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550
2부 3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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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춥다.”
이제 8월 보름을 겨우 지났을 뿐인데 벌써 공기가 싸늘했다.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내쉬는 숨이 하얗게 엉기는 모습까지 보이는 듯했다. 센다이도 추운 땅이지만 이곳 해삼위는 확실히 더 추웠다.
“그래서 이런 자리를 갖는 거요. 어서 들어오시오.”
여기는 본래 벽돌과 기와를 굽는 가마라고 했다. 구조를 보니 일본에서도 별로 어렵지 않게 비슷한 물건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일대에는 도자기를 제작하는 가마도 분명 있다고 들었는데, 조선인들은 도자기 가마는 아직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대가 새로 개간한 땅에서 수확한 양곡과 바다에서 잡은 고기, 숲에서 잡은 호피를 예를 갖추어 선물하며 우의를 청하였기에 관찰사께서도 경계를 풀고 그대를 손님으로 청하시었소. 감사히 여기며 즐기다 가시오.”
“고맙소, 정 공.”
다테 마사무네는 조선인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전력을 다했다. 한동안 지내면서 파악해 보니 자기가 거느린 병력을 가지고 연해주를 정복한다는 건 전혀 현실성이 없는 망상이었다. 정복? 조선인들이 작심만 하면 다테군은 해삼위에 도착하기도 전에 전멸할 게 뻔했다.
해로로 간다면 포구 입구를 막고 있는 포대가 함대를 모조리 바닷속에 처넣으리라. 육로를 이용해서 진공하면 숲속에서 화살 세례를 받고 전멸할 테고, 설사 무슨 계략을 써서 해삼위를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그 뒤에는 고립되어 죽는 종말밖에 없었다.
그런 빤히 보이는 결말을 보고서도 적에게 덤벼드는 건 멍청이다. 요리키로 따라온 츠가루 타메노부 역시 도호쿠 일대에서 용장이면서 지략가로도 유명한 장수였다. 이런 간단한 이치를 모를 얼간이가 아니었다.
“자, 어서 오시오. 북방 풍속으로, 찬 바람이 불면 골식회를 해야 하는 법이오.”
털옷을 벗고, 밖에서 칼을 풀어 맡기고 안으로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던 관찰사 정효신이 두 손을 펼치면서 손님을 맞았다. 함께 들어온 정문부가 사전에 귀띔해 주었다. 골식회(骨食會)는 본래 야인들이 사냥한 고기를 들판에서 바로 구워 먹던 관습을 가리킨다고 말이다.
북방에 온 조선인들은 이 풍습을 자기들 취향에 맞게 적당히 변형했다. 생고기를 꼬챙이에 꿰어 바로 불에 굽는 대신, 잘 저민 고기를 간장과 마늘과 꿀을 비롯한 양념에 재워서 맛을 냈다. 그리고 전립을 뒤집은 것처럼 생긴 솥 테두리에 구웠다. 그 안쪽에는 장국을 끓였다.
장국에서는 채소, 두부, 만두, 국수를 함께 익혔다. 따끈한 고기와 국물과 식사를 나누면서 술을 곁들여 마시면 추운 겨울을 보내는 데는 최고였다.
“겨울이 다가오면 새와 짐승은 기름이 오르고, 사람은 그 고기를 먹고 몸을 보해서 겨울을 견디는 법이오. 왜인들은 육식을 즐기지 않는다고 듣기는 했으나, 이 추운 북방에서는 짐승의 기름을 먹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소. 기왕 이웃이 되었으니 좋은 음식을 함께 나누고자 하오.”
“불러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쇠고기, 돼지고기, 사슴고기, 곰고기, 양고기, 꿩고기 등 갖가지 집짐승과 들짐승의 고기가 수북하게 쌓였다. 열이 새지 않도록 든든하게 만든 가마 안은 조금만 불을 피워도 훈훈했고, 바람구멍으로 바깥바람이 술술 들어오고 있어도 별로 춥지 않았다. 춥기는커녕 땀이 흘렀다.
“이달(伊達, 다테) 공은 왜국에 돌아가지 않고 여기 정주할 작정이시오?”
마사무네가 선물로 지참했던 일본주가 둘러앉은 사람들 사이를 한 순배 돌고 나서 정효신이 물었다. 마사무네가 가볍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본국에 있는 영지도 돌보아야 하니 눌러앉을 수는 없지요. 본국에서 형편이 어떤지 소식이 오는 대로 상황을 봐서 다녀올 생각입니다.”
