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568
2부 3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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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군은 크고 작은 화포를 사용해서 맹렬하게 포격을 퍼부었다. 노부나가가 처음 함락했을 때 이미 한번 불타 폐허가 되었던 동래성은 또다시 포화 한가운데 놓이게 되었다. 주된 포격 목표는 조선군 본대가 노리는 북문 일대였다.
처음에는 작은 화포가 쏘는 주먹만 한 탄환이 무더기로 날아들었다. 폭발하는 탄환과 그냥 철환이 섞여 있었다. 성벽을 부술 만큼 강하지는 않았지만, 성벽 위로 함부로 고개를 내밀지 못하게 할 만큼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그 뒤에는 사람 머리통만 한 커다란 포탄이 날아들었다. 이 포탄은 성문 주변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처음 몇 발은 성벽 표면에 쌓은 석재를 무너뜨렸다. 연이어 날아드는 탄환이 내부를 채운 흙과 잡석을 드러나게 했다. 마침내 두 발이 성문을 명중시켜 깨트렸다.
“돌입 준비!”
워낙 맹렬한 포격 덕분인지 성문이 깨졌는데도 왜군은 반격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 대신 기병 50여 기가 포함된 왜병 5백여 명이 동문으로 뛰쳐나와 그대로 질주했다. 그 꼴을 목격한 권율이 불호령을 내렸다.
“신장이 저리로 도망치고 있을지 모른다. 쫓아라! 그리고 북문 진입을 준비하라.”
인간이란 아예 도망갈 구석이 없으면 죽기로 싸우게 마련이다. 그래서 권율은 일부러 본대 좌익과 별동대 우익을 맞붙여서 완전한 포위망을 형성하지 않았다. 두 전열 사이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틈을 두었다. 그리고 그 틈을 지금 왜병이 파고들었다.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기다리던 철기 2천이 곧바로 화살처럼 달려나갔다. 왜적이 너무 멀리 도주하기 전에 진로를 차단하기 위해, 있는 힘껏 말에 채찍을 가했다.
북문에서 포격이 진행되는 동안, 남문 일대에 포진한 조선군 별동대는 강선조총으로 성벽 위쪽에 대한 제압사격을 펼쳤다. 조선군은 겨우 2백 보 거리를 두고 늘어서서 총탄을 날렸다. 이 정도 거리만 떨어지면 왜군은 절대로 손을 댈 수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과거에 왜군이 동래성을 공격할 때는 이만큼 다가오기도 어려웠다. 수비하는 조선군은 성벽 위에 화포를 올려놓고 쏘아댔다. 왜군은 흙으로 높은 둔덕을 쌓고 방패를 세워 몸을 숨기면서 조총이 닿는 거리까지 접근해야 했다. 지금도 그 흔적이 주위에 널려 있었다.
동래성에 있던 화포를 적이 보존해 두었다면 조선군으로서도 이렇게 대놓고 늘어서서 총을 쏘아대지는 못했으리라. 하지만 동래성에 있던 화포 중 손상되지 않은 물건들은 해안포대로 실려 가서 수군과 싸우다가 고철이 된 지 오래였다. 그나마 있던 남만포대는 방금 전멸했다.
“남문에서 적이 나옵니다!”
총탄 세례를 견디다 못했는지, 왜병 천여 명이 남문을 뛰쳐나왔다. 조선군 대열에 달려들려 시도하는 게 분명했다. 겨우 2백 보, 작정하고 줄달음치면 조총 한 번 쏘는 사이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아군 대열에 뛰어들기만 하면 접전에 능한 왜군이 장기를 한껏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군 역시 이런 상황은 충분히 대비하고 있었다. 전열 중간에 진을 친 경상우도군 군관들이 일제히 구령을 내렸다.
“쏘아라!”
