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558
2부 3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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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군이 쌓았다고 하는 관문의 실체는 흙과 돌을 모아서 잔도를 가로지르는 토벽을 쌓아놓은 수준이었다. 그 정도라면 야포로 두들긴 다음에 진격해서 간단히 공략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어제 이놈들이 화약으로 잔도를 폭파해서 길을 막아버렸다는 점이었다.
경상도 속오군으로 편성한 정찰대가 보고한 바에 따르면 적은 길 위쪽 산비탈을 무너뜨려서 작은 산사태를 일으켰다. 그래서 쏟아져 내린 흙과 돌, 뿌리째 뽑힌 나무 따위가 뒤엉켜 길을 막았다. 보병을 제외한 모든 전력이 잔도를 통과할 수 없게 되었다.
“그것도 네 군데나 말이냐. 우리가 진즉에 해야 했을 일을 왜놈들이 먼저 했구나.”
쓴웃음이 나왔다. 일본군이 처음 경상도에 상륙했을 때 우리 쪽에서 이렇게 길을 막았으면, 적이 양산 이북으로 진출하는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었을 거다. 겁먹은 찰방 따위가 아니라 밀양부사 박진이 울산에 가지 않고 여기서 방어를 지휘했다면 분명히 실행했을 조치다.
박진은 아직 울산에 있다. 배설 휘하에서 경주를 방어하는데 상당한 공을 세웠지만, 자신이 수령으로서 지켜야 할 밀양에는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놈들이 절벽을 폭파해서 길을 아예 무너뜨렸다면 나중에 복구하기 무척 어려웠을 게 아니냐. 무너져내린 잡동사니들만 치우면 잔도를 다시 개통할 수 있으니, 그나마 잘된 일이라고 여기도록 하라.”
길을 다시 뚫을 인력은 충분하다. 그리고 우회로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곳은 우리 땅이니 샛길에 익숙한 길잡이는 얼마든지 있다. 내륙으로 도는 산길은 원체 좁다 보니 대군이 움직여 적을 치기 어렵지만, 남쪽에는 훨씬 좋은 길이 있다.
“전하의 용안을 뵈었으니 신으로서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명색이 향군장으로서 본향에 침입한 왜적을 모조리 토멸하지 못하고 대다수를 살아서 도망치게 하였으니, 그 죄를 어찌 용서받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새빨간 비단으로 지은 철릭을 입고 붉은 말을 타고 나타난 곽재우는 참으로 당당했다. 왜란 발발 전에는 한량에다가 백수로 지냈다지만, 지금은 의령에서부터 김해 일대까지 낙동강 서쪽 지방을 평정하고 왜적을 토벌한 용맹한 장수다.
“그대가 왜적들에게 얼마나 두려움을 주었는지 내 다 들었다. 그만 고개를 들라.”
곽재우가 이끄는 의령 속오군은 그동안 적 1천여 명을 베고 병장기 3천여 점, 우마 100여 두를 획득했으며 적에게 끌려가는 우리 백성 5백여 명을 구출했다. 잡아둔 포로는 없었다.
“그대에게 묻노니, 낙동강 서쪽의 적은 어찌 되었는가?”
“거의 자취를 감추었사옵니다. 왜적은 9월이 되기 전에 이미 총퇴각을 개시하였고, 수군이 다대포에서 양산에 이르는 강줄기를 막아 건너지 못하게 하자 이곳 삼랑진 일대에서 수일 전 도하하여 경상좌도로 철군하였사옵니다.”
낙동강 서쪽에는 이제 낙오병 일부가 남았을 뿐이고, 그나마 각 고을에서 모인 속오군들이 열심히 사냥하고 있다고 한다. 곽재우 휘하 군사들뿐만 아니라 김면, 정인홍 등이 지휘하는 군사도 모두 합류했다. 경상우병사 이빈의 부대 역시 패주하는 적을 쫓아 가까이 왔다.
“지금 경상우도에서 모인 우리 군사는 우병사의 군사가 1만, 각 고을 속오군의 군사가 역시 1만이옵니다. 우병사는 지금 창원에 있으면서 통제사의 수군과 협력하여 해안 고을에서 적을 몰아내고 있사옵고, 속오군은 낙동강을 따라 동진하며 적을 치고 있습니다.”
이미 말했듯이 경상우도에 있는 왜적은 이제 거의 섬멸 단계라고 했다. 김해 일대에는 일부 왜군이 남아서 버티고 있으나, 곧 섬멸되거나 강을 건너 도망칠 듯하므로 낙동강 건너로 우리 군대를 보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내 주변에 있는 장수들도 같은 의견이다.
