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713
2부 491화
– 15 –
바다가 얼었다. 강도 아니고, 호수도 아니고, 바다가 얼었다. 그것도 해삼위에서처럼 해안에 가까운 바다만 살짝 어는 게 아니고 저 멀리 눈 닿는 데까지 보이는 모든 바다가 얼었다.
“바다가 통째로 얼다니, 내가 직접 와서 보지 않았다면 안 믿었겠지.”
“남에게 들었다면 미친 소리라고 했겠지요.”
이순원과 반차원이 바다를 보면서 한담을 주고받았다. 사실 이들이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선 강과 바다가 제대로 구분되지 않았다. 애초에 흑룡강부터가 하구까지 내려오면 반대편 기슭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큰 강이기 때문이다.
“저 얼음길, 건너편 기슭까지 폭이 10리는 넘겠지?”
“10리가 뭡니까, 30리는 될 것 같습니다. 굳이 직접 건너가서 재볼 것까지는 없겠지만요.”
탐북군을 이끌고 갑오년(1594년) 가을에 해삼위를 출발한 지 1년을 채우고도 서너 달쯤 더 지났다. 정말 고난과 난관이 줄을 이어 나타난 여정이었다.
작년 여름은 옛날 흑수말갈이 살았다는 흑수부 일대에 진을 치고 밭을 갈아서 콩과 옥수수, 담저를 심어 가꿨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인지 확인하고, 군량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부하 중 한패가 농사를 짓고 다른 한패는 주변을 돌며 정계비를 세우고 지도를 그리는 동안 이순원도 바빴다. 총 한 자루를 어깨에 걸머메고 부지런히 맹수를 퇴치하러 다녀야 했다.
고역이긴 했어도 성과는 확실했다. 총을 알지 못하던 북방 토인들은 이순원을 하늘에서 온 벼락의 신이라며 경모했고, 당연히 이순원이 받들어 모시는 주인인 조선 임금에 대한 경외심 역시 하늘을 찔렀다.
“나리, 이참에 아예 나리께서 북방의 왕이 되시면 어떻겠습니까? 굳이 상감께 바칠 것 없이 말입니다.”
“히죽거리면서 농담을 진담처럼 하지 마라, 이놈. 왜인여진 기병 3천 기가 달려오는 꼴이 그렇게 보고 싶으냐?”
만약에 여기서 독립을 선언하고 반역자가 된다면, 이순원은 역사에 길이 남을 얼간이가 될 터였다. 해삼위에서 온 부하 중 동참할 숫자는 잘해야 절반 정도일 테고, 나머지는 이순원을 죽이려 들거나 남쪽으로 도망가서 정효신에게 고발할 게 분명하다.
“그러고 나면 당장에 관찰사가 부여주에서 불러온 왜인여진 3천 기가 이 북방으로 달려올 테지. 그놈들이 하는 일이 그거니까.”
오도리는 사실상 중앙군에 편입됐다. 그런 탓에 북방 3주 각지에서 벌어지는 반란 진압이나 도적 토벌 등 치안 유지 활동은 왜인여진이 한몫을 크게 한다. 조선 관군은 주로 거점 수비를 맡고, 왜인여진이 직접 돌아다니며 적을 토벌하는 식이다.
“난 그놈들 상대할 자신 없다. 하려면 너나 해라.”
“아이고, 농이었습니다.”
반차원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이순원도 피식 웃고는 동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늘은 안개가 끼어서 잘 안 보이긴 한다만, 저기 동쪽에 유귀국이 있단 말이지….”
“네. 여기 토인들은 겨울이면 수시로 썰매를 타고 바다를 건너 오간다고 합니다.”
여기서 동쪽으로 곧바로 80리만 가면 유귀국이라고 했다. 이 일대 토인들은 여름에는 배를 타고, 겨울에는 썰매를 타고 이 바다를 건너 유귀국에 사는 토인들과 교역을 한다. 철제품과 명나라에서 온 비단옷 같은 것을 보내주고 모피나 어포를 받아온다고 했다.
“우리가 그 교역을 가로채면 불만이 상당하겠군요. 토인들에게는 나름 대를 이어 온 가업이 아닙니까?”
“뭐 토인들이 하는 소소한 장사까지 우리가 빼앗을 건 없지 않나. 상감께서 어떤 꿍꿍이를 가지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푼돈 벌이를 욕심내지는 않으시리라 보네.”
이순원은 자기 눈으로 흑룡강과 흑룡강이 흘러 들어가는 이 북쪽 바다, 그리고 인접한 땅이 얼마나 풍요로운지를 확인했다. 날씨가 추워서 농사가 어렵다는 단점 정도는 충분히 눈 감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다.
