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681
2부 4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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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와지시마가 조선군에게 함락된 6월 26일로부터 닷새가 지나갔다. 그동안 조선군은 꾸준히 남북 양 수로를 통해 아와지시마에 병력과 물자를 수송했다. 누가 보더라도 대대적인 오사카 공략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가 분명했다.
저지할 대책은 있다. 먼저 적이 준비를 마치기 전에 이쪽에서 수군으로 먼저 선공을 가하는 방법이 있고, 적의 감시망을 피해서 육군을 섬으로 들여보낸 뒤에 땅에서 기습할 수도 있다.
문제는 대책 수립이 아니었다. 실행이었다.
“남만선 8척이 오사카만 가운데 버티고 있고, 스모토 성 밑에 대기하고 있는 적 주력함대는 메구라부네 7척이 보호하고 있습니다. 도저히 공격할 수 없습니다.”
조선 남만선들은 가만히 버티고만 있지도 않았다. 이틀 전부터 일본 수군을 향해 다가와서 포격까지 퍼붓기 시작했다. 실제적인 피해보다는 심리적인 피해가 컸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수군 총대장 구키 요시타카가 최정예병력을 선발해 야습을 시도했다.
야습 목표는 남만선이 아니라 아와지시마에 있는 조선 수군 본진이었다. 그편이 적에게 줄 충격이 훨씬 크리라 판단했던 탓이지만, 공격 시도는 간단히 실패로 돌아갔다.
멀찍이 우회하던 일본 함대가 남만선 보초의 시야에 들어갔다. 적이 포를 세 발 쏘자 조선 수군 본진은 곧바로 대낮같이 불을 밝히며 경계에 들어갔다.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 뒤에는 이런 보고도 들어왔다.
‘현재 조선군 보급선들은 남북 두 수로 중 북쪽의 아카시 해협을 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남쪽의 기탄 해협을 왕래하는 적선은 거의 없는데, 아마 나루토 해협의 급류 때문에 피하는 듯합니다.’
군의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자 가토 기요마사가 일어섰다. 자신에게 병력을 내준다면 죽음을 각오하고 기탄 해협을 건너가서 적진을 기습, 오사카 공격을 늦춰보겠다는 결의에 히데요시는 크게 감동했다.
하지만 5천 병력을 받아서 당당하게 출전한 가토는 바다를 건너가 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히데요시 앞에 무릎을 꿇고, 힘없이 이렇게 말했을 뿐이었다.
“전주가…전주가 기탄 해협 위에 떠 있었습니다. 그 커다란 눈이 허공에서 저희를 노려보고 있으니, 도저히 배를 띄워 바다를 건널 수가 없었습니다.”
‘전주’라는 단어는 히데요시와 함께 덴쇼 18년에 전라도 방면으로 출전했던 모든 이들에게 공포를 심어주었다. 히데요시 휘하 무장 중 최강의 명창수라고 일컬어지는 가토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 역시 전주에 갔었고, 추격하는 전주 기병과 혈전을 벌이지 않았었던가 말이다.
“아카시 해협에는 왕래하는 조선 전선도 많고, 해협에 면한 포대 위에 전주가 이미 하나 떠 있다는 보고도 들어왔고 해서 일부러 기탄 해협을 향했습니다만 그쪽에도 전주가 있었습니다. 맹세를 깨트려서 죄송합니다, 전하. 하지만 전주가 보는 앞에서 바다를 건널 수는….”
“전주가 나왔다고…!”
처음에 구키의 보고를 받을 때만 해도 히데요시는 ‘무능한 놈’이라고 구키를 욕하면서 펄펄 뛰었었다. 하지만 가토의 입에서 ‘전주’라는 단어가 나오자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사실 아카시 해협 위쪽에 ‘전주’가 보인다는 보고는 이미 들어왔었다. 하지만 히데요시는 그 보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뭉개버렸다. 그런 그로서도 가토의 보고까지 부정하지는 못했다.
“전주,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나왔다고? 내 동생 히데나가를, 내 아들 히데쓰구를 죽인 그 괴물이 또 나왔단 말인가!”
양자 히데쓰구는 히데나가처럼 ‘전주’가 직접 쏜 총에 맞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주’가 있는 전주성에서 쏜 대포에 죽었으니 히데쓰구도 ‘전주’탓에 죽은 게 맞다.
“그 괴물이 이번에는 날 죽이러 온 건가!”
“태합 전하, 전하께서 두려워하시는 그 전주라 하는 괴물은 뜨거운 양기를 채운 주머니일 뿐입니다. 비단으로 만든 주머니에 사람이 매달려 사방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 괴물도 요괴도 아닙니다. 부디 두려움을 떨치십시오.”