“전하, 우리 군사 1만을 보내어 우병사와 함께 적을 좌측에서 치게 하소서. 신장이 휘하에 아직 십만 대군을 거느렸다 하나, 동과 서와 중앙에서 일시에 위협을 가하면 어찌 대처할 수 있겠습니까?”
“도원수의 의견이 옳다. 도감군 1만을 따로 떼어 우병사와 함께 움직이게 하면서, 수군이 바다를 장악하고 있으니, 우리 일군이 낙동강 하구를 건너 적을 치도록 하면 좋을 듯하다.”
어차피 여기 삼랑진에서 부산까지 가는 영남대로만 가지고 전군을 이동시키기는 좀 힘들다. 황산잔도를 뚫은 뒤에도 산등성이 사이 골짜기에 놓인 길을 통과해야 한다. 양쪽 산등성이에 매복했다가 기습하기 참 좋은 지형 아닌가.
금정산성에 피난해 있던 동래 백성들이 모두 거제도로 피난하면서 금정산성은 비었고, 인근 산들은 이제 전적으로 왜군 통제하에 있다. 노부나가를 잡겠다고 무턱대고 진격하다가는 내가 논산벌의 왜군 꼴이 난다 그 말이다. 일본군도 아직은 십만 대군이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진격로 좌우에 있는 산을 하나하나 확보하면서 세월아 네월아 진격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유극량이 제안한 바와 같이 전략적인 우회기동을 펼쳐서 내가 노부나가를 포위망에 끌어넣어야지.
물론 수군에는 등선군이 있어서 적을 후방에서 칠 수 있지만, 육군을 투입할 수 있는 곳에 굳이 해병대를 넣을 건 없지 않겠는가. 수군은 도감군을 김해에서 낙동강을 건너 부산…현대 지명으로 하자면 사상구? 그쪽에 내려주기만 하면 충분하다.
고작 1만 병력만 우익으로 보내는 건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노부나가가 갑자기 미쳐서 전 병력을 모아 결전을 벌인다고 밀고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도강수단 부족이다. 곽재우와 왜군이 낙동강 항행권을 놓고 싸우는 와중에 이 일대 나룻배가 씨가 말라버렸다.
수군이 강을 거슬러 올라와서 건네주면 좋겠지만, 양산에 있는 적 본대가 결사적으로 막고 있어서 지금 수군은 금정산에서 더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음력 9월이라 물이 좀 줄었다고는 해도 배 없이 낙동강을 건너라는 건 미친 소리고 말이다.
“대구에서 떠날 때 상류 쪽에서 배를 모아 내려보내게 해두었으니, 곧 배가 당도할 것이다. 배가 준비되는 대로 도감군 1만을 경상우도로 보내고, 우병사와 함께 부산진을 치게 하라.”
지금 본대를 구성하는 십만 병력은 북방군과 도감군, 대구에 있던 왜별기와 훈련을 끝내고 도성에서 막 도착한 도감군 신병 5천이 주력이다. 나머지는 군량 운반 등의 지원 임무를 맡은 경상도 속오군이다.
신병들은 논산에서 발생한 전상자 때문에 결원이 생긴 각 제대에 보충병력으로 집어넣었다. 원래 팀이 아닌 인원이 들어가면 불협화음이 생길 건 알지만, 아예 신병부대를 따로 운용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신병들이 숙련되는데도 고참병들 사이에 섞이는 게 낫고.
다만 전원을 천주교도로 편성한 2개 대대 1천 명은 보충병으로 쓰지 않고 별도로 편제해서 본대에 배속했다. 종교라는 동질성으로 뭉친 병사들을 여기저기 흩어놔봤자 딱히 좋을 까닭도 없는 데다, 모아놓아서 주목을 받아야 하는 부대이기 때문이다.
예수회 선교사 중 스페인 출신인 로베르토 데 실바 신부가 군종사제로 따라왔고 1대대에는 광해군이 서기관으로 배속되어 있다. 아직 따로 이야기는 안 해봤는데, 한번 불러서 위로라도 해줘야지.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많을 테니.
“전하, 왜군 진영에서 사자가 왔습니다. 지난번에 전하께서 보내신 신장의 동생, 장익(長益, 나가마스)입니다.”
길이 끊겼는데 어떻게 왔나 했더니, 양산에서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왔단다. 음, 우리가 그 방법을 쓰기에는 배가 모자란 게 유감이군. 어디, 무슨 전갈을 가지고 왔나 보자.
– 7 –
이시다 미츠나리는 조용히 붓을 치우고 종이를 접어 봉투에 넣고 봉인했다. 진중에서 가장 빠른 말과 기수가 이 편지를 기다리고 있다.
