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778
2부 55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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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의 딸 애희(아이히메)는 참으로 팔자가 기구하구나. 어찌 두 번 혼인한 것이 모두 종자(從姉, 사촌 언니)의 남편에게 후실로 들어가는 관계란 말이냐?”
이에야스가 뭔가 악의를 품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구먼. 노부나가의 진짜 혈통을 자기 피에 섞고 싶었으면 다른 아들하고 결혼시켜도 될 텐데 하필 차차와 혼인한 히데타다라니. 임해군 때도 사촌 자매가 한 남자와 교대로 맺어졌는데 이번에는 아예 한 지붕 아래서 살지 않는가.
“소인도 그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왜 하필 그 배필이 히데타다인지는….”
나가마스는 참 만날 때마다 묘하게 안쓰러운 기분이 든다. 경인년 이전에 차차 데리고 다닐 때부터 시작해서 10년을 넘도록 사자 노릇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계속 봐서 그런가.
을미년 이후 에도에서 보낸 첫 사신이 나가마스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나가마스였기에 더 반갑고 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처음 보는 놈이 나타났으면 그놈 성격과 인품을 파악하느라 또 한참 끙끙대야 했을 거 아닌가.
“그래, 몇 년 만에 조선에서 겨울을 보낸 소감은 어떠냐?”
“역시 추웠습니다. 조선 솜옷이 절로 생각나는 추위였습니다. 겨울이 그만큼 혹독하다 보니 조선의 봄은 일본보다 한결 더 따스한 게 아닐까 합니다.”
“본래 산이 크면 골이 깊은 법이지.”
북한산에서 인질로 지내는 동안 나가마스는 조선옷을 입고 지냈었다. 다른 건 둘째 치고, 겨울이 너무 추워서 일본옷으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객관에서 보낸 이번 겨울은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던 듯하다. 구들장이 뜨끈하게 불을 때 줬으니까 말이다.
“추위 말고 다른 감상은 없느냐?”
나가마스는 별다른 용건을 가져오지 않았다. 지참했던 이에야스의 친서에도 내 안부를 묻는 인사만 있을 뿐이고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사실 지금은 조일 두 나라 간에 별다른 분쟁이나 갈등이 터진 상황도 아니라서 굳이 일부러 사신을 보낼 필요도 없다.
‘우리 사정을 염탐하러 온 게 아니겠습니까?’
‘좌상의 말이 옳은 듯하다.’
그래서 그냥 편히 지내게 내버려 두었다. 그랬더니 눈에 띄지 않게 조선 복색을 하고 도성 안팎을 구경하면서 한갓진 세월을 보내는 게 아닌가. 딱히 군사시설 같은 걸 탐색하는 수상한 행동은 하지 않아서, 감시만 붙이고 내버려 뒀다. 꼭 주재대사가 하나 더 생긴 느낌이다.
“도성 안팎이 모두 소인이 머물던 시절과 무척 많이 달라져서, 나들이를 나갈 때마다 변한 모습을 보며 놀라고 있습니다. 벽돌로 말끔하게 포장한 도로, 남대문 밖에 선 남만식 개선문, 도성 안을 숱하게 오가는 남만인, 다점, 극장 등은 제가 있을 때는 없었던 광경이니까요.”
이들이 가장 자주 찾은 장소 중 하나가 반촌극장이었다. 나가마스는 여러 차례 극장에 가서 공연을 보고 느낀 바를 찬탄을 섞어 늘어놓았다.
“도성 한가운데 그런 고탑(高塔)을 짓도록 전하께서 허용하시다니 놀라웠습니다. 일본에서와 달리 궁성에도 그런 탑이 없는 게 조선 풍속이니, 감히 불경하게 왕궁을 내려다본다고 여기실 수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일본에서도 고층건물은 별로 없다. 게다가 대개 도시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는 영주의 성이 들어서고, 영주가 머무는 본성과 천수각 위치는 그 안에서 또 가장 높으니까 누가 내려다보는 게 불가능하다. 만약 일본인이 한양을 건설했다면 남산 위에 궁성을 지었겠지?
조선에서는 일본과 달리 도시 전체가 평지에 자리를 잡고, 궁궐도 마찬가지다. 다만 민간에 고층건물이 없는 건 조선에서도 마찬가지고 보니, 누가 궁궐을 내려다볼 일이 없을 뿐이다.