눈앞의 강과 바다에는 풍요로운 물고기와 고래가 있다. 숲속에는 흑담비와 순록과 호랑이가 있으며, 강가 모래밭에는 사금이 묻혀 있다. 이순원의 부하들은 지난 여름 한 철 동안에만 금 열 근(6kg)을 캐냈을 정도였다. 겨우 10여 명이 말이다.
“그놈들이 따로 꿍쳐놓은 금이 최소한 한 근은 되겠지.”
“그놈들도 다 사람이니까 말입죠. 작정하고 숨기려고 들면 그걸 어떻게 찾아내겠습니까요. 하지만 임금께 바칠 금을 빼돌렸다가 ‘잡히면’ 죽을 각오 정도는 해야지요.”
이순원도 반차원도 옛날 도적단을 이끌던 때의 사고방식을 아직 가지고 있었다. 뒷주머니? 차고 싶으면 차라. 들키지 않는 한 그런 건 없는 거다. 하지만 들키면 죽는다.
이런 태도에는 나름 합리적인 이유도 있었다. 자기 주머니에다 뭐라도 좀 챙겨 넣을 기회가 있어야 부하들이 신이 나서 돈 냄새도 맡고 다니고 기회도 물고 올 게 아닌가. 하지만 두목이 모든 재물을 독차지하고 나눠주지 않으면 미쳤다고 건수를 찾겠는가? 주는 밥이나 먹고 말지.
“어쨌든 이 정도면 연해주에서 이미 캐고 있는 금광과 필적할 수준이지. 이런 좋은 벌이가 사방에 널린 이 땅에서, 고작 토인 장사꾼 따위의 생업을 뺏어? 전혀 그럴 필요 없지.”
중간에 한 단계를 더 거치면 당연히 모피값이 더 오른다. 하지만 최종 소비처인 한양에서 팔리는 값을 생각하면 쌀 한 되, 바늘 한 쌈쯤 더 쳐준다고 해서 손해가 될 일도 없다.
이순원은 천천히 팔을 한 번 쓰다듬었다. 순록 가죽으로 지은 옷은 따뜻할뿐더러 눈보라를 뒤집어써도 물 한 방울, 바람 한 줄기 새지 않았다. 순록 가죽으로 모자, 외투, 장갑을 만들고 얼굴 가에 늑대 털로 깃을 대면 어떤 추위에도 까딱없는 최고의 방한복이 나온다.
어디 이것뿐이랴. 유귀국에서 건너오는 보물 중에는 해달 가죽이 있다. 비단과 같은 광택을 내는 검은색 가죽으로, 놀라울 만큼 부드럽고 얇다. 이제까지 가장 고급으로 치던 검은담비의 가죽 따위는 아득하게 능가하는 아름다운 모피였다.
이제까지 해달 가죽은 아모국에서 소량 유입되는 외에는 구하기가 지극히 어려웠다. 하지만 유귀국에는 아모국보다 훨씬 많은 해달이 살고 있다고 했다. 정말 바다에서 돈이 튀어나오는 땅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단점은 역시 바다까지 얼어붙는 추위다. 너무 추워서 정효신에게 보고서조차 보내지 못했다. 이순원은 지금 흑룡강 일원에서 신으로 숭배받고 있는데, 그 벼락신의 부하인 전령이 가다가 동사라도 해버리면 얼마나 우스운 꼴이 되겠나 말이다.
“곧 2월…조금만 있으면 바다가 녹는다. 유귀국에 정계비 세우러 간 놈들이 돌아오고, 봄이 되어 바다가 녹으면 모두 배를 타고 해삼위로 귀환하도록 하자.”
여기까지 오면서 세운 정계비가 총 60개다. 남은 20개는 민진식이 가지고 유귀국으로 갔다. 유귀국 북쪽, 동쪽 해안에 세워서 여기가 조선의 영토라고 못 박아놓기 위해서다. 토인들에게 적당히 겁을 주면서 구슬리면 귀부하게 만들기도 어렵지 않을 터였다.
민진식도 토인들처럼 썰매를 타고 바다를 건너 유귀국에 갔다. 얼음이 녹는 시기는 안내로 데려간 토인이 알려줄 테니, 돌아오는 데 무리는 없으리라.
봄이 오면 헛간에 보관해둔 배를 꺼내 그동안 모은 모피와 금, 북방을 조사한 자료를 싣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순원은 유귀국에 정계비를 세우러 간 이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 바랐다.
“그러고 보니, 민 군관이 저번에 여기 하구까지 왔다가 다시 올라와서는 ‘북쪽 바다를 보러 간다는 남만인들을 만났다’라고 보고하지 않았던가? 그놈들은 지금 어디쯤 있을까?”
