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e a great soldier RAW novel - Chapter 98
1부 09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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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마도가 동원할 수 있는 군사는 규모가 얼마나 되는가?”
적이 사전 정보를 입수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왜관은 지금 봉쇄 상태에 놓여 있다. 원정 결행을 조정에서 선언한 시점에서 가장 먼저 내려간 지시가 왜관을 봉쇄하라는 명령이었다. 왜관을 안팎으로 포위하고 단 한 척의 배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라는 금지령이 내려갔다.
왜관에는 2천 명 가까운 일본인이 상주하고 있고, 거의 대마도인이다. 이들은 대부분 왜관 일대에 눌러 살면서 생업에 종사하지만 대마도나 일본 본토를 왕래하는 자들도 있고, 당연히 배를 가진 이들도 많다. 이런 자들이 하나라도 빠져나가 소식을 전한다면 원정은 힘들어진다.
대마도 자체적으로 방어를 강화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골 아픈 상황은 일본 본토에 있는 영주들에게 원군을 청하는데 성공하는 거다. 대마도와 관련이 깊은 쇼니 씨(少?氏)는 물론이고, 다른 영주들도 대마도가 조선군에게 공략당하는 사태를 반길 리는 없으니까 말이다.
내가 원정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신하들에게 ‘일본인들은 지금 자기들끼리 싸우느라고 바빠 대마도를 돕지 않을 거’라고 말하긴 했다. 하지만, 그 실상을 깊게 생각해 보면 실제로는 돕기 위해 군대를 파견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일본인들은 자기들의 ‘천하’인 일본열도에 외세가 들어오는 상황을 극히 꺼린다. 백제가 망한 이후, 일본에서는 대륙 세력과 깊은 유대관계를 가진 정치세력이 나타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자연히 대륙에 원군을 보내지도, 받지도 않았다.
전국시대의 치열한 내전 중에도 한반도나 중국에 도움을 청한 세력은 전혀 없었다. 심지어 조선 코앞에 있는 대마도조차, 나중에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하면서 항복을 요구하고 나서자 조선에 도와달라고 청하지 않았다. 도와달랜들 돕지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러니만큼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고 고려할 시간이 있다면, 규슈 영주들 중 누군가는 대마도를 돕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단독으로 파병하기 힘겹다면 연합군이 편성될 수도 있다. 각 영주들이 부담도 덜고, 서로 뒤통수를 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대마도에 사는 왜인들은 약 1만 명 정도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개중에 반이 사내인 셈인데, 다수가 객지에 나가 있습니다. 지금 왜관에 와 있는 왜인들 중에도 대략 7할이 대마도인이고, 구주 본토에도 가 있는 이들이 있어서 대마도에는 8천 명 정도 있을 것입니다.”
예조판서 이세좌가 조심스럽게 보고했다. 예조는 대마도와 직접 연락을 맡고 있기도 하고, 과거 일본에 사신을 보낸 적도 있어서 대마도 인구나 경제력에 대해서는 가장 확실한 자료를 가지고 있었다.
“대마도에 머무르고 있는 사내는 3천 명이라는 이야기인가.”
“그러하옵니다. 더구나 섬을 떠나 있는 자들이 거의 장정이니, 그 중에서 연소자나 노약자를 빼면 무장할 수 있는 자는 최대로 잡아도 1천 명 정도 되지 않을까 하옵니다.”
“1천이라. 지금 동원할 예정인 경상도 육군 1만 명만 해도 그 정도 숫자는 쉽게 처리할 수 있다. 구주에서 원병이 오지 않는다면 말이지만.”
마음속으로 생각하던 말이 그만 무의식적으로 입 밖으로 나갔다. 사실, 먼저 언급했듯이 규슈에서 단 2,3천이라도 원군이 들어온다면 원정이 지극히 힘들어지기 쉽다. 거의 전 지역이 산으로 이루어진 대마도에서는 방어측이 유리하니까 말이다.
“허나 저들이 시의적절하게 원병을 얻을 가능성은 낮다. 구주에 있는 영주들은 죄다 제 코가 석자이니 도와주러 올 턱도 없고, 왜관을 봉쇄하여 기밀이 새지 않게 하였으니 대마도주가 구원을 청할 사이도 없을 것이다.”
