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665
2부 443화
– 1 –
적이 바다를 건너올 때 가장 좋은 방책은 이쪽에서 준비한 수군을 내보내서 적선이 해안에 다가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고, 그다음은 보루를 쌓아 지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대책이 모두 실행하기 어려울 때 시도할 수 있는 세 번째 해결책이 복병을 두는 것이다.
사실 바다를 건너온 군대가 가장 약한 시점은 바로 배에서 금방 내렸을 때다. 제대로 싸울 준비를 마치지도 못했고, 다시 배에 올라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상태도 아니다. 매복한 병력이 이런 때를 노려서 치고 나가면, 적은 혼란에 빠지고 상륙도 실패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지금 해안선에는 전혀 싸움이 벌어질 기미가 없었다. 수천이나 되는 말과 사람이 이 바닷가를 꽉 메우고 있건만, 왜군은 아군의 상륙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앞바다를 지키다가 도망간 왜 소선 여섯 척이 있었을 뿐이었다.
“우리 함대가 보이는 위용에 적이 겁을 먹은 게 분명합니다.”
“잘된 일일세.”
참모장 이시언의 발언에 이순신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지금 야별기(野別騎) 소속 야인 기병 1만 기가 상륙하는 우베(宇部, 우부) 앞바다에는 말과 사람을 수송하는 조운선 외에 전선만 70척이 모여서 육지 쪽으로 포구를 겨누고 있다. 내해 쪽을 경계하는 선단 30척은 별도다.
“노야, 모리가 항복하리라고 보시옵니까? 아니면 이곳 해안에서만 잠시 물러났을 뿐 내륙에 진을 치고 계속 맞서리라고 보시는지요.”
이 지역은 조선으로 넘어올 듯 아닐 듯 애매한 태도를 보였던 모리 씨의 영지다. 모리 씨는 자기들이 먼저 조선으로 밀사를 파견해서 원정이 시작되면 내응하겠다고 제안했었지만, 정작 밀사가 답을 가지고 돌아간 뒤에는 아무 답신도 보내지 않았다.
질문한 양호도 그 사정은 알고 있다. 이순신이 차분히 대답했다.
“전하께서는 정말로 내응하면 관대히 처분하겠다는 답을 내리셨으나 왜추(倭酋) 놈은 아무 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연유는 알 수 없으나, 투항하겠다는 뜻을 드러내 표하지 않았으니 적으로 대할 따름이지요.”
이순신은 명나라 도독 벼슬을 정식으로 받았으면서도 명나라 장수들에게 하대하지 않았다. 양호는 물론이고 이여백에게조차 대인이라고 부르면서 계속 존대를 했다. 기겁한 양호가 펄쩍 뛰었지만,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그 이하 장수들도 아랫사람처럼 함부로 다루지 않았다.
물론 이순신의 태도와 상관없이 이여백 이하 명군 장졸 전원은 이순신을 극존칭으로 부르며 벌벌 떨었다. 이순신이 받은 품계도 품계인 데다가, 상관인 경리 양호가 이순신에게 무례하게 구는 자는 살려두지 않겠다는 기세로 이순신 옆에 바짝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들어온 첩보를 종합하면, 모리 씨는 지난 2달 동안 계속 군사를 소집하고 병선을 정비하며 싸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들이 우리가 아니라 수길과 싸우기 위해 군사를 소집했을 수도 있겠으나, 연락이 없으니 적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모리와 수길을 이간시키려는 계획은 이미 실행에 들어갔다. 부원수 권율의 사위이기도 한 체찰사 이항복은 보름 전부터 하카타 왜인들을 시켜서 모리가 이미 조선으로 편을 바꿨다는 소문을 일본 전역에 퍼뜨리게 했다.
과연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모리를 난처한 처지로 몰았을 것은 분명하다. 참모장 이시언이 옆에서 거들었다.
“소조천이 진술하기를, 자기 생질인 모리휘원(모리 데루모토)은 본래 우유부단하여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하였습니다. 날랜 야인 기병 1만 기가 자기 영토를 휩쓸면 혼란에 빠져 아무 일도 하지 못할 것이니, 곧장 전열에서 빠져나가게 할 수 있습니다.”
‘소조천’은 다카사키 산성에서 투항한 고바야카와 다카카게(小早川隆景)를 가리킨다. 이자를 비롯해 그동안 사로잡은 왜장들은 지금 하카타에 모아두었다. 이항복이 직접 신문하여 뽑아낼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뽑아내는 중이다.
