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659
2부 4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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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 편지 십여 통이 쌓여 있였다. 맨 위에 놓인 것부터 하나씩 펼쳐 들었다.
오사카에 있는 차야 시로지로가 수집한 정보를 모아 보낸 편지다. 이에야스는 천천히 눈을 움직여 내용을 읽어나갔다.
차야가 수집한 조선군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하카타 상인들에게서 나왔다. 하지만 하카타도 조선군의 정확한 진로까지는 알지 못했다. 최종 목표가 오사카라는 사실은 확실했지만, 어떤 경로를 거쳐 진군할지는 알지 못했다. 해로로 직행하는가, 주고쿠를 거쳐 육로로 오는가?
전자라면 모리는 전화를 피할 수 있다. 후자라면 모리 령은 피바다가 된다. 하지만 만약에 조선이 후자를 택한다면 오사카 진공은 포기해야 하리라. 근원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모리가 조선과 결탁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조선군이 안정적으로 오사카로 진군할 길을 얻게 됩니다. 세토우치에 있는 해적들에게 보급선을 위협받을 일도 없지요.”
“덴쇼 18년 원정군의 주축이었던 모리가 저들과 손을 잡는단 말인가?”
최측근인 혼다 마사노부의 예상을 들은 이에야스가 콧방귀를 뀌었다. 은근슬쩍 손을 잡기에 모리는 조선에 너무 큰 피해를 주었다. 모리 쪽에서야 기꺼이 손을 내밀어 화해하고 싶겠으나 조선인들이 과연 그 손을 맞잡아 줄지는 알 수 없다.
“조선 수군은 지난 원정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그럼 세토우치를 통한 보급로 유지에 별 부담을 느끼지 않을 공산도 크지. 그렇다면 굳이 모리를 회유하려들 필요가 있을까.”
회의적으로 대답한 이에야스가 두 번째 편지를 뜯었다. 이것도 오사카에서 왔다.
이시다 미츠나리의 도장이 찍혀 있다. 이에야스는 조용히 편지를 접어 옆에 내려놓았다. 몇 번째더라? 네 번째로 온 병력 독촉 편지인가?
조선군이 규슈를 침공한 지 한 달 하고도 열흘이 지났다. 당연히 오사카는 발칵 뒤집혔고, 히데요시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다.
이런 상황을 예견한 준비가 없는 건 아니다. 오사카에서는 조선군 침입 소식을 접하는 즉시 일본 전역에 있는 영주들에게 미리 논의한 만큼의 병력을 소집해서 오사카로 보내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 대상은 모리부터 다테까지, 천하 66주를 지배하는 모든 영주였다.
아들 히데야스를 대신해 그 영지에서 모은 병력을 포함해서, 지난 한 달 동안 이에야스도 병사 4만 명을 소집했다. 우에스기?사타케?다테 등이 각자 소집한 병력을 합하면 동국에서 10만 대군이 소집된 셈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오사카에 도착한 병사는 아직 1명도 없다.
“다테 군, 사타케 군은 아직 우리 영지로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우에스기 군도 에치젠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른 시일 내에 움직일 조짐도 없습니다.”
다테와 사타케가 오사카로 가려면 도쿠가와 령을 통과해야만 한다. 그런데도 아직 출발하지 않고 있다는 건 그들 역시 도요토미를 도우러 갈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에조에 붙들려 있는 모가미 역시 마찬가지다.
“조선과 밀무역을 하는 다테야 당연히 태합 전하를 편들 리 없을 것이고, 다테가 움직이지 않는데 사타케가 움직일 리 없고, 그 둘이 가만히 있는데 우에스기라고 움직일 리 없겠지.”
“물론입니다.”
동국 영주 중 서로 사이가 좋은 이는 사실상 없다. 혈육 간인 모가미와 다테도 마찬가지다. 모두 함께 오사카로 가거나, 아무도 가지 않거나 둘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마사노부, 타다카츠는 지금 어디까지 갔느냐?”
“혼다 타다카츠 공은 지금 토토미(遠江, 현재의 시즈오카)까지 진군했습니다.”
혼다 타다카츠는 오다 노부나가가 장비에 비해 칭찬했을 정도의 용장이다. 이에야스에게는 과분한 장수라는 소리까지 들었었다. 그동안 수십 번이나 되는 전투를 치렀는데 온몸에 상처 하나 없는 대단한 인물로서 천하의 칭송을 받고 있다.
“누가 나타나서 떠들어도 흔들리지 말고 지금처럼 천천히 움직이라고 하라. 아즈치성에서 히데야스와 합류한 뒤에 내 명령을 기다리라는 지시는 계속 유효하다.”
“예, 주군.”
