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796
2부 5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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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묘년 12월 20일, 서양 달력으로는 1604년 1월 20일에 단군 이래 최초로 회회국 일각인 모카에 조선군이 깃발을 꽂았다. 여기 사는 주민 숫자는 1만 명을 조금 넘고, 노예시장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흑인과 백인 노예 1천여 명이 덤으로 있었다.
“지금 상황을 정리하려면 병력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포로들을 가둬둘 공간도 필요하니까, 노예시장에 있는 노비들을 해방해서 병력으로 충원한다. 돌궐군 포로들은 노비들이 갇혀 있던 자리에 처넣으면 되겠지.”
지금 조선군 한 명당 감시해야 하는 모카 주민 숫자는 20명이 넘는다. 이들을 전부 일일이 따라다니면서 감시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고, 성벽 위에다만 감시병을 두어서 지키려고 해도 인원이 모자란다. 배도 움직이고 항구와 포로도 지켜야 하니까.
이기빈은 포로를 처형할 생각까지는 없었다. 항복한다면 살려주겠다고 주상전하의 이름으로 약속했을뿐더러, 야인들이나 왜인들을 상대로 싸웠을 때도 항복하는 자는 죽이지 않고 항복한 고을은 노략질하지 않는 게 조선군의 법도였다.
본국과 거리가 좀 더 가까웠으면 끌고 가서 노비로 만드는 것도 괜찮았으리라. 하지만 이곳 모카에서 본국까지 돌아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 짧아야 반년이고 길면 최대 1년까지 걸릴 수도 있다. 그 긴 거리를 적대적인 포로들을 관리하면서 가는 건 너무 힘겨운 일이다.
더구나 배에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최대한 값비싼 노획물을 실어야 한다. 이곳 모카에는 노비보다 훨씬 비싼 재보가 얼마든지 쌓여 있지 않은가?
“하다못해 가배를 실어도 노비보다는 비싸니까.”
“그건 그렇습니다, 사또.”
시가지에 있는 여러 점포와 정박한 상선의 선창에는 온갖 상품이 넘쳐났다. 금과 은, 보석 이외에 향료, 염료, 상아, 비싼 포목, 서각(犀角) 같은 것이 산 같이 쌓여 있었다. 이런 것들을 실을 공간도 모자라는데 흔해 빠진 노비 따위를 싣겠다고 공간을 낭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중현 참령, 돌궐인들이 잡아놓은 사내 노비 중 몸 좋고 힘이 센 자들을 골라 주상전하께 충성을 서약하면 속량해주고 함께 데려가겠다고 제안하게. 거부하는 자들은 지금처럼 사슬에 묶인 채로 놓아두고 가겠다고 알려주고.”
“진심이십니까, 사또?”
“물론일세. 기왕이면 돌궐놈들과 싸우다가 붙잡혀서 노예로 팔린 군졸 출신이 좋겠네. 배를 몰 줄 아는 자들도 좀 뽑고. 우리 인원이 500명 좀 넘으니까, 한 300명에서 400명쯤 골라서 데려가면 적당하겠네. 너무 많이 뽑으면 또 제대로 통제가 안 될 수도 있으니.”
자칫하면 마음이 바뀐 노예들이 선상에서 반란을 일으켜 배를 탈취한 다음 자기네 고국으로 돌아가려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새로 동참시키는 노예들의 숫자는 조선군보다는 확실히 적은 편이 좋다.
“그 인원을 태우고, 전리품을 실으려면 배도 4척 정도는 더 필요하겠지. 조윤호 부령, 지금 항구에 정박한 배 중에 우리 수졸들이 몰 수 있을 만한 배로 4척 고르게. 되도록 큰 놈으로.”
“알겠습니다, 수사또.”
비싼 화물이 이미 많이 실려 있는 배라면 더 좋다. 옮겨 싣는 수고를 덜해도 되지 않는가.
이기빈도 처음부터 모카를 홀랑 털 작정은 아니었다. 정상적으로 교역을 하고, 뒷구멍으로 가배 씨앗만 구할 수 있었다면 조용히 돌아갔으리라. 하지만 저 무도한 모카 태수를 붙잡아 족치지 않을 수 없게 된 이상, 항구를 털건 안 털건 결과는 마찬가지일 터였다.
현돌궐 술탄, 아니 파디샤라고 했던가? 하여튼 그 돌궐국 군주도 이기빈이 모카를 안 털고 태수만 족치고 돌아간다고 해서 화를 덜 내지는 않을 터였다. 기왕 놈의 울화를 돋구었다면 도시를 점령했을 때의 관례에 따라 항구를 탈탈 털어주는 편이 마땅하다.