상감께서는 포로로 잡은 모든 왜장을 곧바로 죽이지 말고 잘 가둬두라고만 하셨다. 원정을 완전히 마무리한 뒤에 처우를 결정하시겠다는 밀지가 있었다. 물론 탈출이나 반항을 시도할 때는 죽여도 좋다는 단서가 붙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포로가 된 당사자들에게는 이런 운명이 통지되지 않았다. 붙잡힌 왜장들은 조선군이 자신들을 바로 죽이지 않음을 보고, 살아날 길이 열렸다고 여겼는지 제법 양순하게 굴고 있었다. 이쪽에서 건네는 질문에도 순순히 답하는 편이었다.
“모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놈을 붙잡기 전에는 알 수 없겠지요. 아, 정 선전관이 왔습니다, 대감.”
사후선에 타고 온 정여립이 줄사다리를 타고 좌선 옆구리를 기어 올라왔다. 임금의 명령을 받아 또 여진족 부대를 담당하는 감관 노릇을 하게 되었다.
“가기 전에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대감.”
“잘 다녀오게. 매번 전란 때마다 야인군 감관 노릇을 하느라 고생이 많군.”
정여립은 본래 무관이 아니었다. 하지만 과거의 안 좋은 일…때문에 본의 아니게 북방에서 군무에 종사한 이래, 붓보다는 활을 더 많이 잡게 되었다. 지난 5년 동안은 선전관으로 임금 곁에 있으면서 잠시 군무를 놓았지만, 동정이 시작되자 또 끌려 나오는 처지가 되었다.
이순신도 북방에서 정여립을 만났었다. 그가 야인들에게 인망을 얻고 그들을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야인들을 잘 알고 있으면서 고삐를 잡을 수 있는 장수로 자네만 한 사람이 중앙에 없으니 어쩔 수 없지. 부디 몸조심하고, 무사히 돌아오게.”
“감사합니다, 대감.”
정여립은 북방에 귀양 가 있는 동안 야인들의 말과 풍습을 익혔고, 수천에 이르는 야인들을 지휘해서 싸움에 임하기도 했다. 지금 북방을 지키고 있는 현직 장수들도 정여립만큼 야인을 잘 다루지 못하는 이들이 많을 정도다.
“제 임무는 본주(혼슈)를 휩쓸어 적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입니다. 흩어져서 움직여야 하는 야인들의 희생이 크겠지만, 각오하고 있습니다.”
야인 기병들은 각자 열흘 동안 먹을 분량의 건량과 화살 60개 이외에는 아무것도 소지하지 않았다. 그 뒤에 필요한 모든 물자는 왜인들을 노략질하여 조달하도록 계획했기 때문이다.
여건이 이렇다 보니 진중에서는 이 야인들을 가리켜 왜국을 노략질하러 왔다고 해서 노왜군(擄倭軍)이라는 별칭으로 부를 정도였다. 다만 이순신은 이런 도적 떼를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휘하 군사들을 부르기를 원하지 않아서, 정식 명칭인 야별기로 쭉 불렀다.
“무리해서 교전하지는 말게. 야별기는 최대한 오래 모리 령을 횡행하여 저들이 수길을 돕지 못하게 하는 한편으로, 언도(히코시마)와 선도(후나시마)도 건드리지 못하게 해야 하니까.”
“예, 대감. 물론입니다.”
아마 남쪽에서도 여기와 같은 광경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쪽에서는 시마즈 군이 조선 측이 제공한 선박을 타고 시코쿠에 상륙하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총지휘는 과거 조선 침공에 나섰던 당주의 동생 시마즈 요시히로가 맡는다고 했다. 경인년의 사죄라면서 말이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대감께서도 건강하시옵소서.”
“그래, 싸움이 끝나고 다시 만나세.”
이순신은 멀어져가는 사후선을 보며 야별기의 안위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정여립은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임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니만큼, 아마 야인 중 9천 명을 잃더라도 자신은 멀쩡하게 살아서 돌아오리라.
– 2 –
“포를 쏘아라!”
이억기가 호령하자 기라졸이 신호기를 흔들었다. 곧 연기와 불꽃이 왜군 포대를 휩쓸었다. 해안으로 다가오는 조선 전선들을 막으려고 세운 포대는 별로 견고하지 못해서, 18근 포에서 쏜 철환에 명중하자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이전부터 있던 게 아니고, 지난 한 달 동안 부랴부랴 세운 듯합니다. 그러니 겨우 철환 한 방을 맞았다고 저렇게 내려앉고 있겠지요.”
이요(伊予, 현재의 에히메 현)라고 하는 이 지역은 시코쿠를 넷으로 나눴을 때 북서쪽 ¼에 해당하는 구역이다. 세토우치에 들어갔다가 혹 사고를 당할까 두려워한 조선 수군은 지난 5년 동안 이쪽 지역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당연히 그동안에는 왜군도 방비를 중시하지 않았다.
