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814
2부 59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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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명나라가 확보한 정보망은 별것이 없다. 아무리 중종과 반정공신들이 적극적으로 숨기려고 했다지만, 실제 역사에서 연산군이 죽은 지 30년이 지난 뒤에도 연산군이 살아있는 줄 알았던 게 명나라 놈들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조선이 폐쇄적인 대외관계를 유지한 탓이 크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조선이 적성국이 아니고, 알아서 순순히 따르는 상대인 만큼 명나라 측에서 딱히 은밀하게 정보수집이나 뒷공작을 벌일 필요가 적었기 때문이다.
후자가 더 중요했음은 훗날의 역사로도 증명이 된다. 한동안은 조선과 적대관계였던 청나라 같은 경우, 악착같이 조선 내에서 정보를 모으면서 반청(反?) 분위기 조성을 경계했다. 그럴 필요가 없는 명나라는 느긋할 수밖에 없다.
이쪽 세상은 조선이 실제보다 훨씬 더 열려 있는 나라이니만큼 하려고만 하면 비교적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전술한 필요성 문제에다가 만력제의 파업이 겹쳐지면서, 명나라 조정은 조선에 대한 첩보공작 같은 건 아예 집어치웠다. 관심도 없다.
물론 명나라 전체가 조선에 관심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오공충 같은 상인들은 사방에 퍼진 온갖 소문을 다 캐고 다닌다. 하지만 지금 명나라 조정은 장사꾼들만큼 부지런하지도 못하다.
고로 조정 상하가 입을 다물고 속이기로 한다면 속이는 거야 어렵지 않다. 우리 내부에서 서로 입을 맞추는 게 어렵다면 훨씬 어렵다. 당연히 조정에서도 하루 만에 그 논의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전하…칙서는 실제 무사히 도착하지 않았습니까? 영칙서의까지 다 치렀는데 어찌 그 일을 없던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영칙서의 준비야 언제 칙서가 도착할지 모르니 늘 해두었던 것이고, 칙서가 실제 도착하지 않았음에도 예를 치른 이유는 천자께서 내리신 칙서를 사고 때문에 받지 못한 아쉬움이 커서 그 뜻이나마 기리기 위해서이다. 그리 설명하면 충분하지 않으냐?”
칙서는 도착하지 않았다. 하지만 칙서를 잃어버린 데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기 위해 칙서 수령 의식은 그대로 치른다. 이는 마치 죽은 부모의 환갑잔치를 치르는 사갑제(死甲祭)와 같다 할 수 있다. 그것도 부모님이 살아서 환갑을 맞으셨으면 좋겠다는 희망의 표현이니까 말이다.
“칙사를 받아오던 우리 사신이 탄 사행선이 그만 풍랑에 가라앉았고, 사신은 간신히 목숨을 건졌으나 그만 칙서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칙서를 잃어버렸으니 그 죄가 작다 할 수 없으나, 풍랑은 하늘이 내린 재앙이니 파직 후 낙향하게 하는 정도로 그 벌을 감한다. 이렇게 한다.”
“하지만 칙서가 비록 봉해져 있다 하여도 명나라 조정에서 사전에 귀띔한 바가 있는데, 그 내용을 전혀 모른다고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익문사 총관 정여립이 고했듯이, 이는 소소한 도적 토벌이 아니라 군사 수십만을 일으키는 대업이다. 새로 모집한 군사 10만은 말 그대로 새로 모집한 군사고, 그 이외에 중원 전역에서 선발한 정예병을 뽑아 투입한다고 하였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하는 건 지금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정여립은 ‘새로 모집한 10만 군사가 북경 인근에 집결’한다고 말문을 열고 난 뒤에, 사천?강남?북방에서 선발한 정예병 수만 명이 원정군에 동참할 거라는 말을 추가했다. 그럼 그렇지.
아무리 만력제가 꿈속에서 사는 인간이라고 해도 그 밑에 있는 장수와 관리들까지 망상으로 군대를 편성할 리는 없다. 고참도 아닌 신병 10만 명만 가지고 감히 건주위를 토벌할 계획을 세우는 놈이 있다면, 그놈부터 목을 베어야 하리라.
“이번에 우리가 군사를 내건 내지 않건, 실로 150년 동안 유례가 없는 대규모 출병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중대한 일을 어찌 ‘칙서도 없이’ 우리가 임의로 벌일 수 있는가? 사신이 잘못 들었을 수도 있는데, 마땅히 대국 조정의 진의를 칙서로써 확인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칙서는 우리 사신 손에 전달되기 전에 사실상 그 내용을 다 알려주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 내용이 사전에 통보한 바와 크게 다를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하지만 0%가 아닌 이상 출병을 거부할 빌미로 잡을 수는 있다.
