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826
2부 6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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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관 총병 두송(杜松)은 한껏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이번 건주위 토벌에서 중핵을 담당한 서로군 지휘를 맡았으니, 이제 공을 세우기만 하면 출세는 틀림없었다.
“서둘러 진격을 시작하라! 하루빨리 적도(賊都)에 들어가야 한다.”
허투알라에 집결하기로 약속한 날짜는 9월 1일이다. 하지만 두송은 그 날짜보다 한참 일찍 행군을 서둘렀다. 먼저 공을 세워서 천자 앞에서 상을 받을 꿈에 부풀어 있었던 탓이다.
두송은 용맹하기로 이름이 높았지만, 성질이 사납고 욕심이 많았다. 하급 장교로 시작해서 총병까지 출세할 수 있었던 근본도, 그 용맹과 욕심이 한데 어우러진 덕분이었다.
“대인, 약속한 날짜에 맞춰 움직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8월 18일이고, 강을 건너서 적을 치기로 약속한 날이 되려면 아직 엿새 더 기다려야만 합니다.”
문관인 부총병 왕가수(汪可受)가 기겁하고 말렸지만, 두송은 콧방귀를 뀌었다.
“무순에서 혁도아랍까지는 겨우 2백 리(80km)가량 밖에 되지 않소. 그 정도 거리는 당장에 달려갈 수 있는데 굳이 게으름을 피울 필요가 어디 있겠소?”
“하지만 집결할 날짜는 요동 경략께서 군령으로 정하셨습니다. 우리가 엿새나 빨리 군사를 움직이면 군령을 어기게 됩니다. 그래도 괜찮으십니까?”
“중요한 건 혁도아랍에 집결하는 날짜를 맞추는 것이오! 너무 딱 맞춰서 움직이다가 중도에 장애를 만나 진군이 늦어진다면, 제날짜에 혁도아랍에 도착하지 못하게 될 것이 아니오? 그런 불상사를 방지하려면 마땅히 여유 있게 출발해야 하지 않겠소!”
“방금은 혁도아랍이 코앞이니 금방 갈 수 있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거리가 가깝다 해서 얼른 도착하는 건 아니잖소. 적이 울타리를 치고 보루를 쌓아 지키면 길이 막혀 진행하지 못할 수도 있소. 그러니 저 도적들이 방비를 다지기 전에 우리가 강물을 건너 싸움에 나서야 한단 말이오!”
양호는 두송의 용맹함과 저돌성을 높이 사서 중군 역할을 맡게 했다. 전군이 모두 집결해서 적과 싸우는 상황이라면 그 성품이 미덕이 될 수 있었겠으나, 각 군이 따로 움직이면서 그만 독선적인 면이 더 크게 드러나고 말았다.
“우리가 먼저 강을 건너면, 적이 우리 앞으로 모일 것이니 남로군과 북로군이 진군하기에도 더 편할 거요. 또한, 우리가 먼저 적과 싸워 그 예봉을 꺾을 수도 있으니 그 어찌 아니 좋은 일이겠소? 노추의 목을 베기라도 하면, 이 싸움에서 가장 큰 공적이 누구 몫이겠소?”
두송은 이번 싸움으로 양호를 뛰어넘는 자리에 오를 야심인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방자한 말을 내뱉을 리 있겠는가?
황제가 좋아하는 ‘화려한 전공’을 세운다면 그런 출세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이마에서 진땀을 흘리던 왕가수가 마지막으로 두송을 한 번 더 말리려고 시도해 보았다.
“그러시다면 심양에 계시는 경략 양호 대인께 사자를 보내 계획을 변경해도 좋다는 승인을 받은 뒤에 군사를 몰아 강을 건너시지요. 심양에 사자가 갔다가 돌아오는 데는 넉넉히 하루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사자는 보내도록 하시오. 하지만 회답이 돌아오기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소. 변방에 출정한 장수는 본래 군주의 명도 거역할 수 있는 법이 아니었소? 그리고 경락께서는 아무래도 본래가 문관이니, 싸움터의 일에 밝지 못하시리라고 사료되오.”
자신도 문관인 왕가수로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발언이었다. 애초에 명나라에서는 무관에게만 군무를 맡기지 않고 문무관을 한 사람씩 섞어서 편성하는 게 법도다. 무관이 멋대로 행동하지 못하게 죄면서 조정에서 쉽게 통제하기 위해서다. 바로 지금처럼.