“저야 모르지요. 북쪽 바다에 뭐가 있는지 알게 뭡니까.”
정문부를 대동하고 있던 남만인들…네덜란드라는 나라에서 왔다고 했다. 정문부는 흑룡강 하구에서 민진식을 만난 뒤 ‘이 위쪽 길은 나도 전혀 모른다’며 휘하 군관 두 명을 남겨두고 자기는 해삼위로 돌아갔고, 남만인들은 더 위로 올라갔다. 과연 어떻게 됐을까.
– 16 –
“우리가 가는 앞길에 이상한 나무집이 두 채 있습니다. 형상이 토인들이 사는 움막과 전혀 다릅니다.”
“어떤 자들이 살고 있던가?”
“창이 없어 안을 볼 수 없고, 바깥을 출입하는 자도 없어 정확한 인원은 알 수 없으나 집의 크기로 보아 예순 명 정도는 안에 있을 듯했습니다. 근처에는 다른 토인 부락도 없습니다.”
여기는 유귀국 가장 북쪽 끝이다. 정계비를 꼭 세워야겠기에 부하 탐북군들과 함께 추위를 뚫고 전진하던 민진식은 척후를 나갔던 원사웅의 보고를 받고 매우 놀랐다. 도대체 누가?
민진식은 곧바로 휘하 군사들에게 무기를 들게 했다. 그 집에서 사는 자들이 유귀국 토인이 아니라면 왜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귀국을 조선의 영토로 만들려고 기껏 이 머나먼 북쪽까지 찾아왔는데, 왜인들이 눌러앉는 꼴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일단 감시하다가 밤중에 조용히 근접해서 불화살을 쏜다. 그리고 저들이 불길에 놀라 자다 말고 뛰어나오면 모조리 사살한다.”
이쪽 인원은 서른, 원사웅의 보고대로라면 두 배가 될 적을 제대로 상대하기는 좀 벅차다. 그럼 기습이 최고다. 어둠 속에서 기습해서 몽땅 죽이고 집을 태워버리면 저들이 여기 왔다는 증거는 사라질 테니 그걸로 충분하다.
북쪽으로 올라온 뒤로, 탐북군은 그동안 제대로 된 싸움 한 번을 치르지 않았다. 화약 냄새 한번 오래간만에 제대로 맡게 되었다.
사람 한두 명이 잠깐 밖에 나왔다가 후다닥 안으로 도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굴뚝에선 계속 굵은 연기가 오르고, 안에 있는 자들이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 걸 보니 이곳 추위에 약한 외지인이 분명했다.
탐북군 군사들은 조심스럽게 나무집으로 접근했다. 40보 거리까지 접근해서 불화살과 조총 화승에 막 불을 붙이려는 참인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군사들이 급히 몸을 숨기자 사람 그림자 하나가 밖으로 나왔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앞으로 나와 바지춤을 열어젖혔다.
마침 원사웅으로부터 겨우 십여 보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원사웅이 조심스럽게 활을 들어 낯선 옷을 입은 왜인의 목을 겨냥했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도록 목에다 화살을 박아넣으려는 참인데, 갑자기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X미럴! X나게 춥구만! 괜히 양놈들 따라와서 이게 무슨 고생이야? 젠장, 이런 데 갇혀서…집에 갈 수 있을까?”
분명한 조선말이었다. 깜짝 놀란 원사웅이 활을 내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이런, 당신들을 몰살할 뻔했다니.”
오줌을 누러 나온 조선인 군관이 아니었으면 민진식은 바렌츠 일행을 공격해서 전멸시킬 뻔했다. 어둠 속에서 숙소에 불을 지르고 총과 활을 쏘아댔으면 결과는 빤하지 않았겠는가.
“여러분을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사고를 많이 겪었습니다.”
통역은 조선에 건너오며 조선말을 익힌 바렌츠 함대의 1등 항해사가 맡았다. 작년에도 그가 통역을 맡았었지만, 그때보다 조선말이 한층 더 능숙해져 있었다.
“얼음 속에 갇히니 말 배우는 것밖에 재미있는 게 없더군요.”
통나무 의자에 앉아있던 바렌츠는 자신들의 곤란을 유쾌하게 웃어넘기는 항해사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항해사를 통해 자신들이 겪은 여정을 간단히 들려주었다.
작년 여름에 흑룡강을 통과한 함대는 지도에 ‘북해(北海)’라고 적힌 북쪽 바다로 들어갔다. 조선 국왕은 이 바다가 닫혀 있고 유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했지만, 바렌츠는 북서쪽으로 열린 수로가 분명히 있으리라고 확신하고 포구 하나, 하구 하나까지 철저히 뒤졌다.
