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603
2부 38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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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복과 이덕형이 로마를 누비면서 추기경들을 만나고, 로마 주재 스페인 대사나 베네치아 대사 등 외교관들과 회동하는 동안 광해군은 아내 유씨와 함께 유유자적 지냈다. 로마 주변의 유적지를 돌아보고, 귀족이나 고위 성직자들의 초대에 응했다.
왕족이라고 해도 불과 18세에 불과한 젊은이다. 비록 사절단 정사 자리에 있다지만, 정말로 뭔가 책임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로마 사람들도 생각하지 않았다. 광해군은 단지 사절단의 격을 높여 주는 존재일 뿐이었다.
동방의 왕자 ? 분명히 광해군은 왕자가 아니었지만, 임금이 작위를 부풀려 준 덕분에 많은 사람이 광해군을 왕자로 오해했다 ?를 만나는 로마 사람들의 환영은 성대했다.
먼저 교황과의 정식 회견이 있었다. 그 뒤에는 밤마다 연회 초대가 있었다. 사냥과 원유회 초대도 줄을 이었다. 사냥에서 광해군과 광해군을 수행하는 무관들이 철릭을 입고 말을 탄 채 활을 당기는 모습을 본 로마 귀족들의 입에서는 경탄하는 목소리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대공께서 보이시는 솜씨를 보니 마치 타타르인 기병 같군요. 그러고 보니 외모도 비슷하게 닮아 보이는데, 혹시 조선인과 타타르인은 가까운 혈족입니까?”
폴란드-리투아니아에 다녀온 적이 있다는 한 귀족이 질문을 던졌다. 리투아니아 대공국에는 과거 킵차크 칸국에 속했던 타타르족 일파가 있어서 폴란드 국왕 휘하에서 군인으로 복무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유럽에서 타타르인이라는 호칭은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에 사는 몽골-투르크계 유목민을 통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광해군은 이를 중국에서 지칭하는 달단(??)인, 즉 몽골인을 뜻하는 말로 이해했다.
“전혀 다릅니다. 타타르는 3백여 년 전에 우리 조선을 침략하여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집을 불태우며 토지를 황폐하게 했지요. 그자들은 지금도 우리의 적이며, 말과 활을 다루는 모습이 비슷한 것은 오랜 세월 부딪쳐 싸우다 보니 그렇게 되었을 뿐입니다.”
“흠, 그런가요.”
낮의 사냥터에서는 광해군과 무관들이 주목을 받았다면, 밤에는 군부인 유씨가 주변 시선을 끌어모으는 존재가 되었다. 이국적인 미모와 독특한 배경, 여기에다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를 무난하게 구사하는 재원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대공비께서는 참으로 품위가 있으십니다. 조선 여인들은 어떤 교육을 받기에 그처럼 젊은 나이에도 원숙한 귀부인과 같은 자태를 보이실 수 있는지요?”
“교육이랄 것은 따로 없습니다. 그저 집안 어른들께 『내훈』이라 하는 책으로 여자가 지켜야 할 도리에 대해 배웠을 뿐이지요. 이 책은 백여 년 전 한 왕비께서 저술하셨습니다.”
여자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힘든 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여성을 가르치기 위한 책, 그것도 왕비가 직접 저술한 책이 있다는 건 확실히 신기한 이야기였다.
“다만 이 책은 순수하게 여성을 교육하기 위한 건 아닙니다. 명문가 자제들이 준수해야 할 규범에 관해서 서술하는 부분도 많습니다. 가문을 이어가야 할 아들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모친도 충분한 지식을 갖추어야 하니까요.”
광해군은 로마 남자들을, 유씨는 로마 여자들을 상대하면서 사절단의 얼굴 노릇을 톡톡하게 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조선에서 가져온 소소한 기념품을 나눠주거나 조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등, 조선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힘썼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로마에서 조선의 인지도는 1차 견서사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갔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견서사 본연의 임무인 협상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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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 문제는 당장 마무리를 짓기 어렵겠습니다.”
교황이 휴가를 끝내고 로마로 돌아온 뒤에도 바로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다. 수많은 회합이 있었고 신학자와 고위 성직자들이 교황궁을 드나들었다. 교황이 다른 업무에 열중하고 있을 때면 성직자와 학자들이 토론을 떠맡았다.
