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678
2부 45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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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수군이 일제히 공격을 개시했다. 기탄 해협을 지키던 함대는 이번에도 조선 남만선이 쏘아대는 맹렬한 포화를 뒤집어쓰고 묵사발이 났다. 뒤에서 대기하던 예비함대가 급보를 받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남하하는 도중에 스모토 성에서 쾌속선이 달려왔다.
“뭐? 조선군이 아와지시마에 상륙했다고?”
조선 수군 전선 수십 척이 아와지시마 서쪽 해안을 공격했고 병사 수천 명을 상륙시켜 내륙 방향으로 쳐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은 함대를 직접 지휘해서 기탄 해협을 지원하러 가던 구키 요시타카를 멈춰 세우기에 충분했다. 잠시 망설이던 구키가 결단을 내렸다.
“오사카로 돌아간다.”
구키가 직접 지휘하던 전선 350척이 그대로 뱃머리를 돌렸다. 기탄 해협 방어는 아와지시마 및 아카시 해협 등 주변 전체를 막을 때 의미가 있는 것, 아와지시마가 함락되고 북쪽 수로가 조선군에게 넘어간다면 기탄 해협을 지켜내도 아무 의미가 없다. 양면에서 공격받을 뿐이다.
“기탄 해협을 지키던 100척이 이제 또 줄겠습니다.”
“어쩔 수 없지.”
지금 일본 수군 전선 수는 7백여 척, 그나마 그중에 50여 척은 부서진 배를 수선한 것이다. 지난 엿새 동안 상실한 배만 100척이 넘어서, 순수하게 줄어든 전선 수효가 50척이다.
적은 기탄 해협을 돌파하더라도 지금 당장 오사카로 진격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와지시마를 양쪽에서 공격하기 위해 스모토 성으로 향하리라. 그동안 구키가 할 일은 남은 전선 600척을 전부 철저히 정비하여 조선군과 결전을 벌일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이다.
“조선군이 아와지시마에 상륙한다면 와키자카 군은 오래 버틸 수 없다. 그럼 조선군이 북쪽 아카시 해협으로 들이닥칠 테고, 당장 후퇴하지 않으면 오사카로 돌아가는 길까지 끊길지도 모른다. 어서 물러나라.”
“기탄 해협을 지키고 있는 호리우치 군은 정말 버리는 겁니까?”
호리우치 우지요시(堀?氏善)는 키이 출신의 호족이다. 옛날부터 이름 높은 구마노 수군을 거느린 우두머리기도 하다. 하지만 그 본인이 최근까지 쌓아 올린 실적 면에서는 요시타카만 못했고, 그 탓에 이제껏 별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요시타카의 밑에 있다.
“어쩔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아카시 해협을 통과한 적이 우리 배후에 나타나면 끝장이다.”
오사카로 돌아가면 적어도 적에게 포위는 당하지 않는다. 그것만 해도 어딘가. 게다가 지금 호리우치와 합류한다고 해서 확실한 승산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제까지와는 사정이 다르다. 우리가 응원하러 가 봐야, 그저 함께 죽을 뿐이다. 그보다는 일단 물러나서 상황을 확실히 파악한 뒤에 움직이는 편이 낫다.”
생각 같아서야 당장 동쪽 시마에 있는 자신의 영지로 도망쳐 숨고 싶지만, 도망치는 것도 때를 잘 맞춰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지금은 포위를 뚫고 도망치기에 적절한 때가 아니었다. 차라리 조선 수군이 전부 오사카만 안으로 들어온 뒤가 도리어 적절한 때일 수도 있다.
“빠른 배 한 척만 호리우치 군을 찾으러 보내라. 만약에 생존자가 있으면 오사카로 보내고, 없으면 그냥 돌아오도록.”
구키에게는 히데요시에 대한 충성심 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 어차피 둘 다 노부나가 휘하 무장 중 하나였고, 그나마 히데요시는 흔해 빠진 육군 장수 중 하나일 뿐이었다.
자존심 강한 구키가 순전히 운이 좋아서 천하인이 된 자에게 허리를 굽히고, 마음속 생각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는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그런 나날도 이제 길게 남지 않은 듯했다.
– 11 –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병사들이 바닷가에 쭉 늘어서서 배가 출항하지 못하게 막았다. 상선이 드나들지 못한 지야 이미 오래지만, 앞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어선조차 바다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모습을 본 오사카 주민들은 수군거리며 불안함을 표시했다.
