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688
2부 466화
– 10 –
지금 앞에 나선 선발대는 등선군 정예 2천이다. 산길을 넘어야 하다 보니 기병은 아무래도 기습에 취약하다고 해서 보병으로 하고, 보병 중에도 왜국 지리에 익숙한 왜별기 다수가 있는 수군 등선군이 선두로 나섰다. 복수군도 일부 섞여 있다.
“그런데 백정 나리, 저는 규슈 출신이라 이 동네 길은 잘 모르는뎁쇼.”
“닥쳐.”
물론 왜별기라고 해서 무조건 길 안내를 시키는 행위는 경상도 속오군에게 부여주에서 산을 타면서 길을 찾으라고 하는 거나 다를 게 없다. 진짜 길잡이 노릇은 오사카 상인들이 붙여준 안내인들이 하고 있다.
‘선봉은 소장에게 맡겨주십시오. 마침 길을 안내할 사람도 필요하지 않습니까? 원래 선봉은 저와 같은 신참이 맡는 법이니, 충성을 입증하고 공을 세울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새로 참가한 아군, 구로다 요시타카는 자기가 거느리고 있던 3천 병사와 함께 선봉에 서서 아즈치까지 가는 길을 안내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순신은 그 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순신뿐 아니라 다른 장수들도 모두 반대했다.
‘흑전(구로다)의 투항이 실은 사항계(詐降計)라면 어쩌겠습니까? 우리 군을 그대로 함정으로 몰아갈 게 아닙니까?’
‘내 생각도 그러하오.’
아직은 대세가 완전히 기울어져 히데요시의 패망이 확정된 시점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타산을 따지면서 넘어온 요시타카의 투항은 충분히 의심할 만했다. 확실히 히데요시를 적대할 동기가 있는 호소카와 군과는 사정이 다르다.
그래서 구로다 군은 엉뚱한 수작을 시도하기 어려운 뒤쪽에 배치되었다. 하지만 요시타카는 자신의 청이 거부당했는데도 별로 아쉬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웃으면서 유유히 명을 따랐다.
“그놈, 애초에 선봉에 나설 생각 같은 건 없지 않았을까?”
진심으로 선봉에 서려는 생각 없이, 그저 생색을 낼 목적으로 자원했을 수도 있다. 아들인 나가마사를 놓고 왔다 해서 이순신을 비롯한 조선군 지휘부가 자신을 불신하고 있음은 자기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자신을 기용하지 않을 걸 알면서도 일단 나서고 봤을 수도 있다.
“그럴 법도 하지. 10년 전에 봤을 때도 깨나 간교한 인상이었으니.”
임꺽정의 의문에 서림이 고개를 끄덕여 공감을 표했다. 두 사람 모두 과거 통신사로 일본에 왔었다. 요시타카도 그때 스치듯 만났던 여러 왜인 중의 하나다. 임꺽정은 야스케와의 대결 빼고는 다 잊어버렸지만, 서림은 그때 있었던 일을 모조리 기억하고 있었다.
“어쨌건 일단은 우리 편이니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되겠지. 도원수 대감께서도 충분한 대비책을 세워두셨을 테고. 우리는 싸움에나 신경을 쓰세.”
두 사람은 이번에도 호위장 역할은 내려두고 일선으로 나왔다. 마지막 결전에 나서고 싶은 두 사람의 심경을 이해한 이순신도 붙잡지 않았다. 두 사람의 나이도 벌써 쉰다섯, 일선에서 활약할 기회는 아마 이번 싸움이 끝이리라.
“음, 그러고 보니 안내인이라고 따라온 놈들, 그놈들도 꽤 수상하지 않나?”
참모장 이시언이 알려준 바로는 오사카 상인들이 보내준 심부름꾼이라고 했다. 그런데 조금 세심히 살펴보면 몸놀림이나 눈매가 절대로 보통 심부름꾼이 아니다.
산길을 날래게 걷는 거야 뭐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복병이 있을 만한 요지를 모조리 꿰고 있으면서 매복해 있는 왜병을 한눈에 찾아내는 재간은 일반 백성들이 가질 만한 게 아니었다. 분명 숙련된 무사임이 틀림없었다.
“수상하긴 하지만, 일단은 우리 편이니…게다가 그놈들 덕에 복병도 여럿 잡아내지 않았나. 이제부터는 호수를 따라 전진하면 되니 길 안내는 필요 없다지만, 우측면에는 여전히 산지가 있으니 매복을 당할 염려도 있어. 그놈들 신세를 좀 져야 해.”
서림은 차분했다. 아즈치까지의 대략적인 지형은 이들도 전달을 받았고, 도중에 어디쯤에서 적이 매복을 시도할지도 대충은 짐작이 갔다. 전장을 누빈지 벌써 30여 년, 서당개가 풍월을 읊어도 열 번은 읊었을 기간이다.