게다가 조선에서는 현돌궐에 대해서 별로 좋은 인상을 품지 않고 있다. 애초에 저들에 관해 처음 접한 경로부터가 돌궐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는 로마 법왕국과 스페인이었으니, 좋게 생각할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사람이 이미 사망한 인성부원군 정철이다. 정철이 사전청에서 펴냈던 는 2천 년을 물려 내려온 대국 로마가 멸망하는 그 마지막 순간을 애산전투를 연상시키는 장엄함으로 그려냈다.
주나라 평왕(平王) 때부터 이어진 유서 깊은 대국을 멸망시킨 현돌궐이 조선에서 좋은 평을 받을 리 없었다. 돌궐에 관해 아는 사대부들은 이들을 평왕의 부친 유왕(幽王)을 죽이고 도읍 호경을 버리도록 한 견융(犬戎)과 똑같이 취급했다.
이기빈을 비롯한 수군 장수들도 마찬가지다. 법왕국에서 보낸 성 요한 기사단을 고문관으로 삼아 몇 년 동안 함께 있으면서 적의 해로를 차단하고 등선전투로 선박을 나포하는 요령 같은 기사단의 전법을 배웠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돌궐군에 대한 그들의 증오심도 이어받았다.
이런 형편이니 문무반을 불문하고 돌궐을 좋게 보는 무리가 있을 수 없었다. 다만 그동안은 조선과 돌궐이 직접 얽힐 용건이 없었고 보니 노골적으로 적대할 필요가 없었을 뿐, 천하에서 가장 무도한 무리 중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던 참에 임금의 관리를 멋대로 매질하고 감히 친서를 찢는 극악무도한 죄까지 범했다. 이는 진정 천인공노할 짓이니, 마땅히 응징해야 했다.
“군사들에게 절대 사적으로 재물을 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주지시키라! 이번에 얻은 모든 재물은 본국에 귀환한 뒤에 전하께 고하고 나서 분배할 것이다.”
다만 왕명도 없이 싸움을 벌인 데 대해서 조정 일각에서 비난하고 나설 수는 있다. 어쩌면 전하께서도 언짢게 여기실지 모른다. 여기서 재물이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 온다.
고문으로 따라온 잉글랜드 항해사도 이 문제에서는 같은 의견을 냈다. 막대한 재물을 거둬 본국으로 가져가기만 하면, 외국에서 벌인 다소의 소란 따위는 얼마든지 무마하고도 남는다고 말이다. 더구나 태수가 명분까지 만들어주었으니, 어전에서 적절히 무릎만 꿇으면 충분하다.
“어명을 마저 수행해야지. 태수를 데려오너라.”
관아 안뜰에서 이것저것 지시를 내리던 이기빈이 태수를 호출했다. 군기대 군사들이 태수를 가둬둔 내실로 급히 달려갔다.
“저놈이 점잖게 축객령만 내렸어도 손쓸 방법이 없었을 텐데.”
높은 의자에 앉은 이기빈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태수를 내려다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한나절 전에 온몸의 털을 말끔하게 밀어서 달걀 같은 몰골이 된 태수는 결박된 채로 부들부들 떨며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만약 태수가 별다른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이기빈을 쫓아내기만 했다면 얌전히 모카를 떠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놈이 관원을 폭행하고 국서를 찢은 시점에서 그런 선택은 있을 수가 없었다. 만약 이를 응징하지 않고 돌아갔다면 이기빈 자신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놈에게 하나 묻겠다. 어찌하여 네놈은 우리 전하께서 보내신 친서를 네 상관에게 보내지 않고 여태 가지고 있었느냐?”
겨우 몸을 일으킨 리카르도가 통역을 맡았다. 태수가 알아듣기도 힘든 목소리로 답했다.
“조선이 어디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었기에 그 국서도 그냥 구석에 처박아두고 잊어버렸다 합니다.”
“이런 무엄한 놈 같으니.”
국서를 처박아놓고 잊어버렸다면 조선인들이 왔다는 사실을 총독에게 보고하지도 않았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런데도 총독이 구해주러 올 거라고 믿다니, 꿈도 크다. 뭐, 아예 허무맹랑한 소망은 아니긴 하다만.
“하나 더 묻겠다. 네놈이 치욕을 당하기는 했다만, 살고는 싶을 것이다. 내 네놈의 목숨을 살려줄 테니, 대신에 내 말을 듣겠느냐?”
“차라리 날 죽여라!”
“죽게 해주는 거야 뭐 어렵지 않지. 다만 나는 내가 살려주고 싶은 놈이 죽겠다고 하면, 그 결심을 살고 싶은 쪽으로 바꾸는 데 열중하는 버릇이 있다. 인명은 소중한 것이니까.”