“왜군 포대가 모두 무너졌습니다!”
이억기가 직접 천리경을 들어 적진을 살펴보니, 3개 있던 포대는 모두 무너져 연기를 뿜고 있었다. 몇 문 있던 작은 화포는 모조리 발포를 멈췄고, 두 다리가 아직 성한 왜병들이 앞을 다투어 도망치는 모습도 보였다.
“후진에 있는 조운선들에게 신호를 보내라.”
전진을 명하는 신호기가 나부꼈다. 시마즈 군 병력 4천을 태우고 후방에서 대기하던 조선 조운선들이 일제히 해안을 향했다. 이억기가 그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도왜병이나 항왜병도 아니고, 진짜 왜병을 우리 배에 태워서 함께 싸우는 날이 올 줄이야.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일이로군.”
아직 3천 명이 규슈에 남아서 배를 기다리고 있다. 7천 명을 한 번에 나를 만큼 많은 배를 이쪽으로 돌리지는 않은 탓이다. 나머지 인원은 시마즈가 직접 나르기로 했다.
“이곳 영주 이름이 호전승성(?田勝成, 토다 카츠시게)이라고 하였던가? 그자는 단밀현에서 부원수께 죽은 호전승륭의 아들인가?”
‘호전승륭’은 왜군 별동대를 끌고 대구를 우회해서 상주를 공격하려다가 권율과 황진에게 걸려 전사한 토다 카츠타카(戶田勝隆)를 말한다.
“아닙니다. 동생이라 합니다.”
“흠, 좌군장이 이쪽으로 왔으면 형제를 사이좋게 만나게 해줄 수 있었을 텐데.”
시마즈 군은 이요 지방을 점거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른 세 지방에 있는 왜군을 견제하면서 저들이 시코쿠를 떠나 히데요시를 지원할 수 없게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시코쿠에서 적이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2만 명가량이라 하니, 7천이면 저들을 붙들어놓는 데는 충분하다.
“모자라면 저들이 알아서 추가로 동원하겠지요.”
“그러겠지.”
수군은 그동안 나포해서 사용하던 왜선 40여 척을 시마즈에게 넘겨주었다. 시코쿠로 넘어간 원정군에게 계속 치중과 보충병력을 보내야 하는데, 조선 측에서 계속 그 뒤치다꺼리를 해줄 수는 없는 탓이다. 그 배들은 지금 열심히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신호가 올랐습니다!”
토다 군이 세운 보루를 점거한 시마즈 측 왜병들이 펄쩍펄쩍 뛰며 환호하는 모습이 보였다. 조선 수군이 다 제압해 놓은 보루에 걸어 들어갔을 뿐이지만, 그래도 승리는 승리라고 기쁜 모양이었다.
“그래, 지금 실컷 웃어 둬라. 네놈들에게는 앞으로 고생문이 열렸으니.”
시마즈 군은 이제 바다 건너 땅에서 3배나 되는 적을 상대로 싸우면서 버텨야 한다. 조선에 직접 쳐들어왔던 놈들은 아니고 지금은 한편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왜병이다. 놈들이 얼마나 고생하든, 안타깝게 여길 이유는 절대로 없다.
“왜 수군은 아직 나타날 조짐이 없나?”
“사국 서쪽 해안에는 적선이 없습니다. 남은 적선들은 모두 사국 북쪽에 있는 듯합니다.”
조선 수군이 세토우치를 이용해 기동할 예정임은 이제 왜적도 알아챘으리라. 저들도 장님이 아닌 이상 후나이 일대에 집결한 대병력과 함대를 파악했을 것이고, 움직일 방향도 예측했을 것이다.
“놈들이 전선을 모아 치고 나올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니, 우리는 어서 부내(후나이)로 물러나 수전을 준비하자. 도원수께서도 오실 테니 그 전에 정리를 마쳐두어야 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규슈에서 오사카까지 직행할 수는 없다. 세토우치를 통해 진격하면서 도중 경로에 있는 섬이나 포구 몇 개 정도는 장악해서 중계지로 삼아야 한다.
주고쿠로 간 야별기, 시코쿠로 간 시마즈 군의 역할 중 하나가 바로 이거다. 조선군이 이런 요지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도록 육지 쪽에서 왜적들의 주의를 돌리는 일 말이다.
“예, 조방장 나리.”
이억기가 부하 장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동안에 해변에서는 시마즈 군이 병사들과 물자를 바쁘게 양륙하고 있었다. 저만치 떨어진 해변에서는 시마즈 요시히로의 군기가 배에서 내리는 모습도 보였다.
