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746
2부 5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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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년이 겹친 끝이다 보니 올해로 개점 3년 차가 된 반촌다점에도 손님이 많지가 않다. 개점 첫해만 해도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아 들어가야 할 지경이었지만, 그 뒤로 2년이 지났는데도 가뭄이 그치지를 않으니 자연스럽게 다점에도 앉아있는 손님이 줄었다.
무엇보다 사회적 시선이 따가웠다. 남들 다 보는 곳에서 밥이나 술도 아닌 기호품에 큰돈을 쓰는 행태가 쉽게 받아들여지기는 아직 어려웠다. 풍년이 들어 모두 흥청망청한 시기라면 또 모르지만, 흉년이 계속되는 중이라면 주변의 시선은 더더욱 차가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놈의 가배라는 것이 인이 박이면 끊기가 쉽지가 않단 말입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이 가배 한 잔 마시고 정신을 차리고 싶단 말이지요.”
이항복이 유유히 진한 커피를 홀짝였다. 그는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수시로 다점을 드나들며 커피를 즐겼다. 물론 순전히 커피가 목적이 아니기도 했지만 말이다.
“나도 알고 있네. 요즘은 직접 오는 대신에 하인을 보내 항아리에 가배를 받아가며 주변의 시신을 피하는 대갓집 자제나 안식구들도 많다지. 꼭 새벽에 해장국 시켜 먹듯이.”
권율도 커피를 즐기는 사람 중 하나다. 다만 혼자서 오지는 않고, 어쩌다 가끔 사위와 함께 찾아오는 정도다. 커피를 마시며 아리따운 다녀들의 자태를 감상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도원수 체면에 젊은 선비나 한량들이 즐비한 다점에 혼자 찾아들 배짱까지는 없었다.
“언뜻 봐서는 단지 속에 든 것이 해장국인지 가배인지 알 수 없으니, 배도 안 부른 시커먼 구정물을 비싸게 사 먹는다고 욕을 먹을 일도 없지요. 안 그렇습니까, 장인어른.”
흉년이라도 커피를 원하는 이들은 많다. 공부하는데 잠을 쫓는다고 마시는 유생들에서부터 첩만 총애하는 남편 때문에 우울한 기분을 커피 한 잔으로 푸는 대갓집 마나님에 이르기까지, 이미 커피에 맛을 들인 사람들은 도성에 널려 있었다.
“도성 한량들이 술을 마시는 만큼 가배를 마신다면 다점이 백 개가 있더라도 모자라겠지요. 마시면 혼미한 정신을 되살릴 수 있을뿐더러 술처럼 취해서 난장을 부리지도 않으니, 다들 술 대신에 가배를 마시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흉년이라도 술은 고하를 막론하고 다들 마신다. 물론 곡식이 부족하니 평소 마시던 것처럼 쌀로 빚은 청주나 소주를 마시지는 못한다. 도성에서는 대개 북방에서 담저나 잡곡으로 빚어 보내는 호주(胡酒)를 마신다. 독주는 식량에 비하면 운반도 쉽고, 도중에 상할 염려도 없다.
밤새 술을 퍼먹고 나면 해장이 간절하게 마련이다. 도성에서 여유 있게 사는 집들은 그렇게 술을 마신 다음 날이면 노복을 시켜 수진방(壽進坊)에 즐비한 해장국집에서 뜨끈한 해장국을 사다가 먹으며 해장하곤 한다. 남만초 가루를 잔뜩 넣은 얼큰한 해장국이 요즘 인기다.
“훈련도감 도제조 대감께서도 눈으로만 보시지 말고 사발을 들어 한 모금 하십시오. 이건 약입니다. 정신을 맑게 하고 주의를 깊게 해주는 약이지요. 일반 백성들이 마음껏 마시기에는 가격이 좀 높긴 하나, 원하는 약효를 얻으려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삼년상을 마치고 복귀한 이순신은 정1품인 훈련도감 도제조로 취임했다. 훈련도감은 한때는 스페인식으로 훈련받은 수만 대군을 보유한 최고 핵심 군영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예하에 거느리고 있던 정예군은 오군영으로 분리, 재편되었다. 이제 ‘도감군’은 겨우 6천 명가량이다.
하지만 군사 숫자가 훈련도감이 갖는 중요성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훈련도감은 실전부대가 아니라, 군제개편 및 신전술 개발에 투입되는 연구부대 역할과 신병훈련을 맡고 있으니까.
당분간 대규모 전쟁이 없으리라는 데는 조정 중신들이나 도원수 권율을 비롯한 군 수뇌부가 모두 동의했다. 상감께서는 그 예측을 주도하셨고, 삼년상을 마치고 돌아온 이순신을 예전에 한때 있던 훈련도감에 보내 조선군이 장래에도 천하제일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라 하셨다.
