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842
2부 6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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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하치는 회견 자리에는 아무도 들이지 않았다. 측근이자 사위인 양굴리를 시켜서 누구도 엿듣지 못하도록 주변 경계를 철저히 시키고 정여립 한 사람만 불러들였다. 현장에서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나중에 잊어버릴까 봐 걱정되지는 않으십니까?”
“괜찮네. 내가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 대화는 내게 쓸모가 없는 사안이라는 말이니까.”
“저희와 합의한 바를 잊어버리시면 곤란합니다.”
“아무려면 귀국에 해를 끼치는 일을 내가 행하겠는가?”
농담처럼 대화가 오갔으나 대화에는 뼈가 있었다. 누르하치는 무섭게 머리가 좋은 인물이고 정여립도 이를 잘 알았다. 약속을 깨뜨렸을 때 어떤 응징을 받게 될지 모르지 않을 누르하치 쪽에서 배반할 리는 없다고 봐도 좋았다.
“황성평을 얻어야겠다는 귀국의 요구는 잘 알겠네. 그런데 왜 하필 거기지? 우리를 위협할 셈이라면 파저강 입구에서 우라산성까지 올라오는 길을 장악하는 쪽이 훨씬 치명적일 텐데. 뱃길로 인력과 물자를 나르기도 유리하고 말일세.”
“역사적인 정당성 때문이지요. 이번에 저희 관원들이 밝혀내기를, 황성평은 본래 옛 금나라 황성이 있던 장소가 아니라 고구려 왕경(王京)이 있던 곳임을 알아냈습니다. 고구려가 두 번째 수도로 삼았던 국내성이지요.”
조선은 고구려?백제?신라의 삼한(三韓)을 모두 계승한다고 표방하고 있다. 당연히 고구려 옛 수도인 국내성을 영유하겠다는 욕심을 낼 수밖에 없다.
“고구려는 우리에게도 조상 나라야. 귀공에게는 이야기한 적이 없었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누르하치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대통의 재를 털었다. 그리고 그 옆에 놓아둔 두 번째 담뱃대에 불을 댕겨 연기를 빨아들이면서 고구려와 만주족의 옛 인연에 관해 설명했다.
“안 했나 보군. 뭐,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 만주는 원래 옛 여진이고, 여진은 옛 말갈이었지. 그리고 말갈은 고구려를 따르는 백성이었네. 조세와 공물을 바치고 전쟁이 나면 병사를 냈어. 고구려가 중원과 싸울 때도 말갈병이 크게 활약했다고 전해지고 있다네.”
고구려군의 주력부대는 물론 고구려인 군사들이다. 하지만 고구려가 지배하는 말갈 부족, 이를테면 번호(藩胡)라 할 수 있는 말갈족들은 고구려군을 돕는 보조부대로 맹활약했다.
고구려 영양왕은 이 말갈병들을 거느리고 수나라를 선제공격했다. 당태종이 침공했을 때는 주필산 전투에서 패해 사로잡힌 말갈병 3천 3백 명이 당군에게 생매장당한 기록도 있다.
“그건 사실입니다. 다만 건주위를 비롯한 만주 부족들은 대개 말갈 7부 중에 흑수부 후예가 아니던지요? 흑수부는 고구려에 꽤 반항적이었고, 충실하게 따른 이들은 속말부와 백산부였지 않습니까.”
“글쎄, 그것까지는 나도 잘 모르겠네. 1000년 전 일이다 보니 전해 내려오는 전승도 그다지 정확하지는 않아서 말이야. 하지만 약간 반항적이었다고 한들 우리 선조께서 고구려와 발해에 속하셨던 것은 사실일세. 지엽적인 문제 말고 본질을 보게나, 본질을.”
누르하치는 태연하게 잡아떼며 담뱃대로 재떨이를 두드렸다. 평소에도 자주 보는 버릇이라, 정여립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금나라 황성이었다면 절대 내줄 수 없는 곳이지만, 고구려 왕경이라고 해도 우리 역시 그 땅에 연고가 있네. 그런데 어찌 ‘적절한 명분’도 없이 쉽게 귀국에 내줄 수 있겠나?”
정여립은 누르하치의 암시를 정확히 이해했다. 황성평을 내줄 수는 있지만, 적절한 명분이 필요하다는 그 의미를 말이다. 덤으로 누르하치는 한 가지 문제를 덧붙였다.
“또, 우리는 분명 황제의 신하일세. 이번 싸움은 억울한 토벌에 맞서고자 하는 것이지 내가 반기를 든 게 아니야. 하지만 조선이 황성평과 그 위쪽 산에 성을 쌓고 점유한다면 황제께서 통치하시는 땅을 점하는 셈이니, 번신으로서 어찌 이를 묵인할 수 있겠나?”
