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841
2부 6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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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챙겨야 할 사안은 귀환한 장병들에게 줄 포상이다. 김시민은 공을 세운 장졸 누구에게 어떤 벼슬을 내리고 상을 얼마나 주면 좋겠다는 건의를 기록한 공훈록 초안을 제출했다. 한번 죽 읽어본 뒤 병조에서 검토하도록 내려주었다.
병조에 있는 숱한 문관들이 해야 할 일이 이런 검토업무다. 공을 세운 자들은 공적에 따라 적당한 수준의 벼슬과 상금이 내려진다. 통상적으로는 전리품 중 일부를 주기도 하지만, 이번 원정에서는 딱히 전리품이라 할 만한 게 없어서 모두 지폐로 주기로 했다.
“여진의 갑옷이나 병장기는 대개 우리에게 고철일 뿐이니 이를 줄 수도 없고, 말은 군마로 쓰니 역시 내줄 수가 없지 않으냐. 병조에서 예산을 짜 저화를 지급하라. 혹은 금표를 주어도 무방하다. 상을 받을 자가 어느 지역에 사는지, 그 사정에 따라 지급하라.”
금표(金標)는 북방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폐다. 사금꾼들이 채굴한 금을 호조에 바치면 그 양에 따라 발급해주는 금 보관증을 가리켜 금표라 하고, 당연히 액면가도 저화처럼 쌀로 표시하지 않고 금의 양을 써서 표기한다.
저화보다 훨씬 비싸기도 하고 가치도 안정적이지만, 공급량이 그다지 많지 않아 본국에서는 잘 통용되지 않는다. 본국에서는 여전히 저화 기반에 쇄은(碎銀), 일부 곡식 현물이 가장 많이 쓰이는 교환수단이다.
“헌데 어쩌다 북방에 남겨두고 올 장수로 신경진을 고르게 되었는고?”
출정한 경군은 본래 1만이다. 그중 보병 2천과 기병 1천이 황성평 일대에 남아서 교두보를 형성하고 방어진을 구축했다. 여차하면 다시 허투알라를 향해서 진격할 수도 있다고 건주위를 위협하는 시위인 셈이다. 왜인여진 2천도 추가로 붙었다.
신경진은 여기서 경군이 아니라 왜인여진 2천을 이끄는 총대장으로 남았다. 내 질문을 받은 김시민은 약간 난처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북방에 있는 왜인여진과 번호들 사이에 아직도 평양군에 대한 숭모가 지극히 높은지라, 그 통솔자로서 평양군의 장남 이상 가는 인재가 없었나이다. 어차피 일부 군사를 북쪽에 남겨야 하겠기에 신경진을 두어 왜인여진 군사들을 맡기기로 하였습니다.”
홍타이지가 그랬지. 추옌이 마지막 총공격을 명령하기 전, 신경진을 보고 ‘새끼 호랑이’라고 부르면서 ‘아비만큼 크기 전에 잡아 가죽을 벗기면 그만’이라고 말했다고.
하지만 그 새끼 호랑이는 이미 어른이 되었고, 힘세고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잔뜩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입증했다. 추옌은 상대를 얕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놈이 마지막 싸움에서 포기하고 물러났다면 3천 기를 잃은 것으로 끝을 맺을 수도 있었을 텐데. 미숙한 자가 과욕을 부린 대가다. 그 미숙한 놈의 수급은 잘 챙겨 두었느냐?”
“예, 전하. 10년 후 이맘때가 되어도 썩지 않을 만큼 소금을 충분히 넣었습니다.”
내가 따로 보존하려는 게 아니다. 강무관 수장고에는 왜란 때 거둔 왜장 수급만 백여 개가 각자의 갑주와 검과 함께 보존돼 있지만, 추옌과 야르하치의 머리는 그리로 들어가지 않는다. 이 두 수급은 이항복이 북경으로 들고 갈 거다. 아니, 하나 더 있다.
“황태극의 수급도 따로 준비하여라. 놈을 붙잡았음이 혹시 어떤 경로로 대국에 알려질 수도 있으니, 대국에 넘기라는 요구를 받지 않으려면 이미 죽었다고 처리할 필요가 있다.”
유정이야 지금 한껏 빡쳐 있으니 홍타이지를 보면 죽일 생각밖에 안 하겠지. 하지만 북경에 있는 명나라 조정에서는 그보다는 자기들이 인질로 활용하고 싶어질 거다. 다만 내 쪽에서는 그래봤자 누르하치한테 원한이나 살 뿐, 별 이득이 없다는 게 문제지.
“예, 전하.”
신상필벌은 이쯤 챙기면 충분하리라. 그럼 이제 교훈을 얻을 차례다. 우리가 승리를 얻어낸 방법에 대한 교훈은 간단히 나왔다.