“하지만 모조리 실패했소. 모든 포구는 막혀 있었고, 수로를 발견해서 잠시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면 언제나 민물이 흘렀지. 귀국 국왕께서 미리 알려주신 그대로였소. 우리는 동쪽으로 가서 다시 길을 찾아보려 했으나 그만 겨울이 닥쳐 바다가 얼고 말았소.”
배 3척은 모두 바다 위를 메운 유빙에 갇혔다. 그중 한 척은 얼음덩어리가 선복에 부딪혀 구멍을 뚫어버리는 바람에 침몰하고, 목숨을 건진 선원들은 보트를 타고 다른 배로 피했다.
“이곳 바다에서는 사람이 빠지면 익사하기 전에 얼어 죽고 말 정도요. 다른 두 척도 얼음에 끼어 부서지기 시작하니, 차라리 육지로 탈출하는 게 낫겠더군. 그래서 바다가 얼 때까지 배에서 머물다가 얼음 위를 걸어서 여기까지 왔소. 항해일지와 무기, 최소한의 도구만 가지고.”
중도에 낙오한 인원들을 빼고 54명이 간신히 육지에 도착한 뒤 숨을 돌리고 보니, 휴대한 식량은 거의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일단 나무를 베어 급한 대로 거처를 먼저 마련하고, 주변 숲에서 짐승을 사냥해서 겨우 허기를 면하고 있었다고 했다.
“여기가 연해주 북쪽 어딘가라고 생각했소. 그래서 일단 봄까지만 여기서 버티다가, 봄이 되면 남쪽으로 걸어서 이동할 생각이었지. 여기서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해삼위에 도착할 줄로 생각했는데, 헛고생할 뻔했군.”
바렌츠가 그렇게 했다면 아마 아모국을 바라보면서 당황하게 되었으리라. 유귀국 남쪽 끝은 아모국을 바로 바라보고 있으니까. 민진식은 토인들에게 들어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무튼, 잘 됐소이다. 기왕 우리를 만났으니까, 바다 저편에 있는 우리 진영으로 함께 가서 겨울을 나도록 하시오. 우리가 정계비를 싣고 온 썰매를 이용하면 당신네 짐과 환자도 모조리 실어갈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네덜란드인들이 입은 유럽식 옷은 유귀국의 겨울 추위 속을 걷기에 적당하지 않았다. 허나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 민진식은 토인 안내인에게 몇 가지 교역품을 주고, 근처 토인 마을에서 순록 모피와 어포를 구해다 달라고 했다.
“본래는 기왕 건너온 김에 해달 모피를 좀 사들일까 했었지만, 어쩔 수 없지. 일단 사람이 살아야 할 테니까. 당신들은 여기서 모피가 준비되기를 기다리시오. 우리는 내일 다시 나가서 비석을 다 세운 뒤에 여기로 돌아오겠소. 우리가 가져온 콩과 담저도 좀 놓고 가리다.”
작년 여름에 만났을 때, 민진식과 정문부는 지금 조선 조정은 부실해진 북방 경계선을 다시 확인하는 중이며 유귀국도 거기 들어가는 조선 영토라고 바렌츠에게 미리 말해두었다. 그러니 바렌츠가 자기가 이 섬을 먼저 발견했다며, 네덜란드 영토라고 주장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함께 움직여야 할 인원이 50여 명이나 늘었으니, 함께 귀환하려면 배가 적어도 2척은 더 필요하게 생겼다. 정계비 설치를 마치고 복귀하면 바로 배를 만들어야 하리라.
“나무가 있을까? 지금 베어서 말린다고 해도, 충분히 말리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텐데.”
“토인들이 재목으로 쓰려고 베어놓은 나무가 있을 테니 그걸 얻으면 됩니다. 토인들도 매번 나무가 필요할 때마다 새로 베어서 말리지는 않을 테니까요.”
잠시 밖으로 나와 원사웅의 조언을 들은 민진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토인들이 미리 베어놓은 나무를 쓰는 편이 새로 나무를 베기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이 일 말고도 원사웅은 이번 탐사 내내 현명하게 행동했다. 아까 활을 쏘려다 만 일 외에도 갖가지 상황이 있었지만, 매번 적절하게 판단을 내리고 부하들도 잘 통솔했다.
“귀환하거든 내 꼭 관찰사께 귀하의 공을 잘 아뢰겠네.”
“말씀이라도 감사합니다.”
원사웅이 고개를 숙였다. 아직 해삼위로 돌아가려면 한참이나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