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749
2부 527화
– 14 –
두 달 남짓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파견군 규모는 대체로 진용이 잡혔다. 사령관격인 토적사 자리에는 이미 밝혔듯 이항복이 앉기로 했다. 이항복은 문관이기는 하지만 병조판서와 체찰사 자리에 있으며 군무를 많이 담당했고, 필요한 역량도 충분하다.
이항복을 보좌하는 좌군장에는 김시민, 우군장에는 김응서를 두기로 했다. 곽재우는 참모장, 정준석은 유격장을 맡는다. 관위로 따지면 무관(無冠)이었던 곽재우를 두 장군보다 격이 높은 참모장으로 둠이 옳지 않겠지만, 실제 곽재우의 실력과 공적은 이 자리를 맡고도 남았다.
“관직을 내려도 도무지 머물러 있지를 않으니 원.”
곽재우가 벼슬이 없는 건 내가 안 줘서가 아니다. 아무리 관직을 내려도 열흘 안에 던지고 나가버렸다. 애초에 관직에는 흥미가 없는 양반이었고, 일본이 재기불능의 타격을 입었으니까 자신이 굳이 군대에 있을 이유도 없다고 여기는 듯했다.
게다가 곽재우는 본래 벼슬은 안 하면서 농지 경영과 대일무역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던 사람이다. 벼슬에 오르면 농업 이외에는 사업을 할 수 없으니, 벼슬살이를 거부하고 사업에나 열중하겠다는 태도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사람이 그 정도 선택권은 있어야지.
“그래도 이번에는 천자를 위한 출병이니 어명을 꼭 받들겠다 하였습니다. 심려 놓으소서.”
“알겠다.”
수군장은 입부 이순신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번 출병에서 수군의 임무는 장강을 오르내리며 우리 파견군이 사용할 화약 등 물자를 운반하고 병자나 부상자를 본국으로 후송하는 일이다.
“명나라 화약이 그토록 질이 낮은가?”
“그렇습니다. 타는 속도가 느려 신기전에 쓰기는 좋으나, 총포에 넣고 쏘면 위력이 약하고 찌꺼기가 많이 남아 총포에 좋지 않습니다.”
“그럼 화약은 우리 것을 가져가서 쓰도록 하자. 비축해둔 화약을 너무 묵히면 습기에 절어 쓰지 못하게 될까 두려웠는데 마침 잘 되었다.”
흑색화약은 너무 오래 보관하면 습기를 먹어 돌덩어리처럼 굳어지거나 성분이 분리되어 쓸 수 없게 된다. 후자는 정기적으로 통을 뒤집어서 내용물을 섞어주면 막을 수 있지만, 전자는 대책이 없다. 그걸 다시 쓰겠다고 부수려다간 폭발할 수도 있어서 그냥 버려야 된다.
이 문제를 막기 위해 조선군에서는 다 조합한 화약보다는 원료인 염초?유황?숯을 별도로 보관하는 쪽을 선호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미리 조합해 둬야 필요할 때 바로 쓸 수 있고, 이 분량은 주기적으로 교체해주는 편이 안전하다.
“구주에서는 왜병 4천 명을 모을 수 있다고?”
“그러하다 합니다. 대국에서 약탈로 한몫 잡으려는 왜인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어서 적임자를 골라내기가 고역이라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개인별로 지원하는 낭인들뿐만이 아니라 중소규모 영주들이 가신단을 끌고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자기 영지 잘 다스리고 있는 듯하던 타치바나 무네시게가 병사 5백 명을 데리고 건너오겠다고 했다는 연락까지 있었다.
“잠시지만 전하를 주군으로 모셨으니, 출정하신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합니다.”
“허허, 참 기특하구나. 공을 세운다면 내 넉넉한 상을 내리도록 하겠다.”
무네시게가 이렇게까지 나오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 내게 의리를 지키겠다는 말이 순전한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겨우 그것 때문에 영지를 비우고 출정할까?
전쟁이 없어진 규슈 대신에 중국에 가서 막대한 전리품을 얻고 싶은 욕심과 내게 잘 보여서 영지를 더 넓히고 싶은 욕심, 이 두 가지가 클 거다. 무네시게의 신하들도 마찬가지고.
게다가 무네시게가 영지를 비워놔도 누가 쳐들어올 염려도 없다. 동쪽에 있는 사나다 령은 확실한 동맹이고, 북쪽과 서쪽은 조선령이다. 만약에 남쪽 아소 령에 있는 영주 중 누군가가 정신이 나가 타치바나 령을 노리기라도 한다면, 3면에서 응원군이 몰려올 거다.