이기빈이 손짓하자 군교 한 사람이 조용히 나섰다. 금위사에 있다가 군기대로 전속한 이로, 두 손에 날카로운 단도와 든든한 집게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이기빈이 차분하게 설명했다.
“네가 계속 죽고 싶다고 하면, 네 앞에 선 내 부하가 오른손에 든 비수로 네 손톱에다 금을 새길 거다. 그리고 왼손에 든 집게를 오른손으로 옮겨 쥐고 조각낸 손톱을 한 조각씩 뜯어낼 거야. 그 친구는 손톱 하나를 10번이나 뜯어낼 수 있지. 그 일에 아주 숙달된 사람이거든.”
태수의 얼굴이 공포에 질렸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기빈은 흙빛이 된 모카 태수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위협을 계속했다.
“네놈 손톱은 10개, 발톱도 10개. 그러니 나는 네놈에게 죽고 싶은지 살고 싶은지 200번은 물어볼 수 있지. 그다음엔 이빨을 하나씩 뽑으면서 다시 물어볼 거다. 네 이빨이 몇 개인지는 뽑으면서 세어야겠구나. 그러고도 죽고 싶다면 글쎄, 손가락을 한 마디씩 잘라보도록 할까.”
군기대 군사들이 모카 태수의 오른팔만 풀어서 형틀에 단단히 고정했다. 그리고 몸부림치지 못하도록 잡아 눌렀다. 태수가 살고 싶다고 한다면, 즉 이기빈이 시키는 대로 따른다고 하면 고문은 끝난다. 그 점은 분명했다.
“그래도 손톱과 발톱은 뽑아도 다시 돋아나긴 하지? 하지만 이빨과 손가락은 한번 자르면 다시 안 난단 말이다. 그래도 네놈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려면 비싼 대가는 아니야.”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린 모카 태수의 오른손을 잡은 군기대 군교는 사무적인 태도로 가운데 손톱에다 흠을 새겼다. 공포에 찬 눈으로 자기 손을 바라보던 태수는 차가운 집게가 손톱에 닿자 비명을 질렀다.
“하, 하겠습니다! 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진작에 그럴 것이지.”
이기빈은 결박을 풀어주게 한 다음 관아 안에 있는 펜과 종이를 찾아 가져오게 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가배농장에 사람을 보내 네 몸무게만큼의 가배 생두와 가배나무 묘목 30그루, 가배 재배에 익숙한 농군 10명을 보내게 해라. 그 펜과 종이로 그렇게 편지를 적어서 네 부하에게 맡기면, 내 병사 30명이 따라갈 거다.”
일이 커진 김에 확실하게 해치운다. 사실 생두만 가져다가 심는다면 제대로 싹이 트지 않을 위험성이 있다. 묘목을 가져다가 심는 쪽이 훨씬 확실하다. 가져가는 동안에 말라 죽지 않고 무사히 도착했을 때 이야기지만 말이다.
“혹시나 해서 말해 두지만, 가짜 편지를 쓰면 죽는다. 네가 쓴 편지 내용 정도는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으니 헛수작 부리지 마라. 그리고 사흘 안에 가배가 여기 도착하지 않아도 역시 죽는다. 알겠나?”
“아, 알겠습니다.”
태수가 급히 편지를 썼다. 홍상훈이 살짝 다가와서 조용히 물었다.
“사또, 사흘로 충분하겠습니까? 농장까지는 거리가 수백 리나 된다는데, 겨우 사흘 동안에 다녀올 수 있을지요.”
“다녀와야 하네. 자네는 아직 이야기를 못 들은 모양이지만, 성문을 열어젖히고서 빠져나간 놈들이 몇 있었어. 그놈들이 원군을 불러오기 전에 여기를 떠야 한단 말일세.”
모카를 둘러싼 성벽에는 동-남-북 세 방향에 성문이 하나씩 있다. 세 성문을 맡아서 지키던 병사들은 우왕좌왕하다가 태수의 투항 명령을 받고서 모두 항복했지만, 공포에 눈이 뒤집혔던 일부 주민들이 성문을 비집고 나가 도망을 쳤다. 이기빈도 뒤늦게 보고를 받았다.
위험한 요소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모카는 활발하게 배가 출입하는 곳이다. 정해진 날짜에 모카에서 와야 하는 배가 도착하지 않는다면 상대편 항구에서 이편의 사정을 확인하러 올지도 모른다. 오는 배를 모조리 나포한다고 해도 그 배들이 돌아가지 않으면 역시 의심을 산다.
주변에 있는 돌궐군이 어떤 방법으로든 모카에 이상이 생겼음을 깨닫고 작정하고 몰려들면 겨우 500명 남짓한 병력으로 모카를 지킬 수가 없다. 그런 상황이 되기 전에 미리 도망쳐야 한다. 그런 위험을 확실히 피할 수 있는 여유시간이 사흘 정도다.