내가 뱉은 말이니 내가 수습해야 했다. 그것도 신하들이 동요하는 움직임을 보이기 전에 바로 말이다. 다행히 그 사이에 얼굴에 걱정하는 빛을 띄우는 이는 없었다.
“왜관 봉쇄 자체는…지난 3년간 매년 두어 번 씩은 있었던 일입니다. 한 달 이상 유지한 적도 여러 번이었으니, 지금 왜관이 봉쇄된 사실만으로 대마도주가 구주에 원병을 청하지는 않으리라 사료되옵니다.”
내 설명을 지지하는 듯, 신임 병조판서 이극돈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발언했다. 전임자인 이계동은 아무래도 건강이 너무 좋지 않아서 지난번 비변사 회의 끝나고 우참찬으로 옮겼다. 이극돈은 무오사화 이후 찬밥이 되었다가 조정에 복귀해서 기합이 잔뜩 들어 있었다.
“우리 군사가 대마도에 내린 뒤에도 구주에서 원군이 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에 대한 대비도 충분히 되어 있을지요.”
이조판서 강귀손이 신중하게 우려를 표했다. 올해 52세로 판서 치고는 젊으나 이미 도승지, 병조참판, 대사헌, 형조판서까지 역임한 유능한 중신이다. 문관 출신이고 군대를 지휘해 본 적은 없지만, 병조참판을 지낸 만큼 군사적인 면에도 어느 정도 식견이 있었다.
“대마도는 생각보다 큰 섬이며, 우리 수군을 모두 투입해도 섬 전체를 완벽하게 감시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신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요소에 파수를 세워 경비하는 외에는 차라리 함대를 집결시켜 대비토록 하고, 구주에서 원군이 출현하면 해상에서 맞아 싸워 격파함이 옳습니다.”
“적이 건너오리라 가정하고 그에 대비하자는 뜻인가?”
“그러합니다. 이미 말씀드렸지만 대마도는 물샐 틈 없이 포위하기에는 너무 큰 섬입니다. 또한 기해동정 때는 대재부에 미리 사신을 보냈습니다. 작금에는 그럴 상대가 없습니다.”
일본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는 85년 전 기해동정을 벌일 때도 있던 위험요소다. 자칫하면 대마도 원정을 일본에 대한 조선의 침공으로 받아들인 일본과 전면전에 돌입하게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무리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당시 조정에서는 규슈 서부를 관할하는 관청인 다자이후(大宰府)에 사전에 사자를 보냈다. 순전히 해적 소탕 때문에 이번 원정을 벌이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대마도를 점령할 의사가 없음을 확실히 전달했다. 이로써 군사행동에 양해를 얻을 수가 있었다.
“과거 대재부는 왜국 조정을 대리하는 기관으로서 교섭이 가능했사오나, 지금의 대재부는 그저 구주를 통치하는 호족들의 중심지일 뿐입니다. 더구나 지금 대재부를 차지한 소이 씨는 대마도와 동맹이나 다름없사오니, 교섭으로 싸움을 막기는 힘들 것이옵니다.”
강귀손은 내가 원정을 계획하니까 그에 맞춰서 정말 공부를 많이 한 모양이다. 쇼니 씨가 다자이후를 차지했는지는 나도 가물가물하다. 애초에 이 시대 일본사는 귓등으로 들었던 수준이라, 영주들 이름도 헷갈리고 세력비 같은 건 기억도 잘 안 났다.
“이조판서가 한 말이 옳나이다. 저들이 우리 군사가 나갈 줄 모르는 사이, 번개처럼 빠르게 들이쳐서 군사를 양륙시키고 육군으로 적을 토멸하는 사이 높은 봉우리에 파수를 올려 왜국 구주 방향을 경계하게 하소서. 왜적의 원군이 오면 우리 수군으로 받아쳐 부수면 되옵니다.”
