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873
2부 6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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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에 따르면 황태자가 원인 불명의 고열로 한참이나 앓아누웠다가 겨우 일어났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는 건 자기 황위를 계승할 황태자가 중병에 걸렸는데도 부친인 황제는 병문안은커녕 의원을 보내주지도 않았다는 거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황태자가 중병에 걸렸는데 아비가 동궁을 들여다보지도 않았다고?”
“예, 전하. 확인된 이야기는 아니나…황제께서는 ‘태자가 덕이 있으면 당연히 하늘이 구해줄 것이다’라고 하시며, 별다른 조치가 전혀 없으셨다고 합니다.”
“몇십 년째 하늘에 제사를 제대로 안 지내는 것만 해도 천하가 개탄할 일인데, 자기 아들이 병을 앓고 있는데 덕 운운하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니! 실로 말세로다!”
저런 미친…나는 성이나 진안군이 감기라도 걸려서 앓는다고 하면 일과를 마친 뒤에라도 꼭 처소에 찾아가서 손을 잡고 이마를 짚어주면서 잠깐이라도 돌보았건만. 두어 번은 아파하는 아이 옆에서 밤샌 적도 있다.
별로 예뻐하지 않는 후궁 소생의 별로 예뻐하지 않는 경성군 소생 자식들이 아프다고 해도 만력제처럼 막장으로 굴지는 않았다. 상희를 보내 돌보게 하고 내의원에서 약재를 내렸으며, 시간이 나면 꼭 잠시라도 얼굴을 비쳤다. 아비가 되었으면 그 정도는 당연한 도리니까.
황태자로 책봉해 놓고도 그따위로 행동하다니, 그래서야 아들이 아비에게 애정을 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내가 황태자 주상락이라면, 진심으로 반정을 일으켜 망나니 부황을 후궁에다가 유폐해버리고 제위에 오르고 싶을 것 같다.
“황제가 의원을 보내주지 않으면, 치료는 어찌하고? 설마 저절로 다 나아서 일어날 때까지 내버려 둔 것이냐?”
“다행히 태후께서 태의(太醫)를 보내어 치료케 하셨다 합니다.”
태후 이씨는 만력제의 생모로, 본래 궁녀 출신이다. 자금성 안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황태자 편에 선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맏손자인 주상락을 어려서부터 무척 귀하게 여겼고, 주상락이 황태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황태후 덕분이었다.
“그런데 지금 북경에서는 황태자께서는 우연히 병에 걸리신 게 아니라 누가 약을 먹인 탓에 발병하셨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합니다. 과연 진실인지는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진실이라고 해도 큰일이고 아니라고 해도 큰일이구나.”
정 귀비가 작년부터 태자궁에 미녀와 단약을 들여보냈다더니 그게 벌써 효과를 발휘했나? 그래도 너무 빠르지 않나 싶다. 만력제 선대 황제인 융경제도 여자와 최음제에 취해서 살다가 요절했는데, 그래도 제위에 오르고 나서 5년 반은 걸렸다.
아니구나, 주상락이 애초에 상당한 약골이었을 수도 있겠다. 만력제 죽고 그놈이 태창제로 제위에 오르고 나서 1년이 안 되어서 색 밝히고 단약 먹다가 몸이 곯아서 죽었지 아마?
이건 실제 역사와 같은 일이 20년쯤 당겨서 일어난 셈이구나. 과연 이 사건으로 나비효과가 일어나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이건 참 누구랑 의논하기도 어려운 문제로군.
“태후께서 태의를 보내 태자를 돌보게 하셨다고?”
“그러하옵니다.”
이태후가 언제까지 살았는지는 내가 모르겠다만, 혹시 태후가 먼저 죽으면 만력제가 태자를 주상순으로 갈아버리지 않을까. 만력제에게는 적자가 없다. 황후 왕씨는 자식을 하나도 낳지 못했다. 어차피 다 서자들이니 만력제 눈으로 보기에는 다 똑같을 거다.
“황실 내의 일에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겠다만, 참으로 기가 찬 일이다.”
혀를 찰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혀를 찰 일은 그 뒤로도 이어졌다.
“정 귀비 쪽에서 은밀히 사람을 보내 접촉하려는 시도가 있다 합니다. 적장자가 아니더라도 유능한 아들이 있다면 군주의 자리를 이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은밀한 제안이 있었다는데,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지요.”
“무엇이 어째?”
내가 고함을 지르자 신하들이 움찔했다. 요즘 몸도 안 좋고 해서 웬만하면 화를 안 내려고 하는데, 이게 무슨 미친 소리인가 싶었다.
