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619
2부 39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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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만은 상하(常夏)의 땅입니다. 연중 내내 날씨가 온난하여 초목이 풍성하고, 그 덕에 온갖 짐승이 산야에 넘쳐납니다. 그중에 가장 유용한 것이 물소와 코끼리입니다.”
태국, 아니 섬라에 다녀온 이수광이 대전에서 귀환보고를 했다. 처음이 아니라서인지 훨씬 보고가 상세하고 태도가 침착하다. 그 휘황찬란한 동남아 스타일 궁궐에 대한 견문기는 이미 첫 귀국 때 실컷 읊어서인지, 이번에는 자연에 대한 보고가 꽤 길었다.
음, 나 같으면 태국에서 코끼리는 그렇다 쳐도 물소보다는 코브라나 악어 쪽이 더 인상적일 것 같은데 역시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구나. 아, ‘유용한’ 짐승이라 했으니 물소를 주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긴 하군.
물소에 욕심을 낸 건 사실 조선에서도 역사가 유구하다. 당연히 각궁 재료인 물소뿔 수급 때문이고, 성종 때는 유구를 통해 들여온 물소를 국내에서 사육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었다. 그 물소들은 사육효율이 워낙 별로라서 내가 다 잡아먹으라고 하고 끝내버렸었지만.
하여튼 그런 역사가 있는 조선의 관료니, 이수광이 악어나 독사 따위보다 물소를 중요하게 여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악어는 구경도 못 했을 수도 있겠다. 나레쑤언도 굳이 귀한 손님을 악어가 출몰하는 강가나 늪지대로 안내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코끼리는 실로 강한 짐승이었습니다. 태종 조에 왜국 사신이 바친 코끼리가 날뛰면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하더니, 섬라와 동우가 각기 거느린 수백 마리 코끼리가 몸에 갑주를 걸치고 질주하는 모습을 보니 진실로 오금이 저렸사옵니다.”
동우왕조(東?王朝)는 지금 미얀마를 지배하고 동남아에서 패권을 쥔 세력이다. 나레쑤언은 그 지배에서 벗어나겠다고 지금 한참 세력을 키우는 중이고.
이수광은 섬라를 침공한 동우왕조의 대군을 나레쑤언이 격파하는 바로 그 현장을 직접 보고 돌아왔다. 기막힌 타이밍에 섬라를 방문한 셈이다.
“코끼리에 탄 양측 장수들이 호령하고 수십만 대군이 창과 총을 들고 격돌하는데, 갑주를 걸쳐 무게가 만 근은 나갈 코끼리들이 일제히 돌진하니 앞을 막아설 자가 없었습니다. 장창을 세워 앞을 막으니 코를 휘둘러 모두 걷어버렸고, 화살이나 조총은 맞히기도 어렵습니다.”
거치식으로 쓰는 대형 석궁이나 천보총 말고, 보통 화승총이나 활 같은 무기를 써서 무장한 전투코끼리를 잡는 게 제대로 될 리 없다. 갑옷이 없다고 해도 두꺼운 코끼리 가죽을 뚫기는 쉽지 않으니까. 그것도 겁먹지 말고 정조준해서 제대로 맞혔을 때 이야기다.
하지만 조랑말을 탄 적이 자기한테 달려와도 겁을 먹는 게 사람이다. 하물며 코끼리, 정말 집채만 한 짐승이 땅을 울리고 굉음을 지르면서 달려오는데, 쫄아서 오그라들지 않으면 그게 평범한 사람일 리가 있겠는가.
그런데 왜병들은 그걸 도망치지 않고 버티더라고 했다. 이수광은 우리가 섬라에다 팔아넘긴 왜병 장창대가 돌진하는 동우군 코끼리를 왜장창으로 저지하고, 돌진을 멈춘 코끼리에게 조총 탄환을 비처럼 퍼부어 코끼리에 타고 있는 병사들을 전멸시키는 광경을 실감 나게 전했다.