“그래서 극장에는 외벽에 창문을 내지 않았다. 또한, 그 지붕 위에 금화군이 망루를 세워서 주변을 살피게 했으니 유용한 쓸모가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층이 높아야 좁은 땅에 관객이 많이 들 수 있고 예인(藝人)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하긴 그렇습니다. 왜국에서 노를 공연하는 자리였다면 그만한 면적에는 100명도 못 들어갈 겁니다.”
노(能), 또는 노가쿠(能?)는 일본식 전통 연극이다. 현대에서는 딱히 별 관심이 없어서 잘 몰랐지만, 여기 오고 나서는 이래저래 일본 문물을 접할 일이 많다 보니 조금 알게 되었다. 노부나가도 무척 좋아했다던가.
반촌극장은 9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게다가 3층 구조로 되어있어서 관객 전원이 코앞에서 무대를 구경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서 3층은 여성 관객 전용이다. 낮은 층에 여자들이 와서 공연을 보면 위층에 있는 남자들이 추근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랑 중전이 공식적으로 행차할 때는 당연히 무대 정면, 평상시라면 가장 적은 입장료를 낸 관객들이 서서 보는 자리에 특별석을 설치하고 2층, 3층 객석을 전부 비운다. 감히 무엄하게 어떤 놈이 임금을 내려다보는 자리에 선단 말인가?
다만 중전은 나 없이 자기 혼자서, 또는 다른 후궁들이나 세자빈을 데리고 극장에 갈 때면 굳이 극장을 통째로 비우지 않았다. 여성 전용층인 3층 한가운데에 앉아서 조용히 관람하기를 즐겼고, 자연스럽게 반촌극장에서도 그 자리는 중전 전용으로 늘 비워두게 되었다.
“그래, 어떤 극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가? 솔직히 감상을 말해 보라.”
“먼저 본 은 주역인 홍희동과 관련된 일들이 너무 잘 해결되는 감이 있었습니다. 작중 발생하는 여러 사건이 너무 빨리 넘어가다 보니, 왜 일이 그렇게 전개되는지 납득이 안 가는 장면도 많습니다.”
그럴 수밖에. 홍희동전은 허균이 쓴 첫 희곡인 데다가, 1부만 해도 애초에 조보에 1천 5백 회에 걸쳐서 연재했을 만큼 긴 장편 소설이다. 그런 물건을 상연 시간이 1시진(2시간) 밖에 안 되는 짧은 연극으로 개작한 데다, 들인 시간도 짧았으니 구멍이 많을 수밖에 없다.
“는 재미있었습니다. 서로 갈등 관계에 있는 두 대가문 사이에서 그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진 두 젊은이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 이야기는 마치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와 비슷했지만, 등장하는 이들의 기분을 나타내는 표현은 훨씬 섬세했습니다.”
이름 보면 알겠지만…는 로미오와 줄리엣 번안판이다. 무대를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명나라 항주(杭州)로 바꾸고, 두 가문이 적대하게 된 시초라든가 두 연인이 서로 만나기 전에 품고 있던 장래 희망 같은 원작에 없는 사항을 좀 더 묘사했다.
“다만 함께 관람한 조선 관원들은 너무 사람 이야기만 나와서 재미가 없다 하더군요. 철도 안 든 어린 것들이 아옹다옹하는 이야기에 무슨 재미가 있냐 하였습니다.”
당연한 반응이다. 홍희동전처럼 호쾌한 모험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연애에 성공해서 대리만족을 주는 것도 아니니 남자들한테는 별로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다. 상희한테 듣자니, 이 공연을 가장 많이 찾는 관객은 집안의 명에 따라 결혼한 대갓집 부인들이라고 한다.
“은 무척 호쾌하고 신이 나는 것이, 가장 구경하는 맛이 있었습니다. 꼭 토모에 고젠을 연상시키는 강한 여자 무사가 조선에 정말로 있었고, 그게 꾸며낸 사람이 아니고 백여 년 전에 실제로 살았던 인물이라는 사실도 놀라웠습니다.”
토모에 고젠(巴御前)은 남자들에게도 지지 않는 용맹한 여자 무사지만 실존 인물은 아니다. 일본 중세의 겐페이 전쟁(源平合?) 시기를 무대로 하는 헤이케모노가타리(平家物語)라는 일본 군담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하나다.
“몸싸움이나 칼싸움 그 어느 것도 당해 낼 자가 없으며 활과 철포는 백발백중이고 기마술은 오랑캐에 버금가는 사냥꾼 출신 가녀린 미녀 무사라니,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주인공이 아니겠습니까?”
그러게. 걔를 실제로 보고 데리고 다닌 나도 믿지 못할 캐릭터였는데 무대 위에서 연극으로 표현해 놓으니 얼마나 더 신화 같은 존재가 되었겠냐.
