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660
2부 4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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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야스가 에도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오사카는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 있었다. 제대로 된 지원군을 보내기도 전에 규슈가 넘어가 버렸다는 것도 엄청난 충격이고,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문제도 심각한 논쟁거리였다.
“이시다 네놈이 전하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시도록 오도한 탓이다!”
격분한 가토 기요마사의 고함이 쩌렁거리며 회의실을 울렸다.
“네놈은 조선이 쳐들어오지 않을 거라면서 방어태세를 강화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 그래서 내가 영지도 내팽개치고 여기 와야 했어!”
가토가 오사카에 소환된 시기는 3월 중순이었다. 오사카에 도착하고 며칠 지나지도 않아서 조선군이 규슈를 덮쳤다. 화살처럼 달려온 원균의 보고로 오사카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가토 역시 경악했고, 곧바로 분노가 휘몰아쳤다.
“말씀을 삼가시오. 아무려면 내가 귀공을 일부러 전선에서 빼냈겠소?”
가토는 피로에 지친 히데요시가 회의에 동석하지 않은 기회를 이용해서 막말을 퍼부었다. 그런데도 미츠나리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미츠나리도 할 말은 있다. 그는 이미 한참 전부터 조선이 보복전을 포기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회만 있으면 히데요시에게 전쟁 준비를 그만두고 조선에 특사를 보내 적당히 화의를 맺자고 했다. 과도한 전쟁 준비를 일본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고니시 유키나가, 이시다 미츠나리 같은 화의파에 맞서서 가토 기요마사, 구로다 요시타카 같은 항전파는 조선군은 반드시 쳐들어온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화의파는 무리한 전쟁 준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눈앞의 실리를 강조했다. 노부나가 시절 시작된 원정 준비부터 따지면 거의 10여 년에 걸친 전쟁 준비를 드디어 끝낼 수 있는 것이다. 화의만 맺는다면 말이다.
항전파는 그렇게 단순한 주장을 내세우지 않았다. 조선의 위협도 큰일이지만, 조선이라는 적이 사라졌을 때 그동안 쌓인 온갖 불만이 폭발하면서 곧바로 재개될 내전을 더 큰 우환으로 내세웠다. 물론 그저 무훈을 얻을 싸움을 원하는 타다오키 같은 자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점점 거칠게 대립하는 양측의 주장 가운데서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 히데요시는 확실하게 방침을 정할 생각으로 항전파의 핵심인 가토를 규슈에서 불러들였다. 화의파인 고니시는 받지 못한 소환장을 보고 의기양양해서 출발한 가토였지만, 사태는 이렇게 되고 말았다.
“불러들인 건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왜 규슈로 돌아가서 조선군과 싸워야겠다는 데도 가지 못하게 하는가? 그러는 사이 규슈가 함락되지 않았느냔 말이다! 내가 새로 쌓은 성과 준비한 군량, 병기와 화약까지 몽땅 써보지도 못하고 빼앗겨버렸어!”
가토는 ‘조선군 내습’이라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규슈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미츠나리 쪽에서 반대했다. 그 근거는 역설적이게도 구로다 요시타카로부터 나왔다.
“가토 공. 조선 수군이 규슈 연안을 봉쇄하는 상황에서 귀공이 혼자 규슈에 갔다면 분명히 적에게 붙잡혔을 거요. 그리고 규슈에 내렸다 해도 구마모토에 도착하기도 전에 조선 기병이 귀공을 붙잡아 목을 쳤겠지요.”
“말도 안 되는 소리요!”
구로다 요시타카는 차분하게 가토를 설득했다. 아들 나가마사로부터 받은 정보도 더해졌다.
“모리 군을 보시오. 다섯 배나 되는 전선을 투입했으면서 적선 한 척도 부수지 못하고 간몬 해협을 돌파당했고, 해협에 있는 섬을 빼앗겼소이다. 그런 조선 수군이 있는데 어떻게 규슈에 돌아간다는 말씀이시오?”
“지금도 규슈에서 빠져나온 배가 있소!”
“나오는 것과 들어가는 건 난이도가 다르오. 나오는 배야 적선이 없는 틈을 살펴서 비교적 쉽게 감시를 통과할 수 있지만, 정보 없이 들어가는 배는 어떻게 적에게 붙잡힐지 모르오. 혹 육지에 내린다고 해도, 적이 매복하고 있다가 귀공을 붙잡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하겠소?”
요시타카가 차분하게 가토를 설득했다. 소식이 왔을 때 이미 때가 늦었었다고 말이다.