“만약에 종무(무네시게)가 데려온 군사들이 용맹하게 잘 싸워준다면, 나중에 벌일 싸움에서 군사가 필요할 때마다 계속 불러다 쓰고 그 보수를 넉넉히 주어도 될 듯하다. 이 문제에 관해 그대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영국이 헤센 용병 쓰듯이 하면 괜찮겠지? 보수는 은이나 쌀로 주고, 뭣하면 이주할 토지를 줘도 된다. 대남도 일부에 정착지를 만들어주고 땅을 받는 대신에 이주자들이 우리 용병으로 복무하게 하면 되니까. 쉽게 말하면 우리 번호가 되는 셈이다.
무네시게 입장에서는 본진 인구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지만, 대신 멀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이 된다. 무네시게 밑에 있으면 영지를 얻을 수 있다는 소문에 영지 없는 무사들이 잔뜩 모여들어 도리어 인재를 구하기 쉬워질 수도 있다.
“저들이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괜찮다고 보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를 위해서 일해오던 야인들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신하들도 나와 생각이 같았다. 중국에 가면 이항복이 무네시게를 설득해보기로 하고 여기서 이 문제는 토의를 마쳤다.
“출정을 지원한 왜노병은 대략 7천 명이라고?”
“그러합니다. 노역을 계속하느니 전장에 가겠다는 자가 그토록 많았습니다.”
엔간히들 일이 힘겨웠나 보다. 갑자기 이만한 인력이 빠져나가면 왜노를 써서 운영하던 각 사업장에서는 난리가 나겠구나. 삯꾼을 고용하면 그 공백을 메울 수는 있겠지만, 그럼 당연히 비용부담이 수반되니까.
“왜노가 빠진 일터에는 이리 전하여라. 포로로 잡은 양응룡의 반적들을 잡아다 대신 노비로 주겠으니 그때까지 참고 견뎌보라고 말이다.”
“예, 전하.”
중국인들을 잡아다 노비로 쓰다니, 원래 조선이었으면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이로군. 하지만 이건 당연한 우리 권리이자 놈들이 받을 형벌이기도 하다. 자의건, 타의건 반란군에 가담한 이상 그 정도 결과는 각오해야 할 게 아닌가.
다만 반란에 가담하지도 않은 양민을 잡아 오면 그건 범죄가 된다. 과연 현장에서 반란군과 양민이 구분이 잘 될지는 모르겠다만, 이항복에게 주의하라고 말은 일단 해둬야겠다.
왜노병 7천은 조선군 갑옷으로 무장시킨다. 그놈들이 입던 일본 갑옷은 진즉에 무게 달아서 저기 남쪽에 고철로 팔아먹은 지 오래니까 말이다. 경군이 갑옷을 남만갑으로 바꾸면서 남은 갑옷 잉여분이 있으니 그걸 입히고, 쌓아놓은 왜장창과 일본도로 무장시키면 되겠다.
왜노병 지휘는 김충선에게 맡긴다. 사노부는 을미년에 족친위로 고생 많이 했으니 이번에는 빼줄 생각이다. 양응룡 따위를 밟으러 족친위가 가는 것도 우습다.
물론 기병을 아예 안 보내겠다는 건 아니다. 족친위 같은 최고급 정예부대를 보낼 필요가 없다는 거지. 경군에서 복무하는 오도리 출신 강철군 1천 기, 골응군 5백 기면 족하다. 아참, 맹서군도 20기는 넣어야지.
전체적인 원정군 구성은 경군에서 뽑은 정예 포군과 기병이 6천, 의용병이 1만. 의용병은 전원 경인년과 을미년에 전투를 경험한 숙련병이다. 여기에 왜노병 7천, 고용한 왜인 용병이 4천, 대남에서 올 토인 용병이 3천, 수군 약 1만, 사령부 표하군 약간. 총 4만여의 대군이다.
덧붙여서 특별한 멤버가 하나 추가된다. 이순신의 장남 이회다.
“이순신이 천자께 1품 도독으로 제수받았음은 분명 사실이니, 도의상 출정해야 하나 나라에 일이 너무 많아 차마 보낼 수가 없다. 마침 이순신의 장남 이회가 자신이라도 나가서 싸우고 싶다 하니, 전장에서 공을 세우게 함으로써 황제께서 베푸신 은혜를 대신 갚도록 하라.”
“예, 전하.”
