. 나머지 6만여 명은 경상도 나머지 지역을 제압하게 하고, 이 병력으로 다시 한번 결전을 감행한다. 단, 대구성 공성전이 아니다! 지난번에 카츠타카가 시도한 것과는 아예 규모가 다른 대규모 우회작전이다.
“대구성이 분명 중요한 성이기는 하나, 대구성을 함락하면서 우리 병력이 몇만 명씩 손해를 입어서야 아무 이득이 없다. 그러다간 적에게 되려 포위되어 역으로 우리가 농성전을 시작할 뿐이다. 게다가 이젠 일본에서 병력을 더 끌어올 수도 없음을 그대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대구를 여유 있게 손에 넣은 뒤에 그 성문 앞에서 조선 국왕에게 항복을 받는다는 망상은 이제 버렸다. 조선의 항복은 대구성 함락이 아니라, 조선 국왕이 기대고 있는 진짜 주력군을 격파해야만 얻어낼 수 있는 것임도 깨달았다.
“지난번 우회가 실패한 건 병력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고바야카와군이 집결하면, 대구에 4만 명을 남겨 포위를 유지하고 남은 8만 명으로 다시 우회를 개시한다. 임해군 놈이 뒤늦게 털어놓기를, 지금 국왕이 믿고 있을 정예군은 8만 정도일 거라고 했다.”
임해군은 조선에는 강력한 북방기병 5만과 도감군이라고 해서 남만인이 훈련한 병사 3만이 있다고 했다. 그 병력이 다 이쪽에 와있다면 8만이다. 문제는 정보의 출처와 그 신뢰성이었다. 휘하 장수들 다수가 그 점을 걱정했다.
“그자가 하는 말을 믿어도 되겠습니까?”
“이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숫자를 속이지는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지금 임해군은 어떻게든 노부나가의 총애를 회복해보려고 필사적이다. 노부나가가 한마디만 하면 당장에 머리가 떨어질 판인데 거짓말을 하지는 않으리라. 일본군이 이제라도 적에 대해 제대로 알고 승리를 거둬야 임해군 자신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조선군 정예가 아무리 잘 싸운다 해도, 우리 잡병과 비슷한 수준이니 같은 숫자의 병력을 투입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앞으로 닷새면 고바야카와군 집결이 완료되니, 그때부터 바로 정예병을 뽑아 원정군 편성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해라.”
“예, 주군.”
선발한 8만 병력으로 상주를 칠 것인가, 아니면 조선 도성으로 진격하는 다른 길을 찾아서 파고들 것인가. 노부나가는 아직 그 문제에서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성공했을 때 적에게 줄 충격은 후자가 훨씬 크겠지만, 실패한다면 조선 원정은 그대로 끝장이 날 터였다.
“그러고 보니 주군, 서쪽 바다로 우회시킨 남만 놈들은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사위 가모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노부나가는 가차 없이 고개를 저었다.
“조선 정예군이 이렇게 대규모로 나타났음을 보면, 저들은 다른 방면에서 공격당할 걱정을 아예 안 하는 모양이다. 남만 놈들은 실패했거나, 선금만 받아먹고 튀었거나 둘 중 하나겠지.”
예정대로 남만선단이 서쪽 바다에서 조선을 공격하여 적을 혼란에 빠트렸다면, 조선왕에게 정예부대가 남았다 해도 이쪽으로 내려보낼 여유 따위는 없을 터였다. 지금 상황을 보면 어떤 이유에서건 놈들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수전은 남만 놈들보다 우리 수군 쪽에 희망을 건다.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과 결전을 벌일 수 있도록, 본국에 명하여 전선을 모아라. 1천 척쯤 투입해서 결전을 벌이면 이순신도 당하지 못할 거다.”
조선 전선은 2백 척이 채 안 되니까, 이쪽이 동원한 배가 1천 척이면 조선 전선 1척당 5~6척꼴로 배분이 된다. 지금까지의 전적을 보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승리할 희망 정도는 걸어볼 수 있다.