이항복과 이덕형도 한쪽에 앉아서 조선 측의 요구와 그에 필요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토론에 끼어들었다. 두 달 가까운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교황청에서는 조선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겨우 두 달 정도로는 이 문제의 결론을 확실히 내릴 수가 없습니다. 더 긴 시간을 들여 깊이 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귀측에서도 이 점을 양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카에타니 추기경은 다소 불쾌한 표정으로 조선 사절단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정책을 자신의 입으로 발표하기 껄끄러워하는 태도가 분명히 엿보였다.
“그럼 방침이 결정될 때까지는 신자들이 알아서 제사를 지내도 상관없다고 묵인하시겠다는 겁니까?”
이덕형의 질문을 받은 카에타니 추기경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확실한 방침이 결정될 때까지, 당분간은 현지에서의 자율성을 존중하자는 결론이 임시로 내려졌을 뿐입니다.”
“그게 묵인하는 것과 뭐가 다르지요?”
이항복이 곧바로 표현을 다르게 했을 뿐인 상대방의 표현을 비꼬았다. 두 달 동안 이항복의 이런 말투에 익숙해진 카에타니 추기경은 잠시 얼굴을 찌푸렸을 뿐이었다.
“엄연히 다릅니다. 하여튼 우리 교회에서는 당장 제사를 금지하지는 않겠으나, 이는 제사가 우상 숭배가 아니라고 판정해서가 아니고, 조선에서 시행하는 제사를 대체할 수 있는 예식을 지금 바로 제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로마에서 제사 예식을 결정해 보낸다고 해도, 그 예식을 실제로 행하게 될 조선인들이 선뜻 받아 시행할지는 알 수 없다. 뭔가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보고가 올라오고 조치가 행해지는데 필요한 시간은 최소한 3년이다. 그건 너무 길다.
“그렇게 되는 것보다는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교사들이 현지에서 통용될 수 있는 제사 의식을 제정한 뒤에 로마로 시안을 보내 승인을 얻게 하는 편이 좋겠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교황 성하께서도 승인하셨고요.”
“그렇습니까? 그럼 로마에서 승인한 제사 예식이 나오기 전까지는요?”
이번에는 이덕형이 나섰다. 카에타니 추기경이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때까지는 제사를 지낼 수 없습니다. 단지 제사를 지내야 하는 기일에 죽은 가족을 위한 위령미사를 봉헌할 수는 있습니다. 신주는 허용할 수 없으나 위패는 허용하기로 했는데, 이는 위패를 유럽의 초상화와 같은 성격의 물건으로 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신주(神主)는 단 하나만 만들어서 집안의 사당에 모시고 제사를 지낸다. 위패(位牌)는 이와 달리 향교, 서원 등 여러 장소에 놓는다. 문묘에 배향할 때도 위패를 놓는다.
기재되는 내용에도 차이가 있다. 신주는 고인의 이름뿐만이 아니라 역임한 관직명까지 모두 적지만, 위패에는 호, 성씨, 스승 등 극히 간략한 내용만 들어간다. 하지만 문제는 내용 같은 게 아니다. ‘신(神)’이라는 글자가 문제였다.
‘신’이라는 글자가 명칭에 들어가는 이상, 귀신이 깃드는 우상이라는 비난을 피해갈 방법이 없다. 하지만 위패는 그저 죽은 이를 나타내는 상징물일 뿐이라는 변명이 통할 수 있다. 마치 초상화가 그렇듯이 말이다.
“신부를 찾아가 미사를 청할 사정이 되지 않는다면, 신도 개인이 집에서 위령 기도를 올릴 수도 있습니다. 국가 제례에 참례하는 관리의 경우, 예식을 마친 뒤에 최대한 빨리 성당에서 고해하고 보속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현시점에서 우리가 타협할 수 있는 최저선입니다.”
이항복과 이덕형은 시선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라면 조선으로서도 받아들일 만한 선이었다. 굳이 천주교 교리에 따른 제사 형식을 새로 제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성당에 청하여 미사를 드린다면 절에서 지내는 제사와 다를 게 없다. 충분히 효를 행하는 행동이다.
“좋습니다. 그 문제는 마무리를 보았으니, 다음 안건을 제시해야겠군요.”
“제사 인정 말고 또 뭐가 있습니까?”
두 달 동안 없던 사안이 갑자기 튀어나오자, 카에타니 추기경을 비롯한 교황청 측 인사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항복은 태연하게 준비해 둔 문서를 꺼내 펼쳐 들었다.