“귀공이 원하는 대로 한 달 전에 오사카를 떠났더라도 때를 맞추지는 못했을 거요. 오늘이 5월 13일인데, 간몬이 뚫린 게 4월 16일이었소. 그리고 시마즈가 배반한 이상 그전에 귀공이 구마모토에 도착했다 해도 남은 병력을 다 소집하기도 전에 당했을 거요.”
시마즈가 배반했다는 소식은 규슈에서 마지막으로 탈출한 배가 가지고 왔다. 오토모 가문에 감독관으로 파견한 미츠나리의 부하 중 하나가 다가오는 조선군을 피해 도망가다가 시마즈가 배반했음을 알았다. 그가 시코쿠를 거쳐 오사카로 와서 알렸다.
“시마즈가 배반한 이상, 규슈는 지킬 수 없소. 일단 적이 다음으로 노릴 목표가 어디일지를 생각하고 지키는 게 우선이오. 귀공은 태합 전하의 명에 따라 움직이면 되오.”
“병사도 없이 뭘 하란 말이오!”
지금 가토에게는 호위병 약간밖에 없다. 싸우려야 싸울 수가 없었다.
“전하께서 소집하신 다른 병사들을 지휘하게 될 거요. 곧 명이 있을 테니 기다리시오.”
“제기랄!”
절로 욕지거리가 나왔다. 그런 식으로 지휘권을 받더라도 명령이 제대로 먹힐 리 없으니까. 분출할 자리를 찾던 분노가 엉뚱한 쪽으로 튀었다.
“원균 그놈은 왜 아무 벌도 안 받는 거요? 자기 영지인 이키를 버리고 도망친 비겁자잖소! 우키타 히데이에 공이 보낸 서한에도 매우 의심스럽다고 되어있었단 말이오.”
“우키타 님도 증거는 없다고 했소. 현장을 보지 못한 상태로 쉽게 판단할 수는 없소.”
미츠나리가 쌀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선이 침공하지 않으리라는 자신의 예측이 빗나간 일은 이미 어쩔 수 없는 문제고, 가토가 저지르려고 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제지하는 건 기왕 터진 사고와는 별개라는 태도였다.
미츠나리는 이키에도 감독관들을 보내 두었지만, 그중에 돌아온 이는 하나도 없었다. 과연 원균이 적전도주를 했는지 안 했는지 판단할 근거가 없는 셈이다.
“나고야에 도착했을 때, 어립선은 분명 포화를 뒤집어쓴 상태였고 병사와 수부 다수도 포에 맞아 죽고 다친 상태였소. 그럼 원 공이 적과 싸워 뚫고 나왔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소. 또한, 일본에서 조선 수군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장수로서 정보를 전하러 오는 것도 당연하오.”
더불어서 지금 히데요시가 기댈 수 있는 몇 안 되는 친구이기도 하다. 미츠나리는 히데요시 앞에서 어떤 직언도 서슴지 않고 던졌지만, 원균이나 마에다 토시이에 같은 오랜 친구들과의 교분에 관한 문제만은 꺼내지 않았다.
“가토 공이 뭐라고 하건, 지금 규슈는 모리 수군이 접근하지 못할 만큼 위험해졌소. 그렇게 화를 내 봐야 구마모토에 갈 수는 없으니, 여기 오사카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일을 하시오.”
이미 4월 중에 히데요시는 히로시마 성에 있는 모리 데루모토에게 간몬 해협을 탈환하고 규슈를 구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데루모토는 전력이 부족하다면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동안 건조한 전선 300척이 있으면서도 말이다.
조선군이 오기 전에 데루모토가 이런 태도를 보였으면 당장에 오사카에서 정벌군이 출정해 모리 령을 철저히 짓밟았으리라. 이런 데루모토의 행동도 결국 동쪽에 있는 이에야스와 다를 게 없었다. 사실상 오대로 중 2명이 전쟁에서 손을 떼려고 하는 셈이다.
“그럼 조선군은 언제 온다는 거요? 어디로 오고?”
군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는 미츠나리가 다룰 수 없는 영역이다. 이번에도 요시타카가 가토의 질문을 받았다.
“적이 태합 전하를 잡으러 왔다고 외치고는 있으나, 곧바로 오사카를 공격하진 못할 거요. 제대로 기반도 다지지 않고 수도를 직격하려고 하면 어떤 꼴이 나는지, 덴쇼 18년에 우리가 아주 잘 보여줬으니까. 놈들은 주고쿠를 공격하리라 예상하오.”
“그거야 우리가 육로로 진격한 탓이지. 조선 수군이 세토우치로 들어오면 오사카로 직행할 수 있잖소.”