“그에 이어 섬라군 코끼리가 돌진하니 동우군 전열이 그대로 무너지는데, 동우 측이 후진에 남겨두었던 코끼리를 다시 내보내 맞상대하게 하니 실로 천지가 진동하는 혈전이었사옵니다. 섬라왕 납서선도 그 와중에 직접 코끼리에 올라 적진을 누비다 적장을 쳤사옵니다.”
“납서선이 직접 적장을 쳤다고? 국왕이 직접 코끼리에 타고 적진으로 뛰어 들어가 적장을 베었단 말이냐?”
동남아 지역에선 아직 왕이 진두에 서서 전투하는 게 당연한 모양이다. 그런데 나레쑤언이 그런 맹장 타입이었나? 태국사에는 별 관심이 없었으니 그런 건 몰랐다.
“예, 전하. 동우국의 세자…밍기 스와라 하는 자가 동우군의 대원수였는데, 납서선이 단기로 결투를 벌여 총으로 동우국 세자를 직접 쏘아 죽였고, 수령을 잃은 동우군은 계속 싸울 힘를 잃고 그만 일패도지하였습니다.”
허, 대단한 배짱일세. 난 아무래도 그렇게까지는 못하겠던데. 내가 전장에 직접 나간다면 조정이 발칵 뒤집힐 게 뻔한 탓도 있긴 하지만, 한번 칼 맞고 죽어보니까 절대로 그럴 엄두가 안 나더라. 나레쑤언도 안 죽어봤으니까 진두에 서서 돌격하고 그럴 수 있는 거다.
그러고 보니 미얀마 왕자 이름 적느라 이수광이 고심 좀 했겠다. 밍기 스와? 밍기가 성이고 스와가 이름인가? 이것도 약칭이고 본명은 발음하기도 어려울 만큼 엄청나게 긴 거 아냐?
내가 시킨 덕에 유럽 쪽 인명이나 지명은 국문으로 음차 표기하는 방식이 처음부터 뿌리를 박았다. 그런데 동남아는 아니다. 원래 한자 문화 영향권인 데다, 처음에 간 신호영이 선례를 남겨버리는 바람에 한자 표기를 많이 쓴다. 하지만 저 난감한 이름은 도저히 힘들었나 보다.
“전하, 우리도 코끼리를 들여다 이번 동정에 투입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적진으로 돌입하는 철기의 선두에다 코끼리를 세운다면 아무리 방어가 엄중한 적진이라 해도 부수지 못하는 진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 재정은 태종 때와 비할 수 없을 만큼 풍족하니, 몇 마리 정도는….”
“경은 왜병들이 코끼리 앞에서도 버티더라는 이야기를 방금 듣지 않았는가?”
내 반문에 대한 김명원의 논리는 이랬다.
“그 왜병들은 노비로 팔려가 섬라에서 무덤을 찾아야 하는 운명이니, 당연히 죽기 살기로 싸웠을 겁니다. 하지만 왜국 본국에서 싸우는 왜병들에게는 돌아갈 집과 건사해야 할 가족이 있지요. 그런 자들이 코끼리가 주는 공포를 이길 수 있겠습니까?”
김명원은 강력한 생체병기로서의 코끼리의 가치에 관심이 가는 모양이다. 일리가 아예 없는 이야기는 아니긴 한데…그래도 역시 난 반대다.
“물소도 추워서 제대로 살지 못한 조선 땅에서 코끼리인들 제대로 살 수 있겠느냐? 그리고 조총은 견딜 수 있다고 하지만, 포에 맞으면 코끼리라 해도 죽을 것인데 왜적들은 이미 포를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으냐.”
코끼리도 결국 ‘강화된 기병’이다. 받아낼 수 있는 화력에 한계가 있다. 총탄이나 화살은 좀 막아낼지 몰라도 대포에는 당해내지 못한다. 그리고 지금 일본에는 전쟁 전보다 훨씬 더 많은 대포가 있다.