중전이 극장을 그리 자주 찾는 결정적인 이유가 이거다. 자기 외할머니를 소재로 한 연극이 상연되고 있으니 수시로 극장을 찾고, 극단을 후원할 수밖에 없다.
고다지전 상연에서 중전의 역할은 후원에 그치지 않았다. 사실 고다지전을 제작한 것부터가 중전의 입김이었다. 내가 중전에게 ‘백성들에게 선보일 연극 주제로 어떤 소재를 쓰면 좋겠냐’고 의견을 구했더니, 며칠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들고 온 게 고다지전의 개요였다.
중전이 들고 온 원고는 사실상 완성된 플롯이라, 실제로 극본을 완성해야 할 처지인 허균은 장면에 맞춰 적절한 대사를 집어넣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을 정도였다. 중전이 언제 이렇게 작가로서의 재주를 익혔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고다지전은 단순한 여전사의 모험기가 아니다. 고다지는 배우지 못한 백정 출신 계집이지만 임금에게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임금의 총애를 받으면서도 교만하지 않고, 전장에서는 용맹하기 짝이 없다. 실로 조선 사회가 요구하는 모든 덕목을 다 갖춘 사람이 고다지였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여기에 이장곤과의 로맨스도 들어갔다. 전장에서 함께 싸우면서 눈이 맞은 두 사람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까지 절묘하게 집어넣었다. 종막에는 두 남녀가 임금의 축복을 받으며 혼인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이건 웬만한 현대소설이나 드라마를 능가했다. 혹시 그동안 중전이 나 몰래 취미로 소설을 쓰고 있었던 게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로 잘 짜인 줄거리였다. 정작 중전 본인은 그 정도는 별거 아니라는 태도였으니 더 기가 막힌 일이었다.
‘그저 소첩이 생각하기에 이야기가 이리 전개되어야 보는 이들이 이해하겠구나 하는 방향을 찾아 손 가는 대로 썼을 뿐이옵니다.’
탄탄한 줄거리에 허균이 혼을 쏟아 넣어서 쓴 대사, 다지 역을 맡은 장악원 가희 이매창의 미모와 연기력이 더해지면서 고다지전은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렸다. 공연할 때마다 관람석은 미어터지고 극장을 나가는 이매창이 탄 가마를 포도청에서 호송해줘야 할 지경이었다.
애초에 내가 중전에게 기대한 건 모티브나 좀 주고 결과물이 마음에 들면 극단 후원이나 좀 해달랄 생각이었는데, 영 이상한 방향으로 물꼬가 터졌다. 혹시 언젠가는 외할머니 이야기를 쓰려고 전부터 남몰래 준비한 게 아니었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작품이….
그나마 중전은 고다지전 하나로 만족하고 다른 작품을 더 집필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대사 정도는 새끼작가를 고용해서 쓰게 해도 되니까, 하려고만 하면 몇 작품은 더 집필할 수 있을 텐데…뭐, 본인이 생각이 없으면 안 하는 거지만 말이다.
“당인(唐人, 중국인)들이 펼치는 당극(唐劇)은 보기에는 좋았습니다만, 대사를 알아들을 수 없으니 영 재미가 없었습니다. 대사를 적은 족자를 무대 옆에 걸고 넘기는 건 좋으나, 주의가 분산되니 예인들의 연기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공연하는 중국인들이 우리 말을 못 하는데 어쩌겠느냐? 허나 그 내용은 굳이 대사를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 복장과 용모가 신기한 맛에 보는 것이니라.”
나가마스가 말한 ‘당극’이란 중국식 연극인 ‘곤극(崑劇)’을 말한다. 강소성 일대에서 유행한 형식인데, 주산군도를 통해 조선에 흘러들어왔다. 나가마스가 지적했듯이 대사가 전부 강소성 방언이라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중국사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많아 소재는 퍽 친숙하다.
일반 백성들에게야 저게 뭔 광대짓인가 하는 정도로밖에 안 보인다. 허나 중국사에 빠삭한 사대부들은 죽죽 넘어가는 대사지를 한번 훑어보기만 해도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상황을 바로 이해한다. 게다가 ‘대국의 악극’이라 해서 사대부라면 한번 봐야 하는 교양 취급도 받는다.
허균도 직접 극장에 가서 고다지전과 곤극을 관람하는 관객들의 반응을 보더니 자기가 나갈 방향을 새로이 잡았는지, 내게 이런 소리를 했다.