“가시려면 서두르셔야 할 거요. 조만간 겨울이 되면 아예 배를 띄울 수가 없으니까. 그러고 보니 지난봄에 우리가 보낸 배들도 평소였다면 돌아올 때가 되었는데…후우.”
정효신이 에조치에 간 교역선단을 걱정하며 한숨을 쉬자 마사무네가 급히 무마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도 이렇게 무사하지 않습니까? 그 배들도 무사할 겁니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아무 소식도 오지 않았다. 항로가 원체 위험하다 보니, 이쪽에서 거점을 확실히 다지고 먼저 배를 보내서 성공을 알리기 전까지는 지원을 보내지 않기로 되어있었다.
도해 직후에 본국으로 보낸 배 세 척은 아마 모두 에조치에 도달하지 못한 모양이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에조치에 도착했는지도 모른다. 그 뒤에 저쪽에서 다시 온 배들이 마사무네를 찾지 못했을 뿐일지도.
어쨌거나 본국과 연락이 끊긴 상태임은 분명했다. 그리고 겨울이 오면 바다를 건널 수 없게 된다는 말도 맞다. 당연히 마사무네로서는 전쟁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지만, 물어보기도 어려웠다. 마사무네가 화제를 돌렸다.
“제 청에 대해 도성에 있는 국왕께서는 어찌 답하셨는지요?”
“전하께서 출정 중이시라 아직 확답은 없으시오. 다만, 귀국의 제도에서와같이 공을 영주로 임명하기는 어려울 듯하오.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토지가 임금의 것이고, 아무리 지위가 높은 신하라 해도 오직 수조권을 가질 수 있을 뿐이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관념적인 부분이고, 실제로는 지주와 농민이 모두 토지를 소유하면서 조세를 납부한다. 하지만 그 주인 역시 왕의 백성인 만큼 국법을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다테 쪽에서 바라는 일본식 영지는 주어질 수가 없었다.
“본관도 되도록 귀공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해 보았소만, 일반 지주 이상의 대우를 받기는 어렵소. 수령의 통제를 받아야 하고, 사병도 가질 수 없소.”
“이 북방 땅에는 도적과 맹수가 허다한데, 군사를 전혀 거느릴 수 없다면 어찌 제게 속한 사람과 토지를 지킬 수 있습니까?”
“지금도 그대가 개간한 토지 주변에 우리 관병이 있잖소. 장래에도 지금처럼 관병의 보호를 받으면 되오. 그리고 맹수를 쫓기 위해서 포수 여러 사람을 거느리는 정도는 허락할 수 있소. 국법에는 그 정도 융통성은 있소.”
“알겠습니다.”
그 뒤로 양쪽 인사들의 입에서 무거운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푸짐한 술과 음식을 즐기며 땀을 빼고, 즐겁게 환담을 나누었을 뿐이다.
“저들은 지금쯤 똥줄이 타고 있을 겁니다.”
잔치가 끝나고 손님을 배웅한 뒤, 관아로 돌아온 정문부가 웃으며 정효신에게 보고했다.
“지난 석 달, 왜국으로부터 단 한 척의 연락선도 오지 않았습니다. 저들은 본국에서 완전히 고립되었으니 소동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우리 눈치만 보고 있지요. 지금 남쪽 소식이 궁금해 죽을 지경일 겁니다.”
“놈이 이 조보를 볼 수 있다면 은 서른 냥이라도 내겠지?”
정효신이 손에 든 조보를 내려놓으며 웃었다. 도성에서 간행한 지 한 달이 다 된 조보에는 단밀현에서 대첩을 거둔 이후 계속 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최근의 전황이 아주 실감 나게 실려 있었다. 역시 북방에서 용명을 떨친 권율다운 대승리였다.
“여기에 수군이 부순 왜선이 거의 1200척에 달하고…이것도 이미 한 달이 넘게 지난 소식이니, 그동안 또 어떤 승리를 거뒀을지 모르겠군. 이달에게 보여주면 표정이 볼만할 게야.”
전쟁 소식은 왜인들에게 일절 알려주지 않고 있다.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알게 되건 저들이 소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니, 아예 모르게 두는 편이 가장 낫다. 그래야 저들은 자기들이 평범한 장사꾼이자 농민인 척하는 태도를 유지할 테니까.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들은 분명 병장기를 숨기고 있을 터, 필요하면 바로 무기를 꺼내서 바로 소란을 일으킬 겁니다. 허나 우리가 확실히 경계하고 있음을 저들도 알고, 남쪽 사정을 모르니 차마 준동하지 못하고 얌전히 있는 것이지요.”
