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772
2부 550화
– 22 –
“전하, 꿀물을 올리오리이까?”
“한잔 가져오너라.”
흥에 겨워서 술을 얼마나 퍼마셨는지, 도대체 내가 어떻게 침전인 강녕전으로 돌아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눈을 뜨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고, 속이 뒤집혔다. 어쩔 수 없이 조회를 쉬었다. 당연히 아침을 먹을 기분도 나지 않아 빈속으로 누워있었다.
눈을 감은 채 숙취로 인한 두통과 싸우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지막하지만 단호하게 지시를 내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제껏 방 안에 있던 내관과 상궁들이 모두 발소리를 죽여 문밖으로 나갔다. 왜 그러나 싶어 눈을 뜨니 꿀물과 대야를 들고 들어온 상희가 있었다.
“왜 그렇게 많이 마셨어.”
상희는 조용히 속삭이며 물수건으로 내 얼굴과 온몸을 꼼꼼하게 닦아주었다. 그리고 꿀물이 든 대접을 내밀었다. 마셨더니 속이 좀 편해졌다.
“너 내일모레 쉰이야. 몸도 챙겨야지.”
“너무 기분이 좋아서.”
아들도, 친구도 무사히 돌아왔다. 정치적으로 명나라가 절대 무시하지 못할 만한 성과를 낸 뒤에 말이다. 어떻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좀 엉뚱하긴 하지만 진기한 선물도 받았다. 아마 판다 그림이 실린 이번 호 조보는 엄청난 관심을 끌 것 같다. 희고 검은 곰이라니, 조선에서는 누구도 상상도 못 한 짐승일 테니까.
“얼마나 살아있을지 모르겠으니까 살아있는 동안 그림을 그려놔야지. 그래야 후대에 판다가 조선에 왔다는 확실한 증거가 남을 테니까.”
중국어로는 판다를 웅묘(熊猫)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쪽 세계 조선에서는 아무래도 흑백웅(黑白熊), 즉 ‘흑백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될 듯하다. 반달곰이 흑곰, 북극곰이 백곰이니까 그 중간이 되려나? 혹시 그 잡종이라고 생각들 하는 건 아닐 테지.
“역사상 처음으로 그림으로 남는 판다가 되겠네.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 우리가 알던 원래 조선이랑 다르게 말이야.”
상희가 꿀물 그릇을 받아들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때는 역사가 바뀌는 데 관여하지 않으려고 그렇게 노력하던 자신이, 이제는 역사를 바꾸는 선두에 선 한 사람이라는 데서 오는 위화감 때문인 듯했다.
“맞아. 그리고 지금 이렇게 화려하게 사는 것도 다 연산군이 한번 됐던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어제 술자리에서 그 생각을 떠올리니 왠지 술이 더 들어가더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생각해봐. 2단 빙의 없이, 바로 선조가 됐으면 이런 사치를 누릴 수 있었겠어? 명나라에서 판다를 들여오고, 스페인식 돼지고기 요리를 먹고, 네덜란드식 맥주를 마시고?”
지금 내 사치는 연산군과는 비교도 안 된다. 연산군은 국고를 털고 백성들을 쥐어짜 비용을 마련했지만, 내가 쓰는 돈은 전액 내수사에서 들어오는 내 개인 수입이니까 말이다. 내 돈을 내가 쓰는 만큼, 켕길 것도 없고 누구를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만약에 내가 선조부터 빙의했다면 지금처럼 생활할 수는 절대로 없었을 거다. 뭔가 맛있는 걸 먹으려고 하거나, 비싼 물건을 사 오려고 하면 당장에 신하들이 들고일어나서 이런 말들을 토해내며 나를 성토했을 테니까.
‘전하, 연산군과 같은 폭군이 되셔서는 아니 되시옵니다! 사치를 멈추소서!’
‘백성들의 살림을 생각하시옵소서! 군주는 그 모범이 되어야 하옵니다!’
중종반정으로 왕을 이미 한번 갈아치워 본 사대부들은 연산군이라는 ‘나쁜 전례’를 따르려 하는 듯한 임금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을 거다. 내가 국정을 개혁하고 전쟁을 대비하려고 해도 절대 호락호락하게 따르지 않았으리라. 게다가 전거(典據)로 사용할 전례도 없으니 말이다.
히데요시의 침략에 맞설 대비 정도는 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원래 조선의 국력으로도 잘 쥐어짜서 준비하면 그리 크지 않은 피해로 적을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일은 어려웠을 거다. 보복원정도, 영토확장도, 서양과의 교류도.