훈련도감 도제조로 취임한 이순신은 지금 조선군이 거둔 성취가 차후에도 대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편제 및 훈련체계를 개편하는데 전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 목표가 제대로 성과를 내야 이후에 100년, 200년이 평안해진다.
“우상 대감, 술은 나라 안에서 만드는 것이지만 이 가배는 남만에서 귀한 은을 주고 사들인 물건이라고 들었습니다. 같은 값이라면 염초를 사서 군력(軍力)을 강화하는 편이 나라에 보다 보탬이 될 터인데, 마셔서 없앤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영 편치 못합니다.”
더구나 지금은 연이은 가뭄으로 백성들이 무척 힘겨워하는 시절이다. 민생을 크게 중시하는 이순신으로서는 커피잔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조정에서의 직책상 상급자인 이항복이 여기서 만나자고 하지만 않았으면, 다점에 오지도 않았을 사람이다.
“염초가 필요한 때라면 염초를 사겠지요. 하지만 지금 전국에 있는 군기고에는 염초가 백만 근이나 비축되어 있고, 그만하면 을미동정을 두 번은 더 치를 수 있을 겁니다. 기근을 버텨낼 만큼은 곡식도 들여오고 있고, 그에 비하면 들여오는 가배의 양은 무척 적습니다.”
더구나 커피는 나랏돈으로 수입해 오는 것도 아니다. 전적으로 반촌다점이 스스로 부담하는 비용으로 수입한다. 쓸데없는 물건을 수입하느라 은을 소비한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뜻밖에도 이 문제에서는 삼사도 침묵하고 있다.
삼사가 반촌다점을 손대지 못하는 이유는 총애받는 후궁인 귀인 이씨가 다점 실소유주여서 임금의 눈치를 보기 때문은 아니다. 그것만이라면 도리어 맹렬하게 몰아붙였으리라.
“성균관 유생들은 물론 삼사의 간관들도 수시로 밤을 새우느라 가배에 절어 삽니다. 그런데 어찌 가배 사들이는 일을 멈추라고 전하께 청을 올릴 수 있겠습니까?”
현재 직책으로는 자신이 상급자다. 하지만 이항복은 이순신에게 꼬박꼬박 존대하기를 잊지 않았다. 한때 이순신이 자신의 상급자였을 뿐 아니라, 전란에서 세운 공과 그로 인한 품계가 자신보다 훨씬 높은, 말 그대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였기 때문이다.
조선에 원래 존재하는 최고 품계는 정1품상인 이다. 하지만 임금은 이순신의 공을 기리는 데는 이 정도로 부족하다 하여 라는 ‘특품(特品)’을 내렸다. 일부 신하들의 항의에는 이렇게 답했다.
‘옛날 신라는 각간(角干)이 최고 벼슬이었으나, 삼국을 통일한 후 김유신의 공이 크다 하여 대각간(大角干)의 벼슬을 만들고 또 태대각간(太大角干)의 벼슬을 만들어 김유신에게 내렸으니 신라 천 년을 통틀어 대각간이 김유신 한 사람뿐이었고 태대각간 역시 오직 김유신뿐이었다.
지금 이순신의 공이 김유신보다 작지 않은데, 어찌 품계 하나를 새로이 만들어 충신이 세운 공을 기림을 망설이겠는가? 그대들은 반대하지 말기를 바란다.’
이순신은 임금이 총애하는 신하이자 왕실의 사돈이다. 게다가 실제로 세운 공적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 반대할 명분도 없다. 그 결과로 이순신에게 특품을 부여하는 문제는 큰 반대 없이 조정을 통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감께서 가배를 즐기지 않으시는 연유는 저도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그럼 무언가 다른 마실 것을 드시도록 하시지요. 그래야 이야기를 시작할 테니까요.”
이항복이 종을 울리자 주문을 받는 다녀가 나타났다. ‘감저라태’를 가져오라는 주문에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인 다녀가 물러나더니, 곧 누런 미음 같은 음식을 담은 사발을 가져왔다. 잣과 호두 부순 것, 가루를 낸 땅콩 등이 위에 뿌려져 있었다.
“대감께서는 가배보다는 이게 더 좋으실 듯합니다. 최근에 새로 나온 음료로, 감저를 쪄서 으깬 다음 염소젖과 꿀을 섞어 곱게 갈았습니다. 들어가는 재료 모두 우리 땅에서 난 것이니, 아까처럼 심려치 말고 드셔도 됩니다.”
처음에 다점이 문을 열었을 때는 커피와 녹차, 양병(洋餠)과 양과자만 팔았다. 하지만 방금 이순신이 그러했듯 다점에 오기는 해도 가뭄 때문에 비싼 커피를 꺼리는 이들도 상당수였고, 뭔가 이들에게 내줄 음료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온 물건이 이 ‘감저라태(甘藷拏態)’였다.