게다가 조선과 일본의 겨울 추위를 생각하면 역시 코끼리는 좀…한두 마리 정도 사다가 내 수레를 끌게 한다거나 하는 정도라면 모를까 전투용으로는 역시 안 되겠다. 대열을 깨부수는 용도에 국한한다면 전에도 말했듯이 중포를 쓰는 편이 코끼리보다 더 낫고.
게다가 조선에서는 전통적으로 코끼리를 상서로운 짐승으로 간주하는 관습이 있다. 지금은 몇몇 중신이 찬성한다고 해도 조야에서는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머리도 좋고 사람도 잘 따르니, 괜히 전장에 보냈다가 죽기라도 하면 불쌍하기도 하고
“그래, 코끼리 문제는 되었다. 그 외에 물소는 처리가 잘 되었느냐?”
“예, 전하. 섬라 국왕 납서선은 우리가 물소를 샀으면 한다고 하자 얼마든지 가져가라며 300두를 주었습니다. 이를 진남성까지 운송하는 동안에 27두가 죽었고, 나머지 소들은 무사히 도착하여 우리 이주민들에게 넘겨주었습니다.”
“훌륭하다. 그만하면 이제 대남도에 가축을 보낼 일은 없겠구나.”
이수광이 인솔한 우리 보급선들은 해남을 출발, 남으로 내려가 대만에 새 이주민 2천 명과 돼지 50두, 곡식과 철재 등을 전달하고서 섬라에 갔다. 그리고 나레쑤안에게 예물을 전달하고 쌀 2만 석, 물소 300두를 싣고 돌아와 대만에 내려놓고 복귀했다.
“대남도가 대국과 직접 교통하려 할 필요가 없을 만큼 물자를 넉넉히 보내줘야 한다. 만약 대국인들이 섬에 드나들기 시작하면 훗날에 분명 우환이 될 것이니라.”
“예, 전하.”
대만은 우리 조선을 위한 벼와 설탕, 물소뿔과 석탄을 생산해야 하는 땅이다. 여기에 조선 본토가 감당할 수 없는 인구 다수를 분산이주시켜야 하는 지역이고, 적이 남쪽에서 바닷길로 쳐들어올 때는 본토에 도착하기 전에 막아설 수 있는 요새이기도 하다.
그러니만큼 절대 독립할 궁리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 완전한 자급자족도, 중국에 의존하는 것도, 중국인 인구가 늘어나는 것도 모두 막아야 한다. 꼭 필요한 필수품이나 전략물자 중에 일부는 전적으로 내가 보낸 보급선에 의존하도록 해야 하고 말이다.
정일한은 여전히 잘해주고 있다. 벌써 대만에 보낸 지도 만 2년이 넘었으니까, 내년에는 꼭 후임자를 보내서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도성으로 돌아오게 해줘야겠다. 그렇게 고생을 했으니, 이제 만년은 편히 쉬어야지.
섬라까지 먼 길을 왕복한 우리 선단은 모두 해삼위에서 새롭게 건조한 플류트로 구성했다. 그동안 임시로 교역에 사용하던 나포한 왜선이나 강남에서 사들인 중국제 배들은 폐선시켰다. 동남아까지 원거리 항해 서너 번씩 하고 나니 상태가 다들 안 좋아졌다.
이제 동남아 교역선은 플류트로 통일했다. 산동을 오가는 명나라행 교역선은 혹시 그쪽에서 양선에 거부감을 표할까 봐 계속 정크선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한동안은 운항을 계속해야 할 듯하다. 전략물자 조달을 위한 명나라와의 감합무역이 계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성이가 명나라 조정이 보낸 감찰관에게 상황을 잘 설명하여 얻어낸 특혜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해 매년 3회씩 보내는 우리 사신들은 노획한 왜군의 장비와 붙잡은 포로들을 매번 조공품으로 헌상하고, 부풀린 전투 양상을 보고하고 있다.
