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551
2부 3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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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에 온 연락과 같은 부분은 병력이 7천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부분은 이들과 함께 돌아온 무장이 고니시 혼자는 아니라는 점이었다.
“히데이에….”
히데요시는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자기가 들인 세 양자 중에서 단 하나 남은, 고작 18세밖에 안 된 히데이에가 조선군 대포에 맞아 중상을 입고 들것에 실린 채 돌아온 모습을 보게 된 탓이다.
히데이에는 ‘비젠의 효웅(梟雄, 잔인한 영웅)’이라 불리던 우키타 나오이에의 아들이다. 9년 전 나오이에가 병으로 사망하면서 히데요시에게 자신의 후사를 돌봐달라고 부탁했는데, 이때 히데요시는 나오이에의 아내를 첩으로 들이면서 그 아들인 히데이에도 양자로 삼았다.
다만 하시바 성까지 주어서 정식 양자로 삼은 건 아니다. 이름자인 ‘히데(秀)’를 주었을 뿐, 히데이에는 어디까지나 자기 아버지인 우키타 나오이에의 후계자였다. 하지만 친자식이 없는 히데요시는 첩이 데려온 의붓아들이자 돌봐주어야 할 피후견인인 히데이에를 무척 아꼈다.
히데이에는 히데요시의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그래서 히데요시도 부담 없이 히데이에를 사랑할 수 있었고, 무훈을 쌓아야 할 히데쓰구 형제를 전라도로 데려가면서도 히데이에는 좀 더 수월하다고 생각한 오다 휘하의 경상도 전선으로 보냈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었다.
“눈물 따위는 그쳐라, 원숭이! 네가 계집인가!”
일갈한 노부나가가 홱 고개를 돌렸다. 핏발이 벌겋게 선 그 눈은 이런 일이 왜 벌어졌는지 그 이유를 듣기를 원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 무릎을 꿇고 떨고 있는 자들은 노부나가가 듣고 싶어 하는 바를 말할 의무가 있었다.
“츠네오키는 어디 있나!”
“도…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생사는 알지 못합니다.”
이케다 츠네오키는 단순한 가신이 아니었다. 노부나가의 유모의 아들로, 친형제나 다름없는 젖형제였다. 그런 이를 잃었다고 하면 노부나가로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해명을 듣고 싶어 하는 눈이 다른 고위 장수를 찾아냈다.
“고바야카와, 설명하라!”
지목을 받은 고바야카와 다카카게는 곳곳에 상처가 나고 구멍이 뚫린 갑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아니, 여기 있는 무장 중에서 상하지 않은 갑옷을 입은 이가 하나도 없었다.
“추풍령을 넘어 충청도로 들어가자마자 조선 국왕이 공주에서 전주로 이동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더구나 국왕은 도중에 병이 나서 여정을 멈추고 들판에서 숙영 중이라 하기에, 기회를 놓치면 천추의 한이라 여겨 급습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급히 행군하여 진짜 조선 국왕이 친위대만 거느린 채 배수진을 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급습하여 국왕을 붙잡고 싸움을 끝내려 하였으나, 적이 사전에 숨겨둔 복병을 눈치채지 못하여 그만 참패하고 말았습니다.”
“복병? 복병이라고?”
노부나가가 고함을 질렀다. 이미 단밀현에서 토다 카츠타카가 복병에 당해서 적에게 그다지 피해도 주지 못하고 전멸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머저리들은 또 당했단 말인가!
“지난번…싸움과 거의 흡사한 양상이었습니다. 조선군 본진은 철포와 기타 화포를 대량으로 비치한 뒤 우리 군에게 포화를 퍼부었고, 측면에서 대규모 보병이 나타나 공격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고 기병까지 대규모로 나타났습니다.”
단밀현 싸움에 이어 세 번째로 패배한 호소카와 타다오키가 얼굴도 들지 못한 채 설명했다. 그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두 번 패전이 모두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으니, 고개를 들 수 없는 게 당연했다.
“더 자세히 말해 보라!”
노부나가가 격분하자 타다오키는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차마 입을 열지 못하는 그 대신 고니시가 나서서 처음부터 끝까지, 처음 조선 국왕이 인근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을 때부터 별동대 전체가 무너져내릴 때까지의 모든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소장은 산길을 막고 하루 동안 소속을 가리지 않고 패잔병을 규합했습니다. 그리하여 8천 명을 모았고, 간신히 후퇴한 여러 다이묘도 합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다음 날에 조선 기병 2천 기가 추격해 왔고, 남은 병력 일부를 신가리로 남기면서 다시 도망쳤습니다.”