“그러니 사흘 안에 가배 종자와 묘목을 꼭 가지고 돌아와야 해. 이 일은 자네가 맡게.”
“알겠습니다, 나리.”
두 사람이 대화를 마칠 때쯤 태수의 편지도 완성됐다. 편지를 받아든 이기빈은 홍상훈에게 다시 편지를 건네고, 리카르도와 함께 밖으로 가져가서 내용을 확인하게 했다. 잠시 후 손에 편지를 든 홍상훈이 돌아왔다.
“누가 썼다고는 알려주지 않고, 돌궐인 통역 셋에게 각기 이 편지를 읽게 했습니다. 해석이 모두 일치하더군요. 태수 놈이 확실히 사또께서 쓰라 하신 대로 편지를 썼습니다.”
“그럼 됐다. 어서 기마에 익숙한 군사 30명을 뽑아 출발하도록.”
“예, 사또.”
또 가장 중요한 일을 맡은 홍상훈은 돌궐인 둘을 앞세우고 출발했다. 말은 태수의 마구간에 있던 준마들을 싹 털어서 마련했다. 정말로 태수가 진술한 위치에 커피농장이 있다면, 사흘 안에 충분히 왕복할 수 있는 힘 좋은 말들이었다.
그동안 이기빈은 모카 항구를 철저히 털었다. 좌선인 도척과 특별히 고른 상선 4척의 선창 안에 갖가지 재보를 잔뜩 실었다. 물과 식량을 적재할 공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공간 대부분에 빼앗은 물건을 가득 채웠다.
약탈품 대부분은 창고와 상선 선창에서 바로 빼낸 물건이다. 하지만 금붙이 같은 건 번듯해 보이는 집마다 샅샅이 뒤져내서 보탰다. 여기에 사람을 더했다.
“노비 중에서 우리를 따라가겠다는 자들은 얼마나 되는가?”
“372명입니다. 군사 출신이라는 노비가 흑인과 백인을 합쳐 214명, 본래 군사는 아니라지만 힘은 좋은 녀석들이 124명, 선인이 34명입니다. 그런데 사또, 사내들만 데려가려고 하십니까? 기왕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계집들도 데려다 전하께 진상하심이 어떻겠습니까.”
“음, 내가 그 생각을 미처 못하였구나.”
노예시장에 있는 노예 중 3할은 젊은 여자였다. 흑인도 있고 백인도 있었다. 이기빈은 그중 전하께서 반색하실만한 미모를 갖춘 계집들을 열 명쯤 골라내 배에 태우라고 했다. 나머지는 휘하 군사들에게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전하께 바칠 년들만 빼고, 나머지는 너희 마음대로 품어도 좋다.”
덤으로 이기빈 자신도 여자를 골랐다. 붙잡힌 태수가 데리고 자던 양첩이 피부도 희고 살도 통통한 것이, 품에 안을 맛이 있어 보였다. 그동안 한 번도 맛본 적이 없는 양녀와 처음으로 동침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을미동정 때 구주에서 행동한 바에 따라, ‘죽이지 않고, 태우지 않으면’ 어떤 행위도 승자의 권리로서 허용된다. 이기빈은 사흘 동안 군사들에게 마음껏 즐기도록 했다. 그리고 딱 사흘째 되던 날 동문 쪽에 배치해두었던 군사 하나가 급히 달려와 알렸다.
“명을 받고 나갔던 홍 정위 일행이 돌아왔습니다! 기이하게도 말 등에다 작은 나무를 여러 그루 싣고 왔는데, 사또께서 내리신 명을 수행하고 돌아왔다면서 어서 문을 열라 하였습니다. 문을 열어도 괜찮겠사옵니까?”
“당연히 열어야지! 어서 맞아들여라.”
예상대로 사흘 동안 돌궐군은 나타나지 않았다. 외부에서 들어온 배가 2척 있었으나 모조리 도척에 의해 붙잡혔다. 잡고 나서 심문해 보니 그중 1척은 아덴에서 온 연락선이었다. 우려한 바가 현실로 일어나고 있었다.
“아덴에 있는 놈들이 수상한 눈치를 채기 전에 출발해야겠다. 홍 정위, 내일 새벽에 출항할 테니 구해온 종자와 묘목 모두 곧바로 배에 싣도록 하게.”
새로 편입한 노예병들도 모두 승선했고 약탈품으로 선창도 채웠다. 상감께 진상할 미녀들도 다 태웠고, 커피 종자도 구했으니까 이제 내일 아침에 배만 띄우면 모카에는 더 이상 볼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