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800
2부 57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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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에서 두 번째 겨울을 보냈다. 귀궤탁섬의 겨울은 웅연포와 비교하면 조금 덜 추웠다. 위도는 북위 57°로 53°인 웅연포보다 북쪽이지만, 바다도 얼지 않고 육지도 조금 더 따뜻했다.
“화산과 온천이 있는 웅연포보다 그 섬이 따뜻했다니 신기한 노릇이지.”
“주상께서 하교하신 대로 남쪽에서 흘러오는 따뜻한 바닷물이 대동양 북부를 빙 돌아 회류(回流)하면서 섬 주변을 데우는 덕이 아니겠습니까.”
주상께서는 지구의 자전과 대류 현상으로 인하여 비롯되는 바닷물의 흐름에 관해 그림까지 그려 가면서 설명하셨다. 그걸 제대로 이해한 관원은 별로 없었지만, 최소한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현상이 임금의 설명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정도 머리는 다들 가지고 있었다.
“귀궤탁섬에 사는 곰이 그리 크다 하던데, 직접 보지 못해 유감일세. 토인들이 말하기로는 큰 놈은 사람보다 키가 두 배나 되고, 무게는 1000근(600kg)은 족히 나간다고 하던데.”
귀궤탁 섬 토인들과 친교를 맺는 과정도 이제까지 만났던 다른 토인들과 마찬가지였다. 한 가지 차이라면 혹시 파선할지 몰라서 배를 정박지에 두고 도보로만 섬을 돌아다닌 탓에, 여태 그랬던 것처럼 배와 대포를 활용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김완은 수하 군사들 백여 명을 내보내 섬을 일주하고 해안선의 지도를 작성하게 했다. 그런 과정에서 당연히 해안에 있는 토인 부락 여럿을 만났다. 당연히 토인들은 처음 접촉하는 낯선 인간들을 보고 크게 두려워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다면 곤란을 겪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완이 보낸 군사들은 흑룡강 이북과 연역주, 빙산도, 알루토 열도 등을 방문하며 이미 많은 토인 부족들을 접촉해 보았다. 충돌이 일어나지 않고 친교를 맺는 방법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준비한 하사품은 어디서나 위력을 발휘했다. 단검, 쇠바늘, 실, 유리구슬 같은 선물을 받고 눈이 휘둥그레지지 않는 토인은 어디에도 없었다. 추장에게는 옷과 모자도 주어졌다.
그리고 여기서도 조총이 힘을 발휘했다. 겨울이라 곰을 잡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지만, 토인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을 나는 새를 쏘아 맞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총이 가진 위력을 과시하기에는 충분했다.
다만 희생도 약간 있었다. 엄동설한에 길도 잘 모르는 섬에서 겨울을 나면서 섬을 한 바퀴 돌기까지 했으니, 그 와중에 아무도 잃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번 겨울 동안 사고와 실종으로 잃은 인원은 총 8명으로, 이로써 출발 이후 손실한 인명은 총 27명이 되었다.
그동안 잃은 인원은 대부분 사고로 인한 사망자였다. 병에 걸려 죽은 이는 하나도 없었고, 배에서 떨어져 동사하거나 새 땅을 탐사하다가 실족하여 추락사한 이들이 태반이다. 토인들과 간혹 발생한 충돌로 사망한 이가 딱 2명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곰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리다가는 남쪽으로 가는 일정이 늦어지니까 말이지요.”
김완이 곰 문제로 푸념을 하자 고인후가 조용히 받았다. 이들은 봄이 오면서 바다 사정이 웬만큼 풀리자 바로 배를 몰아 남쪽으로 내려왔다. 놓고 온 군사들 50명에겐 안 된 일이지만, 대미주 북부 해안 측량을 마치고 정문부의 본대와 합류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살아있는 곰은 보지 못했으나, 토인에게 가죽과 두골(頭骨)을 얻었으니 이것만 해도 충분히 훌륭한 진상품이라 할만합니다. 전하께서 보시면 무척이나 놀라고 기꺼워하실 겁니다.”