나는 선조 시기에 이미 조선 사회는 성리학이 사회적 지배이념으로서 교조화되는 임계점을 넘은 뒤였다고 본다. 그 사회체제로 임진왜란을 ‘임진왜변’ 정도로 축소해서 적을 막아내는 데 성공한다면, 과연 개혁의 필요성을 조선 조야가 이해하고 받아들일까?
“어려웠겠지.”
“그래, 정말 어려웠을 거야. 그 반항을 생으로 제압하고 내 뜻대로 역사를 바꾸려면 엄청난 수고와 희생을 치러야 했을지 몰라.”
다른 건 몰라도, 만주와 연해주를 영토화하고 명나라를 개똥 취급할 수는 없었겠지. 명나라 조정에서 보내는 글월 한 장에 진심으로 부들부들 떠는 것도 여전했을 거고. 지금은 명나라가 뭐라 지껄이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도 무방한 지경 아닌가.
대일정책도 그렇다. 왜군의 침공을 막아내는 거야 가능했다고 치고, 역공까지는 엄두도 낼 수 없었을 거다. 그럼 언제 저놈들이 또 쳐들어올지 모르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으리라. 처음 연산군 때 쌓아둔 정치?사회?경제?군사적 기반이 있었기에 지금의 이 성과도 가능한 거다.
“한번 끝낸 뒤에 넘어가는 과정이 매우 불쾌했던 거야 지금도 유감이지만….”
왼손 새끼손가락으로 살짝 머리를 긁었다. 아무도 없을 때 상희 앞에서만 가끔 보이는, 몇 안 남은 현대에서부터의 습관이다. 남들 앞에서는 머리 같은 거 안 긁는다.
“뭐, 어쩌면 이번에도 무종계처럼 내 이름 붙은 음식 하나쯤은 생길지 모르지. 그런데 혹시 족발에 내 이름이 붙어서 ‘모(某)조족’ 따위로 불리기라도 하면, 다음번에 각성했을 때 매우 유감스러울 것 같아.”
상희가 웃음을 터뜨렸다. 소리가 너무 크게 나지 않게 소매로 입을 가리고 웃더니 두 손을 내밀어 내가 일어나도록 부축했다.
“썰렁한 소리 하는 걸 보니 술 다 깼나 보네. 그만 일어나서 옷 갈아입어. 출근해야지.”
“아아, 그래.”
한숨을 쉬며 팔을 내밀었다. 요즘 먹기는 잘 먹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쉬었더니 불룩 튀어나온 배가 갑자기 시야에 들어온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상희를 품에 안아보니 역시 생각대로였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뭐야? 옷 입다 말고 갑자기 왜 그래?”
깜짝 놀랐는지 상희가 빠르게 속삭였다. 한숨을 푹 쉬면서 대답했다.
“큰일이야. 네 가슴이 내 가슴에 닿는 것보다 내 배가 네 배에 더 먼저 닿아.”
잠시 멍해 있던 상희가 의미를 깨닫고 쿡쿡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농담으로 받았다.
“내 가슴 작다고 흉보는 건 아니지?”
“물론 아니지.”
피식 웃은 상희가 핀잔을 줬다.
“그럼 운동 다시 시작해. 팔굽혀펴기가 귀찮으면 승마라도. 가을이니까 매사냥이라도 나가.”
지금이면 매사냥할 계절이 되기는 했다. 가을부터 겨울까지, 초목이 시들어서 시야가 넓게 트이는 계절이 매사냥에는 적기다. 매가 목표물을 잘 찾을 수 있어야 하니까.
그나저나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번 언급해 보자면, 현대 여자들보다 조선 여자들이 가슴이 작아 보이는 건 사실이다. 식생활이나 생활 습관에 따른 체형 차이도 물론 있지만, 옷을 벗고 보면 꽤 볼륨이 있어도 겉보기에는 밋밋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건 전적으로 속옷 탓이다.
애초에 한복에는 가슴을 강조하는 스타일의 옷이 겉옷이고 속옷이고 없다. 꽉 조이고 꽁꽁 싸매서 최대한 작아 보이게 만든다. 서양 복식이 들어와서 영향을 미치면 조금 달라질까 싶긴 하지만, 그러려면 아직 멀었다.
롤리타네 시녀들이 꽤 옷을 지어 팔기는 했다. 그래도 유럽식 드레스를 입고 외출할 정도로 배짱이 있는 양갓집 규수는 없다. 겉에 걸치는 조끼나 망토는 거리에서도 꽤 자주 보이지만, 드레스는 아직 눈에 띈 적이 없다. 다들 장롱 속에 모셔만 놨나?