“적이 세토우치를 통해 오사카로 온다면, 우리 해적들이 최대한 길을 막을 거요. 정면으로 싸우면 물론 상대가 안 되겠지만, 경계가 허술해지는 밤을 골라 야습한다면 적이 어찌 함대를 쉽게 이동시키겠소?”
세토우치에는 몇 개나 되는지 세지도 못할 만큼 많은 섬과 만, 급류가 있다. 처음 찾아오는 조선 수군이 그 복잡한 물길을 파악할 수 있을 리가 없고, 그사이를 귀신처럼 오가는 해적의 습격을 막아낼 수도 없으리라.
“하지만 수오우, 나가토(둘 다 현재의 야마구치) 쪽으로 상륙하면 항해할 거리가 짧아 우리 해적들이 손댈 수 없소. 그리고 조선 본국에서 지원하기도 편하고. 하지만 대신 주고쿠 지방 특유의 험한 산세와 마주쳐야 하지. 수많은 성채와 요새가 놈들을 가로막을 거요.”
주고쿠에 수십만 대군이 일시에 진격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조선군은 좁은 도로를 이용해서 힘겹게 움직이며 힘든 싸움을 치르게 될 것이다. 모리 군도 규슈로 출정하기는 꺼리지만 자기 땅에 쳐들어온 조선군과의 전투까지 회피하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나는 한 가지 걱정스러운 일이 있소. 모리 군이 적에게 넘어가면 어쩔 거요?”
가토가 인상을 찌푸렸다. 모리는 노부나가와 히데요시에게 맞서서 제법 오래 항복하지 않고 버틴 강적이었다. 더구나 아시카가 요시아키를 쇼군으로 받들면서 지지한 마지막 세력이기도 하다.
“자기 영지를 전쟁터로 만들지 않으려고, 조선군을 그냥 통과시킨다면? 모리 군이 원정에서 주력을 차지하긴 했으나, 조선 국왕의 분노를 전하께 돌리고 자신은 빠져나가려고 획책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소. 인질로 와 있는 숙모의 목숨 따위는 분명 안중에도 없을 거요.”
영주들이 보낸 인질들은 오사카성 혼마루 안에 모여 있다. 절대로 탈출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행해진 조치다. 적어도 오사카에 있는 자기 가문 저택에 머물게 해달라는 청이 줄을 이었지만, 히데요시는 단 하나의 예외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하기를 바라시오?”
“정말 조선군이 주고쿠로 온다고 예상하면, 모리 군에 방어를 전담시킬 게 아니라 이쪽에서 지원군을 보내야 하오. 아니, 명목상은 지원군이지만 실제로는 모리 데루모토 공이 배반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병력을 말이오.”
가토 기요마사의 요구를 들은 장수들은 그럴듯한 이야기라고 했다. 동쪽에 있는 이에야스도 의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참인데 모리까지 빠져나가게 만들 수는 없었다.
“알겠소. 태합 전하께 아뢰어 결정하시라고 청하리다.”
구로다 요시타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은 별로 밝지 않았다.
– 7 –
“전하, 이제라도 화친을 맺으십시오.”
원균은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히데요시 앞에 꿇어앉아서 간곡하게 빌었다. 다행히 적을 맞아 싸우지 않고 도망쳤다는 혐의는 벗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 있으면 분명히 죽는다. 이순신이 수군을 끌고 오사카로 올 테니까.
원균은 이순신이 오사카까지 오고야 말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순신의 능력과 성격을 보건대 오지 않을 리는 절대로 없었다. 임금이 명령만 내리면 조선 수군이 보유한 전 전선을 끌고 달려올 것이다. 단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말이다.
“전하, 가토 공의 주장을 받아들이시면 안 됩니다. 조선 수군은 분명 주고쿠나 시코쿠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그대로 배를 몰아 오사카로 올 겁니다. 일본 수군은 조선 수군을 당해낼 수 없고, 우리는 오사카에 상륙한 조선군과 결전을 벌이게 되겠지요.”
“그래서, 우리가 진단 말인가?”
히데요시가 충혈된 눈으로 원균을 노려보았다. 이런 불쾌한 소리나 하려고 아침부터 자신을 찾아왔단 말인가?
조선군이 규슈를 침공한 이래, 히데요시는 미칠 것만 같은 긴장감을 여색으로 풀었다. 매일 밤, 측실이나 시녀 중 눈에 띄는 이를 아무나 한 명 골라잡아 침실로 들인 다음 밤새도록 그 몸을 탐했다. 그러고 난 뒤에야 잠시나마 잠을 잘 수 있었다.