성벽 제압에 참여하지 않고 대기하던 궁수들과 활강조총을 든 경상우도군 소속 조총수들이 일제사격을 퍼부었다. 먼저 화살이, 그리고 조총탄이 성문을 나선 왜군을 향해 날아갔다.
성문에서 뛰쳐나온 왜병들의 배와 가슴에 구멍이 뚫렸다. 화살이 안면에 꽂혔다. 두 손에서 병장기가 떨어지고 힘을 잃은 두 다리가 줄줄이 넘어졌다.
왜병들은 화살과 총탄에 맞아 수가 반감하는 희생을 치르고서도 악에 받친 듯 달려들었다. 역시 신장을 직접 호종하는 최정예 군사들다웠다. 알아듣지 못할 왜말로 지르는 고함이 땅에 쓰러져 죽어가는 저들 부상자의 신음을 덮었다.
“쳐라!”
적이 당도하기를 기다리던 경상우도 군사들도 함성을 지르며 맞돌격을 벌였다. 양쪽 대열이 격돌하면서 창과 칼이 부딪치는 쇳소리와 함께 함성과 비명이 사방을 울렸다. 장창이 갑옷을 뚫고 가슴에 박히고, 칼끝이 목울대를 뚫었다. 휘두른 칼날이 노출된 팔다리를 잘랐다.
왜병들은 야차처럼 날뛰었다. 마지막 발악인지 목숨은 완전히 도외시하고 덤볐다. 경상우도 군사들 역시 최선을 다했지만, 왜병들도 필사적이라 희생이 컸다.
싸움에 도가 튼 왜병들이 휘두르는 창칼은 매서웠다. 도감군이 나섰으면 훨씬 적은 피해를 보았으리라. 하지만 경상우도 군사들에게는 희생을 무릅쓰고 싸워야만 할 이유가 있었다.
왜적이 범한 땅은 바로 자신들의 고향이었다. 고향을 범한 왜적들을 내쫓는데 모든 싸움을 도성에서 내려온 도감군에게만 맡길 수는 없었다. 집과 땅을 불태우고 가족들을 해친 왜적을 죽여서 복수하기 위해서라면, 목숨 정도는 얼마든지 제물로 바칠 수 있었다.
경상우도 군사들이 품은 원한은 왜병들이 품은 독기에 못지않았다. 게다가 숫자도 왜군보다 더 많았다. 악귀가 되어 베고 찌르던 왜병들이었지만 사방에서 둘러싸고 내리치는 원한 서린 창과 칼을 끝까지 막아낼 수는 없었다.
“동문으로도 적이 몰려나옵니다!”
남문으로 몰려나온 왜병들이 거의 전멸했을 때쯤 갑자기 동문이 열렸다. 그리고 4~5백 명 정도 되는 왜군이 그쪽으로 뛰어나왔다. 대부분 보병이었지만 그중에 50여 명은 기병이었다.
다만 이들은 성을 남북으로 에워싼 조선군과 싸우려 들지 않았다. 대신 동쪽 망월산 방면을 향해서 도주했다. 빨리 따라잡지 않으면 놓칠 우려가 있었다.
“포위망의 틈을 노려 도주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오도리를 출격시켜라! 그리고 남문으로 돌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급히 명령이 내려갔다. 혹시 저들 중에 신장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선거이 휘하 도감군 기병 4천 기 중 2천 기는 이미 수영강 방면으로 나갔다. 아직 강가에 남아 있는 왜선들을 나포하면서 그 안에 붙들려 있는 조선 백성들을 해방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2천 기는 명령을 기다리면서 본진에서 대기하는 중이다.
곧바로 이 중 5백 기가 달려나갔다. 왜군 보병들이 그 자리에 멈추더니 장창을 겨누며 길을 막아섰다. 하지만 오도리 병사들이 말안장에서 권총을 뽑아 난사하자 장창진은 그대로 구멍이 송송 뚫린 얇은 울타리가 되었다. 질주하는 기병들이 그 울타리를 짓밟으며 돌파했다.