“이건 맛도 좋고 배도 불러서 전하께서도 즐겨 드신다고 합니다. 가뭄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생각하며 수라 대신 이것을 한 사발씩 들곤 하신다니, 신하로서 어찌 그 본을 따라 이 음료를 마시지 않겠습니까?”
가난한 백성들도 많이 먹는 감저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에 이순신이 비로소 그릇을 들어 맛을 보았다. 만족한 듯 몇 모금 더 마시는 모습을 본 이항복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
“그럼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지요. 훈국(훈련도감) 안에서 나누기는 도리어 부담스러운 화제라 말입니다. 대감께서는 와라부 놈들의 제안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곳은 사방이 트이되 트이지 않은 곳입니다. 안심하고 말씀하셔도 됩니다.”
오늘 차지한 방은 원래는 여자 손님들 전용으로 만들어둔 방이다. 남자들이 드나드는 바깥 대청과는 아예 출입구가 다르다. 그런데도 이들이 이 호젓한 공간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쪽 방이 손님이 없어 텅 비어있는 덕이었다.
내방하는 남자 손님은 아직 꽤 있는데 여자 손님이 끊어진 이유가 그저 가뭄 탓은 아니다. 장악원 가희들이 다점에 자주 드나들기 시작한 탓도 컸다. 다점에 가희들과 이들에게 눈독을 들이는 사내들이 들끓자 양갓집 아낙네들은 발을 끊을 수밖에 없었고, 대신 하인을 보낸다.
“와라부에 대해서는 소관도 아는 바가 많지 않아 쉽게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내일 입궐하여 전하께서 내리시는 분부를 받들려면 생각하는 바를 정리하기는 해야겠지요.”
이순신은 삼남을 순시하고 이제 막 도성으로 돌아온 참이라, 현재 상황에 관해서는 정확히 몰랐다. 이항복과 권율은 번갈아 가면서 지금 상황을 설명했다. 어전에서 오이라트 사신들이 보인 방자한 태도와 그에 관한 조정 대신들의 반응까지 빠짐없이 알렸다.
“군부에서도 이 문제로 의론이 분분합니다. 와라부는 엄연히 과거에 천자를 범하는 대죄를 저질렀던 죄인인데 어찌 무기를 줄 수 있느냐는 이들이 한패고, 지금 대국을 도와서 할하부를 칠 수 없을 바에야 할하를 치려고 하는 와라부라도 지원해야 한다는 이들이 또 한패입니다.”
명나라 상황은 이순신도 듣고 있다. 전력을 다해 장성을 지키느라 동원할 수 있는 병력과 물자를 총동원하는 중이다. 덕분에 내부에서 일어나는 반란에는 손도 못 대고 있다.
“대감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소관은 지원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합니다. 만약 와라부가 장성을 넘어 대국을 노린다면 우리가 저들에게 무기를 제공함이 곧 반역을 뜻하겠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일단 할하부부터 먼저 꺾어야 하니 말입니다.”
“본관의 생각도 도원수 대감이 방금 말씀하신 바와 같소.”
이순신이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권율의 의견을 받았다.
“생각 같아서는 정예군을 뽑아 직접 출정함이 천자께 더 도움이 될 성싶으나…, 이미 몇 해 동안 계속된 가뭄을 생각하면 군사를 내기 어렵소. 그러니 영상 대감께서 하신 말씀처럼 여러 달자들 사이에 자중지란이 일어나게 함으로써 이이제이를 실천함이 옳겠소.”
개입할 권한이 없었기에 의사를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이순신은 건주위에 총을 넘겼을 때도 별로 내키지 않았다. 주상께서는 대국과의 직접 충돌을 막기 위해 저들을 완충세력으로 두는 것이라 하셨지만, 굳이 총과 화약을 쥐여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음, 그러고 보니 요즘 건주위에서는 총을 직접 만드는 모양입니다.”
이항복이 느긋하게 커피를 기울이며 중얼거렸다. 두 장군이 그 말을 듣고 멈칫했지만, 정작 그 말을 꺼낸 이항복은 그 소식에도 그다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을미년에 놈들 손에 들어간 왜인 포로 중에 대장장이가 몇 있었는데, 그중에 조총을 만들 줄 아는 자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도망쳐서 왜인여진 부락으로 들어왔는데, 그놈 입에서 얻은 첩보입니다.”
을미년 동정 당시, 건주위가 잡아간 포로들이 어떤 자들인지 일일이 검색할 여유는 없었다. 조선군이 붙잡은 포로들을 심문하고 도주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데만도 일손이 달렸다.
“하지만 기껏 대장장이 몇 놈 들어갔다고 해서 위협이 될 건 없지 않은가? 생산할 수 있는 총 수량부터가 비교도 안 되는데.”