김완 일행은 당연히 귀궤탁에도 정계비를 세웠다. 토인들은 벼락(조총)을 지배하는 신통력을 가진 천신의 후손이며 관대하게 하사품을 내려주는 조선 임금에게 기꺼이 충성을 맹세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가진 가장 값진 물건, 해달과 곰을 비롯한 갖가지 짐승의 모피를 바쳤다.
김완은 알루토에서 그랬듯이 ‘임금을 충실하게 섬기면’ 다음에 오는 배가 또 좋은 물건들을 잔뜩 줄 거라고 토인들을 다독였다. 그리고 예정대로 기독성에 50명을 남긴 뒤 남은 배 2척을 거느리고 최대한 일찍, 2월 중순에 귀궤탁섬을 떠났다.
해안을 따라 북동쪽으로 1천 리를 움직이니 비로소 해안선이 북상을 멈췄다가 곧 남동쪽을 향했다. 김완과 휘하 장졸들은 대미주의 광대한 크기를 몸으로 실감하면서 뱃머리를 돌렸다.
지도를 작성하면서 해안선을 따라 동남쪽으로 이동하는 여정은 확실히 작년에 북쪽을 향해 올라갈 때보다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일단 남으로 내려올수록 따뜻해졌으니까 말이다. 추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만 해도 어딘가.
다만 마음이 편한 것과 별개로 몸은 바빠졌다. 최대한 정밀하게 지도를 그려야 했을뿐더러, 항해 도중에 해변에서 규모가 큰 토인 부락을 발견할 때마다 주민들에게 충성 서약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호의를 얻기 위한 선물과 대포를 통한 위협을 병행했다.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마흔 개는 족히 되는 마을에 정계비를 세우면서 꾸준히 남진했다. 그러던 중에 엿새 전에 들른 마을에서 생각지 못한 환대를 받았다. 조각배를 타고 몰려나온 토인들의 환영을 받고, 어리둥절한 상태로 마을에 들어가니 정계비가 떡 서 있는 게 아닌가.
“정말 놀랐지. 어찌나 기쁘고 반갑던지.”
“저도 놀라웠습니다. 본대와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으니까요.”
이곳 토인들은 아직 조선말을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다. 하지만 단어 몇 마디 정도는 구사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김완은 정문부가 여기보다 남쪽에 도착했음을 알았다. 그리고 토인들이 보관하고 있던 정문부의 편지와 지도를 받고 정문부가 첫 번째 거점을 세운 위치도 알았다.
“이 포구로 들어오는 방향이 맞는데….”
정문부가 세운 첫 번째 거점, 덕진성은 안전한 포구 깊숙이 세워져 있었다. 지도가 있기는 해도 안내인 없이 길을 찾아 들어가려니 그 포구가 다 그 포구 같았다. 게다가 안개가 심하게 끼어서 시야가 가리니, 항구를 찾기가 더 어려웠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호포(號砲)를 쏘고, 신기전을 날려라!”
“예, 나리.”
김완의 명령에 따라 12근 포 한 문이 공포를 쏠 준비를 했다. 그리고 신호용 중신기전 한 발이 갑판 위에 놓였다.
“방포!”
묵직한 포성이 울렸다. 그리고 신기전이 q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하늘로 올라가 붉은 불꽃을 사방으로 퍼뜨렸다.
“백을 세고 나서 일곱 발씩 연달아 쏘아라!”
좌현 쪽 대포 7문이 연달아 쿵쿵거리며 불을 뿜었다. 신기전 7발도 연달아 하늘로 치솟아 불꽃을 뿌렸다. 한 번만 쏘면 덕진성에서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으니, 신호를 길게 보내서 더 잘 포착하게 하려는 안배였다.
“자, 이제 1각(15분) 동안 아무 소리도 내지 말고 기다려라. 아무 반응이 없으면 20리 정도 더 움직인 뒤에 한 번 더 시도하겠다.”
