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804
2부 58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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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에서 바다를 건너온 갈레온 세 척이 천천히 카디스에 입항했다. 이것만이라면 늘 있는 광경이라 별로 이상할 게 없겠으나, 이 세 척에는 주변을 지나는 다른 배들과는 다른 특징이 몇 가지 있었다.
먼저, 배에 타고 있는 선원이 거의 전원 동양인이었다. 뱃머리에는 선수상(船首像)도 붙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가운데 돛대 꼭대기에는 십자가 대신 태극기가 매달려 있었다. 여기까지 보고 나면 사전지식이 있는 사람은 이 배가 조선 사절단이 탄 배임을 알 수 있었다.
“갑진년 7월, 1604년 8월…벽란도를 출발한 지 딱 1년하고 석 달이 결렸나.”
상선(上船) 뱃머리에 선 견서사 정사 이수광은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이국적인 스페인의 도시 풍경을 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내가 무자년에 여기 왔었으니 자그마치 16년 만이로구나. 어명을 받아 수행하는 신하로서 망설이는 바는 전혀 없으나, 이번에는 과연 내가 여기서 살아서 떠날 수 있을지 다소 걱정이 되는구나.”
이수광은 8개월 전 이기빈과 헤어져 고아를 출발한 뒤로 별다른 문제를 겪지 않고 비교적 순탄한 항해를 했다. 아프리카를 주회(周回)하는 도중에 폭풍을 만나 난파하지도, 해적을 만나 목숨을 걸고 싸우지도 않았다.
“정사 나리, 무슨 생각이 그리 많으십니까?”
“오, 서장관인가. 이번 방문이 다소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고 생각하니 새삼 마음이 무겁네. 자네들이라도 해를 입지 말았으면 좋겠구먼.”
예전이라면 이런 걱정은 없었을 거다. 스페인은 과거 20여 년간 유럽에서 제일가는 조선의 우호국이었으니 말이다. 전왕 펠리페 2세는 아낌없이 유무형의 지원을 조선에 제공해주었고, 조선 역시 풍족한 답례품을 보내서 펠리페가 보인 호의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물품으로 하는 사례가 전부가 아니었다. 견서사가 유럽에 당도할 때마다 스페인 궁정부터 먼저 방문하여 유럽에서의 일정을 시작하였고, 떠날 때도 맨 마지막으로 방문하면서 스페인을 높이 예우했다. 그 탓에 스페인의 종속국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말이다.
물론 여기에는 배를 타고 유럽에 갈 때 가장 먼저 도달하는 나라가 스페인이라는 지리적인 문제도 있다. 혹자는 스페인을 가리켜 ‘대유주의 대문’이라고 일컬을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안 들르려고 들면 얼마든지 안 들를 수 있었다. 그냥 다른 나라로 직행해도 된다.
그런데 그 밀접한 관계가 스페인에서 새 왕이 즉위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아직 젊은 펠리페 3세는 경륜이 부족한 탓인지 부왕보다 훨씬 종교적으로 엄격한 태도를 보였고, 조선이 서둘러 가톨릭으로 개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사를 보내 비난을 퍼부었다.
‘그동안 선왕에게 큰 은혜를 입었으면서 배은망덕한 행동을 한다’는 특사의 추궁에, 당연히 조정은 분노로 발칵 뒤집혔다. 하지만 주상께서는 특사로 내방한 스페인인 수도승이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하다고 선언하셨고, 별다른 조치 없이 추방하여 마닐라로 송환하기만 하셨다.
특사가 발인 망동에 대해 정식으로 보내는 항의서한은 지금 이수광이 가지고 왔다. 분명히 해야 하는 일인 건 맞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자라난 불안감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기만 했다. 차라리 사건 직후에 왔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3년이 다 된 옛일이 아닌가.
“서장관, 자네가 생각하기에는 그 미친 서반아 중놈이 자기네 왕에게 한양에서 겪은 일을 어찌 전했을 듯한가?”
“그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동방의 야만인들’에게 자신이 당한 갖은 모욕에다가 자신이 겪은 온갖 고초를 한껏 부풀려 전했겠지요.”