“강 건너에 왜적이 있습니다!”
왜인 안내자와 함께 대열 맨 앞에서 먼저 가던 첨병 하나가 급히 말을 달려 돌아왔다. 호수 남쪽 끝에서 흘러나가는 강이 있다기에 적이 있으리라 예상했는데, 역시나 포진하고 있었다. 조선군이 강을 건너 아즈치로 진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게 저놈들의 목적이리라.
“놈들이 아군의 진격을 늦출 기회를 버릴 이유가 없지. 어디….”
서림과 임꺽정은 직접 천리경을 들었다. 세타 강 건너에 진을 친 왜군은 적어도 수천 명은 족히 되는 듯했다. 두 사람이 지휘하는 병력보다 2배는 족히 되는 숫자였다.
강폭은 꽤 넓어서 적어도 80보는 충분히 되어 보였다. 그리고 적이 강변에서 50여 보 정도 떨어져서 진을 치고 있으니, 활이나 조총으로 왜군을 먼저 제압하고 강을 건너가기도 어렵다. 등선군에는 강선조총이 없고, 서림도 거북선 선방포수들을 차출해 오지는 못했다.
“꼼짝없이 포군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겠는걸. 내가 다 쏴죽일 수도 없으니.”
자기가 가진 탄환을 셈하던 서림이 혀를 찼다. 서림이 휴대한 후장조총도 강선을 파놨지만, 수천 명이나 되는 적을 전부 혼자 처리할 수는 없었다. 헌데 진격이 막힌 상황에서 임꺽정은 뜻밖에도 태연한 표정이었다.
“군사들을 시켜 뗏목을 만들게 하세. 몽땅 타고 도망갔는지 근처에 배는 없지만, 오막집이 여러 채 있으니 모조리 헐어 재목을 얻으면 되지 않는가. 그리고 바로 뒤가 산이니, 생나무를 베어다 뗏목을 엮어도 될 걸세. 그럼 바로 칠 수 있어.”
벌써 쓸만한 나무는 전부 벌목했는지, 거목이라고 할 만한 나무는 거의 없었다. 그래도 큰 나무가 약간은 남아있었고, 남은 나무들도 사람이 타고 건널 만한 뗏목 정도는 엮을 만했다.
“뗏목에 타고 총과 활을 쏘며 강을 건너게 할 생각인가? 맞지도 않을 거고, 뗏목 몇 척으로 건너가려 시도해 봐야 괜히 놈들에게 집중사격을 받을 뿐이네. 조금만 기다려서 포군이 오면 그때 화포로 적을 제압하고 나서 강을 건너는 게 좋지 않겠나.”
아즈치성으로 진격하려면 세타 강을 건너야 한다는 사실도, 강폭이 백 보가 조금 안 된다는 사실도 이미 다 알고 있던 사항이다. 후방에 오는 본대에서는 세타 강에 가교(假橋)를 가설할 자재까지 넉넉히 준비해서 따라오고 있다.
선발대는 여차하면 직접 강을 헤엄쳐 건너서 교두보 ? 상감께서는 정말 신기한 말을 잘도 만들어내셨다 – 를 확보할 임무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적이 먼저 강변에 도착하여 아군보다 많은 병력으로 진을 치고 있으니, 포군이 오기를 기다린다고 해서 허물이 될 일은 아니다.
“우리 임무는 교두보를 만드는 걸세. 그럼 만들어야지.”
임꺽정이 크게 뜬 두 눈이 번들거리며 빛났다.
“정면으로 건너가자는 게 아닐세. 놈들의 사정거리 밖으로 돌아서 놈들 후방 기슭에 내리는 거야. 그러면 저놈들은 양쪽에서 공격받는 줄 알고 기겁을 해서 물러가겠지.”
이미 겁을 먹고 오사카를 버린 놈들이다. 그럼 이번에도 조선군이 강하게 나가면 겁을 먹고 도망칠 공산이 크다. 중요한 건 이쪽이 과감하게 나가며 기세를 잃지 않는 데 있다.
“난 자네 생각이 좀 불안하네만, 뗏목은 만들도록 하지. 어떻게든 쓸모가 있을 테니.”
서림에게는 호수를 이용해 적 후방으로 들어가는 상륙작전은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뗏목을 일단 만들어둘 필요는 있다. 화포로 적을 제압한 뒤에 강을 건넌다고 해도 뗏목이 소용되니까 말이다.
서림이 부하 군관들에게 뗏목 제작 지시를 내리고, 후방에 있는 본대에 사자를 보내서 적과 조우했다고 알릴 준비를 했다. 그 옆에서 적진을 다시 살피던 임꺽정이 갑자기 히죽 웃었다.