– 3 –
“조선 수군이 분산되고, 육군을 상륙시키는데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일부라도 쳐야 하오.”
간몬에서 도망쳐 들어온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가토 요시아키를 상대로 열변을 토했다. 간몬 해협을 지키지 못하고 도망쳤다고 해서 히데요시에게 엄청난 힐난을 당했지만, 영지를 빼앗겨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지는 않았다. 히데요시에게도 그럴 여유가 없었다.
“지금 우리 손에 있는 전선만 70척이오. 어제 토다 공에게 받은 연락에 따르면 야와타하마(八幡浜) 일대에 나타난 조선 전선은 20척 정도밖에 되지 않았소. 나머지는 모두 병사와 짐을 실은 짐배였다 하니, 싸울 능력이 없을 거요.”
“하지만 덴쇼 18년의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70척으로 20척과 싸워도 우리가 패할 거요.”
요시아키는 조선에 육군으로 종군했다. 하지만 일본 수군이 얼마나 힘겹게 조선군과 싸웠나 하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모리 수군에 지원을 청합시다. 그 뒤에 싸우는 게 좋겠소.”
모리 수군은 아직 전선 2백 척을 가지고 있다. 간몬 해협이 적의 손에 들어가 봉쇄되었고, 싸움에서 상당한 배를 잃은 데다 간몬 바깥에 있는 배들을 가져올 수도 없게 되었다. 그래도 남은 전선 규모만으로도 상당하다. 히로시마에 몽땅 처박혀 있기는 하지만.
“모리 수군을 불러오는 사이에 적이 집결하고 말 거요. 그럼 모리 수군을 불러와도 소용이 없소! 적이 집결하기 전에 먼저 공격해서 일부라도 격파해야 하오.”
와키자카가 지도를 짚으면서 설명했다.
“조선 수군 주력은 지금 부젠 쪽에 있고, 나머지는 분고, 후나이 일대에 모여 있소. 그리고 일부 함선만 야와타하마에 와 있단 말이오. 부젠과 분고에 있는 적 주력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용히 사다 갑을 돌아 야와타하마를 기습하면, 그 소함대는 쉽게 격파할 수 있을 거요.”
적은 시코쿠 서부에 일본 수군이 없다는 것을 알고 방심하고 있을 것이다. 확실히 기습에 성공할 수 있다고 와키자카는 자신감을 표했다.
“이순신은 분명 부젠 쪽에 있을 거요. 이순신만 없다면, 다른 조선 장수들은 분명히 그만큼 싸우지 못하오. 전라도에서도 이순신이 오기 전에는 저들은 툭하면 물러났었소.”
와키자카가 그 광경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 원정 초기 전라도 해역에서는 일본 수군이 밀어붙이면 조선 수군이 분명히 꽁무니를 뺐다고 했다.
“야와타하마 기습에 성공했다 치고, 후나이에 있는 조선 수군이 출격하면 우리는 돌아올 수 없게 되오만….”
이요 국의 서쪽 절반이 토다 카츠시게의 영지, 동쪽 절반은 가토 요시아키의 영지다. 길게 튀어나온 사다 갑 때문에, 일단 건너가면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배를 버리고 육지에 오르면 되잖소? 아니면 남쪽으로 내려가서 피하면 되고. 저들도 우리 뒤를 쫓겠다고 너무 내려오지는 못할 거요. 모리 수군을 경계해야 할 테니까.”
남쪽으로 내려가면 초소카베 모토치카의 영토가 나온다. 오매불망 시코쿠 통일을 꿈꿨지만, 아직껏 이루지 못한 야심가다.
“초소카베 공은 조금 불안한데…시마즈가 배반한 것처럼, 초소카베 공도 시코쿠를 가지려는 속셈으로 배반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소. 그동안 얌전했던 것도, 조선 원정에서 손실을 크게 낸 탓이었으니 말이오.”
초소카베 모토치카는 그동안 히데요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충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로 옆에서 그 모습을 본 요시아키는 그 충성이 진심이 아니라 그저 세력을 회복할 시간을 벌기 위한 술책이라고 보았지만 말이다.
“초소카베 군 역시 조선을 휩쓸었는데 무슨 배반이란 말이오. 시마즈가 무슨 수작을 부려서 놈들과 손을 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초소카베 역시 조선군에겐 적이오.”
와키자카가 단언했다. 요시아키는 미심쩍었지만 결국 와키자카를 따르기로 했다. 두 사람은 모두 히데요시를 어려서부터 받든 시동 출신이고, 주군인 히데요시를 위해 충성을 다할 뜻이 있었다. 외적이 쳐들어왔는데 어떻게 혼자 살아날 궁리만 하겠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