서장관으로 따라온 젊은 관리, 최명길이 옆에 서서 한숨을 쉬었다. 이수광을 보좌하는 그 역시 자칫하면 이수광과 함께 목이 떨어질 위험을 각오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신들 두 사람만이 아니라 수백 명이 넘는 사절단 전원이 처형되거나 노비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전하께서 놈들 일당에게 딱히 형문(刑問)을 가하시거나 하지는 않으셨음을 소관도 분명히 기억합니다만, 놈들 생각이야 다르겠지요. 객사에 연금되어 간장밥만 먹어야 했던 그 기억을 어찌 부풀려 자기네 왕에게 고했을지,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순교에 환장한 놈들이었다. 살아서 돌아간 대신에 자기들이 겪은 고난(?)을 한층 더 부풀려서 국왕에게 전했을 게 뻔하다.
“하지만 그 중놈들이 유럽에 돌아온 지도 최소한 1년은 되었을 테니, 그동안 이런저런 바쁜 일에 관심을 두느라 국왕이 이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을 수도 있겠지요. 아니면 정말 특사가 정신이 나가서 벌인 독단이었을 수도 있고요. 부디 후자였으면 좋겠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한숨을 쉬면서 항구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스페인 항만 관리들이 탄 단정이 다가왔다. 세관원들도 타고 있을 배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니, 이제 유럽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확실하게 났다. 이제 입항 절차를 마치고, 수도의 승인을 받으면 마드리드로 갈 수 있으리라.
“여러분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5년 간격으로 오시던 분들이 갑자기 아무 연락도 없이 2년이나 오지 않으시는 바람에 무척 걱정했습니다. 혹시 오시다가 무슨 사고라도 당하신 게 아닌가 했지요. 별다른 일은 없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희 내부의 사정으로 간격을 좀 더 띄우게 된 것뿐이니, 별로 근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는 길은 평안했습니다.”
카디스 시청에서는 이번에도 호화로운 환영 연회를 열어주었다. 시장이 직접 연설을 하고, 시의 주요 인사들이 모두 참석했다. 16년 전 이수광이 처음 스페인을 찾아왔을 때 안면을 튼 이들도 나와서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이들은 예전에 쓰던 호칭대로 이수광을 백작으로 칭했다.
“이 백작께서는 아직도 세례를 받지 않으셨다고요? 너무 안타깝습니다. 백작의 높은 교양과 지식에 깊은 신앙이 더해진다면 정말 완벽한 신사가 되실 텐데요.”
“아직 고민하는 부분이 많아서 결단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조금 더 심사숙고한 뒤에 판단을 내리고자 합니다.”
“신앙은 곧이곧대로 믿는 것입니다. 판단하는 게 아니지요.”
다만 16년 전에 개종을 권유했던 이들이 여전히 개종 문제를 따지는 상황은 딱히 반갑지는 않았다. 요즘 김류를 필두로 해서 사대부 중에서도 가톨릭 신자가 꽤 생긴 거야 사실이지만, 이수광으로서는 딱히 개종할 생각까지는 없으니 말이다.
“하여튼 고맙습니다. 저희가 여러분께 크게 도움을 드린 것도 없는데 언제나 반가이 맞아 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그게 무슨 서운한 말씀이십니까? 조선과 스페인은 돈독한 우호를 맺어온 친구가 아닙니까. 친구의 방문을 받았으면 성의껏 환영하는 게 마땅한 예의입니다.”
시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보여주는 표정에는 거짓이 없었다. 이수광과 최명길을 비롯한 견서사 일행은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조선에 대한 국왕 펠리페 3세의 태도와는 별개로, 적어도 이곳 카디스에서는 조선에 관한 감정이 전과 다름없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백작, 내일은 저희 집에 와주시지 않겠습니까? 좀 더 차분한 분위기에서 딸과 외손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기꺼이 그러겠습니다.”
롤리타의 부친인 히메네스 백작은 아예 견서사 일행을 따로 자기 집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이수광은 이 초대를 선뜻 받아들였다. 카디스에서야 우호적으로 넘어가더라도, 어차피 스페인 조정에서는 회견 날짜를 차일피일 미루며 골탕을 먹일 게 뻔하니까. 시간은 넉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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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모르겠단 말이야. 도대체 왜 그리 급하게 우리를 불러들였는지 말일세. 혹시 자기 신하들 앞에서 우리를 대대적으로 망신을 줄 심산은 아니겠지.”
조선 임금에게 조선의 궁궐 한가운데서 모욕을 줄 정도로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는 철부지가 펠리페 3세다. 자기 나라, 자기 궁궐 한가운데에서라면 그보다 더한 짓도 얼마든지 저지를 수 있을 터였다.