“조금만 더 참아라. 저놈들이 우리가 아직도 대구성에 목을 매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대구 함락을 위해 대군을 모았다고 생각하고 놈들이 방심할 때, 그 틈을 노려서 단번에 치고 들어간다. 수군도, 육군도 말이다.”
“예, 주군.”
아직 이길 수 있다. 노부나가는 필사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에게는 아직 18만 대군과 수천 척의 함선이 남아 있으니, 충분히 조선군을 쳐부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고로 전쟁의 승패란 끝나 봐야 아는 법이 아닌가.
– 20 –
“구리 10만 근, 아니 7만 5천 파운드(60톤)? 그만한 물량을 한 번에 댈 수 있단 말이오?”
“그렇소. 대금은 어떻게 치를 생각이시오?”
뜻밖에도 구리는 금방 구할 수 있었다. 필리핀에서 서반아인들이 운영하는 금광이 있는데, 그 광산에서는 구리도 산출되었다. 하지만 서반아인들은 금을 원했을 뿐 구리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광산 일대에 그냥 방치되어 있었다.
“팔고 싶어도 아시아 시장은 일본산 구리가 이미 꽉 잡고 있으니 별로 팔 곳도 없고.”
광산 소유주라는 서반아인은 시큰둥한 태도로 이항복을 대했다.
“사겠소? 사겠다면 대금은 은화로 지급해 주시오.”
구리 10만 근이라면 평소 조선이 한 해에 수입하는 양의 절반이다. 조선에서는 구리 20만 근을 절반은 일본, 절반은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었다. 일본과 전쟁을 시작하면서 공급이 끊긴 만큼의 양을 배 한 척으로 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당장은 돈이 없으나, 나중에 지불하리다. 조선 왕실의 이름으로 약속하오.”
“이제까지 거래 한번 없었던 조선 왕실을 어떻게 믿겠소? 그리고 당신들은 자신이 조선의 백작이고 대신이라는데 나는 믿을 수가 없소.”
구리 주인은 철저하게 타산적이었다. 그렇다고 눈앞에 있는 구리를 두고 바다 건너 남쪽에 가서 또 구리를 찾아다닐 수도 없었다. 그쪽에서 거래조건이 더 좋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총독부에서 지불을 보증해 준다면 어떻소?”
“그것도 별로 내키진 않지만, 총독이 서명한 증서를 가져온다면 받겠소. 당연히 지불기일이 명시되어 있어야 하오. 6개월 이내에 지급해 주시오.”
“좋소.”
이덕형에게는 이런 협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다. 부사인 이수광은 약간 우려했지만, 그 역시 물자를 조달해서 돌아가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그래서 구리 주인의 마음이 혹시라도 바뀌지 않도록 이덕형이 붙들고 있는 동안 이수광이 총독관저에 가서 지불 보증서를 받아왔다.
“좋소. 구리는 당신들 거요. 사람을 보내 광산 위치를 알려줄 테니, 알아서 가져가시오.”
서반아인은 증서를 챙겨 넣더니 바로 가버렸다. 이수광이 그 뒷모습을 보며 투덜거렸다.
“저놈은 유대인이 분명하오. 돈에 혈안이 된 놈 같으니.”
“조선에도 욕심 많은 상인은 흔합니다. 부사께서는 선입견을 품고 사람을 보지 마시지요.”
필요한 물건 두 가지 중 하나는 예상보다 빠르게 손에 넣었다. 이제 염초를 구해야 하는데, 마닐라는 염초를 운반하는 주된 교역로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마카오로 가야겠소이다. 분명히 마카오에는 염초가 있을 테니, 거기서 사들이도록 합시다. 여차하면 왜놈들이 약정해 놓은 물량이라도 매입하는 거요. 웃돈만 얹어주면 팔겠지.”
“마카오에서는 마닐라 총독의 보증서도 통하지 않을 겁니다.”
“은을 마련해야지요. 총독과 한 번 더 담판해서 은을 얻어내는 수밖에 없지 않겠소.”