명나라 조정에서는 이에 따라 매년 1백만 냥 정도의 원조를 계속하고 있다. 대개는 곧바로 현지에서 구리로 바뀌어 조선으로 실려 오지만 말이다. 염초는 중국산 수입을 중단했다. 이제 그렇게까지 많이 필요하지도 않고, 인도산이 훨씬 질이 좋으니 말이다.
좀 더 항해 경험이 쌓이고, 현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게 되면 아유타야와 콜카타쯤에다가 우리 상관도 세워야 할 거다. 그러면 초석을 훨씬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고, 우리 수출품도 내보낼 수 있다. 영국이나 네덜란드와 장차 협업하더라도 우리 상관의 유무는 큰 차이다.
그래서 요즘은 해삼위에서도 갈레온보다는 플류트에 중점을 두어 건조하고 있다. 플류트는 화물 적재량은 많지만 필요한 선원 수는 적고, 속도도 빠르다. 무장은 적지만 동북아시아에서 우리 배를 덮칠 만한 놈들도 거의 없지 않은가.
교역선으로 쓸 배를 충분히 만들고 나면, 원양어선이나 포경선으로 쓸 배도 건조하면 좋을 것 같다. 그동안 연안어업에 머물렀던 우리가 원양으로 진출할 기회다. 역사에 나오는 미국식 포경이 조선식 포경이 될 수도 있겠다. 아, 고기 때문에 똑같게는 안 되려나.
– 9 –
지난 2년 동안 대남도로 이주한 백성은 이제 8천에 달한다. 정착촌도 이제 진남성 외에 14개소나 된다. 진남성 주변 평원에 7개, 대남도 북쪽 해안선을 따라 7개다. 모든 마을은 외곽 방어를 위해 끝을 뾰족하게 깎은 대나무 울타리를 두르고 그 밖에는 호를 팠다.
토인들과는 여전히 사이가 좋지 않다. 밭을 일굴 때는 전원이 무장을 갖추고 나가고, 마을 주변에 있는 파수대 위에는 언제나 총과 활로 무장한 파수꾼들이 올라가 주변을 살피고 있다.
그렇게 경계해도 적들은 계속 습격해왔다. 밭에서 일하는 사내들을 죽이고 마을에서 여자를 납치해가고 물자를 훔쳤다. 물론 침입하다가 들켜 사살당한 토인들도 많았지만, 저들은 그런 피해 정도는 신경도 안 쓰는 듯했다.
“관찰사 나리! 이번에는 토인 놈들이 물소를 훔쳐 갔습니다.”
“이 오라질 놈들.”
보고를 받은 정일한이 혀를 찼다. 토인들은 아무래도 조선인 마을에 침입해서 사람을 덮쳐 죽이거나 도둑질을 하는 행위를 유희로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끈질기게 습격해 올 리가 없다.
“놈들이 보기에도 물소가 탐이 나긴 하는 모양이군.”
물소는 무논을 가는 데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남만에서는 물소에게 일을 시키는 외에 젖을 짜서 사람이 먹기도 한다던데, 조선인들로서는 짐승 젖을 먹는다는 게 영 꺼림칙한 행동이라 시도해 볼 생각은 나지 않았다.
“전하께서 내리신 물소입니다. 그리 쉽게 저 도적놈들에게 넘겨줄 수는 없습니다.”
정준석이 이를 갈았다. 인력이 넉넉해지자, 정일한은 토인들의 끝없는 습격에 맞서기 위해 정예군사 500명을 따로 떼어 노역을 면제하고 전적으로 싸움만 맡도록 했다. 정준석은 이들을 이끄는 수도대장(守島大將)을 맡아 이곳저곳을 누비며 활약하고 있었다.
물소는 무논을 경작하기 위한 비장의 수였다. 조선에서 데려온 소는 대남도의 무더운 더위 앞에서 픽픽 쓰러졌고, 이제까지 모든 농사는 사람의 힘으로만 지어야 했다.