덤으로 150년 운운은 당연히 1449년에 벌어진 토목보의 변을 뜻한다. 조선에서는 명나라가 그때 ‘겨우’ 8만 병력을 동원했다는 기록을 남기긴 했지만, 명목상으로는 50만 대군을 동원한 것으로 되어있으니 일단은 그걸 기준으로 잡는다.
“2월에 봄이 오면 늘 하던 대로 춘신사(春信使)를 파견할 것이니, 이번엔 사죄사(謝罪使)를 겸하게 하여 북경에 도착하는 대로 칙서를 잃은 데 대해 천자께 죄를 청하도록 하라. 그러는 한편으로 칙서를 새로 내려 달라고 청하면 되겠다.”
2월에 보낸 사신이 돌아오려면 4월은 되어야 한다. 그때 칙서 내용을 확인하고 출병 준비를 시작하면 2개월 만에 군대를 움직이는 건 아무리 기를 써도 불가능하다. 고로 6월에 연합군을 결성해서 건주위를 친다는 만력제의 계획은 완전히 물 건너가는 거다.
시간을 끌기에 이 이상 가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신하 중에는 그래도 어떻게 차마 그럴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상당수였다. 그런데 정작 희생양이 될 장본인인 조덕기는 자신에게 지워진 십자가를 달게 받아들였다.
“전하께서 맡기신 배와 사람을 무사히 데려오지 못하고 잃은 죄, 이 목숨을 내놓아도 갚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비천한 목숨을 연명하게 해주신 전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오직 감읍, 또 감읍할 뿐입니다.”
조덕기가 바닥에 엎드린 채 흐느꼈다. 그렇지 않아도 배와 더불어 수백 명이나 되는 인명을 잃은 일 때문에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던 터라, 칙서를 분실했다는 죄 하나를 더 덮어쓰는 정도는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모양이다.
나도 생사람한테 엉뚱한 죄를 덮어씌우는 일이 썩 내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칙서가 안 온 것으로 처리하고 시간을 끌려면, 사행선이 침몰했을 때 칙서가 함께 가라앉았다고 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물론 칙서를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죄가 덧붙지만, 그게 차라리 낫다.
“하오시면, 출정 준비는 전혀 시행하지 않으시겠사옵니까?”
“칙서도 ‘없는’데 무슨 출정을 준비한다는 말이냐. 춘신사가 새 칙서를 받아올 때까지 어떤 준비도 실행하지 마라. 다만 계획은 세워두어도 무방하다.”
지금은 명나라가 건주위를 멸망시켜도 난감하고 건주위가 명나라를 처발라버려도 난감하다. 서로 안 싸우고 지금처럼 명나라가 골병이 들어가는 상황이 가장 좋다. 명나라가 벌이는 온갖 추태를 본 우리 백성들이 존경심이고 뭐고 다 잃어버릴 때까지 말이다.
“알겠사옵니다.”
신하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조정 내 논의는 여기서 일단 끝났지만, 나는 아직 생각한 바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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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움직이는 건 마지막 단계에 가서 할 일이다. 그때까지는 정치적으로 따져볼 부분이 더 많다. 더구나 정치적인 조치로 출병 필요 자체를 없애버릴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전하, 분명 말씀하신 대로 행하여 성공한다면 대업을 이루는 격이겠습니다만, 실패한다면 실로 큰 패착이 될 것이옵니다. 신은 그 결과가 참으로 두렵사옵니다.”
좌찬성 유영경이 우려를 표했다. 유영경은 경성군 때 급제해서 청요직을 역임한 바가 있는 전형적인 사림 출신 관리지만, 지방관으로서 행정 능력도 나쁘지는 않고 왜란 때는 꽤 괜찮은 대처 능력을 보여서 나한테도 박대는 받지 않았다.
본래 성격이 현실적인지, 관직에 있으면서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 성격이 ‘변한’ 것을 보고도 극렬히 반발하지 않고 비교적 자기 책무에 충실했다. 사림 중에 이런 태도를 보이는 놈들은 드물었고, 그 덕분에 집현전 경력 없이도 제법 순조롭게 출세했다.
