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685
2부 4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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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에는 성이 없다. 예전에는 이마가와 씨가 쌓아둔 성이 있었지만, 노부나가의 부친인 노부히데가 차지하여 거성으로 삼아 한동안 유지하다가 폐성해 버렸다. 오다 가문이 중심지를 기요스, 기후, 아즈치 등 다른 곳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심지어 히데요시는 나고야성을 헐어서 나온 자재를 오사카성 건축에 가져다 썼을 정도였다. 동쪽에 있는 나고야는 조선군이 노릴 목표도 아니라고 생각했으니, 축성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그래도 이에야스는 일단 나고야성이 있던 빈터에 자기 군막을 치게 했다. 먼저 도착한 혼다 타다카츠가 여기에 진을 치고 있어서, 병력을 합칠 필요가 있었다.
“다른 부대들은 도시 바깥에 진을 치게 하라. 긴 행군이었으니 휴식이 필요하다.”
동군에서 도쿠가와 군보다 조금만 행군한 부대는 우에스기 군밖에 없다. 하지만 우에스기도 도착일은 이에야스와 하루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에야스가 진군하는 여정을 파악하면서 그에 맞춰 행군 속도를 조절한 탓이다.
“주군, 혼다 공의 진영에 도착해 있던 태합 전하의 사자입니다.”
“또 도착 재촉이냐. 그래서 이렇게 서둘러 오지 않았느냐?”
이에야스가 짜증을 부렸다. 그동안 히데요시는 사흘에 한 번꼴로 사자를 보내서 이에야스가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했다. 그나마 더 빨리 행군하라고 대놓고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사자를 보내는 행동 자체가 불쾌한 기분이 들게 했다.
“아니, 그게 아닙니다! 오사카를 포기하셨다고 합니다.”
“뭐가 어째?”
이에야스의 눈이 동그래졌다. 벌써 조선군이 오사카를 함락했단 말인가?
“음, 조선군이 힘으로 오사카를 손에 넣은 건 아니군.”
히데요시가 보낸 서한을 읽어보니 지금의 곤란한 상황이 절실하게 눈에 들어왔다. 수군은 연전연패, 모리는 북방인 약탈부대 때문에 붙잡혀서 단 한 명의 병사도 보내지 못하고 있다.
“모리 군이 이제까지 북방인 3천 명을 베었다고?”
“죄송하지만 저는 모릅니다. 저는 그저 이시다 공께서 주신 서한을 가져왔을 뿐입니다.”
전령은 오사카에서 나고야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고 했다. 걸어왔으면 엿새는 더 걸렸을 거리를 말 바꾸는 시간만 빼고 하루 만에 도착했다니, 정말 죽도록 달리긴 했으리라. 그래도 어제 도착해서 하루를 쉰 덕인지 지금은 기운을 차린 듯했다.
“정말 수급 3천 개를 베었는지는 모르나, 모리 군이 하나도 도착하지 않은 건 분명합니다. 전하께서는 ‘기댈 곳은 오직 도쿠가와뿐’이라 하시며, 어서 동군이 아즈치에 도착하는 날짜만 기다리고 계십니다.”
히데요시가 왜 오사카나 교토가 아니고 아즈치에서 자신을 기다리는지, 이에야스는 전령을 붙들어 놓고 천천히 설명을 들었다. 전령은 신분이 높은 편이 아니라서 정확한 이유를 알지는 못했지만, 구로다 요시타카가 건의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구로다 공이 세울법한 계획이군. 합당한 건의야.”
초유의 대패를 눈앞에서 목격한 오사카 주민들이 농성전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공산은 전혀 없다. 분명히 조선군에게 붙어 도시를 넘겨주고, 히데요시를 팔아넘김으로써 자기들은 목숨과 재산을 보전하려고 획책할 것이다.
“그런 게 오사카 놈들이니까 말이지.”
이에야스는 검박한 생활을 선호했다. 노부나가와 히데요시처럼 오사카식으로 부리는 사치를 좋아하지 않았다. 오사카 주민들의 충성도 믿지 않았다.
“우리 관동은 달라. 우리 병사와 백성들은 주군을 위해서 충성하고, 주군을 위해서 싸운다. 그대는 바로 아즈치로 달려가서 태합 전하께 고하라. 우리 동군 병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충성심에 불타고 있으니 염려는 그만 놓으시고 편안히 계시라고.”
“예, 도쿠가와 님!”
사자가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이미 안장을 얹은 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히데요시의 사자가 달려가는 말발굽 소리가 멀어져 가자 측근인 혼다 마사노부가 한마디 했다.