“엄연히 종통(宗統)에게 우선권이 있거늘, 그게 무슨 망언이란 말이냐? 황제께 아예 자식이 없는 것도 아니고, 엄연히 장자가 있는데 그게 무슨 헛소리냐!”
예조판서 홍진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이, 정 귀비 측에서 말하기를…‘귀국 국왕은 왕자조차 아니었음에도 인품과 능력으로 전왕에게 선택을 받았고, 이후 왕위에 올라 대업을 이루지 않았는가’라고 했다고 합니다.”
“뭐, 뭣이라고?!”
‘내’가 왕자가 아니었던 건 맞지만, 환이에게 적출이건 서출이건 왕자가 있었다면 절대 내가 보위에 오를 수 없었다. 능력과 인품이 아무리 뛰어나도 혈통으로 이어진 계승권이 없는 자가 왕위를 넘본다면 그건 반역이다.
“가당찮은 소리다. 또한, 스물두 살이 되도록 특출난 자질을 드러낸 바도 없는 복왕을 두고 무슨 능력을 운운한단 말이냐? 복왕이 황제가 된다면 그저 만력 연간이 더 길어질 뿐이다!”
“신들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하오나 지금 신은 그저 정 귀비가 밀사를 보내서 전달한 바를 옮기고 있을 뿐이오니, 부디 화를 멈추어 주소서.”
홍진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정 귀비는 ‘뒷날의 일은 모르는 게 아니냐’며, 혹 ‘복왕이 훗날 제위에 오르게 된다면 조선에도 좋은 일이 많을 것’이니 적당히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한다. 과연 제정신으로 저런 제안을 한 건지 모르겠다.
“우리더러 뭘 도와달라는 말이냐? 제위를 손에 넣기 위해 거병할 테니 군사라도 내어달란 말인가?”
“소신도 잘 모르겠사옵니다. 아주 막연하게 전했다 하옵니다.”
다른 신하들도 나름대로 이 문제에 관해서 의견을 내긴 했다. 하지만 정 귀비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사람이 있을 턱이 없으니, 의미 없는 중구난방일 뿐이었다. 갖가지 추측이 쏟아지는 중에 그럴듯해 보이는 발언 하나가 있었다. 예조참판 이수광이었다.
“과거 장거정이 지은 죄를 폭로했을 때처럼, 이번에는 태자가 저지른 잘못을 천자께 고해 달라는 의미가 아닐지요?”
20여 년 전, 얼른 명나라를 혼란에 빠트릴 셈으로 장거정의 부패상을 만력제에게 꼰질러서 만력제가 정치에 정나미가 떨어지게 만든 장본인이 나였지 참. 한동안 잊고 있었네.
그때만 해도 만력제가 국정에 흥미를 잃고 정치에서 손을 떼면 금방 명나라가 흔들릴 줄만 알았다. 그럼 곧바로 누르하치가 명나라를 공격해서 무너뜨리고, 그러면 나는 명나라 구원을 명분으로 누르하치를 뒤에서 쳐서 요동을 손에 넣을 셈이었다.
누르하치가 지배하는 화북과 강남의 명나라가 남북조 시대를 이루게 하고 나는 요동 전역을 손에 넣어 대륙을 견제하면서 훗날을 위한 기반을 만드는 게 내 초기 계획이었는데…생각처럼 만사가 잘 진행되진 않았다. 25년 동안 빌드업만 실컷 했고 결과는 아직 멀었다.
게다가 내가 만력제한테 바람을 넣어 놓고서는 그건 까맣게 잊고 일 안 한다고 욕만 들입다 퍼부었다. 지금 돌이켜서 생각해보니 모순도 세상에 이런 모순이 없다. 나 참 철면피였구나.
“복왕이 즉위하도록 도와준다면 교역이나 원조에서 특혜를 주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아무리 정 귀비가 아들을 위해 황위를 노린다 해도, 군사를 일으켜 정변까지 시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물며 우리 군사를 청하다니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영의정 이덕형은 출병 가능성에 관해서는 부인했다. 그럼 정 귀비 측이 몰래 보내온 제안에 응하자는 거냐는 질문에도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아니 될 일이옵니다. 황제께서 복왕을 총애함은 신도 알고 있으나, 그렇다 해서 황제 앞에서 태자를 비난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런 짓까지 하면서 복왕 편에 가담했다가 태자가 바뀌지 않으면 그 후환을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그냥 놓아둠이 옳습니다.”
내가 듣기에도 그럴듯했다. 하지만 신하 중에는 다른 의견을 내는 이도 있었다.