이 정도면 대략 진용은 짠 셈이다. 벌써 2월이니 4월까지는 병력을 모두 소집하고, 부대를 편제해서 훈련에 들어가야겠다. 모두 경험 있는 병사들이라 기초부터 가르칠 필요는 없겠으나 그래도 1개월 정도는 함께 훈련하면서 부대원들 간의 동질감을 조성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5월부터 군사들을 배에 태워 움직이면 태풍이 오기 전에 모두 수송할 수 있겠느냐?”
“충분합니다.”
우리 배로는 장강 입구까지만 군사들을 실어나른다. 거기에서 하선하면 대기하던 오공충의 선단이 이들을 넘겨받아 중경까지 올라간다. 우리 배에 군사들을 태우고 낯선 뱃길을 이용해 장강을 거슬러 오르기보다는 그편이 훨씬 안전하다.
우리 군선도 올라가기는 할 거지만, 병력은 태우지 않고 올라간다. 그래야 사고가 나더라도 인명피해가 덜 날 테니까.
“그러자면 우리 군사들을 내려놓을 중계지가 필요하겠다. 여기, 장강 하구에 있는 상해현의 빈 땅을 빌려 우리 군선과 군사가 주둔하는 자리로 쓰면 어떠하겠는가? 큰 도시가 있는 곳도 아니니 대국 조정에서도 쉽게 넘겨주지 않겠느냐?”
지금 상해는 그냥 코딱지만 한 어촌이다. 바로 남쪽에는 옛 남송의 수도 임안(臨安)이었던 항구도시 항주(杭州, 항저우)가 있고, 서쪽에는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소주(蘇州, 쑤저우)가 있다. 그사이에 낀 빈 땅, 아직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땅이다.
하지만 여기는 엄청나게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곳이다. 원병 제공을 빌미로 항구를 얻어낼 수 있다면 장래에 정말 대단한 교역거점이 될 거다. 일찌감치 키우기 시작하면 홍콩을 충분히 능가할 수도 있다.
“전하, 그건 어렵습니다. 대국에서 내주지도 않을뿐더러, 우리가 지키기도 힘듭니다.”
정승 중 유일하게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중국인들과 친분도 깊은 사람, 이원익이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차분하게 내가 미처 떠올리지 못한 부분을 지적했다.
“대국에서 우리 북변의 땅과 남변의 땅을 쉽게 내준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모두 중원의 땅이 아니라 장성 밖, 바다 밖에 있는 오랑캐의 땅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는 비록 한갓진 바닷가라 하나 엄연히 중원에 속한 땅이니, 절대 내줄 리가 없습니다.”
듣고 보니 이원익의 말이 맞았다. 내가 순간적으로 흥분해서 명을 너무 호구로 봤나 보다.
“또한, 이 땅은 지키기도 어렵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넘어간다고 해도 다음 황제가 변심해 탈환을 명한다면, 밀려드는 중원의 대군 앞에서 저 작은 땅이 어찌 버티겠습니까? 금성탕지를 쌓아 올리더라도 지켜내기 힘들 것입니다.”
교역을 금지하고 성을 수륙으로 봉쇄하기만 해도 결과는 비슷하리라. 항구를 가지는 의미가 없어지고 말 것이다. 짐이 되거나 화근이 될 항구라면 없으니만 못하다.
“허면, 좌상은 이번 출병에서 빚을 갚은 것으로 만족하자는 말인가? 다른 대가 없이?”
군사들이 명나라에서 받는 봉급은 군사들 몫이다. 거기서 내가 몫을 떼거나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나는 내 군사들을 명나라에 용병으로 팔아먹은 게 아니니까.
하지만 내 결단으로 인해서 이익을 얻는 명나라 조정으로부터 뭔가 받아낼 권리는 충분하지 않은가? 나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조선을 위해서 말이다. 이 나라가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뭔가 이득을 얻을 수 있어야 이 출병이 보람 있는 게 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내 관점으로는 그 모든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은 땅이다. 중요한 위치에 있는 영토를 얻어낸다면, 그 위치를 활용하여 엄청난 이득을 올릴 수가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대남도로 가는 항로의 중계점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서 대중무역 거점이 될 항구가 필요하다.
“그럼 조금 남쪽에 있는 이 섬들을 달라 하시면 어떻겠습니까.”
이항복이 지도 위를 짚었다. 주산군도(舟山群島)였다.
“신이 견서사로 왕래하며 직접 본 바지만, 이 섬들은 대남도로 가는 도중에 기항하기 무척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또한, 해적이 들끓는다는 아주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조건? ‘안 좋은 조건’을 잘못 말한 게 아니고?