타다카츠는 체면치레 삼아 먼저 보낸 1만 명을 이끌고 있다. 사실상 간토에서 보낸 유일한 병력이다. 그 뒤를 따라갈 본대 3만 명은 여전히 ‘편성 중’이다.
선발대가 너무 적으면 파병이 늦어지는데 격분한 도요토미 군에게 쉽게 제압당하고 인질이 될 우려가 있다. 하지만 1만 명, 그것도 혼다 타다카츠가 지휘하는 부대라면 저쪽이 5만 명을 투입하더라도 너끈히 박살을 내고 탈출할 수 있다.
“물론 이길 수는 없겠지만.”
“허나 주군, 굳이 타다카츠 공을 보내지 않으셔도 되지 않습니까? 이미 아즈치에 가 계시는 히데야스 님도 있으니, 좀 더 시간을 두고 상황을 살피셔도 됐을 텐데요.”
“아예 병력을 보내지 않기에는 때가 이르다. 너무 대놓고 반기를 드는 모양새를 보일 수는 없지 않은가? 도요토미 타도의 깃발을 받드는 계기는 어디까지나 외부적 요인인 조선인들이 조성해 주어야 한다. 내가 저들과 결탁했다는 인상을 줄 필요는 없어.”
준비는 다 돼 있다. 노부나가의 진짜 유언장도, 증인인 나가마스도 이에야스의 손에 있다. 하지만 이것들을 지금 터트린다면 이에야스는 정권을 잡기 위해서 외적인 조선인들과 결탁한 배신자라고 전국에서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깃발을 바꿔 드는 시기는 조선인들과 ‘공식적으로’ 접촉한 뒤, 이미 조선인들이 일본 천하에 ‘노부나가 공은 히데요시에게 모살당했으며 그 적법한 후계자는 이에야스다’라고 선포한 뒤가 적당했다. 물론 그 신빙성은 ‘의심해야’ 하며, 증인 나가마스가 ‘귀환해’ 알려야 한다.
반 도요토미의 기치를 드는 것은 그 뒤에 해도 얼마든지 늦지 않다. 차차의 존재를 드러내 세상에 알리는 것 역시 그때 가서 할 일이다.
“주군, 히데타다 님께서 오셨습니다.”
마침 이에야스의 3남 히데타다가 왔다고 시종이 알렸다. 방에 들어온 아들의 얼굴을 보니, 생애 첫 출정을 앞두고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첫 출정에서 뭐 대단한 일을 시키지는 않을 테니 너무 긴장하지 마라. 네 처숙부의 원한을 갚으러 가는 길이니, 의젓한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
“예, 아버님.”
그동안 살폈지만 히데타다는 군사에는 별 재능이 없어 보였다. 이제 17세가 된 참이니 조금 더 가르치면 나아질지도 모르지만, 이에야스는 이제 그 기대를 거의 접었다. 사내놈인 주제에 여자한테 요바이를 당하는 녀석이, 전쟁이라고 제대로 할 리가 있겠는가.
무재로만 따지면 아즈치에 간 히데야스가 더 낫다. 하지만 히데야스는 아즈치에서 지내는 동안 가까이 있는 히데요시와 미츠나리 등 도요토미 측 인물들과 급격히 가까워지고 말았다. 처음부터 별로 아끼지도 않았던 아들, 더더욱 멀리해야 할 이유가 생겨버렸다.
“히데타다 님은 아버님께 가셨어요. 그렇게 긴장하지 말라고요, 숙부.”
차차는 침상에 길게 누운 채 하품을 했다. 탑에 갇혀 지내는 처지는 여전하지만, 방은 해가 환하게 들고 장식도 호화롭다. 이에야스가 붙여 준 시녀들은 아기를 돌보는 한편으로 그녀의 시중을 들기 위해 늘 준비를 하고 대기하고 있다.
“알겠다. 하지만 히데타다 님은 내게….”
“그게 다 어려서 그래요. 어리니까 숙부를 질투하는 거죠. 아무려면 같은 탑에서 지낸다고 해서 제가 숙부를 침상으로 끌어들이겠어요? 이렇게 눈이 많은데 말이에요. 여전히 북한산성 안쪽 절간에 둘만 있는 신세라면 혹시 몰라도.”
차차가 웃음을 터뜨렸다. 나가마스는 안절부절못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2년이나 탑에 갇혀서 살더니 간이 더 작아지셨네요. 기운 내세요. 조선군이 드디어 규슈에 쳐들어왔다니까, 곧 나가실 수 있을 거예요. 나가서 큰숙부가 남긴 유언을 공개하시는 증인이 되셔야 하니까요. 큰숙부의 후계자는 이에야스 님이고, 하시바의 영지는 조선 왕 차지라고요.”