침묵 속에서 시간이 흘러갔다. 기다리던 김완이 한숨을 쉬었다.
“이 포구가 아닌가 보구나. 타공은 어서 배를….”
김완이 막 출발 지시를 내리려는 참에 남쪽에서 포성이 들려왔다. 소리가 좀 작기는 하지만 분명히 포성이었다. 그리고 신기전이 터지는 불꽃도 보였다. 중간돛대 꼭대기에 올라가 있던 망보기 수졸이 급히 소리쳤다.
“나리! 남남동 방향에 신기전이 터지는 불꽃이 보였습니다!”
“그래! 여기서 포를 터뜨리고 신기전을 쏘아 올릴 만한 패라면 우리 본대밖에 없겠지. 어서 돛을 돌려라! 신호가 올라온 방향으로 움직인다!”
싣고 있는 음식료의 양으로만 따지면 굳이 덕진성에 들를 필요는 없었다. 이대로 남진해도 신서반아에 도착할 때까지 충분히 먹을 만한 식량과 음료가 있었다.
하지만 김완 이하 장졸 전원은 소식에 굶주려 있었다. 아모국에서부터 따로 움직인 본대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도 궁금하고, 자기들이 탐색한 북쪽 땅과 비교해서 이곳 남쪽 땅은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했다. 그 소식을 접하려면 덕진성에 가야 했다.
“나리, 불빛이 보입니다!”
“나도 보인다!”
바닷가에 피운 커다란 화톳불과 물 위에 뜬 단정 한 척이 보였다. 신호를 보고 마중 나오는 본대 인원들이 분명했다. 갑판과 돛대 위에 있던 군관과 수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질렀다. 김완과 고인후의 얼굴에도 한껏 미소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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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탐해사께서 건강하신 듯하여 소관도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연로하신 나이에 북방에서 급히 내려오느라 고생이 많으셨을 터인데, 잠시 쉬면서 여독을 푸시지요.”
“반갑네. 그대도 이런 외딴곳에 머무르느라 고생이 많았네.”
원사웅은 40명 가까운 부하 군사들을 거느리고 나가서 해변에서 김완과 고인후를 맞이했다. 나머지는 성을 지키고 있었다. 얼굴을 마주한 양쪽 군사들은 서로 아는 사이인 자들도 여럿 있어서,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며 재회를 기뻐했다.
무사함을 확인한 뒤에는 그대로 이야기보따리가 터졌다. 거의 2년 만에 만나는 동료들이다 보니 쌓인 이야깃거리는 끝이 없었다. 김완 옆에 선 고인후도 한껏 웃으면서 원사웅에게 말을 건넸다.
“자네가 여기 남았을 줄은 몰랐네. 북쪽에 있는 토인 부락에서 받은 편지에는 누가 여기에 남아 있을지, 그것까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네.”
“원동개척사 영감께서 그 편지를 남기실 때까지는 여기 남을 사람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덕진성을 건립한 뒤, 여기서 겨울을 나는 동안에 정문부는 소선 1척을 따로 움직이게 했다. 북쪽으로 닷새 걸리는 거리에 있는 부락까지 배를 보내서 충성 서약을 받고, 언젠가 북쪽에서 나타날 김완 일행에게 전할 편지를 맡겼다. 그래야 그들이 덕진성을 지나치지 않을 테니까.
“오는 길이 많이 복잡하셨지요. 이곳이 난바다에 면한 항구라면 오시는 길이 좀 쉬웠겠으나 육지 안쪽으로 한참 들어온 포구 안이라, 아무래도 길을 찾기가 어렵지요.”
“대신 바깥 바다에 어떤 폭풍이나 해일이 밀어닥쳐도 여기 있으면 피해를 보지 않겠군. 참 좋은 자리에 터를 잡았으이.”