다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하지만 바깥 사정을 자세히는 모르다 보니, 전황이 정확히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는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물론 잠시 후에는 주민들도 사정을 알게 되겠지만, 지금은 오사카성 안에서만 태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래서 구마노 수군을 버리고 왔다고?!”
“전하께서 나무라신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자칫 남은 수군이 분산된 채로 공격받아 괴멸당하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히데요시가 의혹에 찬 눈길을 보냈다.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구키 요시타카는 적극적으로 조선 수군과 전투에 나선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덴쇼 18년에 묵사발이 나도록 패했던 일이야 이미 과거가 되었고, 여건이 어쨌건 싸우긴 싸워야 하는데 몸만 사리고 있지 않은가.
그래, 남만선 하나 고용하지 못하고 화선(和船, 일본식 배)만 가지고 싸우게 만든 게 분명히 수군에 부담을 주었을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서양인들 스스로가 일본에 고용되지 않으려고 하는데 어쩌란 말인가?
노부나가가 고용했던 서양인들은 조선 원정에서 사실상 전멸했다. 거액을 들여서 용선했던 남만선들은 모조리 격침되거나 나포되었고, 선원들은 죽었거나 조선 편으로 넘어갔다. 별도로 고용한 용병들도 육전에서 거의 죽거나 사로잡혔다. 가져온 남만포도 모두 잃었다.
아무리 돈만 치르면 구할 수 있는 게 용병이라지만, 용병들도 ‘살아서 돈을 벌 수 있을 때’ 계약을 맺는다. 덴쇼 18년의 전쟁에서 일본 편을 든 남만인들이 맞은 운명에 대해서는 조선을 드나드는 남만 상인들을 통해 신속하게 남방에 소식이 퍼졌다.
히데요시가 고니시를 통해서 은밀히 남만인들을 고용하려고 했을 때, 아무도 응하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 있었다. 세월이 좀 더 지났다면 그 충격으로 인한 기억도 희미해졌으련만, 겨우 5년으로는 저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았다. 화포 기술자 몇 명 고용하는 과정도 힘들었다.
“하지만 철수 명령은 내렸습니다. 지금은 잔존병력이 돌아오고 있을 것입니다.”
히데요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속이 부글거렸지만, 마지막 남은 유력한 수군 장수를 근거도 없이 다그칠 수는 없었다.
“전하. 아와지시마를 지키는 와키자카 군은 오래 버티지 못할 겁니다. 적은 우리 예상대로 아와지시마를 거점으로 삼아 오사카를 공략하려들 테니, 방어를 강화해야 합니다.”
와키자카로부터는 구원을 요청하는 편지가 와 있다. 하지만 히데요시 앞에서 와키자카에게 원군을 보내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바다를 건너는 도중에 조선 수군을 만나게 될까 봐 다들 두려운 것이다.
“그래. 요시타카 네 제안대로 와키자카에게 원군을 보내지 않기를 잘한 것 같다. 지원군을 미리 보냈다고 해도, 분명히 섬에 고립된 뒤에 전멸했을 거다. 이에야스 놈이 더 일찍 군대를 보냈다면 몰라도!”
억누르고 있던 히데요시의 분노가 또 한 번 폭발했다. 이에야스는 이제야 본대를 거느리고 에도를 출발했다. 지금 나고야를 목표로 느릿하게나마 움직이는 중이다.
출병이 늦어진 이유는 동국 전체 병력 8만 명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왔다는 건데, 이 변명은 그동안 참고 또 참으면서 이에야스가 오기를 기다리던 히데요시가 결정적으로 화를 내도록 만들었다.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군일수록 많은 준비가 필요해서 이동시키기가 어렵고, 가능하면 소규모로 움직이는 편이 행군로 확보나 군량 조달에 유리하다는 건 상식이다. 그런데도 굳이 8만 명이 모두 모이기를 기다려서 한 번에 움직이다니!”
각자 사정이 다른 여러 영주가 병력을 내는데, 날짜를 맞추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더구나 당장 전투를 할 것도 아니니만큼 병력이 준비되는 대로 각기 출발시켜 오사카에서 집결하면 된다. 그런데 굳이 도쿠가와 령에 집결시켜 한꺼번에 움직인다는 거다.
“그 너구리 놈은 조선군과 싸울 생각이 있기는 한 거냐? 혹시 이미 내통한 건 아니냐?”