노부나가의 ‘진짜 유언’에 대해서는 차차도 잘 알고 있다. 나가마스와 함께 북한산성에 갇혀 지내는 동안 질리도록 들었으니까.
“조선군과 힘을 합쳐 하시바를 처리하면 천하의 패자는 이에야스 님이에요. 그 후계자는 제 남편인 히데타다 님이고, 그 옆에 제가 있겠지요. 저는 히데타다 님의 장자를 낳았으니까요.”
혼인을 정식으로 천하에 알리고 공인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분명 차차가 히데타다의 아들을 낳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히데타다의 방에 몰래 숨어든 하룻밤 침입이 그대로 결실로 이어질 줄을 누가 알았으랴.
측근 모두가 알도록, 아침 해가 뜨고 시종들이 방문을 열 때까지 차차는 히데타다의 방을 나서지 않았다. 그 뒤로 감시가 한층 더 엄중해지고 다시는 숨어들 수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정확히 열 달 뒤에 누가 봐도 이에야스의 핏줄이라고 딱 알아볼 수 있는 아들을 낳았으니까.
“히데야스 님과 고우는 어쩌고? 그쪽이 지금은 장남 아니냐?”
“히데야스 님은 원숭이와 너무 친해졌어요. 어머님을 지키라고 아즈치에 보낸 건데 원숭이 패거리가 되어버렸으니 이에야스 님의 후계자가 될 수는 없죠. 자업자득이에요.”
차차의 웃음소리가 창문 밖으로 퍼져나갔다. 곧 이 탑을 벗어나 천하에 자신의 지위를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가 담긴, 맑고 높은 웃음소리였다.
– 5 –
현재까지 오사카로 집결한 병력은 약 8만. 일본을 구성하는 7개 지방 중 긴키(近畿), 츄부(中部), 그리고 주고쿠(中國) 동부에서 소환한 병력이다. 시코쿠에서도 일부 병력이 건너왔으나 수송 문제로 대병력이 오지는 못했다.
“외적을 맞는 이 위기에 다들 자기 한 몸만 사리다니.”
아들을 찾아온 호소카와 후지타카가 혀를 찼다. 히데요시의 측근 중 한 사람으로서 병비를 갖추는 일을 돕고 있지만, 작업은 쉽지 않았다. 가까운 지역에 있는 영주들은 그래도 병력을 보냈지만 멀리 있는 동국의 영주들은 딴청만 피웠다.
“조선군이 이미 규슈에 들어와 있지만 않다면 전하께서 동방으로 출병하셨을 거다. 오대로 중 가장 강자인 이에야스 님,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야 할 사람부터가 출병을 서두르지 않고 있으니 누가 움직이겠느냐? 다들 마에다 님을 본받아야 할 텐데.”
같은 오대로인 마에다 토시이에는 조카인 케이지를 시켜서 5천 병력을 벌써 보냈다. 그리고 자기가 직접 지휘하는 1만 5천을 거느리고 영지를 떠나 지금 오사카로 오는 중이다.
“하지만 아버님, 태합 전하께서는 노부나가 공의 유지를 어기고 히데노부 님 대신에 자신의 양자인 히데토시 님을 후계자로 삼았습니다. 이 점이 모두의 반감을 산 게 아니겠습니까?”
이에야스는 히데토시를 자기 후계자로 만들어 권력을 물려주려는 히데요시의 행동을 드러내 놓고 비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히데노부의 장래를 부탁했던 노부나가의 유언을 정면으로 어기는 일임은 누가 보아도 분명했다.
“이에야스 님은 노부나가 공의 사실상 유일한 친구이자 동맹자였습니다. 마에다 님이 태합 전하의 친구인 것처럼요. 그럼 전하의 행동 때문에 분개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습니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그 불만을 속으로 삭일 때다. 물론 이런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한 책임은 다이코 전하께서 지셔야 하겠지만, 그건 적을 격퇴한 뒤에 물어도 충분하다. 지금부터 자중지란을 벌이다간 이길 수 있는 싸움에서도 패하게 될 거다.”
후지타카는 히데요시를 맏손자의 후견인으로 삼는다는 노부나가의 유언을 전한 장본인이다. 그로서도 히데요시를 배신자로 여길 이유는 충분했다. 단지 잘못을 추궁하기에는 지금이 별로 좋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할 뿐이다.
다만 히데요시가 노부나가를 구출하려고 최후까지 노력하지 않고 철수한 행동에 대해서는 후지타카도 비난하지 않았다. 그때 히데요시 휘하에 남은 장병들이 살아남으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노부나가는 부하들을 위해 스스로 신가리를 맡아준 것이다.