이수광은 보증서도 아니고 현금을 얻어내려면 얼마나 고생해야 하려나 싶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덕형은 그럴 필요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와 거래하는 강남 상인 오공충이 있지 않습니까. 마카오에는 분명히 오공충과 연락이 닿는 상인이 있을 터이니, 그를 통하면 염초값 정도는 융통할 수 있을 겁니다.”
“오, 그 생각을 떠올리지 못했구려. 그대가 먼저 마카오로 가서 오공충을 만나도록 하시오. 나는 여기서 배를 구해 구리를 싣고 마카오로 가겠소.”
“예, 부사 나리.”
– 21 –
적은 이제 군위 방면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대구 주변에 집결한 왜군은 이제 10만에 가깝고, 그에 맞춘 준비를 해야 했다.
“영천에 있는 백성들을 북쪽으로 더 멀리 피난시켜라. 그리고 영천 관아는 물론, 그 일대에 있는 마을과 논밭을 모조리 불태워라. 옮길 수 없는 식량도 ”
노부나가는 대구성에 미쳐서 영천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적이 전력을 투입하면 대구와 비교하기도 부끄러울 만큼 조기에 함락될 성이 영천성인데 말이다.
울산에 있는 왜군도 마음만 먹으면 경주를 지키는 배설의 ? 지금은 배설이 경상좌병사다 ? 군사들을 우회해서 영천 방면으로 갈 수 있다. 지금 영천에 있는 병력은 속오군과 승군 4천이 고작이라, 왜군이 밀려오면 며칠도 버틸 수 없다.
만약 영천이 떨어지면…왜군이 포항으로 진격할 수 있다. 경주도 겨우 지키고 있는 배설이 포항까지 지킬 수 있을 리 없으니, 경상좌병사군은 그대로 무너지는 거다. 우리가 경상좌도에 확보하고 있던 마지막 평야도 빼앗기고 말이다.
다만 그렇게 해도 적에게는 별로 전략적인 이득이 없다. 울산에 있는 병력은 어차피 북쪽을 지키는 경계부대로 남겨야 하고, 소백산맥을 넘으려면 결국 조령, 죽령, 추풍령의 세 고개 중 하나를 넘어야만 한다. 권율과 다시 한번 맞닥뜨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노부나가가 영천 이동을 점령하더라도 노략질 이상의 소득은 없는 셈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미끼다. 이제까지는 대구 포위를 유지하느라 건드리지 않았을 수도 있으나, 지금 적은 10만 이상 되는 대군을 결집했으니 이제 영천으로 돌릴 병력도 넉넉하리라.
적이 아직 영천을 치지 않은 지금 상황이 어찌 보면 기적이다. 한 달만 더 있으면 추수를 할 수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적이 손에 넣기 전에 없애야 한다. 이제 명나라 쌀이 도착하기 시작했다니, 그걸 최대한 빨리 운반해서 분배할 준비를 하는 수밖에.
“전라도 쪽은 평정이 빠르군.”
이원익의 장계를 보니, 도감군과 전라도 병사들이 협력한 왜군 낙오병 청소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오늘이 7월 24일이니, 6월 29일에 도감군 파견 명령을 내리고 거의 20일 만에 전라도가 완전히 우리 손에 돌아온 셈이다.
이제 전라도에서 활동하는 왜군은 없다. 길을 잃고 개인 단위로 헤매는 녀석이라면야 일부 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부대 단위로 움직이는 놈들은 없다. 왜적 머리 하나마다 저화 한 섬을 걸고 철저하게 사냥한 결과다.
“이젠 전라도로 내려갔던 도감군을 다시 충주로 불러올려야겠다. 전라도 평정을 마무리하는 일은 이일과 최원에게 맡기고, 김천일을 비롯한 향군장들로 하여금 돕게 하라.”
전라우병사 최원은 전쟁 초기에 왜군에게 밀려 강진에 갇혔다. 일본군이 해안지대를 확실히 제압하기보다 나주, 전주 등 내륙 진출을 우선시한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적과 제대로 싸워 물리치지 못한 최원의 벼슬을 떼고 벌을 주소서.”