“태합 전하, 상식적으로 생각하시옵소서. 에도는 오사카보다 한참 동쪽에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재주로 도쿠가와 공이 조선 국왕과 내통하겠습니까?”
이번에도 마에다 토시이에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히데요시를 말렸다. 토시이에가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히데요시는 골백번도 더 혼절했을 것이다. 신하들 모두 불안한 표정으로 히데요시를 주시했다. 마에다의 위로로 다소 분노를 누그러뜨리나 싶던 히데요시가 또 폭발했다.
“그놈은 너구리가 아니라 돼지야! 엉덩이가 무거운 에도의 돼지! 느려 터진 멍청이!”
선발대로 출발한 혼다 타다카츠라도 먼저 오사카에 들어왔다면 히데요시가 지금처럼 분노를 터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타다카츠는 기껏 본대보다 먼저 나고야에 도착해 놓고서는 거기서 더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리 오사카로 오라고 독촉해도 소용이 없었다.
“동국 최고의 무장이면 무엇을 하는가! 무사라면 제 주군의 명을 따르는 게 기본이라지만, 결국 우리를 도와 조선군과 싸우러 온 게 아닌가! 그런데 돕기 위해서 왔다는 자가, 근처까지 와 놓고서는 꼼짝도 하지 않다니!”
벌써 몇 번째 터뜨리는 분노다. 자기가 그토록 칭찬했던 용맹하고 충직한 장수, ‘서국에서 제일가는 무장’이라고 찬탄을 보냈던 상대인 타치바나 무네시게가 조선군에 있는 것을 알고서 느낀 배신감이 이제 ‘동국 제일의 무장’에게도 옮겨간 모양이다.
“전하. 저는 혹시 도쿠가와 공이 뭔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의심스럽습니다. 이 기회를 이용해서…혹시….”
히데요시의 눈꼬리가 확 치켜 올라갔다. 벼락이 떨어지기 전에 구로다 요시타카가 다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아니, 아닙니다. 저는 도쿠가와 공이 이 ‘기회’를 이용해서 반기를 들려고 한다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아무려면 도쿠가와 공도 전하를 받드는 신하인데, 외적과 내통하여 권좌를 노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뭔가?”
히데요시뿐 아니라 다른 무장들의 시선도 일제히 요시타카를 향했다. 사실 가토 기요마사를 비롯한 몇몇 무장들, 심지어 아들인 나가마사까지 아와지시마에 1만 명 정도는 원군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음에도 이를 반대해서 무산시킨 주역이 구로다 요시타카였기 때문이다.
요시타카의 반대 이유는 언제 조선군이 오사카 만에 진입할지 모르는데 한가하게 병력이나 실어나르고 있을 수 없다는 데 있었다. 북쪽 수로든 남쪽 수로든, 어느 한쪽으로 조선 수군이 침입하면 수송선에 타고 가던 병사들은 떼죽음을 당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수군 총대장인 구키 요시타카 역시 구로다와 함께 반대했다. 전력으로 수전에 임해도 이길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데 병력이나 수송하고 있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히데요시는 와키자카의 병력 지원 요청을 각하했다. 사실, 원군을 보내자던 이들 중 누구 하나도 자기가 가려고는 하지 않고 다른 이를 보내려고만 했던 것도 원군 파견이 안 된 이유 중 하나였다. 조선군에게 매번 참패했던 와키자카의 전적 때문이다.
“제 생각으로는…전하께 후계 문제를 다시 생각해주십사 청을 넣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후계자 문제? 그게 무슨 소리냐?”
구로다 요시타카가 꺼낸 뜬금없는 소리에 히데요시가 두 눈을 둥그렇게 떴다. 전쟁 때문에 정신이 없는 히데요시로서는 차분하게 상대의 말을 분석하며 그 숨은 의미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건 다른 장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뢰옵기 황송하지만, 히데토시 님께서는 이제 겨우 14세. 천하인의 지위를 물려받기에는 아직 어리십니다. 그리고 노부나가 님께서는 히데노부 님의 후견을 담당하는 조건으로 전하께 권력을 물려주셨습니다.”
히데요시의 두 눈에 단번에 살기가 돌았다. 중신들도 불안한 표정으로 히데요시와 요시타카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하지만 요시타카는 별로 긴장하는 빛도 없이 발언을 계속했다.