유감스럽게도 본대에서 나온 북방 기병들이 이미 탈출하는 왜병들의 앞을 가로막고 접전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중 유독 덩치가 큰 왜장 하나가 긴 창을 휘둘러 아군 기병 두 명을 후려쳐 단박에 낙마시키는 모습이 보였다. 언뜻 보이는 손과 얼굴은 모두 시커먼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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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과 북문에서 모두 조선군이 진입하고 있습니다. 남은 병사들이 최선을 다해서 싸우고 있습니다만….”
시종이자 호위를 맡은 모리 나리토시가 조용히 보고했다. 노부나가는 아무 반응 없이 자기 자리에 앉은 채 그 보고를 들었다. 잠시 후 조용히 물었다.
“야스케는 어찌 되었느냐.”
“야스케 공은 동문 밖으로 나가 적진을 돌파하였습니다. 기병 2~3기 정도가 그 뒤를 따라서 빠져나가는 데 성공한 듯합니다.”
노부나가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에야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동래성 밖으로 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과연 야스케가 조선 수군과 히데요시의 눈을 피해서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도박이다. 녀석이 가져간 편지가 먼저 너구리에게 도착하면 너구리가 오사카성과 히데노부 둘을 모두 차지하고 패권을 이을 것이다. 하지만 원숭이 녀석이 저 편지를 가로챈다면 당분간 만사가 그놈 뜻대로 움직이겠지. 그놈은 지금 명분을 쥐었으니까.”
히데요시에게 보낸 자신의 전언은 호소카와 후지타카를 통해 구두로 전해졌다. 증인은 여기 나리토시를 비롯해서 오직 몇 사람뿐이고, 그나마 모두 동래성에서 죽을 것이다. 후지타카 한 사람의 입만 적절히 막는다면 히데요시는 어떤 유언이든 만들어낼 수가 있다.
새삼 말하지만, 더 이상 세상에 미련은 없다. 하지만 막판에 와서 주군을 팔아먹으려 드는 히데요시의 행실만은 용서가 되지 않았다. 녀석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하는 거나 마찬가지로 조치해 주었건만, 그 은혜를 이런 배반으로 갚다니.
조선 국왕에게 히데요시의 영지를 가지라고 하긴 했지만, 그 한 가지만으로는 히데요시에게 충분한 타격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조선 국왕이 귀찮다면서 규슈 원정 따위 안 해버릴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바로 코앞에 반례가 있다. 바로 자신이 30만 대군으로 조선 원정에 실패했다. 그럼 조선은 병력을 얼마나 동원해야 규슈를 차지할 수 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한 조선 국왕이 보복원정을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러면 저 배반자 원숭이 자식은 그대로 잘 먹고 잘살 게 분명하다.
“그 꼴은 못 본다. 하지만 이 이상은 더 할 수 있는 일도 없으니, 너구리 녀석에게 맡기고 이제 끝내는 수밖에.”
하나뿐인 친구이자 동맹이다. 이에야스와 연락이 자유로웠다면 처음부터 히데요시 따위에게 히데노부를 맡기지도 않았으리라. 어느 쪽을 선택하건 오다 가문이 쥔 패권은 사라지겠지만,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이에야스가 나을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노부나가가 잠시 생각에 빠진 사이 전투의 소음이 점점 가까워졌다. 양쪽 병사들이 지르는 적의에 찬 함성과 고통에 찬 비명, 무기 부딪치는 소리가 동래성 안에 가득했다. 맹렬한 적의 공격에 열세에 처했지만, 일방적으로 밀리지는 않았다.
지금 동래성 안은 일본군이 세운 군막과 가건물로 미로처럼 되어있었다. 본래 동래성 안을 채우고 있던 건물들은 과거 노부나가가 직접 지휘하는 공방전에서 완전히 불타서 없어졌다. 지금 동래성에 있는 가옥들은 모두 그 뒤에 주둔한 일본군이 필요에 따라 지은 것밖에 없다.