“그런 목적에서라면 이렇게 급하게 불러들이진 않을 겁니다. 저희가 예상했던 대로 최대한 오래 회견을 미루면서 굴욕을 주고, 우리가 더 기다리지 못하고 스스로 스페인을 떠나게 하는 편이 훨씬 품위 있게 저희를 모욕하는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하긴, 자네 말이 옳은 듯하네.”
왕실에서 견서사 일행을 불러들인 시기는 의외로 빨랐다. 카디스에 도착해서 왕궁에 소식을 전한 뒤 단 사흘 만에 연락이 온 것이다.
그날, 초대에 응해 히메네스 백작가를 방문한 이수광과 최명길은 롤리타의 안부를 전하고 가지고 온 손자녀들의 초상화도 건네주었다. 백작 부처는 조선에 있는 딸과 손자녀들이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며 사위도 더 출세했다는 이야기에 무척 기뻐했다.
즐거운 식사와 유쾌한 대화를 나누고 얼근해진 기분으로 숙소로 돌아온 두 사람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숙소인 영빈관 정면에 스페인 왕실 문장을 단 큼직한 마차 두 대가 딱 버티고 서 있는 게 아닌가?
“마드리드에서 급한 연락이 왔습니다. 내일 아침에 해가 뜨자마자 바로 출발해서, 왕궁으로 곧장 오시랍니다. 저희도 어쩐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영빈관을 관리하던 카디스 시청 소속 관리도 상황을 알지 못해 당황하고 있었다. 이수광도 혼란스러웠지만,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모로 가든 도로 가든, 빨리 결판이 나는 편이 시간을 끌면서 사람을 엿 먹이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스페인 현왕(現王)이 성격이 급한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이번 건에 있어서만은 질질 끄는 것보다 나으니 다행입니다.”
견서사 일행이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마차가 왕궁 문 앞에 도착했다. 시종들의 안내를 받아 궁궐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이수광을 비롯한 조선 사신들은 대체 무슨 영문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누구 하나 붙잡고 사정을 물어볼 틈도 없이 알현실로 안내됐기 때문이다.
16년 만에 다시 방문한 알현실은 그때 그 화려한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알현실 한가운데 있는 옥좌에 앉아 있는 사람은 화려한 옷을 입은 젊은이로 바뀌어 있었다. 올해로 27세가 된 새 스페인 국왕, 펠리페 3세가 분명했다.
이수광이 보기에 새 국왕은 외모는 확실히 부왕을 닮았지만, 부왕이 가지고 있었던 근면한 성품이나 정무에 관한 감각까지 물려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이수광은 허리를 숙여 국왕에게 절을 한 뒤 능숙한 스페인어로 인사를 했다.
“저희 군주, 유구왕국의 보호자이시며 야인들의 자애로운 어버이시고 대남도의 지배자시며 구주 왜인들의 심판자이자 대명천하(大明天下)의 굳센 수호자이신 조선왕국 국왕께서 스페인, 포르투갈, 나폴리, 사르디니아, 시칠리아 왕국의 국왕이자 여타 속령의 영주이시며 보호자이신 펠리페 3세 국왕께 안부를 전하셨습니다.”
이 길고도 거창한 칭호는 이번 견서사부터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유럽 군주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줄줄이 나열하며 그 권위를 올리는데 조선 사절단은 덧붙일 말이 없으니 민숭민숭하기 짝이 없다는 문제가 계속 제기된 까닭이다.
일부 대신들은 본래 조선에서 존재하지도 않던 습속을 굳이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했다. 보통 사대부들이야 ‘모모 부원군, 모 공신 1등, 모 공신 2등, 영의정에 판중추부사까지 역임한 아무개…’하는 식으로 경력을 과시하곤 하지만, 임금은 그저 임금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는’ 편이 옳다고 했다. 유럽 군주들이 그런 방식으로 자신의 권위를 올린다면, 적어도 유럽인들과 교류할 때만이라도 그런 방식으로 우리 임금을 소개해도 무방하다고 말이다.
중국사에도 전례는 있다. 과거 소열제 유비가 한중왕(漢中王)을 자칭했을 때 스스로 ‘좌장군(左將軍) 영사례교위(領司隷校尉) 예형익삼주목(豫荊益三州牧) 의성정후(宜城亭侯)’라 일컬어 자신의 권위를 높인 전례가 있지 않은가!