“안 됩니다. 그 말은 도성에서 멀리 있는 장수를 함부로 통제하지 말라는 뜻이지, 전선에서 별로 멀리 있는 것도 아닌 주장(主將)의 말을 듣지 않아도 좋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진영은 두송이 멋대로 내린 출동 명령으로 시끌벅적한 상태다. 두송은 이제 왕가수의 말 따위는 듣지도 않고 말에 오르고 있었다. 군영 전체가 혼하(渾河)를 건널 준비를 마쳤다.
눈앞이 캄캄해진 왕가수는 자기 휘하에 거느린 군관 한 사람을 불러 양호 앞으로 급히 쓴 편지를 건넸다. 두송이 멋대로 군사를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빨리 군령으로 불러들여 억제해 주십사 하는 내용이었다.
서로군 5만 군사가 강을 건너는 데 쓸 배는 없었다. 무순을 함락한 누르하치는 물러가면서 이 일대 강변에 있는 배란 배는 모조리 불태워버렸다. 양호가 와서 급히 만들게 한 배가 서른 척 정도는 되지만, 그것만 가지고 5만 대군을 건너보낼 수는 없었다.
“기병은 그대로 강물에 뛰어들어라! 보병들은 10명씩 모여서 동아줄로 서로 허리를 묶어라! 그러면 물살이 좀 거세어도 떠내려갈 일이 없다!”
마침 수량이 줄어드는 시기이기도 해서 두송은 아주 단순하게 그 문제를 해결했다. 재수가 없는 몇몇 군사들이 발을 헛디디거나 물살에 쓸려 강물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정도는 싸움에 나서자면 어쩔 수 없는 손실이었다. 두송은 그 정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두송조차도 군량과 화약을 실은 수레까지 강물 속으로 밀어 넣지는 못했다. 그래서 서로군이 보유한 몇 척 안 되는 배들은 분주히 양쪽 강변을 오가며 군량과 화약을 날랐다.
안타깝게도 반의반도 나르기 전에 해가 저물었다. 두송은 횃불을 들고서 운송을 계속하라고 요구했지만, 사공들은 너무 위험하다면서 그 지시를 거부했다.
“그것 보시오! 본관이 한 말이 맞았지 않소? 벌써 진군을 멈춰야 할 문제가 생기지 않았소! 적어도 이틀은 더 여기 머물러야 하게 되었소!”
사르후(薩爾滸)산에 진을 친 두송은 자기 뜻대로 일이 빨리 진행되지 않는 데 대해 불평을 토했다. 본래 계획대로 혼하를 건넜어도 일선 부대에 물자를 건네는데 이틀은 걸렸을 테지만, 이미 체념한 왕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빨리 적을 쳐야 하는데….”
두송은 애용하는 대도(大刀)를 뽑아 허공에 휘두르며 싸움을 갈망했다. 수급이, 전공이, 더 높은 벼슬과 화려한 부귀영화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뜬 왕가수가 다시 한번 두송을 말리고 나섰다.
“총병 대인, 그래도 치중이 다 건너올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려 주십시오. 그 뒤에 군사들을 정비하여 혁도아랍으로 진군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틀만 기다리면 진군을 멈추라는 양호의 명령이 올 것이다. 아무리 두송이라 해도 군령을 대놓고 무시할 수는 없을 터, 사르후에서 대기할 수밖에는 없으리라. 하지만 두송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총병 대인! 급보입니다!”
“뭐냐?”
막사 주변을 경계하던 두송의 가정(家丁) 하나가 급히 들어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무순에서 적에게 잡혀갔던 군사 하나가 탈주하여 방금 본영에 들어왔습니다! 적이 어디에 진을 치고 있는지 알고 있다 합니다. 매우 가깝습니다!”
“당장 데려오라! 내가 직접 심문하겠다!”
“예, 대인!”
두송의 얼굴에 마치 번개가 친 것 같은 광채가 떠올랐다. 절망한 왕가수가 입술을 짓씹으며 고개를 숙였다.
“여기서 20리(8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계번성이라는 곳에 여진인들이 성을 쌓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일을 하는 것은 우리 한인 포로들이고, 건주 놈들은 감시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 숫자도 5백여 기밖에 안 되어서, 감시도 무척 허술합니다.”
채찍과 몽둥이에 두들겨 맞아 전신이 멍투성이인 한족 포로는 그 허술한 감시 덕에 도망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가 아는 정보를 최대한 열심히 주워섬겼다. 여진인들에게 당한 구타와 혹사, 굶주림 등을 톡톡히 갚아줄 생각이었다.
“그 성만 빼앗으면 혁도아랍으로 곧바로 진군할 수 있습니다. 소인이 적중에서 여진인들이 서로 은밀하게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었사온데, 지금 조선군이 이미 압록강을 넘어서 요동으로 왔기에 철기 10만을 모두 조선군 쪽으로 돌렸다고 하였습니다. 성은 그래서 쌓는 것이고요.”