“원칙을 어기지 않고 성실하게 싸움에 임하면 만사가 잘 풀리는 법이옵니다. 부령 정충신이 얻은 승리는 기책(奇策)에 의한 것이 아니고 교범을 충실하게 따른 데서 비롯되었으니, 다른 장수들에게도 이를 잊지 말라고 하여야겠습니다.”
훈련도감 도제조 겸 비변사 수군제조 이순신은 지극히 단순하고 기본적인 한 줄로 정충신이 거둔 승리의 비결을 요약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 생각이었기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다.
“기책으로 승리하는 것은 어린아이가 어른을 이기는 것만큼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다. 추후 훈련도감과 강무관에서도 기책 따위로 요행을 바라는 장수는 양성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책으로 요행을 바라는 얼빠진 군대라면 구 일본군이 있었지. 그놈들이 지피지기도 제대로 안 하고 요행을 바라고 벌인 군사작전을 쭉 나열하다 보면 그것만 가지고도 책 한 권이 나올 테니, 지금 늘어놓지는 않겠다. 하여튼 요행만 바라면 그 군대는 망한다.
물론 상식적인 용병술로 답이 안 나올 때 창의력을 발휘하는, 칸나이에서 양익 포위 전술로 로마군을 격파한 한니발의 전술 같은 건 찬양해야지. 하지만 미드웨이를 공격한다면서 부대를 알류샨으로 보내는 일본군이나 되지도 않은 사로병진책을 구상한 명군을 모방할 수는 없다.
“이번 원정을 치르면서 그대들이 새로이 느낀 개선할 사안들과 건주에 관한 정보도 여기서 논하도록 하자. 추후 필요할 것이니.”
비변사는 이런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원정에서 귀환한 장수들은 현지 사정을 상세히 보고했다. 명나라 장수들은 여기 직접 출석하지는 않았지만, 우리 관리들이 접대하면서 일부 증언을 청취해 왔다. 우의정 김후원이 그 내용을 보고하며 혀를 찼다.
“천장들이 명나라 쪽 내부 사정을 말 그대로 솔직히 밝히지는 않았겠지요. 하지만 이쪽에서 들은 것만 해도 그 난맥상이 실로 기가 막힙니다.”
유정의 사천병 같은 경우, 처음 요동에 도착하는 과정부터가 고난과 비효율이 극에 달했다. 처음에는 사천에서 요동까지 걸어가라는 지시가 내렸다고 한다. 대운하가 꽉 차서 배를 타고 요동까지 올 여유가 없었다나?
그나마 무순 습격으로 집합일이 확 연기된 덕분에 북경까지는 장강과 대운하를 거쳐서 배를 타고 올 수 있게 되었다. 그건 좋은데, 선박 사정에 맞춰 부대가 수십으로 분산된 데다 이동 도중에 식량과 급료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숱했다. 굶주려 죽는 군사까지 있었다.
북경에 집결한 뒤에는 요동까지 도보로 행군했는데, 이 와중에도 식량과 급료가 안 나왔다. 현지 관리들은 건주위가 비축된 군량을 몽땅 불태워버렸다는 핑계를 댔고, 행선지를 요양으로 바꾼 뒤에야 식량 공급이 가까스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급료는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요동군에게 지급할 은자도 빠듯하다면서 사천군에게는 밥만 겨우 먹여주었다고 합니다.”
“요동 총병의 탐욕만 탓할 수가 없는 문제로구나. 조정에서 마땅히 군자(軍資)를 충분하게 내려 모든 군사를 넉넉히 먹이고 입히도록 준비했어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나 하나만 어이가 없었던 게 아니다. 조정 중신 전원이 어처구니를 상실했다. 과거 우리가 양응룡의 난을 진압하러 갔을 때 받은 대우에 비하면 너무도 형편없는 취급이었다.
“같은 남병(南兵)인 척가군도 요동까지 오면서 똑같은 고생을 겪었을 거라고 합니다.”
“허허, 거 참. 군사들이 탈주하지 않은 게 용하도다.”
그나마 척가군(戚家軍), 즉 절강병(浙江兵)은 전선에 보내진 사천병과는 달리 양호가 후방에 두고 자기 직속 예비대로 삼은 덕분에 혼란 속에 말려들어 소멸하지 않았다. 아마 지금쯤은 요서로 후퇴하지 않았을까.
건주위는 왜인팔기를 편제해서 보병전력을 강화했다. 이를 감안하면, 절강병은 왜인팔기를 상대하는 카운터파트로서 요서 방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듯하다.
“총관 정여립이 건주에서 보고 들은 첩보와 천장들이 진술한 바를 합해서 살펴보면, 천병은 이번에 패할 수밖에 없는 싸움을 벌였구나. 이따위로 군을 움직이고도 이기리라고 생각했다면 실로 천치라고밖에 할 수 없겠다.”