“이번에도 편지는 주지 않고 전언만 보내시는군요, 주군.”
“그것이 누구 손에 들어가서 어떻게 쓰일지 알 수 없다는 건 마사노부 그대도 알지 않나.”
이에야스가 느긋하게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히데요시의 사자를 만나러 오느라 갑옷도 벗지 못해서 피곤했다.
“좀 쉬어야겠다. 타다카츠, 네 부대는 피로하지 않을 테니 경계를 맡아라. 다른 부대는 모두 휴식을 취한다. 다테, 사타케, 우에스기에게도 갑옷 끈을 풀고 편히 쉬라고 전해라.”
히데요시의 정식 명령은 없었다. 하지만 동군 8만 명의 총대장은 이에야스가 맡는다고 이미 암묵적으로 합의가 된 상태다. 이 지시는 군령이나 다름없었다.
“언제 출병하시겠습니까? 태합께서 아즈치를 결전장으로 삼으셨다면, 서둘러 출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사카에서 아즈치에 도착하는 데는 닷새면 충분합니다. 어서 떠나야 조선군보다 먼저 도착해서 합류할 수 있습니다.”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난 사카키바라 야스마사가 재촉했다. 다른 장수들도 큰 차이는 없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마땅히 히데요시를 도와 조선군과 싸우리라고 예상들 하고 있다.
“에도에서부터 한참을 걸어오지 않았나. 넉넉히 쉬어야 한다. 병사들이 완전히 피로를 풀고 나면 그때 가서 다시 출발하도록 한다.”
“주군, 태합 전하께서 보내신 사자에게 방금 ‘우리 병사들은 충성심에 불타고 있으니 염려 놓으시라고 전하께 전하라’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헌데 야스마사, 내 병사들의 충성은 누구에게 향하느냐? 태합 전하께 향하나?”
“그야 당연히….”
무의식적으로 대답하던 사카키바라가 말문이 막혔다. 그제야 이에야스의 의도를 어렴풋하게 눈치챈 것이다.
“내 병사들의 충성은 태합 전하가 아니라 나를 향한다. 그리고 나는 도쿠가와 가문과 내가 거느린 신하들을 위해 최선의 결단을 내리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아즈치로 가는 길을 서두르지 않기로 했으니, 그대들은 그렇게 알고 있으라.”
“예!”
장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그들이 아는 이에야스는 빠르게 결단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결정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버티는 사람이었다. 이번에도 분명히 깊은 생각이 있을 것이다.
– 4 –
“이에야스는 내 상황을 알자마자 달려오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왜 말입니까, 주군?”
“내게 자신의 값어치를 올리고 싶어 할 테니까. 그리고 그동안 쌓인 불만도 있고.”
오사카를 떠난 지 사흘, 히데요시는 상식을 초월한 강행군으로 아즈치에 도착했다. 행군에 필요한 양 외에는 물자를 거의 가져오지 않은 덕분에 가능한 행군이었다.
군량은 아즈치에도 비축되어 있다. 적어도 10만 대군이 한 달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식량이 아즈치에 있으니, 동군이 합세해서 규모가 2배로 늘더라도 보름은 버틸 수 있다.
다만 아즈치성에는 끝내 들어가지 못했다. 오이치는 오우미 병력을 소집, 히데야스가 맡아 지휘한다는 전제하에 히데야스 밑으로 배속했다. 하지만 결코 성문은 열어주지 않았다.
히데요시는 잠시 한숨을 쉬었을 뿐 오이치의 처사에 대해 불만은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아즈치성 아래 벌판에 군막을 치고 거기서 군의를 진행했다.
‘한 달 이상 싸움이 오래가지도 않겠지.’
아즈치로 탈출하면서 히데요시는 결심을 단단히 굳혔다. 그가 생각하기에, 아즈치는 자신이 물러날 수 있는 한계선이었다. 아즈치에서 산을 넘어 미노(美濃, 오늘날의 기후 현 남부)까지 도망친다면, 노부나가의 후계자로서 일본을 통치하는 자신의 권위는 완전히 무너지고 만다.
어떻게 해서든 아즈치에서 결판을 내야 한다. 아즈치성에서 농성전을 벌이는 방법 같은 건 상상도 하지 않았다. 10만 대군, 아니 12만 대군이 있는데 왜 농성전을 한단 말인가? 여기에 이에야스 군 8만이 도착하면 20만 대군이다. 분명히 이긴다. 이에야스가 제때 오기만 하면….