군사 분야에서는 확실히 권위자인 좌의정 성준도 강귀손의 의견을 지지했다. 나는 그래도 기왕이면 해안선을 봉쇄해서 아예 대마도 측이 규슈에 구원 요청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섬에 틀어박힌 적을 모조리 없애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기해동정 때 왜적을 몽땅 쓸어버리지 못했는데도 원정을 짧게 마무리한 이유가, 태풍이 오기 전에 원정을 마무리하지 못하여 전조 때 원군(元軍)이 겪은 바와 같은 결말을 맞을까 우려한 탓이 아니었는가?”
고려, 몽골 연합군은 두 차례에 걸쳐 일본을 공격했다. 두 번 모두 중계점인 대마도와 이키 섬까지는 쉽게 점령했지만 본토인 규슈에는 제대로 손을 뻗치지 못했다. 제대로 된 교두보를 만들기도 전에 태풍이 몰아쳐서 두 번 다 함대가 바다위에서 묵사발이 나버렸다.
“태풍을 피하려면 가능한 조기에 싸움을 끝내야 하는데, 적이 원병을 부르면 어려워진다. 그대들은 바다 위에서 맞아 치면 된다고 하나, 자칫 적이 우리 선단을 피해 섬에 병력을 내릴까 염려된다. 나가는 배를 모두 잡을 수 없다면, 들어오는 배인들 모두 잡을 수 있겠느냐?”
미군이 펼친 감시망을 뚫고 과달카날에 지원군을 보내던 일본군처럼, 우리 눈을 피한 소수 병력이 계속 대마도에 들어온다면 소탕전이 끝날 날은 오지 않는다. 그 사이에 태풍이 오면, 최악의 경우 함대를 잃은 상륙군이 대마도에 고립될 수도 있다.
“대마도에는 높은 산이 많습니다. 산 위에 망대를 세워 구주 방향을 살피면 됩니다. 왜적이 많은 배를 동원해 한 번에 건너오려 한다면 미리 들키지 않을 수가 없으며, 산 위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무리가 온다면 오든 말든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성준이 조금 전 한 이야기를 반복했다. 내가 불안해하는 심정을 느꼈는지 조금 더 덧붙여서 나를 안심시키려고 했다.
“행여 적이 구주에서 오는 가장 가까운 뱃길 대신에, 보이지 않는 먼 길로 우회하여 들이칠지 모른다는 걱정은 하지 마옵소서. 원군이란 언제나 시일이 촉박한 법인데, 서둘러 도착해야 할 저들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먼 길로 우회할 여유가 있겠나이까.”
천천히 곱씹어보니 과연 맞는 말이었다. 감시망을 피할 만큼 소규모로 병력을 축차투입한들 전선에서는 큰 의미도 없겠지. 하지만 정말 만의 하나라도 최악의 경우가 일어난다면?
“다른 경우도 생각해 보라. 저들이 구주에서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전선을 모아 들이치는 바람에 만약 우리 수군이 깨진다면 어찌하겠느냐?”
의심생암귀라더니, 우려생불신이랄까? 내가 세우고 내가 믿던 가정에까지 불신이 차기 시작했다. 새 전함인 판옥선에 화포를 장비하고 출전하면 일본 수군 정도는 압살할 수 있다는 게 내 전제였는데, 규슈에서 대대적으로 반격이 들어올 경우를 생각하다 보니 더럭 겁이 났다.
“전하께서 그리 생각하신다면 정벌을 취소하시는 편이 좋겠나이다. 이번에는 대마도가 지난 국서에 부실하게 답하고 있음을 질책하는 서한만 보내시고, 후일 군사와 군선을 더 모은 후 치도록 하시옵소서.”
우찬성 대감. 내가 순간적으로 마음이 풀어진 탓에 말실수한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그렇게 곧바로 파고들어야 하겠소? 혹시 ‘이 몸’이 임금이 되기 전에 댁에게 큰 모욕이라도 가했소? 아니면 중전이 세자빈일 때 때리기라도 했소? 왜 그리 날 못 잡아먹어 안달이시오?
젠장, 저놈의 손위처남 때문에라도 나는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이 없는 철저한 인간이 되어야 할 판이다. 윽박지를 수도 없고, 도무지 때려 쫓을 수도 없는 인간이 콕콕 찔러대니 원.