“내용은 틀림없이 내가 부른 대로 적었으렷다?”
“예, 주군.”
미츠나리는 히데요시 휘하의 모든 행정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당연히 본국에 보내는 편지도 그가 작성했다.
“하오나 다소 걱정이 됩니다. 주군께서 독단으로 마에다 님께 배를 준비하라는 편지를 쓰신 사실을 노부나가 공께서 아시면 분명 격노하실 겁니다. 더구나 노부나가 공께서 지시하셨다고 거짓 편지를 쓰셨으니, 들키면 바로 할복을 명하실 겁니다.”
“그럼 살기 위해서 아무 노력도 하지 말고 노부나가 님과 함께 죽으란 말이냐.”
히데요시가 차갑게 내뱉었다. 일본으로 돌아가는 계획을 주도하는 외에 그에게 살아날 길은 없었다. 살아남은 휘하 장수와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노부나가가 지금 주장하듯이 조선군과 결전을 벌인다면, 전주에서 겪었던 그 악몽이 재현될 것이다.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주도권을 잡고 강화를 추진한다면 조선에 제물로 넘겨질 가능성이 있다. 양자 모두 피하려면 자신이 주도하는 탈출밖에는 길이 없다.
“어차피 그동안 내가 전한 모든 지시는 노부나가 님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으니 마에다 공은 이번 지시도 노부나가 님의 뜻이라고 생각할 거다. 지금 상황도 가감 없이 적었으니 철수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할 것이고, 의심 없이 준비할 거다.”
마에다 도시이에도 수없이 많은 전투를 치른 노장이다. 이렇게 불리한 상황에서 아집만으로 버티는 멍청한 자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아마 지금쯤이면 철수를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오기만 기다리면서 이미 나고야에 배를 모으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늘은 9월 4일, 사자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마에다 공께서 1천 척의 배를 준비하는 데 주어진 여유는 겨우 13일입니다. 그동안 배를 모아 20일에 기장에 도착시키는 일이 가능하겠습니까?”
“어차피 임의로 고른 날짜니까 그보다 며칠 더 늦어져도 괜찮다. 중요한 건 기한을 정해서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거니까.”
지금 부산 일대에 남은 배들을 잘 추스르면 본국에서 오는 배와 함께 전군을 철수시킬 수가 있다. 물론 일부 병력은 후위부대로 남아 철수를 엄호해야 하고, 또 철수 과정에 조선 수군을 만날 수도 있지만 그게 꼼짝없이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군, 배가 도착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끝이 아닙니다. 어떻게 노부나가 님께 그 배에 타도 좋다는 허락을 받으실 생각입니까?”
“노부나가 님을 설득해야지.”
양산에 집결했던 일본군은 관문을 지킬 수비대 3천 명만 남기고 동래성을 향해 물러나는 중이다. 낙동강 서쪽에 떨어져 있던 병사들도 조선 수군의 봉쇄를 피해 필사적으로 강을 건너 집결하고 있다. 모두 살기 위한, 일본으로 돌아가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었다.
하지만 노부나가는 조선 국왕을 끌어들여 승부를 뒤집겠다는 계획을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과거 오케하자마에서 이마가와 요시모토를 베고 천하인으로 오르는 첫발을 내디뎠던 그 날을 어떻게든 재현하고 싶은 발버둥이리라.
이해는 한다. 지금 어떻게 일본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 뒤에 노부나가가 처할 상황은 정말 끔찍할 터였다. 그렇다면 무슨 짓을 해서든 여기서 전쟁에 이겨 조선을 정복함으로써 상실한 권위를 회복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노부나가가 살아남는다.
아마 나가마스를 적진으로 다시 보낸 이유도 군대를 재편성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이리라. 히데요시는 노부나가가 나가마스에게 어떤 조건을 주어 보냈는지 전혀 몰랐다. 노부나가 혼자 정하지는 않은 모양인데, 조선 국왕이 흥미라도 보일 만한 조건이기를 바랄 뿐이었다.
“내가 아니면 누구도 이 일을 할 수 없다. 배를 부르고 싶은 마음이야 모두 같겠지만, 자기 목숨을 걸고 마에다 공에게 배를 보내라고 지시할 사람이 누가 있나? 나 외에?”
일단 배가 왔다고 하면 타지 않겠다는 영주는 없을 것이다. 자기 외에 모든 이들이 배를 탈 생각임이 드러나면 노부나가조차도 더 버틸 수 없으리라.