“내가 양해도 없이 장자인 히데야스를 양자로 삼았으니, 이에야스도 분명히 불쾌했을 거다. 그럼 출병을 서두르지 않을 동기로는 충분하지. 그리고 내가 조선군에게 밀려 불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구원군이 나타나야 한층 더 눈에 띄는 공적이 되지 않겠는가.”
아즈치로 물러나면서 진정이 좀 된 모양이다. 오사카만 해전의 비참한 결말을 보고 완전히 굳어버렸던 히데요시의 머리가 다시 작동했다. 구로다 요시타카가 보좌를 맡을 때와 달리, 그 스스로 만사를 판단하고 있었다.
“아니면 조선군이 나를 쫓아 이곳 아즈치를 향해 진군할 때, 그 측면을 찌를 계획을 세웠을 수도 있다. 조선군이 논산에서 했던 것처럼 말이다. 오, 그러고 보니 똑같은 상황이 아니냐?”
논산에서 일본군은 조선 국왕이라는 미끼에 유혹당해서 강과 산 사이에 있는 평원을 내달려 적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후측방에서 나타난 조선군 복병에게 기습당해 대타격을 입었다.
“내가 있는 이곳 아즈치성, 그리고 서남쪽에서 좁은 고갯길을 따라 올라오는 조선군, 동쪽 코가(甲賀) 방향에 매복한 동군. 어떠냐? 서쪽에는 비와호까지 있으니, 우리가 논산에서 당한 그대로가 아니냐?”
“확실히 그렇습니다! 우리와 대치한 조선군을 동군이 후방에서 들이친다면 놈들은 속절없이 비와호에 빠지게 될 겁니다.”
그 자신이 논산에서 간신히 살아서 돌아온 경험자인 아사노 나가마사가 쾌재를 올렸다. 그 말고도 지금 히데요시 휘하에 있는 장수 중에는 논산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이들이 상당수 있었다. 그때 겪은 굴욕감과 비통함을 적에게 되돌려 줄 수 있다면, 얼마나 통쾌하겠는가!
“좋다. 나고야에 사자를 보내서, 이에야스에게 세키가하라로 오지 말고 스즈카 고개를 넘어 적을 배후에서 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명하라. 그편이 우리 군량에도 여유가 생기겠지.”
사실 조선군이 얼른 공격해오지 않고 대치 상태로 끌고 간다면 식량이 부족해져서 군대가 무너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이에야스가 남쪽으로 가면 아즈치에 있는 식량을 아낄 수 있다. 이에야스는 나고야에 비축해둔 식량을 가지고 움직이면 된다.
분명 조선군이 강력하기는 하다. 하지만 과거 조선에서의 전훈을 되살려보면, 결전에 패한 원인은 매번 조선군의 매복에 당했기 때문이었다. 적지에서 싸우려다 보니 매복한 적, 그것도 기병에게 측방이나 후방을 드러낼 때가 많았다. 그리고 그게 결정적인 패인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본 땅에서, 단단히 방어진을 친 상태로 싸운다. 한쪽은 호수고 한쪽은 산지이므로 적이 자랑하는 강력한 기병이 활약할 만한 구석도 별로 없다.
“자신감을 가져라! 우리 병사들은 한 번도 맞대결에서 조선군에게 진 적이 없다!”
지난 원정에서, 일본군은 적어도 보병들이 정면으로 창과 칼을 휘두르며 싸울 때는 단 한 번도 밀린 적이 없다. 적이 쏘는 화포를 그렇게 얻어맞고서도 조선군 보병을 압도하거나 호각 이상으로 싸웠다. 이번에도 분명히 그럴 것이다.
“그런데 요시아키 님은 어디 가셨는가?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는데….”
마지막 쇼군이었던 아시카가 요시아키는 노부나가 시절에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여기저기 영주들 품을 떠돌면서 눈치를 보고 살았다. 하지만 히데요시는 천하인으로서 자신의 도량이 넓음을 보여줄 겸 해서, 요시아키에게 1만 석 영지를 내리고 자기 옆에 있게 했다.
그런데 히데요시의 말벗이나 다도 상대 노릇을 하며 조용히 지내던 요시아키가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았다. 오사카에서는 분명히 곁에 있었는데, 모를 일이다.
“호소카와 공과 함께 폐하를 모시러 교토에 간다고 했습니다. 혹시 전하께는 출타를 알리지 않았는지요.”
“아, 그런가? 알겠다.”
요시아키는 마지막 쇼군으로서 천황 및 조정과의 관계가 비교적 좋았다. 그런 요시아키가 교토에 간다면 천황을 설득해서 피난하게 하기도 훨씬 쉬워지리라.