“복왕이 의외로 괜찮은 군주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우의정 김후원은 정 귀비의 제안을 고려는 해 보자고 했다. 근거는 이랬다.
“대국 황족 중에서 제대로 된 군자라고 할 사람이 거의 없음은 천하가 익히 아는 바입니다. 하나같이 무위도식하며 사치와 방탕에 젖어서 삽니다. 하지만 이는 황족들에게 부는 있되 할 일이 없는 탓이 크니, 제위에 올라 책임을 지게 되면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우상, 복왕이 그렇게 달라진다 해도 지금의 태자보다 명군이 되리라 보는가? 암군이 되어 천하 백성들만 도탄에 빠트리지 않겠는가?”
“명군이 안 되어도 상관없습니다. 어떤 이가 황제가 되건, 우리나라에 이익이 되면 그만이 아니겠습니까? 대국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나, 이는 대국 조정의 신하들이 노력하여 해결해야 할 일이지 우리 몫이 아닙니다.”
유교 사대부가 이런 식으로 자국만 챙겨도 되는 건가. 뭔가 좀 혼란스럽다. 에도 시대 일본 유학자들이 ‘공자와 맹자가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와도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것이 도리다’라고 했다더니, 조선 유학자들도 그 테크를 타고 있는 건가 싶다.
“우상 대감, 이를 폭로하여 복왕을 떨어트리고 태자의 지위를 굳건하게 해주면 태자 쪽에서 이를 잊지 않고 훗날 은혜를 갚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번국인 조선에 청하여 태자를 낙마시키려 하다니, 이건 충분히 의안(疑案, 의심스러운 사안)이 되고도 남을 사건이다. 하지만 터뜨리기에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고, 김후원도 그 점을 명확히 지적했다.
“정 귀비 측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제안을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접촉이 있었다는 명확한 증거도 없습니다. 그러니 무엇을 근거로 하여 고발하겠습니까? 또, 황제께서는 국정에 관심이 없는 데다 복왕을 총애하시니, 이 일을 폭로한다 해도 묻고 넘어가실 공산이 큽니다.”
일이 그렇게 풀리면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이 복왕과 정 귀비 측의 원한만 살 것이다. 그것 역시 현명한 방책은 아니다. 건강이야 어쨌건 황제는 아직 젊고, 태자는 얼마든지 교체될 수 있으니까.
“일단은 우리도 막연한 말로 좋게만 답하고, 구체적인 제안은 정 귀비 쪽에서 먼저 내도록 하소서. 그때 가서 내용을 검토한 뒤 협력해도 좋고 황제 앞에 폭로해도 좋을 것이옵니다.”
이항복은 토론 중간에는 끼어들지 않고 있다가 끝날 때가 되니 입을 열었다. 전직 정보기관 운영자답게 핵심만 정확히 짚었다.
“소신도 정 귀비가 거병까지 생각할 것 같지는 않사옵니다. 아마 조정에서 복왕을 지지하는 세력을 늘리는데 필요한 자금 요청이거나, 우상의 판단처럼 태자를 공격해 달라는 것 정도일 것입니다. 황제께서는 전하께서 보낸 전갈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듣는 지경이니까요.”
“그게 영원하지는 않을 것 아니냐.”
사르후 전투 때 조선군이 소극적으로 움직여 싸우지 않았음에도, 조선군에 대한 만력제의 콩깍지는 여전하다. 주력이었던 명군이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탓에 조선군이 역량을 충분하게 발휘하지 못했다고 믿고 있다.
내가 누르하치의 ‘아홉째 아들’을 사위로 맞는다는 보고를 받고서도 우리가 결탁하리라는 의심 같은 건 안 하더라고 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디 있겠냐면서.
“어쨌건 북경 주재 익문사 관원들에게 명하여 태자를 낙마시킬 수 있는 비리가 혹시 있는지 찾아 모으게 하셔서 손해가 될 것은 없어 보이옵니다. 복왕이 생각보다 기세를 올린다면 그쪽 진영에 가세하는 데 쓸 수 있고, 태자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면 은폐를 도울 수 있사옵니다.”
“오성부원군의 말도 옳은 듯하다. 일단 정보는 최대한 모으게 하고, 정 귀비 측에는 무난한 대답만 보내라고 명하도록 하라.”
“예, 전하.”
돼지새끼가 애비돼지의 뒤를 이어 제위에 오르게 만든다면…확실히 명나라가 망하는 길로 갈지도 모르지. 하지만 김후원의 말처럼 주상순이 막상 제위에 오르면 또 생각보다는 괜찮게 황제 노릇을 할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다. 별로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만.