“도쿠가와 공은 노부나가 님과 동맹을 맺은 사이였습니다. 조선의 침략을 막는다는 대의를 위해 전하 앞에 무릎을 꿇기는 했으나, 후계자 문제에서 노부나가 님의 뜻이 달라지는 모습이 달갑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히데요시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아직 무언가를 집어던지거나 칼을 뽑아 들지는 않았다. 구로다 요시타카는 그가 신뢰하는 군사(軍師)였기 때문이다.
“일단 아즈치성에 있는 도쿠가와 공의 장남, 히데야스 공을 전하께서 양자로 맞아들이신 뒤 후계자로 삼겠다고 도쿠가와 공에게 언질을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히데야스 공은 지난 몇 년 동안 전하와 무척 가까워졌으니, 양자 제안을 받아들일 공산이 큽니다.”
도쿠가와 가를 계승하면 에도라는 촌구석을 차지한다. 하지만 도요토미를 계승하면 천하의 중심인 긴키를 통째로 물려받는 거나 마찬가지다. 노부나가의 조카 고우와 결혼한 히데야스는 노부나가의 지위를 물려받을 수 있다고 하면 눈을 빛내면서 달려들 게 분명하다.
“히데야스 공은 전하와 같은 피를 타고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히데토시 님도 딱히 다를 게 없지요. 기타노만도코로(히데요시의 본처) 님의 오빠의 아들, 사실상 남이 아닙니까? 중요한 것은 도요토미의 이름이 후대에 전해지는 것입니다. 오이치 님을 통해 노부나가 공의 피를 받고, 히데야스 공을 통해 도요토미의 이름을 받은 후계자가 천하를 지배하는 겁니다.”
방안을 채운 중신들이 웅성거렸다. 구로다가 내놓은 이 제안은 확실히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였다. 자기 친아들이 천하인의 후계자가 된다고 하면, 이에야스도 확실히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다. 잠시 생각하던 히데요시도 부채로 손바닥을 쳤다.
“좋다! 아즈치에 사자를 보내 히데야스를 불러오게 하고, 이에야스에게도 다른 사자를 보내 이 결정을 통보하도록 하라. 내일 저녁에 양자를 들이는 의식을 열겠다.”
“그건 너무 성급하지 않겠습니까? 도쿠가와 공의 회답이 온 뒤에 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마에다 토시이에가 또 나서서 말렸다. 하지만 히데요시의 태도는 단호했다.
“그 뚱뚱한 너구리 녀석이 이리 재고, 저리 재면서 보는 눈치가 끝나는 걸 기다리다가는 단 한 가지 일도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일단 해치운 뒤에 놈의 반응을 본다.”
몇몇 중신들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자기 아들이 다음 천하인이 된다는데도 이에야스가 이 싸움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진 않을 테니까 말이다. 분명히 지금의 태도와 달리 급히 달려와서 방어전을 도울 것이다.
“혹시 전하께서 계속 도쿠가와 공을 괘씸하게 여기신다면, 일단 적을 격퇴하는데 도쿠가와 군을 이용한 뒤 팽해버리면 됩니다. 조선군만 물러가면 얼마든지 처단할 수 있습니다.”
이에야스는 일본 전체, 천하제일의 대영주다. 이에야스를 처치하고 영지를 몰수하면 전후에 조선과의 전쟁에서 공을 세운 자들에게 나눠줄 영지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처형하는 명목? 그거야 만들어내기 나름이다.
“출병이 늦어진 이유가 도쿠가와 공이 실은 조선과 내응했기 때문이라고 하면 누구도 감히 맞서지 못할 겁니다. 영지를 늘려 주겠다고 하면 다른 동국 영주들도 동참할 것이고요.”
구로다 요시타카의 속삭임은 마치 석가를 유혹하는 마라(魔羅)와 같았다. 히데요시는 마치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일단은 이에야스에게 기회를 주겠지만, 앞으로의 싸움에 성의껏 임하지 않으면 모든 영지를 몰수하고 놈의 목을 베어버리겠다. 그대들, 명심하라!”
무장들이 일제히 굳은 얼굴로 찬성을 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만약 반대하는 소리를 낸다면 이에야스보다 먼저 그자부터 제거될 게 빤히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부친 없이 홀로 군의에 참석한 호소카와 타다오키만은 표정이 달랐다. 뭔가를 숨기고 있는 그 시선이 구로다 요시타카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하지만 요시타카는 지금 이 자리에서 타다오키를 추궁해 그게 뭔지 확인하려 들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