“그렇다니 안심했다. 그러고 보니 호소카와 후지타카는 노부나가 님께 귀순하기 전에 본래 요시아키 님의 신하였지. 둘이 합심해서 폐하를 잘 모셨으면 좋겠군.”
이제 남은 건 방어태세를 다지면서 조선군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오사카에서 교토를 거쳐 오는 길에 히데요시에게 충성하는 코가 닌자들을 뿌려놓았으니, 적군이 움직이면 곧바로 연락이 오리라. 그런데 옆에 있던 구로다 나가마사가 이의를 표했다.
“그것만으로는 안심이 안 됩니다. 제가 세타가와에 가서 진을 치고 있다가, 적이 오면 바로 사자를 보내 알리겠습니다.”
세타가와(?田川)는 비와호 남쪽 끝에서 흘러나가는 강이다. 중간에 이름이 몇 번 바뀌면서 흐르다가 오사카에서 바다와 만난다.
“아무런 장애도 없이 적이 자유롭게 들어오게 하면, 도리어 저들이 매복이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하여 함부로 전진하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적당히 밀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제가 그 역할을 맡겠으니 허락해 주십시오.”
나가마사의 진심 어린 요청에 대해 히데요시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나가마사, 그대가 말했듯이 누군가는 조선군을 끌어들여야 한다. 하지만 이미 그대 부친이 오사카성 사수라는 희생적인 임무를 자원했는데 그대에게 그런 위험한 일을 시킬 수는 없다. 그 임무는 다른 이에게 주도록 하겠다.”
히데요시가 고개를 돌렸다.
“원균! 그대에게 중대한 임무를 내리겠다. 병사 4천을 줄 테니, 세타가와 강변에 진을 치고 조선군의 전진을 저지하라. 그대는 이제껏 내 곁에만 붙잡혀 있느라 제대로 공을 세울 틈이 없었으니, 이참에 공을 세워 명예를 회복하기 바란다.”
“아…알겠습니다. 태합 전하.”
바짝 얼어붙은 원균이 마른 침을 살피며 간신히 대답했다. 그동안은 어떻게 어떻게 일선에 나가지 않고 버텼는데, 이제 꼼짝없이 싸우러 나가야 하게 생겼다. 그것도 이순신이 지휘하는 정예병을 상대로!
이순신의 성격을 생각하면 자기는 배 위에 편히 남아있으면서 병사들만 보내서 히데요시를 추적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분명히 자기가 직접 대군을 지휘해서 추격해오고 있을 것이다. 사방으로 척후병을 풀어 철저하게 탐망을 하면서 말이다.
왜장들은 육전이라면 이순신을 이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천만의 말씀이었다. 원균은 과거 북방에서 이순신이 선보인 육전 지휘 솜씨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무자년 난리 때 북원 철기를 보병으로 깨부쉈던 때의 일도 똑똑히 들었다.
“이번 한 번 싸움만 이기면, 그동안 우리가 치른 모든 고난은 보상받으리라! 이순신의 목을 베고 그 해골로 술잔을 만들자!”
히데요시가 노부나가의 흉내를 내고 싶어진 모양이었다. 과거 노부나가가 적장인 아사쿠라 요시카게와 자신을 배반한 매제 아자이 나가마사, 나가마사의 부친 히사마사의 두개골에 금을 칠해서 술잔을 만든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술잔들은 지금도 아즈치성에 보관되어 있다.
임석해 있던 장수들 모두 히데요시의 선창에 동조하여 함성을 질렀다. 어차피 이들에게는 다른 길이 없었다. 지금 배반하고 빠져나간다고 해서 조선군이 받아들여 준다는 보장도 없고, 자칫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누구 밑으로도 들어갈 수 없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혹시 이길 수도 있지 않겠는가? 히데요시가 말한 것처럼, 주력인 보병대가 정면으로 싸웠을 때는 일본군이 밀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동군이 적을 후방에서 공격하면 확실하게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말도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
여기 있는 무장 중에는 오사카성 혼마루 화재사건 때 인질로 잡힌 혈족들을 잃은 이들도 몇 있었다. 하지만 외적이 쳐들어온 상황에서, 웬만큼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외적 편에 서기도 어려운 일이다.
히데요시는 시종에게 술을 가져오게 했다. 결의를 다지기 위한 술잔이 장수들 사이를 바삐 오갔고 곧 모든 잔이 채워졌다. 희망과 결의가 숲을 이룬 그곳에서, 오직 원균만 우거지상을 한 채 살아날 길을 속으로 고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