“그래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려 하신다면, 더 잘 ‘설득’해야겠지. 자, 어서 나가보게.”
미츠나리를 내보낸 히데요시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과연 어떤 ‘설득’이 잘 먹힐까? 어떤 방법을 쓰든, 히데요시는 자기 덕에 목숨을 건진 다이묘들에게 은혜를 팔 수 있다. 이는 분명 나중에 큰 이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8 –
내 앞에 선 나가마스는 낯빛이 창백했다. 무서워 죽겠지만 형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다시 돌아왔다는 메시지가 얼굴 전체에서 넘쳐 흘렀다.
“그래, 네 형은 내 제안에 어찌 답하였느냐?”
솔직히 말하자면, 내 조건을 받아들이면 노부나가가 제정신이 아니지. 점령지 반환이야 뭐 그렇다 치더라도, 전범 20명을 내놓으라는 요구는 정말로 받아들이는 순간 그 20명이 일제히 반란을 일으킬 조건이다. 더구나 지금 노부나가에게는 그 반란을 진압할 힘도 없다.
논산에서 붙잡은 포로들, 그리고 지금도 몇 명씩 자기 발로 항복해 오는 항왜병들의 진술을 종합해보면 남은 왜군 10만 중에 노부나가 직속군이라고 할 만한 병력은 최대 2만, 나머지는 히데요시를 비롯한 다른 영주들의 병사다. 이래서야 반란 진압도 어렵다.
일본군 내에서는 아마 지금 영주들 간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리라. 누군가가 반기를 들기만 하면 거기 편승해서 노부나가를 쓰러트리고 강화를 맺으려 하지 않을까? 다만 만에 하나라도 노부나가가 이겨버릴 가능성도 있고, 먼저 배반하기는 망설여져서 서로 눈치만 보고 있겠지.
“전하께서 제안하신 바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했습니다. 대신….”
“대신?”
“쓰시마와 이키가 일본의 고유한 영토임을 인정하시고, 제주도를 넘겨주신다면 우리 군대가 아직 점령하고 있는 경상도 땅 절반과 그 백성을 돌려드리겠다고…제안했습니다.”
“뭣? 내 땅을 돌려주는 대신, 다른 내 땅을 내놓으라고?”
노부나가가 아무래도 현실 인식이 잘 안 되는 모양이다. 환갑도 안 됐을 텐데 벌써 치매가 왔나? 어처구니없어하는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었다. 내 주변에서 함께 나가마스의 이야기를 들은 신하들이 보인 반응도 나와 똑같았다.
“전하! 이는 용서할 수 없는 망발이옵니다. 당장 저 무도한 말을 전한 왜사(倭使)의 머리를 베어서 적진에 내던지고 신장에게 그 죄를 물으소서!”
아 난 사신은 절대로 안 죽인다니까. 닥치라는 의미를 담아서 점잖게 한 마디 내지른 다음 잠시 생각에 잠겼다. 노부나가 놈, 무슨 의도로 저런 조건을 들려서 나가마스를 보냈을까?
내가 절대 안 받아들일 조건임을 노부나가가 모를 리 없다. 고니시나 나가마스가 내가 어떤 인간인지 웬만큼은 설명했을 거다. 아마 놈의 의도는 내 쪽에서 협상을 결렬시키도록 하고, 내가 평화를 거부했으니 죽도록 싸워야 한다고 자기 부하들을 몰아치는 데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노부나가는 진심으로 이 정도 조건이면 내가 받아들일 수 있다고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 속을 어찌 알까.
머릿속에서 갖가지 생각이 교차하다 보니 표정이 좀 굳어졌다. 부들부들 떨면서 내 얼굴을 살피던 나가마스가 이마를 땅바닥에 바짝 붙였다.
“이는 가형의 생각일 뿐, 제가 권유한 바가 절대 아닙니다. 부디 전하께서 품으신 노여움을 제게 풀지는 말아주십시오!”
“그럴 일은 없으니 염려 마라. 너는 바로 네 형에게 돌아가서, 살아서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버렸음을 알려라. 그리고 다른 왜장들에게 전하기를, 조선을 범한 죄를 용서받고 싶은 자는 이제라도 신장의 목을 베어서 내게 가져오면 선처하리라 전하라.”
나가마스는 창백한 얼굴로 고개만 끄덕거렸다. 하긴, 지금 무슨 생각을 할 수 있겠나. 형의 목을 가져오라는 요구 정도는 딱히 놀랍지도 않을 거다.
혹시 히데요시가 노부나가의 목을 베어다 바치면서 자기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하는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겠지? 만약 그놈이 그렇게 행동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웃기는 상황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