“사림이, 저기 있는 왜장이 아주 반가운 사람일세. 꼭 산 채로 잡아야겠는걸.”
“누구기에 그러나? 우리가 경인년에 만난 적이 있는 놈인가?”
서림도 천리경을 들었다. 그리고 적진에서 나부끼는 깃발을 확인하더니 친구와 마찬가지로 씩 웃었다. 깃발에 그려진 왜장의 문장은 분명 넉가래와 싸리비였다. 어찌 그 문장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잊을 수 있겠는가?
“이봐, 오 군관! 가서 복수군 4중대장 좀 데려오게. 아주 반가운 사람이 여기 있다고 하고 불러오면 될 거야.”
서림이 사악하게 웃었다. 생사불명이던 형을 만났으니, 그도 아마 임꺽정과 자신 못지않게 반가워할 게다. 다만 한 가지는 아쉽다. 형제 상봉을 이루게 해주려면 강선조총으로 그 돼지 놈의 대가리를 터트리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 11 –
이순신은 남은 건주위 병사 1천 기를 이여백 예하에서 빼내 양호 밑으로 옮기게 했다. 양호 역시 뒤로는 이여백에게 뇌물을 받았지만, 그래도 양호는 이여백처럼 파렴치하게 구는 사람은 아니었던 까닭이다.
이여백은 폐허가 된 교토를 지키며 북쪽에서 혹시 적이 내려오지 않는지 경계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사실상 무능하다고 낙인이 찍혀 전선에서 쫓겨난 셈이다.
‘그대가 어려운 처지에 몰려 있었음은 도원수께서도 알고 계셨소. 하지만 도독첨사는 일단 천장이니 어찌 쉽게 건드릴 수 있으셨겠소? 게다가 강요에 의한 것이라 해도 그대의 군사들이 군율을 어겼으니 어쨌든 처벌은 피할 수 없었소.
그대가 일찌감치 도원수께 나가서 만사를 사실대로 고했다면 분명히 그 파렴치한 천장 놈을 처치해주셨겠으나, 당사자인 그대가 가만히 있었으니 방법이 없지 않겠소? 그대는 도독첨사의 부하였으니까 말이오. 우리가 함부로 간섭할 수가 없단 말이오.
어쨌든 이제라도 도독첨사로부터 해방되었으니, 양 경리 밑에서 최선을 다해 싸워 보시오. 곧 원정도 끝날 텐데, 건주에 돌아가서 동포들에게 자랑할 만한 싸움 한 번 정도는 치러봐야 하지 않겠소. 전리품이 없다 해도 우리 주상께서 내리시는 은상이 있을 테니, 힘을 내시오.’
슈르하치가 양호 휘하로 전속되자, 이항복은 바로 자기 군막으로 불러들여 위로주를 한 잔 주었다. 그답지 않게 점잖은 언사와 함께 건넨 술잔을 받은 슈르하치는 북받치는 감정에 그만 왈칵 울음보를 터뜨렸다. 숙부를 위로하러 왔던 다이샨이 그만 당황할 정도였다.
어쨌건 그 술잔을 받은 슈르하치는 기운을 회복하고 본대에 합류했다. 양호는 꼼짝 못 하고 이들을 받아들여 자기가 본래 거느리던 중앙군 기병 2백 기와 합쳤다. 한 가지 곤란한 문제는 이들과 양호 일행이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서 아예 의사소통이 안 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건주 말과 한어(漢語)를 모두 할 줄 아는 저희 관원 하나를 양 경리에게 붙여주어 통변을 맡도록 했습니다. 덕분에 양 경리가 부하들과 무슨 논의를 하는지도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부수적인 이득이 생겼습니다.”
이여백은 그 자신이 건주 말을 구사하니 통역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양호로서는 지금 갑자기 늘어난 부하들을 관리하려면 조선 측에다 도움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마상의 이항복이 웃었다.
이번 사건은 금위사로서는 분명 환영할 일이리라. 상대가 명나라건 일본이건, 첩보를 캐낼 여지가 있다면 어디든 파고드는 게 금위사의 역할이다. 일단 쐐기를 만든 이상 더 깊이, 넓이 파고들어 뿌리를 뻗어 나갈 것이다.
“이번 경도(교토) 건은 우리에게 이득은 많고 손해는 전혀 없었습니다. 장차 전하께서 세워 실행하실 큰 계획에도 무척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명군이 보인 형편없는 태도가 결정적이었다. 그 도둑놈들은 약탈할 욕심에 서두르다가 그만 성내에 은신한 왜군에게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천병이라고 으스대던 평소의 행각을 생각하면 기가 찬 일이었다.