일단 내 비판의 화살은 양호를 향했다. 몇 번이나 한 이야기지만, 이 사로병진책을 구상한 장본인이 양호니까 말이다. 이래서야 원래 만력제가 세운 작전 초안, 20만 대군을 총동원해서 허투알라를 향해 곧바로 진격한다는 구상 쪽이 훨씬 나아 보인다.
“지금 건주위는 군사 10만을 혁도아랍 인근에 집결한 채로 조용히 상황을 살피고 있습니다. 요동 방면으로는 일부 군사가 활동하며 천병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으나, 압록강이나 송화강에 있는 우리 군사들 보고로는 적의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다 합니다.”
“노을가적이 우리에게는 적대치 않겠다는 의사를 계속 표해오고 있지 않으냐. 그러니 우리 쪽으로는 움직임이 없을 것이다.”
정여립은 본군이 철수하기 전에 먼저 달려와 자신이 입수한 정보에 관해 상세히 보고한 뒤 다시 북으로 갔다. 내 지시에 따라 누르하치와 협상하기 위해서다. 이 협상은 중재 여부와는 별개로 우리 둘 사이에 진행하는 거다.
오늘 회의는 이항복을 명나라에 파견하기 전에 이 문제로 여는 마지막 비변사 회의다. 오늘 이 자리에서 수집한 정보를 최종으로 협상 전략을 짜서 국서를 작성하고 명나라로 떠난다.
“지금 북경에서 벌어진 상황을 알 수 없으니, 국서를 적어도 세 가지 정도로 써간 뒤 현지 사정에 맞추어 상국 예부에 내도록 함이 어떻겠습니까? 평소대로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나, 사정이 사정이니 어쩔 수 없지 않을까 합니다.”
“영상의 말이 옳다. 이제 곧 겨울이라 해로가 끊기는 데다 상황이 급박하니 일일이 본국에 사람을 보내 지시를 청하기 어렵다. 예조판서는 상황에 따라 제출할 수 있도록 국서의 내용을 달리한 세 가지 판본을 만들어 승인을 청하라.”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예조판서 홍진에게 지시를 내렸다. 만사가 우리 시각에서 잘 풀렸을 경우, 그저 그런 경우, 정말 당황스러운 입장인 경우를 상정한 세 가지 국서를 쓰라고 말이다.
어느 것을 예부에 제출할지는 이항복이 판단해서 결정한다. 웬만하면 두 번째 국서를 내는 정도까지로 상황이 끝나면 좋겠다. 설마 세 번째 국서를 제출해야 할 만큼 만력제가 미친놈은 아니겠지. 비변사 회의는 끝냈으니 이제 집안일을 챙기러 가봐야겠다.
– 8 –
“소녀는 아바마마께서 건주위 공자와 혼인하라 하시면 따르겠습니다.”
뜻밖이었다. 희연옹주는 전혀 망설임 없이 딱 잘라 대답했다. 깜짝 놀란 내 얼굴을 보지는 못했겠지만 ? 딸이라 해도 감히 임금을 마주 볼 수는 없으니 ? 차분하게 대답을 계속했다.
“아바마마께서는 이 나라의 임금이자 또한 소녀를 포함한 모든 백성의 어버이십니다. 그런 자리에 계신 아바마마께서 소녀에게 어찌 해로운 일을 시키시겠사옵니까? 아바마마께서 건주 공자를 좋은 신랑감으로 판단하셨다면 소녀는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희연옹주는 언니 희정옹주와 달리 외모도 상희를 닮았다. 희정옹주는 나를, 아니 경성군을 닮아 키도 작고 눈도 좀 작은 편이지만 희연옹주는 키도 언니보다 크고 눈도 크다. 상희를 꼭 닮은 그 큰 눈으로 상희와는 전혀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네 말이 진심이냐? 정녕 건주위 공자와 혼인할 생각이 있느냐?”
“그러하옵니다, 아바마마. 이는 아바마마의 말씀을 따르려는 효이자 자매의 정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금 언니인 희정옹주께서 홀로 먼 북방에 가 계시는데, 서한이 자유롭게 오간다고는 하나 얼마나 외롭겠습니까? 소녀가 가서 함께 정을 나눈다면 얼마나 위로가 되겠습니까?”
“확실히 네 말이 맞기는 하다만….”
두 자매는 3살 차이다. 어려서부터 둘이 사이가 무척 좋기는 했지만, 그게 자기도 북방으로 시집가겠다고 나설 만큼 좋은 사이였는지는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수일 전에 중전이 너를 중궁전에 불러들여 오후 내내 담화를 나누었다고 하더니, 혹시 이 일에 관련된 이야기였느냐?”