‘소신도 신이 쓴 보잘것없는 글보다 우리의 옛 고사를 활용한 극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 뒤로 뭔가 새로운 작품을 집필하는데 몰두하기 시작했던데 과연 어떤 사건을 소재로 할 작정인지 모르겠다. 기왕이면 내 의견 정도는 좀 구하지.
“전하, 극장에서 당극과 남만극을 상연하셨으니 저희 왜국의 노가쿠도 한번 상연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원하신다면 쇼군께 아뢰어 천하제일의 명인을 보내어 전하의 어전에서 공연하게 하겠습니다.”
“신장과 수길이 저지른 난동을 사죄하는 의미에서 악사와 예인을 보내 우리 조야를 즐겁게 하려는 뜻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겠다.”
“그거야 전하께서 공표하시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이에야스는 단순한 친선의 의미로 예술단을 보낸다. 나는 이들이 일본 측이 사죄하기 위해 보낸 사죄사라고 국내적으로 공표한다. 뭐, 나쁘지 않은 거래로군. 일본 측 공연단이 조선에서 얼마나 인기를 끌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앞으로도 전쟁보다는 문화 교류나 하면서 평범한 이웃으로 지내면 좋겠다. 일본은 무력으로 싸워서 정복하기에는 너무 인구도 많고 지형도 더러우니까 말이다. 인구가 적은 땅만 골라서 진출해도 힘이 달리는데, 일본하고 전쟁이나 할 여유는 없다.
“그런데 전하, 조만간 바다 건너 동쪽 땅을 탐사하러 배를 보내신다 들었습니다. 혹시 저희 왜국에서 도와드릴 일이 없겠습니까? 혹시 저희 도움이 필요하신 일이 있으시다면, 제가 바로 귀국하여 쇼군께 전하겠습니다.”
사람이든 물자든 괜찮으니, 필요하면 말하라고 했다. 하지만 필요 없다고 점잖게 거절했다. 동쪽 땅은 장차 우리 터전이 되어야 할 테니, 내분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외부인 유입 따위는 최대한 줄여야 한다. 혹시 인력이 필요해도, 우리 스스로 조달한다. 조력은 필요 없다.
– 8 –
“연해주와 함경도에서 선발한 속오군 200명이 도착했습니다. 모두 사냥꾼으로 산을 타는 데 익숙하며, 추운 기후에도 굴하지 않고 능숙하게 활동할 수 있는 자들입니다. 대동양을 건너갈 군사들은 한명련이, 극북으로 가는 이들은 고인후가 인솔합니다.”
“알겠다.”
병조판서 홍여순이 보고한 대로, 북방에서 선발한 병사들이 도성에 도착했다. 조선인 외에 번호 출신 야인이나 백정들까지 뒤섞인 혼성군이다. 지휘를 맡은 장수들도 노련한 이들이다.
이번 원정은 전쟁이 아니라 탐사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므로 정규군을 파견할 필요는 없다. 사냥으로 식량을 조달하고 험난한 환경에서 생존하는데 익숙한 이들을 선발해서 보내는 편이 훨씬 낫다.
탐사대에 배속할 정규 병력은 북방 속오군 외에는 등선군 100명이 전부다. 이들이 정문부의 경호도 맡는다. 인디언들에게 위세를 부리는 데 써먹기 위해, 갑옷도 여러 벌 가져가게 했다. 두석린갑 같은 휘황찬란한 것 중심으로 해서 말이다.
“음? 이 이름은?”
파견할 군관들 이름을 죽 훑어보는데 눈에 익은 이름이 보였다. 이괄? 내가 아는 그 이괄이 맞나? 내 질문을 받은 홍여순이 문서를 확인하고 바로 대답했다.
“정해년(1587)생으로, 올해 열여섯입니다. 작년에 무과에 갓 급제한 젊은 군관인데, 나이는 어리지만 용력은 어른 못지않고 재주가 뛰어나 주위의 기대가 큰바, 이 대사업에 봉사하도록 차출되었습니다.”
사정을 듣고 나니 기억이 난다. 작년 과거에 붙었었지? 내가 과장에서 칭찬하면서 말도 한 필 내리면서 다들 보고 좀 배우라고 했었는데. 겨우 작년 가을에 있었던 일이 곧바로 기억이 안 나다니, 내가 요즘 피곤하긴 한가보다. 탐사대만 출발하면 만사 잊고 좀 쉬어야겠다.
다행히 올해 임인년은 비도 잘 오고 농사도 잘될 것 같다. 양응룡의 난을 진압한 뒤로는 명나라에서도 별로 시끄러운 일이 없으니, 당분간은 조용히 지낼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