“그야 한 번에 한 가지 문제만 해결해도 벅찬 게 사람 아니겠습니까? 뭐, 복잡하고 어려운 요구를 내놓으려는 건 아닙니다”
추기경들은 이항복의 손을 예의주시했다. 이항복은 손에 든 문서 2장 중 1장을 점잖게 펴서 내밀었다.
“우리는 인접국인 일본에서 일부 불량한 가톨릭 신자들이 불교 사원을 방화하고 그 재산을 약탈하였으며, 힘으로 전교를 강요하였음을 알고 있습니다. 행여 조선에서 그런 무도한 짓을 하는 천주교도들이 있다면, 임금의 법을 어긴 죄로 마땅한 형벌을 받을 것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이덕형이 그 뒤를 이었다. 그의 말투는 이항복보다는 점잖고 묵직했다.
“신주를 없애는 건 괜찮습니다. 어차피 불천위가 아니라면 4대 뒤에는 제사를 지내지 않고, 신주도 파기하는 게 예법이니까요. 하지만 그 파기는 함부로 불태우는 게 아니라 예법에 따라 땅에 정중하게 묻어야 합니다. 쓰레기를 태우듯 해서는 안 됩니다.”
“알겠소이다.”
조선에서는 화장을 꺼린다. 시신을 화장하는 이들은 사실상 불교 승려들밖에 없다. 그런데 조상을 상징하는 신주를 불태우다니 말도 안 되는 불효다. 마땅히 땅에 묻어 자연스럽게 썩어 없어지게 함이 옳다. 다시 이항복이 나섰다.
“법왕께서 지침을 정하셨으니, 어서 동쪽으로 편지를 보내시지요. 법왕께서 서명한 교서를 보내서 제사 문제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내리시면, 동방에 있는 수많은 신자가 교회의 자비를 체감하고 기뻐 크게 눈물을 흘릴 겁니다.”
제사는 조선인 신도들에게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이제 슬슬 본격적인 선교가 시작되려고 하는 명나라 선교를 위해서도 제사에 대한 명확한 지침은 필요했다. 더구나 명나라는 유학의 본산, 바로 그 발상지가 아닌가.
“그렇지요. 조속한 시일 안에 발송할 예정입니다.”
카에타니 추기경은 이항복에게 대답하면서도 교서를 언제 조선으로 발송한다고 콕 찍어서 밝히지는 않았다. 나름 자존심의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항복은 개의치 않았다.
“교서를 발송하시기 전에 꼭 저희에게도 귀띔을 해주십시오. 고국에서 소식을 기다리시는 저희 임금께, 조선에 주재할 수 있는 선교사 숫자를 더 늘리셔도 괜찮게 되었다고 알려드려야 하니까요. 우리 미풍양속을 더럽히지 않는 현자이자 학자라면, 많을수록 좋지 않겠습니까?”
“옳은…말씀입니다. 되도록 빨리 일이 마무리되도록 교황 성하께 진언하겠습니다.”
더위도 가신 지 오래건만, 카에타니 추기경의 이마에 한 줄기 땀방울이 흘렀다. 이항복은 그 모습을 보며 사람 좋은 표정을 지었다.
– 17 –
“당분간은 이별이겠습니다. 건강 조심하시옵소서.”
법왕청의 추기경들, 그리고 견서사의 두 부사 사이에서 은밀히 진행하던 막후 협상은 양측 정식 대표인 광해군과 법왕이 참석한 회동에서 완전히 마무리가 지어졌다. 이제 견서사 일행 전부가 로마에 계속 머무를 필요도 사라졌다.
“그대들이 없으니 무척 쓸쓸하겠구려.”
광해군이 한숨을 쉬었다. 50명에 달하는 견서사 일행 중에서 자신을 포함한 11명만 로마에 남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인원들은 두 무리로 나뉘어 하나는 플랑드르로, 하나는 빈으로 간다. 빈으로 가는 인원들은 상황이 허락한다면 폴란드까지도 가볼 예정이었다.
플랑드르로 가는 조는 이항복이, 빈으로 가는 조는 이덕형이 인솔하게 되어있다. 조선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정해 놓은 역할분담이다.
“자네는 빈에 가본 적이 있으니 이제라도 내게 양보하지 그러나?”