“네가 야인들의 말을 아느냐?”
“소인, 본래 무순 사람입니다. 생업으로 야인들과 상거래를 해왔던지라 저놈들이 하는 말을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성은 좁은 길을 적은 병력으로 지키기 위해 쌓는 것이다. 탈출한 포로는 누르하치는 사로군 중 조선군의 위협을 가장 경계하고 있으며, 계번성과 호투알라 방어를 위해서는 늙고 허약한 병사밖에 남겨두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천병이 강 건너에서 머뭇거리는 사이, 전력을 기울여 조선군만 격파하면 허수아비인 천병 따위는 쥐 떼처럼 흩어져 도망가리라고들 했습니다. 대안, 부디 저 건방진 도적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소서!”
“물론이다!”
두송이 벌떡 일어섰다. 불과 20리 거리, 500에 불과한 적이 5천 명이나 되는 포로를 부려 성을 쌓고 있다. 그 현장을 공격한다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성을 점거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허투알라로 가는 길이 훤히 열린다.
평범한 장수라면, 500기밖에 안 되는 적을 상대하는데 1천 기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두송은 그렇게 쩨쩨한 사람이 아니었다. 기회가 왔을 때 압도적인 힘을 가해 적을 짓눌러버려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부총병! 그대는 신병을 중심으로 한 2만 군사와 함께 여기 남아서 치중 운반이 완료되기를 기다리시오. 본관은 정병 3만을 이끌고 곧바로 계번성의 적을 치겠소.”
군량은 각자가 휴대한 분량만 있어도 일단은 된다. 그리고 계번성에서 적의 군량을 노획해 보충하면 허투알라까지 진격할 수 있고, 거기서부터는 부총병 왕가수가 실어온 군량을 받아서 군사들을 먹이면 여유 있게 적의 목을 죌 수 있다.
잘하면 남로군과 북로군이 도착하기 전에 허투알라를 함락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두송의 두 눈이 희번덕거렸다. 왕가수는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 16 –
일부러 계번성에 있는 포로들을 허술하게 관리한 보람이 있었다. 누르하치는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정찰병의 보고를 받았다.
“명군 3만이 사르후에 둔 본영을 떠나 계번성을 향했습니다! 본영에는 2만이 남았습니다.”
“흠, 계획을 바꿔야겠군.”
다만 한 가지는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었다. 계번성을 향한 명군 병력이 본영에 남은 것보다 더 많다는 보고에 누르하치가 기존 지시를 수정했다.
“생각보다 더 큰 고기가 걸렸다. 처음 계획대로 계번성으로 오는 놈들부터 때려잡는 대신에 전력을 기울여서 사르후에 남은 적 본영부터 친다. 그리고 후방과 연락이 끊겨 당황한 나머지 명군을 친다.”
공세를 막 시작하여 원기 왕성한 3만 명과 후방에 남아 느긋해져 있을 2만 명 중에 손쉽게 상대할 수 있는 게 어느 쪽인지는 따져 볼 것도 없다. 만주군은 지리에 밝으므로, 적 선봉을 피해 사르후에 있는 본영을 들이치는 건 간단하다.
적이 목표로 하는 계번성은 애초에 미끼였으니 잠시 내주어도 아깝지 않다. 축성에 동원한 인력도 모두 만주 백성이 아니라 죄다 한인 포로들이므로 적에게 넘겨주어도 아까울 게 없다. 작업 감시를 맡은 무르하치의 5백 기는 적이 나타나면 바로 내빼면 그만이다.
“놈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양식도 없는 채로 계번성에 틀어박히게 될 거다. 다이샨, 네 정홍기와 왜인팔기를 거느리고 명군 선봉을 계번성에 그대로 가둬 놓아라. 나머지 병력은 모두 나를 따른다!”
누르하치는 다이샨에게 나눠준 병력을 제외하고, 나머지 기병 5만 기로 사르후에 있는 명군 본영을 직접 공격하겠다고 나섰다. 다이샨을 비롯해 누르하치의 명령을 받은 장수들은 각자 맡은 역할을 실행하기 위해서 당장 바깥으로 달려나갔다.