고니시가 마침내 말을 마칠 때까지, 노부나가의 막사 안은 개미가 숨 쉬는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을 만큼 조용했다. 논산에서 결전을 주장했던 장수들은 물론, 딱히 어느 한쪽의 의견을 지지하지 않았던 장수들도 입을 다물었다. 거세게 숨을 몰아쉰 노부나가가 다시 물었다.
“그래서, 지금 시마즈군 옆에 있는 7천 명이 남은 별동대 병력 전부란 말인가?”
“추가로 도망쳐올 병력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
돌아오지 않은 장수만 해도 이케다 츠네오키 이하 10여 명에 달했다. 노부나가가 거느리는 직할 우마마와리 대장 모리 나가요시, 최측근 중신인 호리 히데마사도 돌아오지 않았다.
말 그대로 뼈를 꺾는 타격을 당한 노부나가가 이를 악물었다. 군막 안에서 침묵이 흘렀다. 한참이 지난 뒤에 가모 야스히데가 조심스럽게 장인의 의향을 물었다.
“노부나가 님,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노부나가가 거느린 직할 전력 대부분이 이번 전투에서 사라졌다. 살아 돌아온 병력은 여러 다이묘가 거느렸던 병력의 찌꺼기에 지나지 않았다. 노부나가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결과가 거의 남지 않았다.
“하시바, 삿사, 호소카와, 고바야카와, 넷만 남아라. 모두 물러가라.”
뜻밖이었다. 노부나가는 곧바로 분노를 터뜨리지 않았다. 무장들은 서로 눈치를 살필 틈도 없이 군막에서 빠져나갔다. 곧 노부나가 옆에는 히데요시, 삿사 나리마사, 호소카와 후지타카, 고바야카와 다카카게 네 사람만 남았다.
“왜 적군이 매복하고 있는데도 눈치채지 못했나.”
히데요시는 왜 주군이 분노하지 않는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지금 벌어진 상황이 분노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선 탓이다. 지금 아무리 분노한들, 다카카게를 베어 죽인들 잃어버린 병사 7만 명은 돌아오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는 조선 국왕에게 홀렸습니다. 게다가 국왕을 구하려는 구원군이 ‘오고 있다’는 포로의 진술에 속아서 아직 원군이 오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오더라도 지방군이라 매우 약한 병력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원군은 이미 매복해 있었고, 엄청난 정예군이었습니다.”
“정예군?”
“타다오키 공이 증언했습니다. 단밀현에서 자신을 공격했던 바로 그 기병들이 있었다고요. 남만갑을 입고 선두에서 칼을 휘두르던 조선 장수도 분명히 있었다고 했습니다.”
“상주에 있던 조선군 정예 10만 명이 그리로 가 있었던 건가. 그자들은 분명 상주에 있었을 텐데 어떻게 우리 군의 진로를 앞질러서 논산에 미리 숨어 있을 수 있지?”
대답은 없었다. 노부나가는 단호하게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이건 우리 진중에 배반자가 있다는 증거다.”
“주군! 그건…!”
생각도 하지 못한 노부나가의 주장에 깜짝 놀란 삿사 나리마사가 입을 크게 벌렸다. 하지만 호소카와 타다오키의 부친인 호소카와 후지타카와 히데요시, 두 사람은 노부나가의 말을 분명 들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부나가의 노성이 발작적으로 이어졌다.
“당연히 이겼어야 했어! 조선군 따위, 이겼어야 했다고! 내가 신립을 이겼듯이!”
신립군은 조선 최강군이었다. 그런 신립군을 분명 이겼다. 신립군에도 기병 다수가 있었고 화포도, 철포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신립군을 이겼다. 그런데 왜 저 머저리들은 조선군에게 패하기만 한단 말인가! 그것도 적을 능가하는 대군을 가지고? 그럼 답은 하나밖에 없다.
“난 천하를 통일했어! 조선군 하나도 이기지 못하는 못난이들! 너희는 모두 멍청이들이야! 무능한 겁쟁이들! 매번 가짜 투항자에게 속아 넘어가는 얼간이들!”
네 무장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부나가가 벌떡 일어서면서 일갈했다.
“찾아내라! 우리 계획을 조선군에게 흘린 배반자를 찾아내! 분명히 있다!”
망연자실해진 나리마사가 동료들의 얼굴을 보았다. 하지만 히데요시도, 후지타카도 그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다만 후지타카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주군. 조선군 정예 10만이 대구성을 구원하러 나타나기 전에 미리 남쪽으로 물러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논산에서 철수한 병력까지 해서 겨우 4만 5천을 가지고 있는데, 적이 10만 대군을 몰고 온다면 상대하기 어렵습니다. 남쪽으로 물러나서 남은 병력을 합쳐야 합니다.”