친구인 원균은 전부터 자기가 아는 바를 설명하면서 ‘전주’의 정체를 알려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원균이 아무리 설명해도 뼛속에 깊이 박힌 ‘전주’에 대한 히데요시의 두려움을 해소해 주지는 못했다.
히데요시는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 양기를 모아서 하늘로 떠오른다는 개념 같은 건 아예 이해하지를 못했다. 그렇다 보니 미신을 잘 믿고, 자기가 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을 무척 두려워했다. ‘전주’도 그와 같은 한 사례였다.
“전주…그래, 전주가 버티고 있다면 어쩔 수 없겠지….”
여러 영주 중에서 경상도로 나갔던 이들은 노부나가의 태도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히데요시처럼 전주를 병적으로 무서워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런 이들로서도 적이 높은 곳에서 아군 진영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건 확실히 골치 아픈 일이었다.
“그 전주라 하는 것은 스스로 움직이지는 못한다 했지요? 그럼 조선군이 이쪽으로 건너와 전주가 둥지를 틀게 하려는 시도만 막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원균이 ‘전주는 그저 비단 주머니에 불과하다’라고 강변했지만, 이미 신망을 잃은 그의 말을 곧이듣는 무장들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전주의 정체에 대한 의견은 아직도 일치하지 않았다.
전주가 조선 주술사가 조종하는 요괴이건, 조선인들이 길들여서 부리는 날짐승이건, 사공이 조작하는 기계장치건 간에 일종의 둥지가 있어서 거기서 뜨고 내린다는 점은 분명했다. 그럼 그 ‘둥지’를 만드는 작업을 가리켜 ‘둥지를 튼다’라고 표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저들이 가진 큰 남만선을 생각하면 육지에서 막는다고 끝이 아니오. 적은 배 위에 전주를 띄워서 우리 진영을 살필 수 있소. 그럼 우리가 쌓고 있는 토성은 무용지물이 될 거요.”
사카이 같은 일부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면 일본에는 중국이나 조선처럼 도시 구역 전체를 성벽으로 둘러싸는 경우가 없었다. 그런데도 오사카를 둘러싸는 성벽을 쌓고 있는 건 그만큼 일본군 수뇌부가 안고 있는 두려움이 큰 탓이었다.
처음에는 바닷가 쪽에만 성벽을 쌓으려고 했다. 조선군이 해상에서 아군의 배치를 살피지 못하게 방해하면서 오사카에 대한 직접 공격을 저지하려는 데 주된 목적을 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군 진영에 다녀온 구로다 요시타카의 강력한 주장으로 방침이 바뀌었다. 적군이 주변 지역에 상륙하여 오사카를 육상으로 공격할 수도 있으니 도시 전체를 성벽으로 둘러싸야 한다는 것이었다. 농성전을 벌이며 원군을 기다리자는 것이다.
요시타카는 목숨을 걸고 적진을 염탐하고 돌아왔다. 그러니만큼 그가 내세운 주장을 무시할 사람은 없었다. 조선군의 의도를 그보다 정확하게 파악한 사람은 없을 테니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일손이 부족해지고 주민들을 대피시킬 수도 없게 되었지만, 싸워보지도 않고서 오사카를 포기할 생각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사카를 고수한다는 건 히데요시의 권위를 지키고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기본조건이었다.
결국, 이날 군의도 그동안 매일 열린 군의와 같은 결론을 내리고 끝났다. 토성 구축 작업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수군은 적이 내습할 때 바로 영격할 수 있도록 태세를 갖추고 대기한다는 것이었다.
“구로다 공, 잠시 봅시다.”
“무슨 일이시오?”
요즘 군의에서 매일 침묵만 지키고 있는 호소카와 타다오키가 구로다 요시타카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내인 가라샤가 이후로 타다오키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절대 입을 열지 않았는데, 그런 타다오키가 말을 걸었으니 요시타카가 놀라기에는 충분했다.
“오늘 저녁에 우리 군영으로 오시겠소? 아버님께서 귀공을 만나고 싶어 하시오.”
“후지타카 공께서?”
호소카와 후지타카는 천하인 두 사람을 옆에서 모신 측근이다. 잠시 생각하던 요시타카가 고개를 끄덕여 수락의 뜻을 보였다. 시간을 끌 것 없이, 타다오키와 함께 돌아가기로 했다.
“요즘 오사카성에서 가장 미움받는 사람인 본인을 무슨 용무로 부르셨소?”