투구를 눌러쓴 누르하치도 당당히 밖으로 나갔다. 승리하겠다는 결의는 처음부터 있었지만, 명나라 지휘관의 멍청한 짓 덕분에 이제 확신으로 바뀌었다. 세 갈래로 나뉜 명군을 모조리 쳐부수고 나면 어떻게 전쟁을 끝낼지 슬슬 생각해보아야 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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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명에 달하는 조선군이 우라산성 밑 평지에 포진했다. 정충신이 지휘하는 선발대에 속한 4천 명 이외에 김시민의 본대 병력 2만 6천이 오늘 합류한 덕분이다.
4천 명은 교두보인 황성평에 남았다. 적이 후방을 노릴 수도 있는 이상, 귀로를 확보하려면 그 정도 대비는 필수였다. 초산진 앞은 강폭이 너무 넓어 부교를 가설하고 유지하기 어렵다.
“척후병을 성안으로 들여보내기는 무리겠지요?”
“무리입니다. 올라가는 길이 몇 개 안 되는 데다가, 적이 길목을 지키고 있으니 숨어들기도 어렵습니다. 일단 항복을 권고해 보지요.”
“권고해 보았으나, 답이 없습니다.”
우라산성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있다. 그 안을 들여다볼 재주가 없으니, 건주위 측이 그 안에 박아놓은 수비군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유일한 정보원(情報源)은 산성에서 빠져나와 구원을 청하러 가는 적의 사자였다.
“성에서 빠져나가려 시도하던 오랑캐 둘을 잡았는데, 성내에 병력이 얼마나 있는지 물으니 진술이 전혀 일치하지 않습니다. 하나는 500명이라 하고 하나는 2만 명이라 하였습니다.”
“작정하고 우리를 속이려고 하는군.”
김시민은 지도를 들여다보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예 다른 길을 골랐다면 또 모르겠으나, 파저강을 따라 허투알라로 가기로 한 이상 우라산성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허투알라까지 꼭 갈 필요는 없다는 밀지가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대충 움직일 수는 없다.
“비승군이 있으면 저 성벽 안쪽을 들여다볼 수 있을 텐데….”
누가 중얼거렸지만, 없는 물건을 아쉬워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부원수 김응서가 조용히 자기 의견을 밝혔다.
“저 성을 그대로 두고 진군하면 후방에 두고 갈 우리 보급로가 위태롭습니다. 역시 공세를 펼쳐서 우라산성을 함락한 뒤에 진군함이 옳겠습니다.”
부원수 김응서 역시 김시민과 함께 이항복에게 불려가 상감의 밀지를 전해 받았다. 그래서 이번 출병의 취지에 관해서도 잘 알고 있다.
‘18만 대군을 몰고 가는 천병이 설마 패할 일은 없을 테니….’
김응서는 양응룡의 난에 종군하지는 않았다. 명군이 요즘 형편없는 군대가 되었다고 듣기는 했지만, 20만 가까운 대군이 그 반밖에 안 되는 건주위 군도 이기지 못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럼 조선군은 좀 실속을 챙겨도 괜찮으리라.
“제 생각에도 우라산성을 완전히 함락한 뒤에 진군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쉽지는 않겠으나 공격할 길을 찾아보도록 하지요.”
참모장 김충선도 같은 의견을 내자 김시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합시다. 다만 이미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으니까 싸움은 내일부터…그리고 산성에서 내보낸 사자가 원군을 청했을 공산이 크니, 우리 군사를 두 방면으로 나누어 그에 대비하도록 해야겠소.”
김시민이 등채(지휘봉)로 지도 위를 짚었다.
“정 부령, 그대는 내일 아침 일찍 그대가 거느린 군사와 함께 길을 따라 북쪽으로 가시오. 하루 거리 정도 올라가서 진영을 세우고 통화 방면을 경계하시오. 이 정령은 본대 병력 6천을 거느리고 서쪽 길로 가서 혁도아랍 방면을 막도록 하시오.”
“예, 대감.”
본대가 우라산성 공략을 마칠 때까지 진군은 잠시 멈추기로 했다. 선봉장 정충신은 상례에 따라 건주위 병력이 나타나면 일차 저지하는 경계부대 역할을 맡기로 했다. 같은 임무를 맡은 정령 이수일은 왜란 때도 북방을 떠나지 않고 변경을 지키던 노장이다.
“천병이 대군으로 혁도아랍을 노리고 있으니만큼, 건주도 이쪽으로 대병을 보내기는 어려울 거요. 하지만 모르는 일이니 경계는 게을리하지 않도록 하시오.”
어차피 억지로 한 출병이다. 절실한 우리 싸움도 아닌 남의 싸움, 적당히 굿 구경이나 하고 떡이나 먹다가 되도록 많은 군사를 살려 데리고 돌아가는 것, 그거 하나만 이루면 충분하다는 게 파병군 장수들의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