“두 가지 모두 답을 드리지요.”
입에서 연기를 훅하고 뿜은 정여립이 담뱃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요동 일대를 나타내는 지도를 품에서 꺼내 탁자 위에 펼치고, 담뱃대를 거꾸로 들고 물부리로 이번에 전투가 있었던 곳들을 하나씩 짚었다.
“이번에 만주는 천병을 대파했으나, 유독 우리 조선군에게는 패했습니다. 하지만 토벌군의 주공인 천병이 패했으니 우리 군사도 물러날 수밖에 없었지요. 헌데 우리는 이겼단 말입니다? 분명히 이겼는데도 영토도, 전리품도 없다면 우리 백성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지난 수십 년 동안 조선 백성들은 싸우기만 하면 이겼다는 소식을 듣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이길 때마다 영토, 포로, 재물 등 막대한 전리품을 얻었다.
“하지만 황성평은 별로 넓지는 않아도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가 있는 땅이지요. 옛 고구려가 도읍을 두었던 땅을 수복했다고 하면 우리 조선의 상하(上下)가 모두 기꺼워할 겁니다.”
“대국에 대한 입장은 어떻게 하고?”
“대국에서는 만주를 반적이라 선포하고 토벌한다고 선언했지요. 그러니 황성평 영유도 우리 조선이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훗날 토벌이 재개될 때를 대비해 미리 강 건너에 군영을 구축해 두는 것이라고 하면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습니다.”
황성평을 조선령으로 삼는 게 아니라 건주 토벌을 위한 교두보라고 설명하면 명나라에도 할 말이 있다. 토벌이 완료되고 건주가 멸망하면 그때 가서 반환한다고 하면 되니까. 누르하치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귀국의 중재가 성공해서 내가 만주군왕으로 책봉되면 귀국은 황제의 영토인 요동을 점유하지 못하고 다시 물러나야 할 텐데? 무슨 명분으로 물러나지 않고 버틸 건가?”
“귀측에서는 아무리 자위 명목이라 해도 황제께 먼저 활을 겨누었던 전과가 있지 않습니까. 혹시 모르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압록강 너머에 만주의 배후를 찌를 수 있는 거점을 우리 비용으로 유지한다고 하면 북경 조정에서도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암묵적으로 교환한 누르하치의 계획대로라면 요동 전역이 만주의 영역이 된다. 명군이 모두 쫓겨난다면 만주를 배후에서 견제하는 건 조선군이 될 수밖에 없고, 그 군단이 요동에 있다고 해서 명나라가 불만을 표할 계제는 되지 못한다.
“확실히 그렇군. 하지만 우리는 황제의 신하로 다시 돌아가면 충성의 의미로 군사를 파견해 할하 부 정벌에 나설 텐데, 그래도 북경에서 우리를 의심하겠는가?”
“물론 귀측을 향한 의심이 영원히 가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법입니다. 그러다 보면 황성평을 소유하는 자도 그대로 굳어지게 마련이지요.”
통상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도 꾸준하게 버티다 보면 그 상태를 정상적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조선이 황성평을 점유하는 일도 그렇게 굳어지리라.
“그러고 보니 몽골 원정에도 귀국의 도움이 많이 필요할 걸세. 미리 전하께 말씀을 좀 드려 주시게나.”
“만주에는 정예병이 충분히 있지 않습니까. 굳이 우리 병력을 받지 않아도 충분히 원정하실 수 있을 텐데요. 더구나 만주 장수들은 전리품을 우리와 나누고 싶지 않을 것 아닙니까.”
만력제의 몽골 원정에 병력을 차출당하는 건 주상께서 정말로 피하고 싶어 하시던 일이다. 건주위가 하는 원정이라 해서 기꺼워하실 리 없다.
“다이샨은 이제 장자 노릇을 해야 하지. 그런데 조선에는 ‘사위도 반은 자식’이라는 속담이 있지 않나? 상감께서 다이샨을 돕지 않으시면 다이샨은 부모에게 버림받은 바와 같으니, 자기 부모에게 버림받을 정도의 못난이를 부하들이 어찌 존중하며 따르겠는가?”
사위인 다이샨을 건주위의 후계자로 밀고 싶다면 더 화끈하게 지원해달라는 요청인 셈이다. 말없이 빙그레 웃은 정여립이 화제를 살짝 돌렸다.
