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564
2부 3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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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이 지휘하는 조선 수군 연합함대는 전선 100척을 절영도 앞바다에 모아놓고 있었다. 전체 전력 중 6할 정도만 동원한 이유는 30척은 거제도 방어, 20척은 가덕도 방어, 20척은 부산포 공격에 할애한 때문이다.
“부산진에 있는 왜군은 성벽을 근거로 하여 농성하고 있으며, 구덕산에 있는 적도 완강히 버티고 있어서 조속한 시일 안에 몰아내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놈들은 어차피 퇴로가 없다. 공연히 서두르다가 우리 군사들이 필요 없는 희생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동래성이 함락되면 구덕산, 부산진 일대는 완전히 조선군에게 포위된다. 여기 몰린 왜적은 육지에서 더 도망갈 곳이 없고, 바다로 피할 수도 없다.
봉화대가 있는 황령산 위에 있는 왜병들은 애매하게 포위망에서 벗어난다. 그놈들은 곧바로 산을 내려가 동쪽으로 도망치면 조선군을 피해 후퇴할 수 있다. 그렇게 도망쳐봐야 그놈들도 다음 싸움에서 붙잡힐 뿐이겠지만 말이다.
“수영강에 적선이 잔뜩 모여 있다 하였겠다.”
“예, 통상.”
왜군은 수백 척은 넘을 배를 수영강에 집어넣었다. 얼마나 빽빽하게 집어넣었는지 불화살 하나만 제대로 맞혀도 모조리 태워버릴 수 있겠다 싶을 정도였다.
정확한 척수는 세지 못했다. 바다에서는 강줄기 위쪽에 있는 배 숫자를 알 수 없었고, 아직 해변까지 접근하기는 어려웠다. 육지를 통해 숨어 들어가서 살피려고 해도 여태 동래 일대에 남은 왜적이 많은 까닭에 쉽지 않았다.
“바로 좌수영 앞바다로 배를 몰아 적선이 바다로 나오지 못하게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다. 나가지 말고 여기, 부산포에서 기다리도록 하자.”
통제사 좌선에 모인 여러 장수 중 적의 출항을 막지 않겠다는 이순신의 지시에 바로 수긍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몇몇은 적극적으로 반박을 시도했다. 평소 수하 장수들이 의견을 제시해도 억누르지 않고 받아주는 이순신이기에 가능했다.
“통상, 어찌 적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려 하십니까? 우리가 좌수영 앞에 배를 띄우기만 해도 저들은 두려움에 떠느라 바다로 나올 엄두조차 못 낼 것입니다. 그리하면 화살 하나를 날리지 않고도 우리 수군의 위용을 천하에 떨칠 수 있거늘, 어찌 나가지 말자 하십니까?”
“제장들은 도망할 길이 끊긴 왜적들이 육지에서 얼마나 발악할지는 생각해 보았는가? 쥐를 쫓을 때 너무 구석으로 몰면 도리어 고양이를 문다고 하였네. 육지에 있는 우리 군사들이 덜 다치게 하려면 왜적이 바다로 나오게 한 다음 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가?”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순신은 반론을 제기한 장수들을 향해서 준엄한 표정으로 왜적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어야 할 두 번째 이유를 설명했다.
“더구나 지금 육지에는 전하께서 친히 군사를 거느리고 나와 계시다. 포로 몇 명, 배 몇 척 더 붙잡겠다고 욕심을 내어 적을 막다른 길로 몰았다가, 행여 악에 받친 왜적이 어좌(御座)를 향해 달려들어 흉사를 일으키기라도 하면 그 죄를 어찌들 감당하겠는가?”
이순신 휘하에 있는 여러 장수 중에는 지난번 북방에서 벌어진 난리에 종군한 이들도 다수 있었다. 이들은 친정에 나선 주상이 직접 칼을 뽑아 적진에 뛰어들지는 않았어도, 제법 전선 가까운 곳까지 나와서 전장을 관찰하는 안 좋은 버릇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화포를 쓰지 말라는 지시 탓으로 그대들이 다소 수전에 부담을 느끼고 있음은 내가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전하께서 친히 출정하셨는데 어찌 우리가 적과 싸우기를 마다하겠느냐?”
이제까지 조선 수군은 화기에 크게 의존해왔다. 대형 총통과 신기전, 진천뢰 등으로 적선을 아예 부숴버린 뒤 남은 적을 도륙하는 게 주된 전투방식이었다. 하지만 적에게 격군으로 잡혀 있는 백성들을 무사히 구해내자면 왜군처럼 단병접전을 주로 해서 싸워야 했다.