비록 별로 든든하지 않은 건물뿐이지만 노부나가가 있는 천수까지 오는 길은 상당히 복잡한 미로로 만들어놓았다. 성문을 뚫은 적이 천수각에 도달하기까지, 앞을 가로막는 수없이 많은 방어진을 돌파해야 하는 일본식 성의 구조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하지만 그래 봐야 목재로 구축한 임시구조물일 뿐이다. 조선군이 즐겨 하는 대로 불화살로 화공을 가했으면 금방 불바다가 되었으리라. 하지만 신기하게도 조선군은 불화살도, 진천뢰도 쏘지 않았다. 성문을 부순 뒤에는 칼과 창으로 맞싸움을 벌일 뿐이었다.
“내 목이 탐나서 그러는 거겠지. 자, 이제 가자.”
갑옷을 벗은 노부나가는 깔끔히 정리한 바닥에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조용히 평소 즐겨 부르던 아츠모리(敦盛, 인생의 무상함을 표하는 노래)의 한 구절을 흥얼거렸다.
“사람이 50년을 산다 해도 천상의 세월에 비하자면 한낱 덧없는 꿈에 불과하니, 한 번 생을 살고 나서 스러지지 않는 자가 어디에 있으리오.”
이 세상에 태어나서 57년째, 마왕이라는 평을 받으며 천하인의 자리에 올라 천하를 하나로 만들었다. 중원을 정벌하고 황제의 자리에 올라 손자 히데노부에게 황금빛 옥좌를 물려주고 싶었지만, 그 꿈은 이제 이룰 수 없게 되었다.
“흐읍!”
단도가 아랫배를 천천히 갈랐다.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에 절로 인상이 일그러졌다. 조용히 옆에 와서 선 나리토시가 노부나가가 애장하던 명도(名刀)를 들어 올렸다. 다음 순간 칼날이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내리쳐졌다. 노부나가의 목이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잠시 숨을 고르던 나리토시는 목이 없는 주군의 시신을 안아다 곁에 가져다 놓은 화약 상자 위에 눕혔다. 잘린 머리도 가져다 제자리에 놓았다. 그리고 도화선에 불을 붙인 뒤 그 옆에서 무릎을 꿇고, 스스로 아랫배에 단도를 꽂아 넣었다.
불에 달군 쇠꼬챙이가 배를 찌르는 듯한 고통이 엄습했다. 이를 악물고 단도를 옆으로 그어 배꼽에 이르는 순간 불꽃과 굉음이 그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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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뿐이란 말이냐.”
“그렇습니다, 전하.”
노부나가는 되도록 생포하고 싶었다. 개선식을 보러 나온 도성 백성들 앞에서 두 손을 묶은 채 수레에 끌려가는 모습을 선보일 수도 있고, 최고 전범으로서 사형에 처할 수도 있고, 살아 돌아가게 하는 대신 온갖 협상을 위한 밑천으로 삼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 끝나버렸다.
“수급을 내주지 않을 셈으로 화약을 터트려 시신을 날려버린 것 같습니다. 왜놈들은 참으로 지독한 종자들입니다.”
동래성 내에 남은 왜병들은 남김없이 끌어냈다. 살았건 죽었건 모두 성 밖으로 끌고 나와서 산 자는 묶어서 처박고 죽은 자는 노적가리처럼 무더기로 쌓았다.
그렇게 하고도 혹시나 해서 뒤지고 또 뒤졌다. 몇 번이나 철저히 수색해서 안전을 확보한 뒤에야 비로소 성에 직접 들어가서 노부나가가 자폭한, 아니 자폭했다는 곳으로 가보았다. 내 부주의로 제2의 종성순을 만들기는 죽어도 싫으니까.
“현장에 남은 물건은 여기, 신장이 쓰던 갑주와 왜검뿐입니다. 신장의 시중을 들던 군사를 찾아다가 살펴보게 했더니 모두 입을 모아 신장의 물건이 맞는다고 했습니다.”