부산, 울산, 고성 등 경상도 각지에 흩어져 주둔하는 수비대 병력이 6만 명이다. 논산에서 이케다군을 박살 낸 조선군을 상대하려면 남은 병력 전부를 모아도 부족했다.
“대구성을 포기하고 물러나라고?”
노부나가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잠시 주저하더니 손을 저어 모두를 내보냈다.
“나가라. 모두 나가.”
“어쩌지요?”
밖으로 나오자마자 타카카게는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나리마사가 몸을 떨며 다른 두 동료의 얼굴을 보았다. 노부나가 휘하에서 가장 용감한 무장 세 명 중 하나라고 일컬어지는 그였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당황스럽기만 했다.
“철수할 수밖에 없소. 주군께서도 곧 현실을 깨닫고 승인하실 거요.”
두 동료를 가까이에 있는 자기 군막으로 데리고 들어간 후지타카가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호소카와군에는 이제 병력이 거의 남지 않았다. 아들인 타다오키가 몇 번씩이나 싸움에 패한 덕분이다. 그래서 싸워서 공을 세우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철수한다고 해서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질 게 없지 않소? 우리가 부산으로 병력을 빼내면 조선군 역시 부산으로 병력을 집중할 거요. 충청도에 있는 조선 북방군 외에 경상도, 전라도 지역 부대까지 집결한다면 우리보다 훨씬 많을 거요.”
“그럼 귀공의 의견은 뭐요?”
후지타카가 반문하자 나리마사가 결연한 얼굴로 답했다.
“어차피 부산으로 물러나도 열세가 될 거라면, 여기서 결전을 치릅시다. 조선 국왕이 여기 대구에 오면, 오케하자마에서처럼 전력으로 들이쳐 국왕의 목을 베고 전쟁을 끝내는 거요.”
노부나가는 오케하자마에서 이마가와 요시모토의 본진을 직접 쳐서 요시모토를 죽임으로써 본격적인 천하통일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나리마사는 그때 노부나가와 함께 말을 달린 최고참 측근 중 하나였다.
“귀공은 아까 군막 안에서 나오는 말을 못 들었소? 츠네오키 공이 똑같은 생각을 마음속에 품고 군대를 움직이다가 적군의 함정에 걸려 전멸했소. 논산에서보다 적은 4만 군대를 가지고 여기서 똑같은 전술을 시도해 봐야 똑같은 결과만 맞이하게 될 거요.”
바보 취급을 받은 나리마사의 말문이 막혔다. 후지타카가 주변을 살피며 목소리를 낮췄다.
“이 전쟁은 이미 글렀소. 일단 병력이 없고, 설사 일본에서 병력을 추가로 뽑는다고 해도 실어 올 방법이 없소. 조선 수군이 부산포 앞바다까지 장악하고 있고, 우리 선단은 겁을 먹고 아예 움직이지 못하고 있잖소.”
“그건 그렇소만….”
그뿐이 아니다. 조선군은 당당하게 부산포로 배를 타고 들어와서는 해안에 있는 일본군에게 포화를 퍼붓고 있었다. 부술 배가 없으니 육지에 있는 일본군을 공격해대는 것이다. 병사들을 상륙시켜 육전을 벌일 듯이 위협하기도 했다.
“남은 길은 하나요. 어떻게든 협상을 통해 적과 강화를 맺고 철수하는 수밖에 없소. 저들이 어떤 조건을 내걸지, 그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말이오.”
후지타카가 고개를 돌렸다. 그들 옆에 앉은 히데요시는 아무 말 없이 땅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시바 공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살아서 돌아가려면 이제 저들과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시오?”
“협상보다는 주군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일이 급하오.”
히데요시는 대답하면서도 여전히 땅바닥을 보고 있었다. 후지타카가 반문했다.
“주군께서 품은 분노?”
“두 분도 들었잖소? 조선과 내통한 간자를 잡아야 하오.”
“그런 건 없을 텐데.”
후지타카가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떤 미친 다이묘가 본국에 있는 영지를 모두 상실할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조선 국왕과 결탁하겠는가?
“정말로 있고 없고는 상관없소. 주군께서 내통자들을 잡아내라고 명하신 사실이 중요하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를 배신한 간자들을 붙잡아야 하오.”
히데요시가 고개를 들었다. 두 눈에 언뜻 살기가 흘렀다.