“우리에게는 싸움에 능숙한 등선군이 있고, 손님이기는 하지만 서양인들도 같이 싸우기로 하였다. 조방장 정발이 저들의 솜씨를 보증하였으니 믿고 맡겨 보도록 하자.”
남만인, 아니 서양인들은 분명 관전만 하러 내려왔다고 했다. 그런데 파발이 본영과 가덕도 사이를 몇 번 오가더니 서양인들도 싸움을 돕게 하라는 어명이 내려오지 않았겠는가.
이순신으로서는 그리 달갑지는 않은 지시였다. 하지만 어명이고, 서양인들의 싸우는 재주에 관해서라면 자신이 보증하겠다는 정발의 말을 믿고 코앞에 닥친 마지막 싸움에서 서양인들이 한몫할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우리 편이 늘어난다면 어쨌건 좋은 일이니까.
“옳습니다! 우리 수군은 이제까지 맞싸움으로도 적에게 한 번도 패하지 않았는데 어찌 지금 싸움이 두렵겠습니까? 소장, 최선을 다해 적과 싸우겠습니다.”
거제현령 안위가 나섰다. 안위는 이순신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도 있었지만, 내심 자기 앞으로 떨어질 전공이 더 많아질 것도 반기고 있었다.
수군이 왜적을 위압해서 아예 바다로 나오지도 못하게 만든다면 수군이 품은 위상은 확실히 높아지리라. 하지만 수급 하나 베지 못하고 왜선 한 척 불태우지 못한 안위 개인의 공은 과연 어찌 되겠는가? 다른 장수들, 군사들의 공은?
이번 싸움에서 거둔 공적은 자손만대로 내려가는 영광의 초석이 될 터였다. 안위는 주변에 둘러선 다른 장수들도 내심 똑같은 생각을 품고 있으리라고 확신했다.
통제사가 파악하고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이순신은 안위가 하는 대답을 듣고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이렇게 말했을 뿐이니까.
“거제현령이 옳은 말을 하였다. 그대들도 내 뜻을 알겠으면, 각자 배로 돌아가 수하 군사를 쉬게 하면서 좌수영 앞바다를 지키는 척후선에서 신호가 오르기를 기다리라. 알겠느냐?”
“예, 통상.”
장수들이 일제히 이순신을 향해 군례를 올렸다. 그리고 각자 타고 온 사후선에 올라 자신의 배로 돌아갔다. 안위 역시 수백 척이나 되는 왜선을 상대로 무용을 뽐낼 기대감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품고 거제1선으로 돌아갔다.
– 25 –
“금정산성을 완전히 탈환하였습니다.”
“수고했다.”
가장 큰 목표가 손에 들어왔다. 금정산성은 동래부 주민들의 피난처로 구축한 대규모 산성, 대군을 숨기기에 적절한 장소다. 다행히 일본군은 영남대로를 따라 주력부대를 배치해 놓아서 금정산성에는 그리 많은 병력을 두지 않았다.
그나마 여기 있던 왜군 대다수는 어제 철수하는 척 물러날 때 함께 빠져나갔다. 지금 거기 남은 일본군은 우리 동향을 감시하기 위한 관측부대 정도였다. 워낙 넓다 보니 샅샅이 뒤져서 청소하는 데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지금 우리 본대는 둘로 나뉘어 있다. 영남대로를 아무리 잘 손질해놨다고 해도 10만 대군이 한 줄로 진격하는 건 어렵다. 너무 번거롭다. 그래서 좌군은 영남대로를 따라, 우군은 논밭이 가득 펼쳐진 평지를 따라 진군하고 있다. 후군은 금정산 밑에 진을 치고 뒤쪽을 막고 있고.
일본군은 우리가 내려가는 양쪽 길에 다 숨어 있다. 산 하나하나를 청소하고 도망치는 놈을 하나 때려잡으며 느긋하게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기습이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뭔가 대책을 강구한 모양이다. 우왕좌왕하는 대신 제대로 맞서 싸울 태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우리 군사들이 당도하지 않은 앞쪽 산에서 일본군 다수가 위장을 집어치우고 산비탈 아래로 우르르 몰려 내려왔다. 그리고 대열을 짜서 맞설 태세를 취했다. 양쪽 길 모두 적군이 막아섰으니 우리가 취할 대응은 간단했다.
내가 있고, 도감군이 주력인 좌군은 장창병들이 전면에 나서서 창을 겨눴다. 권율이 이끌고 북병이 주력인 우군은 기병이 나서서 적진을 돌파할 준비를 했다. 물론 맞붙기 전에는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제까지는 뒤쪽에서 따라오던 무종야포 20문이 전열 앞으로 나갔다.