“그래도 최선을 다해 전라우수영이 적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지키지 않았느냐? 지금 왜적이 전라도에서 물러가려 하니, 조금이라도 원수를 갚고 공을 세울 기회를 줌이 가하다.”
최원은 적이 신경을 쓰지 않은 덕에 살아남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억기가 상황에 맞춰 마음껏 활약할 수 있게 뒤를 지켜준 공이 있다. 그러니 설욕할 기회는 줘야지.
다른 쪽 전선은 별일 없다. 강릉의 우에스기는 여전히 조용히 지내고 있다. 성이가 사자로 보낸 강항이랑 함께 군자의 도리라도 논하고 있으려나? 전황이 어찌 돌아가나 확실히 알려줄 겸 해서, 강원감사에게 끊었던 조보 배송을 재개하라고 명했다. 보면 분위기 알겠지.
다테는 여전히 연해주에서 숲을 개간하고 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자기들 농사 솜씨를 한번 보여주겠다며 개간한 땅에 콩과 메밀을 심었다고 한다.
어쨌든 전라도는 일단 안전해졌다. 처음부터 양동부대였던 호남방면군은 작전에 실패하고 철수했으니, 적이 인제 와서 다시 전라도를 노리지는 않으리라. 노부나가는 경부축선을 따라 충청도로, 도성으로 진격하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다음 표적은 분명히 충청도다.
7월 한 달 동안 보급품을 비축하고 병사들을 쉬게 하면서 결전을 준비했다. 자, 어디 적이 어느 쪽으로 치고 나오는지 차분하게 살펴볼까.
– 22 –
“왜군 정찰선이 오늘도 나타났습니다. 아무래도 적이 흉계를 꾸미고 있는 듯합니다.”
“요즘 거제도 인근에 적이 자주 나타나는군. 경계를 한층 더 강화하게.”
이순신이 조용히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가끔 한 척씩 나타나는 왜군 정찰선은 워낙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쫓아버리는 게 한계였다. 붙잡기는 힘들었다.
“가능하면 적선을 붙잡도록 노력하되, 혹시 놓치더라도 적이 포구 안까지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예, 통상.”
7월 한 달 동안 수군은 거의 휴식 상태였다. 태풍이 오는 철이기도 하고, 그동안 전투에서 손상된 일부 전선을 수선할 필요도 있었다.
그동안 정발이 지휘하는 남만선단은 대마도를 한 바퀴 돌면서 첫 임무를 수행했다. 왜선도 한 척 나포해와서 타고 있던 왜인들을 심문, 정보를 얻었다.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지금 대마도에 있는 왜군 규모는 적어도 2만, 방어태세는 그전보다 훨씬 단단해져 있었다. 지난번처럼 대마도를 쳐서 타격을 주려면 더 강한 전력이 필요했다.
그 강한 전력이 되어야 할 오위 출신 병사들은 배에서 싸우는 훈련부터 새로 받아야 해서 당장은 전투 투입이 어렵다. 기존에 있던 고참 병사들도 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다 보니 대규모로 전선에 내보내기는 좀 곤란하다.
그래도 수군이 아예 싸우러 나가지 않은 건 아니다. 날씨가 좋은 날을 골라서 출격 가능한 전선을 몰아 부산포로 출격도 두 번 했다. 하지만 왜군은 포구 깊숙이 배를 숨기고 철저하게 수전을 피했다. 두 번 싸움에서 거둔 전과는 고작 37척이었다.
“왜적이 싸움에 배를 내보내지 않고, 우리 태세를 열심히 살핀다고 함은 곧 저들이 결전을 준비한다는 뜻이다. 적이 작정하고 대함대를 모으고 있음이 분명하니, 각 포구에 영을 내려서 우리 수군도 언제든 소집에 응할 채비를 갖추어두라 이르라.”
“예, 통상.”
왜적이 결전을 원한다면 받아준다. 그날을 위해 전선과 병력을 준비하고 무기를 손질했다. 앞으로 남은 것은 이제 싸움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