“노을가적은 천자를 능멸하는 대죄를 지었사옵니다. 천자께서 징벌하시기 전에 놈이 스스로 천자의 어전에 무릎을 꿇고 죄를 빈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울 일이 되겠으나, 천자께서 먼저 조칙을 내리지도 않으셨는데 우리가 감히 나선다면 이 역시 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좌찬성 유영경이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삼정승과 예조판서 홍진, 최근 영돈령부사 자리에 앉은 유성룡과 영중추부사 이산해, 그리고 자기까지 딱 7명이 모인 극비 회의에서, 내가 폭탄을 하나 터트렸기 때문이다. 뭐냐고? 누르하치에게 몰래 사자를 보내자고 했다.
밀사를 보내 누르하치를 설득한다. 목적은 누르하치가 만력제에게 사죄사를 보내서 그동안 자기가 저지른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빌게 하는 것. 당연히 명나라 모르게 추진해야 하므로 후일 증거가 될 문서는 주지 않는다. 단지 구두 메시지만 전달할 뿐이다.
“어찌 나서는 것이 죄가 된다고 보느냐?”
“칙서를 망실하였으니 대국의 진의를 알 수 없어 출병 준비도 하지 않겠다면서, 건주위에는 출병 사실을 경고하는 셈이 아닙니까? 이는 윗전을 속인다는 의혹을 살 수 있고, 우리가 뒤로 건주위와 내통하여 천자를 거스르려 한다는 의혹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유영경은 그나마 나하고 말이 통하는 사림이다. 그래서 반대 의견을 내긴 해도 이 정도로 그쳤다. 영중추부사 이산해 역시 유영경과 마찬가지 태도였다. 그 역시 내 제안에 선뜻 손을 들어 동의하지 못했다.
“설사 노을가적이 그 잘못을 인정하고 사람을 보내 죄를 빈다 해도 천자께서 결심을 거두실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이미 십만 대군을 새로 소집하였고 그에 더하여 십만 정병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는데, 지금 노을가적이 용서를 청한다고 하여 모두 되돌릴 수 있겠습니까?”
정여립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명나라가 준비하는 토벌군은 새로 초모한 신병 이외에도 장성 일대에 배치한 북방군 기병과 보병이 실질적인 주력이 되리라고 했다. 왜구를 상대로 용명을 떨친 척계광의 절강병과 양응룡 토벌에서 활약한 사천 장창병까지 투입한다고 했고 말이다.
여기에 요동군도 동참한다.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명나라에서 건주위를 가장 잘 아는 군이 바로 요동부에서 보유한 요동군이다. 건주위 수령인 두 형제가 어린 시절 요동도사 이성량의 휘하에서 가정(家丁)으로 일했을 정도가 아니던가 말이다.
요동군에는 아직 4만 병력이 있다. 여기에 새로 모집한 10만, 그리고 북병과 남병의 정예가 모조리 투입된다면 명군이 동원하는 총 전력은 30만에 육박할 수도 있다. 그중에 얼마나 많은 숫자가 실제로 일선에 나설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 많은 군사를 투입하기로 대국 조정이 이미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렇다면 갑자기 건주위 쪽에서 죄를 인정하며 용서를 빈다 해도 그대로 출병할 공산이 큽니다. 그리하면 우리도 역시 군사를 내야 할 것이고, 방금 좌찬성이 아뢰었듯 내통한 죄까지 감당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산해는 강경하게 밀사 파견을 반대했다. 기대할 수 있는 효과에 견줘 위험부담이 너무 큰 시도이니 굳이 결행할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노을가적은 간교합니다. 전하께서 밀사를 보내 천자께 사죄하라고 타이르셔도 순순히 따를 공산은 적습니다. 더구나 만약 전하께서 밀사를 보내셨음을 대국에서 알게 된다면, 필시 이를 빌미로 하여 전하께서 역심을 품으셨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이덕형도 조심스럽게 장인이 낸 의견을 지지했다. 이산해는 평생 첩 하나 두지 않고 본처와 해로하면서 자녀를 여덟이나 낳은 사람이다 보니 이덕형과의 사이도 냉랭해졌다. 하지만 이들 두 사람 모두 공사(公私)를 혼동하는 성격은 아니라서, 조정 내에서 충돌하지는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대들도 알겠지만, 내게는 천자께 거역할 마음이라고는 좁쌀 한 톨 만큼도 없다.”
과연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말이라도 이렇게 해놓고 볼 일이다.
“그대들이 말했듯이 노을가적은 간교하다. 하지만 그러니만큼 천병이 정말로 건주위를 치러 나선다면 버티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 게다. 그러니 죄를 빌고 나설 수도 있지 않으냐?”