장악원 가희들이나 도성 기생들은 가끔 입고 나타나곤 한다. 다만 그 경우에도 가슴을 파서 드러낸다거나 하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목까지 철저하게 감싸서 가린다. 얼굴도 안 보이려고 여자들이 나들이할 때 너울(羅兀)을 쓰고 외출하는 사회에서 어디 속살을 드러내겠는가.
아마 ‘모아주고 올려주는’ 속옷이 등장하려면 아직 수백 년은 더 흘러야 할 것 같다. 최소한 20세기 수준으로 사회가 바뀌어야 그런 게 나오겠지.
“전하, 진안군께서 입시하였사옵니다.”
“진안군이? 들라 하라.”
진안군은 어제 술자리에서도 긴장한 모습만 보였었지. 세자가 일부러 자기 옆에 앉혀 놓고 친근하게 계속 말을 거는데, 잔뜩 굳어 있는 모습이 내 눈에도 보일 정도였다. 아무래도 망할 만력제 때문에 바짝 긴장한 탓이겠지.
내게 조심스럽게 말하기를, 아주 진귀한 물건을 중국에서 구했다며 내게 직접 바치겠다고 했다. 아마 그걸 가져온 모양이다. 어디, 상희랑 같이 한번 받아보자.
– 23 –
“그래, 이게 네가 아비에게 가져온 선물이란 말이냐?”
“그러하옵니다, 아바마마.”
아 표정관리 하기 힘드네. 이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이 자기가 속아 넘어간 줄도 모르고 사 온 이 물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백제성 옆에 있는 옛 사당에서 천 년이 넘게 비장하던 물건입니다. 아끼던 아우가 비명에 죽은 뒤, 소열제가 유품이나마 가까이 두고 싶다는 소원을 남겼기에 훗날에 가져다가 두게 한 것을, 사당 측이 천 년이 넘게 잘 보관하여 지켜왔다 하였습니다.”
소열제(昭烈帝)는 유비가 촉한 황제로 즉위한 뒤에 붙은 시호다. 지금 언급한 비명에 죽은 아우란 부하인 범강과 장달에게 암살당한 장비를 말한다. 그러니 지금 내 눈앞에 장팔사모가 놓여 있는 거겠지. 길이가 15자(4.5m)나 되고 창날이 아주 번쩍번쩍하게 빛나는.
물건이 물건인지라 진안군 혼자 방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운반을 돕는다는 핑계로 시위내시(侍衛內侍) 네 명이 따라 들어와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내금위에 버금가는 조선 최강의 무사 중 하나가 바로 이들이다. 다만 내시일 뿐.
진안군이 아무리 왕자라 한들 갑자기 돌변하여 무도한 일을 벌일지도 모르는 만큼, 이들이 경호 목적으로 따라붙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선물이랍시고 들고 온 장팔사모를 보니 정말 난감한 기분은 감출 수가 없다.
“그래서, 이걸 은자 천 냥을 주고 손에 넣었다고?”
“예, 상빈께서 혹시 필요하면 쓰라고 주신 어음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으로 겨우 매입할 수 있었습니다. 실로 귀한 유물이니 어찌 천 냥이 아깝겠습니까?”
상희는 은근슬쩍 고개를 돌려 내 비난의 눈길을 피했다. 아니, 애한테 비상금을 주는 거야 뭐 그렇다 치고 천 냥짜리 어음? 은자 천 냥이 뉘 집 개 이름이야?
그리고 저 정신머리 없는 놈은 제 어미가 쥐여준 비상금을 명나라 사기꾼한테 홀랑 털리고 신이 나서 돌아왔다. 에라 잘 돌아가는 노릇이다.
“네 정성은 고마우나, 이는 장익덕이 싸움에 쓰던 진품이 아닐 것이다. 진안아, 천 수백 년 전에 벼려낸 창날이 어찌 이리 날카롭고 빛이 나겠느냐?”
“그야, 원체 명창인지라….”
이놈 삼국지 애독자 맞아? 앞부분은 대충 넘기고 자기가 좋아하는 중후반부만 읽었나?
“잊었느냐? 장팔사모도, 청룡언월도도 유관장 삼형제가 동네 대장간에서 흔한 철로 적당히 두드려 만든 물건이지 명장(名匠)이 만든 물건이 아니다. 녹도 안 슬면서 천 년을 버틸 물건이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아바마마….”
진안군이 뭐라고 변명을 시도했다. 하지만 내가 할 말이 먼저였다.