“그러하네. 자, 서기는 어서 조정에 보낼 장계 초본을 쓰도록 하게. 경계는 게을리하지 않고 있으나, 아직은 이곳 왜인들이 신장에 동조해서 난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예, 사또.”
– 5 –
“전적께서 문장이 뛰어나시고 뜻이 곧음은 성균관에 있는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장 치하에서 견디고 계심을 보았으니, 솔직히 놀랍습니다.”
“그대의 말이 분명 옳네. 선비로서 마땅히 적을 맞아 싸워 죽어야 하겠으나, 그러지 못하고 있음이 한일 뿐이네.”
강릉 향군장 허성이 바다를 보며 쓸쓸히 웃었다. 허성은 문과에 급제하여 정6품 전적(典籍)까지 올랐으며, 성균관에서 강항을 가르친 여러 스승 중 하나였다. 유성룡이 일본에 통신사로 갈 때 사절단의 일원으로서 수행하기도 했다.
고향 강릉에는 원주 향교에 일이 있어 내려온 김에 들렀다가 난리를 만났다. 전적은 본래 성균관에서 유생을 가르치는 관직이지만 종학, 사학, 지방 향교도 관리한다. 이번 출장은 지방 향교에서 산학 수업을 시작하기 위한 사전 준비였다.
왜적이 나타났을 때, 강릉부사는 꼼짝도 하지 못하고 성문을 열었다. 무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속오군 수백 명으로 저항해 봐야 백성들만 몰살당할 뿐이라는 걱정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지만, 수령이 겁을 먹고 대뜸 손을 들어 버리니 허성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다행히 왜장은 약속을 지켜 백성들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도 강릉을 떠나도록 허락하지 않았고, 무기라고 하면 비수 한 자루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빼앗았다.
도성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가 된 허성은 대신 고향 백성들을 다독이는데 전력을 다했다. 통신사 일행으로 왜국에 다녀오면서 익힌 왜인들의 습속이 백성들이 왜병들과 맞서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환도 한 자루 없고, 왜병의 숫자가 강릉부민 전체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데 어떻게 적과 맞서서 싸우겠는가. 그러던 참에 자네가 오면서, 왜장이 보내주겠다면서 선심을 쓰자 부사와 향군장까지 모조리 백성들을 버리고 가버렸지. 나라도 남을 수밖에 없었네.”
곡식이 패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강항 덕분에 왜장이 성문은 열어주었지만, 어떻게 강릉을 떠나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고 사대부도 아닌 일반 백성들이 서슴없이 집과 땅을 버리고 나갈 수 있겠는가?
백성들이 강릉을 떠난다면 거처와 식량을 누군가가 제공해 주어야만 한다. 과연 수천 명이 넘는 백성들이 곤란을 겪지 않을 수 있을까? 강원도가 별로 넉넉하지 않은 지역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고, 강릉 인근에 딱히 큰 고을이 있지도 않다.
“저로서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혈기로 워낙에 성급하게 추진했던 터라….”
강항이 얼굴을 붉혔다. 그나, 세자나 모두 젊어서 마음이 앞섰다. 담판 한 번으로 백성들을 구할 생각만 했다. 만약 조정에서 공식적인 논의를 거쳐 추진한 일이었다면 강릉 백성들에게 거처나 양식을 제공할 방법에 대해 논의했겠지만, 그런 준비가 전혀 없었다.
만약 왜장이 정말로 모든 강릉 백성들을 석방했다면 강릉 일대에서 상당한 혼란이 빚어졌을 공산이 컸다. 물론 수습할 수 없는 일은 아니지만, 상당히 난감했을 게 분명하다. 또한, 아직 미숙한 세자의 일 처리 솜씨를 드러내어 상감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다.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네. 나는 사대부로서 저들을 이끌 책임을 저버릴 수 없었고, 그래서 스스로 비어 있는 향군장 직위에 올라 백성들이 최대한 다치지 않도록 이끌었지. 일단 살아야 전하께 계속 충성할 수 있으니까. 자네도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예, 왜장을 상대하느라 틈이 나지 않아 오늘에야 겨우 찾아뵈었습니다.”
오늘이 8월 17일이니 강항이 강릉에 도착한 지도 거의 두 달이다. 그동안 왜장은 강항을 무척 마음에 들어 하여 주변을 떠나게 하지 않았다. 성 안팎을 돌아다닐 때도, 심지어 배를 타고 금강산 아래까지 유람을 나갈 때도 강항을 동반하고 다녔다.