일상의 방문이라지만, 시기가 시기니만큼 주인과 손님 모두 갑주 차림이었다. 애초에 군의 자리가 끝나자마자 찾아온 요시타카야 당연하겠지만, 본영에 있던 후지타카 역시 평복 대신 갑주를 착용하고 있었다.
“맞소. 본래대로라면야 태합 전하의 측근 중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미움받는 사람은 이시다 공이겠지. 하지만 지금 귀공은 이시다 공의 아성을 넘어 모두에게 미움을 받고 있소. 혹시 그 이유를 알고 계시오?”
“이길 가망이 없어 보이는 전쟁을 계속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호소카와 후지타카가 대접한 차는 무척 고급이었다. 손님인 요시타카는 뜨거운 차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셨다.
“나로서는 주군께서 원하시는 바를 성공적으로 이루실 수 있도록 계책을 내고 있을 뿐이오. 지금 전하께서는 조선군을 격퇴하기를 원하시니, 최대한 그에 부합해야 하지 않겠소?”
후지타카는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차를 마셨다. 요시타카 역시 찻잔을 든 채 평온한 어조를 이어갔다.
“나를 비난하는 이들이 원하는 대로 전쟁을 끝내고, 조선군을 돌려보내자면 방법은 하나요. 태합 전하와 노부나가 공의 중신 12명을 꽁꽁 묶어 조선군에게 바치는 거지. 귀공께서는 그런 해결책에 동의할 수 있으시오?”
“나 역시 그런 주장에 동의하는 건 아니오.”
조선군 진영에서 돌아온 요시타카는 조선군이 요구한 종전 조건을 글자 한 자 보태지 않고 보고했다. 오사카 이서 땅을 몽땅 내놓거나 히데요시를 비롯한 ‘전범’들을 내놓으라는 요구는 오사카성을 발칵 뒤집어놓기에 충분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솔깃해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협상이란 본래 처음에 내놓는 조건보다 대폭 후퇴한 선에서 마무리되는 게 보통 아니던가? 12명까지는 아니더라도 노부나가의 측근 중신들 일부를 내놓으면, 조선군이 만족할 수도 있지 않은가?
히데요시의 목까지 내놓을 필요는 없지 않으냐, 노부나가의 옛 측근 중 히데요시가 아니라 노부카츠나 노부타카 편에 섰다가 패배, 숙청당한 자들을 스무 명쯤 넘겨주면 되지 않겠냐는 게 이런 자들의 주장이었다. 이키, 쓰시마를 완전히 양도하면서 말이다.
“조선 측은 그런 타협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단단히 못을 박았소. 만약 그 주장대로 타협을 시도해 봐야, 포탄이 돌아올 뿐일걸. 그 협상에서는 절대 사절을 맡지 않겠소.”
요시타카가 살짝 웃었다. 후지타카가 조용히 찻잔을 들면서 물었다.
“저들이 태합 전하의 목에 그리 집착하는 이유가 뭐요?”
“침략의 주역이었던 노부나가 공의 후계자이면서 전라도를 휩쓴 최고책임자라는 이유요. 그 죄를 갚으려면 오직 목숨으로 치러야 한다는 거지.”
“노부나가 공께서 조선을 파괴하라고 명령하시기 전에 벌어진 전라도 초토화는 고바야카와 다카카게 공의 독단적인 지시였을 텐데?”
“부하의 잘못은 상관의 책임이라 했소. 다카카게 공은 이미 규슈에서 항복해서 포로가 되어 있고, 태합 전하를 넘겨받으면 함께 처형하겠다 했소.”
“흠.”
차를 다 마신 후지타카가 더운물을 다시 따랐다. 그리고 찻숟가락을 들며 조용히 지적했다.
“태합 전하를 적에게 넘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귀공의 주장은 잘 알겠소. 하지만 실제 귀공이 내는 계책과 그 실행 방향을 보면 성공적인 계책이라고 보기는 어렵소.”
후지타카가 차를 채운 찻잔을 앞에 내려놓고 팔짱을 꼈다.
“요즘 귀공이 내놓는 여러 제안을 보면 명분도 있고 나름 합당하기도 했소. 전하께서 모두 받아들이는 것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하지만 그 결말을 예측해보면 모두 위험하기 그지없소. 화약고를 향한 심지에 불을 더 붙이고 있을 뿐이잖소?”