“아니, 과인이 그리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혹시 어쩌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찰나 들었을 뿐이다. 왜적들이 우리 수군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대규모 선단을 동원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그런 기우를 왜 하겠느냐?”
화급히 이번에도 나 스스로 내 말실수를 수습했다. 신수근이 태클을 빠르다면 빠르게 걸어 준 덕에, 다행히 한치형이라든가 기타 등등 군사를 내는 데 회의적인 다른 중신들이 ‘그럼 그만두시옵소서’라고 떼거지로 말할 틈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또한, 만약 적선이 크게 무리를 지어 나타나면 더욱 좋은 일이옵니다. 우리 수군이 적선을 모조리 깨트려 적들을 수중고혼으로 만든다면 산속에서 버티던 대마도의 왜적들이 절망하여 산을 내려와 항복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우려하지 마시옵소서.”
으음, 우의정 이극균이 건네는 위로의 말이 도움이 된다. 그래, 확실히 구원군을 공공연하게 박살내 버리는 것도 수비대의 사기를 꺾기에는 좋은 소재지. 대마도에서 규슈에 구원요청을 보내도록 틈을 만들어주더라도 크게 나쁠 건 없을 것 같다.
“병판, 현재 준비를 갖춘 군사가 정확히 얼마인가?”
전력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담당자를 불렀다. 내 질문을 받은 이극돈은 소맷자락에서 문서를 꺼내 펼쳐들었다. 그렇게 철저하게 인수인계를 받던 양반이 그걸 외우지 못했을 리는 없고, 아마 실수하지 않으려는 의도인 모양이다.
“최종 결정된 수는 육군이 경상도에서 8,470명, 전라도에서 3,250명, 충청도에서 1,480명, 도성 및 경기도에서 800명입니다. 개중에 기병은 도성에서 보내는 겸사복 100명과 포수군 300명입니다. 또한 자원해서 군적에 오른 경상도, 전라도 일대 서얼이 약 5백여 명이옵니다.”
서얼금고령 해제가 효과를 보기 시작했구나! 아마 이번 출병에서 공을 세우면 굳이 3년을 군역으로 채우지 않아도 대과에 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들을 한 모양이다. 물론 나도 웬만큼 잘 싸운 이들에게는 모두 그렇게 해줄 생각이고.
포수군(捕手軍)은 백정과 산척들로 이루어진 부대다. 백정이 사회적으로 딱히 듣기 좋은 용어는 아니다 보니, 포장을 씌웠다고 할까나. 게다가 저들 중 다수가 짐승을 잡는 포수가 직업이니, 별로 틀린 말도 아니다.
물론 백정들 중에는 살림 형편에 따라 말이 없는 이들도 있다. 그런 이들을 모아 보병으로 편성했는데 그 수가 200이다. 내금위 병사 200도 모두 보병이니, 좋은 경쟁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러고 보니 경군은 모두 겸사복-내금위-포수군이네? 순 특수부대 집단이로군.
“수군은 경상좌우수영과 전라좌우수영을 합쳐 판옥선 60척, 중맹선 40척, 소맹선 60척, 조운선 87척을 준비하였사옵니다. 군량은 6만 석을 준비하였고, 전량 대마도로 수송하기보다는 동래에 쌓아두고 조운선을 왕복시켜 공급하려 하옵니다.”
“너무 자주 배를 움직이면 조난을 당하거나, 도중에 적도들이 습격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전선을 붙여 호송케 하고, 안전한 뱃길로 움직이게 하겠습니다. 너무 많이 날라 두었다가, 왜적들이 진내에 숨어들어와 불이라도 지르면 그 피해가 더 클 것이옵니다.”
그것도 그렇다. 보급기지가 전선에 너무 가까우면 파괴공작에 당할 가능성이 크다. 대마도에는 당장 소요량인 일부만 보급하고, 계속 배후에서 보충해 주는 편이 안전하겠지. 일시에 나르지 않아도 되니 선박 소요도 줄어들고 말이다.