“쏘아라!”
포 담당 군관들의 구령이 떨어지자 늘어선 야포가 연달아 불을 뿜었다. 척탄만 쏘고 있으니 위력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이거보다 큰 포는 무거워서 공격전에서 쓰기는 어려웠다. 우군도 같은 타이밍에 포를 쏘기 시작했는지 언덕 너머에서 포성이 들렸다.
지금 일본군 전열까지의 거리는 약 5백 보. 적은 포병이 없으니 우리가 일방적으로 두들겨 팰 수 있다. 왜군이 대구에서 철수할 때까지만 해도 분명 유럽인 포수들이 운용하는 포병대가 있었는데 안 보이는 걸 보면 노부나가가 자기 옆에 두느라고 동래성에 모아둔 모양이다.
“적 전열이 무너질 때까지 포를 쏘아라!”
척탄이 약하다고는 해도 제대로 터지면 보병 대여섯 명 정도는 쓰러트릴 수 있다. 노부나가 말마따나 승패가 이미 결판이 난 지 오래인데, 소중한 생명을 함부로 상하게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왜병 말고 우리 병사들의 생명 말이다.
아무리 우리 병사들이 일본군에 뒤지지 않게, 일부 병력은 일본군을 능가할 정도로 우수한 실력을 갖췄다지만 제대로 전열을 갖춘 적과 혼전으로 들어가면 피해가 없을 수 없다. 결전을 피할 수 없었던 논산에서 잃은 병사들이 그 증거다.
지금 우리 앞을 막은 일본군은 4만 명가량이다. 이놈들이랑 따로 북쪽에 숨어서 우리 뒤를 노리고 있을 적 별군은 한 3만 명쯤 되려나? 그나마 일본군 중 절반은 갑옷과 무기도 허술한 짐꾼들을 내세워서 머릿수만 채운 거고 말이다.
놈들과 대치하는 아군 병력은 6만이다. 별동대로 2만을 보내고 남은 병력에서 후위로 2만을 또 뺐고, 좌우 양군이 각각 3만 명이다. 이 정도 차이라면 숫자로 밀어붙이기는 약간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이미 승기는 잡았고, 대포나 쏘면서 느긋하게 기다리면 적은 스스로 전열을 무너뜨리게 되어있다. 포격을 견디지 못해서든, 우리 별동대가 공략하는 동래성을 구하기 위해서든 말이다. 우리 본대가 치고 나가는 건 바로 그 순간이다.
“병판, 만약 신장이 기치만 세워두고 이미 동래성을 빠져나갔다면 저 왜병들은 동래성으로 돌아가지 않겠지?”
“그럴 겁니다. 그런데 전하, 정말 신장에게 항복을 권해보실 생각이십니까?”
“시도했다고 해서 우리가 손해를 볼 건 없지 않은가.”
정말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지만, 노부나가를 포로로 잡는다면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석방금으로 규슈를 받기는 물론 어렵겠지만, 금과 은은 막대한 액수를 뜯어낼 수 있을 거다. 그게 전부겠는가? 전후 협상도 압도적으로 우리 편이 유리한 입장에서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이건 노부나가가 내게 순순히 잡혀줄 때의 이야기다. 지금 패전 때문에 제정신이 아닐 노부나가가 과연 내게 포로가 된다는 굴욕적인 선택을 할지, 도저히 확신이 안 생긴다. 만약 포로가 될 상황이 닥치면 노부나가는 그냥 할복할 가능성이 훨씬 크겠지?
나도 노부나가를 한 번쯤 만나서 직접 대화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하지만 그런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에 어설프게 굴다가 거의 끝난 일을 말아먹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항복 역시 내 의견에 동의하면서 장난스럽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신장의 화를 돋우어 판단을 그르치도록 유도할 겸, 한 번 정도 항복을 권하는 거야 좋다고 생각하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을 사자로 보내지는 마시옵소서.”
“당연한 말이다. 지금 신장에게 사자를 보내 항복을 권하면 그 사자는 절대 성히 돌아오지 못할 텐데 어찌 경이나 예조참판을 보내겠는가.”
한 반 시진(1시간) 정도 포격을 계속해보자. 그래도 저 녀석들이 계속 버티면, 그때 포격을 잠깐 멈추고 화살에 항복을 권하는 편지를 묶어서 쏘면 된다. 굳이 사람이 직접 가서 항복을 권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해를 보니 지금 시각은 거의 정오, 시간은 충분하다. 유극량에게 선전관을 보내 군사들에게 간단히 요기를 시키게 했다. 적이 움직이지 않고 포격을 받고 있으니, 교대로 찐쌀과 육포를 씹을 정도 여유는 넉넉하다.