그 기회를 이용해서 강항은 최선을 다해 왜장에게 군자의 도를 가르쳤다. 별로 반문하지도 않고 듣기만 하는 걸 보면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강릉 백성들을 괴롭히지 않는 걸 보면 적어도 일부는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다.
“조보를 보니 남쪽에서는 우리 군사들이 승기를 잡았더군요.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왜장은 약속대로 왜국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러면 전적께서도 도성으로 돌아가셔야지요.”
“그리고 전하께 죄를 빌어야지. 의도야 어쨌건 왜장에게 굴종하며 그 밑에 있었으니.”
강항은 강릉 백성들이 적에게 저항하지 않았다 해서 추궁받을 죄를 허성 자신이 다 덮어쓸 의도임을 알았다. 아무 문책도 없이 넘어갈 수는 없다는 사실은 강항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참, 아우님께서 돌아오셨답니다. 소식 들으셨는지요.”
견서사로 나갔던 동생 허균이 언급되자 허성이 살짝 웃었다.
“왜장이 보여준 조보에서 보았네. 3년이나 걸려 세상을 한 바퀴 돌았다니 대견한 노릇이지. 이 못난 형과 상관없이 나라에 공을 세워 훌륭한 신하가 되기를 바라네. 여보게, 강생. 마침 식사 때니 두부나 좀 드시겠는가?”
– 6 –
폭음이 천지를 진동시켰다. 참호 3곳에다 은밀히 장치한 화약 3백 근을 일시에 폭발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물이 빠집니다!”
대구성 북문 쪽에서 조선군 포격을 무릅쓰면서 성벽을 향해 파고 들어간 세 참호는 일시에 도수로로 바뀌었다. 화약이 터지면서 길이 열리자 쏟아진 물은 일시에 강으로 흘러나갔다.
“됐다! 이제 공성이 좀 수월해지겠군.”
노부나가가 이를 갈았다. 요 몇 달 동안 대구성 때문에 쌓인 분노가 절반쯤은 저 물과 함께 빠져나가는 듯했다.
4만 병력만 남았다고 공성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래도 아직은 일본군이 확실히 우세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떨어질 사기도 문제였다.
노부나가는 포위망을 유지하는 한편으로 일꾼들을 시켜 참호 굴착을 계속했다. 조선군 포가 쏘아대는 철환에 사상자가 속출했지만 중단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해자 앞에 도달했다.
조선군의 경계가 심하긴 했지만, 동문 쪽에서의 야습 시도로 적의 눈길을 돌리면서 북쪽에 판 참호에 화약을 날라다 쌓았다. 그리고 오늘 새벽, 일시에 터트려서 해자에 차 있던 물을 모조리 빼내는 데 성공하고 말았다.
“이제 참호를 따라 돌입하기만 하면, 물에 빠질 염려 없이 곧바로 성벽에 달려들 수 있다. 참호 덕분에 다치지 않고 성벽 바로 앞까지 갈 수 있으니, 더 잘 된 셈이다.”
그동안 물에 잠겨 있던 해자 바닥은 분명 진창일 테지만, 노부나가는 그 문제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돌격하던 병사가 빠지면 익사할 지경으로 깊었던 해자가 사라졌으니, 그거 하나만 해도 충분했다. 옆에 있던 히데요시도 모처럼 밝은 표정을 지었다.
“주군! 시마즈군에서 급보가 들어왔습니다!”
급히 달려온 전령무사가 무릎을 꿇었다. 해자 배수가 성공해서 기분이 좋아진 노부나가가 웃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냐?”
시마즈 요시히로는 2천 병력을 거느리고 포위망 서쪽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병력 절반은 동생인 이에히사가 데리고 도성을 치러 간 탓으로, 남은 병력이 부족해서 대구성에 대한 직접 공격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고…고니시 유키나가 공이 7천 병력을 이끌고 내일 돌아온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고니시가 돌아온다고?”
노부나가도, 히데요시도 두 눈을 크게 떴다. 고니시가 포함된 별동부대는 조선 도성을 쳐서 손에 넣는다는 목표를 가지고 출격했다. 정확히 보름 전인 8월 4일에 말이다.
“그 외에 누가 돌아오느냐?”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보고가 들어온 건 유키나가 공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별동대가 지참한 군량이 보름치였으니 이제 식량이 떨어질 때가 되긴 했다. 하지만 저들은 적당히 싸우고 대구로 귀환하려고 출동한 게 아니다. 식량이 있는 한 도성으로 줄달음치라고 나간 병력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대략 짐작한 히데요시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노부나가 역시 이 보고가 의미하는 바를 깨달은 듯, 낯빛이 무섭게 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