“임해군을 따르는 부역자 전원을 내통 혐의로 체포하고, 모조리 처형해서 주군께 바칩시다. 그렇게 해서 주군의 기분을 풀고, 그 뒤에 철수를 허락해달라 청합시다.”
부역자들의 본래 역할은 길 안내와 동조세력 확보였다. 하지만 일본에 협력하는 동조세력은 단 하나도 확보하지 못했고, 더 이상 조선 영토 내로 진격할 수 없게 된 이상 길을 안내받을 필요도 없어졌다. 그럼 아직 남은 부역자들을 처리한다고 해서 안 될 거 없다.
“우리에게 열심히 충성한 놈들도 있는데, 그걸 다 죽여야겠소?”
“호소카와 공, 지금 본진에 남은 부역자가 열 명 남짓이지요? 주군을 진정시키기 위해 반만 죽이고 반은 남겨둔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살려둔 다섯 명은 진짜 배반자가 되어 당장에 조선군 진영으로 도망을 칠 거요. 그 꼴을 보지 않으려면 몽땅 죽이는 수밖에 없소.”
나리마사는 떨떠름한, 후지타카는 마땅찮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히데요시가 냉소적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어쩌시겠소? 주군께 가서 간자 따위는 없었다고 말씀드리시겠소? 아니면 싸움터에서 돌아오지 않은 모리 나가요시 공이 적과 내통했다고 하시겠소? 그보다는 부역자들이 국왕에게 돌아가면서 내세울 만한 공적을 얻기 위해 기밀을 빼돌렸다는 쪽이 낫지 않소?”
모리 란마루의 형인 나가요시는 나리마사와 마찬가지로 노부나가 휘하에서 가장 용맹하다고 일컬어지는 세 장수 중 하나다. 나머지 한 사람은 일본에 남아 있는 마에다 도시이에다.
노부나가의 분노를 모면하기 위해 이미 죽은 사람을 첩자로 몰겠느냐고 비꼬아도 두 동료는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쓴웃음을 지은 히데요시가 한 번 더 둘을 비꼬았다.
“아니, 이것도 그럴듯하겠구려. 수년 전에 나로 착각하고 하성군에게 활을 쏜 죄로 할복한 시마즈 도시히사 공이 실은 죽지 않고 살아서 조선으로 도망쳤고, 시마즈 요시히로 공이 조선 국왕의 신하가 된 동생과 결탁해 첩보를 빼돌렸다는 보고는 어떻겠소?”
“음, 그건 좀 심하구려. 아무려면 시마즈군이 조선과 손을 잡았을 것 같지는 않소. 요시히로 공은 대구성 북문 공격을 명령받았을 때 정말 용맹하게 싸우는 모습을 우리 모두 보았소. 또 이에히사 공 역시 논산벌에서 전력을 당해 싸웠다 하지 않았소.”
반론을 제기한 후지타카가 깊은 한숨을 한 번 쉬었다. 하긴, 이제 일본군이 승리할 가망이 사라졌다고 판단한 부역자들이 조선 국왕에게 돌아가기 위해서 내통했다고 하면 누가 보아도 그럴듯한 고발이다. 개연성이 없는 주장도 아니다.
“뭐, 그대가 그리 말하는 의도는 알겠소. 좋소, 어차피 이제 쓸모도 없으니 조선 부역자들을 털어 주군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어서 철수를 건의합시다. 귀공의 제안에 동의하오.”
삿사 나리마사는 자기는 이런 골치 아픈 문제는 상관하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난 모르겠으니 이 문제는 두 분께서 결정하시오.”
고개를 끄덕인 히데요시가 마무리를 지었다.
“좋소. 그럼 내가 내 수하 군사들을 시켜 내일 아침…아니, 모레 저녁에 놈들을 전부 잡아 처형한 뒤 주군께 보고를 올리겠소. 그때까진 조선군이 대구에 오지 않을 테고, 그만큼 간자 색출이 어려웠다는 정황증거가 될 테니까.”
“알겠소.”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후지타카는 한 마디 덧붙였다.
“이야기를 완벽하게 만들려면 한 놈 정도는 목숨을 건져 도망가는 게 좋겠소. 그렇게 하면 귀공의 보고 내용이 훨씬 신빙성이 높아질 거요.”
“그렇구려. 좋소. 그럼 도망치게 해줄 놈은 귀공이 고르셔도 좋소.”
“그러리다.”
후지타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빼돌려 주고 싶은 부역자가 확실히 하나 있다. 죽을 인간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면 훗날 부처님께서 복을 주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