환담은 활짝 열린 성문을 통해 성내로 들어오면서도 계속되었다. 원사웅은 별대 군사들에게 숙소를 배당해주었다.
“며칠을 머물더라도, 기왕이면 땅에 등을 대고 자야 하지 않겠습니까. 본대가 머무르던 때 지어둔 숙사가 그대로 있으니 쓰십시오. 군량도 넉넉히 비축해 두었으니, 배에서 굳이 음식을 내리실 필요가 없습니다.”
김완에게는 정문부가 쓰던 관사를 내주었다. 이곳 역시 일반 군사들이 머무르는 곳과 같이 나무를 쪼갠 너와로 지붕을 덮었지만, 그래도 그 내부는 좀 더 호화로운 편이었다.
“여기도 연해주처럼 나무가 사방에 지천입니다. 그래서 보시다시피 성벽도 통나무를 박아 만들었고 건물도 죄다 통나무로 지었지요. 나중에 농사가 좀 잘 되면 짚으로 지붕을 덮을 수 있겠습니다만 아직은 이 정도가 한계입니다.”
“북쪽에서도 마찬가지였네. 다만 우리는 배를 뜯어 집을 지었지. 왜, 그 신서반아를 발견한 크리스토포로 콜롬보라는 서반아 탐험가처럼 말일세.”
돌궐을 피해 반대편 방향으로 대아주로 오겠다면서 서쪽으로 배를 타고 오다가 신서반아에 당도한 크리스토포로 콜롬보는 조선에서 딱히 높은 평가는 못 받는다. 신서반아 도착에 무슨 문제가 있다거나, 죽을 때까지 대아주에 도착에 성공했다고 믿어서가 아니다. 실수 때문이다.
콜롬보는 지구의 크기를 완전히 엉터리로 계산했었다. 만약 도중에 신서반아 땅이 없었다면 콜롬보는 대아주에 도착하지도 못한 채로 바다 위에서 말라 죽었을 것이다. 그가 신서반아를 발견한 건 순전히 소 뒷걸음질에 쥐 잡은 격이었으니, 조선에서 좋게 평할 리가 없었다.
“그나저나 여기서는 농사를 좀 짓는가? 북방에서는 식량을 구할 방법이라고는 오직 사냥과 낚시밖에는 없었네. 여름이 되어 좀 따뜻해지면 콩과 담저를 심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고기가 가장 흔한 식량인 건 이곳 덕진성도 마찬가지입니다. 키우는 돼지도 계속해 숫자가 늘고 있고, 숲에 한 발짝만 들어가면 새와 짐승이 사방에 널려 있습니다. 다만 화약을 아끼고 짐승들이 놀라지 않게 하느라, 사냥은 주로 활과 창으로만 합니다.”
원사웅은 두 사람을 저장고로 안내했다. 그리고 커다란 문을 열어 그 안에 잔뜩 걸려 있는 짐승고기 덩어리들을 보여주었다. 막대기에 매달아서 연기에 그을려 만든 납육과 독에 담아 소금에 절인 고깃덩어리들이 저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저장고 한쪽에는 털이 그대로 붙은 생가죽이 잔뜩 걸려서 건조되고 있었다. 원사웅이 그중 누런 가죽 한 장을 손으로 잡았다.
“이건 미주에 사는 민무늬범 가죽입니다. 외양이나 하는 짓을 보면 분명히 범인데 줄무늬도 없고 점무늬도 없습니다. 아마 이곳에 사는 특별한 범인 모양입니다.”
“풍토가 다르니 짐승도 다름이 당연하겠지. 저기 저것은 정말 물고기인가?”
김완이 서까래에 매달린 생선들을 가리켰다. 죄다 길이가 석 자는 족히 되는 것이, 절대로 평범한 생선이 아니었다. 이것도 모두 훈제하거나 염장하여 보존해 놓았다.