가이샤쿠에 썼는지, 피가 잔뜩 묻은 검을 보고 있으려니 좀 의심이 생겼다. 이 시체는 혹시 가짜가 아닐까? 노부나가가 가짜 시체를 폭파한 뒤 자기는 포위를 뚫고 빠져나간 게 아닐까?
기회는 있었다. 아까 우리 기병들의 포위를 뚫고 빠져나간 왜군 기병들이 있지 않았는가. 그 선두에 있던 거인은 야스케가 분명했다. 노부나가를 경호하는 최측근 흑인 무사 말이다.
노부나가가 막판에 살고 싶어져서 야스케를 앞세워 포위를 돌파하지 않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이제 주변에 어둠이 내리고 있다. 그만큼 놈이 빠져나가기 쉬워졌다.
“도원수. 아까 도망친 왜군 기병을 쫓아간 우리 군사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가?”
“예, 전하.”
내가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고 이항복이 다가왔다. 내가 뭣 때문에 걱정하는지 알아챈 듯, 조용히 나를 안심시켰다.
“전하, 신이 수하에 있는 관원 중 왜어가 가능한 이들에게 시켜 포로들을 심문하도록 한바, 신장은 분명 끝까지 동래성에 있었사옵니다. 동문으로 빠져나간 자들은 수길에게 마지막으로 가는 연락 임무를 맡은 것이라 하니, 크게 염려치 않으셔도 될 것이옵니다.”
“그러하냐.”
노부나가가 보내는 마지막 파발이라는 건가. 그럼 그건 그거대로 꼭 붙잡아야 할 놈들이다. 노부나가가 자기 마지막 경호원을 내보내 전하려 할 정도라면 정말 중요한 문서일 테니까.
“정녕 신장이 여기서 자진하였다면…분통이 터지는구나. 책임을 물어야 할 적괴가 없어져 버렸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로다.”
“전하, 그러하시다면 신장이 사로잡힌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이항복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제안했다.
“적절한 외양의 왜인을 골라 다른 자들과 접촉하지 못하게 따로 가두어 두었다가, 도성으로 압송한 뒤 백성들 앞에 끌어내서 신장이라 알리며 처형하시옵소서. 그만하면 백성들이 품은 원한을 풀기에는 충분할 것이옵니다.”
으음, 유혹이 좀 생기긴 한다. 그런데 가짜라는 사실이 들통나면 어쩌지?
“수하들이 잘못 알고 잡아 올렸을 뿐이니 전하께서는 책임지실 일이 없사옵니다. 허나 그런 정도도 걱정되신다면, 간단히 하시지요. 적당한 수급을 하나 가져다 신장의 수급이라 하소서.”
그래, 그 정도라면 훨씬 부담이 적다. 분명 노부나가를 잡았는데 아무것도 없다면 그건 좀 많이 허전한 일이 아닌가. 사람 하나를 통째로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머리만 하나 만들어내는 편이 부담이 적기는 적다. 이쪽으로 가자.
사실 노부나가를 포로로 잡아둔 척하면서 일본군 잔존병력에게 노부나가의 이름으로 항복을 명령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해보았다. 다만 그런 짓을 하다가 저놈들이 내가 자기들을 속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닥칠 후폭풍은 과연…?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 아예 시작도 안 하는 게 나을 듯하다.
“그 일은 급하지는 않으니 그대가 맡아 천천히 수행하라. 지금은 동쪽으로 도망한 왜적들을 추격하는 일이 급하니, 내일 새벽같이 군사들을 움직이게 하라.”
아직 남은 일본군 숫자가 7~8만 명은 된다. 전쟁도 이제 다 끝났는데 괜히 무리하지 말자. 밤중에 섣부르게 추격하다가 혹시 매복에라도 걸려 된통 당할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