더군다나 후지타카는 노부나가에게도, 히데요시에게도 진심으로 충성을 바친 적이 없었다. 그가 충성하는 대상은 어디까지나 전 쇼군인 아시카가 요시아키였다. 비록 지금은 히데요시의 말 상대 신세지만, 히데요시가 축출되면 요시아키가 다시 쇼군으로 복위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이는 마음속에 품은 생각일 뿐, 아들 타다오키에게도 드러내지는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칫 히데요시의 귀에 들어가면, 요즘 제정신이 아닌 히데요시에게 바로 목이 달아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불만은 조선군을 물리친 뒤에 드러내도 늦지 않다. 너는 조선에서 그다지 전공을 세우지 못했으니, 이번에야말로 부끄럽지 않도록 무훈을 세워보아라. 그러면 전쟁이 끝난 뒤에 훨씬 더 많은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 테니까.”
타다오키는 조선에서 말 그대로 연전연패했다. 수군에 있는 와키자카를 제외하면 주요 무장 중에서 타다오키만큼 여러 번 패했던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지난 5년은 그 굴욕을 씻고자 절치부심한 시기였다.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서, 이번에야말로 조선군을 상대로 무훈을 쌓을 각오가 되어있다. 하지만 각오가 된 만큼 불만도 있었다.
“가라샤를 인질로 내놓으라고 하신 부분까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사카에 가서 만나보지도 못하게 하시는 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애처가로 유명한 타다오키다. 아케치 미츠히데의 딸인 아내 가라샤를 지키려고 기를 쓰고, 지난 조선 원정에서 전공을 세우려고 노력한 것도 아내를 위한 발언권을 얻으려고 해서였다. 그런데 모든 서국 영주들에게 인질을 바치라고 한 히데요시 때문에 그 아내가 끌려가 버렸다.
“간토 지방 영주들이 병력을 내지 않는 것도 인질을 안 잡았기 때문임이 분명합니다.”
타다오키가 다시금 불만을 토했다. 미인으로 소문난 가라샤를 빼앗긴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가볍게 넘길 수가 없었다.
“인질을 잡아두었다면 어찌 동쪽에서 병력을 보내지 않았겠습니까? 먼 곳에 있어 믿을 수 없는 자들에겐 인질을 잡지 않고, 우리 같은 가까이 있는 영주들에게만 인질을 받다니….”
호소카와 가문의 영지는 단고(丹後, 현재의 교토부 북부)다. 오사카에서는 정말 지척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1시진만 말을 달리면 가라샤가 있는 곳인데, 갈 수가 없습니다. 정말 미쳐버릴 것 같습니다. 태합 전하가 요즘 밤마다 여자를 갈아치우며 동침한다는 소문도 들었는데, 설마 제 아내한테까지 손대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잠이 오지 않습니다.”
“설마 그러기까지야 하겠느냐?”
며느리에 대한 아들의 집착은 후지타카로서도 학을 떼는 바였다. 그로서는 도저히 손을 댈 수 없는 문제라 그냥 손을 놓아 버렸다. 그와 별개로 요즘 제정신이 아닌 히데요시가 닥치는 대로 여자를 품는 건 사실이기에, 타다오키가 불안해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전하께서 불안하고 초조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요즘 좀 격하게 지내시는 건 사실이다만, 이미 내전에 측실이 가득하고 미모의 시녀들이 줄을 서 있는데 굳이 신하들의 아내들에게까지 손을 댈 이유가 있겠느냐?”
더구나 가라샤는 인질이다. 인질에게 손을 댈 만큼 멍청하다면, 히데요시는 태합의 자리에 오르지도 못했으리라.
“히데이에 공의 모친을 측실로 삼고, 무네시게 공의 처인 긴치요 님을 탐하려고 시도하지 않았습니까?”
“그야 둘 다 임자 없는 여자니까 그랬지. 히데이에 공의 모친은 남편인 나오이에 공이 죽어 과부가 되었고, 긴치요 님은 무네시게 공이 조선에서 연락이 끊기지 않았느냐? 설마 전사하지 않았다고 해도 돌아오지는 못할 테니, 역시 과부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가라샤의 남편인 타다오키는 5천 병사와 함께 여기 멀쩡하게 살아 있다. 그러니만큼 히데요시가 요즘 아무리 정신이 불안하다 해도 가라샤를 건드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안심하고, 조선군을 물리치고 네 무훈을 쌓는 데만 신경 써라. 알겠느냐?”
“예, 아버님.”
대답은 했지만 타다오키의 얼굴에서는 끝내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발정이 난 원숭이를 어떻게 믿고 소중한 아내를 맡겨 둔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