주상께서는 묘당에서 이 문제로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에 별다른 의사를 표명하지 않으셨다. 아무래도 스스로를 높이는 일에 영향을 미치기 껄끄러우셨던 탓이 아닌가 싶었는데, 덕분에 신하들은 무척 자유롭게 이 문제를 논할 수 있었다.
가장 논란이 치열했던 부분은 라는 구절이었다. 이건 감히 천자가 점한 권한을 넘보는 참람된 문구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항복은 이렇게 반론했다.
‘전하께서 대군을 보내 대국의 반적을 토벌하신 건 명백한 사실이니, 어찌 수호자라 일컬을 수 없겠소? 이는 일말의 거짓도 아니오.’
이항복 스스로가 군대를 거느리고 양응룡의 난을 진압하러 다녀온 사람이 아니던가! 당연히 이에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어차피 명나라 쪽에다 대놓고 떠들 것도 아니고, 유럽에 가서만 쓸 호칭인데 뭐 어떤가?
다만 명나라를 대놓고 언급하기에는 아무래도 껄끄럽다 하여, 실제로 유럽에서 소개할 때는 ‘를 수호하는 자’로 번역하기로 했다. ‘대명(大明)’이라는 국호부터가 크게 밝다는 뜻이고, 명나라 자체보다는 중화의 질서를 수호하는 편이 훨씬 본질적이기 때문이다.
조정의 의견이 일치하자 주상께서도 신하들의 뜻을 받아들이셨다. 그리고 지금 스페인 왕 앞에서 자랑스럽게 읊고 나니 확실히 호칭을 정립한 보람이 있었다. 자, 이제 힘든 말을 할 차례다.
“저희 국왕께서는 지난번 귀국에서 보낸 특사의 언행에 관하여….”
이수광이 힘들게 입을 열었다. 가르시아의 망동에 대해서 입을 열어 막 폭로하려는 참인데 갑자기 펠리페 3세가 오른손을 들었다.
“아니, 일단 내가 먼저 한마디 해야겠다. 그대는 잠시 기다리라.”
이수광 이하 관원들이 잔뜩 긴장했다. 과연 펠리페 3세는 과연 어떤 비난을 퍼부을 것인가? 사신의 말을 끊고, 얼굴도 저렇게 상기된 걸 보면 절대 가볍게 지나갈 것 같지 않았다. 꿀꺽, 군침을 삼키는 순간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내 형제인 조선 국왕의 성의를 의심하고 무례를 범한 일을 부디 주님께서 용서해 주시기를 바란다! 내, 귀국 전함이 인도양에서 오스만 함대를 대파했음을 비로소 알았느니라.”
“…?!”
이수광을 비롯한 조선 사신들이 모두 눈을 크게 떴다. 전함? 인도양? 대파? 이게 다 무슨 소리야?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펠리페 3세는 분명 흐뭇하게 웃고 있었고, 그 주변에 선 스페인 정신(廷臣)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해 초, 조선 군선 한 척이 인도양에서 아덴, 모카, 메카를 차례로 기습하여 불태우고 그 항구에 기항하고 있던 투르크 군선 수십 척을 격파했다고 들었다. 이는 실로 십자군이라 해야 할 정도의 위업이니, 어찌 칭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수광과 최명길은 무의식적으로 눈을 마주쳤다. 올해 초에 인도양에 머무르고 있었을 만한 조선 전선이라면 이기빈이 지휘하는 갈레온 한 척뿐이다. 그 배는 분명히 아라비아를 찾아가 커피 씨앗을 구해오는 임무를 맡고 있었는데, 투르크 해군을 대파하다니? 이게 무슨 소리지?
“귀국이 저 사악한 이교도들을 쳐서 대승을 거두었음을 내 직접 들었으니, 이리 기쁠 수가 없다. 개종이 조금 늦어진다는 정도 문제로 특사를 보내 거북하게 행동한 바를 사과하니, 내 형제인 조선 국왕이 부디 앞으로도 우리와의 우호 관계를 유지해 주기를 희망한다.”
이수광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져서 도저히 사태 파악이 되지 않았다. 자신이 대상주를 한 바퀴 도는 동안에 이기빈, 이 무도한 작자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