조선군이 동원한 화포로 성벽을 부수고 성내로 돌입한 뒤에도 명군의 꼴불견은 계속되었다. 왜적과 싸우기보다 비어 있는 사찰과 전각을 뒤져 약탈에 열을 올렸고, 약탈물을 놓고 건주위 군사들과 칼부림을 벌여 죽은 사람 숫자가 양쪽에서 수십을 넘겼다.
이 사건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목격한 조선군 장졸들에게 천병의 체면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적어도 북경에서 온 중앙군이라면 모를까, 이제 요동군에 대해서는 존중이고 뭐고 더 이상 없었다.
이 엉망진창의 사건을 제대로 처벌하자면 이여백이고 슈르하치고 모조리 목을 쳐서 진문에 효수해야 했다. 허나 양호가 워낙 열심히 용서를 구하기도 했고, 슈르하치의 잘못은 따지고 보면 이여백이 자초한 일이기에 별다른 처벌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미 결정하신 바지만, 소관이 판단하기에는 아예 건주위를 족친위에 붙여도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어차피 지금 족친위 3대대로 건주 오도리가 들어가 있으니, 건주위를 4대대로 보내 함께 움직이게 해도 되지 않았을지요.”
그동안 몇 차례 싸워보니, 비호군 단독으로 싸우기보다 오도리와 혼성으로 편제해서 싸우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전원 비호군으로 편성한 족친위에도 오도리를 일부 편제하기로 했고, 족친위의 성격을 고려하여 다이샨이 속한 건주 오도리를 넣기로 했다.
다이샨은 이제 겨우 13세다. 조선에서도 16세는 되어야 군역을 치르지만, 전하께서는 무슨 생각이신지 다이샨에게 건주에서 호위병으로 데려온 병사들을 거느리고 왜국 원정에 나가라고 명하셨다. 다이샨 역시 이에 순순히 따랐다. 심지어 건주에 있는 누르하치도 반대하지 않았다.
다이샨이 위험을 무릅쓰고 전쟁에 나가야만 할 이유가 무엇인지는 누르하치와 다이샨 본인, 임금이 생각하는 바가 제각기 다를 것이다. 이항복으로서도 짐작 가는 바가 있었지만, 함부로 입을 놀릴 성질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건주위가 그동안 겪은 고난은 안타까우나, 일단은 천명을 받아 천장 휘하에 있는 군사이니 본관이 빼앗을 수는 없소. 다른 천장에게 옮길 수 있을 뿐이오.”
이순신이 담담하게 답했다.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는 지경이라서 잠시 손을 댔지만, 자신은 애초에 명나라 장수가 아니었다. 함부로 명군 내부의 일에 손을 댔다가는 무슨 후환이 닥치게 될지 알 수 없다.
“천자께서 내리신 벼슬은 천자께서 거두실 수도 있소. 만약에 내가 잠시 내린 은총에 취해 언행을 함부로 한다면, 그로 인하여 훗날 더욱 난감한 상황이 닥칠지 모르오. 무릇 선비라면 항상 행동을 조심하고 주변을 다스려야 하오.”
“그렇게까지 생각하셨습니까?”
하긴, 맞는 말이다. 황제가 변덕으로 벼슬을 내렸다면 변덕으로 물릴 수도 있다. 만약 지금 도독 벼슬을 믿고 명나라 장수들을 마구 부리다가 황제가 벼슬을 거두는 사태가 일어나기라도 하면 끔찍한 후과(後果)가 닥치리라.
지금 함께 움직이는 일행은 이순신과 이항복 외에도 부원수 권율과 휘하 참모들도 있다. 곧 벌어질 결전을 대비해서 여러 사안을 계속 논의하는 참에 앞에서 연락군관이 급히 달려왔다. 행색을 보니 선봉장으로 세운 서림이 보낸 사자다.
“뢰전천(?田川, 세타 강)에 왜병 4천이 진을 치고 우리 군의 도하를 막고 있습니다. 지휘를 맡은 왜장은 역적 원균입니다!”
“원균이라고!”
이항복을 제외하고, 원균의 이름을 들은 장수 전원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만고의 역적 임해군의 심복으로 왜적의 앞잡이가 되었던 자다. 조선의 장수라면 어찌 그 이름을 듣자마자 그놈의 간을 씹고 싶어지지 않겠는가.
“허허, 다들 너무 흥분들 하지 마십시오. 전하께서는 원균을 생포할 수 있다면 꼭 생포하라 하셨으니, 잡자마자 베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참으셔야 합니다.”
“물론일세, 체찰사.”
권율이 짧게 답했다. 주상께서는 역적 원균을 한강 모래밭, 도성 백성들 눈앞에서 처형하고 싶어 하신다. 히데요시와 함께 말이다. 그러니 되도록 생포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