“빙장께서 하신 말씀이 옳습니다.”
이항복은 느긋하기만 했다. 이순신과 권율도 크게 걱정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놈들이 지난 4년 동안 왜놈들을 부려 만든 총은 400자루도 안 됩니다. 더구나 건주위에는 납을 캐는 광산도 없고, 염초도 없습니다. 놈들이 아무리 열심히 조총을 만들어 봤자, 우리가 탄환과 화약을 대주지 않으면 그저 나무를 댄 철통(鐵筒)일 뿐입니다.”
조선은 건주위를 통제할 수 있는 확실한 고삐를 쥐고 있다. 탄약을 자급할 수가 없는 이상, 건주위가 소량의 총을 스스로 만들더라도 결코 조선에 위협이 될 수는 없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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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관이었다. 양자가 그렇게 잘 어울릴 줄은 몰랐다.
“오! 그대가 철갑으로 전신을 감싸고 삼성부를 둘러싼 10만 철기를 향해서 단신으로 뛰어든 그 용사셨단 말입니까!”
“젊은 날의 치기지, 허허.”
“여기, 제 술 한잔 받으십시오!”
“제 술도 받아주십시오!”
“좋네. 우리 모두 함께 한잔하세!”
오이라트 사절단의 접대 ? 라고 말하지만 실은 감시 ? 는 내금위장 임꺽정이 맡도록 했다. 다른 이유에서는 아니고, 임꺽정 정도 급은 되어야 그놈들을 제대로 억제해서 멋대로 까불지 못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오이라트 패거리와 임꺽정이 기가 막히게 죽이 맞았다. 어떻게 오이라트까지 소문이 퍼졌는지 모르겠지만, 북방에서 난리가 났을 때 임꺽정이 벌인 활약을 그놈들도 알고 있었다. 해서 편에 붙었던 코르친, 할하 쪽 패잔병들을 통해 퍼진 걸까?
요즘 임꺽정은 자기 부하들과 오이라트 패거리를 데리고 사냥을 나가거나 술판을 벌이면서 오랜만에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말도 안 통하면서 임꺽정을 보스처럼 모시고 돌아다니는 걸 보니 다행스러우면서 허탈한 기분도 든다. 저놈들, 저렇게 다루기 쉬운 놈들이었단 말인가?!
하기야 오이라트와 조선은 서로를 직접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러니까 복잡하게 머리를 굴려 가며 상대할 필요가 없다. 나뿐만 아니라 저놈들도 우리를 상대로 복잡하게 계략을 꾸밀 생각 같은 건 없을 거다. 그저 총과 화약을 얻어가고 싶을 뿐.
이원익은 여전히 저놈들과 거래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하지만, 유성룡과 이항복은 조총과 말을 바꾸는 데 호의적이다. 물론 의도는 다르다. 유성룡은 이이제이가, 이항복은 준마 획득이 목표다. 의도는 달라도 결론은 같으니 별문제는 안된다만.
이순신을 불러들였더니 이순신 역시 유성룡 편에 섰다. 권율과 황진은 이항복 편이었으니까 결국 군부 대다수도 이 거래를 찬성하는 셈이다.
무장들이 이 거래에 눈이 돌아간 이유야 간단하다. 한혈마를 대량으로 얻을 기회가 저절로 굴러들어왔는데 누가 이를 꺼리겠는가?
이미 조정에서도 논의한 바지만, 지금 명나라를 공격하는 할하부에 총을 주는 것도 아니다. 할하부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이독제독’을 위해서 오이라트에게 무기를 ‘약간’ 내줄 뿐이다. 그렇다면 황제에 대한 불충도 아니지 않은가.
이이제이라는 명분도 있으니 조정과 군부 상층부의 전체적인 의향은 오이라트와의 밀약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급속하게 기울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날벼락이 하나 떨어졌다.
“전하! 북경에서 급보가 왔습니다. 대국에서 칙서를 소지한 칙사가 오고 있다 하옵니다!”
“칙사? 칙사라고? 칙사가 지금 왜 온단 말이냐?”
지금은 12월이다. 이미 우리 동지사가 북경에 가 있고, 우리한테 뭔가 통보할 일이 있다면 동지사가 귀국할 때 들려 보내면 된다. 지금까지 늘 그렇게 해왔다.
분명히 동지사가 아직 북경에 있는데도 칙사를 보내다니, 유례가 없는 사건이다. 아무래도 뭔가 일이 생긴 모양이다. 설마 오이라트 놈들이 여기 와 있는 걸 알았나?!
“와라부 달자들을 모두 북한산성에 숨겨라! 그리고 칙사가 용무를 마치고서 돌아갈 때까지, 절대 산 밑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하라!”
“예, 전하!”
아, 내가 켕기는 게 있어서 그런가? 진짜 긴장되네. 도대체 무슨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