“그럼 8자를 도성에 보내 부마로 맞아달라고 청하게 하심은 반(半)아들 둘을 합쳐서 온전한 아들 하나를 전하께 바치고자 하시는 의도입니까?”
“그 청은 그놈이 스스로 생각한 거야. 딱히 내가 부추기지는 않았네.”
정여립으로서는 나름 농담이었지만 누르하치는 웃지 않았다. 그저 태평한 표정으로 입술을 뻐끔거려서 담배연기로 고리를 만들어 보일 뿐이었다. 정여립이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했지만 끝내 익히지 못한 재주다.
“하지만 내 아들 둘이 조선에 가서 부마가 된다면 그만큼 귀국과 우리 사이에 강한 유대가 생기는 건 사실이지. 과거 고려도 대원 황실의 공주를 누대에 걸쳐 비로 맞이하면서 원나라와 연계를 굳게 하지 않았나? 물론 그러다 나라가 망해서 귀국이 들어섰지만 말이네.”
고려 때 충(忠)자 돌림 왕들은 강제로 몽골 공주를 정비로 맞아야 했다. 그 덕분으로 사직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조선에서는 이를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고려라는 나라가 통째로 원나라에 휘둘리는 배경이 됐기 때문이다. 정여립도 그 점을 지적했다.
“그거야 나도 알고 있네. 하지만 우리는 강제가 아니라 스스로 부마가 되기를 청하는 걸세. 우리가 조선 임금의 은혜를 받고 있다는 상징으로서 말이네.”
“그 은혜에 힘입어 무엇을 이루시려 합니까?”
“그야 계승권을 두고서 내 아들들이 서로 싸우지 않아도 될 만큼 넓은 영토지. 할하를 치고 막북을 제압하면 적어도 아들 중 둘은 자기 영토를 확보하고 군주를 칭할 수 있을 거네. 과거 원 태조도 자기 영토를 넷으로 나누어 자식들에게 물려주었지 않은가.”
원 태조는 칭기즈칸을 말한다. 칭기즈칸은 죽을 때 장남 주치의 자손들에게 킵차크 칸국을, 둘째 차가타이에게 차가타이 칸국을, 셋째 오고타이에게 오고타이 칸국을, 넷째 툴루이에게는 몽골 본국을 남겼다. 그리고 서로 협력할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나 역시 내 아들들이 코딱지만 한 나라 하나를 놓고서 쟁란을 벌이기보다는 각자의 나라를 하나씩 가지고 서로 협력할 수 있기를 바라네. 그걸 이루자면 아들들이 유력한 처가를 가지는 것만큼 괜찮은 지름길이 어디 있겠나?”
잠깐이지만 누르하치의 눈동자 속에 회한의 빛이 스쳤다. 정여립은 그 눈빛을 보고 ‘역시나 내 주장이 옳았다!’면서 으스대고 돌아다니는 슈르하치와, 수급이 되어서 배를 타고 명나라로 건너가고 있을 야르하치를 떠올렸다. 둘 다 누르하치와 피를 나눈 동복형제들이다.
“물론 이건 고려 왕들처럼 처가의 앞잡이가 되라는 게 아니네. 자식으로서 마땅히 받을 수 있는 지원을 받아 대업을 이루라는 것이지.”
누르하치가 조용히 읊조리면서 세 번째 담뱃대를 들었다. 누르하치의 자리 옆에는 담배를 미리 채워놓은 담뱃대가 아직 9개나 더 놓여 있었다.
“상감께서 일전에 청한 왜병에 더해서 조총과 화약까지 보내주신다면 할하 주력군과 싸우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될 걸세. 말을 타고 총을 쏘는 데 익숙한 오도리 기병도 지원해 주신다면 저들의 총기병과 싸우는데도 긴요할 테고. 이건 황제의 전쟁이 아니라 우리 전쟁이네.”
“거기에 더해서…우도독(右都督)의 영향력이 약해지겠지요.”
누르하치, 슈르하치 형제는 각기 건주위 좌도독과 우도독 벼슬도 가지고 있다. 형제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한참 전에 명나라 조정에서 내린 벼슬이다.
분명 둘 중 우위는 부친과 조부의 건주위사 작위를 세습한 누르하치에게 있다. 하지만 자기 세력이 충분하다 여기는 슈르하치는 절대로 형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건주위사께서 따로 왜병과 총, 화약을 얻으시게 되면 우도독은 자연히 그 세력이 지금보다 위축될 것입니다. 이를 바라십니까?”
“딱히 그럴 목적은 아니지만, 결과만 보자면 일이 그리되기는 하겠군.”
“알겠습니다.”