아와지시마에 원군을 보내지 말라고 한 덕분에 와키자카 군은 단 이틀 만에 무너졌다. 양쪽 해협도 모두 무너졌고, 지금 오사카 앞바다는 조선 수군이 벌이는 위력시위로 초긴장 상태다. 적이 가끔 쏘아대는 화포만으로도 큰 피해와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오사카 전체를 둘러싼 토성 건축도 마찬가지다. 지금 히데요시는 쌓아둔 금은을 미친 듯이 풀어서 병사를 모으고 있다. 이제 10만을 넘어서 12만에 가까워지고 있는 대군 중에는 낭인, 도적과 더불어 다테 군에서 탈영한 북방인 기병 일부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이만한 대군이 있다면 농성전을 벌일 필요가 없다. 상륙한 조선군을 상대로 충분히 일전을 걸어볼 만하다. 규슈에서는 고바야카와 군이 패했다지만, 그때는 조선에서 갓 도착한 적군의 예기가 살아있는 데다가 양측 병력도 1만 명 내외로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오사카에서는 방어전이면서 이쪽 병력이 적군보다 훨씬 많다. 논산에서 패했을 때와 정확히 반대되는 상황이다. 그럼 충분히 조선군을 상대로 야전을 시도할 수 있는데 왜 그다지 도움도 안 되는 성벽 따위를 세우느라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가?
더구나 이 성벽과 히데요시의 위신이라는 명분 때문에 오사카 주민들은 피난도 가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일찌감치 모조리 피난시키고, ‘태합 전하께서 그대들의 안전을 염려한 끝에 모두 도시를 떠나게 하셨다’라고 선전했으면 저들을 불구덩이에 처넣는 것보다 나았을 것이다.
이제 떼죽음은 피할 수 없다. 전투가 시작된 뒤에 피난시킨다고 해도 질서정연한 탈출 같은 건 전혀 불가능하고, 분명 민심은 처음부터 백성들을 피난시켰을 때보다 더 나빠질 것이다.
“요즘 귀공이 내놓은 계책이라는 것들을 파헤쳐보면 죄다 이런 식이란 말이오. 그러니 뭔가 다른 의도를 품고 귀공이 도요토미를 망하게 만들려고 작정했다고 내가 의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않겠소?”
후지타카가 손을 들어 올리자 완전무장한 타다오키가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그 뒤에는 역시 갑주 차림을 한 병사 30여 명이 따랐다. 군막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요시타카의 호위병들은 안에서 이런 일이 터지는데도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호소카와 공께서 저를 나무라시려는 줄은 알았지만, 이런 수까지 준비하셨을 줄은…거참, 이렇게 구석으로 몰릴 줄이야.”
요시타카가 웃음을 터트렸다. 딱히 억울하다거나 당혹해하는 태도는 없었다.
“한 번에 끝내주시면 좋겠소. 그리고 가족에게까지 위해가 가지 않게 해주시고.”
“억울하다는 말은 안 하는 거요?”
“내가 그리 말하더라도 호소카와 공께서 생각을 바꾸시지 않을 듯하오. 뭐 어쩌겠소?”
태연하기만 한 요시타카의 얼굴을 지그시 쳐다보던 후지타카가 손짓하자 타다오키가 방금 들어온 병사들을 다시 밖으로 내보냈다. 천막 안에 세 사람밖에 남지 않자 후지타카가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구로다 공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이 사람을 소개해 드려야겠구려. 타다오키, 모셔오너라.”
이번에 타다오키가 데려온 사람은 평복 차림에 삿갓을 쓰고 있었다. 이게 대체 누군가 하며 의구심에 찬 눈으로 그 사람을 바라보던 구로다 요시타카는 삿갓을 벗은 상대의 얼굴을 보자 그만 폭소를 터트렸다.
“이런, 귀공은 5년 전에 논산에서 포로로 잡힌 뒤 소식이 끊긴 후루타 시게나리 공이잖소? 완전히 당했구려. 역시 호소카와 공은 저보다 한 단계 위에 계시는 분이시오. 이렇게 사람을 시험하시다니.”
“오랜만입니다, 구로다 공.”
요시타카가 보이는 반응에 후루타 시게나리가 쓴웃음을 지었다. 5년 동안 연락이 두절됐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난 데 대한 당연한 반응이고, 충분히 예상한 대로였다.
“자, 후루타 공. 앉으시오. 타다오키, 너도 앉아라.”
새로 들어온 두 사람이 호소카와 후지타카의 지시에 따라 네모진 탁자 양쪽에 앉았다. 이제 네 사람이 탁자에 둘러앉은 형국이 되었다.
여기에 모인 네 사람은 딱히 드러내 말하지 않고서도 서로의 입장과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과정은 실제적인 논의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