한 달째 그렇게 생활하다 보니 눈에는 핏발이 서고 얼굴은 핼쑥해졌다. 센 리큐가 다도로 히데요시를 진정시키려고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 히데요시는 매일 발작적으로 여자를 품는 행동을 그치지 않았다. 그러다 어젯밤에는 절대 손을 대서는 안 되는 상대까지 건드렸다.
어스름 속에 혼마루를 걷던 히데요시의 눈에 지나가던 미녀 하나가 보였다. 인질 중 하나가 분명했지만 지금 히데요시는 그런 걸 구분할 상태가 아니었다. 누구냐고 묻고 확인하는 절차 따위는 생략하고, 곧바로 뒤따르던 시종들을 시켜 붙잡아서는 자기 침실로 데려갔다.
그리고 보름달이 떠서 질 때까지, 밤새도록 육욕을 채웠다.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는 거세게 반항했지만 그래 봐야 여자였다. 아무리 히데요시가 체구가 작고 나이도 들었다지만, 가녀린 여자 하나쯤 제압하는 건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외치는 말 따위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상대와의 일이라서인지 아주 색다른 쾌감이 있었다. 밤새도록 격하게 치른 정사를 끝낸 건 아침 햇빛이 창문으로 비칠 때가 되어서였다. 평소대로라면 밤새 탐했던 부드러운 여체를 안고 잠깐이라도 눈을 붙였을 텐데, 원균이 찾아오는 바람에 쉬지 못했다.
“조선과 이순신에 대한 그대의 말은 믿는다. 하지만 구로다가 말했듯이 만약에 조선 수군이 세토우치를 통해 온다면 구루지마 해적 잔여세력을 비롯한 우리 수군이 밤낮으로 적을 괴롭혀 양도(糧道)를 끊을 거고, 그러면 적은 굶게 될 거다. 더 잘된 일이 아니냐?”
히데요시는 기분이 좋지 않은 김에 계속 쏘아붙였다.
“너는 이순신이 형편없는 장수라고 했었지. 하지만 실제로 싸워보니 이순신은 무서울 만큼 견실한 장수였다. 그런 견실한 장수가 세토우치를 관통하는, 그런 위험부담이 큰 경로를 택할 리가 없다. 분명 모리 령을 통과할 거다.”
“그러다가 저들이 수로를 거쳐 오사카로 직행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경보가 오겠지. 그 뒤에 모리를 지원하러 나간 병력을 불러들여도 늦지 않다. 그리고 동국 지방에서도 그때까지는 원군을 보낼 거다.”
히데요시는 이에야스를 비롯한 동국 지방 영주들이 자신을 떠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올 거라고, 잠시 준비가 늦어질 뿐이라고 되뇌고 또 되뇌었다. 전쟁 준비 때문에 계속해 부하 영주들을 쥐어짜기는 했지만, 그건 다 외침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었는가 하고 말이다.
“제 생각에는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부탁드리건대 제발 화의를 맺으십시오.”
“화의? 이미 조선이 쳐들어왔는데 무슨 화의를 말이냐? 이젠 네 목을 내준다고 해도 조선 국왕은 병사를 물리지 않을 텐데?”
원균은 상감이 화의의 전제조건으로 자신의 수급을 요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히데요시가 그 요구를 받아들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한동안 술독에 더 깊숙이 빠져들기도 했다. 하지만 의심했던 자신이 부끄럽게도 히데요시는 원균을 팔아넘기지 않았다.
“전하께서 저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셨음을 알기에 이리 진언하는 바입니다. 규슈를 포기해서라도 지금 화의를 맺으심이 옳습니다. 조선 수군이, 이순신이 여기까지 오면 오사카 전체가 불바다가 되고 전하께서도 위험에 처하십니다. 제발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닥쳐라! 이순신은 분명히 주고쿠로 오리라고 내가 언명하지 않았느냐? 이순신이 오사카로 직행할 만큼 어리석을 리 없다! 그리고 이키 정도라면 모를까, 규슈를 내주라고? 미쳤느냐?”
규슈를 조선왕에게 넘겨주는 협상을 하고도 히데요시가 권좌를 유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당장에 일본 전역에서 반역의 깃발이 오르리라. 직접 거느린 신하들조차도 그 조치에 따르지 않고 반기를 들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 부닥치느니 이순신과 칼을 들고 싸우다 죽는 편이 나았다. 히데요시가 원균을 향해 단호하게 화의는 없다고 소리치려는데, 갑자기 시종들의 고함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불이야! 태합 전하의 침실에 불이 났다!”
히데요시도, 원균도 깜짝 놀랐다. 갑자기 웬 불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