이만하면 누르하치의 의도를 알 만했다. 정여립은 생각을 정리하면서 이제까지 나온 화제와 비교하면 무척 사소한 문제에 대해 질문했다.
“우리가 잡아둔 포로 2천 명과 갑옷 7천 벌은 언제쯤 값을 치르고서 찾아가실 생각입니까? 그놈들을 먹여 살리는 비용만 해도 상당합니다.”
“그 값은 봄에 치르겠네. 그놈들이 먹은 밥값까지 해서 몇 곱절로 치를 테니, 상감께 부디 여섯 달만 더 기다려 주십사 청해 주게.”
누르하치가 장난스럽게 한 마디 덧붙였다.
“그놈들을 데리고 있는 비용이 정 부담스러우면 먼저 돌려보내셔도 되네. 값을 치르겠다는 약속은 꼭 지키리라고 맹세하지.”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서 말입니다.”
정여립이 웃으며 일어섰다. 돌아가서 다이샨과도 이야기를 나눠 보고 다른 첩보도 정리해야 했다. 다만 질문을 하나 던지는 건 잊지 않았다.
“만주가 두 왕을 감당할 만큼 강성해지도록 도왔을 때, 우리 조선에서는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요?”
“그야 당연한 것 아닌가. 안정된 서방 국경이지. 중원의 한족도, 북방의 몽골도 감히 조선을 범접하지 못할 걸세. 우리 만주가 어머니의 나라인 조선을 위해 울타리가 될 테니, 귀국에선 평화롭게 바다 건너 동방의 땅을 찾아가 그 풍요한 부를 가져오는 데 진력할 수 있지.”
누르하치도 대미주 탐사에 관한 소식 정도는 듣고 있었다. 무엇보다 무순 습격 이전까지는 희정옹주 앞으로 매달 조보가 꼬박꼬박 오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조선이 바다 건너 동방 땅에 관심을 가진다면 건주위로서는 한결 압박을 덜게 되니,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행여 우리가 배반할지 모른다는 걱정 같은 건 할 필요가 없네. 패권을 잡기 위해 아비를 죽이고 형제를 죽인 군주는 무수히 많았지만, 제 어미의 가슴을 파헤치고 자궁에 칼을 꽂은 자가 어디 그리 흔하던가?”
“그렇기는 합니다만, 사돈을 배신하거나 외조부와 외숙을 죽인 군주는 드물지 않았지요.”
두 사람은 한꺼번에 폭소를 터트렸다. 나가는 정여립을 웃으며 배웅한 누르하치가 네 대째 담배를 입에 물자 밖에 있던 양굴리가 들어왔다.
“주군, 속내를 너무 드러내신 것 아닙니까?”
“완전히 다 드러낸 것도 아닌데 어떠냐.”
정여립은 세자와 다이샨의 밀약에 대해 모른다. 언젠가 만주가 산해관을 돌파할 힘과 명분 모두를 갖추었을 때 조선이 지원하겠다는 그 약속 말이다.
그 약속이 이루어진다면, 그때 만주가 지배하는 땅은 요동을 조선에 넘기고도 정말로 군주 두 사람을 충분히 감당할 정도가 된다. 형제간에 다툴 필요도 없다.
“주군, 제 생각으로는 그만한 영토를 얻는다면 굳이 가를 필요 없이 단 한 사람이 지배하게 하여 단결된 힘으로 천하를 노림이 옳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것도 괜찮겠지.”
누르하치는 침상에 누운 채 평온한 표정으로 연기를 토했다.
“대원의 여러 칸국들은 지배하는 영역을 나누고 가끔 서로 싸우기는 했지만 대칸 앞에서는 모두 무릎을 꿇었지. 내가 바라는 건 그 정도다. 슈르하치 놈처럼 아직 충분히 커지지도 않은 세력 내에서 분파를 만들라는 게 아니야.”
게다가 조선은 아직 명에 대한 충성을 지키고 있다. 일단 지금 임금이 보위에 있는 동안은 누르하치로서도 황제에게 충성하는 것처럼 보여야만 한다. 하지만 다음 임금, 아마 작정하고 명나라를 자빠트릴 생각인 듯한 세자가 즉위하면 아마 중원을 분할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두 천자가 형제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지금 임금은 이미 머리가 굳어서 함께 그런 일을 꾸밀 상대가 못 되지만, 세자는 아닐 거다. 그때까지는 요동 정도로 만족하면서 할하 부 놈들이나 두들기면 된다.”
누르하치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서 산해관이 무너지는 모습이 살짝 떠오르는 듯했다. 정녕 그 광경을 볼 수 있다면, 요동 정도는 얼마든지 조선에 넘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