“형은 양쪽 다 처음 가는 곳이니 어느 쪽으로 가든 상관이 없지 않소? 지난번에 방문해서 만들어둔 인맥을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활용하자면 내가 빈으로 가는 편이 낫소. 오스트리아 궁정에서 미녀를 만날 속셈인가 본데, 이미 결정된 사안을 멋대로 바꾸려 들지 마시오.”
“뭐, 알겠네. 하긴 플랑드르 쪽에 가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자네보다는 내가 낫긴 하지. 광해군께서도 그쪽 서반아 측 사정은 들으셨지요?”
신성동맹을 지원하기 위해 북쪽에서 프랑스로 진격했다던 파르마 공작은 패했다. 국왕 앙리 4세가 나무랄 데 없는 지휘 솜씨를 선보여 파르마 공작이 지휘하는 스페인 군대를 막아섰다. 파르마 공작 본인도 팔에 총을 맞아 중상을 입고, 결국 네덜란드로 쫓겨났다.
“서반아 국왕은 패배에 대한 책벌로 파르마 공작을 네덜란드 총독 직위에서 해임했고, 지금 실의에 빠진 상태로 휴양하고 있다 했지요. 이참에 그를 만나서 혹시 조선에서 뜻을 펼쳐볼 의향이 없는지 묻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이항복의 계획을 들은 광해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파르마 공작은 서반아군의 중진이라 했는데, 지금 잠시 국왕에게 문책을 받았다 해서 그런 이가 쉽게 조선으로 가겠소?”
“그야 쉽게 따라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주변에 있는 장수 중에 적절한 이를 골라 추천해 줄 수도 있고, 그 주변에 있는 연줄을 통해 잉글랜드나 네덜란드 출신으로 조선에 갈 의향이 있는 이들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겁니다.”
“파르마 공작이 적과 내통하고 있다는 의미요?”
“아닙니다. 유럽에서는 그저 흔히 있는 일일 뿐입니다.”
전장에서는 적이지만, 아무리 원수라고 해도 서로의 진영을 오가는 사자들은 있는 법이다. 그리고 서반아군이 네덜란드에서 몇 년째 전쟁을 치르고 있다지만, 실제로 전투가 벌어지는 날은 1년 열두 달 중에서 반의반도 되지 않는다.
더구나 잉글랜드, 네덜란드 두 나라에는 모두 상당한 숫자의 가톨릭 신자가 남아 있다. 옛 조상의 신앙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가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국적과 종교와 돈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잉글랜드나 네덜란드 출신이라 해도 서반아 국왕을 위해 싸우는 자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천주교 신자라서 그런 경우도 있고, 순전한 용병으로 양쪽 진영을 오가는 자들도 많습니다.”
이항복은 금위사장이었다. 비록 유럽에 정보망을 갖추어 놓지는 못했지만, 이곳 로마에서도 필요한 정보는 얼마든지 입수할 수 있었다. 여기는 ‘세계의 중심’이 아닌가.
“현지에서 부디 일이 잘되기를 빌겠소. 헌데 이미 이곳 달력으로 10월이요. 알프스를 넘어 북으로 가기에는 힘겹지 않겠소?”
처음에는 알프스 고갯길에 눈이 쌓이기 전에 로마에서의 용무가 끝날 줄 예상했다. 하지만 법왕청에서 시간을 끄는 바람에 일정이 연기되었다.
“겨울이라고 해서 알프스를 아예 못 넘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다른 대안도 있지요. 배를 타고 넘어가면 됩니다.”
“배를 타고 산을 넘는다고?”
이항복의 말에 깜짝 놀란 광해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숨을 깊게 쉰 이덕형이 담담하게 부연설명을 했다.
“제노바에서 배를 타고 니스로, 베네치아에서 배를 타고 트리에스테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산을 넘어가는 게 아니고 우회하는 건데, 병판이 말을 이상하게 했을 뿐이니까 괘념치 마십시오.”
“아…알겠소.”
광해군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방으로 들어온 코르나로 추기경의 하인은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고 용건을 꺼냈다.
“만찬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추기경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음, 알겠네. 지금 내려가지.”
광해군이 일어서며 손짓했다.
“자, 내려갑시다. 추기경이 두 분을 보내기 아쉽다며 주최한 만찬이니 늦지 않게 참석해야 하지 않겠소. 손님들도 많이 불렀다던데.”
“맞습니다. 손님을 기다리게 함은 좋지 않지요.”
이항복이 앞서서 문을 나섰다. 추기경이 초대한 미인들을 만나서 한껏 뽐낼 생각에 기분이 흥겨워진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