벼농사가 잘 안 되는 이유도 어쩌면 그 탓일지 모른다. 분명히 논을 만들어 물을 대고 모를 심었으나 작황은 좋지 않았다. 여러 종자 중 강남에서 가져온 볍씨가 그나마 가장 나았지만, 그것도 만족할 만큼의 수확은 내지 못했다.
벼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대남도로 이주한 백성들의 주된 식량은 감저와 콩, 토인들 마을에서 종자를 얻은 좁쌀, 바다에서 잡은 생선이었다. 이제 본국에서 돼지가 왔으니 여기에 돼지고기를 보탤 수 있게 되었다.
“저놈들, 돼지는 노리지 않더니.”
“그야 돼지를 훔쳐 가려면 울타리를 넘어 돼지우리에 침입해야만 하지 않소. 그리고 잡은 돼지를 메고서 다시 울타리를 넘어야 하고. 하지만 물소는 몰이꾼을 죽이고 들판에서 그대로 몰고 가버리면 그만이지.”
조선에서는 돼지를 참나무숲에 풀어놓아 도토리를 먹여서 키우지만 여기서 그랬다가는 몽땅 토인들에게 헌납하게 된다. 그래서 정일한은 돼지를 든든한 우리에 넣고 남은 음식과 감저를 캘 때 나온 잎, 줄기 따위를 먹이게 했다. 돼지를 살찌우기에는 이 정도 사료면 충분했다.
본국에서 새로 보낸 돼지는 살이 쪄 봐야 100근도 안 나가는 조선 토종 돼지가 아니었다. 크게 자라면 250근까지도 나갈 수 있게 만든 서양 돼지 종자라고 했다. 과연 감저잎만 먹여도 살이 쑥쑥 붙었다.
“돼지야 그렇다고 쳐도, 물소는 쉴 때는 초지에 풀어놓아야 하는데.”
물소는 농사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장차 저 물소들은 모두 두 뿔을 각궁 재료로 내놓아야 한다. 아무리 요즘 군에서 활이 아닌 총을 주된 무장으로 쓴다지만, 활도 여전히 쓴다. 당연히 활 만드는 재료인 물소뿔은 중요한 전략물자였다.
대남도에서 물소를 충분히 많은 숫자로 키우게 되면 남만에서 돈을 주고 물소뿔을 사들여올 필요가 없어진다. 농사 외에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토인들이 물소를 훔치지 못하게 해야 할 필요는 충분했다.
“우리 힘만으로 모든 토인과 싸우다가는 싸움이 끝날 날은 오지 않을 걸세. 저들은 이 섬에 오래 살아온 만큼 지리에 밝고, 경계가 삼엄한 우리 백성들이 사는 마을 안에도 때때로 몰래 침입에 성공할 만큼 재간도 좋으니까.”
정일한이 논의에 쐐기를 박았다. 정준석을 비롯한 측근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막자면 이이제이밖에 없네. 수도대장은 그동안 파악한 주변에서 가장 큰 토인 부락을 찾아가서 동맹을 제안하라! 우리 편이 되어 다른 토인들과 싸워준다면 그 대가로 물소와 소금 및 단검 같은 물건들을 주겠다고 말일세.”
역시 여기서도 북방에서처럼 해야 했다. 재물을 내세워 토인 일부를 우리 편으로 만들고, 이로써 토인들끼리 서로 싸우게 하여 모두 약해지게 만든다. 그리고 그사이에 우리 백성들을 침투시켜 마을과 보루를 만들고 뿌리를 확고히 박는 것이다.
이쪽이 가진 여러 물화 중 토인들이 가장 많이 노리는 물건이 저 3가지였다. 이것들을 주고 동맹을 제안하면 분명히 호응이 있으리라. 이제 남은 일은 교섭 결과를 기다리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