어느 쪽이건 상관없다. 김후원이 말했듯이 우리 조선에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된다면 환영할 뿐이다.
“전하, 일본국 대군 가강에게서도 국서가 왔사옵니다.”
“이제 답이 왔느냐?”
나가마스와 후루타가 돌아간 게 4월이다. 지금이 8월이니 4달 만에 답이 온 셈이다. 거 참, 누가 너구리 아니랄까 봐 참 느긋하게도 오는구먼. 보니 두 통이다. 한 통은 나한테, 한 통은 누르하치한테 ‘전해 달라고’ 또 나한테 보낸 거다.
“그래 봐야 실제로 뜯어볼 사람은 나지. 도승지, 둘 다 어서 읽어보아라.”
“예, 전하.”
시작은 의례적인 인사말이다. 그 뒤에는 조선이 겪는 가뭄에 대한 걱정이 이어졌다. 제기랄. 듣고 있으려니 장마 때 쏟아진 국지성 집중호우 때문에 쌓다가 일부 무너진 환구단 생각나네. 바로 보수에 들어갔지만, 완공 시점은 적어도 한 달은 늦어졌다. 그래서 10월에나 끝이 난다.
아민은 사나다 영지에 안착했다고 한다. 음, 내가 사노부한테 그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그냥 씁쓸하게 웃었었지. 자기 고향이 다른 이에게 넘어갔다는데 즐겁게 듣고 있을 수는 없긴 할 거다.
그다음 대목에 가서야 기다리고 기다리던 인력 양도에 관한 언급이 나왔다. 헌데 그 규모가 뜻밖이었다.
“뭣이? 2만 5천 명을 보내겠다고?”
“분명히 그렇게 적혀 있사옵니다, 전하.”
영지를 잃고 떠도는 뇌인(牢人, 로닌)이나 승병 중에서 다른 땅에 가서 새로이 뜻을 펼치고 싶다는 자원자를 모아 보내겠다고 한다. 나는 2만을 제안했는데 5천 명을 더 올리다니, 내가 나가마스에게 들려 보낸 선물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것들이 과연 다 정말로 자원한 자들이겠사옵니까?”
“아니면 또 어떠냐. 가강이 자원한 이들이라면서 보내오면 ‘그렇구나, 자원자로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이에야스로서도 자기가 직접 나서서 외국에 사람을 팔아치운다면 모양새가 좋지 않을 테지. 그러니 형식상으로는 자원자로 해두려는 모양이다. 나로서도 나쁠 거 없는 꾸밈새다.
“다만 그만한 인원을 한 번에 모아 보내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있으니, 2년에 걸쳐서 천천히 보내겠다고 합니다. 양해해 달라 청하였습니다.”
“우리도 한 번에 그만한 인원을 다루기는 부담스러웠습니다. 저들이 알아서 그리 나온다니 반가운 일이옵니다.”
“좌상의 말이 옳다. 2년 동안 2만 5천 명이 넘어온다면 한 달에 천 명 정도가 오는 것인데, 그만하면 먹이고 입히며 건주까지 보내는 일도 그리 큰 부담은 아니리라.”
그러면 5천 명은 2년 할부에 붙는 연체이자라고 생각하면 되겠구나. 복리로 연이자 12%쯤 되는 셈인가? 별로 높은 이자도 아니구먼.
“건주에 보낸다는 서한에는 뭐라고 적었느냐?”
우리보고 읽어보고 안심하라는 건지, 여기에는 봉인이 없었다. 그리고 ‘건주에 전해 달라’고 안쪽에 적어놓았으니 읽기 전에는 건주행 편지인 줄도 몰랐다.
“반역죄를 지은 왕의 조카는 이곳 일본에서 여생을 보낼 것이고, 다시는 요동으로 돌아가지 못할 테니 안심하라고 하였습니다. 일본에서 넓은 영지를 받았다거나 대군의 측근이 되었다는 등의 언급은 없습니다.”
“알겠다. 가강이 건주를 공연히 희롱하거나 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구나.”
이 일도 대략 마무리가 된 셈이다. 이제부터 매달 천 명씩 건너오는 왜병들을 순차적으로 건주에 보내고, 그중 5천 명은 우리 몫으로 챙긴다. 이것도 바쁜 일이겠구나.
그나저나 환구단이 두 달여 뒤면 완성되는데, 그날이 무서워진다. 장마철에 잠시 비가 내린 뒤로 또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데, 과연 내가 기우제를 지낼 때 비가 내려 줄 수 있을까?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려면 몇 번이나 지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