홍타이지는 부마가 되고 싶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여러 번 떠들었다. 궁궐 안에 소문이 퍼진 지 오래이니 당연히 중전의 귀에도 들어갔으리라.
“예, 아바마마. 중전께서도 과거 직접 남편을 고르고 싶어 하셨었다는 추억담을 들려주시며, 만약 아바마마께서 기회를 주시거든 제 뜻을 명확하게 밝히라 하셨습니다. 중전께서 격려하신 덕분에 소녀도 용기를 얻었습니다.”
중전은 자유롭게 살았던 외증조모 다지를 참 부러워했었지. 그래서 진양옥을 따로 교태전에 불러들여 만났을 때도 무척 환대했고. 그 덕에 진양옥은 다른 장수들과 별도로 중전의 본가에 머물고 있다.
이항복의 집에 들어간 유정을 제외하고, 다른 명나라 장수들은 모두 군사들과 함께 용산에 진을 치고 있다. 명군이 진을 치느라 터를 싹 밀고 정리한 면적이 꽤 넓은데, 넉넉하게 터를 잡은 김에 그 자리에다 용산별궁을 건축하면 어떨까 싶다.
어휴, 별궁 건축 구상 같은 건 나중으로 미루자. 일단은 이 문제부터.
“하지만 너는 아직 건주 공자 황태극의 얼굴도 본 적이 없지 않으냐?”
“그 판단은 아바마마께서 해주시면 충분하옵니다. 값없는 사내를 제 배필로 짝지으시리라고 믿지 않습니다.”
상희를 꼭 닮은 큰 키에 큰 눈동자를 하고 이런 말을 하고 있으니 뭔가 당혹감이 느껴진다. 잠깐 망설이다가 명을 내렸다.
“옹주야, 고개를 들어 아비의 얼굴을 똑바로 보아라.”
잠시 머뭇거리던 희연옹주가 얼굴을 들었다.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몇 해 전에 이에야스의 사자로 조선에 온 나가마스가 털어놓은 옛일이 생각났다.
“사실 차차는 왕비 자리를 노리고 조선에 건너온 거였습니다. 일본에서는 그런 자리에 오를 수 없으니, 세자 저하를 유혹하여 세자빈이 되려고 했었지요. 저하께서 자기가 도착하기 전에 혼인하시는 걸 알고 얼마나 화를 내며 날뛰었는지 모릅니다.”
“역시! 내가 근거 없는 걱정을 한 게 아니었군!”
그리고 임해군을 유능한 무장으로 만들어서 내가 세자가 아닌 임해군에게 왕위를 물려주게 하려고 계획했었다는 사실까지 들려주었다. 조선에서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자기가 알려주면서 몇 번이나 말렸지만, 전혀 소용없었다는 말도.
나는 계승권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임해군과 짝지어주면서 차차를 안전하게 치워버렸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 뒤로 가끔 차차가 눈빛을 불태우는 광경을 우연히 보고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냥 눈빛이 원래 저런 줄 알았지, 그게 왕비 자리에 대한 욕망일 줄은 몰랐다.
‘지금 연이 네 눈빛이 그때 차차 같구나.’
순간적이지만 불꽃이 분명히 보였다. 나와 눈을 마주치기 전에 감정을 다스리려다 실패한 흔적일지도 모르겠다.
“네 뜻은 알겠다. 하지만 황태극이 과연 네 남편으로 어울릴 사내인지는 조금 더 생각해 볼 터이니, 그리 알고 있도록 하여라. 상빈도 네가 떠나는 일을 그리 달가이 여기지 않느니라.”
‘네 엄마’라고 대놓고 말할 수 없는 게 조금 씁쓸하다. 희연옹주도 그 눈치를 아는 듯 살짝 돌려서 답했다.
“상빈께는 진안군 오라버니께서 계시지 않습니까. 곧 오라버니께서 아들딸을 낳아 선보이실 테니, 출가외인이 되는 저희 자매에 관해서는 크게 마음 쓰지 않으시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부모 마음이란 게 그렇지 않단다, 연아.
희연옹주를 돌려보내고 잠시 몸을 뒤로 기댔다. 중전은 정말 희연옹주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택하라는 여자로서의 조언을 한 걸까?
중전은 절대 단순히 감상적인 생각으로 만사를 결정하는 성격이 아니다. 옹주에게는 중전이 건넨 조언이 그저 인생 선배가 미련을 토로하는 것처럼 들렸을지 몰라도 그 배후에는 분명히 정치적인 안배가 있다. 중전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이거, 허투알라에 있는 정여립과 누르하치가 협상하는 자리에서도 이 국혼 문제가 거론되고 있을지 모르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