주산군도 해적이 악명 높은 건 나도 안다. 그래서 대남도, 동남아를 왕래하는 우리 상선은 한참 동쪽, 유구 가까운 항로로 우회해서 내려간다. 물론 나하에 들러서 유구 상단을 태우고 내려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산군도 해적을 피하려는 의도도 분명 있다.
다만 오공충의 배들은 주산군도 일대도 여상스럽게 지나다닌다. 무슨 수단을 쓰고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아마 놈들과 뭔가 연계가 있겠지.
“대국 조정에 표문을 올려, 이 일대 섬에 자리한 해적들을 우리 수군으로 모조리 소탕하고 다시는 해적이 여기 터를 잡지 않도록 성을 쌓고 지키겠다고 하소서. 그동안 대국 조정에서도 손대지 못하던 해묵은 고민을 해소하는 일이니, 어찌 반기며 허락하지 않겠습니까?”
“내 우리 군사들의 피를 되도록 적게 흘리고 싶어 이번에 해적들까지 손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우상의 말을 들으니,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양응룡 진압군 파견만으로는 원하는 땅을 얻어낼 수 없다니 아쉽다. 일단은 이항복이 올린 제언대로 해적 소탕을 빌미로 해서 주산군도라도 얻어내는 쪽으로 가보자. 여기도 동남아시아 쪽으로 가는 주요 항로이면서 장강 일대 해안을 모두 봉쇄할 수 있는 거점이니까 말이지.
사실 군사적으로 보면 주산군도가 상해보다 몇 배 나은 건 분명하다. 충분한 해군력을 가진 우리 쪽에서 지키기도 더 쉽다. 애초에 해적이 설쳐댔던 것도 그만큼 입지가 좋은, 즉 먹이가 많은 교통의 요지니 그랬던 거고.
“중원으로 들어가는 항구를 아예 포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씨로 하여금 산동에서 하듯이 항구를 하나 새로 만들게 하시면 충분히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곳 주산도에 있는 우리 수군이 배후에서 지원하면 본토에 성을 짓는 것 못잖은 배경이 되리라 보옵니다.”
“영상의 말도 맞다. 예조에서는 칙사 편으로 명나라 조정에 올릴 주산에 있는 해적을 우리 수군으로 토벌하겠다는 표를 올리고, 외수사에서는 오씨에게 연통하여 장강 하구 상해현에 새 항구를 세우게 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칙사는 두 달 동안 대접 잘 받고 푹 쉬다가 우리가 황제에게 올리는 표문과 출병계획서를 가지고 떠났다. 마침 2월이라서, 늘 이때 가서 황제에게 봄 인사를 올리는 춘신사(春信使)도 같이 갔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토벌군을 편성하고 배를 마련하면 된다.
북한산성에서 지루해 죽으려고 하던 오이라트 사절단도 성에서 내려왔다. 이제 이놈들이 온 용무도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지원 여부는 이미 합의가 다 되었으니, 남은 과업은 지원해줄 물자의 수량과 지원 방법이다.
“와라부에 무기를 주되, 일단 화약 20근과 왜조총 20자루만 내주어라. 저들이 약속대로 그 합당한 값을 말과 낙타로 가져오면 앞으로도 원하는 만큼 조총과 화약을 내줄 것이고, 그러지 않는다면 그대로 모든 관계를 끝낼 것이다.”
조총 20자루와 화약 20근이면 굳이 배로 운반할 필요도 없다. 오이라트 사자들이 각자가 탄 말에다 나눠 싣고 초원을 달려가기만 해도 훨씬 빠르게 고향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꼭 돌아와 전하께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전하께서는 이제 저희 주군이십니다!”
“오냐.”
어쩌면 이놈들이 돌아가 보니 작년에 이놈들을 내게 보낸 추장들은 다 제거되고 다른 자가 권력을 잡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조선으로부터 화약을 공급받겠다는 계획을 백지화했을지도 모르지. 기껏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는데 그러면 좀 곤란하겠지만.
뭐, 동맹 체결에 실패한다고 해서 큰 손해가 나는 문제도 아니다. 내 손실이라고 해 봐야 계약금 조로 건넨 조총 20정을 잃는 것뿐이다. 떼먹혀도 별 탈 없다. 혹시 그놈들이 명나라에 고자질하더라도 저놈들이 구라치는 거라고 버티면 그만이고.
어쨌든 이젠 잠시 쉬나 했는데 또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 세상에, 내 집 안에서 홍길동이 자라고 있었지 뭔가. 그것도 가장 사랑받으면서 자란 아들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