“이곳 고기는 죄다 저렇습니다. 소금을 아낄 겸 어포를 만들려고 했었는데, 햇볕이 별로 안 쬐어서 말입니다. 이 덕진성은 다른 건 다 좋은데 안개가 너무 많이 낍니다.”
고기를 보존하는데 필요한 소금은 직접 만들고 있다고 했다. 갯벌이 없고 안개가 자주 끼어 염전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은 아니지만, 대신 사방에 널린 나무가 있다. 바닷물을 솥에다 끓여 자염(煮鹽)을 만들면 50명에게 필요할 정도의 소금은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좋아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요. 이젠 지겹습니다.”
이곳 숲에는 참나무가 많아서, 숲에 들어가면 사방에 도토리가 널려 있다. 하지만 도토리는 돼지 사료로나 적당하다. 술을 빚거나 묵을 쑬 수는 있지만 제대로 쌀 노릇을 할 수는 없다.
“해결책은 여기서 직접 농사를 짓는 것뿐이지 않은가. 어떻게, 여기는 농사가 좀 되는가?”
“전하께서 챙겨주신 종자로 조금 짓고는 있습니다. 그쪽도 보여드리지요.”
원사웅이 앞서서 안내했다. 저장고 모퉁이를 돌아가니 넓게 펼쳐진 밭이 눈에 띄었다. 콩과 담저, 옥수수와 무가 싹이 터 자라고 있었다. 다만 이제 4월 말밖에 안 된 지라, 수확할 만큼 자라지는 않았다.
“작년에 시험 삼아 심어봤더니 꽤 수확이 괜찮았습니다. 무를 소금에 절여 김치를 담갔더니 담저와 고기밖에 없는 식사가 훨씬 견디기 나아지더군요.”
“그거 잘된 일이군. 우리도 좀 나눠줄 수 있겠는가?”
“물론입니다. 다만 저희에게 남는 독이 없으니, 빈 독을 주시면 채워드리겠습니다.”
미주에서는 장이나 김치를 담을 독도 귀중품이다. 언젠가 이쪽에서도 가마를 만들고 적당한 흙을 찾아 직접 구워내면 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되겠지만, 그때까지는 본국에서 가져온 몇 개 안 되는 물건들을 조심해서 써야 한다.
“콩 수확이 괜찮으면 올해는 장도 담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풍토가 본국과 다르니, 과연 메주가 제대로 띄워질지 확신할 수가 없어서 유감입니다.”
“그건 확실히 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문제로군.”
지금은 정문부가 떠나면서 남겨놓은 장을 아껴가며 먹고 있다고 했다. 쌀도 잘 보관해 놓고 나라 제삿날과 누군가의 생일에만 조금씩 꺼내 밥을 짓고 떡을 찧어 나누어 먹는다고 했다.
“그나마 장은 직접 담그는 시도라도 해볼 수 있는데 쌀은 본국에서 가져오지 않으면 구경도 할 수 없으니 아쉬울 뿐입니다. 지선성 쪽에서는 풍토가 따뜻하여 벼를 가꿀 수 있을 것 같다 합니다만, 아직 제대로 논을 만들지는 못하였습니다.”
“지선성? 혹시 원동개척사 영감이 남쪽에 이미 두 번째 거점을 만드시고, 그대들과 연락을 하고 계시는가?”
김완의 눈이 둥그레졌다. 원사웅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남쪽으로 3천 리 정도 배를 타고 내려간 곳에 두 번째 성을 세웠습니다. 그동안 배가 두 차례 정도 오가면서 소식을 전했지요. 북방탐해사께서 오실 때까지는 개척사 영감께서도 본국으로 돌아가실 수 없다 보니, 문의를 꽤 자주 보내셨습니다. 그 김에 소식을 들었지요.”
원사웅은 실내로 자리를 옮겨서 신서반아와 인접한 지선성의 사정을 소상히 설명했다. 이곳 덕진성과는 또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는 이야기에 두 사람은 입을 딱 벌렸다.
*채금장 위치는 지도 바깥, 한참 내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