“내 말 안 끝났다. 그리고 애초에 삼국지연의는 소설이니라. 이리 긴 창을 마상에서 휘둘러 사람을 베고 찌르는 게 간단할 듯하냐? 비호군의 창이 이것과 비슷한 길이이면서 무게는 훨씬 가볍다. 그런데 그 창을 제대로 휘둘러 적을 찌를 수 있겠더냐?”
말문이 막혔는지 진안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실제로 겸사복 기병들이 쓰는 전통적인 조선식 기창은 길이가 8자(2.4m)밖에 안 된다. 말을 타고서 찌르기만 하지 않고 휘두르기까지 하려면 그 정도가 한계다.
“네 정성은 고마우나, 조금 유감스럽구나. 되었다. 나가보거라.”
고개를 푹 숙인 진안군이 힘겹게 대답했다.
“…예, 아바마마.”
아직 남은 숙취 때문에 머리가 아프지만 않았으면 좀 더 부드럽게 대답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머리가 쑤시니 그것도 어려웠다. 얼른 내보내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상빈, 그만 처소로 돌아가시오. 와줘서 고마웠소.”
“…예, 전하.”
창은 내시부 무기고에 갖다 놓게 했다. 천천히 편전을 향해서 걸으려니, 진안군과 정준석이 머릿속에서 자꾸 비교되었다. 증손자와 아들, 상식적으로는 같이 존재할 수가 없는 두 후손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서로 다른 성품과 자질을 보여주는 이 상황이 참으로 기묘했다.
정준석은 지금 부친인 정일한의 집에 머무르고 있다. 정일한이 귀국하는 길에 데려온 자기 아들과 아내도 다시 만나고, 이참에 대남도로 데려갈 계획이라고 했다. 정준석이 데려온 대남 토인병들도 정준석과 함께 정일한의 집에 있다.
이번 출병에서 정준석이 얼마나 용맹하게 활약했는지는 잘 들었다. 대남도에서 반기를 드는 토인들을 상대할 때처럼 코끼리를 몰아 종횡무진으로 적진을 짓밟기를 십여 회나 감행했으며, 직접 쳐죽인 적도 십여 명이 넘었다. 명나라가 유격 벼슬을 줄 만하다.
조선 벼슬도 올랐다. 정준석은 다두 왕국을 멸하고 그 땅에 대중성을 쌓은 공을 인정받아 종3품 보공장군(保功將軍)이 되었는데, 이번 출병에서 세운 공으로 정3품 참장이 되었다.
“만약 그 녀석이 진안군의 자리에 있었다면….”
아마 숨이 막혀 죽었거나 정말 반기를 들었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뭐라도 달성하고 싶은 욕구는 치솟는데 분출할 구멍이 없으니 말이다. 어쩌면 욕구불만 때문에 도저히 손쓸 수 없는 개망나니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진안군은 머리는 좋아도 싸움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지금 자리에서도 잘 적응해서 살 수 있을 듯하다. 사기나 당하고 다니는 걸 보면 아직 세상 물정은 잘 모르지만 말이다. 좀 기분이 나아지면 다시 불러들여서 그 세웠다는 장래 계획을 좀 들어봐야겠다.
– 24 –
“조선군이 명나라 반란군을 토벌하여 대공을 세웠다는구나.”
“소식은 들었습니다.”
무장을 갖춘 형제들 사이에 선 둘째 아들 다이샨이 부친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누르하치가 흐뭇한 표정으로 조선에서도 여진의 풍속을 꿋꿋이 지킨 아들을 바라보았다.
“반군이 진압되었으니 이제 명나라는 주력을 다시 장성으로 움직일 것이다. 우리를 겨누던 체첸 칸의 창끝도 무디어지리라.”
장성을 넘지 못한 몽골군은 창끝을 요동과 만주로 돌렸다. 누르하치는 조선에서 준 화약과 탄환을 적절히 사용해 적의 공세를 잘 막아냈다. 완강한 방어에 놀란 적은 주된 공세 방향을 요동부 쪽으로 돌렸고, 이씨 일가는 호된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하지만 내부 반란을 진압한 명군이 장성 이북에 공세를 취한다면 몽골군은 물러나서 방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만주로서는 반격에 들어갈 상황이 성립하는 셈이다.
“오이라트 놈들도 움직이지 않고 기회를 노리고 있다 했다. 체첸 칸을 다시 공격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으니, 각자 거느린 군사들의 무기를 정비하고 말을 손질하여 만전을 기하라!”
“한(汗)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누르하치의 아들과 사위를 비롯한 만주의 여러 장수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패기 넘치는 그 모습에 만족한 웃음을 지은 누르하치가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미리 지시를 받은 다이샨이 홀로 그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