– 26 –
낙동강에서 나타난 조선군은 앞을 막으려던 하치스카군 일부 병력을 간단하게 뭉개버리고는 동래를 향해 거침없이 진격했다. 고니시는 공포에 잠긴 채 그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주, 주군! 노부나가 님께서 위험하십니다. 당장 산을 내려가 조선군의 옆구리를 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측근 무사들이 결단을 재촉했다. 하지만 고니시의 입에서는 당장 적을 공격하라는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다. 조선군이 무서웠다. 그리고 조선 국왕의 분노가 무서웠다.
적진에 다녀온 나가마스는 고니시를 따로 찾아와서 조선 국왕이 보낸 개인적인 전언을 전해 주었다. 논산에서 그를 놓친 일이 너무 아쉽다고, 다음번에 또 싸움터에서 마주친다면 기필코 잡아 죽이겠다는 협박이었다. 사위 소 요시토시는 그를 잡을 때까지만 살려둔다고도 했다.
그리고 고니시에게는 주군 히데요시가 은밀하게 내려둔 지시도 있었다. 유사시에는 적당한 기회를 포착해서 동래성에 있는 노부나가를 버리고 곧바로 기장 방면으로 철수하라, 그리고 히데요시군 진영에 합류하라는 지시였다.
그런 지시가 없었다 해도 산을 내려가 조선군과 싸우기는 무서웠다. 전주군만 따져도 2만 명이 눈앞을 유유히 지나가고 있는데 무슨 배짱으로 도전할 수 있겠는가. 산을 내려가서 적과 싸우자고 재촉하는 무사들 자신도 낯빛이 파랗게 질려 있지 않은가.
“적은 수만, 우리는 겨우 2천인데 어떻게 덤비겠는가. 적 후위부대만 해도 5천에 달한다.”
마음속에서 온갖 감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고니시가 서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쪽에서는 4천 명 가까운 하치스카군이 절영도에서 건너온 조선 수군 3천 명과 맞붙어 싸우느라 감히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더 서쪽에는 5천 명이 더 있다. 하지만 그 병사들 역시 조선군에게 발목을 붙들려 구덕산과 서평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보다는, 저쪽에서 노부나가 님을 구원하러 가면 좋을 텐데….”
고니시가 애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치스카군을 비롯한 아군 1만은 적이 바다를 통해 동래성을 배후에서 치는 시도를 막으려고 배치한 병력이었다. 하지만 그 시도가 이미 실패한 지금, 저들을 본래 위치에 남겨두는 건 병력 낭비일 뿐이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이들을 아쉬워해야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지금 노부나가 님을 구원하러 갈 수 있는 건 우리뿐입니다. 주군, 어서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승리할 가망이 없다는 건 이들도 알았다. 하지만 의무를 저버리고 지켜야 할 상전을 놓아둔 채 도망친 비겁한 자들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무사의 명예가 걸려 있었다.
“…아니다. 동쪽으로 간다.”
고니시가 이를 악물고 명령을 내렸다. 부하들이 놀라면서도 안도하는 기색을 내비치는 것이 분명히 보였다.
“바로 산길을 따라서 금련산으로 간다. 그리고 금련산 동쪽 기슭으로 내려가서, 조선군이 동래성을 노리는 사이 수영강을 건너 좌수영 쪽 기슭으로 넘어간다. 강물 위에 배가 빽빽하게 정박했으니 다리 따위 없어도 건너갈 수 있다.”
배를 지키는 병사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고니시군이 배를 훔쳐서 일본으로 도망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건너편으로 넘어갈 뿐이라는데 강하게 막지는 않으리라. 만약 강하게 앞을 막아선다면 무력으로 돌파할 뿐이다.
“주군! 삿사군이 동래성 앞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북쪽을 보니 매복진에 섞여 있던 삿사 나리마사군이 어느새 동래성까지 내려와 방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잠시 뒤에는 조선군과 격돌할 자세였다.
고니시는 과연 삿사군이 조선군과 맞서서 어떤 결과를 얻을지, 크게 걱정했다. 그렇다고 그 싸움을 도울 수는 없었다. 최대한 빨리 여기를 떠나야 했다.
고니시 휘하 병사들은 주군의 지시에 따라 급히 산길을 움직였다. 목숨을 살리는 길, 집과 가족을 향해 달려가는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