당연히 정말 뉘우쳐서가 아니다. 그저 토벌을 지연시키고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명나라가 계획한 토벌을 늦추게 할 수만 있다면, 누르하치는 무슨 짓이든 할 거다.
“지금 대국 조정에서는 상하가 뜻을 하나로 모아 건주를 치고자 하고 있다 하였다. 그 뜻을 노을가적이 확실히 파악한다면 그동안 납치하거나 유인한 백성을 송환하며 천자께 잘못을 빌 수도 있다. 우리가 밀사를 보내 중재를 시도해볼 법하다.”
명나라 군부에서 기껏 준비한 군대를 헛되이 집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다는 소리도 나올 수 있겠지. 하지만 그거야 목표를 바꿔서 몽골 원정이라도 시도하면 될 일이다. 요즘 체첸 칸이 명나라 대신 오이라트와 싸움을 시작했다고 하니, 나름 그 뒤통수를 칠 수도 있다.
게다가 몽골 원정은 확실한 이여송의 복수전이기도 하니 명분도 더 좋다. 이여송을 죽도록 놔둔 놈과 이여송을 죽인 놈 중 어느 놈이 더 나쁜 놈인지, 그걸 대놓고 따져 봐야 아나?
그리고 명나라 장수들도 머리가 있으니까, 이번에도 이여송이 당한 것처럼 바보같이 패하진 않을 거다. 몽골군을 완전히 섬멸하지는 못하더라도, 형식적인 승리만 한번 거두고 철수해도 만력제는 어느 정도 만족할 테니 그만하면 괜찮을 테고 말이다.
더불어 건주위 병력을 처음부터 제대로 차출할 수도 있다. 명나라와 정면으로 맞붙기보다는 기병 1만 기 정도 내놓고 타협하라고 하면 누르하치도 받아들이지 않을까?
건주위를 만력제의 먹이로 내주고 우리는 뒤로 빠진다. 이 정도 대규모 원정을 감행하려면 명나라 본국에서 올라가는 보급선은 포화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고, 우리 파병군은 전부 우리 부담으로 유지해야 할 거다. 2년 동안 가뭄이 이어진 판에 파병은 무슨 파병이냐?
“전하께서 하신 말씀이 실로 옳습니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바가 있습니다.”
내 의견을 들은 유성룡이 신중하게 답했다. 늘 그렇듯, 입 밖에 내기 전에 한 마디 한 마디 꼼꼼하게 생각하면서 말이다.
“확실히 노을가적이 먼저 무릎을 꿇고 죄를 청한다면 대국에서도 군사를 내기보다는 은혜를 베풀어 죄인을 용서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다만, 건주위가 정말로 죄를 비느냐가 문제입니다.”
유성룡은 누르하치에게 밀사를 보내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았다. 다만 그로 인해 우리가 바라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 있으니 이를 경계하자는 의견을 명확히 했다.
“신이 보건대, 노을가적은 천병이 자신을 치려 한다는 사실을 알면 선제공격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미리 요동군을 쳐서 본군의 원정을 막는 것이지요. 만약 그런 일이 터지면 우리도 출병을 피할 수 없게 되고, 내통했다는 의혹까지 받으면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질 것입니다.”
“그대의 말이 옳기는 하다.”
나라고 그런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 하지만 누르하치도 바보가 아닌 이상, 우리가 정보를 알려줬다는 사실을 명나라에 까발리지는 않을 거다. 왜냐고? 그러면 우리는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직접 나서서 건주위를 철저히 짓밟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들이 선공을 가해 요동부에 비축한 군량미를 불태우기라도 하면 원정은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겠지. 우리가 연루되었음을 드러내지만 않는다면, 결국엔 출병은 피할 수 없겠으나 우리가 선봉에 나서서 움직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결과다. 일이 그렇게 된다고 해도 시간은 번다. 원래 예정인 6월보다도 더 늦어질 거다. 명나라 쪽에서도 군량부터 다시 모아야 하니, 우리 보고 출병을 서두르라고 재촉하지도 못하리라.
“춘신사를 통해서 새 장계를 받고, 출병을 말리는 서한을 올리고, 그렇게 시간을 끈 연후에 한참 늦게 체면치레할 만큼의 병력만 보내면 된다, 그대들도 알겠지만, 우리는 지금 건주위를 쳐야 할 필요가 전혀 없지 않으냐.”
“그러하옵니다, 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